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트사고 - 한 달에 30억을 벌 수 있는
코지마 미키토 & 사토 후미아키 지음, 오정연 감역 / 매일경제신문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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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30억을 벌 수 있는 조인트 사고>를 읽었다. 한 달에 30억을 벌 수 있다니! 저축은커녕 생활비 벌기에도 급급한 나로서는 꿈 같은 일이다. 책 표지를 보고 동생이 묘한 웃음을 짓는다. 언니가 드디어 돈 벌 생각을 하는구나, 아니면 나도 그 책 좀 빌려줘, 뭐 이런 뜻일까? 무슨 뜻이든 간에 매우 자극적이고 시선이 끌리는 제목임에는 틀림 없다. 암암.

 

이 책에는 무일푼이었던 저자가 불과 5년 만에 e-비즈니스로 17개의 회사를 세우며 한 달에 30억을 벌게 된 비법이 담겨 있다. e-비즈니스는 인터넷, 모바일 등 온라인 상에서 이루어지는 상업 활동을 이르는 말로, 온라인 쇼핑몰, 오픈마켓, 어필리에이트 등 광고 사업뿐 아니라 동영상 강의, 제작물 판매 등 콘텐츠 사업까지 넓은 분야를 포괄한다.

 

이 책의 공저자 중 한 명인 코지마 미키토는 30개사 이상 전직을 반복한 후 2006년 건강관련 비즈니스로 최초 독립한 이후 현재까지 17개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다른 한 명은 사토 후미아키로, 창업 직후 2억원의 빚을 안고 있다가 건설업, IT업, 콘텐츠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수익을 올리는 사업가로 변신했다. 두 사람은 코지마의 강의에 사토가 참석한 것을 계기로 처음 만났다. 그들은 코지마의 비즈니스 전략과 사토의 카피라이팅 기술을 결합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역시나 두 사람이 함께 기획한 사업은 첫 1개월만에 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대성공을 거뒀다.

 

이 책에서 말하는 성공의 비결 역시 결합, 즉 '조인트(joint) 사고'다. '조인트 사고'란 각각 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결합하면 혼자 일할 때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온라인 상에서 이루어지는 비즈니스라고 해서 전적으로 혼자서 할 수는 없다. 온라인 쇼핑몰만 해도 웹 디자이너, 바이어, 기술자, 재무관리, 홍보 등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능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온라인 비즈니스라고 해도 '메일과 채팅보다는 전화를 하는 편이 좋고, 전화보다는 직접 만나는 것이 좋'다. 또한 '인터넷이 이 세상에서 없어진다고 해도 전혀 문제없이 돈을 벌 수 있는 자신이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p.67)

 

또한 다른 사람들과 조인트하기 위해서는 일단 나부터가 남들이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당신이 No.1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것을 습득하라'는 저자의 말이 참 와닿았다. (p.202) 무엇 하나 제대로 못 하는 사람들이 모인다고 잘 될 리 없고, 너무 수준차이가 나는 사람들이 모이면 모임이 깨지기 쉽다. 전략이면 전략, 말이면 말, 홍보면 홍보, 디자인이면 디자인... 무엇이든 간에 내가 확실하게 잘 하는 것이 있어야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남의 도움을 받기에도 수월하다. 이 책의 저자들이 성공적으로 협업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두 사람이 각각 자기 분야의 전문가였던 점에 있다.

 

제목에 솔깃해서 책을 읽게 되었지만, 막상 읽어보니 '비법'치고는 의외로 기본적이고 단순한 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온라인 비즈니스라고 해서 혼자서 다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과 협업하라든가, 무엇을 하든 일단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는 충고는 매우 마음에 와닿았다. 온라인 상의 거래라는 이유로 인격을 무시하고 매너를 잊어버리는 사람도 제법 있다. 얼굴이 보이지 않고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에서도 훌륭한 비즈니스 매너를 보이는 사람이라면 온오프라인 불문하고 어디서든, 어떤 사업이든 성공할 것이 분명하다. 어떤 일이든 모두 사람을 대하고, 사람과 함께하는 일이라는 귀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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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야설 : 창업편
벤처야설팀 지음 / e비즈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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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보다 창업이다, 우리나라에도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같은 새로운 기업이 필요하다는 말, 많이 듣는다. 그러나 아직까지 창업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부정적인 편이다. 남이 창업을 한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당장 내 자식, 내 가족이 창업을 한다고 하면 보따리 싸들고 다니며 말리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힘들게 사업을 하느니, 대기업에 취직하여 남이 주는 월급을 받거나, 공무원이 되어 안정적인 삶을 살았으면 하는 게 우리나라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어디 시작이 없는 일이 있을까. 삼성, 현대 같은 국내 대기업도 한때는 어느 한 젊은이가 일으킨 벤처기업이었다. '그저 남이 시키는 일만 하며 살기에는 내 삶이 너무 아깝다', '나는 더 적극적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창업은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그러나 동명의 벤처 전문 인기 팟캐스트 방송을 책으로 옮긴 <벤처야설>을 읽으며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 책에는 레인디 대표이사 겸 위시쿠폰 이사 김현진, 블로그칵테일 대표이사 박영욱, LS그룹 신사업기획 및 M&A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정석, 머니투데이 더벨 벤처투자팀 기자 권일운 등 국내 벤처 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직' 인물들이 벤처 업계의 현황과 장단점, 성공과 위기 요인 등을 분석한 내용이 담겨 있다.

 

사실 IT분야에 친숙하지 않아서 책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는데, 방송 내용을 옮긴 책이라서 그런지 대화 수준이 높아진다 싶으면 적절한 농담으로 분위기를 환기하고, 업계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질문 코너도 마련되어 있어 읽는 데 큰 무리가 없었다. 

 

제목이 <벤처'야설'>이기는 하지만, 그저 IT 창업에 따르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업계 상황에 대한 속내를 털어놓는 '설(썰?)' 수준의 책은 아니다. 자본 조달을 위해 벤처캐피털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한국의 기업 환경에서 대기업과의 관계 맺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식의 정부 지원이 필요한지 같은 거시적인 내용부터, 직원은 어떻게 채용하고, 인사 관리는 어떻게 하며, 업무 외의 어려움은 무엇인지 같은 구체적인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국내 기업 환경에서 창업은 그저 창업주 한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깝게는 가족과 친구, 연인, 넓게는 대기업과 정부, 이웃 기업 등 수많은 주체들의 조력이 필요하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새로 시작하는 기업은 주변에서 열심히 도와주고, 성공한 기업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면 좋으련만. 이런 바람은 너무 큰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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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 -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현자
김상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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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란 무엇일까? 혹자에 따르면 책은 '가로질러 가는 길'이라고 한다. 사람은 책을 읽으면서 그 내용을 전부 이해하고 심지어는 암기하려 애쓸 필요가 없다. (그러기도 어렵다.) 눈을 따라 읽어내린 글귀들은 그저 기억에 남고 가슴에 박혀 먼훗날 문득 떠올릴 수 있을 뿐이다. 마치 발길 닿는대로 걸었던 길을, 한참 후에 아주 사소한 냄새나 소리, 비슷한 풍경에 회상해버리고 마는 것처럼 말이다.

 

김상근의 <마키아벨리>를 읽으면서 이제까지 내가 마키아벨리 관련 텍스트를 제법 많이 읽었다는 것에 놀랐다. 이만큼이나 길을 가로질러 왔다니. 그야 전공이 정치학이니 <군주론>은 학부 1학년 때 (억지로) 읽을 수 밖에 없었고, 그 후에도 수업 시간에 여러번 그에 관해 배웠지만, 그 밖에도 좋아하는 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책이나, <보르지아>라는 제목의 외국 드라마 시리즈에서도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마키아벨리는 정치라는 사회 현상을 최초로 '기술(Arts)'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며 정치학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인물이다. 그는 공직에서 쫓겨난 후 군주인 메디치에게 복직을 청하고자 글을 썼고, 그 글은 현재 <군주론>이라는 책으로 남았다. 그런데 <군주론>의 내용 중에는 당시 종교나 사회 분위기와는 맞지 않는 '위험한' 내용이 많았다. 결국 청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책은 금서가 되었으며, 마키아벨리라는 이름은 '권모술수에 능한'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통하게 되었다. 저자 김상근은 그에 대한 평가가 박한 이유를 추적하고 편견을 바로잡고자 당대의 사료를 검토하고 현장을 고증하여 이 책을 썼다.

 

이 책에는 권모술수에 능한 정치가로만 알려진 마키아벨리의 또다른 면모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는 학문을 사랑했다. 외세의 침략을 막고 이탈리아가 통일되기를 염원했다. 그러나 학자가 되기엔 세속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정치가로 성공하기엔 도량이 작았다. 공직에 취임했으나 그 또한 여의치 않았다. 그 시대에 공무원은 지금과 달라 '국민을 위한 봉사자'가 아닌 '군주의 신하'에 불과했다. 따라서 군주에 대한 존경과 충성심이 개인적인 능력이나 애국심보다 더 중요한 덕목이었고, 그러기에 마키아벨리는 너무 똑똑했다. 그저 피렌체 하나만 지키려는 군주와는 생각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비록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으나, 체사레 보르지아는 이탈리아 통일이라는 화두를 던졌고, 사보나롤라는 잠시나마 피로한 민중들의 삶을 달래기라도 했다. 마키아벨리는 생전에 밥벌이 말고 무엇을 했던 것일까. 군주 아닌 이들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인가.

 

그는 차라리 처음부터 희곡 작가가 되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 꿈과 이상을 일찍이 예술로 비틀어 표현했다면 후세의 평가는 지금보다 후했을 것이다. 어쩌면 세르반테스만큼 칭송받는 이름으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세상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현실주의의 시초 격인 그가 말년에는 희곡을 쓰며 민초들을 웃기고 세상을 희롱한 건 아이러니다. 마키아벨리의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인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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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3-02-07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봤습니다^^ 우리에게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마키아벨리는 일반 대중들에게 필요한 사실을 많이 전달해주려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꿈과 이상을 일찍이 예술로 비틀어 표현했다면 후세의 평가는 지금보다 후했을 거라는 멘트가 인상적이네요 ㅎㅎ

키치 2013-02-08 14:45   좋아요 0 | URL
fabrso 님 덧글 고맙습니다 ^^
부끄럽게도 마키아벨리가 말년에 희곡작가로 활동했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습니다. 다음에는 어떤 희곡을 썼는지 읽어보고 싶어요 ㅎㅎ
신간평가단 늘 성실히 참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즐거운 설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주식투자의 정석, 수급분석 - 똑똑한 개미들을 위한 실전 매매 전략
이광호(행복씨앗)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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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읽을 때 제일 먼저 저자 소개를 읽는다. 저자 소개를 읽으면 책의 내용이나 분위기를 짐작하기가 쉽고, 어려운 책, 잘 모르는 분야의 책이라도 읽기가 한층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식투자의 정석, 수급분석>은 저자 소개를 읽어도 책 내용을 짐작하기가 쉽지 않았다. 저자 이광호(행복씨앗) 님은 기업을 경영하던 대표이사이자 사찰에서 불교를 가르치던 선생 출신으로, 현재는 네이버 카페 '가치투자연구원'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주식 수급분석 전문가라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주식에 투자한 경험도 없거니와 지식도 부족해서 책을 읽기 전부터 걱정이 앞섰는데, 저자 소개를 읽어도 내용을 짐작할 수 없어 답답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불교가 무엇인가. 어지러운 세상에서 무지몽매한 중생들이 깨달음을 얻게끔 가르치는 종교가 아니던가. 이 책 역시 세상에서 가장 치열하고 혼란스러운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주식 시장에서 미약하고 무지한 존재인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에 대한 새로운 개념과 가치관을 가지게끔 도와주는 책이었다. 불교 선생 출신인 저자의 약력이 뜬금없지만은 않은 셈이다.

 

저자는 먼저 우리나라 주식 시장을 분석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나라 주식 시장에는 개인 투자자 외에도 외국인, 금융, 보험, 투신, 은행, 연기금 등 다양한 기관 투자자들이 존재한다. 이들 모두가 공평한 조건으로 투자를 하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막대한 자본과 고급 정보, 언론 활용 가능성 등 강력한 수단을 가지고 있는 일부 세력에 비하면 개인 투자자의 상황은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의 그것과 같다.

 

처음부터 불리한 게임을 하는 상황에 놓인 개인 투자자가 결국 투자 실패로 고율의 대출, 파산, 급기야 자살 같은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리는 것을 보며 저자는 미리미리 강도 높은 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쓴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공부의 대상은 바로 '수급분석'. 어려워 보이지만 경제학의 기초 중의 기초 개념인 '수요와 공급'을 줄인 말에 불과하다. 주식 시장 또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수요와 공급이 조절되는 시장이다. 그러니 시장을 파악하고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아는 것이 필수다. 이를 위해서 저자는 개인, 외국인, 기관 등 투자 주체를 분석하고, 각각의 수요와 공급을 관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에는 도표, 그래프 등 다양한 자료가 첨부된 설명 및 실제 기업의 수급을 분석한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설명이 자세하여 초보 투자자라면 책만 공부하기도 벅찰지 모르겠다. 더욱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면 저자가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는 네이버 카페 '가치투자연구원'(http://cafe.naver.com/asset2080)을 참고하는 것도 좋겠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불교 선생 출신 답게 저자는 주식 투자를 함에 있어 먼저 투자를 하는 의미와 목적을 생각보라고 조언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 부자가 되기 위해서? 물론 그런 것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두들 행복해지고 싶어서, 잘 살고 싶어서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투자를 해서 힘들게 번 돈으로 명품이나 고급차 같은 것을 사들이며 과시성 소비에 천착한다면, 버는 것보다 더 많이 쓴다면 아무리 벌어도 만족하기 힘들 것이다.

 

여기에 막대한 자본을 가진 강자들이 판치는 주식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는 약자에 불과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주식 투자자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위험을 추구하기보다는 회피하기 위해 보수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아무리 약하고 무지한 개인 투자자라도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똑똑하게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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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알아야 경제가 보인다 - 경제멘토 조윤정의 파워경제교육
조윤정 지음 / 푸른영토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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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보면 하루에도 남이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 듣는다. 신문에서든, TV에서든, 인터넷에서든 말이다. 세계 몇 대 부자가 누구이며 그 순위가 어떻게 바뀌는지, 어떤 재벌이 재산이 얼마고 누구에게 상속을 하며, 어떤 연예인이 얼마를 벌었고 무슨 명품을 샀는지 등등...... 굳이 멀리 보지 않아도 된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가 얼마를 벌고, 비정규직 친구의 연봉보다 많은 보너스로 어떤 명품을 샀는지, 동창 누구가 벌써 집을 샀다느니, 주식으로 얼마를 벌었다니 등등... 궁금하지 않은데 귀에 들어오는 이야기들 말이다. 

 

그렇다면 내가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지는 잘 알고 있는 걸까? 월급쟁이야 매달 통장 입금 내역을 보면 알겠지만, 요즘은 주식이나 부동산 등 '다른 주머니'가 있는 사람도 많다.  그러니 정확히 내가 한 달에, 또는 일 년에 얼마를 버는지 알기가 어렵다. 얼마를 쓰는지는 더 모른다. 그야 가계부를 쓰고, 매달 날아오는 카드 내역서를 보면 알지만, 가계부를 쓰지 않는 사람도 많고, 대출 이자에 마이너스 통장 같은, 다른 지출원까지 고려하면 지출 내역을 정확히 알기가 어렵다. 게다가 내 지출 내역이 내 소득 수준에 비추어 적당한 것인지, 덜 쓰고 더 아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그런 것까지 일일이 챙기기는 참 어려운 것 같다.

 

성인도 이럴진대, 경제 관념이 부족한 어린 학생들은 어떨까? 친구나 연예인들이 소비하는 모습에 영향을 많이 받기가 더욱 쉬울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 또한 어린 시절 친구가 새 옷을 입거나 새 신발을 신으면 부럽다는 생각이 들고 내 것이 초라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내 것도 아직 쓸만하고 좋은 제품인데도 말이다. (그렇다고 새 것을 사달라고 부모님을 조른 적은 없지만...) 그래서 나중에 돈을 벌게 되었을 때는 어릴 때 사고 싶었던 옷이나 신발을 먼저 사고 싶어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필요하지도 않은데.

 

내가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지 제대로 알고 현명하게 벌고 쓰는 습관은 어릴 때 들일수록 좋은 것 같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경제교육. 그래서 나는 이 책 <가치를 알아야 경제가 보인다>를 읽었다.

 

저자의 이력이 특이하다. 저자 조윤정은 고등학교 졸업 후 한화투자증권(구 푸르덴셜투자증권)에 입사하여 18년을 재직했고, 재직 중 경기대학교에서 청소년학을 공부하며 교육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했다. 현재 저자는 경제와 교육, 두 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경제교육 전문가로 변신, '파워경제교육센터' 대표직을 역임하며 초등학생, 청소년 대상 경제교육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총 다섯 챕터로 되어 있지만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첫 부분에는 경제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요즘 아이들은(사실 어른들도 마찬가지) '커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말을 스스럼 없이 하지만, 정작 돈을 벌고 부자가 되서 하고 싶은 일은 없다. 그저 돈을 벌기만 하면 되는 줄 안다.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돈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며, 사람이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는 건강하게 살고, 가족, 친구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이웃들과 나누기 위해서이다. 이런 '진짜' 목적을 모르는 채로 무작정 돈만 벌면 어떻게 될까? 불행한 구두쇠, 우울한 월급쟁이로 고독한 인생을 살뿐이다.

 

그 다음에는 경제교육을 하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소개가 이어진다. 일기 쓰기, 용돈기입장 쓰기 같은 고전적인 방법도 있지만, 재미있는 게임을 활용하여 저축, 투자, 경매 등 경제의 중요한 개념 몇 가지를 배우는 방법은 어른인 내가 보기에도 흥미로웠다. 경제교육을 통해 그저 돈을 잘 벌고 잘 쓰는 방법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께 효도하고, 친구와 잘 지내고, 이웃과 나누고, 미래를 계획하는 것까지 배우니 교육적인 효과도 클 것 같다.

 

마지막 부분은 저자의 이야기다. 저자는 형편이 넉넉지 않은 가정의 막내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돈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때로는 왜 친구들처럼 걱정 없이 용돈을 쓰고 원하는 것을 살 수 없는지 고민하다가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명한 어머니로부터 돈의 진정한 의미를 배웠고, 이제는 저자 자신이 알뜰하게 살면서 학생들에게 경제교육을 하고 있다. 마치 어머니가 어린 시절 저자에게 가르쳐주었던 것처럼 말이다.

 

어떤 책에서 보니 아껴 쓰는 것은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진 돈을 더욱 가치있게 쓰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라고 한다. 남이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든, 그것은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 시간에 내가 가진 돈을 어떻게 하면 더욱 가치있게 쓸 수 있을까 궁리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부모 자신의 경제 생활도 돌아보고, 내 아이도 돈만 아는 아이가 아닌, 돈의 가치를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부모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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