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슬픔은 그날로 끝났고 그날의 즐거움도 그날로 끝났다"
*문장 하나에 걸려넘어진다. 정채봉 선생님의 "눈을 감고 보는 길"이라는 책의 머릿말의 일부다. 우연히 내게 온 오래된 이 책은 초판본이 2001년이니 20여 년을 건너와 손에 들어온 셈이다. 다시 새로운 글로는 만나지 못할 일이기에 아주 특별한 인연이라 여긴다.
내게 화두 처럼 함께해 온 생각과 맥이 통하는 단어나 문장을 만나면 바짝 긴장하거나 반대로 한없이 풀어지는 기분을 경험한다. 이제는 단어나 문장을 벗어나 그런 기분을 느끼는 영역이 다양해지고 있다.
"가슴에는 늘 파도 소리 같은 노래가 차 있었고 설혹 슬픔이 들어왔다가도 이내 개미끼리 박치기하는, 별것 아닌 웃음거리 한 번에 사라져 버리곤 했다."
머릿말에 바로 이어지는 문장이다. 선생님은 바다를 처음 본 그것도 동해바다의 특별한 느낌을 평생 간직했다고 한다. 이제 바다의 넓고 깊은 품에 안겨계실까?
'어제 같은 오늘이면 좋고 오늘 같은 내일을 소망한다'
어디서 차용한 것인지 내가 쓴 것인지는 이미 잊어버렸다. 하루에도 여러번씩 되뇌이는 이 문장이다. 위의 정채봉 선생님의 문장과 그 맥이 서로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날의 슬픔은 그날로 끝났고 그날의 즐거움도 그날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