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본 생활의 기본 100 - 프로들의 프로 마쓰우라 야타로의 베스트셀러가 된 작은 수첩
마쓰우라 야타로 지음, 오근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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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기업 빔스(BEAMS) 직원들을 인터뷰한 <당신의 집을 편집해드립니다>라는 책을 읽었다. 인터뷰한 직원 중 하나가 <일의 기본 생활의 기본 100>을 강력 추천했기에 어떤 책일까 궁금했는데, 얼마 전 그 책이 국내에 출간이 되었기에 냉큼 구입했다. 


저자 마쓰우라 야타로는 70년 역사의 잡지인 <생활의 수첩>의 전 편집장이었고 2002년에는 일본 최초의 셀렉트 서점인 카우북스를 개점하였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일에 계속 도전하며, 손을 댄 일은 반드시 성공시키는 그의 비결을 이 책에 담았다. 


"성공과 실패를 거듭한 끝에, 내가 나의 기본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된 목록을 '생활의 수첩 만들기'라는 노트에 기록해 나갔습니다." 저자는 <생활의 수첩>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꼭 필요한 것, 불필요한 것, 해야 할 것, 하지 않아야 할 것, 공부해야 할 것, 개선해야 할 것, 도전해야 할 것, 발명해야 할 것 등을 열심히 기록했다. 


그의 기록을 보면 '하루에 한 가지는 새롭게',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을 유심히 살펴보기', '중요한 것은 쓸데없는 일을 하지 않는 것', '간단하게 보이는 것일수록 신중하게' 등 일이나 생활에 임하는 태도를 강조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태도가 사람의 가치관을 만들고 삶의 방식을 형성한다는 것을 저자는 이미 알고 있었나 보다. 


"기본이 가장 중요합니다. 기본은 반복하면 연마됩니다. 기본은 언제나 나를 돕습니다." 저자는 일도 생활도 기본이 가장 중요하며, 일의 기본과 생활의 기본은 궁극적으로 통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을 대할 때는 엄격하고 단호하게 대하기보다는 온화하고 부드럽게 대하고, 남에게 좋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자신의 모습을 꾸미지 말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이 책의 뒷부분에는 '나의 기본 100'을 작성하는 노트가 실려 있다. 나를 만들고, 나의 일부로 만들고 싶은 일의 기본, 생활의 기본은 무엇일까. 찬찬히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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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참지 않고 말하기로 했다 - 망설이지 않고, 기죽지 않고, 지지 않는 불량 페미니스트의 대화 기술
니콜 슈타우딩거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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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회에 참석한 아니카는 학창 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안겔리카를 만난다. "이쪽은 우리 남편, 슈나이더 박사님.", "어머, 서른아홉인데 아직 결혼을 못했다고? 설마 너 아직도 카이를 못 잊었니?" 쉬지 않고 쏟아지는 안겔리카의 공격에 아니카는 한 마디도 맞받아치지 못한다. 대체 아니카의 입을 틀어막는 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독일의 커뮤니케이션 코치 니콜 슈타우딩거가 쓴 <나는 이제 참지 않고 말하기로 했다>에 따르면 많은 여성들이 자신감이 없고 불안감에 시달리는 이유는 '자존감'이 낮기 때문이다.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고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사회가 정한 역할 모델에 우리를 맞추며 살아야 '옳다'고 생각한다." 아니카는 서른아홉이 되었는데도 결혼을 하지 않았고 자식도 없다. 아니카는 사회가 원하는 여성상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심지어는 그녀 자신도 그녀처럼 사는 방식이 옳다고 인정하지 않는다. 자존감이 낮고 자아상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 


아니카는 온 세상이 박수갈채를 보내는 슈퍼모델이 아니다. 혼자 묵묵히 일하고, 남자 동료들을 상대로 자주 싸워야 하며 네일아트나 명품 같은 것에 관심이 없다. 그 누구도 그녀처럼 사는 방식이 옳다고, 좋다고 말해주지 않는다. 그러기에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항상 불안이 도사리고 있다. 같은 또래의 여성들과 비교할 때 자신의 인생이 '틀렸다'고 은연중에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안겔리카 같은 여자들을 만날 때면 마음속에 도사린 불안이 불쑥 모습을 드러낸다. (16쪽) 


자존감이 낮고 자아상이 왜곡되어 있는 여성은 자기보다 타인을 우선한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주장하기보다 타인이 원하는 것이 뭔지 알아내는 데 급급하다.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보다 타인의 마음에 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색한다. 상대가 나를 공격하거나 비난할 때 바로 맞받아 치기보다는 상대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하려고 한다. 못생긴 여자, 뚱뚱한 여자, 나쁜 여자라는 꼬리표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정작 상대는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런 관심도 없는데 말이다. 


'나는 지금 모습 그대로 옳다'는 것을 받아들였다면 순발력 있게 대응하는 방법을 익힐 차례다. 공격을 당했을 때 바로 되갚아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뭐라도 대답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대답을 한다는 것은 '피해자의 역할'을 박차고 나온다는 뜻이다.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으면 상대를 지그시 바라보거나 가벼운 웃음을 흘려주기라도 하자. 그것만으로도 상대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는다.


당신은 지금 분명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아무리 대답이 하고 싶어도 생각이 나야 하지.' 맞다. 문제는 재능이다. 이 세상에는 창의성을 타고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도무지 창의적이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머리와 마음에 여유가 있다면 재능을 떠나 자유롭게 대답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대응을 한다는 사실 그 자체이다. 무엇이든 대답을 하는 것 말이다. 이는 곧 '피해자의 역할'을 박차고 나온다는 뜻이며, 상대가 던진 뜨거운 감자를 그대로 상대에게 되돌려준다는 뜻이다. (118~119쪽)


다음은 실전 대화다. 회사 면접에서 "아이를 몇 명 더 낳을 생각이에요?" 같은 성차별적인 질문을 받거나 시어머니가 "이걸 음식이라고 만들었니?"라고 꾸짖을 때 현명하게 맞받아치는 기술이 이 책에 나온다. 가장 좋은 기술은 날카로운 공격을 부드러운 유머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아이를 몇 명 더 낳을 생각이에요?"라고 물으면 "하늘의 뜻을 제가 어찌 알겠어요?" 또는 "이 회사에 들어오려면 몇 명을 낳아야 하나요?"라고 답하는 식이다. 유머를 떠올릴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다면 영혼 없는 감탄사라도 연발한다. 성의 없는 대답에 마음이 상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다면 그것이 얼마나 강력한 공격인지 알 것이다. 


참고로 저자는 아니카가 안겔리카에게 이렇게 답하면 좋았을 것이라고 한다. "이쪽은 우리 남편, 슈나이더 박사님." "아, 그래? 정말 재밌다. 네가 박사를 만나는 동안 난 직접 박사가 됐거든." "어머, 서른아홉인데 아직 결혼을 못했다고? 설마 너 아직도 카이를 못 잊었니?" "카이가 누구야?" 내 속이 다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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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일, 새로고침 - 대한민국 일하는 여성들이 함께 나눈 여섯 번의 이야기
곽정은 외 지음, 협동조합 롤링다이스 / 닐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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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직장에서 만난 직장 상사는 나보다 일곱 살이 많은 여성이었다. 외국어 실력도 뛰어나고 업무 수완도 좋았던 그녀는 출산과 함께 직장을 그만두었다. 박봉을 받으며 아이 돌보는 사람을 쓰느니 직접 아이를 돌보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두 번째 직장에서 만난 직장 상사도 여성이었다. 그녀는 리더십이 뛰어나고 일처리가 시원시원했다. 어느 날 그녀는 내게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다른 직장으로 옮기라고 충고했다. 지금 직장은 여성 직원이 아무리 일을 잘해도 고위직에 기용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어렸을 때는 사람들 앞에서 다소곳하게 행동해야 한다거나 밤늦게까지 밖에서 나돌지 말고 일찍 집에 들어가야 한다는 이유로 여성으로 태어난 것이 원망스러웠다면, 이제는 취업이나 승진, 경력 관리 같은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여성으로 태어난 것이 한스럽다. 협동조합 롤링다이스가 기획 및 주최한 대담을 엮은 책 <여성의 일, 새로고침>에는 나처럼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여성으로 사는 문제로 고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들의 고민을 듣는 역할은 곽정은, 김희경, 김현정, 장영화, 은수미가 맡았다. 


"취업에 계속 실패할 때, 그리고 이혼했을 때 정말 죽고 싶었죠. 누워서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니까 죽는 게 맞는 거라고 생각하던 어느 순간, 책장이 보이더라고요. 저기 있는 책만 다 읽고 죽어도 더 나은 사람으로 죽는 것이지 생각했고, 내가 가진 환멸의 에너지를 가지고 뭔가 다른 걸 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곽정은) 


지금은 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이들에게도 힘든 시간은 있었다. 작가 곽정은은 자기보다 학점이 낮고 스펙도 부족한 친구들이 오직 남성이라는 이유로 취업이 잘 되는 것을 보며 한국 사회에 대한 환멸을 느꼈다. 여성으로 태어난 것이 죄라면 당장이라도 죽어버리자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를 붙든 건 다름 아닌 책이었다. 저 책들만 다 읽고 죽어도 더 나은 사람으로 죽는 것이라는 생각에 죽음 대신 책을 택했고, 그 결과 글로 밥벌이하는 프리랜서 작가가 되었다. 


18년간 동아일보 기자로 일했고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일한 김희경은 오랫동안 '명예 남성'이었다고 고백한다. 명예 남성이란 '나는 여성이지만, 일반 여성들과 다르다'라고 생각하는 여성을 지칭한다. 남성의 방식을 익히려고 애쓰면서 흔히 여성적 속성이라고 일컫는 약한 것이나 부드러운 것을 멸시하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신문사의 여성 후배가 국회의원에게 성희롱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성희롱을 당한 일을 용감하게 고백한 후배를 보며 그는 자신도 과거에 성희롱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일이 있었는데도 참고 넘어간 것이 부끄러웠다. 남성 위주의 조직과 명예 남성이 되기 위해 애썼던 자기 자신에 대한 환멸은 결국 그를 조직으로부터 떠나게 만들었고, NGO와 작가라는 새로운 길로 이끌었다. 


CBS PD이자 앵커인 김현정은 <김현정의 뉴스쇼>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첫 여성 앵커의 길을 열었다. 그는 방송국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의 PD와 앵커를 동시에 수행하면서 결혼과 임신, 출산과 육아를 모두 해내고 있다. 겉보기엔 영락없는 슈퍼우먼인데 정작 그는 '내려놓기'가 비결이라고 말한다. 일과 가정을 양립하면서 완벽하기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다. '어린' 혹은 '여자'라고 무시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 자리에서 내 권리를 강하게 주장하지 말고 대신 뒤에서 칼을 갈라고 조언한다. 상대에 대한 환멸을 긍정의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다. 


교육 스타트업 OEC의 대표 장영화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즐거움에 대해, 19대 국회의원 은수미는 여성 문제를 넘어 청년, 비정규직, 장애인, 자영업자, 이주민 등 이 사회에서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이들과 연대하는 길에 대해 소개한다. 세상에 대한 환멸, 삶이 주는 고통에 굴복하지 않고 이를 에너지로 바꾼 이들의 이야기가 하나같이 감동적이다. 나는 5년 후, 10년 후에 여성 후배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치고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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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양말은 항상 한 짝만 없어질까? -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의 일상 속 행동심리학
댄 애리얼리 지음, 윌리엄 해펠리 그림, 안세민 옮김 / 사회평론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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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위복. 화(禍)가 바뀌어 복이 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던가. 댄 애리얼리는 18세에 사고로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3년간 병원 신세를 졌다. 그는 날마다 엄청난 고통에 시달렸고 온몸에 퍼져 있는 화상 자국 때문에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했다. 활동력이 강한 10대 소년에게는 끔찍한 나날이었다. 그는 고통에 굴복하는 대신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병상에서 사람들의 삶을 관찰했고, 퇴원하고 나서도 자신의 삶과 학문을 연결하려 애썼다. 그 결과 인간의 비합리성을 연구하는 행동경제학자이자 심리학자로서 최고의 권위자가 되었다. 이 경우엔 화(火)가 복이 되었다고 해야 할까. 


<왜 양말은 한 짝만 없어질까?>는 댄 애리얼리가 <월스트리트저널>에 연재한 칼럼의 일부를 엮은 것이다. '왜 세탁실에 갈 때마다 양말을 잃어버리는 걸까?', '왜 나는 쓰레기를 휴지통에 버릴 때마다 마이클 조던이 되는가?' 같은 사소한 질문부터 '변화를 택할 것인가, 안정을 택할 것인가', '동거할 것인가, 결혼할 것인가' 같은 심각한 질문에 대해 저자는 성의 있게 그리고 재치 있게 답한다. 


양말이 항상 한 짝만 없어지는 이유는 사람들이 잃어버린 것을 더 오래 기억하기 때문이다. 짝이 있는 양말은 일부러 기억할 필요가 없다. 짝이 없는 양말은 다른 한 짝을 찾기 위해서든 버리기 위해서든 일부러 기억하게 되고, 기억하다 보면 양말이 항상 한 짝만 없어진다는 생각으로 고착된다. 쓰레기를 휴지통에 버릴 때마다 마이클 조던이 되는 이유도 비슷하다. 슛이 성공하면 기억에 남지 않는다. 슛이 실패했을 때의 우울한 기분이 더 오래가고, 이 때문에 쓰레기를 휴지통에 버릴 때마다 재차 슛을 시도하게 된다. 


변화와 안정 중에 무엇을 택하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우리는 이사를 가거나 결혼을 하거나 직장을 옮기는 것을 결정으로 생각하지만, 한 곳에 머물러 있거나 독신으로 살거나 현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것을 결정으로 여기지 않거나 적어도 상황을 변화시키는 것과 같은 정도의 결정으로 여기지는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현재의 상황을 변화시키려는 결정에 비해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려는 결정을 아주 다르게 평가하는, 이른바 '현상 유지 편향'이다. 


현상 유지 편향을 고려할 때 안정을 택하는 것은 변화를 택하는 것만큼 힘들고 어려운 결정이다. 반대로 말하면 변화를 택하는 것은 안정을 택하는 것만큼의 무게가 있는 선택이다. 그러므로 변화를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고, 안정을 너무 쉽고 편한 선택으로 비하할 필요도 없다. 무엇을 택하든 삶은 마땅히 흘러가야 할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고, 그 방향에 화가 있든 복이 있든 영원한 화도 없고 영원한 복도 없다는 걸 저자는 이미 아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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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 미래는 바로 우리 눈앞에 있다
편석준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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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창 인기몰이 중인 '포켓몬고'는 가상현실(VR)일까, 증강현실일까? 정보통신기술(ICT) 연구 단체 '오컴'이 쓴 <가상현실>에 따르면 가상현실은 현실처럼 보이는 100퍼센트 가상의 컴퓨터그래픽인 반면, 증강현실은 현실 위에 일부만 컴퓨터그래픽을 덧씌운 것이다. 이러한 구분에 의하면 집이나 공원 등 실제 공간과 게임이 결합된 포켓몬고는 증강현실에 기반을 둔 모바일 게임이다. 


<가상현실>에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구분하는 방법 외에도 가상현실의 개념과 원리, 가상현실의 활용, 가상현실 생태계, 주목해야 할 가상현실 기업 등 다양한 내용이 나온다. 가상현실은 사실 오래된 기술이다. 가상현실이란 말을 대중화시킨 것은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이자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에 재직 중인 재런 래니어다. 래니어는 1989년에 가상현실은 앞으로 주류 기술이 될 것이며, 기본적으로 안경 혹은 장갑의 형태의 가상현실 장비가 개발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가상현실은 게임, 자동차나 아파트 내부를 미리 살펴볼 수 있는 디지털 쇼룸, 심리치료 도구로서의 활용, 수술 장면 촬영 및 의료 교육, 군대에서의 가상훈련, 미술 전시나 퍼포먼스 분야 등의 활용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가상현실 관련 산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게임이다. 2016년 초 PC 기반의 하이엔드 기기들이 정식으로 발매되고 PS VR도 정식 발매되면서 관련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 제작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초기에 콘텐츠의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부족했던 현상은 개선되고 있고, 여럿이 함께 즐기는 멀티플레이 콘텐츠, 대화 및 상호작용 위주의 소셜 콘텐츠 등으로 분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가상현실은 게임 외에도 테마파크, 여행, 관람, 스포츠, 의료, 쇼핑 등의 행태를 바꿀 것으로 보인다. 여행 분야에선 구글이 돋보인다. 구글은 이용자의 경로에 따라 멋진 장소를 안내하고, 목적지가 가까워졌음을 알리며, 그 장소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 지역 전문가의 음성으로 관광 안내를 해주는 '필드 트립'이란 여행 앱을 출시했다. 2016년에는 기존의 구글 어스 서비스와 VR을 결합해 특정 지역을 검색하고 주변을 걸어 다니고 비행하는 것도 가능한 '구글 어스 VR'을 발표했다. 조만간 가상현실을 이용해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도 세계 일주를 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가상현실은 인간관계도 바꿀 것으로 보인다. 가상의 공간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가상 소셜, 가상현실 안에서 가상 또는 실제의 연인과 데이트를 즐기는 가상 데이트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가상의 만남, 가상의 연애 같은 가상의 인간관계가 실제 인간관계를 대체할까? 현재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현실에서 만난 적 없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가 되고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 걸 감안할 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영화 <그녀(Her)>의 주인공 테오도르가 소프트웨어 운영체제인 '그녀' 사만다와 사랑을 나눈 것처럼 가상현실에서의 연애가 일반화될지 모른다. 


현재로서는 가상현실의 현실의 부족한 점을 보충하는 보완재의 역할을 하지만, 가상현실 기술이 발달하고 용도가 다양해지면 현실을 대신하는 대체재의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양피지 두루마리가 책으로, 책이 신문과 라디오로, 신문과 라디오가 TV로, TV가 인터넷으로 바뀌어온 것처럼 말이다. 가상현실이 보편화된 미래는 과연 바람직할까? 현재로선 회의적이지만, 새로운 매체와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의 반응이 대체적으로 부정적이었다가 긍정적으로 바뀐 걸 감안하면 두고 볼 일이다. 가상현실도 인터넷, 스마트폰처럼 일상생활을 보다 편하고 풍요롭게 바꿔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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