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재테크 상식사전 - 2013 최신 개정세법 완벽 반영
유종오 지음 / 길벗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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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13년 최신 세법 개정사항이 완벽 반영된 <세금 재테크 상식사전>은 2011년에 발행된 초판의 개정판이다. 저자 유종오는 서울대학교 무역학과 졸업 후 공인회계사, 세무사 자격증 취득했으며, 현재는 인성회계법인 부대표를 역임하며 각종 매체에 절세 관련 칼럼을 쓰고 있는 세무 전문가다. 이 책에는 직장인, 자영업자, 프리랜서, 투자자, 자산가, 납세자 등 여러 입장에서 어떻게 세금을 납부해야 하며 절세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책인만큼 전문적인 용어는 가급적 자제하고 최대한 알기 쉽게 풀이하여 설명했으며, 표와 그림 등을 활용하여 보기 쉽게 구성이 되어 있다. 반드시 내야 하는 세금을 안 내는 '탈세'는 범법행위지만, 초과 납부한 세금을 환급받거나 비과세요건을 미리 알고 대비하여 불필요한 지출을 막는 '절세'는 재테크의 한 방법으로서 '세테크'라고 불리며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얼마 전 재형저축이 화제가 되었던 이유도 비과세 혜택 때문이었는데, 그만큼 세금 지출을 줄이는 것이 가계의 실질소득을 늘리는 데 큰 기여를 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이 책의 첫째마당에는 소득이 자동적으로 세금 신고가 되기 때문에 이른바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직장인들을 위한 세금 재테크 방법이 나와 있다. 맞벌이하는 집과 혼자 버는 집의 소득공제 방식은 어떻게 다른지, 임원일 때와 직원일 때 세금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퇴직소득은 어떻게 받는 것이 유리한지 등 평소 직장인들이 궁금해하지만 선배들이나 인터넷에서 답을 찾자니 찝찝했던 문제들에 대한 답이 나와 있어서 유용할 것 같다. 둘째마당에는 자영업, 프리랜서를 위한 세테크 노하우가 나와 있다. 이들의 경우 개인사업자에서 법인으로 전환할 때 혜택은 무엇인지, 창업할 때의 세테크는 무엇인지 등이 궁금할텐데, 직장인들과 다른 세목이 적용되기 때문에 자칫 어렵고 까다롭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 알기 쉽게 설명이 되어 있어서 좋았다.


이밖에도 최근 주식, 펀드 등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슈로 주목받고 있는 투자 세테크 방법과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상속, 증여세 세테크 및 생활 속 세금 재테크까지 세금에 관련된 다양한 문제와 방법들이 빼곡하게 정리되어 있다. '사전'이라는 제목이 무색하지 않게 방대한 양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점이 인상적이었고, 세금에 문외한이나 다름 없는 나도 읽기 쉽게 구성되어 있어서 앞으로 유용하게 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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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경제학의 진실
폴 크루그먼 지음, 김광전 옮김 / 황금사자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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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읽은 <우울한 경제학자의 유쾌한 에세이>와 이번에 읽은 <폴 크루그먼의 경제학의 진실>은 비슷한 시기 - 1990년대 중반 - 에 쓰인 책이다. 비슷한 시기에 쓰인 책이라서 그런지 다루는 이슈와 주장하는 내용, 비판하는 학자 등이 매우 비슷하다.


저자는 먼저 '경쟁력'이라는 개념 내지는 신화에 대해 비판한다. 경쟁력이라는 말, 참 자주 듣는다. 국가 경쟁력을 세계 몇 위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든지, 경쟁력이 높은 분야는 지원해야 하고, 낮은 분야는 정리해야 한다든지 등등 말이다. 그런데 경제학을 제대로 배운 사람이라면 경쟁력이라는 말을 적어도 국제경제에 대해서는 쓰기를 주저하는 게 맞다. 왜냐하면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 따르면 국가는 절대적으로 우위를 가지는 산업이 없더라도 무역의 원리상 비교우위를 가지는 산업이 하나 이상 존재하기 때문에 자유무역을 통해 무역의 이익을 누릴 수 있고 사회적 후생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등수를 매기듯이 경쟁력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며, 비교우위의 원리에 따라 무역을 하다보면 자의적인 경쟁력 향상 없이도 무역의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경쟁력을 비롯한 잘못된 국제경제학적 '상식'들은 경제학을 깊이 공부한 학자가 아닌 정치가, 정책가 또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만들어난 환상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국제무역에 관한 일반적 인식이 지배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덧붙여 그들은 스스로가 깊이 안다고 확신할뿐더러, 국제무역에 관계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믿도록 하지만 실제로 세계경제에 관해서는 가장 기초적인 원리와 사실도 모른다는 것이 나의 견해다." (p.115)


이런 식으로 저자는 국제경제학에 대한 오해를 하나하나 풀이하며, 궁극적으로 경제를 이해하고 세상을 알기 위해서는 '교과서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뜻 보기에 너무 간단한 해결책이라서 학자로서 무책임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보다 더 좋은', 아니 이보다 더 나은 해답은 없다. 왜냐하만 수학이 그러하고 물리학이 그러하듯이 경제학 역시 원리와 이론에 입각한 학문이며, 이러한 원리와 이론 없이 어떠한 주장이나 설명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치가와 정책가, 작가들은 마치 경제학이 무슨 미신이나 소문이라도 되는 양 자신의 관점에 맞는 부분만 골라서 해석하고 인용한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자기와 같은 학자들이 직접 나서서 대중매체에 글을 쓰고 책을 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출간 당시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저자가 1990년대 중반 당시만 해도 성장 일로를 걷던 동아시아의 개발도상국들, 이른바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는 곧 무너질 것이라고 예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책이 나오고 얼마 후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경제 위기를 맞았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직업의 미래에 대해서도 예측한 바 있다. "세금 전문 변호사들이 해야 하는 일 가운데 대부분을 전문 시스템 소프트웨어가 맡아 처리하게 되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때에도 정원손질, 집안청소와 같은 몇천 가지의 잡다한 서비스 때문에 인간은 여전히 필요할 것이고, 그들이 하는 이런 진짜 힘든 일에 대한 보수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며. 단순한 소비자 상품의 값이 계속 하락함에 따라 지출에서 차지하는 서비스에 대한 지출의 비중도 계속 높아질 것이다." (p.261) "농업, 제조업, 일부 비인격적인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이 아주 높아졌다는 이유 때문에 우리 경제가 점점 더 다른 일, 즉 '교역 불가능' 활동에 치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이 이른바 '비기반' 고용부문이며 현대 도시 인구의 대부분이 이 분야에서 일한다." 즉 재화가 아닌 전문 서비스를 생산하는 직업에 대한 수요가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교역 불가능한 산업 부문, 특히 서비스 부문이 훨씬 더 성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자유무역이 개인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직업과도 연관하여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은 새로운 발견이다. 중국인 보모, 가정부를 고용하기 위해 맞벌이를 하는 부부의 삶은 앞으로 더 나아질까? 휴대폰이나 컴퓨터처럼 '교역 가능한' 재화를 생산하는 제조업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의 미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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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디자인하라 - 디자인은 어떻게 확신을 창조하는가
정경원 지음 / 청림출판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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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있다. 같은 물건이면 보기 좋고 예쁜 것을 고르라는 뜻을 가진 이 말이 지금까지 전해내려온 것을 보면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시절에도 선조들은 심미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민족 최대의 수난을 겪고 6,70년대 경제성장기를 지나면서 심미성보다는 실용성과 기능을 중시하는 풍조가 만연하게 되었다. 당장 먹고 쓸 것도 없는데 보기 좋은지 아닌지를 따질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경제가 안정이 되고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90년대 이후부터는 보기 좋은 것, 예쁜 것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욕망이 발현되기 시작했고, 이에 맞추어 디자인의 사회적인 지위도 높아졌다. 그리고 이제는 카이스트를 비롯한 명문대에서도 디자인 관련 학과를 설립하고 있으며, 디자이너가 웬만한 '사'자 돌림 직업 못지 않은 고수입 직업으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욕망을 디자인하라>의 저자 정경원은 한국디자인진흥원장과 서울시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을 지냈으며, 현재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있는 디자인 경영 분야의 최고 권위자다. 그는 디자인이라는 개념 자체가 한국에 없다시피했던 1960년대에 고등학생으로서 일찍이 선진국의 기업들이 디자인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디자인에 평생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몇십 년 후 그의 예상대로 한국 기업들의 목표가 품질 개선, 가격 경쟁력에서 디자인 경영으로 바뀌었고, 그는 이 분야의 선구자가 되었다.


남다른 혜안과 통찰력을 지닌 전문가가 쓴 책답게 이 책에는 디자인의 진화 과정과 성공사례, 앞으로의 방향 등이 마치 교과서처럼 잘 정리되어 있다. 디자인에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내가 읽기에도 쉽고 부담이 없었다. 디자인 하면 보통 기업의 브랜드 형성이나 제품 개발 목적인 경우가 많고, 실제로도 구글, 애플, 코카콜라, P&G 등 많은 기업에서 디자인을 통해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고 히트 상품을 개발한 바 있다. 그러나 디자인은 기업의 활동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디자이너와 정치가가 협력하면 암스테르담, 홍콩 등 성공적인 도시 디자인 사례를 만들 수도 있고, 호주처럼 엄청난 관광수입을 올릴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디자인은 어떤 분야와 결합하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기업가, 마케터뿐 아니라 정치, 행정, 사회사업, 교육 등 수많은 분야에서 디자인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앞으로 디자인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저자에 따르면 스마트폰, SNS,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확보한 대량의 정보를 가리키는 '빅데이터'라는 신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전보다 효율적이고 정확성이 높은 디자인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한다. 빅데이터가 주로 마케팅 분야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점은 알고 있었는데 디자인에도 적용할 수 있다니 신기하다. 또한 소수의 부유층이 아닌 다수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이른바 '나누는 디자인'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한다. 가뭄이 극심한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한 물 긷는 바퀴형 물통, 상하수도 시설이 미비한 지역에 보급될 정수 기능이 탑재된 빨대, 보청기용 태양열 배터리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디자인이 바로 그 예다. 디자인 하면 보통 비싼 명품, 또는 신기술을 사용한 고급품을 만드는 데 쓰이는 기술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그 기발하고 창조적인 발상과 기술력을 사회를 개선하는 데 쓴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조만간 정치가, 사회사업가가 아닌 디자이너가 노벨평화상을 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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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러커의 산업사회의 미래
피터 드러커 지음, 안종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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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경영학의 창시자 '피터 드러커'. 그는 명실상부한 20세기 최고의 경영학자이지만, 뿐만 아니라 젊은 시절부터 역사학, 정치학, 철학, 심리학 등 여러 학문을 독학으로 마스터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흔히 경영학 하면 사회과학의 분과학문임에도 불구하고 정치학이나 심리학 등 다른 학문에 비해 인문학적인 면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가 1942년에 쓴 유일한 사회 이론서 <피터 드러커의 산업 사회의 미래>를 읽으면서 그것은 편견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은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을 통해 무기력한 유럽의 실상을 분석하고 산업 사회에 대한 전망을 경영학적 논의로 연결하여 반세기 넘게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경영학의 고전이다. 이제까지 피터 드러커의 저서라고 하면 경영학이나 자기계발 분야의 책만 읽어서 다른 학문에 그가 얼마나 해박하고 통찰력이 있었는지는 알지 못했는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설파한 경영학 이론과 자기계발에 관한 담론이 어떠한 학문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박식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먼저 저자는 이상적인 사회상(像)으로 '기능적인 사회'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과연 어떤 사회가 기능적인 사회인가에 대한 논의를 펼친다. 우선 그는 19세기 중상주의 사회와 20세기 산업사회, 그리고 1930년대 독일 나치주의로 이어지는 서구 사회의 역사를 통해 기존의 사회에 대한 분석을 시도했다. 그는 19세기 유럽 국가들이 중상주의 정책을 펼쳤다가 실패한 예를 들며 결국 역사를 결정하는 것은 정치적 구조와 권력이라고 보았다. "전통적인 중상주의 이론은 독점 기업이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에 새로운 독점 기업을 공격할 근거가 없다. 이 이론은 현대 대기업에서 중요한 것은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구조와 권력의 문제라는 점을 알지 못한다." (p.80) 그 후 등장한 산업사회는 초창기에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대두된 것이 놀랍게도 독일 나치주의였다. "나치주의의 본질이 서구 문명의 보편적인 문제, 곧 산업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이며, 나치주의자가 이런 시도의 근거로 삼은 기본원리가 결코 독일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지 못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리고 무엇에 대항하여 싸우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기능적인 산업사회를 노예제와 정복의 토대 위에 세우려는 시도에 맞서 싸우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p.29) 저자는 나치주의가 자유주의를 기반하는 산업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으로 보고, 나치주의의 재등장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산업 사회를 보다 개선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의 많은 부분이 나치주의를 비롯한 전체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이라서 경영학보다는 정치학, 역사학에 관한 책 같은 느낌이 들지만, 결국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을 통혀 경영학의 목적을 다시 세우고 산업사회의 지향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어디까지나 경영학의 범주에 들어가는 책으로 볼 수 있다. 경영학은 기업 경영에 대한 연구를 하는 학문이고, 기업 경영의 목적은 이윤극대화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고, 경영학 교과서에도 그렇게 나온다. 그러나 저자는 "기업은 사유재산권이 사회적 지위와 기능을 제공하고 정당한 힘을 창출하는 영역인 19세기 독립적인 사회 영역의 조직으로서 힘을 갖게 됐다. 따라서 현대 기업은 정치 조직이다. 기업의 목적은 산업 영역에서 정당한 권력을 창출하는 것이다." (p.84)) 라고 말하며 기업이 이윤 추구가 아닌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수단으로서 사회적, 정치적인 한계 내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 인간은 물질적 성공을 통해 자신을 풍요롭게 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형이상학적으로는 실패했다. (중략) 우리는 경제적 인간 개념을 대신하여 인간의 중요한 윤리적 목적이 무엇인지, 인간 본질의 중요한 개념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pp.278-9) 라며 인간의 존재 이유 역시 보통 경영학에서 상정하는 경제인, 즉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아니라 윤리적, 사회적 존재라고 역설했다. 저자가 이미 1940년대에 현대 경영학의 한계와 지향점까지 예측했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결국 저자가 말하는 '기능적인 사회'란 산업적 현실을 통합하여 각 사회 구성원의 기능과 지위를 보장하는 사회를 말하는데, 이 사회는 그저 시장을 내버려둠으로써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 사회적, 정치적인 역할을 인식하고, 개인 역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조직으로서 기업을 바라볼 때 이룰 수 있다고 한다. 현대 기업인들도 쉽게 하지 못하는 발상을 반세기 전에 저자가 이미 했다는 점이 놀랍고, 왜 저자의 이런 혜안이 현대 기업에는 적용이 안 되고 있는 것인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제까지 경영학이라는 학문이 그저 기업을 경영하는 방식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문인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역사학, 정치학 등 여러 학문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사회 이론으로서도 손색이 없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또한 피터 드러커의 이러한 연구 결과가 재평가되어 현대 산업사회를 살고 있는 기업과 개인들에게 현실을 보완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방법을 알려주는 좌표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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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경제학자의 유쾌한 에세이
폴 크루그먼 지음, 김이수 옮김 / 부키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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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기 최고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1953년 뉴욕에서 태어나 1974년에 예일 대학교를 졸업하고 1977년 MIT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2년~83년 레이건 행정부 당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일한 바 있고, 1991년에는 노벨경제학상보다 수상하기 어렵다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수상했으며, 2008년에는 노벨경제학상을 단독수상하면서 학자로서의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현재 프린스턴 대학교 경제학과와 외교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그는 대중적인 활동에 노력을 아끼지 않는 학자로도 유명하다. 학계 내에서만 활동하면서 집필이라고는 논문과 교과서 정도밖에 쓰지 않는 학자들도 많지만, 크루그먼은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여러 잡지에 고정적으로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수십여 권의 대중서를 집필했다. 이러한 노력과 열정이 그를 세계최고의 경제학자로 불리게끔 하는 것 같다.


국내에 소개된 다수의 저서들 중에서도 초기작이라 할 수 있는 <우울한 경제학자의 유쾌한 에세이>를 읽었다. 이 책은 대학시절 경제학과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부교재로 사용하신 바 있는 책이라서 사실상 이번이 두번째로 읽는 셈이었다. 그 때는 책 내용을 전부 이해하기는커녕 크루그먼이 얼마나 대단한 학자인지조차도 몰랐는데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크루그먼이 90년대 중후반에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기고한 칼럼들을 모아서 엮은 이 책은 칼럼답게 어려운 수식이나 이론은 배제하고 그 때 당시의 경제적 이슈를 알기 쉽게 풀이하고 논설하는 글이 대부분이라서 읽기에 수월하다. 크루그먼은 "경제학에 관하여 이해하기 쉽고 흥미로운 글이 더 많아야 한다"고 자주 언급한 바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크루그먼만큼 쉽고 흥미롭게, 대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만한 글을 쓰는 경제학자는 없는 것 같아서 아쉽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은 90년대 중후반 당시 미국 경제를 배경으로 쓰인 책이라서 지금의 국제경제와는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90년대 중반은 탈냉전 이후 단극체제의 패권국이 된 미국이 어떻게 세계 경제를 운영할 것인지에 관한 논의가 활발했고, 일본은 버블이 붕괴하면서 '잃어버린 10년'의 초입에 들어서던 상태였다. 유럽 국가들은 유럽연합 결성을 논의하는 단계에 불과했고, 중국의 성장은 요원하게만 보였다. 국제무역은 이제 막 WTO가 출범한 상태로 자유무역에 대한 합의 자체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국제금융 역시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금융시장을 개방한 나라가 지금만큼 많지 않았다. 그런 시대를 배경으로 쓴 책이기 때문에 책에 나온 논의들을 당장 현실 경제에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당시 크루그먼이 설명하고 예측한 것들 중 어느 것이 맞고 틀렸는지 생각해보면서 읽으니 재미있었다. 무엇보다도 약 십년, 이십년 사이에 국제경제가 확 바뀌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중국의 성장과 일본의 침체 등 당시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불과 몇 년 사이에 사실이 되고 현실이 되다니...... 앞으로 국제경제가 어떻게 바뀔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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