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서 이기는 관계술 - 사람도 일도 내 뜻대로 끌어가는 힘
이태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기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 아니 동물의 본성인지라 교육이나 자본주의의 영향을 받지 않은 아이들조차도 지면 울음을 터뜨리고 분해한다. 그런데 모두가 이길 수는 없는 것이 세상사다. 이기는 사람이 있으면 지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고, 이긴 사람도 때로는 질 수 있고, 진 사람도 언젠가는 이길 수 있다. 이기는 것만 좋아하고 지는 것을 싫어하다가는 스트레스와 좌절감 때문에 살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이기는 때보다 지는 때가 더 많은 보통 사람들은 이기는 방법을 배우는 것보다 지고나서 빨리 회복하는 방법 또는 지면서 이기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훨씬 나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한번 승부가 펼쳐지게 되면 승부 자체에만 집중하지 승부 이후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략) 조카 아이와의 부루마블 게임에서 이겼다고 흥에 겨워 방방 뛰는 삼촌이나, 재미로 하는 부하직원과의 고스톱에서 돈을 땄다고 뛸 듯이 기뻐하는 상사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승부가 끝난 후 아이들과 부하 직원의 기분은 과연 어떨까요?" (p.8) 


<지면서 이기는 관계술>은 사실 자칫 비판적으로 볼 뻔했던 책이다. '관계술'이라는 단어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일종의 기술이나 책략, 전술 같은 수준으로 낮잡아보는 뉘앙스를 주었기 때문이다. 나같은 독자들이 있을줄 예상했는지, 친절하게도 저자는 말머리에 책의 핵심을 적어두었다. "이 책의 제목은 '지면서 이기는 관계술'인데요, 여기서 방점은 '지면서 이기는' 혹은 '이기는'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술'에 있습니다. (중략) 관계에서는 지는 것도 이기는 것도 없습니다. 굳이 이긴다는 표현을 쓴다면 양쪽 모두 이길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관계술의 핵심입니다." (p.7) '지면서 이긴다'는 말도 매력적인데, 방점은 '관계술'에 있다니 더욱 놀랍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이 다 '같이 잘 살자'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점을 놓치는 자기계발서들이 이제까지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기존의 자기계발서와는 다른 내용이 아닐까 기대하며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저자 이태혁은 SBS TV <스타킹>에 출연해 카드를 이용한 심리 게임을 선보인 바 있는 천재 포커다. 프로겜블러였던 그는 최근에 강사로 변신하여 상대의 속마음을 읽고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원하는 것을 얻는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다. 그의 강연은 특히 고객의 마음을 빠르게 읽어야 하는 세일즈맨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하는데, 그의 강연을 듣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앞서 강조한대로 책의 핵심은 '관계술'이고, 정확히는 관계를 잘 형성하기 위해 일부러 져주고, 지면서도 이기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저자는 관계술을 총 네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는 '나를 버리고 상대를 얻는 관계술'이다. 동반의존증, 방석형 인간, 겉맞추기 원리 등 어려워 보이는 개념이 줄줄이 등장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것들이다. 가령 동반의존증은 사랑이나 우정 등 관계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중독되어버리는 인간형을 말하고, 방석형 인간은 깔고 앉는 방석처럼 남들에게 깔리는 신세가 되는 것을 자처하는 인간형을 말한다. 이들은 나를 버리기만 할뿐 상대를 얻지 못하며, 심지어는 상대에게 이용당하다가 나를 망치기까지 한다. 상대를 존중하면서 나를 지키는 것이 관계술의 첫번째 단계라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둘째는 '상대의 힘을 내 힘으로 만드는 관계술'이다. 상대의 힘을 내 힘으로 만든다고 하면 카리스마 같은 위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그것은 진정한 관계술이 아니다. 유머나 칭찬 등을 통해 상대가 저절로 나에게 힘을 보태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카리스마다. 예를 들면 국민MC 유재석처럼 유머를 적절히 구사하고 여러 사람의 개성을 살려주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인정받으며 리더까지 될 수 있다. 


셋째는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희생하는 관계술'이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또는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NO(또는 YES)'라고 말하고 싶은데 'YES(또는 NO)'라고 말해야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럴 때 내 자존심이나 양심을 지키자고 속에 있는 말을 그대로 한다면 고지식하다, 융통성 없다, 사회성이 부족하다 등의 핀잔을 듣게 된다. 이럴 때에는 상대의 말을 들어주고 의견을 받아주는 것이 오히려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당장 부드러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뿐 아니라, 상대에게 마음의 빚을 지움으로써 내 패를 늘리는 이득도 얻을 수 있다. 마지막 넷째는 '나도 이기고 상대도 이기는 관계술'이다. 업무에서든, 연인 또는 친구 관계에서든 내가 원하는 것만 줄창 요구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상대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먼저다. 약점을 들추는대신 감싸주고, 지배욕을 통제하는 대신 인의로 사람을 대하고, 상대가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에 귀기울일 때 나의 감정도 훨씬 편안해지고 원하는 것도 얻을 수 있다. 


여러가지 기술이 나오지만 궁극적으로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만사의 핵심이 인간관계라는 것이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학교에서 처음 친구를 사귀던 때를 떠올리며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해보자. 업무가 잘되는 것은 물론이고, 운좋으면 마음도 잘 맞고, 심지어는 평생토록 같이 가는 사람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돈을 버는 것도, 일을 하는 것도 결국에는 사람들과 잘 지내기 위해서라는 것을 잊지 말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빅 데이터가 만드는 세상 - 데이터는 알고 있다
빅토르 마이어 쇤버거 & 케네스 쿠키어 지음, 이지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1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핫(hot)'한 이슈를 고르라면 단연 '빅 데이터(big data)'다. 방대한 양의 정보를 고속 처리하여 즉시 분석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신기술을 이르는 빅 데이터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차세대 빅 트렌드로서 주목받고 있다. 최신 기술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나조차도 최근 몇 개월 동안 자의반 타의반(?)으로 빅 데이터에 관한 책을 여러권 읽었는데, 이번에 또 한 권의 빅 데이터 전문서가 출간되었다. 제목은 <빅 데이터가 만드는 세상>. 저자 빅토르 마이어 쇤버거는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소에 재직 중인 빅 데이터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이며, 공저자 케네스 쿠키어는 <이코노미스트>의 데이터 편집자를 역임하고 있는 비즈니스, 경제 전문 저널리스트다. 두 사람이 쓴 책 <빅 데이터가 만드는 세상>은 빅 데이터의 의미와 중요성, 현황과 미래, 문제점 등 빅 데이터의 모든 것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파헤친 본격 '빅 데이터' 전문서다.



세계가 빅 데이터에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유용성이다. "2009년 H1N1 위기가 닥치자, 으레 시간차가 발생하게 마련인 정부의 공식 통계보다 구글의 시스템이 훨씬 더 유용하고 시기적절한 지표라는 사실이 판명됐다. (중략) 놀랍게도 구글의 방법은 샘플 채취용 면봉을 배포할 필요도 없었고, 동네 내과마다 연락할 필요도 없었다. 필요한 것은 '빅 데이터' 뿐이었다." (p.13) 이처럼 빅 데이터 기술을 활용하면 특정 질병이 왜 발생했는지 이유를 따지느라 시간을 보내는 대신, 질병이 발생했다는 자료가 수집되는 즉시 치료법을 개발하고 예방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수 있다. 즉, 이론이나 학문적 설명 등 복잡한 인과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결과에 집중함으로써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업의 경우, 트렌드를 포착하고 그 이유를 분석한 후에 제품 개발, 마케팅 등의 단계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트렌드가 형성되는 즉시 바로 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됨으로써 매출을 높일 수 있다.



기존의 분석, 예측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빅 데이터의 가치는 매우 높다. 그러나 문제점도 있다. 첫째는 빅 데이터가 경제학, 정치학 등 여러 학문에서 개발한 이론을 부정함으로써 '이론의 종말'을 가져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옹호론자들은 빅 데이터가 이론의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그 지위를 역전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빅 데이터를 만들고 분석하는 툴은 여전히 학문적 바탕에 기반하고 있으며, 빅 데이터가 다루는 정보 역시 이제까지 세상에 없었던 정보가 아니라 기존의 정보가 재생산된 것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빅 데이터가 기존의 이론이라든가 분석, 예측 방식을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은 낮다.  



가장 큰 문제점은 빅 데이터가 특정 집단을 위해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실시한 인구조사, 17세기 영국의 토지대장 사업, 신라시대의 민정문서 등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역사적으로 정보는 지배층이 피지배층을 관리,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형성, 수집되었다. 빅 데이터 기술이 발달할 경우, 국민들의 삶이 발전될 가능성도 있지만, 정부나 정보기관에 의해 국민들을 감시하고 처벌하는 용도로 악용될 여지 또한 존재한다. "빅 데이터 때문에 우리 생활은 더 많은 감시가 가능해진다. 또 사생활을 보호하는 일부 법적 수단들은 무용지물이 되며, 익명성을 보존하기 위한 핵심적인 기술적 방법들도 효과를 잃는다. 똑같이 불안한 것은 개인에 대한 빅 데이터 예측이 행동이 아닌 성향에 기초해서 사람들을 처벌하는 데 이용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일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약화시킨다." (pp.308-9) 



옹호론자들의 말만 들으면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처럼 느껴지지만, 빅 데이터의 영향력은 생각만큼 강력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TV가 발명된 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신문과 라디오는 여전히 존재하며, 인터넷이 보편화된 지금도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TV에 나오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에 관한 이야기를 할 뿐이다. 최신 기술로 추앙받고 있는 스마트폰 역시 책, 신문, 라디오, TV, 인터넷 등 기존의 미디어를 하나의 미디어에 담은 플랫폼에 불과하다. 빅 데이터도 그 발상과 기술 자체는 훌륭하지만,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이 개발되지 않는다면 악영향만 낳고 사라질지도 모른다. 빅 데이터가 과연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위대한 발명이 될지, 아니면 '빅 브라더'로 악용될지 여부에 관해서는 인간의 지혜가 더해져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자는 목소리로 90% 바뀐다
우지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무리 예쁘고 잘생긴 연예인이라도 목소리가 아름답지 않아서, 소위 '깨는' 경우가 있다. 반면 외모는 별로인데 목소리가 좋아서 인기가 많은 연예인은 제법 많다. 배철수는 잘생긴 축에 드는 연예인은 아니지만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목소리로 라디오 진행을 하며 20년 가까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유인나라는 배우가 (물론 예쁘지만) 김태희나 한가인만큼 뛰어나게 예쁘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녀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외모도 훨씬 예쁘게 보이고 배우로서의 호감도도 높아졌다. 그녀의 고운 목소리와 애교 섞인 말투를 듣고 있으면 같은 여자인데도 기분이 좋아지고 나도 이런 목소리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목소리가 예쁘면 안 예쁜 사람도 예뻐 보이고, 예쁜 사람은 더 예뻐 보인다는 것을 직접 경험한 셈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보이스 컨설턴트 우지은이 쓴 <여자는 목소리로 90% 바뀐다>는 목소리의 중요성과 좋은 목소리를 가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다. 우지은은 홍익대 불문과 졸업 후 충주 MBC 아나운서를 거쳐 KBS, EBS, YTN, CBS, 한국경제 등 다수 방송사에서 전문 MC 및 리포터로 활약한 바 있는 방송인 출신이다. 방송인으로서 오랫동안 갈고닦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보이스 트레이너로 전직한 그녀는 기업, 대학,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보이스 트레이닝과 프레젠테이션 강의를 진행한 바 있으며, 몇 년 전에는 W스피치커뮤니케이션 이라는 회사의 CEO로 취임하여 보이스 트레이닝을 전문적으로 강의하고 있다. 삼십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이렇게 많은 경력을 쌓고 여러가지 일에 도전해 성취했다는 사실이 여자로서, 그리고 인생의 후배로서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저자는 먼저 목소리의 힘에 대해서 설명한다. 목소리의 힘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아무리 '비주얼' 시대라고 해도 비슷한 조건이면 목소리가 좋은 사람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얼마 전 보이스 컨설팅을 받기 위해 나를 찾아왔던 한 승무원 지망생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최근에 승무원 1차 면접시험을 보았는데, 여덟 명이 쭉 늘어서서 자기소개할 때였다고 한다. 옆에 서 있던 한 지망생의 목소리가 마치 아나운서처럼 명료하고 예뻤는데,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고개를 푹 숙이고 지루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면접관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더라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사람들의 주목을 확 끌어당기는 맑고 예쁜 목소리를 만들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다고 한다." (p.68) 목소리가 중요한 이유는 비단 듣기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목소리는 내면의 자신감이 발현된 것으로, 자신감이 없는 사람은 목소리가 작아지고, 발음이 흐려지고, 말이 빨라지고, 횡설수설하게 된다. 반면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목소리가 우렁차고, 발음이 분명하며, 말의 속도가 적당하고 논리적이다. 보이스 트레이닝은 목소리를 듣기 좋게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내면의 자신감을 키워서 자신의 가치를 보다 잘 표현하고 남들과 잘 소통하게 도와주는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생각없이 '안구운동'만 하며 읽지 않고 직접 소리내어 읽어보았다. 저자의 설명대로 흉식호흡 대신 복식호흡을 해보고, 아나운서처럼 부드러운 음성을 내기 위해 인중공명발성법도 연습해보고, 발음도 교정해보고, 팔을 휘두르는 제스처까지 따라하며 둥근 억양 연습까지 해보았다. 처음이라서 쉽지는 않았지만 아무 생각없이 말하고 읽을 때보다는 확실히 목소리가 좋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자는 대학 시절 고시원 옥상에서 매일같이 리딩 연습을 하며 훈련을 했다는데, 나도 시간이 날 때마다 (물론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때) 연습을 하면서 목소리를 좋게 만들고 싶다. 



또한 이 책에는 보이스 트레이닝뿐 아니라 외모, 표정, 말씨, 매너 등 이미지 전반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나와 있다. 외모나 목소리 말고도 이미지를 좋게 만들기 위해서 신경써야 할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사실이 다소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요즘은 여자뿐 아니라 남자들도 이미지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추세이고, 사회생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기본소양으로서 이미지를 잘 관리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나를 잘 보이기 위해서라는 이유보다도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라는 의미에서 목소리, 그리고 자신의 이미지에 신경을 써보면 어떨까? 당장 취업 면접, 프레젠테이션, 발표, 업무 대화에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연애나 친구 관계 등 사생활에서도 덕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부와 열정
제임스 마커스 바크 지음, 김선영 옮김 / 민음사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 많은 책을 읽었지만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책 중 하나가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이다. 줄거리라든가 주제 같은 건 도무지 기억이 안 나는데도 그 소설을 기억하는 이유는 그 소설을 읽고 쓴 독후감으로 백일장 대회에서 큰 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책읽기도 좋아하고 글쓰기도 좋아했지만 스스로 책을 많이 읽는다,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은 한번도 한 적이 없는데, 그 때 상을 받고나서 내가 쓴 글이 잘쓴 글은 아니라도 남들 보기에 나쁘지 않은 수준은 되나보다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일이 있은 뒤 조금은 더 자신감을 가지고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 시절 나에게 꿈을 주었던 작가 리처드 바크는 아버지로서도 훌륭한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학교 교육이 싫어서 16살 때 고등학교를 자퇴한 소년이 20살에 최연소 팀장으로 애플에 입사하고 테스터로 성공하기까지의 과정과 공부방법이 담겨있는 책 <공부의 열정>의 저자 제임스 마커스 바크는 바로 리처드 바크의 둘째아들이다. 비록 리처드 바크는 파산 위기에 몰릴만큼 경제적으로 무능했고 이혼 후 아이들과 떨어져 살았지만. 제임스와는 꾸준히 연락을 하면서 활화산 같던 그를 보듬어주고 책을 쓰게끔 인도했다. 어머니와 새아버지, 선생님 등 주변의 모든 어른들과 불화를 빚었던 그가 유일하게 잘 지낸 어른이 떨어져 살고 있는 친아버지라는 사실이 안타깝지만, 그 덕분에 아버지와 더 긴밀히 지낼 수 있었던 것은 불행 중 다행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학교 교육이 싫었다고 한다. 교사들의 강압적인 교육 방식도 싫고, 숙제도 시험도 싫었다. 그는 남이 시켜서 하는 공부보다 스스로 찾아서 하는 공부를 좋아했다. 관심 있는 분야가 생기면 먹고 자는 것을 잊을만큼 빠져들었고, 직접 책을 찾아보거나 주변의 어른들에게 물어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나 학교는 그의 그러한 공부 방법을 인정해주지 않았고, 배려하거나 이해해주지도 않았다. 결국 그는 16살 때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어른들은 그에게 고교 자퇴 학력으로는 주유소 아르바이트 정도밖에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몇 년 후 그는 최연소로 애플의 팀장이 되었고, 세계적인 컴퓨터 프로그래머이자 테스터로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어른들의 편견을 보기좋게 깨뜨린 것이다.


학교를 다녀야, 기왕이면 제일 좋은 학교를 다녀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일반적의 믿음과 달리, 그는 '일찍 학교를 그만두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도 처음 애플에 들어갔을 때는 고교 자퇴 학력인 자신이 대졸 학력이나 석사,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들과 경쟁하여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그러나 혼자서 업무에 필요한 기술부터 역사학, 경제학 등 다른 분야까지 독학으로 섭렵해가는 그와 달리, 학위를 가진 사람들은 학교나 학원에서 남이 떠먹여주는 공부가 아니면 할 생각을 안 했다. 몇 년 후 그의 기술과 지식은 그보다 높은 학력을 가진 사람들을 훌쩍 뛰어넘었고 훨씬 빨리 성공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처럼 학교 밖에서 배움을 구하고 자발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버커니어'라고 부른다. 이들이 목표로 하는 것은 학교를 파괴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학교를 다녀야만 훌륭한 교육을 받을 수 있고, 또 학교에서 해주는 교육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아이들이 우등생이라는 널리 퍼진 믿음'(pp.38-9)을 파괴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공부할 생각은 하지 않고 학교나 학원을 전적으로 신봉하며, 선생님이 하라는 것만 하면 저절로 공부가 되는 줄로 믿고 있다. 사장의 말을 잘듣고, 상사 앞에 굽신굽신하는 사람이 되는 게 꿈이라면 그렇게 공부해도 괜찮다. 하지만 자기 힘으로 살아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 정도 교육으로는 어림도 없다.


학교 다닐 때 나는 반장을 도맡아 하고 성적도 좋은, 소위 말하는 모범생, 우등생이었다. 그 때 나는 바보같이 그게 나의 능력이고 재주인 줄 알았다. 그러나 대학에 가서보니 나같은 아이들은 널려 있고, 나보다 잘난 아이들이 훨씬 많았다. 그 때 비로소 알았다. 반장이나 1등이라는 '타이틀'은 내가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하라는 것을 잘 했다는 징표일 수는 있어도, 그것이 내가 정말 쓸모있고 매력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선생님이 할 일은 아이들이 울타리 안에 얌전히 모여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울타리 밖으로 나가 자기 운명을 찾도록 독려하는 일입니다." (p.18) 그것을 몇십년 전에 깨닫고 진취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한 저자가 너무나도 멋있고 본받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탤런트 코드 - 재능을 지배하는 세 가지 법칙
대니얼 코일 지음, 윤미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학교를 졸업하면 더 이상 공부를 안해도 되는 줄로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 사회에 나와보면 학교에서 배운 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당장 내 밥벌이에 필요한 기술이나 전문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물론이고, 복사하기, 전화 받기, 사람 사귀기, 커피 타기, 심부름하기, 인사하기 등등 아주 기본적이고 당연한 것까지도 다시 배워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뿐이랴. 사람을 만나면 연애하는 기술을 배워야 하고, 결혼을 하면 배우자가 되고 부모가 되고 가족이 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삶은 배움의 연속'이라던 어르신들의 말씀이 참 옳다는 생각이 든다.


삶이 배움의 연속이라면, 하나를 잘하는 사람보다는 이것저것 잘 배우는 사람이 세상 살기가 더 수월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하나만 잘하는 장인이나 달인보다는, 공부도 잘하고, 돈도 잘 벌고, 인기도 많고, 놀기도 잘 노는 '엄친아', '엄친딸'에 열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공부든 운동이든 뭐든 간에 왜 누구는 척 보기만 해도 잘 따라 하는데, 누구는 아무리 보고 연습을 해도 도통 따라하지를 못하는 것일까? 그 비밀을 알고 싶어서 집어든 책이 바로 <탤런트 코드>다.


<탤런트 코드>의 저자 대니얼 코일은 저널리스트이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다. 저자는 인류의 오랜 과제였던 재능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1년 2개월에 걸쳐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성공적인 학습 패턴이 무엇인지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학자, 연구가뿐 아니라 축구선수, 테니스선수, 소설가, 음악가 등 다양했다. 조사 결과는 일반인들의 예상과 크게 달랐다. 성공한 이들의 대부분은 선천적으로 재능을 타고나지도 않았고, 영재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오히려 열악하기 짝이 없는 환경에 처해 있었고, 심지어는 스승은커녕 부모의 관심조차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공통적인 학습 과정과 부단한 연습을 통해 마침내 성공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세계적인 축구선수 펠레와 호나우도, 호나우지뉴, 테니스 여제 샤라포바, 가수 제시카 심슨, 브론테 자매 등이 바로 그 예다.


그렇다면 이들의 공통적인 학습 방법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첫째는 어설프더라도 끝까지 연습하고 이를 반복하는 것이다. "심층 연습은 역설을 바탕으로 한다. 바보 같아 보일 만큼 수없이 실수를 허용할수록, 즉 정확한 목적에 맞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수록 더 많이 향상된다. 혹은 약간 다르게 표현하자면, 속도를 늦추고 실수를 하면서 그 실수를 교정하는 의도적인 과정을 되풀이할수록 결국은 본인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점점 더 민첩하고 우아한 스킬을 습득한다." (p.31)" 브론테 자매의 경우 가정환경이 매우 좋지 않았고 따로 글을 가르쳐준 사람도 없었지만,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이야기책을 따라서 직접 이야기를 써보는 연습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 내용은 미숙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고 교정하면서 세 자매 모두 영국을 대표하는 문호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렇게 끊임없이 연습하고 반복하는 과정에서 '미엘린'이라는 신경섬유가 단련이 되는데, 미엘린층이 두꺼워지면 누구라도 엄청난 용량의 학습량을 소화할 수 있는 '천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둘째는 자신을 폭발시킬 '점화 장치'를 찾는 것이다. 미엘린층을 두껍게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이 필요하다.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을 들인다는 것은 공부할 대상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사랑할 수 있는 (공부 또는 학습) 대상을 찾고, 그 후에는 끊임없이 스스로 '나라고 왜 못하겠어?',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야' 등등의 암시를 걸고, 주변에서 끊임없이 자극을 주고 칭찬을 하고 격려해주는 것이 좋다. 여기에 학습자의 자질을 극대화하는 '마스터 코치'가 결합되면 학습자의 능력은 단기간 내에도 어마어마하게 성장할 수 있다. 사례 위주라서 책 내용을 실제로 적용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일 수 있겠지만, 현재의 학습 방법이나 교육 방법에 참고로 하면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천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위안이 되고 힘이 된다. 실패와 노력 없이 배울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저자의 주장은, 실수와 실패를 비난하고 거북이처럼 노력하는 사람을 비웃는 이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