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나에게 놀라운 일이 있었는가?

 

2. 오늘 나에게 감동을 준 일이나 마음에 와 닿았던 일이 있었는가?

 


3. 오늘 나에게 영감을 준 일이 있었는가?

 

    <네개의 다른 양식> ---엔젤스 에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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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별 여행자>의 저자 무사 앗사리드는 자신의 수첩에 "우연"을 위한 빈 자리를 남겨둔다고 한다.

그날이 항상 그날 같은 나의 일상에서 나도 우연을 위한 빈 시간을 마련해야 겠다.

혹시 아는가.

기적처럼 놀라운 일이 우연히 내게 찾아와 무한한 감동을 주고, 떨리는 마음에 신의 계시처럼 커다란 영감을  한아름 안겨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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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에는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 나는 제일 걱정거리가 먹는 문제이다.
매 끼니를 사먹는 것도 그렇고 손수 만들어 먹기도 그렇고 난감한 경우가 많다.  더구나 어려서 가정을 배우지도 않았던 나는 차라리 기술은 쉽다 느끼지만 요리에는 영 잼병이다.
나의 아내가 이 글을 읽는다면 궁상떤다고 따박이 심할 것이다.
학창 시절에 하는 자취 생활도 아니고 중년의 나이에 자취를 한다는 것은 그리 낭만적이지도,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자유롭지도 않다.
더구나 육식이나 술을 즐기지 않는 나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오늘은 조금의 여유가 생겨 동네 마트에 들러 장을 보았다.
장을 본다는 것이 거창하거나 푸짐한 것이 아니어서 몇 끼를 해결하고자 하는 절박한 수준에 그친다.  가까운 음식점에서 시켜 먹지 않는 대개의 경우 마른 반찬에 밥 한 공기가 전부이지만, 오늘 같이 시간이 좀 날 때에는 집에서 만든 국이나 찌개 종류가 은근히 땡긴다.  찌개라야 그 종류도 한정되어 된장찌개, 순두부찌개,  김치찌개, 청국장찌개가 다이지만 이것도 생각보다 시간이나 노력이 많이 드는지라 밥상에 그리 자주 올리지는 못한다.  찌개의 종류를 결정하는 것은 그때그때의 주머니 사정이나 마트에 진열된 식재료의 가격에 따르는 편이고 보면 조금은 처량맞은 생각도 든다.  오늘은 순두부와 순두부 양념을 같이 묶어 비교적 저렴하게 내놓은 것이 있어서 두말 없이 순두부로 결정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유효기간이 짧다는 데 문제가 있다.  괜히 욕심만 앞서서 여러 개를 구입하면 못 먹고 버리기 쉽상이다.
자취를 하는 대부분의 귀차니스트들에게 가장 부족한 영양소가 칼슘이나 비타민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 나는 찌개나 국에 필수적으로 야채나 버섯류를 넣곤 한다.
이 때 야채는 그날그날의 시세에 따라 선택한다.  요즘의 야채 가격이 그야말로 금값 아니겠는가.  오늘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비름나물. 더구나 귀동냥으로 들었던 바로는 이것이 비타민의 보고라고 하지 않던가.  평상시 마른 반찬으로 돌나물을 즐겨 먹는데 이는 요리가 더없이 간편하기 때문이다.  돌나물을 잘 씻어 마트에서 파는 초장을 뿌려 먹으면 그럭저럭 먹을 만하다.  평소에는 순두부찌개에 달래나 냉이를 넣었었는데 가격이 꽤나 올랐기에 양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비름나물을 고른 것이 문제였다.  감자와 순두부 양념을 넣고 '황소고집'이라는 상표명이 붙은 팽이버섯과 비름나물을 첨가하여 완성한 것 까지는 좋았는데, 막상 그 맛은 내 예상과는 달리 독특한 수준을 넘어 이상한 맛의 단계로 치닫고 있었다.
어렸을 때 먹던 비름나물 무침의 맛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국물에 들어간 비름나물은 다른 양념이나 식재료의 맛과 향을 다 장악하고도 남을 정도로 그 향이 강했다.  이 일을 어찌할꼬?  그 양이 적기나 한가.  나는 몇 끼는 먹을 만한 찌개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오늘은 어찌어찌 먹었지만 버릴 수도 없고......
귀찮더라도 그냥 무침을 했어야 하는 건데 낭패를 보았다.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다.  지금도 방안 가득 비름나물 향기가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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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방법 중에 독서는 단연 그 으뜸이라 하겠다.
우리의 마음도 육체와 다르지 않아 적당한 영양분을 섭취해야 함은 물론이요 필수적으로 운동이 뒤따라야 한다.  뭔 말이냐 싶겠지만 독서가 마음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것이라면, 사유는 마음의 운동과 같기에 독서와 사유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야 함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의 몸이 과도한 영양 섭취에 비해 운동량이 적으면 비만에 이르듯이 많은 독서량에 비해 사유의 시간이 적으면 마음의 비만을 피하기 어렵다.
대체로 마음이 살찐 사람은 탐욕, 이기심, 사악함, 교만 등 인간의 본성에 내재하고 있는 악한 것들이 자신도 모르게 자라나게 되어, 마음을 양분하는 선의 영역을 악의 영역이 잠식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독서는 하지 않고 사유만 하게 되면 선과 악의 영역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하더라도 지식과 영양분의 결핍을 초래하고 결국은 마음을 움직이는 에너지는 고갈되고 만다.  이러한 경우 자주 나타나는 우울증(경중의 차이는 있지만)은 마음의 에너지 결핍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마음을 움직이는 것에도 상당한 에너지를 필요로 함은 당연하지 않을까?
우리가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할 때, 이러한 불균형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사유보다 독서가 많은 사람은 주로 기교에 의존한다.  음식을 예로 들자면 화려한 뷔페식이라고나 할까.
이러한 기교는 독서의 입문자나 초보자에게 그의 글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배고픈 사람이 영양가와 상관없이 유혹적이거나 화려한 음식에 끌리는 것처럼. 
반면 독서보다 사유를 위주로 하는 사람은 글의 깊이는 있으되 독자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그의 글은 단조롭거나 밋밋하게 보이고, 때로는 보수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문맥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글에서 비유와 같은 치장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둘은 마음의 건강을 위해 모두 중요한 것인데 사람들은 대체로 사유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오히려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고 굳이 묻는다면 '사유'라고 답할 것이다.  정보화 사회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읽는 것에 비해 사유하는 시간이 지극히 적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작가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요즘의 젊은 작가들 몇몇은 자신의 기교에 의존하여 글을 쓰는 경향이 있다.  그럴 경우 작가는 많은 이득을 취할 것임이 분명하다.  감각적이고 유혹적인 그의 기교는 많은 독자들을 불러모으게 될테니까 작가에게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그러나 그 피해는 사회 전체에 미치게 됨을 인식해야 한다.
사유의 경험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우리의 젊은이들이 그와 같은 책들에 현혹되고 탐닉하게 되었을 때, 우리의 사회는 마음의 비만자들 즉 이기심과 탐욕으로 가득찬 사회 구성원들로 가득차게 될 것이다.  
다독이 강조되는 사회.  다사유를 말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현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허망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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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차창밖 풍경처럼 그저 스쳐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나는 때때로 이 흐린 하늘이 어서 빨리 개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과, 내 옆자리에서 몇 시간이고 나에게 즐거운 이야기를 들려줄 새로운 사람이 앉았으면 하고 바라는 것과, 끼니때마다 찾아오는 허기를 달래줄 홍익회 아저씨가 카트를 밀며 나타나기를 바라는,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 유아기적 사고를 하며 무심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내가 지금 향하는 방향이 처음에 목적했던 곳으로 가고 있는지,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내려서 걸을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잠깐씩 스치기도 하지만 나는 또 무심히 창밖을 보며 그 지나가는 풍경 속에서 작은 변화를 찾으려 애쓰는 것이다.

수도 없이 봐왔을 그 풍경이 지겹기도 하련만 나는 가끔 습관처럼 박수를 치며 감탄하고, 정신 나간 사람처럼 웃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를 둘러싼 그 풍경에 항상 익숙한 것은 아니어서 변하고 있는 것이 내가 아니라 풍경이라고 떼쓰는 어린아이처럼 우길 때가 있다. 

나이에 따라 사람의 피부만 말라가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생각도, 감정도 점차 시큰둥하고 시니컬한 상태가 되면 마치 생각에서도 각질을 털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곤 한다.

내가 여행을 하는 것인지, 풍경이 나를 납치라도 하는 것인지 나의 여행은 한참을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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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아침을 먹고 혼자 산책을 나섰단다.
잔뜩 흐린 하늘과 바람이 부는 날이었지.
그 길에서 나는 노란 산수유꽃을 만났지.  
회색빛 하늘을 배경으로 꽃망울을 터트리는 가녀린 산수유꽃이 얼마나 장하던지.....
오늘은 네게 그 꽃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단다.
믿지 못하겠다고?
그래.  세상엔 가끔 믿지 못할 일이 벌어지곤 한단다.
우리는 그것을 기적이라 부르지.  
수화기를 통해 멀리 떨어진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한번쯤 생각해 보았다면 너는 분명 기적을 믿는 것이란다.


아들아

산수유꽃에게 물었단다.  매년 봄철 한때 잠시 피었다 지는 것이 지겹지 않느냐고.
너무 유치한 질문이었지?  나는 그 대답을 듣고 아주 많이 부끄러워 했단다.
  "우리는 순간을 나누어 영원을 얻는 것이랍니다.  벌과 나비에게 꿀을, 사람들과 모든 생명체에게 향기와 아름다움을.  이런 것들은 아주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죠.  그것을 통하여 우리는 영원한 생명의 씨앗을 얻는답니다.  우리가 주는 것에 비해 우리가 얻게 되는 것은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것인지 우리는 매년 그 신비에 감탄한답니다.  당신네 인간들은 오히려 순간적인 것에 탐닉하고 영원한 것을 멀리하더군요.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가 알고 있는 이 자연스러움을 인간 중에는 지혜로운 자만 그리 한다고 들었어요."

 
아들아

나는 사랑, 믿음, 기쁨, 행복, 관심, 우정 등 영원한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 데 반평생을 보냈는데 이것이 보편적 진리였다는 사실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단다.
어쩌면 인간에게 만물의 영장 자리를 주었던 하느님이 몹시 후회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더구나.
삶은 화려할수록 금세 사라지는 꽃과 같은 것이란다.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평범한 것에 삶의 신비는 자신의 모습을 꽁꽁 숨기곤 하지.
어느 책에선가 '죽음은 이 세상에서의 삶을 끝내는 것이지만 관계마저 끝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던 말이 기억나는구나. 



아들아 


순간적인 것을 많이 나누렴.
순간적인 것을 탐하면 탐할수록 소중하고 영원한 것을 보지 못한단다.
나의 아들은 순간을 미련없이 주고,  영원을 얻는 삶을 살았으면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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