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얼굴은 답을 알고 있다 - DNA에 숨겨진 인간 재능의 기원
최창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외모 때문에 사람을 차별하는 행위를 '루키즘(Lookism)' 이라고 한다. 루키즘은 성차별(sexism), 인종차별(racism) 만큼이나 지양되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외모 때문에 사람을 차별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연예인의 외모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고, 취업 면접이나 맞선, 소개팅 같은 자리에서도 외모를 트집 잡으며 상처 주는 사람이 매우 많다. 하다못해 어린 아이들도 외모로 사람을 차별한다. 누구는 예쁜 선생님, 누구는 못생긴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대놓고 호감, 비호감을 표하는 건 예사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잘생기고 예쁜 아이들이 압도적으로 인기가 많은 반면 못생기고 뚱뚱한 아이는 따똘림을 당하기 쉽다. 이쯤되면 외모 차별은 인간의 본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외모를 차별의 요인으로 삼지 말고 각자의 개성을 찾는 발판으로 삼으면 어떨까? 최창석 교수의 <얼굴은 답을 알고 있다>를 읽으면서 외모 중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얼굴에 관해 생각해 보았다. 저자 최창석 교수는 홍익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가나자와 대학에서 사람의 얼굴을 대상으로 영상처리와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을 구사하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현재는 1992년부터 명지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국내 최고의 얼굴 연구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이 책은 무려 5년 반 동안 연구한 결과를 집대성한 역작으로, 학술서 내지는 논문에 가깝다. 사실 처음에 얼굴에 관한 책이라고 해서 관상 전문가가 쓴 대중서인가 했는데 의외로 학술서, 그것도 과학적인 연구서라서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우리가 평소에 잘 알고 있고 자주 느끼는 사항들을 저자가 학자로서 학문의 언어로 정리한 것이라서 내용이 크게 어렵지 않고, 많은 것을 배운 느낌이 들었다.
저자는 북방과 남방의 기후 차이, 환경 차이가 사람의 성격뿐만 아니라 문화의 차이도 낳았을 것이라고 전제한다. "사람도 동물처럼 기후와 환경에 적응하면서 얼굴, 체형, 재능도 달라졌을 것이다. 한민족이 왜 흰 옷을 선호하게 되었는지, 남방민족이 왜 화려한 색의를 선호하게 되었는지도 직감적으로 깨닫게 되었다." (p.9) 이에 근거하여 저자는 한국인의 얼굴 유형을 크게 북방형과 남방형으로 구분했다. 북방형은 말 그대로 북쪽 지방에서 사냥을 하며 살아온 민족의 후예로, 동적, 공격적이고, 활달하며 경쟁심이 강하다. 반면 남방형은 남쪽 지방에서 채집을 하며 비교적 평화롭고 온순하게 살아온 민족의 후예인데, 정적이고 침착하며, 분석적이고 치밀한 특징이 있다.
북방형의 대표적인 얼굴은 김연아와 박지성이다. 신체적인 기능이 뛰어나고 경쟁심이 강하며, 활달하고 호전적인 성향을 얼굴만 보아도 알 수 있다고 한다. 남방형의 대표적인 얼굴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안철수 등을 들 수 있다. 두 사람 모두 사람들을 통솔하고 관리하는 능력이 있고, 치밀하고 분석적인 성격으로 학술적인 성취도 뛰어났다. 뿐만 아니라 경쟁이 치열하고 신체적인 활동이 주가 되는 직업인 연예인(특히 K-POP 아이돌 그룹), 골프와 양궁 등 스포츠 스타, 프로게이머 중에는 유난히 북방형이 많은 반면, 여러 사람을 관리하고 오랜 시간 침착하게 해내야 하는 일이 많은 기업가, 정치인, 공무원, 소설가, 만화가 등은 남방형이 많다.
이밖에도 각 기업의 주력업종, 리더십 스타일, 패션, 자동차, 휴대폰, 도자기, 게임 등 수많은 것들이 얼굴로 분석이 가능하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예를 들어 무채색시, 저해상도시, 운동시인 북방형은 무채색을 선호하는데, 이로 인해 북방형이 다수인 우리 민족이 예부터 '백의 민족'으로 불렸고, 현재까지도 무채색 자동차, 무채색 패션, 무채색 그릇, 무채색 휴대폰 등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반면 유채색시, 고해상도시, 물체시인 남방형은 화려한 무늬와 색채를 좋아하기 때문에, 동남아시아 지역의 전통 의상이 대부분 화려한 무늬이고, 옷 색깔과 그릇 색깔 등이 화려하다.
얼굴이 그 사람의 재능과 인생을 결정한다면 후천적인 노력은 필요없는 것인가, 너무 결정론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저자는 이러한 생각에 대해 과학적인 분석과 수많은 사례로 반박한다. 또한 자신의 얼굴을 이해함으로써 자신이 어느 타입의 인간인지를 알 수 있고 보완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또한 한 분야에서도 요구하는 역할과 재능이 다를 수 있고,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는 북방형과 남방형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퓨전형 인간'이 대세이기 때문에, 그러한 사회적 요구와 시대적 현상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얼굴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책을 다 읽고 거울을 들여다보니 내 얼굴은 남방형과 북방형이 다 있지만 남방형이 우세한 것 같다. 독서를 좋아하고 공부하는 걸 힘들어지 않는 성격도 남방형에 가깝다. 이러한 나의 남방형 성격을 극대화하면서 북방형 성격을 보완하여 퓨전형 인간으로 거듭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