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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의 밤 (4쇄) ㅣ The Collection 3
바주 샴 외 지음 / 보림 / 2012년 7월
평점 :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의 멋진 "나무들의 밤"
<나무들의 밤> 두번째 판(2nd_Edition)이 나오기까지 제법 많이 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사실 첫번째 판(1st_Edition)이 나올때부터 눈여겨보고 있던 책인데 워낙 가격이 가격인지라 그 때엔 망설였지요.
예전에 지인으로부터 선물받은 앨범이 하나 있는데, 그 앨범 역시 호주 원주민족들이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만든 작품이었지요.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찍어낸듯한 수제 티셔츠와 함께 무척 귀한 것을 선물로 받아서 차마 사용하지 못하고 먼지나지 않게 투명비닐로 잘 포장하여 책장에 두고 잘 만들어진 그림액자처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지요.
<나무들의 밤> 책을 접하면서 제가 갖고 있는 그 앨범이 떠올랐습니다. 종이와 풀, 짚 같은 소재로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엮어서 만든 앨범은 멋진 겉표지와 함께 안에도 옛스러운 투박함과 함께 고풍스러운 멋이 풍기는 작품이지요.
워낙 소중한 앨범이라 사진을 넣어놓고도 싶지만 왠지 현대적인 사진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느낌에 흑백사진을 넣어둬야할까 그런 생각도 들었답니다.
또 그 앨범을 보고 있으면 지인 가족이 떠오르고 몇 년동안 직접 보지 못한 그들이 보고 싶고 또 앨범을 만들었던 호주 원주민들의 삶도 그들의 문화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요.
나무들의 밤 역시 제게 그러한 생각을 갖게 해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한 권의 책이 아니라 살아있는 숨쉬는 나무들의 생기 넘치는 모습과 함께 이 작품을 만든 인도 곤드족의 문화들을 접하게 해준 책이지요.
우리 가족 모두가 함께 둘러보며 책장을 하나하나 넘기며 손으로 나무들을 만져보고 촉감을 느끼면서 연신 감탄을 했던 <나무들의 밤>. 바쁜 일상 속에 살아가면서 나무들의 모습이나 자연의 변화를 거의 느끼지 못하고 살고있기에 이렇게 <나무들의 밤>을 통해 만난 자연의 모습은 우리 가족에게 놀라울만큼 멋진 생기를 불러넣어주었답니다.
검은 종이에 실크 스크린 기법을 이용해서 만든 멋진 나무들. 인도의 나무들이 주가 이루기에 우리나라에서 보는 나무와는 더욱 다른 이국적인 모습의 나무들이어서 더더욱 신기했던 나무들의 모습.
보리수 나무와 셈바르 나무, 두마르 나무, 뱀 여신의 나무, 노래하는 사자 나무 등 그 정교한 모습에 인도 곤드족이 살고 있는 곳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네요.
아이가 미술 쪽으로 진로를 정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는지라 더욱 눈여겨보았던 책이였기에 이번에 함께 읽게 된 것도 반가웠고, 이 책을 보는 내내 감탄을 하면서 아이가 '미술'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더 다양해졌으면 하는 마음도 든답니다.
겉표지만큼이나 강렬한 나무들의 그림이 등장하는 책 안의 모습도 그냥 다른 책과 같이 매끈한 종이에 인쇄된 그림이 아닌 종이의 독특한 질감을 느낄 수 있어서 이 책의 가치는 놀랍다는 생각이 듭니다.
종이와 마포(대걸레 만드는 재료), 짚과 꽃, 면 등의 소재를 재활용해서 만든 종이. 그리고 그 종이에 곤드 족들의 그림을 무독성잉크를 사용해서 실크 스크린 전문가, 수 제본 전문가들이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해서 만든 책이기에 한 권 한 권 조금씩 색상이나 인쇄가 다를지 몰라도 그래서 더 매력적인 책이 탄생한 것 같아요.
게다가 공정무역을 준수하고 공동체 생활을 하며 환경을 준수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통해 아이와 진로에 대해서 자신의 꿈에 대해서 그리고 다양한 사회 문화와 현상 및 환경에 대해서도 대화를 하고 생각을 하며 아이의 시야를 풍성하게 만들어준 소중한 시간이 되었어요.
요즘 아이가 바빠서 책을 많이 읽지 못하고 또 함께 대화하는 시간도 줄어드는데 <나무들의 밤>으로 인해 식탁대화 뿐 아니라 함께 책을 읽으면서 풍성한 대화를 했다는 사실이 이 책에 애정을 더욱 쏟게 된답니다.
곤드족의 미술은 그냥 단순히 직업이 아니고 그들의 삶의 전부이며 종교일수도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지요. 인도 곤드족에게 있어 미술은 기도와 같으며, 나무들을 그린다는 것은 염원을 담아 기도한다는 것이라는 사실을...
나무 하나하나의 의미를 알려주는 내용 역시 그동안 내가 바라보던 나무의 느낌과는 사뭇 다른 곤드족이 느끼는 나무들의 가치는 어떠한지 함께 공감할 수 있었어요.
깜깜한 밤을 배경으로 하는 나무들의 유혹적인 모습들. 떄론 화려하게 빛나고 때로는 은은한 빛을 자아내는 그들의 나무는 다람쥐나 뱀여신, 누에가 편안히 안식을 취하는 장소가 되고 신을 위해 노래하기도 하지요.
'바주 샴', '두르가 바이', '람 싱 우르베티' 영어권 이름도 아니고 우리나라 이름도 아니라 무척 생소한 <나무들의 밤>의 저자 세 사람.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앞으로 이 세 작가의 작품들이 다시 세상에 소개되기를 바랄 것 같지요? 저 또한 그러하니까요.
아이와 예전에 갔던 수목원의 빛축제가 떠오르리만큼 화려하면서도 고혹한 밤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나무들의 밤>이어서 그런지 마치 내가 바로 그 나무가 있는 숲 속에 와 있는 듯한 환상을 느낄만큼 책 속에 푹 빠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신비롭고 이국적인 나무들의 모습 속에 아이들도 어른들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많은 시간이 되었을거란 생각하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나무들의 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 책을 사랑하는 독자로서 얼마 후엔 파주어린이책잔치가 있는데, 보림출판사에서 <나무들의 밤> 전시회를 할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알리는 멋진 축제의 장이 되리라는 조그만 바람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