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의 미래 3년 - 2027년 반도체 골든 타임, 무엇을 준비하고 실현할 것인가
박준영 지음 / 북루덴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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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한국반도체가 회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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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마음이 아플까 - 그림 그리는 정신과 의사의 상담 일기
전지현 지음 / 시원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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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전지현 닥터님은 현직 의사이며 아직 젊은 남성입니다. 성함도 그렇고 책의 그림체도 (제 눈에는) 여성향이라서 여성분인 줄 알았는데 책 앞날개를 보고서야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네요. 보통 의사 선생님이 쓰신 책은 본인이 다룬 환자들을 높은 곳에서 좀 내려다보는 시선인데, 이 책은 거꾸로 의사 본인의 이런저런 복잡한 감정, 후회, 미련 등을 매우 솔직하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독자가 읽기에도 재미있고, 환자나 내담자들도 의사분(혹은 카운슬러)이 먼저 이렇게 마음을 열면 자신의 문제를 더 완전히, 더 정확히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의사도 알고보면 사람일 뿐이라서 부끄러운 마음도 있고 타인으로부터 상처도 받고 묘한 질투감정이나 승부욕, 분노, 비뚤어진 혐오감 등이 다 있기 마련입니다. 의사는 타 직업과 달리 스승 사(師) 자를 쓰는 직분인데, 의사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또 의술(醫術)은 인술(仁術)이라는 말도 있죠. 우리 사회는 예전과 달리 의사에 대해 깊은 존경심도 품지 않으면서 그들에게 고도의 인격적 수양, 감정 절제 등의 미덕은 또 그것대로 요구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젊은 의사분들이 본연의 직분을 수행하기가 상당히 힘들 것도 같습니다.

p77을 보면 "문 앞에 선 당신에게"라는 제목의 그림과 글이 있습니다. "이야기가 시작되면 나는 삶이라는 연극의 관객이 된다. 성난 파도처럼 거센 고난에 함께 슬퍼하고..." 문장도 멋질 뿐 아니라 환자에 대해 깊이 공감해 주는 어떤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그림에서 환자는 의사에게 묻습니다. "제가 나갈 수 있을까요?" 환자는 어떤 곤경, 함정, 혹은 자신만의 어떤 협소한 공간에 갇혔다고 볼 수 있는데, 환자 자신도 스스로 여기 계속 머물러서는 안 되고 나가야 한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문을 열 힘이 없거나 어두운 방 안에서 아직 문도 못 찾고 있는 건데, 의사 역시 진정어린 격려를 보낼 뿐 그 일을 대신 해 줄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의사는 자신을 믿고 함께 문제 해결을 이루려는 의지를 보여 준 그 환자에게 "감사"를 표현하기까지 합니다.

"마음 속 문제들은 날카로운 가시를 세운 채 쌓여간다(p98)." 세월이 약이라고 설령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해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기도 하겠거니 기대를 갖습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떤 이들의 경우 단계별로 정리를 확실히 해 주고 가야지, 그냥 얼렁뚱땅 넘어갈 수가 없나 봅니다. 책에서는 계속 키를 키워가는 선인장으로도 이 상태를 표현하고, 혹은 자기 키로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담벼락을 향해 안타깝게 손을 뻗어 보는 어린이의 표정으로도 독자들에게 알려 줍니다. 사실 저자께서는 명문의대를 나와 남부러울 것 없는 과정을 밟으셨을 텐데도 이렇게 평범한 이들의 낙오에 대한 공포, 열등감, 좌절감 등을 생생하게, 감각적인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셔서 참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 싶었습니다.

슢속에서 곰을 만난다면(p132)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조상들이 남긴 속담에 "범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라는 게 있지만, 교육과 상식이 부족했던 과거에는 행여 당사자가 냉정을 유지한다 해도 무엇을 실제 해야 할지 몰라서 결국은 맹수의 먹이 신세가 되었겠지 싶습니다. 현대인이야 자연에서 그런 위험을 맞을 일은 없지만, 대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순간 대처를 서투르게 하여 금전적으로 큰 손해를 보거나 마음의 상처를 받거나 할 수는 있습니다. 현대인들에게는 이런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작은 모욕과 상처가 쌓이고 쌓여 사람의 인격이나 정서가 영 망가져버리고 마침내는 폐인이 되기도 합니다. 저자는관적인 문장과 그림을 통해 공황장애 발병의 위험을 몸에 정신에 쌓아 두지 않는 방법을 독자에게 가르쳐 줍니다.

저자의 따뜻한 마음과 넉넉한 인격이 배어나는 글, 그림만 보아도 뭔가 절로 힐링이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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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번을 두드려야 강철이 된다
우유철 지음 / 세이코리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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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우유철 박사는 현대제철 회장, 현대로템 부회장을 지낸 분입니다. 현대로템은 증시에서도 방산주, 대북경협주 등으로 이름이 알려졌기 때문에 낯익은 이들이 많을 것입니다. 아파트 등을 짓는 데 반드시 필요한 철근, 자동차의 외형을 이루는 강판 등을 만드는 곳이 현대제철이므로 현대차그룹 전체에서 이 회사가 얼마나 중요한 곳이겠는지 일반인들도 짐작 가능합니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엘리트로서 원래는 철강에 대해 전문은 아니었던 그가 CEO의 자리에까지 이르는 과정을 보며, 한 분야에서 정상에 서기까지 어떤 노력과 열정이 필요한지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인사스타일을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어 럭비공 같다는 평을 듣는 정몽구 회장. 그는 정주영 현대 창업주의 사실상 장남이었는데 원래 저자는 로켓 개발 업무를 맡고 있었으나 뜻밖에도 정몽구 회장의 호출을 받아 철강 사업을 맡아 보라는 제안을 받습니다. 대체 이게 무슨 뜻일까요? 저자 같은 엔지니어들에게는 전문 분야라는 게  있습니다. 이 고유 영역을 떠나면 아무리 천재라도 무기력해지기가 쉽죠. 저자는 솔직하게 자신의 본연 업무(로켓)에 충실하겠다고 했는데, 이 솔직함이 정몽구 회장 마음에 꽤 들었나 봅니다. 회장 눈치를 보느라 별 적성도 능력도 없는 분야를 무모하게 맡았다가 이도저도 다 망치면 회사에도 폐를 끼치는 결과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저는 여기서, 과연 정몽구 회장이 저자의 그 솔직함이 마음에 들어서 이후 상무에서 전무로 초고속 승진을 시켰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만약 저자께서 당시에 반대로, "회장님, 저는 로켓 쪽에 밝습니다만, 그렇게 믿고 새 일을 맡기신다니 과감하게 오늘부터 철강에 도전해 보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정몽구 회장은 "야, 너네들 봤지? 우 박사는 이렇게 시원시원하잖아. 너네들처럼 요행을 바라고 당장 눈에 들려고 알랑거리며 꺼내는 대답이 아니야!"라며 또 저자를 추켜세우지 않았을까요? 이런 분들은 본래부터 사람 보는 눈이 탁월합니다. 어차피 이 사람 크게 될 것으로 봤기 때문에 그가 무슨 대답을 해도 결국은 (새로 인수한) 한보철강에 배치하여 그 포텐을 다 발휘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어디까지나 독자인 제 개인적 생각입니다.

p53에 나오듯이 정주영 창업주 시절부터 현대는 고급 강판 전문 일관제철소를 항상 갖고 싶어했으나 정부에서는 업종전문화 시책을 내세워 번번이 막았습니다. 그러다가 2004년 들어서야 한보철강을 인수하게 되었는데 한보는 1997년 한국 외환위기를 초래한 주범이었죠. 현대 정도가 되어야 그 덩치를 인수할 수 있었겠고 여튼 현대는 이렇게 해서 숙원사항을 달성했습니다. "쇳물에서 자동차까지, 수직계열화의 완수." 정몽구 회장은 정말 감개무량했을 것입니다. p55에 나오듯이 이때서야 중국의 경제성장이 미친 듯 진행되고 국내 철강 산업은 공급 부족에 시달릴 정도였던 것입니다.

의외로 책의 앞부분에, 우리 국민들이 궁금해할 만한 사항에 대해, 이 분야 최고 권위자라 할 저자의 답이 바로 나옵니다. 현대제철은 올해  3월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고 4월부터 희망퇴직을 받았습니다. 중국산 철강에 밀려 한국산이 시장 셰어를 점차 뺏기는 중이며 내수도 상황이 매우 나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국민 모두가 한국 철강 산업의 미래를 걱정하지만, 저자는 "극복이 쉽지는 않겠으나 고급화,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고객사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여 철강 엔지니어링 업체로 전환할 것"을 후배들에게 조언합니다.

방산주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아주 흥미있을, 현대정공의 K-1 전차 업그레이드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가 p115 이하에 나옵니다. "다수의 업체가 협력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의 특징"에 대해 깊이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고도 하시네요. p131 이하에 나오듯이 단순히 유망한 개발에 아직 머무는 것과, 본격 사업화 사이에는 상당한 간격이 있다는 점을 고부가가치 냉동 컨테이너용 냉동기를 통해 알게 되었다고도 술회합니다. 현재 한국 증시에서 핫한 섹터가 (대략 2022년쯤부터) 항공우주인데 저자는 이쪽에도 깊이 관여한 분이라서 책에서 참고할 만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계십니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고 해도 현장에서 이리깨지고 저리 넘어져 봐야 비로소 자신의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며 종전의 나를 극복하는 인재만이 이 험한 경쟁의 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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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크래프트 맥주 - 내일은 반짝반짝 빛날
염태진 외 지음 / 애플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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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수제 맥주를 별개의 풍미로 즐기는 이들이 많습니다. 원래 유럽 등 맥주의 본고장에서는 지역마다 독특한 맛을 자랑하는 수제 맥주가 발달했었으며 이런 문화가 근사하다며 받아들이는 한국인들이 늘어났으며, 한국산 병입맥주, 캔맥주가 별나게 맛이 없다는 불만도 있기 때문입니다. 음식도 나만의 레시피를 정해 두고 즐기는 분위기인데 맥주라고 딱히 예외를 둘 이유도 없습니다. 이 책 추천사 p3을 보면 "모든 맥주에는 사연이 있다"라든가, 맥주를 음식(끼니)의 일종으로 간주한다든가 재미있는 말씀들이 있습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책은 여섯 명의 저자가 자신들이 평소에 즐겨 찾는 브루어리, 브루펍 등을 소개하는 형식입니다. 인천, 전주, 경북 의성, 강원도 강릉, 부산 등 전국 곳곳의 명품 맥주에 대해 독자들은 이제 알 수 있습니다. 제5장에서 차은서 필자는 뉴잉글랜드 IPA라고 하셔서 미국 동부에서의 추억을 소개하시나 했는데 그건 아니고 홍대에 직영 펍을 운영하는 제조원이었습니다. 문장들도 시적으로 참 잘 쓰셔서 이 책이 맥주 소개서인지를 잠깐 잊기도 했습니다. 매 챕터는 "브리지"를 통해 다음 장으로 연결되는데 마지막 6장의 브리지에는 필자가 송효정씨라고 나옵니다.

"의성 하면 마늘만 유명하다는 착각(p35)." 의성이라고 할 때 마늘을 대뜸 떠올리는 사람도 요즘은 드물 만큼 지방에 대한 관심이 적은데, 김예지 대표는 이곳에 "호피홀리데이"라는 맥주공방을 지었다고 나옵니다. 뭔가 이름도 귀여운 느낌입니다. 호피에 둘러싸여 따뜻하게 보내는 크리스마스랄까. p44이 소개되는 메뉴는 홉희홀리데이인데 이는 김 대표가 어머니께 헌정하는 IPA(고도수 에일)이며, 성광성냥의 폐업을 아까워하는 사연을 담은 성광포터도 있는데 홉보다는 몰트가 강조되었다고 합니다. 염태진 기자가 이 1장을 집필했습니다.

강릉의 버드나무 브루어리를 다룬 글을 보면 상생의 경제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정동진영화제(p105)에서는 지역의 소상공업자들을 초청하여 차례주, 하이볼, 소시지 등의 레시피를 공유한다고 하는데, 이로써 개성 있는 향토의 맛이 일정 지역에서 통일성을 형성하여 타지 관광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효과가 생기는 거죠. 슈타인도르프(p112)는 무슨 독일 어딘가의 명소인가 싶어도 서울 방이동 먹자골목의 어느 브루어리 이름인데 강태순 대표라는 분이 꽤 이른 시기에 만들었다고 합니다. 일본처럼 주세법이 개정되고 나서 더욱 번창했으며, 이성준 필자는 "맥주는 술뿐 아니라 그 환경을 함께 즐기는 것(p119)"이라는 지론을 폅니다.

크래프트맥주의 주재료가 홉(hop)이다 보니 이 말이 들어간 독특한 이름이 많기도 합니다. p159를 보면 "호피"라는, XS ROOM 고유의 메뉴가 있는데 이게 hoppy 같은 표기가 아니라 한자로 호피(虎皮)라고 하니 재미있습니다. 진짜 호랑이가 아니라 여길 드나들던 길고양이한테 사람들이 붙여 준 이름이라니 더욱 흥미롭네요. 원래는 "칼리가리박사의 밀실(1920년대 독일 무성영화 고전)"이었던 인천의 어느 펍은 그 개성넘치는 이름을 버리고 인천맥주로 간판을 바꾸었는데 장샛별 필자가 정리한 그 사연도 재미있습니다.

경북 안동이라고 하면 소주만 유명한 줄 알아도 저 풍산읍에 독특한 브루어리가 있습니다(p215). 고제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고제는 高製 같은 게 아니라 독일 중부 고슬라 소재의 강 이름 Gose입니다. 과일과 매칭이 잘되는 신맛이 일품이며 그래서 김상응 필자는 앞에서 강릉의 감자브루어리를 소개할 때도 감자가 어떻게 고제 스타일과 조화되는지 설명을 자세히 했었습니다. 안효균 필자가 소개하는 부산의 와일드웨이브(p285)의 김관열 대표는 맥주를 연구하기 위해 독일 유학까지 다녀온 분인데, 구도심의 맥을 이어가는 영도의 독특한 지리적 개성까지를 잘 살리는 펍의 번창함은 그의 노력에 기댄 바 큽니다.

우리 나라에만도 이런 맥주 명소들이 제각각의 풍미를 열심히 빚는 줄 처음 알았으며 장맛 못지 않은 뚝배기의 멋인지 필자들의 글솜씨도 기가 막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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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노무현, 실패한 노무현 - 왜 지금 노무현인가
이장규 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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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공이 끝난 후인 1988년 중앙일보는 지면에 <청와대 비서실>이란 기획을 연재하여 큰 인기를 끌었었는데 김진, 오병상 기자 등의 취재력, 필력 등에 힘입어 오늘날까지도 높이 평가 받으며 당시에는 컨트리클럽에서 라운딩할 때 필수 화젯거리였다고도 전합니다. 지금 이 책도 중앙일보 지면, 온라인에 실제로 연재되었던 컨텐츠이며 그런 역사적 맥락까지 더해지니 더욱 흥미롭고 의미도 깊어지는 듯합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한국 현대사는 군사정변, 대규모 시위, 끝없는 극한의 정치투쟁 등으로 점철되어 결코 가볍게 커버될 수 없는 성격의 연대기지만, 그래도 박정권, 전정권 등의 시기를 다룬 책을 볼 때에는 뭔가 억눌렸던 표현의 욕구가 분출된다거나, 절대 권력의 몰락, 퇴장 과정의 폭로를 구경하는 쾌감 같은 게 있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시기를 다룬 기록을 읽을 때에는, p17에 나오는 대로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끔찍한 결말을 다 알기 때문에 뭔가 불편하고 무거워지는 마음입니다. 아무튼 저자들의 기획 의도대로, 역사의 밝은 면이건 그렇지 않은 부분이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새로운 발전을 모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기는 우리 사회의 권력이 근본에서부터 교체되는 시기였고, 이때 나라 일에 참여한 인사들 중 몇 사람은 지금 신정부에서도 (우여곡절을 거쳐) 중요 포스트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p58에 나오는 강금실은 문재인 비서실장이 법무장관으로 추천한 사람이었는데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는 이유에서였으며 얼마 전까지 더불어민주당 대선 선대위에 소속해 있었습니다. p62를 보면 김진표(p294에 그와의 짧은 대담이 있습니다), 우원식 등 최근의 두 국회의장도 2004년 17대 총선 때 초선으로 원내에 입성했다고 나옵니다.

김진표씨는 그전부터 정부에서 잔뼈가 굵은 경제관료였고 이헌재씨(p282)는 1998년부터 이미 중용되어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요 역할을 했던, 국민 대다수가 그 얼굴을 알던 인물이었습니다. 이 두 사람이 노무현 정부의 첫째, 둘째 경제부총리였습니다. 또 국무총리는 고건씨였는데 전북 출신, 엘리트 행정 관료로서 대한민국에 그만한 경력을 가진 인물이 없었습니다. 1998년에는 서울시장에 출마도 했었는데 한나라당의 최병렬씨를 꺾고 여유 있게 당선되었습니다. p175를 보면 2004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최병렬씨와 "미스터쓴소리" 조순형씨가 악수하는 사진이 있습니다(두 사람은 지금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위해 만난 것입니다).

p112에서는 SK 비자금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던 당시의 사진이 나오는데 아직 젊었던 시절의 한동훈 검사가 찍혀서 눈길을 끕니다. 그 사람인 줄은 알겠는데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기도 하고 이 사람이 이때에도 중요 현장에 있었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p126에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사진이 나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야인 시절에도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번거로운 일들을 손쉽게 처리하는 재주가 있었는데, p138을 보면 그가 만든 이지원에 대한 회고가 있습니다.

한국이란 나라는 근검절약하는 풍조가 없고 어디에서건 거대 부실 요인이 잠복하여 거시경제를 위협한다는 게 어제오늘의 사정이 아닙니다. p215를 보면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 여파로 90조원 가까운 규모의 카드채가 부도 직전까지 갔던 2003년의 사정이 회고됩니다. 국가재정을 투입해서라도 이를 막으라는 게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였는데, 이때 어설프게 방치했다가는 바로 제2의 외환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상황 판단에서였습니다.

이라크전은 명분이 부족하여 미국 안에서도 반대가 많았지만 당시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워낙 강력하게 요청하여 어쩔수없이 파병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나옵니다(p298). p379에는 김경수, 김종민 등의 비서관들과 가진 짧은 인터뷰가 있는데, 이 두 사람은 지금 모두 거물로 성장했습니다. 자신을 던져 폐족 전체를 구한 과감한 승부사로 유인태씨(전 국회 사무총장)는 평가하는데 매우 울림이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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