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五里霧中
오리나 되는 짙은 안개 속에 있다는 뜻으로, 무슨 일이나 대상에 대하여 방향이나 갈피를 잡을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가을을 맞이하는 아침풍경이 당분간 이럴 것이다. 운치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답답하기도 하다. 같은 것을 대하는 마음 상태가 달라지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자연현상에는 '최소작용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자연은 필요 이상의 일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주어진 사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미리 염려하여 자신을 궁지로 몰거나 특정한 감정상태에 집착하여 스스로를 가드는 일은 하지않는다는 말로 이해된다.
오직 사람만이 그렇다. 과거나 현재의 특정한 상태에 집착하거나 지나친 염려로 스스로를 막다른 궁지로 내몰아 좌절하는 일ᆢ얼마나 못나고 어리석은가.
그러나, 이 못나고 어리석은 일이 스스로를 존재하게 만드는 근본 힘이기도 하다.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이다. 오리를 덮은 안개는 바람과 햇살에 자리를 내어주고 슬그머니 사라진다. 그것이 순리다. 그대와 나, 마음을 짓누르는 그 무엇도 이 안개와 다르지 않다.
곧 햇볕이 감싸주리니. 그대, 잠시 머무르되 멈춰서지는 마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