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워크 - 가정과 자유 시간을 위한 투쟁의 역사
헬렌 헤스터.닉 서르닉 지음, 박다솜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인적으로 예전에 마이클 크라이튼의 어느 작품을 읽으며 "세탁기, 냉장고 등이 등장하여 가사노동의 어려옴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과연 그만큼 삶이 행복해졌는지는 의문"이라고 한 구절을 접했습니다. 여전히, 워킹맘들이 직장에서 뼈빠지게 노동하고 돌아오면 그들을 기다리는 건 일, 일, 또 일입니다. 세상이 나아지고 편해졌다고는 하지만 왜 이렇게 끝도 없이 일이 남는 걸까요? 또 여성은 언제까지 가정을 위해, 또 자신만의 자유 시간을 위해 투쟁해야 하는 걸까요? 

저자 두 분은 부부 사이이거나 한 건 아니고 이 책 저술울 위해 일시 콜라보했습니다. 작년(2023) 발간되어 큰 화제가 된 이 책은 그 부제("History of the Home and the Fight for Free Time")에 걸맞게 묵직한 주제를 다뤘으며,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심각한 생각거리들을 많이 던져 줍니다. 캐나다인인 닉 스르니첵은 그 성씨에서도 알 수 있듯 체코 혈통이며 해외에서는 40대의 촉망 받는 학자로 널리 알려진 분입니다. 헬렌 헤스터 교수는 <제노페미니즘> 등 여러 문제적 저서로 국내에서도 그녀를 이미 아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남자든 여자든, 창의적이지도 않고 생산적이지도 않으며 흥미도 없는 일에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써서는 안 된다(p24)." 저도 2년 전쯤(2002. 9)에 그 한국어판을 리뷰했던, 격정적인 활동가로 유명했던 앤젤라 데이비스(현재 80세)의 고전 <여성, 인종, 계급> 중의 한 구절입니다. 예전에 비하면 얼마나 편해졌는지를 놓고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한다며 현재의 모순과 질곡에 무감각해지거나 순응하지 말고, 비위와 악폐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투쟁해야 한다는 게 저 발언의 골자이며 동시에 이 책의 주제입니다. 

본디 진보 사상의 아득한 선구자들은 여성 문제에 대해서도 앞서서 통찰하고 행동했습니다. 프리드리히 엥겔스(엥엘스)가 그러했고, 비슷한 나이의 혁명가들이었던 두 여성, 알렉산드라 콜론타이, 로자 룩셈부르크 등이 그러했습니다. 책은 적시 적소에 이들의 저작을 원용하며, 문제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으며 다만 우리가 명백히 인식하지 못했을 뿐임을 지적합니다. 사람을 속이고 이익을 사취하려는 악당들은 여전히 거리를 활보하며, 여성들은 감연히 이에 맞서 싸워야 하며 문제를 애써 외면하는 건 의무를 방기하는 무책임일 뿐임을 통렬히 고발합니다. 

"노동 절약 기술이 등장했으므로 그만큼 더 요리 등에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이상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p88)." 여성들에게 특정한 역할을 강요하고 성별 기능(왜곡된) 외에 어떤 자격이나 권위, 재량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가부장적 사고 때문에 지금 이 시간에도 젊은 여성인재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아깝게(자신을 위해서나 사회를 위해서나) 시들어가는 것입니다. 육아 노동은 예나 지금이나 여성들에게 크나큰 부담이며, 과거의 여성들은 이에 더하여 고된 가사노동, 강도 높은 농업노동까지 수행해야 했습니다. 현재도 엄마들에게 "낯선 꼬마 사람"으로 여전히 힘든 의무를 부과하는 게 아이일 수 있음은, 안타깝지만 엄연한, 그리고 냉정한 현실입니다. 

이 책은 부제를 보면 여성 개인의 자유시간을 위한 투쟁 부분도 언급하고, 잘 보면 home, 곧 가정이라는 단어도 들어가 있습니다. 책의 제5장은 "주거 공간의 재조직"인데, 저자들은 이 집이라는 공간이, 개개인이 고립되거나 인간을 소외시키는 소모적인 노동("젠더화한 노동 분화")을 강요하는 착취의 장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자각하고 극대화하며, 여성이 다른 여성과 연대하여 개혁과 해방의 비전을 마음에 품고, 부조리한 현실과 정면으로 맞서 투쟁하는 홈베이스로 의존할 수 있는 기지로 거듭나기를 촉구합니다. 이 챕터에서 주택 코뮌, 노비 비트에 대한 저자들의 설명은 의미심장합니다. 

주택은 개인의 탐욕과 부정부패를 부추기는 자산 증식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척박한 현실에서 집은 그저 자산이거나 투자 수단에 불과합니다. 저자들은 이에 맞서, "정치적으로 급진적이고 해방적인 주택 형태를 만들려는 노력(p185)", 이른바 주택 리얼리즘은 크나큰 장벽에 맞닥뜨리게 된다고 지적합니다. 주택의 설계 역시 가사 노동의 분담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결정할지에 따라 그 모습이 천차만별로 바뀐다고 저자들은 통찰합니다. 저자들은 "부담가능성의 위기"를 거론하며, 하나의 강력한 대안을 제시하여 집이 투쟁의 전초 기지로 재설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동시에 그 현실적 한계도 같이 짚습니다. 

"탈노동사회는 유토피아적 목적지로 오해받기보다, 오히려 자유의 영역을 계속 넓혀가는 한없이 프로메테우스적인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p230)" 이 구절을 읽고 저는 구 소련의 문필가 갈리나 요시포브나 세레브리야코바(Галина Иосифовна Серебрякова)의 대하소설 <프로메테우스>가 생각났습니다. 끝없이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먹히면서도 인간에게 소명의식을 갖고 불을 전래해 준 선지자... 우리 모두는 참여와 희생을 통해, 고립된, 원자화한 개인의 협소한 틀에서 벗어나 더 큰 자아에의 합일을 도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버리지 서클 - 젠트리피케이션을 해결하는 새 비즈니스 세계관
강호동 지음 / 북그로스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p36에 잘 나오듯 한국형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표적 사례는 2010년대의 경리단길 사태입니다. 본래 젠트리피케이션은 오래된 부심을 (이른바) 핫플레이스로 개발하여 유동인구도 늘게 하고 건물주와 임차인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효율적인 개발 프로젝트였기에 많은 이들에게 기대를 모으는 사업으로 기대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기존의 임차인들이 쫓겨나고 새로 입주한 이들도 너무 높은 월세에 신음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게 보통이 되었습니다. 어감, 어원의 마일드함에도 불구하고 이제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하면 주민들에게 불안, 공포감부터 안기는 게 대부분입니다. 

이 책 뒤표지를 보면 "실컷 핫플레이스로 만들고 나면 쫓겨나는 현실을 임차인 스스로 바꾸는 방법"이란 문구가 나옵니다. 영원히 을(乙)로 살아야 할 것 같았으나 만약 가치관만 좀 바꾼다면, 자신이 창의력, 사업감각, 인맥으로 가꾼 삶의 터전을 어느 정도는 지켜낼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이 무척 궁금했습니다. 임차인들도 책 내용에 호기심이 물론 생기겠지만, 건물주들도 임차인 쪽 전략을 미리 읽고 대비한다는 면에서 역시 주의깊게 읽을 동인은 충분하지 싶습니다. 

"자영업자는 (알고보면) 누구보다도 건물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p86)." 고액의 월세를 내고 근근히 버티는 고달픈 신세가 아니라, 자신만의 컨텐츠를 확실히 가꾸고 알토란 같은 수익을 올린다면 언젠가는 자기 건물에서 마음놓고 장사하는 진짜 사장님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뿐만 아니라 컨텐츠가 확실한 건물주라면 공실률도 최소화하며 은행 대출이자 걱정에서도 자유롭기까지 할 수 있다니 이 책은 진짜 건물주가 읽어야 하는 책이 맞습니다. 

저자는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고 합니다. 그저 열심히 장사만 하는 걸 미덕으로 삼고(=푼돈을 열심히 모으고) 과감한 투자로 전략을 바꾸는 걸 허황되다며 꺼리는 분들이 많은데, 예전에는 이런 태도를 바람직하게 보았으나 지금은 젠트리피케이션의 쓰나미 앞에 영원한 을 신세로 살기에나 딱 좋을 뿐이라고 저자는 따끔하게 지적합니다. "너무 열심히만 살아서 장사에만 매몰되는 사장님들을 모면 딱하다.(p91)" 고생 끝에는 낙이 아니라 골병만 찾아올 뿐이라고도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나의 약점은 언제까지나 약점이 아니라 반전 끝에 강점으로 갑자기 바뀔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대화할 때 상대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하는, 내성적이고 친화력 부족한 성격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말할 때 목 말고 눈을 봐!"라는 지적을 듣고 이런 단점을 바로 고쳤다고 하네요. 일단 시선을 바로 맞추고 난 후에는 상대방의 기분이나 심리를 살피고 그에 맞게 소통하는 습관도 새로 붙었으며, 장사의 기법도 한 수 높아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은, 누가 나에 대해 바른 지적을 하면 그걸 즉시 수용하고 내면화하는 자세도 있겠습니다. 

가난을 탈피하는 첫째 길은 일단 공부라고 합니다. 독서를 많이 하며 폭 넓게 여러 주제를 접하고, 그저 한 분야만 들여다보고서는 전체를 다 안 양 착각하지 말라고도 합니다. 한 권만 읽고 독선에 빠지는 건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다 더 나쁘다고 합니다. 부동산에 자신이 붙었다고 그것만 주시할 게 아니라 관련된 다른 자산도 살펴 보고 거시경제 전체를 조감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경제와 사회는 모든 섹터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므로 한 섹터만 보지 말라는 충고는 참으로 타당합니다. 

p176에는 링컨의 명언 하나가 인용됩니다. 그만큼 무엇을 사전에 준비하는 자세, 정보 서치를 통해 철저하게 현황을 파악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인터넷의 상권정보시스템, 마이프차 같은 프롭테크 사이트를 수시로 참조하라고 합니다. 모든 자산이 그렇지만 건물 역시 싸게 사서 가치를 불린 후 비싸게 처분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노른자만 애써 찾아다니지 말고 남들이 잘 안 보는 흰자에도 신경을 써서 용케 캐치하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도 충고합니다. 당장은 가치가 낮아도 경험 많은 눈에는 아 이건 이렇게 키우면 되겠구나 하는 게 변두리 구축을 보고서도 생각이 떠오른다고 합니다. p198에는 라라브레드 공릉점을 이런 식으로 멋지게 키워낸 저자의 사례가 나옵니다. 

현상에 머무르기만 하면 영원히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실속 있는 정보를 꾸준히 수집 정리하고 과감한 실행에 옮기는 게, 을에서 갑으로 도약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게 책의 결론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링크드인 취업 혁명 - 취준생 99%가 모르는 3개월 만에 해외 취업 돌파하기
김민경 지음 / 라온북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링크드인(Linkedin)은 특히 북미, 유럽에서 직장인들 사이에 큰 인기를 누리며 기능적으로 활용되는 소셜미디어입니다. 한국에서도 물론 쓰는 이들이 많긴 하나 외국에서만큼 널리 인지되지는 않은 듯합니다. 책을 읽어 보니 저자께서는 꼭 소셜미디어를 통한 활동이 아니라 해도 어느 분야에서건 크게 성공하셨을 것 같은데, 이 책을 통해 링크드인 100%, 아니 200% 활용하는 법을 공유해 줘서 독자로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네요. 꼭 링크드인이 아니라 해도, 다른 소셜미디어 이용에 두루 확장할 수 있는 팁들, 나아가 사회적 교제, 교류 전반에 잘 통할 만한 가르침이 많아 좋았습니다. 

"퍼스널 브랜딩 도구이자 살아 있는 이력서(p30)" 확실히 이 말은, 다른 어떤 소셜미디어보다 링크드인에 잘 적용되는 말 같습니다. 물론 페이스북 같은 데에서도 현재 소속된 직장, 출신 학교 등을 설정할 수 있고 같은 공통분모를 가진 이들끼리 더 긴밀히 엮이게 하는 기능이 있긴 합니다. "백지였던 링크드인 공간에 서서히 그림을 그려가는 뿌듯함." 링크드인을 그야말로 살아있는 이력서로 활용할 수 있었던 저자이기 때문에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링크드인은 이런 쪽으로 최적화한 플랫폼이기 때문에, 어떤 직장을 거쳤으며 어떤 레벨의 누구들과 내가 연계되었는지 링크드인만큼 확실히 잘 정리하여 보여 주는 공간도 또 없을 것 같습니다.   

책에는 캐나다에서 유학할 때 학업 수행은 물론 교수진과 동료 학생들과의 모든 소통에 열심이었던 저자의 스토리가 곳곳에 나옵니다. 학교를 다니건 직장 일을 하건 이렇게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애착을 가져야 비로소 자신의 목적을 성취할 수 있음을 다시 확인하게도 되었습니다. 또 처음에는 어려워 보였던 어떤 과제가 있어도, 지레 겁 먹지 말고 과감하게 첫 발을 떼고 보라는 게 저자의 조언입니다. 이런 활동을 스펙 쌓기라며 비하한다면 사회 활동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열심히 산 흔적은 (그게 조작이 아닌 한) 스펙 안에 압축적으로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요즘은 지구촌이 하나로 묶여 딱히 국경이라는 게 큰 의미가 없는 세상입니다. 그래서 한국의 젊은이들도 해외 기업 취직을 많이들 노립니다. 이 책 여러 군데에서도 언급되지만 사실 자기만의 아이템이 확실히 있고 조직 내 적응에 문제가 없다면 외국어(특히 영어) 실력이 반드시 출중해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물론 외국어에 능통하다면 그건 당연히 큰 강점이겠습니다. 저자도 이 초기 단계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이야기가 책에 자세히 나오기 때문에, 비슷한 고민을 가진 이들에게 많은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아무튼 해외 취업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국내 기업의 경우와는 또 다른 전략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해외 취업을 위해 네트워킹이라는 채널을 적극 활용하라고 권합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인맥으로 회사에 들어왔다면 낙하산이라며 좋지 않게들 보지만(p81), 해외에서는 그 사람이 일을 잘한다는 전제 하에 아무 문제 없는 경로라고 합니다. 바로 여기서, 이 책의 핵심 내용이 전개됩니다. 어느 나라든 인맥이 중요하지 않은 사회 구조는 없습니다만, 특히 소셜미디어인 링크드인을 통해 보다 손쉽게, 또 효율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라는 것입니다. 책에는 토론토에서 저자가 동료 한 사람을 적극 추천해 주어 구직에 성공했던 예화를 들려 주는데, 어쩌면 한국에서도 이런저런 비공식적인 취업 과정은 이런 패턴을 (이미) 닮아가고 있는 듯도 합니다. 

사회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오픈마인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는 링크드인 프론트페이지를 통해, 내가 누구 못지 않게 오픈마인드라는 점을 적극 타인(방문자)에게 인식시키라고 조언합니다. 또 URL부터를 나한테 맞게 커스터마이징하여 나를 타 유저들이 쉽게 찾고 들어오게 세팅하라고 충고합니다. 또 프로필 사진은 프로페셔널하게 딱 각인되도록 설정하라고 하는데, 책에는 에스더 강 코치님이라고 링크드인 인플루언서로 활약 중인 어느 분의 첫화면이 예시로 소개됩니다. 확실히 화면만 봐도, 이분이 어떤 분이며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는 디자인인 듯합니다. 

현대 사회는 어느 부문이라도 속도전(p144)이 지배한다고 합니다. 직업을 구하는 쪽이건 사람을 뽑는 쪽이건 간에 순식간에 기회가 스쳐지나가므로 그 짧은 시간 동안에 나의 강점을 강력하게 확실하게 어필해야만 한다는 거죠. 회사 입장에서도 자측에 알맞은 인재를 괜한 절차 문제 때문에 머뭇대다 놓치는 건 큰 실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구직자의 경우, 톡톡 튀는 프로필을 링크드인에 확실하게 꾸며 놓을 줄 아는 게 하나의 큰 능력이자 필수 조건이겠습니다. 

취업이나 상급학교 진학의 경우 추천서(p168)가 미국 등에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추천서의 역할이 생각보다 중요하므로 잘아는 교수님은 물론 한 단계 걸쳐 있는 정도의 인맥으로부터도 적극 추천서를 받아 내도록 노력하라고 합니다. 우리는 아직도 이런 면에서 소극적이고 뭔가 샤이하게 처신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력도 없으면서 들이대기만 하면 물론 민폐이겠으나 자신의 성과가 어느 정도라도 인정을 받는 상태라면 너무 빼지 말고 과감하게 시도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취지로 읽혔습니다. 

확실히, 소셜미디어의 가장 큰 기능 중 하나는 소셜(social)이라는 말 그대로 내게 필요한 인맥을 잘 가꾸고 나를 잘 홍보하는 루트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이겠습니다. 책 말미에는 링크드인 코치, 링크드인이라는 인맥 둥지를 최대한 활용하여 성공한 여러 인물들의 사례가 집중 분석되는데, 꼼꼼하게 읽어 보고 내가 롤모델로 삼을 만한 케이스를 골라 적극 벤치마킹하면 좋을 듯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단한 자소서, 탄탄한 면접 하루 완성 - 방송작가와 아나운서가 알려주는 매력적인 취업 전략
이수연.황유선 지음 / 다반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진학이나 취업은 자소서 작성과 면접에 성패가 달린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 p15를 보면, 학교건 기업이건 간에, 거기에 지원하려는 "나"는 상품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우리들도 어떤 상품이, 설령 아무리 품질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그 설명이나 매력 어필이 부실하면 그냥 넘기곤 합니다. 하물며 때로는 수십 대 일까지 경쟁률이 높아지는 전형에서, 자소서나 면접에서 내가 왜 뽑혀야 하는지를 사정관, 면접관에게 제대로 설득 못하면서 합격을 기대한다는 건 무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소서를 쓸 때 명심해야 할 것은 이 역시도 하나의 스토리가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성공적인 스토리는 산만하게 이리저리 갈래를 치지 않고, 하나의 분명한 결론, 결말을 향해 "깔때기처럼" 흐름이 집중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파트는 방송작가인 이수연씨가 설명하는데, 작가들은 무슨 소재로 이야기를 꺼내어도 결국은 하나의 결론으로 흐르게 처리하며 이를 깔때기 토크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확실히, 인기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라면, 진행자와 게스트가 아무리 산만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도, 잘 듣다 보면 어떤 맥락이라는 걸 놓치지 않는 매력이 분명히 있습니다. 

자소서에서 자신의 지난 인생을 소개할 때, 시간 순으로 언제는 이러이러했으며 언제는 또 이랬다고 서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게 가감없이 지난 역정을 소개하는 정직한 태도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읽는 입장에서는 "요점이 그래서 뭐라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 때도 있을 겁니다. 내 이야기는 나 자신에게야 언제나 절실하지만, 남들도 그리 여겨줘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래서, 내 사연을 과장하거나 허위로 꾸며 내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다른 이들이 흥미롭게 읽을 만한 스토리를 쓸 필요는 충분합니다. 그래서 저자들은 이야기를 플롯으로 재구성하여 극적 효과를 높여야 한다(p68)고 권합니다.  

과거에는 한국의 학생들이 외국으로 유학을 많이 떠났으나, 요즘은 지방대학에도 우리 나라로 공부하러 온 외국인 학생들이 많습니다. 이들도 입학 시 자소서를 제출하는데, 천편일률적으로 "저는 어려서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났으며..." 같은 문구가 들어간다고 하네요. 여기서 저자들은 중요한 포인트를 지적합니다. 즉, 자소서는 비록 이름은 자소서(=자기소개서)이지만 무미건조하게 자기를 그냥 소개하는 문서가 결코 아니라는 겁니다. 학교든 회사든 사람을 뽑을 때에는 이러이러한 사람을 뽑아야겠다는 어떤 인재상이 있겠는데, 내가 쓰는 자소서는 "그 인재가 바로 저에요!"라며 자신을 힘차게 각인시키는 글입니다. 그런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자소서는 그 안에 무슨 내용을 친절하게, 솔직하게 담는다 해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자소서는 앞으로 이어질 면접의 기초 자료 노릇도 합니다. 자소서에는 마치 드라마의 캐릭터처럼 나 자신을 강렬하게 인상지울 서술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잘 쓴 자소서를 읽고 면접관 역시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여기까지는 정말 좋았으나, 그걸로 과연 끝일까요? 이제 실전 면접에서 면접관은 질문을 합니다. 무엇을 물을까요? 자소서에 적힌,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고 이러이러한 개성을 지니고 이런 업적을 이뤘냐는 것? 그건 이미 자소서에 다 나오므로 새삼 묻지를 않습니다. 

그런 사항보다는, 그 팩트를 바탕으로 삼아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자소서에는 몇 년도에 영업직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나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이며 누구에게 얼마나 팔았나?" "그 아르바이트를 통해 무엇을 배운 것 같은가?" 예를 들면 저런 질문들입니다. 구체적으로 확장하여 던지는 질문에, 그자리에서 척척 구체적이고 재치있는 답이 안 나온다면, 애초에 자소서에 이런 이야기를 뭐하러 적었으며, 과연 쓴 이야기들이 진실하긴 한지까지도 의심 받을 수 있습니다. 

면접장에서 답만 척척 잘한다고 다가 아닙니다. 면접장은 잘난 내가 원맨쇼를 하는 공간이 아니라, 면접관과 진지하게 소통하고, 다른 지원자(물론 나의 경쟁자들이지만)를 배려도 할 줄 아는(필요하다면), 종합적인 인성 같은 걸 보는 곳이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요즘은 재능도 재능이지만 조직에 잘 융화할 수 있는 원만한 인성을 중시하는 세상이니 말입니다. 

이미 상당한 자질을 갖춘 인재라면 그 자체로 사정관이나 면접관들이 알아 보는 게 정상입니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보장도 없고, 기왕이면 철저한 전략으로 사전에 무장해서 나의 장점을 철저하게 어필하고, 내가 원하던 조직에의 입사를 반드시 관철시키는 게 최선인 만큼, 이 책에 나오는 조언을 남김없이 내 것으로 소화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좋은 본질은 그에 알맞은 외관을 갖출 때 비로소 제 가치를 발휘하니 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패션 앤 아트
김영애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나라의 문화와 경제가 얼마나 융성하고 번영하는지는 여성들의 패션을 보면 알 수 있을 듯도 합니다. 번화가에서 얼마나 말쑥하고 세련되게, 여성들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지를 관찰하고, 이 사회가 어느 정도로 너그럽고 품위 있게 상호 소통을 이어가는지 판단할 수 있다면 다소 과장일까요? 한국은 1980년대에도 중저가 브랜드의 수출과 수입이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졌으며 경제 규모나 소득 수준에 비해서는 패션 산업이 발달한 편이었습니다. 이제는 세계로부터도 일정 수준 주목을 받는 나라가 되었으며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이 해외로 진출하여 활약하기도 합니다. 그럴수록 그저 표피적으로 명품 소비와 추종에만 쏠릴 게 아니라 명품에 스민 장인정신과 성공 비결을 탐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현재는 생로랑으로 이름이 바뀐 이브생로랑은 이미 지난세기부터 유럽과 세계 패션계를 이끄는 리더였습니다. p24에는 그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유명한 사진, 이른바 스모킹룩을 표현한 전설적인 컷이 담겼습니다. 책에도 잘 나와 있듯이 이런 전위적이고 도발적인 차림이 실생활에서 언제나 환영받은 건 아니고, 식당에서 과감하게도 이런 차림을 한 사람이 입장을 거부당하는 등 크고작은 소동도 빚었습니다. 그러나 예술과 문화는 언제나 혁신가와 파이오니어들에 의해 여러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며, 한때 시끄럽더라도 지나고보면 남들이 감히 상상도 못한 엄청난 진보를 끌어오는 수도 있습니다.   

패션은 산업자본의 이해와 밀접하게 연관된, 대단히 실용적인 성격일 것만 같아도, 시대의 이단아들이 마음껏 자신의 상상력을 펼치는 경연의 장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파격과 발칙함으로 무장한 신예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p71에 나오는 카우스(Kaws), 본명 브라이언 도널리도 그 중 한 명입니다. 1974년생이라니 이제는 청년이라기보다 사회의 중역을 맡아야 할 지긋한 나이이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실험정신과 도전 의지는 결코 젊은이들에 비해 뒤처지지 않습니다. 파리의 콜레트(편집샵), 일본의 여러 쇼핑가(街)로부터 언제나 건강한 영감을 받아 온 그의 감각과 비전은 업계에 끼치는 영향이 지대했으며, 겉으로 보아 동네 아저씨같이 점잖은 외모인 그의 내면 대체 어디에서 그처럼 폭발적인 창의력이 솟아나는지 놀라울 뿐입니다. 

한국의 도산대로에도 커다란 에르메스 빌딩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크고작은 연예기획사나 금융기관, 심지어 초고급 접대업소들까지 위치한, 그야말로 한국 부의 밝고 어두운 단면이 압축적으로 담긴 구역이라 할 만한데, 그만큼 에르메스라는 브랜드가 세계의 패션피플, 상위 0.5%의 부유층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잘 보여 주는 입지라고 하겠습니다. p117을 보면 세계 어느 나라의 에르메스 스토어도 공통적으로 채용한 디자인 팩터가 있는데, 그게 바로 윈도 디스플레이라고 합니다. 지나갈 때마다 이 부분은 그리 신경을 쓰지 못하고 지나쳤는데(그것보다는 바로 앞에 자리한 이국적인 공중전화 부스에 더 시선이 갔던...) 그렇게 깊은 뜻이 담긴 줄이야 이 책을 읽고 비로소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네요. 레일라 멘사리라는 이름도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프라다라는 브랜드를 두고 예술의 수호자라고까지 선언합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며 느낀 바 중 하나는, 비단 프라다뿐 아니라 거의 모든 패션 브랜드들이, 음으로 양으로 예술가들을 지켜 주고 사회의 무정한 시선으로부터 그들의 예술혼과 크리에이티브를 상처입지 않고 돌보는 역할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수십 년 전에 부녀지간인 냇 킹 콜과 나탈리 콜이 한자리에서 노래부르는 듯 레코딩한 음반이 큰 인기를 끌었는데(당시 냇 킹 콜은 이미 고인이었음), p175에도 서로 다른 시대를 산 엘사 스키아파렐리와 미우치아 프라다가 대화를 나누는 영상이 화제가 되는데, 현대의 발달한 VR로 얼마든지 가능한 이벤트이긴 합니다. p176에 실린 컬러 도판에서도 그들의 담대한 실험 정신을 엿볼 수 있죠. 

"로고의 혁명" 펜디를 두고 이르는 말입니다. 저도 어느 야구단의 로고를 보고 아무 관련없는 다른 대기업집단이 생각나서 잠시 어리둥절했던 적이 있는데, 다른 의류기업 o라가 언뜻 연상되는 이 펜디의 로고는 등장 당시 모두를 당혹하게 했습니다. 우리가 알던 로고라는 것의 상식을 깨는 선택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서 젊고 스포티한 이미지를 얻어 젊은 세대와 더욱 긴밀하게 소통하게 된(p237) 펜디는 전에 다른 브랜드가 걸어 본 적 없던 길을 걷는 중입니다. 패션도 여타의 산업과 마찬가지로, 혁신에 실패하면 반드시 경쟁에서 도태될 뿐 아니라 오히려 그 어느 섹터보다도 감각적이고 치열한 혁신이 있어야 살아남는 분야입니다. 책을 통해 얼마나 많은 전사들이 시대를 이끌기 위해 살벌하게 현장을 뛰는지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