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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나는 스무살 철학 - 혼돈과 불안의 길목을 지나는 20대를 위한 철학 카운슬링
김보일 지음 / 예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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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무살, 뜨거운 열정과 욕망이 가득찬 시기.
 
 
  스무살의 나는 조금만 열심히 움직이면 세상이 다 내 것이라 생각했던, 자신만만함이 가득한 시기였다. 내가 좋으면,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거라는, 순진한 생각이 가득했고, 내 욕망에 충실했으며, 다른 관계보다 나의 입장에 대해 더 많이 신경쓰고, 행동했던 시기였다. 철이 없다는 말은, 깊이 헤아리지 못한다는 말과 겹친다. 신중히 생각하고, 이것저것 고민하며, 차분히 기다리고, 깊이 이해하는 일, 열정과 욕망, 더 나은 삶에 대한 갈망으로 몸부림치는 청춘과 어울리지 않는다. 몸도 뜨겁고, 본능에도 충실한 스무살에게는 거침없이 무언가를 향해 달려가는 질주본능이 어울린다. 무엇보다 스무살에게는 이성의 힘이 가득한, 철학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저자는 나를 설득할 수 있는 이성적 질서를 철학이라 정의한다. 내 열정에 물꼬를 터 주어 내 열정이 잘 흘러갈 수 있도록 길을 내 주는 것을 철학이라 생각한다 이야기한다. 스무살의 청년이 철학을 통해, 나와 타인의 다름을 겸험히 인정하고 공존의 원칙을 모색하는 삶에 눈뜨게 될거라 외친다. 철학이란 말만 들어도, 따분하고 지루하고, 외면하기 십상인 그들을 철학의 세계로 이끌기 위해, 저자는 존재, 불안, 선택과 운명, 고독과 놀이와 친구, 욕망과 행복, 성공, 사랑까지 7가지 키워드로 스무살에 고민하는 주제들을 이야기한다.
 
 
#    혼돈과 불안의 길목을 지나는 20대를 위한 철학 카운슬링
 
 
  88만원 세대와 인턴과 비정규직의 터널을 지나야 하는 혼란스럽고, 불안의 길을 걷는 20대를 위해 저자는 멈출 줄 아는 지혜를 이야기한다. 더 좋은 것을 가지고 싶은 욕망과 다양한 자극에 취약한 세대를 위해 지금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먼저 세상을 살았던 철학자들의 글과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딱딱하게 생각되는 철학을 지금 살아가는 20대들이 충분히 고민하는데 보탬이 되는 이야기로 바꾼다. 불안과 스트레스가 동물들의 위협과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사항이라는 사실과 남극 탐험이라는 위험한 길의 위험성을 알지만, 낙천성으로 어렵고 힘든 여건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위대한 기적을 만들어낸 남극탐험가 섀클턴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20대를 살아가는 귀엽고, 소중한 후배들이 한 번 고민해 보았으면 하는 이야기이다.
 
  철학과 고독은 떨어질 수 없는 요소이다. TV와 컴퓨터와 핸드폰 없이 한 달을 살아보라고 한다면 지루한 권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저자는 인터넷과 관계, 이어짐에서 자유롭지 못한 지금 세대들을 위해 행복은 가지고 있는 소유의 양을 욕망의 양으로 나눈 것이라는 행복 공식을 언급한다. 자신 스스로 구매했지만, 그 충동을 비난을 면하기 위해 지름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세대들을 위해, 남들에게 멋져 보이지 않아도 자신 스스로 정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작은 삶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너무 반듯하고 윤리적인 내용들이 가득하다고 할까. 청소년을 교화의 대상으로 보는 선생님의 시각이 문체에 가득 스며있었다. 왠지 어두운 길목을 걷는 어린양을 인도하는 따스한 손길이 너무 가득했다. 스무살이면 혼란의 시기이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나이이다. 스스로 선택하도록 길을 열어주기 보다, 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 저자의 마음이 가슴에 그대로 전해졌다.
 
 
#  한 번 실패한다고, 세상 끝나는 거 아니다.
 
 
  저자의 친절하고 잘 정리된 글을 읽다보니, 스무 살의 청춘에게 전하고 싶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최고의 선택보다는 지금 자신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메시지에 이어, 설사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인생이 전부 끝난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스무살에는 성공에 대한 열망, 성취에 대한 노력도 강하지만, 한 번 실패를 겪다보면, 거기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계속 정체되는 무기력에 쉽게 빠지기도 한다. 일본 사회는 격차 사회라고 해서, 한 번 잘못되면 다시 위로 올라서기가 쉽지 않지만, 한국은 듬성 듬성 벌어진 틈이 많아, 몇 번 실패한다고 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재수를 한 번 했다거나, 사랑에 실패했다거나, 취직이 쉽게 되지 않는다거나, 자신의 꿈을 빨리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하더라도, 괜찮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내가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한 길이라면, 그 길이 내 예상과 다를 때는 그때 그때 수정하면서 다른 길을 찾으면 된다. 늘 모든 일에 성공하기를 바라는 건, 완벽주의를 꿈꾸지만 결국 아무것도 못하는 실패의 삶을 사는 지름길이란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청춘는 실패의 경험도 값진 시기라는 사실을 책을 통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별 기대없이 읽기 시작한 책인데, 저자의 풍부한 독서량을 확인하게 되었다. 책 속에 소개되는 읽어볼만 한 책과 시와 글귀들이 많다. 쉽게 만들어진 책이 아니다. 꿈꿀 여유가 보이지 않는 20대에게도,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는 30대에게도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놀이에는 친구가 있기 마련이고, 책은 혼자인 내가, 시간과 공간에서 자유로운 저자의 흔적과 이야기하는 놀이이다. 저자의 글에 반기도 들어보고, 공감도 하다보면, 지금의 힘겨움을 이겨낼 작은 힌트 하나는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20대를 위해 고민해서 책을 펴낸 저자가 있는 것만으로도, 지금 20대에게는 하나의 축복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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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학 - 박사와 루트 그리고 나의 이야기
오가와 요코.후지와라 마사히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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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저자와 집필에 도움을 준, 수학자의 아름다운 만남

  80분 밖에 기억을 유지하지 못하는 수학 박사 노인과 그 집에 청소와 음식을 준비해주는 파출부, 그리고 아들 루트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겨있는 『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책을 읽었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딱딱하고 강압적으로 익혀야 했던 수학이 이렇게 아름답고, 감성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는 걸 작가인 오가와 요코 덕분에 알게 되었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집필을 준비하는 중에 오가와 요코가 후지와라 마사히코 수학교수에게 취재를 위해 만남을 가지게 되었고, 책의 출간 이후 그들은 한 토크쇼에서 수학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토크쇼에서 나누었던 이야기와 취재도중에 들었던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모여 한 편의 책으로 묶어졌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읽지 않았더라도, 딱딱했던 수학을 연구하는 수학자들의 낭만적인 이야기와 수학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딱딱하지 않게 다가설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작가가 묻고 교수가 대답하는 대담을 듣다보면, 일상생활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멀게만 느껴지는 문학과 수학 사이에, 아름다움과 감동의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수학 강의'가 아닌, 수학에 다정하게 다가 설 수 있는 책.

  첫 인상은 인간이 관계를 맺는데 큰 요소 중 하나이다. 아무리 착한 심성과 따스한 마음을 지니고 있더라도, 첫 인상이 차갑거나 무섭게 느껴지면, 친근하게 다가서기 힘들다. 학창시절부터 학교에서 배우는 따분한 산수와 수학시간의 교육과 일상생활에 도무지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활용성 때문에 수학은 재미없고 딱딱하고 피곤한 과목으로 인식되어진다. 수학에 서려있는 첫 인상의 딱딱함을 깰 수 있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알고 보면, 낭만적이고, 아름다움에 빠져 수학에 몰두하는 수학자의 모습과 아름다운 정리들은 지금 '당장'은 필요없지만, 아주 먼 오랜 시간에 매우 크게 활용될 수 있는 가치있는 학문이라는 사실을 대담을 통해 알 수 있게 된다.

  수학자들은 5년, 10년 이상 한 문제를 고민하기에 집중력이 강하고, 연애에 빠지게 되면 오래 빠지는 성향이 있다거나, 뛰어난 성과를 냈지만, 큰 봉우리에 큰 골짜기가 따르는 것처럼 영광과 좌절의 깊이의 차가 컸던 천재수학자들의 드라마 같은 삶과 골드바흐의 추측, 페르마 정리 등의 큰 수학적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과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 등 수학적 현안문제들을 문제 풀이가 아닌, 수학자들의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문학가이지만, 수학적 독창성과 통하는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와 부모님이 모두 문학가인 수학자와의 만남이었기에, 딱딱한 수학 이야기가 아닌 감수성 풍부한, 친근하게 다가선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허수와 완전수, 우애수, 0 등을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아름답게 표현한 대목과 작품 집필의 뒷이야기가 대담을 통해 소개된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를 읽은 이에게는 에피소드를 들을 좋은 기회이고, 읽지 않은 이에게는 책을 읽어 볼 인연을 만날 수 있는 좋은 연이라 생각한다.
 

# 기초학문의 발전 없는 실용학문의 강조의 미래는 밝지 않다.


  대담에서 수학 교수는 천재 수학자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이나 자연에 대해 한결같은 마음을 지니고, 주변 환경이 아름답고, 정신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영국과 인도와 일본에 뛰어난 천재들이 많이 나온 배경과 라마누잔, 뉴턴, 라이프니쯔 등의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즐겁게 만날 수 있었다. 복잡하고 기기묘묘한 현상을 단 한줄의 수식으로 정리해 버리는 데서 느끼는 수학의 매력과 엉뚱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수학자들과의 만남을 듣다보니, 어렵기만 하던 수학도 친근하게 다가왔다.

 

  수학의 발전사 중에서 인도에서 0과 기수법을 발견하고, 물리학과 수학을 접목한 미적분을 유럽에서 발견한 점도 각 나라의 문화적 차이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무와 공 사상을 인정하는 동양의 문화가 0을 인정하게 되었고, 세상을 신이 창조했다는 기독교적 세계관을 지닌 마음이 세계는 조화롭게 이루었다는 믿음으로 미적분을 발견하게 되었고, 일본은 행렬식을 최초로 발견했다는 점 등 각 나라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똑같은 수학도 발전하는 방향이 달랐다는 점을 알 수 있어 좋았다. 수학 역시 문화의 한 갈래라는 말에 공감했던 시간이었다.

  일본의 작가와 수학자의 대담으로 인해, 한국에 생소한 하이쿠와 일본 수학자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일본의 수학은 문학 다음으로 세계에서 잘 발달되어 있다고 한다. 한국 역시, 하이쿠는 아니지만, 정형시와 아름다움을 존중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기에, 지원이 잘 갖추어져 있다면 뛰어난 수학자들이 많이 활동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초등학교 때 영어와 컴퓨터, 기업가의 정신 중학교때 주식과 채권, 대학때는 산학협동을 장려하자는 실용적인 학문만을 강조하는 풍토는 일본이나 한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실학도 중요하지만, 기초학문의 발전이 없다면, 얼마 버티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당장의 열매를 딸 궁리만 하지 말고, 새로운 나무의 씨앗을 심는 일이 필요하다고 할까. 새로운 나무를 키우지 않는다면, 열매를 다 따고 난 뒤에는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열매에 집중할 때가 아니라, 더더욱 씨앗을 심는데 집중해야 할 시기이다. 정부 당국자들의 정책과 지원과 일반 시민들의 공감과 지지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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