絶命詩
槿花世界已沈淪 근화세계이침륜
秋燈掩卷懷千古 추등엄권회천고
難作人間識字人 난작인간식자인
절명시
금수도 슬피 울고 산하도 요동치니
무궁화 세상 이미 망했네.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천고를 돌아보니
인간 세상 지식인 노릇 참으로 어렵구나.
-황현, 매천집 권5 경술고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삼십 팔번째로 등장하는 황현(黃玹,1855~1910)의 시 "絶命詩 절명시"다.
한여름 햇볕의 열기가 기승을 부릴 때부터 시작되어 가을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꽃이 무궁화다. 꽃 색깔이 다양하며 7월부터 10월까지 100여 일간 계속 피므로 무궁화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꽃 곧 나라 꽃이라고 익히 알고 있는 꽃이다.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의 행전안전부 국가상징을 찾아보면 국화로 무궁화가 올라와 있다. 이 책에서는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무궁화를 국화로 공포한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무궁화가 우리나라 상징하는 꽃으로 관련된 문헌으로는 '산해경', '지봉유설', '임하필기', '오주연문장전산고', '해동역사', '동국문헌비고' 등에서 '산해경'과 '고금기'를 인용하여 '근화'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꽃임을 말하고 있다.
출퇴근하는 길 곳곳에 무궁화가 보인다. 꽃의 색깔로만 대충 차이를 알 뿐 여러 가지 종류의 무궁화를 구분하진 못한다. 흰색으로 피는 꽃잎의 고급스러운 느낌을 보고서야 또다른 매력을 발견 하기도 했다. 봄이 삽목의 적합한 때라고 하니 꽃이 달리 피는 두어가지 나무를 눈여겨 봐 두었다. 봄을 기다리고 있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