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전히 햇볕 탓이었다.
그냥 보내긴 아까운 햇볕을 핑개삼아 나들이 한다. 오늘은 섬진강따라 하동 쌍계사까지다.

물길따라 사람길 나고 자동차에 철길까지 나란히 난 길로 봄마중 간다.

 

눈을 통로 삼아 마음에 들어온 봄 볕과 향기가 마음보다 더딘 몸을 깨운다.

 

돌아오는길 문수골에 들렀다. 지리산 반달곰이 산다는 그 골짜기다.

어찌하다 이런 산중까지 사람 흔적을 남겼을까 싶다.

작은 암자 문수사엔 봄햇볕의 자비가 비켜간듯 싶다.

틈도 안보일 정도로 촘촘한 쇠창살에 갇힌 반달곰 두마리 왜? 그곳에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먹이 한그릇에 2000원이라는 안내문에서 짐작할 뿐이다.
지리산 반달곰에겐 부처님 자비는 없나 보다.

스님 어떻게 반달곰 눈을 보고도 그리 평안하신지요?

 

순전히 햇볕에 못이겨 나간 나들이에서 갇힌 반달곰 마음으로 돌아온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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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5-02-22 2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연스러운 것이 제일 좋은 것인데 말이죠. 저는 `자연스럽다는 것`은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반달곰은 숲 속에(혹시 반달곰에게 수행을 요구하는 걸까요? 음. . 마늘만 먹일 지 몰라ㅡㅡ;), 북극곰은 북극에.(빙하기가 올 거라 예견하여 미리 동물원으로?)

무진無盡 2015-02-22 22:3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자연스럽다에 동의합니다
 

그곳에 가면 있는 널 보러 길을 나섰다.

마침 봄소식을 전해주는 비까지 내려 나선 길을 축복하는 날이다.

오랜 기억 한자락을 차지하는 너이지만 이제 막 보고 돌아선 아쉬움처럼 남아있었기에 조금은 무거운 발걸음이다.

 

그동안 너무 많은 애를 썼나보다.

차가운 겨울 바닷바람으로 키워온 수줍고도 진한 그리움을 찾아주는 사람들 가슴마다 나눠준다는게 쉬운일이 아니었던게지. 더군다나 하도많은 시간동안 같은일을 반복했을 널 이해 못하는건 아니다.

...

 

하여, 지금 네 모습이 마치 이제는 뒷방에서도 서러운 퇴기같아 보여도 너를 탓하지 못한다. 너의 향기와 색에 목숨까지 사랑한다고 외치던 그 많던 사람들의 욕심과 우둔함을 탓할밖에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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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5-02-22 1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때로는 존재 그 자체보다 환경에 의해 정체성의 일부가 정의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똑같이 붉은 꽃이라도 동백에게서는 강인한 정열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매서운 겨울 바람에 맞선 생명력, 삭막한 무채색 사이에서 `그곳에 가면 있는` 따스함이 많은 의미를 부여하게 합니다. 향기가 없는 대신 빛깔로만 새를 유혹한다는 점도 왠지 어울려 보이구요. 향기조차 꽁꽁 얼어붙어 버릴 듯한 계절에 적절한 생존 방식으로 여겨집니다.
얼마 전에 읽은 카피라이터 정철 님의 「한글자」에 나왔던 글귀가 생각나네요. `꽃은 아름다움을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아름다움은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라구요^^
 

멀리 있어도 그 존재가 드러난다.
굳이 자신을 내 보이지 않으려 해도 내면에 깃든 세월의 흔적이 넘쳐나는 자연스러움의 멋이다. 햇살이 바람에 기대어 억새 품에 안기는 동안 그 속에 머무는 그 무엇 하나 햇살과 바람 그리고 억새의 흔들림에 물들지 않은 것이 없다.

햇살을 등지고 바람 따라 고개 숙인 저 너머에 아직 남아 있을지도 모를 시간을 향한 그리운 마음일까? 다시, 하늘 향해 고개 들어 아직 남아 있는 마지막 시간을 향한 아우성으로 풍성한 가을 햇살온몸으로 가득 담아 햇살과 바람 그리고 억새의 흔들림에 물들어 간다.

...

무엇이든 그 홀로 빛나는 것은 없다.
단풍이 시간을 담아 붉고 억새가 햇살에 기대어 빛나고 사람이 세월에 농익어 가듯 그렇게 서로 기대어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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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5-01-14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빛나기 위해서는 태워야하고. . 타기 위해서는 산소와 그외 조건이 필요하니 홀로 빛나는 것은 없네요. . 별이 스스로를 태워야 빛을 낼 수 있듯이. . 사람도 그런 걸까요. . 내면을 태우는 과정이 있어야 빛이 나는 사람이 될 수있을까요. .?

무진無盡 2015-01-14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여, 부지런히 태워온 시간이지만 빛나기 보다는 스며들기였나 봐요

나비종 2015-01-14 2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며들기. . 도 어떤 방식이냐에 따라 괜찮을 수도 있겠네요. .
부드럽거나 혹은 따스하거나. .

무진無盡 2015-01-14 21:34   좋아요 0 | URL
틈, 사이, 거리 등을ᆢ인정해야 비로소 부드럽거나 혹은 따스하거나가 가능하다는걸 알아갑니다
 

'대구향제줄풍류보존회 음원 복원 기념 음원감상회'

 

대구향제줄풍류는 서봉 허순구(1903~1978) 선생을 중심으로 1950년대 중반에서 1970년대 중후반까지 대구지역에서 전해져오던 풍류문화를 말한다. 허순구 선생이 남긴 유품을 중심으로 이를 복원하여 그 맥을 이어가고자 대구향제줄풍류보존회(대표 윤선숙, 거문고 연주자)를 만들었다.

 

지난 524일 창단식를 가진 대구향제줄풍류보존회는 102일 오전 서봉 허순구 선생이 활동하던 금호정에서 헌악식를 올리고 오후 8시 동구 문화재단 아양아트센터 기획 공연으로 대구향제줄풍류보존회 음원 복원 기념 음원감상회를 연다. 이번 음원 감상회에서는 대구향제줄풍류보존회 윤선숙 대표의 중심으로 하여 이웅, 배기언, 권미선, 김성현, 김경희, 사재성,김형교 시연도 함께 공연된다. 반세기 넘어 세상에 빛을 보게 된 이 음반은 대구줄풍류문화의 소중한 유산이 될 것이다.

 

금호정은 대구 줄풍류의 모태인 서봉 허순구 선생이 대구지역에서 활동하며 대구 동촌 금호강변에 지은 정자로 호남 출신 전문연주자와 전국 연주자들의 교류의 장으로 할용되었으며 허순구 선생이 풍류를 즐겼던 곳이다.

 

서봉 허순구 선생의 유품으로 거문고, 양금, 악보 필사본 등 37점을 국립국악원에 기증 보관 중이며 특히, 그가 쓰던 거문고는 안족의 장식이나 거문고 제작에 필요한 재원을 기록되어 있어 거문고 제작과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대구향제줄풍류보존회 음원 복원 기념 음원감상회'

 일시 : 2014. 10. 2 PM 8

 장소 : 대구 (재)아양아트센터 블렉박스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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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8년 고구려 멸망 과정을 그린 <평양성>에서 1981년 부림사건을 다룬 <변호인>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20편을 중심으로 한국사를 읽어낸 역사교양서. 영화적 서사와 역사적 진실 사이의 간극을 설명하는 것은 물론이고, 고구려시대부터 한국 근현대까지의 역사를 압축적으로나마 한 흐름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한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조선을 대표하는 그림 중 24점을 소개하며 어떻게 위로할 것인가를 이야기 한다. 먹의 농감이 정갈하고, 담채가 정갈한 우리 옛 그림의 깊이와 거리를 비로소 깨닫게 될 것이다. 어떤 왕이 될 것인가, 스스로를 향한 깊은 고민에 대한 정조의 화답인 「야국野菊」, 벗 김홍도의 천재성에 가려 ‘2인자’로 살았던 이인문의 아름다움이 빛나는 「총석정叢石亭」, 유배 중인 스승을 기억해주는 제자 이상적에게 김정희가 선물한 그림 「세한도歲寒圖」, 두 정인의 달밤 밀회 장면을 달콤하고 알싸하게 그린 신윤복의 「월하정인月下情人」, 바싹 마른 붓으로 가을의 소리를 스산하게 그려낸 김홍도의 마지막 그림 「추성부도秋聲賦圖」등을 감상할 수 있다.

 

 

 

 

 

 

양반의 시대에 평민으로 태어나 역사에 이름을 남김 사람들. 19세기 평민전기를 통해 엿보는 조선시대 평민들의 삶. 110여 명의 인물을 주로 직업에 따라 열여섯 가지 범주로 분류해 실었다. 최근 연구에서 <대동여지도>를 제작한 김정호가 방각본 출판업자로 인정된 점을 반영해, 서당 교재를 출판했던 장혼, 책장수 조신선과 함께 '출판'이라는 항목을 새로 설정해 넣었다.


 

 

 

신라의 명필 김생의 글씨에서부터 일제강점기 조선 총독도 인정했던 김종호의 글씨까지. 사찰, 서원은 물론 유생들이 공부하던 강당에서 마음에 점을 찍던 정자까지. 한눈에 보는 이 땅 곳곳의 현판을 둘러싼 역사와 문화 이야기. 정설과 야사를 포함한 '역사' 그리고 당대 학문의 흐름과 서체의 발달 등 '문화'에 대해 풍부하게 다루고 있다.

 

 

 

 

 

 

철학 지도 위에서 내 삶의 좌표를 찾으려면, 무엇보다 어떻게 철학적 지식을 활용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같은 주제라 할지라도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법이다. ‘유토피아’를 얘기한다고 해보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철학자들이 유토피아를 얘기해왔다. 그러나 플라톤과 장자, 토머스 모어와 도연명이 꿈꾸는 새로운 세상은 각각 다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주제는 같지만 사유를 출발한 자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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