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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의 염소들
김애현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과테말라의 염소들」을 읽고
‘과테말라’라는 국가에 대해 사전을 찾아보았다. 중앙아메리카의 파나마 지협의 북서부 가장 안쪽에 위치한 국가로 열대 기후에 속하면서도 마야 인디언족이 살고, 고원 지역도 꽤 많이 있어 이런 지역에도 목축을 하면 살고 있다 하였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 책 제목인 ‘과테말라의 염소들’이라는 말의 의미는 어느 정도 귀에 들어오게 되었다. 과테말라에서 염소젖을 파는 호세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과테말라’라는 국가 이름도, 호세라는 현지인 이름도, 염소젖이라는 대상도 왠지 호기심과 함께 친근한 마음을 갖게 한다. 그러나 소설의 전개는 그렇지가 못하다. 바로 딸인 이십대 여성인 ‘나’와 다큐멘타리 작가인 엄마가 어느 날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이 되어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주변에서의 일을 다루기 때문이다. 정말 요즘 살아가면서 갈수록 많아지는 자동차의 공해 속에서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시대적 분위기도 느껴졌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의식불명인 어머니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내 자신이 알게 된 사실들은 내 자신의 친구들인 H, P, Y가 자신의 엄마와 자신도 모르는 가운데 진실한 추억이 있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소설의 나 자신이 가장 슬픈 사람이어야 할 텐데, 오히려 자신의 친구들이 더 슬퍼하고 소란스럽게 엄마를 생각하고 대하는 것 같다. 놀랍지만 나름대로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는데 그것은 친구인 그녀들에겐 자신의 엄마가 최고의 스승이었고 또 다른 엄마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이런 사실에 내 자신 놀랍기도 했지만 한편 안심이 되었다. 엄마가 자신의 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나뿐만 아니라, 내 친구도 같이 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다섯 마리의 염소들이 생계의 수단이었고 삶의 전부였던 호세와 그 엄마와의 이야기와 나 자신과 엄마와의 이야기의 교차되어 전개되어진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은 조금 무겁게도 느껴지지만, 책의 중간 중간에 웃음을 터트리는 요소가 들어있다. 등장인물인 캐릭터들 한 명한 명 살아 숨 쉬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꽃 미녀의 딸기, 가난한 연극배우인 H, 백수인 P와, 직장인Y, 그리고 엄청난 먹성을 가진 초코, 그리고 엄마와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두 번 째 아빠까지, 이런 주역들과 조역들이 있었기에 병원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슬픈 이야기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발랄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결국 호세의 이야기와 '나' 의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어떠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성장하면서 “힘이 난다, 힘이 난다, 젖 먹던 힘이 가득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표현처럼 고민과 번민들을 과감하게 벗어 던지는 노력을 통해서 활달하게 개성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기법들을 많이 얻어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