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91187194392


많은 분들이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공부도 하면서 참여하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막연한 감(感)이라든가,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말로 감이 좋은 분들은 명시적으로 이론화하지는 못해도 어떤 성공하는 패턴 같은 걸 정확히 감지하여 투자를 하기에 성과가 좋습니다. 그러나 99%의 투자자들에게는 이런 방식의 투자가 불가능하기에, 함부로 따라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결국은 원칙과 룰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 다음에 개별 기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종목 투자가 이뤄져야겠습니다.


어제(금)도 시간외 거래에서 하한가에 가까운 시세를 보인 종목이 나왔는데, 오후 3시 30분 이후에 공시가 이뤄져서 그리 되었습니다. 시간외 거래에서는 이른바 동시호가 매매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는데요. 정규 시간대에는 누가 매도 주문을 내면 그 가격에 사겠다는 이가 나타날 때 바로 체결이 됩니다. 또 누가 매수 주문을 낼 때 팔겠다는 이가 보이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호가창을 보면 해당 주문이 매수형인지 매도형인지가 빨간색, 파란색으로 다르게 표시됩니다. 또, 전체적으로 매도, 매수 중 어떤 게 많은지에 따라 체결강도라는 게 정해지죠. 100이 넘으면 그만큼 매수 주문이 많다는 뜻으로서, 인구통계에서 "성비"의 개념과도 비슷합니다. 


우리 나라에는 원칙적으로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주식은 다 액면이 있으나, 미국은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요즘은 미국 주식을 직접 거래하는 분들이 많아서 이 사실도 널리 상식처럼 알려져 있죠. 우리는 증권시장에서 특정 회사의 주식이 높은 가격을 이룰 때, 보유하는 주주인 우리는 좋지만(시세 차익을 남길 수 있으므로), 회사에는 무슨 도움이 되는지 간혹 궁금해질 때가 있습니다. 시총이 높다는 게 회사에 직접적으로는 어떤 도움이 되는가? 내가 가진 주식이 아무리 가격이 올라도, 결국은 "팔아야" 이익이 실현되지 않는가? 이에 대한 답은 이 책의 pp.21~25에 잘 나옵니다.


2023년부터는 주식 양도소득세도 일정 이상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에 한해 낼 의무가 생기지만 현재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주식 거래를 할 때 보면 1주씩 1주씩 별 의미도 없는 매매가 호가창을 주루룩 채우는 걸 구경할 때가 있는데, 이런 단주매매는 자전거래일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왜 자전거래가 이뤄지는지 이 책에 쉽게 잘 설명되어 있네요.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를 혼동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선 서킷브레이커가, 그 이름처럼 사이드카보다 훨씬 강력한 조치라는 걸 알 필요가 있습니다. 사이드카는 프로그램 매매만 중단되며 시간도 5분 동안이지만, 서킷브레이커는 20분 동안 모든 매매가 중단됩니다. 또 사이드카는 하강시뿐 아니라 급격한 상승시에도 발동되지만, 서킷브레이커는 하강시에만 내려집니다.


왜 PER이 낮은 종목을 사야 하나? 이 책뿐 아니라 모든 교과서에서는 "현재 저평가된 주식을 사야 이후 주가 상승이 더 큰 폭으로 이뤄질 걸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애초에 PER이 낮게 책정된 섹터나 종목은, 시장에서 인기가 없는 어떤 구조적 요인이 있는 것이므로 오히려 피해야 한다는 실전 전문가들의 주장도 있으니 어떤 절대적 원칙처럼 여길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판단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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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이야기 창비세계문학 53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석영중 옮김 / 창비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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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책프 13기 33주차에 박형규 교수 번역본 <체호프 단편선>을 리뷰한 적 있습니다. 아직 그 독후감이 책좋사에 남아 있습니다만 네이버 카페 플랫폼 개편 때문에 책의 서지사항이 지워져서 보이질 않네요. 제 기억이 맞다면 학원사 刊 한권의책 시리즈 중에 포함된 책이고, 전 아직도 문장의 아름다움이나 번역의 정확성 면에서 그 책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 개인적인 평가입니다. 


2016. 8. 21에 남긴 그 독후감에는 묘하게도 <지루한 이야기>에 대한 소감이 빠져 있는데 4년 정도가 지난 지금 다른 역본을 읽고 나서 이 독후감 속에 이런저런 느낌을 털어 놓을 수 있어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지루한 이야기>는 어쩌면 제목 그대로, 체호프의 다른 단편이 보여 주는 교과서적 깔끔한 형식미와 미학적 충격과는 전혀 관계 없어 보이는, 그렇다고 체호프 자신의 자전적 회고로도 보이지 않는, 어느 노교수를 1인칭 작중 화자로 삼아 펼쳐지는 "지루한 이야기"입니다.


노교수는 젊어서 명철한 지성을 자랑하던, 인품도 빠질 데 없는 명사였으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심사가 꼬여가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이 대목은 호주의 소설가 콜린 매컬로의 <로마의 1인자> 1부에서 가이우스 마리우스가 뇌에 이상이 생긴 후 성격이 괴팍히 변해 가는 과정과도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두 거인 모두 한때는 자신에게 타인에게나 공명정대하기 이를 데 없는 잣대를 유지할 줄 알던, 수양의 정점에 달한 사람들이었기에 더욱 안타까울 뿐이죠.


"선생님께서는 요즘 무섭게 늙으셨습니다."


무섭게라는 부사가, 늙은 모습이 무섭다는 뜻인지, 아니면 노화의 속도가 급작스럽다는 뜻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둘 다일 수도 있겠죠. 교수는 특히, 자신의 마음에 차지 않는 후배, 사위 등을 신랄하게 비꼬고 조롱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는데, 그의 슈퍼에고는 이런 1차원적 반응에 대해 준엄한 꾸짖음을 내립니다. 중편에 가까운 긴 분량 속에서, 우리들 일상인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예외적인 캐릭터의 잔잔한 내면 속 전쟁을 다룬 이 소설은 현대의 관점에서도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기에 더욱 흥미롭습니다.


<검은 옷의 수도사>는 아마도 니콜라이 고골의 영향을 짙게 받았음직한 신비적 분위기가 두드러지며,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은 한국에서 안 읽은 독자가 거의 없을 법한 명단편입니다. 석영중 교수의 이 새로운 번역으로 즐기는 맛이 또 별미였다고나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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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 - 박진숙 드라마 걸작선 1
박진숙 지음 / 청동거울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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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라면 주부들도 더 이상 가사일에만 매몰되지 않고 문화센터라든가 수영장, 헬스클럽(당시 명칭), 심지어 단식원 등을 자주 드나들며 풍요로운 도시의 삶을 즐겨 갈 때이겠습니다. 혹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여성들처럼, 괜찮은(혹은 괜찮다고 생각한) 부업을 찾아 몰두하다 재미를 보거나, 혹은 낭패를 보기도 하는 식의, 전에 없던 시대상이 막 등장할 무렵 아니었겠나 추측됩니다. 


주인공 여성은 평범한 회사원을 남편으로, 말 안 듣는 초등학생을 아들로 둔 주부입니다. 젊었을 때는 이런저런 근사한 꿈을 꾸었겠으나 현재는 반복적인 일상에 찌들어 눈빛도 멍해지고 미모도 시들어 가는 중이며, 안타깝게도 그렇게 초라해지는 자신에 대해서조차 무감각한 판입니다. 이런 그녀에게 어느날 오랜 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구가 갑자기 찾아와서는 화려하게 인생을 즐기는 자신의 모습을 과시합니다. 차려입은 의상도 그렇고 몰고다니는 차도 그렇고 주인공의 처지와는 몹시 대조가 됩니다. 삶이 갑자기 공허해짐을 느낀 주인공은 친구의 권유를 받아 다단계 판매 조직에 몸을 들여 놓으며 판매대상은 책입니다. 요즘 같으면 정수기, 화장품 등이겠으나 저 당시에는 아동전집류가 이 판에서 핫했던 것 같습니다. 


왜 하필 저 여성이 주인공을 네트웍에 끌어들이려 했을까. 처음에는 주인공의 외모가 그럴싸했기에(최근에 안 꾸며서 망가지긴 했지만) 이런 잠재력을 잘 살리려는 의도 아니었겠나 싶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신규회원 가입 수당, 가점 같은 게 따로 있었고 그저 승급을 위한 수단에 더 가까웠습니다. 여튼 등급 상승과 부수입 올리는 재미에 빠져 처음 몇 달은 정말 열성적으로 임합니다. 어차피 인맥 중심의 판로 개척이란 지속가능성에 한계가 빤했으며 다만 열정이라는 게 원래 없던 재능도 간혹 싹틔우게는 하는지 초장의 실적이 참 좋았습니다. 힘이 들어 잠시 집에서 쉴라지면 "실장님"에게서 바로 독촉전화가 옵니다.


"이러고 계시면 어떻게 합니까? 집으로 거는 전화에는 연락이 안 되어야 맞는 건데(당시에는 이동전화가 없었으니). 필드로 나가서 뛰십시오. 어서!"


"필드"라고 하면 당시에도 언뜻 연상되는 게 골프장이었나 봅니다. "실장님"은 주부들에게 자아실현을 하고 그에 알맞은 수입을 거둬 가라며 능수능란하게 부추기고 그녀들이 물건을 팔아야 할 시장, 타인들의 가정을 "필드"라 칭합니다. 여튼 이 표현은 멋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런 네트워크의 본질은 약탈적인 다단계 조직에 지나지 않지만 말입니다. 좁은 방구석에서 당신의 시간과 정력을 썩히지 말고 필드로 나가서 뛰어라! 말 자체는 여튼 맞는 말입니다. 


이 작품은 KBS에서 단막극으로 극화된 적 있으며 주인공 주부 역에 남윤정 씨, 그녀를 조직에 끌어들인 친구 역에 김성녀씨, "실장님" 역에 최선자씨가 나오는데 특히 <사랑과 전쟁>등에서 공포의 미친 시어머니로 자주 출연한 최선자씨의 연기가 일품입니다. 그 특유의 목소리만 들어도 바로 동기부여(?)가 되는 듯합니다. 물론 주인공과 친구의 운명은 독자나 시청자 모두 쉽게 알 수 있듯 소모품으로 쓰인 후 폐기되는 것이지만 그래도 마치 서양 모험물 <사막의 여왕>에서의 그 파멸적인 유혹만큼이나 거역,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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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재의 태블릿, 반격의 서막
변희재 지음 / 미디어워치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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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방송사 JTBC에서 보도한 이른바 "최서원(구명 최순실)의 태블릿"은 당시 대한민국을 뒤흔들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점은, 이른바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서원씨가 박 대통령(당시)의 연설문을 하나하나 수정하기를 즐겼고 이를 주위에 과시하듯 말했다는 보도였습니다. 이런 보도는 JTBC뿐 아니라 좌우 진영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언론이 같은 취지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 책에서는 일단 당시 최서원의 태블릿으로 알려졌던 그 기기의 실사용자가 최서원이 아니었으며, 따라서 국정농단의 핵심 증거 중 하나였던 태블릿이라는 중간 고리가 증거 능력이 부족하다면 사건 전체에 대해 재평가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을 하는 듯합니다. 한 사람의 독자로서 저는 그렇게 읽었습니다. 


일단 당시 핵심 증인 중 한 명이었던 고영태씨는 같은해 12월 8일 국회청문회에서 "최서원이 연설문 고치는 일을 좋아한다고는 말하지 않았다"고 증언했습니다(p28). 독자인 저도 당시 저분이 그런 증언을 하는 것을 TV로 보았고, 왜 많은 국민들이 (이 책의 주장에 의하면 잘못된 보도를 통해) 알게 된 바와 다른 증언을 할까 같은 의문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의아함은 잠시였고, 이미 대중의 뇌리에 "국정농단의 주범 최서원"으로 새겨진 인식은, 그 정도의 태도 변경에 의해 영향을 받지는 않는 상태였겠습니다. 


이 책의 가장 뛰어난 점은, 태블릿의 실사용자는 최서원씨가 아니었으며, 최서원씨는 그 태블릿을 통해 (공소 사실에 나오거나 언론에 보도된) 여러 행위를 할 만한 능력이 못 되는 인물이었음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대목입니다. 1) "문서 수정 프로그램도 없고(p40)" 2) 태블릿 안에는 최서원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사용한 기기였다고 가정하면 더 잘 설명되는 여러 파일이 있었으며(p56), 3) 문제의 여러 파일들은 사후에 조작된 것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는 저자의 주장이 나옵니다. 이 중 1)과 2)는 제가 보기에는 상당히 설득력이 높았습니다. 단 3)의 경우는, 1)과 2)가 틀림없는 진실이라는 가정 하에 빚어지는 심각한 논리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저자의 설명에 불과합니다. 3)을 믿으려면, 대한민국 국가기관인 검철과 거대 방송국인 JTBC의 공신력을 송두리째 의심해야만 가능하지 싶습니다. 이 부분은 독자들 사이에서도 태도가 심각히 갈릴 것이라 짐작합니다. 


운명의 그날 박 대통령은 뜻밖에도 개헌론을 국회 연설에서 들고 나왔는데 이에 대해 저자는 "내각제 개헌론자들을 일단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인 후"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고 궁극적으로는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관철시키려는 의도였을 것이라고 추측(p32)합니다. 이날 저녁 JTBC가 최초로 태블릿 보도를 했고, 이 보도가 워낙 핵폭탄급이었기 때문에 개헌이고 뭐고 모든 게 묻히고 말았습니다. 독자인 제가 기억하기로는 당시 워낙 정국이 급박하게 돌아갔고(재단 설림 과정에서 부당한 출연을 기업에 강요했다는 의혹이 터짐), 이를 무마하기 위해 개헌 논의 시작이라는 승부수를 들고 나온 것 아니었냐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의도와는 달리 이는 사실상 국정 책임 포기의 시그널로 받아들여져 태블릿 보도를 트리거 삼아 모든 게 무너져내렸다는 생각도 들었고, 이를 자초한 건 박 대통령 본인이 아니었을까 하는 게 그때나 지금이나 솔직한 생각입니다. 


"이 사건의 핵심 사안은 실사용자가 최서원이 맞는지, 방송사와 검찰이 태블릿을 조작한 건 없는지 여부였다.(p111)." 그런데 혹 정말로 최서원 아닌 다른 사람이 실사용자였다 해도, 방송사나 검찰이 과연 태블릿을 조작하기까지 했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웃해집니다. 유시민 전 이사장이 조국 사건 때 "증거 인멸이 아니라 증거 보존 행위"라는 주장을 해서 많은 비판을 받았었는데, 지금 저자의 이 주장은 그것과 과연 얼마나 다를까 하는 생각도 솔직히 듭니다. 비판의 잣대는 진영 무관하게 양쪽에 동일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 독자인 저의 개인적 생각으로는, 태블릿에 관한 저자의 주장이 혹 모두 사실이라고 해도 과연 저 거대한 사건의 본질이나 결론이 바뀌겠는가 하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뭐 알 수 없긴 하지만 말입니다. 


태블릿과는 별개로 재단 설립이라는 목적 하에 기업들에게 출연이 강요된 건 엄연히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당시 경제수석 안종범 씨, 또 전경련 쪽 이승철 씨의 주도로 재단들이 설립되는 중이었다고 주장합니다. 또 박 대통령은 물론 최서원씨도 전혀 몰랐다(p21)는 것이며 최서원의 관심사는 딸의 출산 문제였을 뿐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는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과연 그럴까 싶게, 쉽사리 독자로서 동의하기 어려운 대목이었습니다. 물론 독자에 따라 입장은 다 다를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이 책에서 범죄의 몸통 격으로 지목되는 인물들 중 한 명은 김O수 당시 행정관입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김 행정관은 검찰에 모종의 약점이 잡혀 위증 지시를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p196 등). 저자는 박 전 대통령의 변호사인 유영하 씨에 대해서도 짙은 의심을 피력하는데 그 역시 금전 등 문제로 김O수에게 포섭되었을 수 있다(p197)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저 개인적으로 가장 고개가 갸웃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이 주장이 혹 사실이라면 박 전 대통령은 그런 배은망덕한 자의 흉계를 모르고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무운(武運)을 빌어준 셈입니다. 김O수는 학연 등으로 어려서부터 홍O도와 아주 가까운 사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이 책에는 흥미롭게도 여러 인사들의 이름이 언급되는데 고 아무개 검사(윤 대통령과 아주 가깝다는), 임태희  교육감 당선인, 강용석 변호사, 김세희 전 기자 등입니다. 이분들의 최근 행적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이들이 차지하고 있는 저자의 주장 속에서의 그 각각의 역할을 보며 큰 재미를 느낄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은 매우 논리적으로 쓰였으며, 재미있게 읽힙니다. 태블릿 사건에 대해 전혀 사전 지식이 없는 독자라도 어느새 사건의 큰 그림(저자가 주장하는 대로의)이 읽어 가며 바로 머리 속에 그려질 만큼 말입니다. 다만 한 사람의 독자로서 제가 느낀 바는, 한 가지의 의문을 바르게 설명하기 위해 몇 가지의 진실이 무리하게 희생되는 면이 다분하다는 점입니다. 퍼즐 맞추기가 그래서 어렵습니다. 하나를 바르게 고치면 다른 게 어그러지기 십상인...


이 책의 제목 문구 일부는 "반격의 서막"입니다. 저자의 반격이기도 하고 최서원씨의 반격(준비 중인)이기도 합니다. 확실히, 검찰 측 논고나 법원의 판결문 속에는 모순이 없지 않습니다. 이 모순들이 저자의 주장대로 해결될지, 아니면 제3의 진실이 따로 드러날지는 현재로서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저자께서 그 주장하시는 바의 완결을 위해(아직은 "서막"에 불과하니 말입니다) 더 깊이 취재하시길 기대하며, 이를 통해 대중이 미심쩍어하는 부분마저 남김없이 해명되기를 희망합니다. 국지적이건 본질적이건 가리지 않고, 실체적 진실은 가급적이면 더 온전히 밝혀지는 게 누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기 때문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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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이 톺아본 세종실록
하강기획연구 지음 / 디자인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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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은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유산입니다. 부끄러운 일이든 아니든 간에 있는 그대로 정직하고 정확하게 기록하여 후세에 물려준 후 귀감을 삼겠다는 마음가짐은 온전한 문명국가에서만 태동할 수 있는 증좌입니다. 물론 앞선 왕조 고려에서도 실록이 기록되었고 안타깝게도 원본이 오늘에 전하지 못합니다만 조선 초 아직은 시스템이 미비했을 무렵 이만큼이나 온전한 체제의 역사기록이 이뤄졌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죠.


이 책은 세종실록에 주로 초점을 둔 분석서입니다. 일반 독서 대중의 입장에서도 쉽게 이해되도록 쓰여진 게 눈에 띕니다. 또, 실록 본문에만 집중한 게 아니라 그 집필 과정을 "메타적으로" 돌아보고 해설한 점도 빼어납니다. 저자들은 이런 말을 하고 있네요. 


"... 《세종실록》을 읽으면서 얻게 된 또 하나의 큰 소득은 역사에 대한 피상적이고 성급한 인식에서 벗어나게 되었다는 점이다. 역사를 현재를 기준으로 성급하게 재단하고 심판할 것이 아니라, 있었던 그대로의 사실을 통해 당대 사람들의 고민과 역정 속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이해하고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사실 그대로 만나려는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된 것이다....."


E H 카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고 말했습니다. 확실히 이 말이 명언이긴 한 게, 저만해도 중2 과정에서 처음으로 "국사"라는 과목을 독립 이수 단위로 배울 때 담당 선생님께서 대뜸 가르쳐 주신 바가 저것이었습니다. 저 말은 물론 백 번 타당하지만, 자칫하면 "현재의 잣대로 과거를 마음대로 재단하는" 자의가 합리화될 우려가 있죠. 역사는 기록된 그대로, 우리의 선입견이 개입하지 않은 채 기록자와 당대인들이 느끼고 생각한 그대로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재등용은 주로 선조 연간에 사림이 대거 관직에 오른 현상을 보통 거론하지만 이미 그보다 백여 년 전 세종에 의해 전국의 빼어난 인재가 기용된 바 있습니다. 이 흐름이 계속 이어졌어야 했는데 세조가 계유정난을 일으키고 자신의 거사에 협조한 공신(이후 훈구 세력으로 이어집니다) 위주로 정사를 펴는 바람에 유림들이 좌절한 바 있죠. 본래부터 조선은 "신진 사대부"가 건국의 한 축으로 크게 작용한 국가인데 이질적인 정치적 사변이 발생한 탓에 사림 중용이 그만큼이나 늦어진 겁니다.


이 책에서는 또한 역관 양성에 대해서도 주목합니다. 개인 사이이건 국가 간이건 말이 잘 통하면 큰 싸움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역관은 중인 신분에 지나지 않으나 기능을 잘 수행하면 큰 돈을 벌어 호의호식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직접 관계는 없으나, 세조 연간의 신숙주도 훨씬 후에 등장한 청나라의 권신 화신처럼 다국어 구사에 능통한 관료였습니다(물론 명문가 출신으로, 중인 따위가 아니었지만). 아무튼 외교가 유능한 인재에 의해 잘 수행되던 시기에는 변란이 상대적으로 덜 발생하는 순기능이 있기는 했다는 걸 다시 확인할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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