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 글쓰기의 발견 - 헤밍웨이, 글쓰기의 '고통과 기쁨'을 고백하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래리 W. 필립스 엮음, 박정례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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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하게 글을 쓰면서도 그 안에 백 마디 뜻을 담은 명문장으로 유명한 헤밍웨이. 많은 이들이 그의 모던한 스타일을 찬양했지만 그가 직접 글쓰기와 삶에 대한 여러 상념, 소회를 담담히 적은 걸 보는 느낌은 또 색다릅니다. 지금 이 책은 언론인, 평론가 래리 W 필립스가 솜씨 좋게 헤밍웨이의 여러 에세이, 서간문에서 엮어 펴낸 책이며 읽다 보면 마치 헤밍웨이의 글쓰기 강의, 지론을 직접 듣는 느낌이 들 만큼 잘 편집되었습니다. 이 책의 초판은 1999년에 나왔었으며 이 한국어판도 여러 해 전에 간행되었으나 같은 출판사에서 리커버판으로 이렇게 다시 나왔습니다. 

D H 로렌스는 우리가 <채털리 부인의 연인>으로 잘 아는 20세기 초의 작가입니다. 이 사람은 헤밍웨이보다 십여년 더 연상이고 문단 데뷔도 빨랐습니다. 헤밍웨이는 자신에게 영향을 준 이들을 거명하면서 D H 로렌스에게서는 전원(田園)에 대해 말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합니다. D H 로렌스가 그저 관능적이고 외설적인 효과만을 노린 작가는 아니었으며 오히려 서정적이고 우회적이며 사람 심리의 깊은 구석 절절한 정서를 잘 묘파했기에 그런 문명(文名)을 얻었던 것입니다. 바로 앞에 보면 제임스 조이스를 놓고는, 그룰 숭배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다만 그를 친구로서 좋아하며 기술적으로 그만큼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없다고도 합니다. 조이스는 오히려 로렌스보다 몇 살이 더 많습니다. 우리 조상들도 뜻이 통하는 문우(文友)끼리는 열 살, 스무 살이 차이 나도 격의없이 소통했었습니다. 이 부분은 아놀드 깅그리치에게 보낸 편지에서 발췌했다고 나옵니다(p76). 

아치볼드 매크리시에게 버낸 편지에서 헤밍웨이는 투르게네프를 두고 지상 최고의 작가라고 평가합니다. 희곡의 체홉과 더불어 확실히 투르게네프는 근대 문학의 형식적으로 완성한 공이 너무도 큽니다. 이 대목에서 헤밍웨이 특유의 어떤 열정도 감지됩니다. 헤밍웨이는 또한 문장으로 예술로, 앞선 시대의 거장들을 능가하려, "때려눕히려" 열심히 노력했다고 합니다. 문학의 재능 또한 우열이라는 게 있을 수 있으며 후배가 선배를 능가하려는 의욕을 보이는 건 자연스럽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승부욕을 드러내는 것도 참 재미있는 모습입니다. 그는 참 젊은, 혈기넘치는 영혼이었습니다. 물리적 나이에 불구하고 말입니다. 

저런 말들은 찰스 스크리브너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 말인데, 확실히 이런 말들을 보면 그가 아메리카의 문인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유럽이나 브리튼의 점잔빼는 위신이 아닌, 마치 무하마드 알리가 상대를 몇 분 안에 누이겠다는 허풍을 애교 가득히 떨어대던 스타일과도 닮았습니다. 무하마드 알리도 표현이 다채로웠으며 아무한테도 지지않겠다는 듯 패기와 쾌활함을 마음껏 떠들었습니다. 그런데 다음에 살짝 불은 말이 재미있습니다. "우리는 이처럼 챔피언이 되겠다는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p80)" 내 말을 너무 문자 그대로로만 받아들이지 말라는 신중함으로도 들립니다. 

헤밍웨이는 저널리스트였고 그 현장을 누비던 경험이 작품들에도 잘 묻어납니다. 이때 조지 플림프턴은 그에게 묻길 "젊은 작가들에게도 언론인 경험을 권하겠습니까?"라고 묻습니다. 헤밍웨이는 주저하지 않고 그렇다고 답하는데, 단서를 하나 붙입니다. "적당한 때에 그만둘 수만 있다면." 그게 작가가 되기 위한 전초적 과정이라면 모르겠으나, 그를 넘어 전업이 되면 오히려 작가로서의 완성을 기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그가 일했던 지역 캔자스시티는 당시에 지금보다 상공업으로 훨씬 번영한 도시였습니다. 

헤밍웨이가 생쥐들(mice)과 마치 대화를 나누듯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글들은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에도 p119 등 여러 군데에 인용되는데 "작가가 되려면 필요한 것은?"이라는 생쥐의 질문에 "불행한 어린 시절"이라고 terse하게, 시니컬하게 짧게 답하는(헤밍웨이의 트레이드마크) 대목은 아주 유명합니다. 물론 행복한 어린시절이 훨씬 가치있으며 헤밍웨이처럼 위대한 작가가 설령 된다 해도 함부로 바꿀 일이 아닙니다. Y.C는 your correspondent의 약자입니다. 헤밍웨이는 의문의 죽음을 한 일로도 유명한데, p135에서는 예술가의 응보(artist's reward)라며 작가의 우울증에 대해 얘기합니다. p117에서는 "책 한 권 끝내고 나면 감정적으로 탈진 상태가 된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많은 성취를 이룬 이런 거인에게도 그 나름대로의 숙명적인 고뇌, 고통이 있었다 생각하면 다소 숙연해집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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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품격 한국어 : 사자성어·상용속담
전광진 지음 / 속뜻사전교육출판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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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보다 자연스럽고 품위 있게 구사하려면 아무래도 속담이나 (중국 고전 등에서 유래한) 사자성어를 많이 알아야 하겠습니다. 사자성어는 비록 그 출전이 중국 저서라고 해도, 우리 조상들이 일찍부터 일상과 문헌에서 우리 것으로 받아들여 한국인의 언어 생활 깊숙이 자리잡았기 때문입니다. 속담은 그 전하고자 하는 바를 우스개와 해학 안에 함축적으로 잘 녹여 내어, 의사 소통을 부드럽게 하며 발화자의 의도를 증폭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따라서 사자성어와 속담을 잘 쓰면 확실히 대화의 품격이 높아진다고 하겠습니다. 

이 책은 한국인이 읽어도 좋지만, 한국어를 더 멋들어지게 말하거나 작문하고 싶은 외국인들에게 유용하게 잘 쓰일 것 같습니다. 책 뒤표지에는 three in one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이 책 한 권 안에 한국어, 영어, 그리고 한자가 두루 포함되었다는 뜻입니다. 속담과 사자성어가 영어로 풀어졌기 때문에, 그동안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런 표현을 알았던 외국인들은 비로소 그 정확한 유래와 깊은 뜻을 깨우칠 것입니다. 또 한국인들이라고 해서 언제나 이런 표현들의 속뜻까지 이해한다고는 못하므로, 이 책을 읽고 그간 놓쳤던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영어 공부도 적절히 진행할 수 있겠습니다. 

p64를 보면 난신적자(亂臣賊子)라는 말이 나옵니다. 예전 KBS 사극 <무인시대>에 보면 자주 나오던 표현인데, "나라를 어지럽히는 신하와 어버이를 해치는 자"가 책에서 풀어주는 정확한 뜻입니다. 여기서 "자"를 놈 자(者)로 잘못 쓰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듯 아들 자(子)가 맞습니다. 여기서 적(賊)은 물론 도적 적 자이지만, "해치다, 해롭게 하다(harm)"라는 뜻으로 풀어야 한다고 합니다. 자전을 찾아 보면 과연 그런 뜻이 나옵니다. "a wicked subject or a bad son" 이것이 책에서 영어로 풀어 주는 구절입니다. 

p109를 보면 束手無策이 나오는데, 손이 묶여 있어 어찌할 방책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hands, tied, there is no way to solve anything 등으로 네 글자 하나하나에 대응시킵니다. 외국인 입장에서 이처럼 정확하게, 글자 하나하나의 뜻을 알 기회는 드물 듯합니다. 예를 들어, 라틴어 고사성어나 관용구의 경우 무슨 뜻인지 정도는 사전을 찾으면 나옵니다. 그러나 각 단어가 문법적으로 정확히 무슨 격(格. case)인지, 그 문법적 격과 활용(conjugation)이 어떤 뜻인지까지 풀어 주는 사전은 거의 없습니다. 이 책은 외국인 입장에서, 대단히 알쏭달쏭할 수 있는 관용구의 정확한 속뜻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특장점(特長點)입니다. 

p351에는 계명구도(鷄鳴狗盜)가 나옵니다. 하찮은 재주처럼 보여도 결정적인 순간에 그 어떤 재사현학의 능력보다 더 요긴히 쓰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사자성어의 경우 왜 하필이면 닭이나 개의 재주가 예시되었는지 그 배경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생경할 텐데,  책에서는 특별히 사마천의 <사기> 등에 나오는 맹상군의 고사를 인용합니다. 이 배경고사가 곁들여졌기 때문에, 몰랐던 독자는 무릎을 치며 납득할 수 있죠. 사실 닭울음소리도 다른 닭들이 따라울게 할 만큼 완성도를 높이려면 대단히 어렵고, 몰래 잠입하여 물건을 훔치는 건 본래부터가 전시에 요긴하게 쓰이는 고급 기술인력입니다. 우연히 그런 상황에 처하여 효과가 난 게 아니라 맹상군이 예견하여 양성했다고 봐야 하며, 지도자란 본래 남들이 못 보는 국면을 통찰해야 합니다. 

이 책에서 특히 높이 평가할 부분이, p173 이하에 앞에서 다뤘던 모든 사자성어에 대해 가나다순으로 색인을 붙였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 권중 색인을 보고, 어느 페이지에 무슨 성어가 나왔는지 바로 찾아찾서 다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사자성어는 큼직하게 정자체 한자가 각각 정사각형꼴 안에 제시되었기 때문에, 독자들은 그 위에 트레이싱으로 따라 써 보면서 바른 글씨를 익힐 수도 있습니다. 

책의 후반부는 속담 편입니다. 서로 뜻이 비슷한 속담은 아예 표제에서부터 같이 다뤄, 대화나 작문 중에 요긴하게 쓰고 싶은 학습자들이 호환하여 쓸 수 있게 돕습니다. p221의 "벽에도 귀가 있다" 같은 속담은 공교롭게도 영어에도 거의 같은 뜻의 관용구가 있습니다. 책에는 이 말을 영어에서 널리 쓰는 대로 "Even walls have ears." 라고 풀고, 그 해설도 영어로 다시 달았습니다. 제가 잠깐 해석해 보자면, "이 비유적 표현은, 누구라도 경솔하게 말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며, 아무도 듣지 않는 것 같아도 말이란 쉽게 퍼져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가 되겠습니다. 한국어 학습자들은 이걸 다시 공부하면서 영어 공부를 부수적으로 행할 수도 있겠네요. 

또 이 책에서 놀라운 점은, 편집자께서 사자성어들을 같은 글자가 포함된 것끼리 한데 모아 놓아, 첫말이 같은 것, 끝말이 같은 것, 첫자와 끝자가 같은 것 등 세 유형으로 분류하여 암기의 편의를 도모했다는 점입니다. 공통된 한자는 같은 색상으로 강조하여 눈에 더 빠르게 들어옵니다. 혹 이 사자성어들을 다 아는 학습자라고 해도, 이런 식으로 모아서는 공부해 본 이들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매우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책의 후반부에는 50개의 성어를 주제로 삼아, 일정 길이의 이야기를 풀컬러 만화로 표현하여 더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게끔 배려했습니다. 이러니 외국인이나 심지어 나이 어린 학습자라고 해도 더 오래 머리에 남는 공부가 가능하겠습니다. 저자 전광진 교수님은 이미 "우리말 속뜻 사전" 등을 통해 품격 있는 한국어 구사를 돕는 좋은 책을 많이 펴냈고 저도 개인적으로 몇 권 소장 중입니다. 이 책은 분량이 보다 슬림하면서도 알짜 정보를 담아 멋진 언어생활로 독자를 기분 좋게 이끕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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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해커스 산업안전산업기사 필기 필수이론 + 최신 기출문제 - CBT 모의고사ㅣ최신 출제기준 반영ㅣ산업안전산업기사 무료 동영상 강의
이성찬 지음 / 해커스자격증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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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각종 기사/산업기사 시험이 인력공단 주최로 시행될 예정입니다. 지금 이 교재는 산업안전 직렬 산업기사 시험 대비를 위한 교재입니다. 따라서 2년제 대학 해당 전공을 마친 이라면 이 시험에 응시할 수 있습니다. 산업기사 시험 대비를 위한 책이므로 혹시 기사 시험 교재가 필요한 분들은 다른 책을 찾아 봐야 하겠습니다. 과거에는 해커스 교재는 기사-산업기사 책이 한 권으로 되어 있었는데 이제는 이처럼 기사 대비서와 산업기사 대비서가 별개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사실 시중에 나오는 산업기사 수험서는 이렇게 두껍지는 않은데, 해커스 책들이 수험생들의 단권화 수고를 덜어 주려고 내용을 망라적으로 담는 경향이 있기는 합니다. 산업기사 책이다 보니 기출문제를 반복해서 푸는 게 무척 중요하며, 이 교재는 필수이론과 2020~2023의 4년간 기출문제가 실렸습니다. 2021년부터는 완전히 CBT로 전환되었습니다. 

1차 필기에서는 모두 다섯 과목 시험을 치릅니다. 산업재해예방및안전보건교육, 인간공학및위험평가관리, 기계기구및설비안전관리, 전기및화학설비안전관리, 건설공사안전관리 등 다섯 과목이며 이 교재도 그에 따라 필수이론이 편집되었습니다. p16을 보면 5주 플랜, 3주 플랜 두 경우가 수험생들을 위해 제시됩니다. 아무래도 파트4, 즉 전기및화학설비안전관리 과목이 분량이 가장 많고 또 내용도 어려운 편입니다. 5주, 3주 중 어느 것을 선택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건 기출문제의 반복 풀이입니다. 산업기사 시험이라서 그렇습니다. 

p95를 보면 매슬로우의 동기부여이론이 설명됩니다. 특히 산업안전직렬에서는 허즈버그의 동기-위생 이론이 자주 출제되는 편이죠. 위생요인이란, 동물적인 욕구가 반영된 것이며, 동기요인이란 인간 특유의 욕구, 즉 자아실현과 관련된 것을 뜻합니다. 교재에는 이 외에도 키스 데이비스 인간행동이론(유명한 고전이죠)에서 연유한 동기부여이론, 즉 지식과 기능을 곱해 능력이 나온다는 이른바 KSA 공식 같은 것이 일목요연하게 소개됩니다. p105를 보면 휴식시간의 산출 공식이 나오는데 분당 평균에너지 소비량에서 5를 빼고, 이에 60을 곱한 후(1시간이 60분이므로), 이것을 다시 (E-1.5)로 나눈 것입니다. 이 공식은 작업강도에 따라 몇 가지로 변형되기도 합니다. 

p142를 보면 OJT와 Off JT의 개념을 나눠 가르칩니다. 이 개념은 각각의 장점과 단점을 정확히 나눠 외우는 게 중요하겠습니다. 파트 투로 넘어가 p183을 보면 정량적 표시장치, 정성적 표시장치가 설명되는데 잘 정리된 표와 함께 그래픽이 제시되어 수험생 입장에서 이해가 편합니다. 필수이론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적중문제 세트가 이어지는데, 예를 들어 p222에서는 인체계측, 근골격계질환예방관리 내용을 설명한 후 모두 50개의 문제가 나옵니다. 문제 바로 밑에 답이 나오며 해설도 이런 교재치고는 비교적 자세한 편입니다. 이미 본문에서 이론을 충분히 자세히 설명했지만, 예를 들어 p231 49번 문항을 보면 답은 선지 ④인데, RULA, REBA, OWAS, NLE 등이 다시, 이 문제의 바른 풀이에 알맞게 재편집되어 이론설명됩니다. 이런 점이 좋았습니다. 

파트2에서 또 잘해둬야 하는 내용이, 결함수분석법(缺陷樹分析法. fault tree analysis)입니다. 줄여서 FTA라고도 하는데 고장, 재해 등의 발생요인을 FT 도표에 의해 분석하는 방법입니다. 바로 다음 페이지에 사상기호, 논리기호표가 나옵니다. p283을 보면 논리합, 논리곱이 설명되는데, 논리합이란 간단하게 말하면 "또는"으로 연결된 것이며 플러스 연산으로 처리합니다. 논리합은 그 반대로, 동시에 벌어지는 사건들이며 그 확률은 곱하기 연산으로 처리합니다. p332의 19번 문제를 보면, 기계설비 방호장치의 종류가 표를 통해 제시되는데, 격리형, 접근반응형, 접근거부형, 포집형의 네 가지가 역시 표를 통해 설명되며, 눈에 잘 들어오게, 또 실전 문제와 어떻게 연계되어 출제되는지가 잘 파악되는 편집이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p568을 보면 가스의 구분법이 설명되는데 이게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관한 내용입니다. 참고라고 박스가 쳐진 내용 중 최소발화에너지(단위는 밀리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내용이 나오는데, 아세톤, 벤젠, 암모니아, 에틸렌 등의 발화량은 기사 시험 같으면 필수로 암기가 되어야 하는 내용이겠습니다. p585를 보면 물질안전보건자료(MSDSD)의 작성항목에 대해 묻는데, 여기서도 16개 사항에 대해 깔끔하게 잘 짚어 놓았네요. p708에는 안전난간 설치요령이 그림과 함께 제시되는데 세부 부위와 항목이 비교적 친절하게 매칭되어서 제가 전에 봤던 타 교재에 비해 머리에 잘 들어왔습니다. 

책 맨앞에는 별책으로 잘라서 휴대할 수 있는 족집게 핵심요약노트가 딸려 있어 수험기간 마지막을 편리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이런 점도 만족입니다. 보통 산업기사 시험 교재에는 이렇게들 잘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역시 해커스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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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과학 - 빅뱅에서 미래까지, 천문학에서 생명공학까지 한 권으로 끝내기
이준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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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학교에서의 과학 교육은 좀 딱딱한 형식을 유지하며, 지나치게 문제 풀이 위주라는 점이 지적됩니다. 본래 과학은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들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하며, 의문이 탐구를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될 때 학생의 과학적 사고가 자리잡고 향상됩니다. 그래서 과학책은 이런저런 의문을,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제기해야 하고, 타당한 해답을 수학적, 과학적 근거를 대며 제시해야 합니다. 이런 책을 읽을 때 성인 독자 입장에서도 과학에 대한 흥미가 절로 생기며, 당장은 큰 현실적 이익이 생기지 않는 자연과학 분야에 왜 거액의 정부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는지 납득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과학은 바른 길로만 들어서면 누구 입장에서도 재미있습니다. 

서두에 최재천 교수의 추천사가 있는데 이 책은 "빅 히스토리"를 공부할 수 있는 교재이기도 합니다. 책 전반은 우리 지구가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갖췄는지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오늘날 우리 인간의 까마득한 조상이라 할 단세포생명체도, 지구가 만들어지고 나서 엄청난 세월이 흘러서야 비로소 등장했고, 그로부터 진핵세포를 지닌 다세포 생물이 나오기까지는 또 긴 시간이 흘러야 가능했습니다. 우리 인간의 눈으로 보면 이들 생명체가 지극히 미미하고 하찮아 보이지만, 그 오래 전 인간들도 이와 다를 바 없었음을 자각한다면 새삼 겸손한 마음이 생깁니다. 

네 발로 기어다니는 귀여운(p121) 동물 키노돈트를 그림과 함께 설명하면서 저자는 이 동물의 매우 중요한 특징 하나를 댑니다. 그것은 허파까지만 갈비뼈가 덮고 있으며, 배 아래부터는 갈비뼈가 생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현재까지 화석으로 발견된 동물들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오늘날 포유류의 갈비뼈와 유사한 모습을 갖춘 게 바로 저 키노돈트입니다. 저자는 이 특징이 중요한 이유로, 이렇게 갈비뼈가 자리잡혀야만 복식호흡이 가능하다는 점을 듭니다. 복식호흡이 왜 그렇게 중요해졌을까요? 페름기 대멸종 당시 산소가 부족해져, 숨을 깊이 들이쉬어야만 생존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핵전쟁 후 지구가 더이상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지옥이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당대에 획득형질 유전이 대단히 어려울 뿐 어떻게어떻게 해서 운 좋은 돌연변이 개체가 나타나 또 그에 맞게 생존하고 번성할 것입니다. 단 그들이 우리 현생 인류와는 매우매우 다른 모습을 가질 뿐이겠죠.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인간의 직접 조상 중 하나이긴 하나 아무래도 현생 인류와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200만년 전에서야 호모 에렉투스, 직립 보행 원인이 나타나 우리들과 꽤 닮은 외관을 갖추기 시작합니다. 안타깝지만 왜 200만년 전에서야 호모 에렉투스 같은 생명체가 등장한 걸까요? 그 외에도 오늘날까지 유전자를 남길 만한 생명체 후보들은 매우 많았는데 말입니다. 실제로 인간은 다소 놀라울 만큼 유전자 구성이 단순한 편이라고 합니다. 단일 조상에 의해 한순간에 후손이 퍼져서입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기후 조건의 급속한 변화, 화산 폭발과 소행성 충돌 때문에 초래된 환경 급변에 그나마 가장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게 호모 에렉투스 그들이었기 때문이겠다고 설명합니다. 우리 조상들이 그만큼이나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남아 오늘에 이르러 우리가 이처럼 우아한 생활을 누리는 것입니다. 

포유류는 특이하게도 그 어미가 오랜 동안 품 안에서 길러야 성체로 온전히 자라나는 동물입니다. 그 중에서도 사람은 유독 성장과정이 길게 잡힌 후에야 어른 취급을 받게 되니 특이합니다. 만약 진화의 원리가 그저 약육강식, 적자생존으로만 채워진다면, 엄마 보호를 오래 받아야만 살아남는 동물들은 진즉에 도태되었을 것입니다. 현실은 오히려, 가장 피보호 기간이 긴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되었으니 역설적입니다. p217에서는 차츰 기후가 온화해짐에 따라 사람들이 이동보다는 정주해서 사는 삶을 선택했으며, 비로소 (비교적) 따뜻한 곳에서 비바람도 피하고 안정적으로 모유 수유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짚습니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들도, 굴 안에 둥지를 마련하는 등 뭔가 숨통이 트이기 시작한 기간이겠습니다. 

초기 SF 작가들이 사실은 그리 구체적으로 예측한 바는 아니지만 우리 시대 들어 가장 두드러진 발전상은 바로 인터넷입니다. 처음(1990년대 중반)에 한국 정부에서는 이를 "정보 고속도로"로 파악하여 그 인프라 건설에 열심이었지만, 이제 인터넷은 그저 정보를 얻는 수단이 아니라 인간 생존, 소통, 산업 발전 등 모든 면에 필수 파트가 되었습니다. 그러면 정치가 또 바뀌지 않을 수 없는데, 이 책 p289에 보면 2016년 아이슬란드에서 일어난 정치 혁명 현상을 자세히 설명합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직접민주주의를 주장하는 당이 큰 세력을 얻기도 했는데, 이제 대의제민주주의라는 여러 나라 헌법의 필수 기초원리도 그 타당성이 종전처럼 유지되기는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과학은 인간이 그 생존을 위해 발전시켜 온 지식과 지혜의 총화입니다. 과학의 발전사는 곧 인류가 오늘날의 번영과 자존을 키워 온 자랑스러운 자취이기도 합니다. 쉽고 재미있게 쓰인 과학 역사, 또 빅 히스토리를 담은 인문서로도 읽혀서 보람 가득한 독서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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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정치 홍성민 교수의 알기 쉬운 정치철학 강의 2
홍성민 지음 / 인간사랑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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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23) 7월에 홍알정(=홍성민 교수의 알기 쉬운 정치철학 강의) 제1권을 리뷰했었고 이번이 그 두번째 권입니다. 이 2권에서는 자유주의 정치 철학과 현실태를 커버합니다. 자유주의는 영국, 프랑스 등 민주주의의 가장 오랜 기초를 꽃피운 나라에서 발달한 정치 사조이며, 그 양태도 어느 하나로 단정지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하게 작동합니다. 반면 전체주의는 비록 내세우는 지향이 좌와 우로 달라도 시민을 억압하는 행태는 놀랄 만큼 닮아 있다는 게 큰 차이입니다. 

윈스턴 처칠은 일찍부터 "민주주의는 최악의 시스템이지만 현존하는 체제 중 최선의 것이다"라고 한 적 있습니다. 좋아서 쓰는 게 아니라 그보다 더 나쁜 억압적 기제에서 살 수가 없기 때문에 운용하는 제도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도저히 자유민주주의를 그 원형대로 쓰기 어려운 지경까지 왔는데, 저자는 그 위기의 본질을 다섯 가지로 짚습니다. 첫째 대표성의 위기, 둘째 빈부 격차, 셋째 포퓰리즘으로 인한 주권자 개념의 타락, 넷째 관료의 부패, 다섯째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가진 집단 간의 투쟁과 차별 등입니다. 

이 책은 크게 5부로 나뉘며 자유주의 정치 사상의 대부 다섯 명을 각각 다룹니다. 이 중에는 그 사상적 경향을 자유주의에 한정할 수 없는 훨씬 큰 스케이프를 가진 이도 있으나, 오늘날 자유주의의 재모색 과정에서 반드시 참고해야 할 사상가로서 꼽힌 이도 있습니다. 그 다섯은 홉스(대표성의 고찰), 로크(소유권), 루소(일반의지), 칸트(공공성), 헤겔(인정투쟁) 등입니다.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을 논한 홉스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싸움의 원인을 3가지로 짚었습니다. 첫째 경쟁, 둘째 자신없음, 셋째 명예. 이처럼 자연상태라는 게 개체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을 지경까지 가자 리바이어던이라는 거대한 권력이 안전 보장을 위해 호출되고, 시민의 도구적 이성이 "폭력과 공포의 심리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작동된다는 게 홉스적 시민계약설의 핵심입니다. 영국은 적어도 권리청원(Petition of Right. 1628) 이래 왕의 권력인가, 아니면 의회의 주도권인가를 놓고 끝없는 논쟁이 있어 왔습니다. p29에 나오는 아이자이어 벌린(이 사람은 E H 카의 책에서도 자주 인용되죠)과 퀜턴 스키너의 해석 다툼(20세기)이 그 좋은 예입니다. 

로크의 소유권 개념을 다루기 앞서 저자는 중세 교부 철학상의 원시 개념을 먼저 환기합니다. p57에서 말하는 교부철학자 클레멘스는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를 말합니다. 다음으로는 요한네스 크리소스토모스가 등장하며, 마지막으로 스콜라 철학의 개창자 토마스 아퀴나스가 나옵니다. 저자는 이 셋의 사상을 토지공유제, 노동가치설, 손상의 한계, 충분의 한계로 요약하는데 현대 자유주의 정치사상의 재의의를 규명하려는 게 그 의의입니다. 이어 저자는 자본주의에 대해 강력한 안티테제로 등장했던 칼 마르크스와 (약간 뜻밖에도) 토머스 페인을 설명합니다. 물론 <상식>을 저술하여 미국 독립 혁명에 불을 지른 그 사람이며 시기상 칼 마르크스가 태어나기도 전에 타계한 그 인물입니다. 토지 소유권에 내재한 사회적 합의설을 거론했던 이유에서입니다. 

루소의 일반의지, 즉 volonté générale에 대해 이후 프랑스 대혁명의 주역 중 하나였던 시예예스 주교, 또 한참 후의 슘페터의 해석이 갈립니다. 시예예스는 국민의회에서 입법권을 행사하는 대의원들이 이 일반의지를 대표하는데 국민의 일반의지라는 게 분명히 선재한다고 여깁니다. 이때의 국민이란 주로 부르주아지(제3계급)이지만, 이후 레닌과 마오는 이를 노동자와 농민으로 바꿔 해석했습니다. 반면 20세기의 슘페터는 전문가의 식견과 능력이 중요하며 일반의지도 하나의 고정된 모습이 아니라 수시로 변용된다고 여깁니다. 저자는 여기서 일본의 문학가 아즈마 히로키(1971~)의 "일반의지 2.0"을 인용하며 루소의 개념이 21세기 현대에 들어 어떻게 재탄생, 재해석되어야 하는지 하나의 시안을 논합니다. 

칸트의 도덕감정 논의는 가장 소박하고 어찌보면 유치하기까지 한 단초에서 가장 추상적이고 고도의 개념을 논의해 가는 그 치밀함에 위대함의 본질이 놓입니다. 계몽을 논하며 그는 "이성의 공적 사용(p195)"을 자세히 추급하는데, 시민은 정부의 공권력 행사에 복종도 해야 하지만(예:납세), 동시에 후견인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미숙한 상태에 놓인 존재가 결코 아니므로 비판적으로 행동해야만 할 때가 있다고 합니다. 국가 전체가 이런 자유사상에 기반해서 작동해야 성숙한 단계로 접어든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위르겐 하버마스의 <공론장의 구조변동>을 인용하며 칸트적 계몽의 현대적 변용을 알기 쉽게 논합니다. 

헤겔은 국가를 인륜의 최고형태라고 규정했었습니다. 이때 인륜의 원어는 Sittlichkeit입니다. 헤겔은 젊었을 적 피가 끓는 개혁주의자였으나 그 역시도 어리석은 자코뱅파가 혁명의 대의를 어디까지 망가뜨릴 수 있는지 본인이 목도한 세대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의 사상은 기존의 자유주의에 대해, 인륜의 객관성을 바탕으로 비판합니다. 헤겔 사상의 2단계에서 저자는 인정투쟁(Kampf um Anerkennung)을 집중 분석하며, 대체 왜 인간 사회에 분쟁이라는 게 발생하는지, 어째서 종교나 이념 등 추상적인 가치 때문에 이처럼 치열한 싸움이 빈발하는지를 규명합니다. 

홍성민 교수님 특유의 쉽고 명쾌한 필치로, 어려운 정치사상의 이슈들이 설명되기에 책이 술술 잘 넘어갑니다.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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