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답을 알고 있다 - DNA에 숨겨진 인간 재능의 기원
최창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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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때문에 사람을 차별하는 행위를 '루키즘(Lookism)' 이라고 한다. 루키즘은 성차별(sexism), 인종차별(racism) 만큼이나 지양되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외모 때문에 사람을 차별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연예인의 외모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고, 취업 면접이나 맞선, 소개팅 같은 자리에서도 외모를 트집 잡으며 상처 주는 사람이 매우 많다. 하다못해 어린 아이들도 외모로 사람을 차별한다. 누구는 예쁜 선생님, 누구는 못생긴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대놓고 호감, 비호감을 표하는 건 예사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잘생기고 예쁜 아이들이 압도적으로 인기가 많은 반면 못생기고 뚱뚱한 아이는 따똘림을 당하기 쉽다. 이쯤되면 외모 차별은 인간의 본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외모를 차별의 요인으로 삼지 말고 각자의 개성을 찾는 발판으로 삼으면 어떨까? 최창석 교수의 <얼굴은 답을 알고 있다>를 읽으면서 외모 중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얼굴에 관해 생각해 보았다. 저자 최창석 교수는 홍익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가나자와 대학에서 사람의 얼굴을 대상으로 영상처리와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을 구사하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현재는 1992년부터 명지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국내 최고의 얼굴 연구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이 책은 무려 5년 반 동안 연구한 결과를 집대성한 역작으로, 학술서 내지는 논문에 가깝다. 사실 처음에 얼굴에 관한 책이라고 해서 관상 전문가가 쓴 대중서인가 했는데 의외로 학술서, 그것도 과학적인 연구서라서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우리가 평소에 잘 알고 있고 자주 느끼는 사항들을 저자가 학자로서 학문의 언어로 정리한 것이라서 내용이 크게 어렵지 않고, 많은 것을 배운 느낌이 들었다.


저자는 북방과 남방의 기후 차이, 환경 차이가 사람의 성격뿐만 아니라 문화의 차이도 낳았을 것이라고 전제한다. "사람도 동물처럼 기후와 환경에 적응하면서 얼굴, 체형, 재능도 달라졌을 것이다. 한민족이 왜 흰 옷을 선호하게 되었는지, 남방민족이 왜 화려한 색의를 선호하게 되었는지도 직감적으로 깨닫게 되었다." (p.9) 이에 근거하여 저자는 한국인의 얼굴 유형을 크게 북방형과 남방형으로 구분했다. 북방형은 말 그대로 북쪽 지방에서 사냥을 하며 살아온 민족의 후예로, 동적, 공격적이고, 활달하며 경쟁심이 강하다. 반면 남방형은 남쪽 지방에서 채집을 하며 비교적 평화롭고 온순하게 살아온 민족의 후예인데, 정적이고 침착하며, 분석적이고 치밀한 특징이 있다.


북방형의 대표적인 얼굴은 김연아와 박지성이다. 신체적인 기능이 뛰어나고 경쟁심이 강하며, 활달하고 호전적인 성향을 얼굴만 보아도 알 수 있다고 한다. 남방형의 대표적인 얼굴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안철수 등을 들 수 있다. 두 사람 모두 사람들을 통솔하고 관리하는 능력이 있고, 치밀하고 분석적인 성격으로 학술적인 성취도 뛰어났다. 뿐만 아니라 경쟁이 치열하고 신체적인 활동이 주가 되는 직업인 연예인(특히 K-POP 아이돌 그룹), 골프와 양궁 등 스포츠 스타, 프로게이머 중에는 유난히 북방형이 많은 반면, 여러 사람을 관리하고 오랜 시간 침착하게 해내야 하는 일이 많은 기업가, 정치인, 공무원, 소설가, 만화가 등은 남방형이 많다.


이밖에도 각 기업의 주력업종, 리더십 스타일, 패션, 자동차, 휴대폰, 도자기, 게임 등 수많은 것들이 얼굴로 분석이 가능하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예를 들어 무채색시, 저해상도시, 운동시인 북방형은 무채색을 선호하는데, 이로 인해 북방형이 다수인 우리 민족이 예부터 '백의 민족'으로 불렸고, 현재까지도 무채색 자동차, 무채색 패션, 무채색 그릇, 무채색 휴대폰 등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반면 유채색시, 고해상도시, 물체시인 남방형은 화려한 무늬와 색채를 좋아하기 때문에, 동남아시아 지역의 전통 의상이 대부분 화려한 무늬이고, 옷 색깔과 그릇 색깔 등이 화려하다.

 
얼굴이 그 사람의 재능과 인생을 결정한다면 후천적인 노력은 필요없는 것인가, 너무 결정론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저자는 이러한 생각에 대해 과학적인 분석과 수많은 사례로 반박한다. 또한 자신의 얼굴을 이해함으로써 자신이 어느 타입의 인간인지를 알 수 있고 보완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또한 한 분야에서도 요구하는 역할과 재능이 다를 수 있고,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는 북방형과 남방형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퓨전형 인간'이 대세이기 때문에, 그러한 사회적 요구와 시대적 현상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얼굴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책을 다 읽고 거울을 들여다보니 내 얼굴은 남방형과 북방형이 다 있지만 남방형이 우세한 것 같다. 독서를 좋아하고 공부하는 걸 힘들어지 않는 성격도 남방형에 가깝다. 이러한 나의 남방형 성격을 극대화하면서 북방형 성격을 보완하여 퓨전형 인간으로 거듭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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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에 반역을 권함 - 후회 없는 인생을 위한 청춘 설계서
허우원용 지음, 김태성 옮김 / 공명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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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만에서 가장 인기있는 작가 중 한명인 허우원용은 대만대 의대를 나온 의사 출신이다. 대만대 의대는 우리나라로치면 서울대 의대 격으로, 교육열 높기로 유명한 대만에서도 최고의 수재들만 들어가는 대학이라고 한다. 그런 그가 서른 일곱의 나이에 의사를 그만두고 돌연 작가가 되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과 동료들이 얼마나 말렸을지 상상이 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뜻대로 작가가 되었고, 얼마 안 되어 <백색거탑>, <위험한 영혼>, <큰 병원 작은 의사> 등 베스트셀러 소설을 연이어 발표했고, 텔레비전 프로그램 사회자, 드라마 작가, 프로듀서 등으로 활동하며 숨겨진 '끼'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남들 말대로 의사로 살았다면 결코 누리지 못했을 행복과 성공을 얻었다.


<모범답안에 반역을 권함>은 그가 2011년에 발표한 자전적인 내용의 산문집이다. 부모님과 선생님의 말을 잘 듣는 모범생이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일탈을 꿈꾸었던 청소년기, 의사에서 전업 작가로 성공하기까지 고생했던 청년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삶의 교훈을 전해주는 내용이다. 이 책은 대만 젊은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 대만 최대의 인터넷서점에서 무려 38주 연속 베스트셀러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쓴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책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아프니까 청춘이다>처럼 '걱정할 필요 없다'는 식의 편안하고 달콤한 분위기의 책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사회가 제시하는 모범 답안을 철저히 거부하고 자신의 머리로 생각해서 새로운 답을 만들라고 충고한다. 저자 자신이 안정된 의사의 삶을 버리고 작가의 길을 택한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그는 사회가 제시하는 모범 답안 ㅡ 이른바 성공이라는 것이 실패보다 나은 것인지 제대로 생각해보라고 주장한다. "실패가 유감스러운 것은 성공을 놓쳤기 때문이지만, 성공이 유감스러운 것은 자신이 더 많은 무엇을 놓쳤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p.93) 그는 성공하면 행복하고 실패하면 불행하다는 논리를 거부한다. 오히려 실패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성공의 모습을 더욱 뚜렷하게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패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착하다'고 말하는 행동을 철저히 거부해야 한다. 저자는 '착하지 않음' 이야말로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데이트할 때 야리의 허락도 없이 갑자기 입을 맞춘 것도 그렇고 실험실에서 연구할 때 모두들 반대하던, 애당초 실행이 불가능한 방법을 끝까지 우겨가며 시도했던 것도 그렇다. 모두들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는 원고를 끝까지 각종 매체에 투고한 것도 그렇고 의사를 그만두고 전업 작가이자 드라마 연출자 및 프로듀서, 광고 기획자가 된 나의 행보도 그렇다. 돌이켜보면 이 모든 것들이 '착하지 않고' '말을 듣지 않은' 행위이자 결정들이었다. 그런 것들이 하나둘씩 모여 오늘날 내 인생의 대단히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다."(p.19) 남들 말대로 살면 남들처럼 밖에 못 산다. 소위 성공한 사람들, 유명한 사람들은 결코 남들처럼 살지 않는다. 하다못해 남들이 드는 가방도 안 들고, 남들이 입는 옷도 안 입는다. 평범한 사람만이 평범하게 산다. 평범하게 사는 사람은 많지만, 평범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책의 장점은 '청춘은 아파야 한다'고 전제하지 않고, '아프지 않은 청춘도 있다'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준다는 점이다. 남들 말대로 좋은 직업을 얻고 돈을 잘 벌려면 아프지 않을 수 없다.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느라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데 정신이, 영혼이 아프지 않을 턱이 있나. 그러나 비록 가난하고 고독하고 불안한 길이라도 자신의 정신과 영혼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아플 새가 없다. 앓는 소리를 내면 당장이라도 그만두라는 말을 들을테니. "젊음의 본질은 착함과 순종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와 반역에 있다." "무엇인가에 길들여지는 젊음은 이미 젊음이 아니다." "자기 내면에 있는 가치의 무한한 표출이 허용되지 않는 사회는 자기 안에 있는 열정이다." 라는 중국 작가 옌렌커의 말처럼 '모범답안에 반역을' 하는 젊은이들이 점점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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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한 경제학은 없다 - 경제 이론의 역습
윤채현 지음 / 더난출판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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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에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 그 중에는 학점을 따거나 취업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재테크를 하거나 신문이나 뉴스를 이해하기 위해서 공부하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나는 과거에는 전자였고 지금은 후자다. 대학에서 전공이었고, 취업을 하기 위해서도 공부했다. 현재는 주로 시사 상식을 쌓으려는 목적으로 공부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재테크 목적의 공부도 슬슬 해볼 참이다. 그런데 내가 배우고 있는 경제학이 정말 도움이 되는 경제학일까? 그야 교과서를 달달 외우면 학점은 잘 받을 것이고, 취업 시험도 무난히 통과할 것이다. 거기에 신문도 열심히 읽고 뉴스도 열심히 보는 한편 서점가에 즐비한 경제학 전문 서적까지 탐독한다면 시사 상식도 만점, 재테크도 만점일 것이다. 그러나 어떤가. 경제학 공부했다고 정말 모두가 학점을 잘 받고 취업을 잘하는가? 시사 상식을 모두 꿰고 재테크까지 잘하는가?


그렇지만 좌절하기엔 아직 이르다. 잘못된 것은 내가 아니라 경제학, 정확히는 현실과 큰 괴리가 있는 경제이론을 고집하고 있는 사회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이 책 <당신을 위한 경제학은 없다>에 따르면 그렇다. 저자 윤채현은 재무부에서 십여 년 근무하면서 은행정책, 증권정책, 산업금융정책 등에 관여했고, CJ투자신탁증권을 거쳐 투자분석 및 운용기획 팀장으로 일했다. 현재는 한국시장경제연구소 소장을 역임하며 한국은행, 우리은행, 농협, 키움증권 등 금융권을 비롯하여 삼성전기, 애경그룹 등 대기업에서 활발한 강의 활동을 펼치고 있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환율전문가다.


그는 이 책에서 '경제학의 이론과 현실의 괴리'가 현재 한국 경제의 위기를 낳았다고 주장한다. "현실과 큰 괴리가 있는 수요이론을 진리처럼 배운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각종 취업 시험이나 자격시험에 합격한 뒤 경제 정책 당국이나 중앙은행, 각종 금융회사, 경제연구소 등에 근무하면서 각종 통화, 금융 등 경제 정책을 세우거나, 고객의 소중한 자산을 관리하는 매니저가 되거나, 현실과 맞지 않는 오류투성이 기사를 쓰는 언론인이 되거나,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나 선생님이 되어 또다시 잘못된 수요이론을 학생들이나 대중에게 설명하고 가르침으로써 숱한 문제점을 확대 재생산해 낸다. 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서운 일인가!" (p.6) 경제학을 전공한 나는 이 문장을 읽고 가슴이 철렁했다. 내가 그토록 열심히 공부했던 경제학 이론들, 그토록 존경했던 교수님들의 말씀이 틀릴 수 있다니! 게다가 그렇게 배운 내용으로 수많은 곳에서 잘못된 주장과 판단을 했을지도 모른다니! 아찔하고 또 아찔한 일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경제이론이 현실과 어떻게 다른 것일까? 저자가 제기한 여러가지 논의 중에서도 나는 특히 경제학의 가장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수요이론의 맹점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경제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아니 경제학을 배우지 않은 사람이라도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낮아진다는 '수요의 법칙'을 알고 있거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명품 같은 사치재의 가격은 아무리 올라도 수요가 넘쳐나고, 주식이나 아파트의 경우에도 가격이 올라야 수요가 생기지, 떨어질 때 수요가 늘지 않는다. (물론 예외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는 기존의 수요이론을 절대적인 진리인양 가르치고 있고, 국가시험은 물론 기업의 취업시험과 각종 자격시험에서도 이에 근거한 문제를 내서 합격자를 뽑고 있다. 과연 이것이 옳은 것일까?


물론 저자의 주장을 반박할 여지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들이 만든 정부의 경제 정책이 늘 헛스윙에 그치고, 기업은 기업대로 명품, 럭셔리 등 온갖 말로 가격 인상을 포장하는 이런 상황에서, 저자의 주장이 솔깃하게 들리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비록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읽기에는 어려운 감이 없지 않지만, 시간을 들여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찬찬히 읽어본다면, 적어도 저자의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려고 노력해본다면 읽은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를 위한 경제학은 없는 세상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내가 공부해서 얻은 지식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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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플래너 - 세상에서 가장 쉬운 21일 행복 실천법
레지나 리드 지음, 이고은 옮김 / 나무발전소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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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봄맞이 대청소 소식이 들려온다. 집에 있는 해묵은 짐들을 정리하고 사무실도 말끔히 청소하여 기분전환 하고 싶은 마음, 누구나 같을 것이다. 내가 사는 공간, 일하는 공간뿐 아니라 생활 전반을 정리하고 싶다 하는 분께 추천할 만한 책을 읽었다. 바로 미국의 정리 전문가 레지나 리즈의 <행복 플래너>다.


레지나 리즈는 연극과 TV 드라마 출연 경력이 있는 배우지만 정리 컨설턴트로 훨씬 더 유명하다. 무려 20여 년 간 정리전문가로 활동해온 그녀는 사무실이나 집 등 주변 환경을 정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타인의 요구에 잘 끌려다니는 경향이 있고 이유 없이 불안에 떨며 불행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래서 저자는 사람들이 정리를 통해 외부로만 향해있던 관심을 내면으로 돌리고, 공간뿐 아니라 인간관계, 직업, 생활까지도 깔끔하게 정리함으로써 행복을 느끼게끔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책은 구성이 매우 독특하다. 정리라고 해서 방안을 쓸고 닦는 정리뿐 아니라, 시간 정리, 우선순위 정리, 인간관계 정리, IT 기기 정리, 직업적인 정리 등 생활 전분야에 걸친 정리 방법이 소개되어 있는 데다가, 1월부터 12월까지 총 일 년 동안 한 주에 하나씩 정해진 미션을 수행하게끔 구성이 되어 있어서 '정리의 모든 것'을 1년 안에 해치울(!) 수 있게끔 되어 있다. 지난 일주일 동안 나는 지금 바로 실행하기 힘든 내용은 빼고 당장 할 수 있는 것들만 몇 가지 실천해 보았다. 먼저 1장 '새로운 시작'에 나와 있는 팁 중에서 '나만의 행복 플래너 만들기'와 '아침 시간 즐기기'를 시행해 보았다. 방법은 간단했다. 책상 구석에 쳐박아 두었던 다이어리를 다시 꺼내고, 아침에 20분 더 일찍 일어나면 끝! 예상 외로 효과가 좋다. 복잡했던 일상이 다이어리 하나로 깔끔하게 정리되고, 아침에 20분 일찍 일어나는 것만으로 하루가 길어진 느낌이 든다. 내친 김에 지금보다 20분 더 일찍 일어나볼까 싶다.


가장 효과가 좋았던 파트는 2장 '홀가분하게 비우기'와 3장 '꿈을 키울 공간 만들기'다. 설명에 따라 책상 정리와 서류 정리를 했는데 효과가 만점이다. 그동안 책장 들일 공간이 더 없다는 핑계로 책을 방안 곳곳에 탑처럼 쌓아놓고 지냈는데, 이 책을 읽고 공간박스 몇 개를 구입했다. 작은 크기의 공간박스를 책장 밑에 넣어서 책장 대신 쓰니 빈공간을 활용할 수 있어서 좋고 많은 책이 정리되어 방안이 한결 깔끔해졌다. 진작 이렇게 할 걸, 겨울 내내 고생했던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그 김에 책상 위도 정리하고, 서류도 처분을 했는데 굉장히 좋다. 방을 쓸고 닦는 것만이 청소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책을 읽으면서 얼마 전에 읽은 <문제는 무기력이다>라는 책을 떠올렸다. 사실 이 책에 나와 있는 팁 중에 어려운 것,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다. 다 알고 있고, 부모님에게서든 학교에서든 어디선가 배운 것인데, 그놈의 게으름과 귀차니즘 때문에 실천을 못하고 있을 뿐이다. 혹자는 봄의 다른 이름이 우울증이라고도 하고, 춘곤증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건강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에게 봄은 새로운 시작의 계절이고, 도전의 계절이다. 봄맞이 대청소는 엄두도 못 내는 사람, 엄두는 나는데 몸이 안 따라주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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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공부 - 창의성의 천재들에 대한 30년간의 연구보고서
켄 베인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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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우리 집은 공부하기에 매우 적합한 환경이었다. 아버지는 국가고시를 준비하느라 퇴근 후 방안에서 공부를 하셨고, 그동안 어머니와 나, 동생은 조용히 책을 읽었다.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나서 어머니는 1년 동안 출판사에서 영업 일을 하셨는데, 안그래도 책 읽기가 일상화된 집에서 어머니가 일 핑계 삼아 책을 많이 구입하시니 집 전체가 도서관처럼 바뀌었다. 동화책, 위인전, 과학전집, 사회과전집, 소설전집 등 없는 책이 없어서 나와 동생은 하루 종일 집에서 책을 읽었다. 덕분에 따로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학교 공부가 수월했고, 성적도 늘 좋았다. 


그러나 고학년이 되면서 공부 환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집에서 하는 공부는 내 페이스대로 진행되는 반면, 학교에서 하는 공부는 학교 커리큘럼과 다른 아이들의 진도에 맞추지 않으면 안 되었다. 또한 집에서 하는 공부는 깊이 알고 싶은 내용은 더 깊이 공부하고, 그만하고 싶은 공부는 그만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반면, 학교에서 하는 공부는 자율성이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집에서 하는 공부와 달리 학교에서 하는 공부는 성적이 매겨지기 때문에 이해 여부와 무관하게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는 점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학교 과목이 내가 좋아하는 국어와 영어, 사회과학 위주라서 그나마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지, 만약 내가 이과였다면, 다른 과목을 공부해야 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좋아하는 공부, 내가 좋아하는 방식대로 자유롭게 공부했더라면 지금처럼 평범한 사회인이 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켄 베인의 <최고의 공부>를 읽으면서 공부의 의미와 목적, 가장 효과적인 공부법에 관해 생각해 보았다. 저자 켄 베인은 EBS <최고의 교수>에서 마이클 샌델을 비롯한 8인의 석학을 직접 선정한 "교수들의 멘토"로, 역사학 교수이자 현재는 University of the District of Columbia의 부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자는 책에서 먼저 세 가지 기본적인 학습자 유형을 소개한다. 첫째 '피상적 학습자'는 배운 내용을 활용하기 보다는 시험을 통과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수동적인 학습자 유형이다. 둘째 '심층적 학습자'는 열정적으로 분석, 종합, 평가, 이론화 같은 기술을 사용하는 능동적인 학습자 유형이다. 셋째 '전략적 학습자'는 졸업하고 인정받는 데에만 골몰하는 학습자 유형이다. 가장 바람직한 학습자 유형은 단연 '심층적 학습자'다. 그러나 어떤가? (거울을 포함하여) 주변을 둘러보면 피상적 또는 전략적 학습자가 훨씬 더 많이 보인다.


저자는 학습자의 잠재성을 이끌어내고 능력을 최대화할 수 있는 교수법으로 폴 베이커의 '능력의 통합'이라는 강의를 예로 든다. 이 강의에서 폴 베이커 교수는 자기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자질과 경험의 진가를 깨달음으로써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받았다. 여기서 저자가 강조하는 부분은 공부의 목적이 단순히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고유한 자질과 경험을 활용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대학 졸업 연설에서 언급한 'connecting the dots'를 예로 들 수 있다. 잡스는 이 연설에서 그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캘리그라피를 배웠던 경험이 훗날 매킨토시 컴퓨터를 만들 때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것, 끌리는 것, 좋아하는 것 - 이 모두는 그 사람의 고유한 특성과 자질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 지표들을 어떻게 발견하여 공부 또는 일과 연결시키느냐에 따라 공부의 질, 일의 질, 인생의 질이 수백 배, 수천 배는 높아질 수 있다.


책에는 제프 호킨스, 데이비드 프로테스 등 수많은 성공적인 학습자들의 예가 소개되어 있다. 그 중에는 엘리자 노 라는 한국계 여성의 사례도 있다. 그녀는 한국인 아버지의 강압적인 교육 방식과 엄격한 학교 시스템에 못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언니의 죽음을 계기로 전략적 학습자 유형에서 벗어나 심층적 학습자로 거듭났다. 비록 결과는 좋게 났지만,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성적 지향적 교육 방식의 폐해를 보여 주는 사례 같아서 안타깝고 가슴이 철렁했다. 이런 사례만 보아도 공부는 단순히 부모 뜻대로 하거나 학교나 학원 같은 전문기관, 교육제도에 맡긴다고 다 되는 일이 아닌 것 같다. 공부의 주체는 학습자이고, 부모나 교사는 길잡이 역할밖에 할 수 없다. 길잡이가 알려달라는 길은 알려주지 않고,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을 가면 좋은 길잡이라고 할 수 없다. 최고의 공부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학생과 부모, 교사, 사회인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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