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白露'다.

가을의 기운이 완연히 나타나는 시점으로 삼는다. 백로는 흰 이슬이라는 뜻으로 이때 쯤이면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히는 데서 유래했다.

뜨거운 볕 아래 맥문동이 힘찬 기운으로 솟아오르는 물줄기를 배경 삼았다. 여름볕과는 분명 다른 질감으로 다가오는 볕이다. 가을날의 까실함이 여기로부터 오는 것은 아닐까싶다. 그 성질이 뭇 곡식과 과일을 영글게 하는 것이리라.

속담에 "봄에는 여자가 그리움이 많고, 가을에는 선비가 슬픔이 많다"라고 한다. 백로를 지나면 본격적인 가을이다. 혹, 반백의 머리로 안개 자욱한 숲길을 넋놓고 걷는 한 사내를 보거든 다 가을 탓인가 여겨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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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리향
안개 자욱한 가야산 정상에서 무수히 펼쳐진 꽃밭을 걷는다. 천상의 화원이 여긴가 싶을 정도로 만발한 꽃밭은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한다. 첫인상이 강렬하다.

연분홍 꽃이 바닥에 융단처럼 깔렸다. 자세히 들여다봐야 겨우 보이는 꽃들이 무리지에 핀 모습이 환상적이다. 잎도 작고 꽃도 작지만 큰 무리를 이루니 제 세상이다.

'향기가 발끝에 묻어 백리를 가도록 계속 이어진다'는 뜻에서 백리향이라 했단다. 잎에서도 꽃에서도 향기를 품고 있으니 그 향은 땅끝까지 갈 것이다.

유사한 '섬백리향'은 울릉도 바닷가 벼랑 끝 혹은, 섬 전체 바위틈새에서 군락을 이루며 사는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천연기념물 제52호라고 한다.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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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피고 지고 또 피는
우리나라 꽃

絶命詩
鳥獸哀鳴海岳嚬 조수애명해악빈
槿花世界已沈淪 근화세계이침륜
秋燈掩卷懷千古 추등엄권회천고
難作人間識字人 난작인간식자인

절명시
금수도 슬피 울고 산하도 요동치니
무궁화 세상 이미 망했네.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천고를 돌아보니
인간 세상 지식인 노릇 참으로 어렵구나.
-황현, 매천집 권5 경술고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삼십 팔번째로 등장하는 황현(黃玹,1855~1910)의 시 "絶命詩 절명시"다.

한여름 햇볕의 열기가 기승을 부릴 때부터 시작되어 가을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꽃이 무궁화다. 꽃 색깔이 다양하며 7월부터 10월까지 100여 일간 계속 피므로 무궁화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꽃 곧 나라 꽃이라고 익히 알고 있는 꽃이다.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의 행전안전부 국가상징을 찾아보면 국화로 무궁화가 올라와 있다. 이 책에서는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무궁화를 국화로 공포한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무궁화가 우리나라 상징하는 꽃으로 관련된 문헌으로는 '산해경', '지봉유설', '임하필기', '오주연문장전산고', '해동역사', '동국문헌비고' 등에서 '산해경'과 '고금기'를 인용하여 '근화'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꽃임을 말하고 있다.

출퇴근하는 길 곳곳에 무궁화가 보인다. 꽃의 색깔로만 대충 차이를 알 뿐 여러 가지 종류의 무궁화를 구분하진 못한다. 흰색으로 피는 꽃잎의 고급스러운 느낌을 보고서야 또다른 매력을 발견 하기도 했다. 봄이 삽목의 적합한 때라고 하니 꽃이 달리 피는 두어가지 나무를 눈여겨 봐 두었다. 봄을 기다리고 있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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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사랑하는 별 하나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쳐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 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주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이성선 시인의 시 '사랑하는 별 하나'다. 별이든 꽃이든 눈길 닿는 이와 함께 마주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 사이에 온기가 머물기를ᆢ.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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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채송화
척박한 바위틈에 뿌리내리고 밤이슬로 목을 축이며 부는 바람에 숨 쉰다. 바늘잎 사이로 고개를 들고 노랑꽃을 피운다. 그 삶에 조용히 미소를 보텐다.

꽃은 8∼9월에 노란색으로 피고 대가 없으며 가지 끝에 달린다. 산의 돌 틈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으며 여름철에 물가 근처의 돌 틈에서 볼 수 있다.

바위채송화란 이름은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채송화라는 의미의 이름인데 채송화라는 이름이 들어간 건 잎이나 줄기가 채송화랑 닮았다는 것에서 유래한다.

사는 환경이 다르기에 사는 법도 그 삶을 표현하는 방법도 다르다. 이 다름으로 인해 비로소 너와 내가 공존할 수 있는 근거와 존재의 가치가 생기는 것이다. 태생과 자라는 환경에서 유래했으리라. '가련함', '순진함'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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