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리야, 목욕은 이제 그만! 비룡소의 그림동화 126
존 버닝햄 글 그림, 최리을 옮김 / 비룡소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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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셜리의 엄마처럼 변하는 것은 아닐런지 ...

지금 이 순간에도 리뷰를 쓰면서 난 엄마의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아이가 제법 커서 손이 덜 가는 만큼 혹여라도 관심이 덜 가는 모습을 보이는 건 아닐까?  요즘 시험으로 인해 힘든 아이에게 옆에서 공부할 때 함께 지켜주지도 않고, 혼자 알아서 공부하라고 하는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되네요. 

역시 존 버닝햄의 그림책은 그림책 이상의 부모교육서가 되는 것 같아요.  아직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우리 아이. 또 아이가 커서 사춘기에 접어들고 청소년기가 되고 어른이 되더라도 그 때 그 때마다 엄마의 역할은 있겠지요. 그 역할이 아이의 나이에 따라 달라질지라도 옆에서 항상 엄마가 격려하고 사랑으로 지켜본다는 것만큼 아이에게 힘이 되는 것은 없겠지요? 

내가 좋아하는 작가 존 버닝햄 할아버지의 그림책입니다.  이 책과 함께 셜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셜리야, 물가에 가지 마" 역시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지 않으려는 부모, 자신의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관심한 부모의 모습을 작가인 존 버닝햄은 자신의 그림책을 통해서 통쾌하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 셜리는 엄마의 잔소리를 미뤄보건대 틀림없이 목욕이나 단정한 옷차림 같은 것은 먼 개구쟁이 소녀인 것 같아요.

셜리를 욕조 안에 넣고 목욕을 시키는 엄마의 이야기도 같이 아이를 기르는 입장에서 보면 공감가는 부분도 많이 있지요.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늘 놀이로 시작해서 놀이로 끝내고 싶은 우리 아이에게 제가 너무 모든 것을 빨리 빨리 하라고 강요를 하지 않았는지 생각해 봅니다. 옷을 입을 때에도 신발을 신을 때에도 그리고 목욕을 한후 바로 옷을 입지 않고 이불에서 뒹굴고 놀고 싶은 아이에게 엄마는 너무 바쁘다고 조금의 여유도 주지 않는 제 모습을 좀 반성하기도 했시요.

하여튼 물 속에서 들어간 셜리는 하수구 안을 빠져나와 멋진 호수로 나옵니다. 우리 아이는 어떻게 이럴수가 있느냐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봅니다. 물론 셜리의 상상이지만...

셜리가 욕조에 앉아 무슨 상상을 하는지 전혀 궁금해하지도 않으며 엄마는 끊임없는 잔소리를 쉬지 않고 합니다.

왼쪽 페이지에는 엄마의 잔소리와 바쁜 모습이 그리고 오른쪽에는 셜리의 상상이 매우 대조됩니다. 이렇게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위하는 그림책을 쓰는 존 버닝햄은 진정한 아이들이 대변자인 것 같습니다.


언제나 기성세대의 고지식하고 고정적인 것을 풍자하는 작가의 가치관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책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들만의 상상의 세계가 있으며, 자신의 생각과 느낌이 있습니다. 어른들과 다르다고 하여 아이들의 생각이나 행동이 결단코 잘못은 아니지요.
물론 아이들 역시 잘못을 할 때가 있고, 그것은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어른들은 자신의 어린시절을 잊어버리고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없어서 바빠서 혹은 일 때문에 어린시절의 순수함과 즐거운 추억을 다 잊고 사는지도 모르지요.
함께 아이와 하는 게 아니라 저만치 물러서서 그냥 수수방관하는 모습이 안타깝네요. 

셜리에겐 무엇이 필요할까요?  이렇게 그냥 잔소리만 늘어놓은 채 아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모르고 살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지금 내 모습은 아닐까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반성해봅니다.

꼭 쌍둥이처럼 꼭 닮은 [셜리야, 목욕은 이제 그만] 책과 [셜리야 물가에 가지 마] 책을 함께 읽으면서 우리 아이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돌아보는 그런 엄마들이 되었으면 하네요.  우리 아이와 보다 즐거운 하루 하루 시간을 보내며, 그 시간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기억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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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 3~8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4
존 버닝햄 글.그림 / 보림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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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닝햄의 책은 정말 상상력이 무척 뛰어납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이 어른에게서 나올 수 있는지 읽으면서 절로 감탄이 나오지요.
아이들의 심리를 잘 알고 이해하고 있기에 늘 아이들의 눈높이에 알맞은 멋진 책이 나오는 것 같아요. 

심부름을 하는 아이. 엄마라면 아이가 제법 컸을 때 심부름을 시킵니다. 아이들은 그 엄마의 심부름을 좋아할 수도 있고, 혹은 귀찮아할 수도 있겠지요. 아이들도 다 다르니까요.

그런데 존 버닝햄 작가는 이런 심부름이라는 소재를 갖고 굉장히 재미있는 그림책을 만들었네요.  어쩜 이런 재미있는 생각이 나오는지, 존버닝햄은 아이들의 심리를 꿰뚫고 있는 굉장한 작가임에 틀림없네요.

전에 하야시 아키코의 그림으로 만나는 >이슬이의 첫 심부름> 책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 책에서는 이슬이가 처음으로 엄마의 심부름을 하게 된 순간을 함축된 글과 탁월한 묘사로 표현한 책이었지요.

아이에겐 첫 심부름을 할 때 그런 마음이 생길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존 버닝햄의 [장바구니]는  심부름으로 일어난 재미있는 이야기를 유머와 위트가 넘치게 표현하고 있네요.
두 권의 책을 함께 읽어도 즐거울 것 같네요.

단순히 엄마의 심부름으로 장바구니를 들고 슈퍼에 갔다 오는 과정이 어떻게 상상의 세계와 합쳐져서 멋진 동화가 되었는지 읽고 읽어도 참 재미있습니다.
더구나 이 책에서는 아이들이 수 개념을 배울 수도 있습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스티븐이 산 물건들이 하나 둘 나오는데, 어린 아이들과 함께라면 하나씩 세어보는 것도 즐거운 수학활동이 될 것 같네요.

이책의 주인공 스티븐이 엄마 심부름으로 장에 다녀옵니다 엄아의 주문도 참 재미있습니다.  그래도 스티븐이 엄마의 주문을 잘 기억해서 장을 보고 오는 게 신기해요.  전 건망증이 늘어서 심부름이 아닌 제가 필요한 물품을 사면서도 메모하지 않으면 꼭 한두 가지 잊어버리거든요.

스티븐이 장바구니에 산 물건을 넣고 오는데 동물들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심술맞은 동물들이에요. 어렵게 장을 보고 돌아가는 스티븐의 물건을 빼앗으려 하지 않겠어요?
곰에게 달걀 1개를, 원숭이에게 바나나 1개를, 캥거루에게 사과 1개, 염소에게 오렌지 1개, 돼지에게 도넛 1개를 빼앗기는데 다음 페이지에서 점점 줄어드는 물건을 찾아보는 것이 참 재미있습니다.  

그림을 보면서 줄어드는 물건이 무엇인지 보는 것이 참 재미있어요. 아이가 어리다면 숫자를 거꾸로 세는 것을 연습해보는 재미있는 시간이 되겠지요?

존 버닝햄의 그림책이 다 그렇듯이 주인공의 모습은 참 멋지지요. [장바구니] 책에 나오는 우리의 멋진 주인공 '스티븐' 역시 재치있는 말로 동물들을 골탕먹이고 혼내주는데 성공을 한답니다. 꼬리에 고리를 물고 나오는 동물들과 스티븐의 한 판 승부,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면 적극 권하고 싶네요. 

단순히 제목에서 상상하는 것으로 책을 판단하기에는 큰 오류를 범할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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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피 아저씨의 드라이브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54
존 버닝햄 지음, 이주령 옮김 / 시공주니어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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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옆집에 이런 아저씨가 있으면 좋겠다.

마음씨 좋은 검피 아저씨와 드라이브는 정말 재미있고 유쾌하겠지요?  어린 시절에도 그렇고 지금도 옆집에서 만난 분들과의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이웃사촌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말도 일맥상통하겠지요.

고등학교 때에도 전 옆집 아저씨께서 출근하시면서 학교까지 태워다주셨거든요. 아침 일찍 집을 나서며 편안한 자가용으로 등교하던게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그 땐 어린시절이 아니었지만, 검피 아저씨의 드라이브를 읽을 때면 그 생각이 떠오른답니다.

우리 아이에게도 옆집에 이렇게 맘껏 함께 놀 수 있는 멋진 아저씨나 삼촌, 형이 있다면 참 좋겠네요.

오늘은 아이들과 동물 친구들이 검피 아저씨와 드라이브를 떠납니다. 우리 아이도 차를 타고 어디 가는 것을 무척 즐기는데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도 또한 그런 것 같네요. 

검피 아저씨가 드라이브를 하려고 차를 손질할 때 모두들 묻지요.
언제나 흔쾌히 승낙하는 마음씨 좋은 검피 아저씨.  정말 부럽네요. 여유있는 검피 아저씨의 모습도 아이들을 좋아하는 아저씨의 모습도 모두 다 부럽습니다.

이제 염소며 송아지, 닭들과 양, 돼지, 개, 고양이, 토끼 그리고 여자 아이와 남자 아이 모두 정말 차가 꽉 찹니다.
신나게 드라이브를 하는데 비가 오기 시작하고 그만 자동차가 진흙 구덩이에 빠져 나올 수 없게 됩니다. 

도와 달라는 말에 동물들은 정말 얄밉게도 말도 안되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댑니다.
'난 안 돼요. 난 너무 늙었잖아요.' 라든가 '난 안 돼요. 난 너무 어리쟎아요.'등 각기 다른 핑계를 대는데 이 이야기에서 동물들의 특징이 하나씩 드러납니다. 
이 장면은 보고 또 봐도 재미있어요.
각각 동물들의 반응을 보면서 동물의 특징을 생각해볼 수도 있고요, 아이들이라면 이미 이 책에 내용을 다 외웠기 때문에 페이지를 넘기기 전부터 얼른 동물들의 이야기를 먼저 말하기도 하지요.

책을 읽는 기쁨을 두 배로 만드는 책의 구조. 아이들은 이런 반복되는 이야기를 참 좋아합니다.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와 비슷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특징이 있지요. 우리 아이는 두 책 모두 시리즈라면서 참 좋아하지요. 또한 약간 반말투의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그냥 편하게 이야기하는 듯 재미를 더 해주는 것 같아요, 

영어로 쓴 이야기가 원작일텐데, 매끄러운 번역으로 인해서 더욱 읽는 재미를 더해준 [검피 아저씨의 드라이브]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스테디셀러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검피 아저씨랑 함께 갈 수는 없겠지만, 주말에 아이와 함께 즐거운 드라이브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  멋진 가을하늘 아래 햇볕과 단풍이 물든 자연을 바라보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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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리야, 물가에 가지 마! 비룡소의 그림동화 108
존 버닝햄 글 그림, 이상희 옮김 / 비룡소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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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리의 세상 속엔 엄마, 아빠가 존재하지 않을까?  

언제나 존 버닝햄 할아버지의 그림책을 읽으면 통쾌한 마음이 듭니다. 또한 내가 어른으로 또 엄마로서의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지요.
이 책과 함께 셜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셜리야, 목욕은 이제 그만" 역시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두 권의 책 중 어느 책이 더 재미있는지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입니다.


이 책엔 셜리와 셜리의 엄마, 아빠가 나옵니다.  하지만 [셜리야, 목욕은 이제 그만]에서는 셜리 엄마의 무관심이 더 두드러지게 나오는 것이 차이라고 할까요?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두 권의 책을 함께 읽을 때마다 '난 아이를 잘 기르고 있는지, 아이와 함께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물론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중요하지만, 시간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 속에서 아이가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 깨닫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요. 서로 떨어져있어도 엄마와 아빠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입장입니다. 하루에 한 시간만 아이와 함께 있지 못하더라도 그 시간만큼 최선을 다해 아이와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아이들의 세계를 잘 이해하지 않으려는 부모, 자신의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관심한 부모의 모습을 작가인 존 버닝햄은 자신의 그림책을 통해서 통쾌하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잘 이해하려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하지요. 잘 알고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어른들의 생각과 규칙에 아이들을 끼워 맞추려는 모습이 저에게도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존 버닝햄의 책에는 자유스러운 아이들의 모습이 많이 등장합니다. 작가의 어린 시절이 그러했기에 아이들의 세계를 잘 이해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아이가 더 멋진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도록 많이 배려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자유롭게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면서 필요할 때에는 절제할 수 있는 그런 아이가 되기를 바래보지요.

이 책의 주인공은 셜리와 부모님 모두 입니다. 바닷가로 나들이 셜리의 가족. 하지만 엄마와 아빠는 의자에 앉아 신문을 보고 뜨개질을 합니다. 셜리는 신나게 바닷속으로 들어가 모험을 즐기는데, 셜리의 모습을 쳐다보지도 않고 주의만 늘어놓는 아빠와 엄마의 보습이 강렬하게 대비됩니다. 
책을 넘길수록 왼쪽 페이지에 있는 부모님과 오른쪽 페이지에 나온 셜리의 모습이 얼마나 대조되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셜리는 엄마, 아빠의 잔소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또한 자신맘의 세계에서 신나게 모험을 즐깁니다. 단 한마디의 말도 없이 신나게 놀다가 나중에 엄마와 아빠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셜리의 모습으로 이야기의 끝을 맺습니다.

셜리는 개와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갑니다. 해적과 싸우기도 하고, 섬으로 향한 셜리는 해적의 보물을 찾아내어 즐거워합니다.
셜리와 함께 있는 사람은 셜리의 부모님이 아니라 셜리의 개입니다. 과연 셜리의 마음 속에선 부모님이 우선일까 궁금해지네요.


함께 있지 않고 떨어져있어도, 부모와 아이 사이에 애정과 신뢰가 돈독하다면 아마도 셜리의 상상 속에선 엄마와 아빠가 등장할 것입니다.
하지만 셜리의 그 멋진 모험 속에선 엄마와 아빠는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네요.
함께 바닷가에 간 소중한 시간들. 하지만 셜리의 엄마와 아빠는 그냥 셜리와 놀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지요. 뜨개질하는 것이 신문을 보는 것이 셜리와 노는 것보다 우선이 된 현실이 씁쓸하기만 합니다.

나 역시 아이가 제법 컸다고, 혼자서 아이를 놀라고 그냥 놔두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봅니다.  우리 아이와 함께 하루에 조금이라도 함께 하는 소중한 시간을 꼭 보내야겠어요.  다시 잠을 자기 전에는 아이와 함께 그림책과 동화책 세상으로 빠져보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아이와 함께 기도를 하는 시간, 내일은 어떤 날이 되었으면 좋겠는지 아이와 함께 진솔하게 대화하는 시간도 꼭 가져야겠어요.

우리 어른들은 자신의 어린시절을 잊어버리고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없어서 바빠서 혹은 일 때문에 어린시절의 순수함과 즐거운 추억을 다 잊고 사는지도 모르지요.
함께 아이와 하는 게 아니라 저만치 물러서서 그냥 수수방관하는 모습이 안타깝네요. 

셜리에겐 무엇이 필요할까요? 정작 셜리가 무엇을 하는지 쳐다보지도 않은채 고개를 숙여 신문을 보고 뜨개질을 하면서 몇 마디 툭툭 말을 던지는 셜리의 부모님. 마치 전혀 궁금해하지도 않는 듯 보이는 그들의 행동에 왜 그리 마음이 아플까요?


"셜리야, 헤엄치기엔 너무 쌀쌀한 날이구나." 
"셜리야, 저기 가서 다른 애들이랑 놀지 그러니?"
"셜리야, 예쁜 새 구두에 지저분한 흙탕물 안 튀게 조심해라."  
이렇게 몇 마디만 하며, 자신에 일에 몰두하는 부모님. 아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모르고 살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지금 내 모습은 아닐까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반성해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셜리의 모습은 한없이 밝아요. 배를 타고 해적들과 신나게 싸움을 하는 등 셜리를 보면 그 나이 또래의 풍부한 상상력과 천진함을 갖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인 것 같아요. 부모님의 무관심으로 인해 셜리의 마음이 꽁꽁 얼어붙어있지는 않으니까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좋은 책. 아이들만의 세계를 존중함과 동시에 우리의 아이들이 마음을 헤아힐 수 있는, 또한 아이들에게 어떠한 태도를 보여야 할지 생각해보는 좋은 기회가 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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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오줌보 축구 국시꼬랭이 동네 16
이춘희 글, 이혜란 그림, 임재해 감수 / 사파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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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돼지 오줌보 축구 나도 하고 싶어!" 

책 속에 돼지 오줌보로 공을 차는 모습이 무척이나 부러운가봅니다.  하긴 저도 한 번 보지 못한 돼지 오줌보. 어른임에도 이걸로 공처럼 뻥 차고 싶은데, 아이라면 더욱 그러하겠지요?   

저는 그림책을 보면서 초가집과 기와집도 추수가 끝난 황량한 논의 모습이 그리워집니다. 오늘따라 [돼지 오줌보 축구]를 보고 있으니, 한국의 시골풍경이 무척이나 보고 싶네요. 

언제나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국시꼬랭이동네. 무척 오랫동안 기다림 끝에 이번에 [돼지 오줌보 축구] 라는 제목으로 16권 책이 나왔네요. 
돼지 오줌보 축구.  제목만 들어도 웃긴답니다.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던 국시꼬랭이 시리즈였는데, [돼지 오줌보 축구]는 기다린 보람을 갖게 했지요. 우리 아이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우리 아이도 축구를 무척 좋아해서 그런지, 돼지 오줌보를 갖고 축구를 하고 싶다고 하네요. 이걸 어떻게 지금 구할 수 있을까요? 

전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옛날 아이들도 돼지 오줌보를 공처럼 만들어 놀았다는 것을 알았어요.  예전 중학생 때 로러 잉걸스 와일더의 [초원의 집] 시리즈를 읽을 때에도 로라의 아버지가 로라에게 이 공을 만들어주던 장면이 나왔거든요. 그 때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같은 장난감이 없던 시절에 세계 여러나라의 어린이들이 놀던 놀잇감은 다 비슷한 것 같아요.   

돼지 오줌보로 공을 만들어 놀이하는 모습도 그렇지만, 전통놀이들이 비슷한 게 참 많지요.  하지만, 유난히 [국시 꼬랭이 동네] 시리즈를 읽다보면 우리나라의 전통놀이나 문화가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주 오래전도 아니면서 현재 우리의 아이들은 거의 놀지 못하는 과도기적 시대에서 벌어진 우리 할머님 할아버님 시대의 놀이. 

그래서 [국시 꼬랭이 동네] 시리즈를 읽다보면, 우리 부모님께도 이 책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아이가 조금만 더 어렸다면, 책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서 "할머니, 할아버지랑 같이 읽어." 하고 말했을텐데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국시 꼬랭이 동네 시리즈. 내가 어릴 때 놀았던 그 모습은 약간. 그리고 우리 부모님 세대가 즐겨 놀던 그 문화 그대로 정감있게 그려낸 책입니다. 정말 이런 책을 왜 일찍 몰랐을까 했던 때가 있답니다. 

사실, 이 시리즈는 우리 세대의 이야기라기보단 우리의 부모님 세대의 이야기겠지요. 전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런 내용을 더 그리워하고 있고, 그렇지만 어릴 때 잠자리랑 개구리 잡고 놀고 늘 밖에서 친구들과 뛰놀던 기억이 있기에 조금이라도 비슷한 추억에 잠길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 세대가 보는 [국시꼬랭이 동네]시리즈는 완전 다를 것 같아요. 지금은 온통 아스팔트 천지에 놀어터 역시 모래가 아닌 푹신푹신한 고무매트가 깔린 곳이 훨씬 많으니까요. 

산에 가려면 자동차를 타고 한참 가야하고, 모래놀이를 할 때에도 문화센터나 체험놀이터에 가야하는 상황이 되었으니까요.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놀이를 하게 만든다면 굉장한 축제가 되지 않을까 해요. 

온 동네 잔칫날 돼지 한 마리 잡게 되면, 아이들에게도 멋진 날이었겠지요?  과연 누가 이번엔 돼지 오줌보를 차지할 것인가 아이들끼리 쟁탈전이 대단했을 것 같아요.   친정 부모님께서 시골에 사실 적에 동네 어른들께서도 돼지를 종종 잡으셨지요. 친정 아버지께서 돼지 잡는 날이면 신선한 고기를 사가지고 오셨거든요. 

그 때, 이 책이 나왔더라면 혹 어릴 때 읽었던 초원의 집 시리즈를 기억했다면 같이 가서 돼지 오줌보를 구할 수 있을까 물어볼 것을 하는 후회가 되네요.  한 번도 보지 못해서 그런지 무척 궁금해지네요. 

고무로 만든 공은 없었지만,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서 아이들은 공을 만들어 놀았지요. 짚, 풀, 나무, 헝겊 등 주위에 있는 많은 것으로 공을 만들었지만, 역시 가장 으뜸은 '돼지 오줌보'를 갖고 만든 공이었을 것 같네요. 

통통 튀기는 게 어떠했을지 상상만해도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아이들은 열광했을테고 돼지 오줌보가 터지는 순간엔 얼마나 아쉬워했을지 그 심정을 십분 헤아릴 수 있네요.  추운 겨울임에도 아이들은 돼지 오줌보 공이 하나 있다는 이유로 배고픔도 추위도 잊고 신나게 놉니다.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우리 아이도 축구를 좋아해서 친구들과 점심 시간엔 거의 축구를 하는데, 얼마나 뛰는지 머릿카락이며 얼굴엔 땀방울이 흐르거든요.  이 책 속 아이들의 모습도 같은 것 같아요. 얼마나 신이 나는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아이들의 생생한 표정이 무척 부럽습니다.  

꽤 냄새가 심했겠지요? 책 속에서도 지린내 썩은내 구린내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고 하니 정말 그 냄새는...  하지만, 그 돼지 오줌보를 가지고 오줌을 빼고 바람을 불어서 팽팽한 공을 만들어 노는 게 좋았기에 그런 것쯤이야 하나도 장애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무 때나 만질 수 있는 게 아니라 돼지를 잡아야 얻을 수 있는 것이기에 그 인기가 어떠하였을 줄 상상이 가요. 

돼지 오줌보를 소재로 해서 동네 잔치와 시골의 모습을 함께 알 수 있답니다.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노는 모습도 어른들이 함께 잔치를 벌이는 모습도 무척 부러운 장면이네요.  지금은 이렇게 이웃과 어울려 지내는 것도 어렵고, 아이들 역시 공부에 바빠서 학교가 끝나고 나면 놀 시간이 거의 없지요. 

제가 어렸을 적만해도 초등학생 땐 늘 학교에 갔다와서 놀았던 것 같은데, 요즘 아이들은 너무나 바빠보여 안쓰러워요.  돼지 오줌보는 구할 수 없겠지만, 축구를 좋아하는 우리 아이가 실컷 뛰어놀 수 있도록 많은 시간을 내줘야할 것 같네요.  아이들은 놀면서 크니까요.

얼른 국시꼬랭시 동네 17번째 책이 나오기를 기다립니다. 무척 기다렸던 16권 [돼지 오줌보 축구]는 기나긴 기다림을 해소할만큼 굉장했어요. 그 다음 이야기는 어떤 소재일까 짐작도 갈 수 없을 만큼 다른 책에선 찾기 힘든 우리의 옛날 그 시절의 모습을 보여주는 [국시 꼬랭이 동네].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면 꼭 어린이 날 선물로 이 책 시리즈를 사주라고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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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B형 2010-04-15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돼지 오줌보^^
저도 딱 한번 그 가볍고 바람만 불어도 날리는 공을 차봤습니다 ㅎ
잘못 밟으면 터져버리는^^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