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쉬게 하라 - 나를 괴롭히는 집착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정은지 옮김 / 토네이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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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생각 버리기 연습>, <못난 자신 버리기>, <번뇌 리셋> 등 일본 스님 코이케 류노스케의 책들이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나도 그의 책을 몇 권인가 읽어보았는데 책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일관되게 생각을 버리라, 마음을 비우라는 조언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생각을 쉬게 하라>의 저자 시라토리 하루히코 역시 비슷한 조언을 한다. 시라토리 하루히코는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철학과 종교, 문학을 수학했고, 현재는 철학과 종교에 관해 명쾌하게 해설하는 책을 쓰는 작가로 활약하고 있다. 불교의 180개 잠언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저자는 열정보다 중요한 것은 휴식이라고 말한다. "휴식의 백미는 육체가 아니라 '생각'을 쉬게 하는 것이다. 아름답고 호화로운 휴양지에서 와인을 곁들인 훌륭한 요리를 음미하고 있다고 해도, 머릿속이 이런저런 생각들로 꽉 차 있다면 어떨까? 떠날 때보다 더 무거워진 몸과 마음을 이끌고 돌아오게 될 것이다. 그렇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지친 나 자신을 재충전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생각을 쉬게 해야 한다." (p.9)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생각하고, 열정을 다할 것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휴식이 답이라니. 언뜻 생각하기에는 이해가 안 되지만, 차가 쉼없이 달리다 과열되면 고장이 나는 것처럼, 사람도 휴식 없이 살고, 뇌도 생각을 계속 한다면 지칠 것이 분명하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지를 돌아보기에 앞서 잘 쉬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은 주로 불교의 잠언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중간 중간에 저자의 글도 담겨 있다. 감정의 노예가 되지 마라, 묵묵히 한길을 걸어라, 인생은 곡선이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등 어찌 보면 당연하고 식상하지만 그만큼 살면서 잊기 쉬운 것들이기도 하다. 특히 나는 욕망이나 소유의 노예가 되지 말고 초연해지라는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다. 이는 <생각을 쉬게 하라>라는 제목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나 소유욕은 내가 그것을 진짜로 원해서 생기는 때도 있지만 남에게 잘보이고 싶다든가 남들처럼 되고 싶다, 남들에게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생각을 쉬게 하는 연습을 한다면 욕망과 소유욕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질 터. 내 생활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거나 고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생각이 너무 많은 탓은 아닌지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 인상 깊은 구절


까마귀처럼 요란스럽게 울면서 뻔뻔하게 자신을 내세우는 자일수록 세상살이를 쉽게 생각한다. 수치심을 알고 청아하게 살고자 노력하는 사람, 절제를 알고 본분에 전념하는 사람일수록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어려운 법. 하지만 당신은 후자를 택하라. 세상 살기 어려운 사람이 되어라. (p.49)


어느 기업에서 면접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은 무엇인가?' 담당자가 선택한 답은 바로 이것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는 것. (p.208)


정신이 번쩍 날 정도로 꾸지람을 해 주는 사람과 가까이 하라. 그는 보물이 있는 곳을 가르쳐주는 사람보다 더 귀한 깨우침을 준 자다. 나를 힐난하기 위해 그런 말을 했다고 여기지 마라. 당신의 단점을 꿰뚫어봤다는 것은 장점 역시 간파하고 있다는 증거다. (p.213)


사랑하는 것에 마음을 쏟지 마라. 사랑한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마치 그것이 영원히 내 것인양 착각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시간과 함께 변해가는 법. 집착은 변화를 인정하지 못한다.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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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Startup 글로벌 스타트업 메뉴얼
원아시아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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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하버드 대학교를 비롯한 명문대 졸업생 중 다수가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할 정도로 창업을 장려한다고 한다. 실제로 모 미국 대기업의 임원직에 오른 한국인은 한국 기업에 재직한 경력보다 짧게나마 창업을 했던 경력이 미국 대기업 취업시 큰 장점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취업 보다 창업'이라는 구호가 심심찮게 들릴 만큼 창업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으로 바뀌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차가운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알고 있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취업하기 위해 목을 매는 대기업들도 누군가가 '창업'한 회사라는 것을 말이다.



<비욘드 스타트 업 - 글로벌 스타트업 매뉴얼>은 새로 시작하는 창업 기업, 즉 스타트 업(start-up) 기업들을 위한 매뉴얼 같은 책이다. '매뉴얼'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부터 구체화하는 방법, 팀 구성, 자금 조달, 출구 전략 등 창업의 단계가 마치 교과서 내지는 설명서처럼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마지막 장에는 미국과 동남아시아에 기반을 둔 기업들 또는 기술 기반 사회적 기업의 참고사례를 소개하여 신빙성을 더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외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과 창업경진대회 같은 창업 기회 및 해외에서의 회사설립절차 같은 법, 제도적인 자료까지 첨부되어 있어서 창업의 '창'자도 모르고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실무적인 도움을 주는 책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 권장하는 것 중 하나는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에서의 창업이다. 개발도상국은 전 세계 GDP 성장에서 74퍼센트를 차지하고, 신흥시장의 주요 440개 도시가 전세계 GDP 성장의 50퍼센트를 차지할 만큼 성장 비중이 높다. 그러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에는 여전히 경제 발전 격차가 존재하고, 기술, 서비스 등 여러 분야에서 신기술이 도입되고 확충될 수 있는 여지가 높다. 저자는 이에 근거해 "스타트업을 하고 싶다면 선진국에서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신흥시장에서 창업하는 것을 권"한다. (p.17) 국내경제는 물론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불황이라고 불릴 만큼 호재가 없지만 신흥시장은 다를 수 있다. 창업을 생각한다면 국내뿐 아니라 신흥시장, 개발도상국에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호재가 없다면 호재를 만드는 것도 창업자의 성공 비결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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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얼 퍼거슨 위대한 퇴보 - 변혁의 시대에 읽는 서양 문명의 화두
니얼 퍼거슨 지음, 구세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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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의 수많은 나라들 중에 왜 어떤 나라는 경제적으로 더 부유하고, 어떤 나라는 빈곤한 것일까? 이제까지 많은 학자들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국제정치학자들은 패권을 예로 들었고, 지정학을 논하기도 했다. 마르크스주의 계열의 학자들은 계급과 자본주의의 폐단을 논했다. <총, 균, 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의 한 사람이자 하버드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21세기 최고의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어떻게 답할까? 그것을 알 수 있는 책이 바로 그가 2012년에 BBC 라디오4에서 '법치주의와 적'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한 내용을 담은 신작 <위대한 퇴보>다.  



이 책에서 그는 국가들의 경제적 격차를 야기한 요인으로서 '제도'를 든다. 그는 나라마다 지리적 환경과 문화적 배경, 역사적 경로가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몇 백 년 동안 국가들의 - 특히 서양과 동양의 - 격차가 급격하게 커진 것은 민주주의, 자본주의, 법치주의, 시민사회 같은 정치적, 경제적, 법적, 사회적 제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그는 영국의 명예혁명을 든다. 명예혁명은 영국의 의회가 세계 최초로 왕의 권력을 제한하고 재산권을 보장받는 선례를 남긴 사건인데, 이를 통해 프랑스 대혁명과 미국의 독립선언 같은 인류 역사상 매우 중요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었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법치주의와 같은 제도들이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실제로 서양 - 정확히는 유럽 - 이 동양 - 정확히는 중국 - 을 경제적으로 앞지르기 시작한 것은 17,8세기부터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전까지 서양은 동양에 비해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적, 문화적으로도 열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17세기에 명예혁명을 비롯한 일련의 변혁이 발생하면서 부르주아의 성장과 함께 자본주의가 꽃을 피울 수 있었고, 18세기에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서양의 경제력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제도였던 것이다. 



비교 연구를 해보면 제도적 접근이 더욱 큰 설득력을 발휘한다. 여기에서 거론하고 있는 제도적 변화 중 그 어떤 것도 중국 명나라나 청나라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황제와 그의 관리들이 누리던 권력은 반자치적 기업이나 국민의 대표자로 구성된 입법기관 등의 제약을 받지 않았던 것이다. 아시아에 상인은 있었을지 몰라도 기업은 없었다. 물론 의회는 말할 필요도 없다. (p.51)



영국 법 제도의 핵심 요소들을 중국에 수입하려는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당시 중국 제국은 국방, 기근 해소, 운하 같은 상업 기반 시설, 농업 지식 배포 등 온갖 종류의 공공재를 제공하려 노력했지만, 극도로 중앙집권화된 관료주의는 엄청난 인구에 비하면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서양의 기준에 비해) 낮은 세금이 오랜 기간 동안 거의 변동 없이 유지되는 한 재산권은 비교적 안전했지만, 상업과 관련해서는 정해진 법규가 전혀 없었고, 지방관들은 법률이 아닌 문학과 철학 공부에 푹 빠져 있었다. 그들은 '법적 판결보다 타협'을 추구하느라 계약 집행을 민간 네트워크에 미루었다. (p.121)



그러나 이 책은 서양이 어떻게 동양을 앞지를 수 있었는가에 대한 설명에서 그치지 않고, 제목 그대로, 그토록 위대했던 서양이 지금 왜 퇴보의 길을 걷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퇴보의 원인 역시 제도다. 민주주의는 다음 세대에게 부채를 이전하기 위한 책임 회피 수단으로 전락했고, 시장경제는 그 기능의 한계를 드러낸지 오래다. 법치주의는 변호사의 통치로 변질되었다. (이 부분에서 사법부는 물론이거니와 입법부에 속한 국회의원, 행정을 주관하는 선출직 공무원 다수가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인 우리나라 현실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애덤 스미스가 주장했듯 어떤 국가가 정체 상태에 접어드는 것은 그들의 '법과 제도'가 쇠퇴하여 지대를 추구하는 특권층이 경제와 정치 과정을 모두 지배할 때다. (중략) 규제는 그 기능이 마비되어 경제체제의 취약성만 높이는 지경이 되었다. 역동적 사회에서라면 변화의 주도자 역할을 할 변호사들이 정체 상태 사회의 기생충이 되었다. 그리고 시민사회는 기업의 이해와 거대한 정부 사이의 무인 지대 같은 곳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p.194) 



특히 저자는 시민사회의 변질을 강도 높게 지적한다. 시민사회는 오래전 알렉시스 토크빌이 예찬한 바 있는 미국의 타운 미팅에서 유래된 개념이다. 당시 미국 사회는 시민들이 자치적으로 모임이나 클럽, 단체 등을 결성하여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일이 빈번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로터리 클럽, 보이 스카우트, 걸 스카우트 같은 활동들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매우 낮다.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의 활동이 시민사회 활동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자는 회의적이다. "내 페이스북 친구들을 '찔러'대거나 새 페이스북 그룹을 만드는 것으로 해변을 청소할 수 있었겠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2007년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사는 곳이 멀어져 더 이상 정기적으로 만날 수 없는 기존 친구들과 연락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페이스북을 쓰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 대상이었던 학생들은 낯선 사람들과 접촉을 시도하기(내가 해변을 청소하기 위해 썼던 바로 그 방법이다)보다 기존 친구들과 연락을 유지하기 위해 페이스북을 쓰는 경우가 2.5배 더 많았다." (p.160)  



강연록을 바탕으로 한 책이라서 논지의 정리가 잘 되어 있고 읽기 쉬웠지만, 좀 더 다양한 사례가 제시되고 치밀한 논증이 이루어졌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한 영국의 학자답게 폴 크루그먼이 재정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으로 규제 강화를 제안한 것에 대한 반박하기도 했는데, 폴 크루그먼의 논지가 정말 규제 강화인지 의문스럽고, 규제 강화말고 다른 대안으로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다. 또한 시민사회의 변질에 대한 대안으로서 사립 대학을 비롯한 사교육 기관에서의 활동을 들었는데, 사교육 기관 내의 인적 네트워크(소위 학연)이 특권층의 지대 추구 현상을 고착화시키는 수단으로 전락하지는 않는지 궁금하다. 영국에서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는 사립대학을 포함한 대학, 지역, 군대, 회사, 직업 등의 네트워크가 (저자가 그토록 강조하는) 제도의 적용으로부터 면제되는 수단으로 전락되는 예를 심심찮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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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경제학
폴 크루그먼 지음, 안진환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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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의 저서 중 <우울한 경제학자의 유쾌한 에세이>, <경제학의 진실>,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에 이어 네 번째로 읽은 책이다. 원래는 <경제학의 진실>을 읽은 다음에 바로 읽었어야 순서가 맞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신간인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를 읽은 다음에 2008년에 나온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굳이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순서대로 읽는 편이 좋았을 것 같기 때문이다. <불황의 경제학>은 2008년 미국 경제위기 당시에 나온 책으로, 그 때만 해도 미국 경제가 전세계로 전파될 조짐이 보이지 않았고, 불황의 늪에서 빨리 빠져나올 줄 알았다. 그러나 알다시피 세계 경제는 아직도 휘청거리고 있고, 불황 역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보다 못한 폴 크루그먼이 쓴 책이 신간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인 것이다. (빨리 끝내라고!) 이러한 맥락을 알고 두 책을 읽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



이 책의 원제는 <The return of depression economics and the crisis of 2008>이다. 해석하면 '불황 경제학의 복귀와 2008년의 위기'쯤 되겠다. 불황 경제학이라는 말이 학문적으로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의 맥락으로 봤을 때 90년대 미 클린턴 행정부 당시 그린스펀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이 진두지휘한 미국의 호황 경제에 대비해 2008년 당시의 침체된 경제 상황에 필요한 경제학을 일컫는 말인 것으로 짐작된다. 불황경제학의 예로서 저자는 1930년대 대공황을 비롯하여 80년대 라틴 아메리카 위기, 90년대 일본의 침체, 아시아의 금융 위기 등을 든다. 각각의 사례를 통해 저자는 궁극적으로 그 나라의 경제 상황이 펀더멘탈과는 무관한 흐름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비즈니스 사이클 상의 불황은 한 경제의 근본적인 강점이나 약점과는 거의 혹은 아무런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튼튼한 경제에도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p.30)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여러가지가 있지만, 저자는 그 나라 정부와 정책에 대한 신뢰도, 미래에 대한 기대감, 국가 브랜드 등 이미지, 트렌드 등 경제 외적인 요소 역시 비중있게 다룬다. 경제학자가 경제 외적인 요소를 강조한다는 게 생뚱맞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가 유효수요가 중요하다고 보는 케인지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타당한 귀결일지도 모르겠다. 신뢰도, 기대감, 이미지, 트렌드 모두 수요로 연결되는 변수들이기 때문이다.



불황을 타개하는 대책에 대해서도 저자는 케인지언답게 유효수요 증가가 답이라고 말한다. 통화를 팽창시키고, 정부지출을 늘리는 것 - 요즘 유행하는 말로 양적완화다. 이러한 주장은 신간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에서도 되풀이 된다. 약 5년이 흘렀는데 아직도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국 정부를 보며 폴 크루그먼이 얼마나 답답하고 애가 탔을지 상상이 간다. (오죽하면 제목을 그렇게 지었을까? 우리말 제목만 이렇게 강렬한 것이 아니라 원제 역시 'End this depression now!'다.) 비록 먼저 읽기는 했지만 <불황의 경제학>을 읽고나서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를 다시 읽으면 새롭게 발견하는 내용이 많을 것 같다. 마침 요즘 세계경제가 들썩들썩한데 조만간 꼭 다시 읽어봐야지.  



불황경제학은 공짜 점심이 있는 상황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공짜 점심에 손을 대는 방법만 알아내면 된다. 사용할 수 있는데도 사용하지 않는 자원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케인스의 세계에서 진정으로 부족한 것은 자원이 아니지 않은가. 심지어 미덕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이해다.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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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환율공부 시작하라 - 2010년 개정판 경제에 통하는 책 1
박준민.윤채현 지음 / 한빛비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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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하면 사람들은 보통 해외여행을 할 때나 외국 유학, 어학연수 비용을 마련할 때, 외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지에게 송금할 때나 알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환율은 예상외로 사람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단 우리나라는 수출주도형 국가이기 때문에 환율의 변동에 따라 기업의 매출 실적과 수익이 달라진다. 요즘은 개인 투자자들도 외국의 주식이나 펀드 등에 투자를 많이 하는데 이것 역시 환율의 영향을 받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환율이 오르면 수입품의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물가가 오르고, 물가가 오르면 개인의 실질소득이 떨어져 생계가 어려워진다. 환율이 내려가면 수입품의 가격은 내려가지만 수출업체들은 타격을 받고, 수출업체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어려움을 겪는다. 환율이 오르고 내림에 따라 당장 내 지갑이, 가계부가 영향을 받는 것이다.



<지금 당장 환율공부 시작하라>는 <당신을 위한 경제학은 없다>를 읽고 저자(윤채현)의 책을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구입한 책이다. 막상 사놓고 보니 내용이 어려운 것 같아서 책장에 꽂아두고 읽을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오늘 다시 읽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운 내용이 아니어서 괜히 '입문서'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 윤채현은 재무부에서 십여 년을 근무한 관료 출신으로, CJ투자신탁증권 등을 거쳐 현재는 한국시장경제연구소 소장을 지내고 있다. 이 책은 '본격 환율 입문서'라는 부제에 맞게 환율의 기초부터 변동 대처 방법, 추세 전환 등이 대략적이지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1장부터 3장까지는 환율의 개념, 선물환/현물환, 환율과 다른 경제 지표와의 관계 등 환율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 위주이기 때문에 대학에서 국제경제학 또는 국제금융학 과목을 수강한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이번 기회에 공부해두면 좋을 것 같다. 4장은 환율 변동에 대처하는 방법, 5장은 환율의 추세 전환을 읽는 방법에 대해 나와있는데, 이 부분은 환율 전문가나 금융기관 종사자, 개인 투자자들에게 필요할 것 같은, 다소 전문적인 내용이라서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굳이 읽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단점은 이 책이 2010년에 나온 개정판이라서 그런지 내용이 2008년부터 2010년 사이에 머물러 있고, 최근의 상황은 반영하고 있지 못한 감이 있다. 또한 교과서 형식으로 서술, 구성되어 있어서 환율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는 초보자와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다소 딱딱하고 읽기 어려울 것 같다. 비슷한 책인 <지금 당장 세계경제 공부하라>보다 전문적인 내용을 원하고, 환율에 대해 일반적인 상식보다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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