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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비즈니스를 배우다, 한남 - 비즈니스 인사이트 발견을 위한 CEO, 기획자, 마케터 필독서
배명숙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19년 10월
평점 :
예전에는 뉴욕, 런던, 도쿄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도시를 돌아보며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얻는 사업가 또는 기획자가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한국에서도 앞선 감각의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배명숙의 책 <거리에서 비즈니스를 배우다, 한남>이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 배명숙은 20대에 혼자 힘으로 중개무역을 기반으로 한 수입 유통 사업을 시작해 현재는 100억 대 매출 기업의 최대주주가 되었다. 이 책은 사업과 투자에 대한 남다른 철학과 관점을 가진 저자가 서울 한남동에서 얻은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책에는 블루스퀘어, 용산공예관, 투핸즈, 패션5, 맥심 플랜트, 스페이스 신선, 사운즈한남, 스틸북스, 디뮤지엄 등 한남동의 상징적인 장소들을 저자가 직접 찾아가 알아낸 성공 비결이 나온다. 한남동에는 유난히 대기업의 플래그십 스토어나 신생 기업의 홍보관이 많다. 같은 부촌인 강남과 한남동의 차이는 뭘까. 저자는 한남동이 강남에 비해 유동인구는 적지만 상위 20%에 해당하는 소비자층이 많이 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남동은 이태원이 가깝고 외국 대사관이 많아서 외국인들도 많이 산다. 그만큼 새로운 유행과 문화가 빨리 나타나고 사업가나 기획자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요소가 많다.
패션5는 파리바게트,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으로 유명한 SPC그룹의 플래그십 스토어다. 패션5는 개점 직후부터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빵이나 케이크가 많이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큰 화제가 되었다. 패션5는 빵이나 디저트를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답게 빵, 디저트용 과자, 케이크, 초콜릿 등으로 섹션을 구분하고 각각 최고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고정 메뉴 자체도 진귀하지만 여기에 새로 개발한 빵을 정기적으로 추가해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패션5에 가보면 일반적인 베이커리에서 파는 빵이나 케이크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가 이렇게 많고, 이들을 겨냥한 신규 시장 개발이 전도 유망한 사업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한남동에는 크고 세련된 건물이 많다. 그런데 그중에 유독 낡고 허름한 건물이 있다. 이 건물에는 프라이탁, 밀리미터밀리그램,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이 들어서 있다. 이 브랜드들은 모두 새로운 물건이 쏟아지는 요즘 같은 시대에 더 오래, 튼튼하게 쓸 수 있는 물건을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목표는 이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는 건물의 외관과도 딱 맞아떨어지면서 상당한 홍보 효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점에는 옛날 상표가 인쇄되어 있는 유리컵, 손때가 묻은 무쇠솥, 오래전 학교 앞 분식점에서 보았던 플라스틱 그릇 같은 것들이 진열되어 있어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오래된 물건의 가치를 생각해보게 한다. 이런 제품들을 나이 든 사람들은 복고 제품이라고 부르지만, 젊은 사람들은 새롭고 참신한 '갬성 '아이템이라며 좋아하는 추세다.
저자가 한남동 비즈니스 트립을 할 때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사운즈한남이다. 사운즈한남은 카페, 서점, 갤러리, 편의점, 와인 바, 뮤직 라운지, 고급 레스토랑 등이 한데 모여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사운즈한남은 주거, 오피스 공간과도 연결되어 있어서 내부에서 거주하거나 일하는 사람이 잠깐 와서 휴식을 취하거나 쇼핑을 즐길 수도 있고, 외부에서 온 사람이 새로운 경험을 하기에도 좋다. 한남동에는 이런 식으로 특정 건물 또는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매장 또는 상업 공간이 많이 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멀리 가지 않아도 집 근처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고, 사업가는 특정 소비층을 염두에 두고 그들에게 맞춤한 제품 또는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