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스타벅스에 가다 - 커피와 다방의 사회사, 인사 갈마들 총서 1 인사 갈마들 총서
강준만. 오두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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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약'으로 인식되던 근대화의 상징인 '커피'가 

   '사교'의 매개체로 주변의 일상에 자리잡다.

    
  군대가기 전에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다. '각성제 효과'가 있다는 남들과는 달리 마시면 잠이 온다. 수면제로 고등학교때는 종종 마셨는데, 대학생이 되니 '맥주'라는 좋은 음료를 고르게 된 후에는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참 좋아한다. '커피 한 잔 할래요?'라는 말은 함께 이야기 나눌래요? 라는 뉘앙스가 느껴져서,
'저 커피 안 마시는데요. --;;' 라고 말하기 난감하다. 


  카페 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커피 전문점을 가자고 하면 난처했었다.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는 체질이 변해서일까, 우연히 에스프레소를 마셔 볼 기회가 생겼다. 나쁘지 않았다. 이제는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상태라고 할까.. 하지만 회사생활을 하기 위해서라도 커피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라는 제목이 범상치 않다. . 고종이 스타벅스에 간 것이 아니라, 공식문헌상으로 최초의 커피를 마신 '고종'에서부터, 오늘날 주변에 흔하게 자리잡은 '스타벅스'까지 커피와 다방의 변천사에 대해 다룬 책이다. 하인리히. E. 야콥의 꼼꼼한 미시사인 '커피의 역사'와 비교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에서 '커피'가 어떻게 인식되었고 현재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 격변의 시간속에 미신에서 일상으로 들어온 커피. 그리고 다방.
           
            
  7장으로 나뉜 시기는 <개화와 근대화의 시기>(1896-1944),
<해방 후 사랑방에서 다방으로>(1945-1959), <커피 단속에서 다방의 전성시대>(1960-1969)
<인스턴트 커피가 변화시킨 다방문화에서 커피 자판기의 탄생까지>(1970-1979)
<한국인에 맞는 '맥심'의 탄생에서 동서식품과 네슬러의 승부와 '커피전문점'의 등장까지>(1980-1989)
<커피전쟁과 커피의 고급화>(1990-1999), <'국민음료'로 등장한 커피>(2000-2005)로 나누어서 커피와 우리생활의 모습을 잘 비춰주고 있다. 특히 사랑방이란 옛 나눔의 공간이 커피를 마시는 다방으로 변하게 되고, 다시 카페와 에스프레소 전문점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커피를 회충약으로 오인한 웃지못할 에피소드'와 교육인플레로 인해 실업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었던 '다방'의 새로운 모습과 티켓다방으로 대표되는 '어두운 부분'까지 커피가 우리와 100년이 넘게 어떻게 동거동락했는지 볼 수 있어 즐거웠다.
레굴러 커피를 원두 커피라고 부르고, 인스턴트 커피를 '커피'라고 부르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한다. 인스턴트 커피의 강국이라는 점도 새로 알게 되었다. 대중가요속에 '커피'가 어떻게 담겨있는지 알 수 있었던건 내게 주어진 선물이었다.

 

# 양촌리 커피와 스타벅스 커피.. 같은 커피인데 구별짓기는 싫어요.
  

           
  양촌리 '커피'를 마시는 것과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것이 구별짓기가 된다는 점에는 안타까웠다. 커피 자체가 문화를 상징한다는 것, 그 뒤에 한쪽 문화가 다른 쪽 문화를 동경하는 시선이 담겨있는 건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다방'과 '카페', 그리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매개체로서의 '커피'만 기억하고 싶은 건 내 욕심일까?
 
  커피에 푹 빠진 작가가 1년간의 준비 끝에 내 놓은 책이다. 전국 곳곳을 다니고, 인터넷과 도서관을 헤집으면서 찾아낸 결실이 하나의 책으로 나왔다는 건 멋진 일이다. 급속한 성장으로 인해 문화가 급변하는 한국 사회에서 커피는 여러가지 모양을 바꾸면서 '고추'처럼 한국인이 생활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일상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멀지 않은 시간 안에, 대한민국이 커피 역사서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커피 애호가인 '저자'가 충분히 준비해서 테마를 잘 잡는다면, 멋진 작품이 나올거라 믿는다. 커피에 관한 저자의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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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심리학 - 선택하면 반드시 후회하는 이들의 심리탐구
배리 슈워츠 지음, 형선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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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마켓, 전자제품 가게, 대학교, TV 채널.... 선택의 갈림길에서 길을 잃다.

  
  후배가 일본으로 여행을 간다고 디카를 골라 달라고 했다. 인터넷에 제시된 디카의 수 정말 많다. 같은 스펙이라도 브랜드에 따라, 가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너무나 많은 선택의 갈림길은 쉽게 물건을 사지 못하게 한다. 왠지 이걸 사고 나면, 더 좋은 물건이 어딘가에서 더 싸게 팔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해 버린다. '좋은 선택을 하는 비법을 안다면 참 좋을텐데' 라고 생각했다.

  다음 달 도서관에서 서성이다가 제목에 끌린 책을 만났다. 선택의 심리학, 프롤로그를 살펴보니, 선택의 과잉이 꼭 좋지 않다고 말하면서 선택을 할 때 자주 겪는 문제와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나와 있었다. 책을 읽고나면, 조금 더 현명한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 하며 책장을 넘겼다.

  

# 당신이 선택을 하면서 괴로운 이유! - 손실 혐오자, 극대화자

  4부로 나누어진 구성에서 1부에서는 많은 선택을 하게 된 현대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2부에서는 선택에 지배당하는 사람들의 손실혐오와 극대화자의 두가지 특성을 알려준다. 밑지는 건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손실혐오자'와 고르고 또 골라도 만족할 수 없는 '극대화자'의 모습 속에 내 경험도 겹쳐 보여서 뜨끔했다. 

 극대화자와 완벽주의자의 차이를 설명하고, 완벽주의자보다 극대화자가 선택에서 패자가 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모습도 신선했다. '지위'와 '희소성'에 대한 갈망이 녹아있어, '충분히 좋은' 것 보다 '최고'만을 찾으려 하고, 그 마음이 극대화를 추구하는 모습이라는 지적에도 동의한다. 쉽게 이해할 수 없었던, 행동의 원인을 알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 합리적이지 않은 사람들의 선택 패턴. 

  자신의 경험의 정점과 끝의 느낌이 다음 선택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빈도'의 두드러짐으로 인한 '착각'과 자기중심적인 성향, 언어에 의해 선택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 메몰비용에 집착하는 것 까지, 합리적으로 볼 수 없는 많은 사례들이 다양한 연구사례에 의해 구체적으로 뒷받침되어 있다. '극대화자'보다는 '충분히 좋은' 것에 만족하는 만족자가 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세심한 선택자'가 되어 대안의 수를 줄이고, 대안에 개인적 의미를 부여하고, 결정의 장,단기적 영향을 신중하게 고려하며, 경우에 따라 자신 스스로 대안을 만들어 내라고 한다. '완벽한 대안'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많은 선택과 현재의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라고 한다. 

  책을 보지 않아도 일상에서 많이 하는 방법과 동,서양의 경구에서 많이 나온 이야기들이 모습을 조금 바꾸어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요하기에 반복되어 나온다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고려할만한 가치가 있다.
 

#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잘한 선택이었을까?

 
  책 한 권을 만나는 것도 선택의 연속이다. 다른 책을 만나서 더 좋은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고, 책을 보지 않고 그냥 자거나, 다른 놀이에 빠져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책의 저자가 주장한 내용을 신뢰한다면, 난 그 상황에서 가장 최고의 선택인 이 책을 만나, '선택'에 대해서 조금 더 고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알찬 시간을 보냈다고 스스로 만족해야 한다. 더 좋은 경우를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지만, 결정한 후에 하는 후회는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대학생이다보니, 과목 선택의 폭이 큰 것에 대한 경험이 가장 와 닿았다. 많은 과목들이 개설되지만,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단 번에 결정할 수 없기에, 다른 직업을 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하나만 빠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여러가지를 고려하게 하여 학기마다 과목 선택에 어려움을 겪게 했다. 

  4부, 11장 마지막에 소개된 후회없는 선택을 위한 11가지를 원칙을 보았다. 10장에서 소개된 내용의 핵심만 요약해서 정리되어 있다. 행동경제학, 프레임, 그외 심리와 경제와 연관지은 책을 보았다면 책을 읽기가 매우 쉬울거라 생각한다. 행동경제학에 매우 자주 언급되는 내용들이 겹쳐서 소개되어 있다. 복습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어떤 일을 결정한 후 종종 생기는 '라면'이 생각난다.  '그때, 이렇게  했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더 좋은 ...가 있었는데, ..했더라면 이렇게 후회하지 않을텐데..'.. 이제 그만 '라면'은 먹어야 겠다. 몸에도 그렇게 좋지 않은데, 지나간 후에 지나치게 집착했던 일이 떠오른다. 앞으로 현명하게 잘 하면 된다고 스스로를 토닥거려 주기로 했다.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늘 선택은 힘들지만, 늘 가볍게 생각하지 않고, 혹여 잘못했더라도 다시 반복하지 않는다면 점점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거라 믿는다. 선택의 폭이 많아질 때는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우선순위를 떠올리며 2가지 대안으로 나누어야 겠다고 다짐했다. A 인가 B인가  숙고하지만 현명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좀 더 나은 선택의 작은 지혜를 배웠다. 잊지 않고 꾸준히 실천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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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만 - 당당한 나와 오만한 너 우리는 무엇이 다른가? 우리를 지배하는 7가지 욕망의 심리학 7
마이클 에릭 다이슨 지음, 이창신 옮김 / 민음인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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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절한 자부심과 오만의 경계는 어디일까?


  유교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 해석한 책을 볼 기회가 생겼다. 유교 문화권의 사람들은 관계 지향적이라 다른 사람들에게 창피함을 당하지 않기 위해 죄를 짓지 않고, 서양 사람들은 개인을 중요시 해서, 죄를 지으면 벌을 받기 때문에 죄를 짓지 않으려 한다는 글을 본 기억이 난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과, 타인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는 차이라고 할까.. 적절한 자부심과 오만의 경계는 스스로 생각하는 가치 판단과, 타인의 눈에 비치는 모습 두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계 찾는 일이 오렌지를 손으로 껍질 벗기는 것처럼 쉽지 않다. 칼집을 내어 살짝 데친 후 쉽게 벗겨지는 오렌지 처럼 오만과 자만의 경계를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자만이라는 제목 아래에 적힌 당당한 나와 오만한 너 우리는 무엇이 다른가? 오만과 자부심 사이가 궁금해진 마음에 책을 펼쳤다.

 


# 자기 비하와 오만 사이.

 
  서문 '자만은 죄악인가'에서는 자부심에 관한 두 가지 시선을 보여준다. '자기도취, 자기 중심주의'로 보여지는 부정적인 모습과 '자존심, 자긍심'으로 표현되는 긍정적인 모습을 함께 보여주며, 철학적, 종교적, 개인적, 인종적, 국가적 뿌리를 탐색한다고 한다.

  1부에서 나온 '정당한 자부심의 경계는 어디인가'에서 종교와 철학적에서 나온 자만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 준다. 다양한 인용은 작가의 성실한 준비와 수긍할 수 있는 발언은 참 멋지다. 하지만, 그 분량이 너무 많아서 자신의 생각은 없고,  인용글 모음집이란 느낌이 줄 정도로 지치게 한다. 핵심 내용이라 생각되는 건강한 정신과 건강한 도덕이 내재된 자기 존중은  축복이라는 저자의 견해에 동의한다. 

   많은 종교에서 자만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겸손'을 대안으로 내세웠던 점과 '오만'에 반대하여 '자기성찰'을 주장했다는 이야기, 아리스토 텔레스가 주장한 '부적절한 자기겸손'의 폐해등은 지적 지식이 허약한 내게 유익하고 많은 견해를 알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 자부심에 대한 개인적 고백과 함께 미국 백인의 유색인종에 대한 오만을 지적하다!

 
  '미국에 흑인으로서 사는 건 어떤 느낌일까?' 하는 궁금증을 조금은 해소해 준 2장과 3장과 4장에 걸쳐 나오는  백인종의 인종에 대한 우월감, 그리고 '미국'이라는 자긍심이 주는 폐해를 조목조목 지적한 부분이 흥미롭다. 자신이 읽은 책과 글쓰기를 통해 자기고백을 하는 독특한 방법이 인상 깊었다. '자신의 가치를 아는 것이 선'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는 내 마음에 들었다. '겸손은 미덕이지만, 자기비하는 악이다'에서 적절한 자부심의 경계를 찾고 싶었지만 역시 이해할 수 없었다.

  인종이란 사회적 신화이며, '좌파는 미래를 제시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냉철하다고 생각했다. '백인 소망하기'의 모습 뒤에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선망이 겹쳐 보여서 안타까웠다. 그리고 한국 내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과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또한 '의식적으로 닮아간다고 할까', 지독한 백인의 자부심이 흑인의 내밷는 말에도 존재한다는 말과 흑인 내부에서도 피부색을 따지는 모습은 충격이었다.


"우리는 흑인 교수를 간절히 원하다가도 막상 흑인 교수를 만나면 합당한 존경심을 보이지 않는다."
 

  내 모습안에 그런 모습이 담겨져 있지 않나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백인과 흑인에 비켜션 황인종이 아닌, 그냥 인간으로 볼 수는 없는 걸까? 그러기엔 쌓아온 역사와 산물들이 너무 많고 해결해야 할 과정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인종과 차별이라는 틀을 벗어난 모습을 무엇일까? 내 조국은 무조건 옳다는 '자만'과 '종교와 테러의 상관관계', '전쟁의 첫 번째 희생양은 표현의 자유'라는 말에 동의한다. 
 

# 인종으로 차별하지 않는, 모두가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다.


  흑인 내부와 소수인종과 백인 내부의 비판적 지성들과 연대하고 대화하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경제와 체제는 급변하기도 하기만, 의식은 조금씩 물들면서 변화한다고 생각한다.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다음 세대에게는 더 좋은 세상을 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물직적 풍요는 넘쳐나지만, 조화로운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아 모두가 괴로운 세상이다. 태생적 차이로 구별짓기 되지 않고, 경제적 능력으로 차별받지 않고, 모두가 공존하는 사회는 절대 그냥 오지는 않는다. 뛰어난 지도자가, 효과적인 규제가 이루어 줄 수 없다. 하나의 종교가 해결해 주지 않는다. 우리 모두의 의식적인 구별짓기의 폐해에서 벗어났을 때, 그 작은 시작에서 출발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먼저 지치지 않는 것이다. 

  읽기는 편하지만 그 의미는 머리에 오래 남는다. 기독교인에게 조금 친절할 수 있지만, 비기독교인이라고 해서 읽기 어렵지는 않다. 종교적 색채를 싫어하는 사람은 3장부터 읽어도 저자의 주장을 이해하는 데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생각의 자극을 주는 책을 만나서 좋았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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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 신영복 서화 에세이
신영복 글.그림, 이승혁.장지숙 엮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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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이란 말과 관련된 단어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연애를 해 본 이는
첫만남, 첫키스 등을, 결혼생활을 해 본 부부라면 첫 경험, 첫번째 아이 까지 확장되겠지만 그것과 관련 없는 난 '목표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계획을 실행하는 첫 마음', 사람들과 처음 만났을 때의 '첫인상'등이 생각난다.


  무언가를 시작하는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는 글을 많이 본다. 힘든 일이 생기면 처음 일을 시작했던 그 마음을 생각하면서 다시 시작하라는 뉘앙스..라고 생각했다. '난 어떠했을까' 돌이켜 보았다. 많은 일을 계획하고 많은 일을 실천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깊게 생각하지 않고, 열정에 끌리거나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일을 시작했었다. 일단 시작을 하면 결과를 떠나 열심히 했지만, 그 결과가 항상 좋진 않았다. 늘 아쉽고, 미련이 남고, 안타까웠다고 할까.. 하지만 또 다른 일을 만들면서 또 거기에 매진하는 일상이었다.

  '처음처럼'이 제목인 책을 만났다. '처음'을 강조한 술 이름도 있고 많은 CF와 글에서 처음을 강조한다. 책 검색을 해보니, '765'권에 '처음처럼'이라는 이름이 들어간다. 식상한 제목이지만, 아는 지인이 책선물로 받고 싶은 책이라 한 권 더 주문하였다. 저자의 강연을 감명깊게 들은 경험이 책을 사는데 망설이는 마음에 결단을 내려 주었다.  

  '엽서'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종종 나오는 그의 글과 그림은 따스했다. 경험에 바탕을 둔 깊은 사유의 힘도 느낄 수 있었다. 좋은 글이 무엇인지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소리내어 읽었을 때 눈을 감고 그 글귀를 음미 했을 때 묘한 느낌이 온다면 좋은 글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선물하기 좋은 책 하나를 만났다.


#  글과 그림, 예쁜 필체가 잘 어울린 엽서 모음에 삶의 경험과 통찰력을 담다.

  한 장을 넘지 않은 글과 그림의 만남은, 엽서로 만들어서 소장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산다는 것은 수 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라는 글귀 속에, 저자가 강연회에서 알려 준 많은 이야기들이 예쁜 그림과 함께 잘 어우러져 있었다. 

  '자유'는 '자기 自己'의 '理由'로 걸어가는 것입니다.

처럼 기존 글자를 쪼개 의미를 더 하는 글귀와
 

여행은 떠남과 만남입니다.

떠난다는 것은 자기의 성 밖으로 걸어 나오는 것이며,
만난다는 것은 새로운 대상을 대면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행은 떠나는 것도 만나는 것도 아닙니다.
 


여행은 돌아옴입니다.

자기 자신의 정직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이며,
우리의 아픈 상처로 돌아오는 것일 뿐입니다.


처럼, 기존에 담겨진 의미를 살피면서 새로운 의미를 다시 부여하기도 한다.


'여름 징역살이'에 담겨진,  여름보다 겨울을 택하고, 여름 징역은 자기의 옆 사람을 증오하게 만든 사실을 제시하면서, 미움의 원인이 자신의 고의적인 소행이 아닌 자신의 존재 그 자체라는 사실로 인해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만든다는 '통찰력'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매일 일기를 쓰듯, 하루에 하나의 글귀씩 살피며 마음을 다잡는 것도 멋지다고 생각한다. 매일 아침 30분을 쪼개 '죽비소리'와 '엽서'의 한 구절을 읽는다. 책과 함께하는 시간을 조금 더 늘려야 겠다고 다짐했다. 매일 함께 할 책이 늘어난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 다시.. 처음처럼..

 

  매듭이라고 할까.. 1년을 마디로 하는 것이 아닌, 3개월, 6개월 등 중간 중간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아야 겠다고 다짐했다. 나를 돌아보고, 다시 처음의 마음가짐으로 시작한다고 할까. 아니 돌아보지 않아도 매 순간 순간은 저자의 말처럼 시작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늘 '처음'으로 만들어지는 일상.. 나만 그것을 몰랐던 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다시, 첫 마음으로.. 아니 늘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즐거운 일이던지, 힘겨운 일이던지, 시작의 마음을 잊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했다. 산 중턱부터 시작하는 이도 있고, 산 아래에서, 산 정상에서 걷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어디에 있는 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어디를 향해 걸어가는 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상을 좋아하는 이도 있고, 산 아래를 꿈꾸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멈춰있지 않는 건 아닐까, 한 발자국을 내딛는 마음에 '처음'이 큰 힘이 될거라 생각한다. 

  내일 말고, '지금' 시작해야 겠다.


# 늘, 처음은..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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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 아시아의 힘
KBS 인사이트아시아 유교 제작팀 엮음 / 예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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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00년의 나이를 먹은 유교. 오해와 편견에 숨겨진 새로운 아시아의 힘을 찾다.


  유교하면.. 공자, 맹자등의 뛰어난 사상가들이 생각난다. 그리고 조선시대에 예송 논쟁등의 불필요한 당쟁이 떠오른다. 매 달마다 지냈다는 제사와
서당, 명분과 충, 효, 열녀문, 향교와 사립문, 동몽선습, 사자소학, 대학,
시,서,화, 서원까지.. 모두 유교적 기틀아래 남겨진 게 참 많다. 그래도 유교가 부정적인 가장 큰 이유는 유교의 성리학을 국학으로 삼은 조선이라는 국가가 나라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 후 100년간 서구의 문물의 적극적 수용과 경제발전이란 기치아래 유교 문화의 많은 흔적들이 부정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름답다, 추하다', '옳다, 그르다', '정의인가, 불의인가' 하는 답을 하기 이전에 그것의 '존재'을 규명하는 것이 먼저라는 강연을 들었다. 맞는 말이라 생각한다.
유교가 우리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을까?라는 의문에, 답을 할 수가 없다. 유교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유교를 어디서부터 살펴야 할까? 그 수 많은 고전과 유교에 관한 수 많은 책들... 에휴.. 막막하다. 

  KBS가 중국, 일본, 싱가포르와 함께 2006년부터 아시아 컨텐츠를 대상으로, 2010년까지 9편의 대형 다큐멘터리를 기획했다. 그 첫 시작이 '유교 2500년의 힘'이다. 시간이 맞지 않아 방송은 보지 못했다. 다행이 책으로 출간이 되었다. 이 책을 안다고 유교를 다 안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1년 반의 준비과정과 6개국 이상의 나라들을 살펴서 공동으로 준비한 흔적들이 유교의 과거와 현재를 살피는 작은 힘이 될거란 믿음은 생겼다. 냉소보다는 기대를 더 안은채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 [인,의,예,지], 인간, 경제, 관계, 공부, 네 개의 길을 살피다.
   

  유교에서 중요시 하는 사덕, 인, 의, 예,지를 인간의 길, 경제의 길, 관계의 길, 공부의 길로 연결지어 '사랑의 여정', '빠르고 좁은 길', '신비로운 힘', '세상을 위한 수양'이라는 부제아래 유교의 장점과 단점을 골고루 비추었다 생각한다.. 물론 아시아의 힘이라는 부제처럼, 절망보다는 희망에 더 무게를 두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중국,일본,베트남 등 다른 나라에서 유교의 기치가 어떻게 자리잡았는지 알 수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의 흔적과 함께 다른 문화에서의 같은 공통부분의 변화 모습을 살필 수 있어 좋았다. 효의 이름으로 방치되고 집안을 위해서 '열녀문'을 수록받기 위해 반의도된 '사회적 타살', 원하지 않는 충성의 강요 '가미가제 특공대'의 일본사람들이 원하지 않았다는 부분에서는 국가와 사회적 목적을 위해 개인이 어떻게 피해를 입을 수 있는지 느낄 수 있어 섬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의 진정한 의미는 '진정한 사랑을 베푸는 것'이며, 인의 근본으로서 '배려의 마음'이 스며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 기뻤다. '무조건적 사랑'을 베푸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 시작하고, 그 사랑을 확장해서
다른 사람도 사랑하라는 글에 공감했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경구와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인 뿐 아니라, 경제, 관계, 공부 모두 유교 문화권 국가에서 이전에 살았던 대표적인 인물과, 현재의 모습 그리고 숨겨진 의미를 차근차근 잘 살핀 모습에 '무지한 내가'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각 장의 마무리에 원문과 상세설명을 통해 익숙하지 않거나 소개된 인물들을 좀 더 상세히 설명한 부분도 좋았다. 

 
# 책을 덮으며.. 균형감있게 바라보고, 바르게 실천하자.

  
  '유교에 대해 얼마나 알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솔직히 모르겠다. 마음속에 '그래 이건 이래야지' 하면서 유교적 사단을 마음속에 담고 있으면서도 형식적인 예식과 부정적 모습들의 부정적인 마음이 강했던 마음의 벽이 조금은 갈라진 느낌이다.


  빛과 어둠을 같이 본 느낌이라 할까, 모든 만물이 그러하듯이 장점과 단점이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어 즐거웠다. 과거의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그것의 '긍정적인' 측면을 잘 활용한다면, 이천년 넘게 흘러온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들을 잘 발전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단점을 잘 파악해서 거기에 매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이라는 거울을 통해 '유교'라는 얼굴의 잡티와 매력을 함께 발견하였다. 잡티를 없앨 것인가, 매력을 발전시킬 것인가는 개인의 선택의 문제이다. 단지 부분을 전체로 보아, 추종하거나, 멸시하지 않아야 겠다고 다짐했다. 

  난 어떤 마인드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시간에 따라, 기분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많은 것들 속에서 변하지 않는 '나의 가치관'을 잘 살펴보면서 가꾸어야 겠다고 다짐했다. 무언가 배운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전에는 가치관은 고정되어 있고, 그 가치관에 맞게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고정된 틀이 아닌,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정화 틀을 만들면서 정형적이 되고, 그 의식에 매여 극단으로 빠질 수 있는 틈이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통해 생각의 화살이 길어지는 건 즐겁다. 중요한 건 적시에 잘 쏘는 일이다. 아직 서툰 나는 화살을 늘리는 데도 힘겹다. 

  조금 더 공부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를 좋아하는 자와 함께 가면

마치 안개 속을 가는 것과 같아서


옷은 젖지 않더라도 때때로 물기가 배어든다.

무식한 자와 함께 가면

마치 뒷간에 앉은 것 같아서


옷은 더럽혀지지 않지만 그 냄새가 맡아진다.



 '지'를 얻는 건 꼭 책에만 있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 매 순간 순간 배움의 끈을 놓지 않으면. 매일 조금 씩 나아지는 나를 만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작은 것 하나를 배워도 나에게 칭찬해주고 격려해 주면, 다른 사람에게도 관대해지고, 세상도 밝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꿈을 꾸어본다. 배움의 시작, 도서관과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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