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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을 건너야 서른이 온다 - 청춘의 오해와 착각을 깨는 질문과 답
윤성식 지음 / 예담 / 2013년 6월
평점 :
고려대 행정학과 윤성식 교수의 <사막을 건너야 서른이 온다>가 출간되었을 당시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고대 버전'이라는 말이 나왔다. 읽어보니 그런 말이 나올 만 하다 싶다. 대학 교수가 제자뻘인 20대 청춘들에게 삶의 멘토로서 교훈을 전하는 컨셉도 똑같고, 짤막한 사례와 긴 설명이 덧붙는 형식도 같다. 저자가 학부에서 행정학을 전공했고, 한때 고시 공부를 했으며, 이후 전공을 경영학(김난도 교수는 소비자학)으로 바꾼 것까지 일치한다.
차이점을 찾는다면 <사막을 건너야 서른이 온다>의 저자는 대학에서 공인회계사 준비반 지도교수, 행정고시 지도 교수, 기숙사 사감 등을 지낸 경험을 십분 살렸다는 점이다. 저자는 대학 현장에서 자격증 공부, 고시, 취업 사이에서 고민하는 학생들을 수없이 만났으며, 명문대뿐 아니라 명문대 분교, 지방대 출신 학생들과도 두루두루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서인지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비해 공인회계사, 고시 공부에 대한 이야기의 비중이 높은 편이며, 명문대에 다니지 않는 학생들을 위한 조언도 많이 실려 있다.
저자는 사회에서 알아주는 성공만이 성공이 아니며, 세상이 주입하는 상식이나 고정관념, 도그마에 사로잡히지 말라고 충고한다. 대표적인 예가 스펙. 저자는 '스펙 5종'이니 '8대 스펙'같은 말에 휘둘리지 말라고 충고한다. '진짜 스펙'은 토익 점수나 대외활동, 어학연수가 아니라 성실성, 도덕성, 모험심, 창의력 같은 성품이다. 토익 만점보다 성실하고 같이 일하기 좋은 사람을 찾는 건 대기업 인사 담당자나 보통 사람이나 똑같다. 그러니 대학에 다니는 동안 죽어라 스펙만 쌓지 말고, 먼저 세상에 내보일만한 자신의 장점을 찾은 뒤, 그 장점을 부각시킬 만한 활동이나 공부를 하는 편이 좋다.
나 역시 대학에 다니는 동안 많은 활동을 했다. 토익, 일본어, 자격증 공부도 했고, 동아리, 대외활동, 봉사활동, 아르바이트도 했다. 물론 학점 관리도 열심히 했다. 이런저런 공부와 활동을 하면서 내 장점과 재능이 무엇일까 고민했지만 답은 얻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한 뒤 인턴을 하려다가 우연히 인터파크 북앤기자단 같은 대외활동을 시작하면서 블로그를 하게 되었다. 그 전에도 블로그를 했지만 개인적인 일기를 쓰는 용도였고,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글도 쓰고 서평도 쓰기 시작했다. 하다보니 블로그와 책,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특출난 재능은 없어도 성실하게 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겼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저자 역시 책 읽기를 예찬한다.
고교 시절을 통틀어 내가 대학 입시를 위해 공부했던 시간은 사실 한 학기에 불과했고 나머지 기간에는 그저 책만 읽었다. 학교에서 보낸 시간보다 도서관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던 셈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나를 지탱하고 있는 힘은 그 시절에 읽었던 책들이다. 가령 한때 공무원 생활을 했던 도스토옙스키의 에피소드를 행정학 주제와 연결해 수업 시간에 활용하면 학생들은 잔뜩 흥미를 보인다. 로마 제국이나 칭기즈 칸, 나폴레옹에 관한 이야기들 역시 모두 행정학 주제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나는 때때로 인용하곤 한다.
독서는 그 무엇보다 인생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주었다. 역사상 위대한 인물들이 주장하고 설명한 내용들은 모두 자연스럽게 내 것이 되었으며 내 인생의 밑그림에도 그대로 녹아 들어갔다. 나 자신과 세상을 조금 더 잘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게 된 것도 결국은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한 덕분이다. (pp.206-7)
대학교 재학 당시 책을 많이 읽지 못한 것을 반성하며 졸업 후에 비로소 벌충하듯 열심히 읽고 있는 나로서는 한줄 한줄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이 책을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아류'라는 말로 압축할 수는 없다 싶다. 아무리 봐도 20대한테 필요한 책인데, 제목에 '서른'이라는 단어가 들어있어서 30대 자기계발서로 오해받기 쉬운 점도 아쉽다.
사막을 걷는 듯했던 나의 이십대도 곧 끝이 난다. 다가올 서른은 오아시스일까, 아니면 더 뜨거운 사막일까. 그건 지나온 시간들만이 답해줄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