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시진핑을 말한다
도올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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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드 배치’를 계기로 중국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한국과 미국이 배치하고 있는 ‘싸드’가 ‘북핵’을 빌미로 ‘중국에 대한 적대적 군사행위’로 인식하고 있다. 그에 따라 한국에 대해 일종의 ‘단계적인 경제보복’ 조치를 취하는 중이다.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는 한국 정부의 ‘싸드 배치’ 결정이 발표된 2016년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그리고 차분하고 체계적이며 치밀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에 반해 한국정부는 ‘싸드 배치’를 결정하기 이전뿐 아니라 결정 이후까지 중국정부의 대응에 대해 아무런 예상도 대책도 수립하지 못했다. 따라서 기업과 자영업자, 관련 산업과 노동자들은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중국은 과연 어떤 나라일까?

중국을 알기 위해서는 중국의 이념과 체제, 역사와 문화, 조직과 인물에 대해 알아야 한다. 특히 중국은 한국이나 서구체제와는 다르다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중국은 중국공산당의 지배하에 시장경제형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국가체제다. 중국공산당의 최고지도자는 시진핑이다. 한국에는 중국공산당과 시진핑에 대해 제대로 연구하고 분석하는 조직이나 사람이 별로 없다. 언론도 현상만 보도할 뿐이다.

하지만 중국의 역사와 문화, 중국공산당과 시진핑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해주는 학자가 있다. 바로 도올 김용옥 교수다. 하지만 김용옥은 <도울, 시진핑을 말한다>에서 단순히 시진핑의 생애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시진핑의 생애를 통해 중국과 중국공산당의 과거와 현재를 말하고자 한다.

“나는 시진핑의 바이오그라피에 관하여 쓰려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인생여정을 정치권력투쟁으로 바라보지도 않는다. 나의 진정한 목적은 중국현대사를 하나의 철학으로서 다루려 하는 것이다.”

도올은 기존 한국 언론이나 전문가들의 해석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시진핑과 중국정치를 읽어낸다. 그는 시진핑이 후진타오로부터 일시에 당, 국가, 군의 최고지위를 모두 넘겨받았다는 점에 주목하는데, 덩샤오핑이나 장쩌민이 후계자에게 권력을 이양하면서도 군사위 주석 자리만은 넘기지 않았던 것과 비교해 “초유의 국면”이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이를 후진타오 시대까지 계속된 상왕정치의 종식, 4반세기를 유지해온 장쩌민 권력의 단절로 해석한다. 또 시진핑이 원로정치를 봉쇄한 것을 두고 ‘시진핑의 독주’ 식으로 해석할 문제가 아니라면서, 기나긴 적폐를 해소하고 중국의 행정체계를 합리화시키기 위해 가장 선행되어야만 할 핵심과제의 과감한 실천이라고 본다.

도올은 또 중국의 헌법 제정 과정과 당-군-국가 체제의 형성 과정을 돌아보고, 중국정치의 저변에 깔린 ‘인치’와 ‘민본’의 정신, ‘적우제’라는 지도자 선발 방식 등을 들여다보면서 서구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중국 정치체제를 일당독재로 얘기하는 게 맞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한국의 5년제든 미국의 4년 중임제든 민생이나 민주주의는 거리가 먼 서구식 정치제도에 비하면, 오랜 기간 당과 행정 활동을 거쳐 8,800만 당원과 13억 인민에게 검증을 받아 단계적으로 승진하는 중국정치가 오히려 민생이나 민주주의에 가까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나 미국 같은 정치문화와 선거제도에서 ‘대통령이 될 생각이 전혀 없었던 사람이 문득 맥연회수(驀然回首)해보니 대통령이 되더라’식의 상황이 가능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시진핑은 아주 우발적으로 형성된 이상적 상황의 특별한 결과의 산물이라고 쳐도, 중국의 정치적 리더는 선거라는 매카니즘에 매달리는 대신, 치세경륜에 관한 보편적 가치에 자신을 헌신할 수 있는 여유를 얻는다. 그것은 민의에 충실하는 것이며, 대의를 구현하는 것이며, 공의를 창도하는 것이다. 주석이 되겠다고 발버둥 치는 것이 아니다.”(243쪽)

도올이 시진핑 치세의 중국을 눈여겨보는 이유는 한민족과 한반도 상황 때문이다. 남북 긴장 문제에 있어서, 북핵 갈등 문제에 있어서, 싸드 문제까지 한국과 한민족의 평화와 미래를 위해 남북이 화해협력하고 주변 강국에 등거리 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보다도 오히려 중국은 이러한 문제에 관하여 매우 긍정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다. 남북화해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우리 정치인들이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은 우리 민족은 중국·일본·미국·러시아 4대강국에 대하여 항상 등거리외교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밸런싱 속에서만 우리 민족은 생존이 가능하다.
이 책은, 단순히 시진핑 개인에 관하여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지성들로 하여금 중국문명을 정확히 이해하게 만들고, 한국의 정치인들로 하여금 시진핑과 같은 무게 있는 상식적 지도자가 중국을 영도하는 있는 기간 동안에 남북화해를 전진시킬 수 있는 그 많은 것을 따내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중국은 반만년 동안 우리의 우방이다. 미국은 몇십 년의 우방에 불과하다. 중국을 바로 이해하는 길만이 우리의 살길이다. 나는 시진핑의 정치개혁이 인류에게 새로운 빛을 던져줄 수 있기를 갈망한다.”(10쪽)

책 후반부는 200쪽이 넘는 연표로 채워졌다. 통나무 출판사 편집부에서 작성한 ‘시진핑과 그의 아버지 시종쉰의 삶을 통해서 본 중국현대사 연표’로 중국역사뿐 아니라 한국역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잘 정리해서 보여준다.

도올은 근래 저서 <도올의 중국일기>와 방송 <차이나는 도올>(JTBC)를 통해 상당 분량의 중국 얘기를 풀어냈다. 모두가 <도올, 시진핑을 말한다>의 기초 정보가 되었을 것이다.

[2017년 3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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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아는, 우리만 모르는 - 위키리크스가 발가벗긴 대한민국의 알몸
김용진 지음 / 개마고원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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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2016년) 10월 경 페이스북 친구를 통해, 위키리크스가 2010년 가을 폭로한 미국 국무부의 기밀 문서 중 한국과 관련 내용을 파헤친 이 책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알게된 이상 읽어야 했다.

위키리크스가 미 국무부의 기밀문서 25만 건을 <가디언>, <뉴욕타임즈>, <슈피겔>를 통해 폭로했음을 알게되었을 때, 필자는 당연히 대한민국 주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 및 한반도와 관련하여 미 국무부와 주한미대사관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국내 주요 정치권이나 언론, 학계 어느 곳에서도 미 국무부 기밀문서와 관련하여 기본적인 정보만 기사로 내보낼 뿐, 한국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는 관심도 적었고, 언론으로서 자세한 내용을 파헤치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몇 년 뒤 김용진 기자에 의해 기밀 문서 중 한국 관련 내용이 책으로 출판되었지만, 도서 정보를 자주 접하는 필자도 알지 못했다. 다행하게도 페이스북 친구를 통해 알게 된 것이다. 이것 또한 SNS의 힘이면 힘이라고 할 것이다.)


 

‘KOREA’란 단어가 들어간 미 국무부 비밀전문이 1만4,165건이고, 주한 미국 대사관이 작성한 것만도 1,980건에 이른다. 이 책은 바로 그 주한 미 대사관 작성 비밀 외교전문을 통해 권력이 그토록 감추고 싶어 한 비밀들, 미국은 알지만 정작 우리는 모르는 ‘대한민국의 실체’에 대해 심층분석했다.

미국산 쇠고기 협상과 아프간 파병, UAE 원전 수주, 독도 문제, 론스타, 한미 FTA 등 한국 사회를 격동시킨 사건들의 뒤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들만의 밀담과 비밀협상들이 그 대상이다. 비밀문서에 기록된 충격적인 내용들은 ‘공식적인 발표’ 뒤에서 굴러가는 ‘진실’을 보여준다.


 

미국은 이명박이 서울시장이었던 시절부터 그를 유력 대통령 후보로 보고 주시하고 있었다. 대선 과정에서도 다른 후보들보다 이명박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았는데, 미 대사관이 작성해 보고 가운데 정동영 관련 문건이 9건인데 반해 이명박 관련 문건은 26건이나 된다.

이명박은 미국 입장에서매우 유용한 존재이기도 했다. 미 대사관은 MB를 “매우 친미적인 스탠스”를 보이는 유일한 후보로 평가하고 그에게 호의를 보였다. 그리고 미국은 이명박의 당선을 매우 반기며, 자신들의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2008년 2월 21일 전문, 366쪽)


 

하지만 미국은 MB를 좋게만 바라본 것이 아니다. MB의 모든 측면을 철저하게 분석했다. 미 대사관은 이명박 대통령을 “포퓰리스트”라며, “휴고 차베스의 보수파 버전”으로 간주했다. 이명박 후보가 내세운 747 공약은 ‘포퓰리즘의 산물’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MB가 복지에 대한 요구를 ‘포퓰리즘’이라고 폄하한 것과 대조적인 부분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자질과 배경을 “국법을 느슨하게 해석하는 삶을 살았다”며 냉철히 적시하면서 그의 당선은 “어떤 특별한 정치 기술이나 정책 비전보다 일차적으로는 좋은 운 때문”이라고 파악하고 있었다. 미국은 이렇게 몇 년간 정보를 모은 ‘MB 사용설명서’를 가지고 MB정부를 요리하기 시작했다.


 

한국 내 친미 사대주의 성향의 인사들은 미국의 개입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보다 미국의 편에 서서 적극 협력했다. 대통령부터 관료들에 이르기까지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부끄러운 친미 사대주의 행동을 일삼았다. 2007년 대선이한창일 때 이명박캠프의 유종하 선거대책위원장이 버시바우 대사를 찾아가 BBK 스캔들의 핵심인 김경준의 한국 송환을 연기해달라고 부탁하면서 이명박 후보가 미국의 요구에 철저하게 따를 것임을 약속했다.(2007년 10월 31일 전문, 255쪽)

이명박 진영의 불법부정 행위는 대선 운동 기간 중에 미국에까지 마수를 뻗치면서 스스로 미국의 먹잇감, 놀잇감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명박정권의 주요인사들도 강한 친미 성향을 내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인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미국 대사관의 오랜 정보원”이라고 불릴 정도다. 그는 1997년 대선 때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에 미 대사관에 조사 결과를 알려주기도 하고, 2007년에는 MB의 최측근으로서 선거 동향을 알려주고 차기 정부의 인선 정보를 미리 흘리기도 했다. 또한 그 밖의 여러 정보원들이 고위관리의 인사나 주요
정책들을 미국에 줄줄 흘리고 미국 입장에서 조언해준다. 예컨대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론스타에 대한 금융위 결정사항을 미리 미국 대사에게 알려주고 대응 방법을 조언해주기까지 했다.


 

이명박 정권의 청와대와 정부 각부처의 인사들만이 친미 사대주의자이고 미국의 간첩과 정보원은 아니었다. 한국의 주요 권력층 주변과 정계, 정부관료들부터 NGO나 노동조합에 이르기까지 이미 오래 전부터 미국의 간첩이었고 정보원이었다.

저자가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주한 미 대사관의 외교전문 전체를 대상으로 미국의 정보원들을 검색한 결과, ‘청와대 정보원’이 가장 많았다. 이외에 국회, 외교통상부, 통일부, 국방부 순이다. 국정원이나 기무사쪽은 CIA나 국방정보부쪽의 정보원이 다수일 것이다.

예를 들어, 2007년 9월 노무현 대통령이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제15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해 조지 부시 미대통령과 회담할 당시, 회담 사흘전 청와대 경제담당 비서관은 미 대사관 참사관을 만나 노무현 대통령이 회담에 응하는 대책을 미리 알려주었다. 청와대의 통일안보전략 비서관은 2007년 남북회담에 대한 사전 정보를 제공하였다. 외교통상부 북미1과장은 대통령 신년연설 내용도 사전에 미 대사관에 제공하였다. 또한 2007년 대선 당시 청와대는 정동영 후보를 지원하지 않았고 ‘이명박이 당선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손을 놓았다.(그랬던 사람들이 국민들을 속이고 지금도 야당에서, 정부조직에서, 연구소와 언론에서 비열하게 애국자인 것처럼, 진보적인 것처럼 활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정보원들은 노무현 정부가 정동영 후보를 지지하는 데 별다른 열의가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대신 노무현 지지자들은 무소속 문국현 후보를 위해 일하고 있거나 전 보건복지부 장관 유시민의 2012년 대선 캠페인을 이미 시작했다고 한다. 노사모 남동지부 수장이자 현재 청와대 행정관인 김태환은 노무현 지지자들이 ‘모두 각자의 길로 갔다’며 ‘아무도 자발적으로 정동영의 캠프에 합류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승리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애석해 하며 인정했다.”

http://weekly.khan.co.kr/khnm.html?artid=201109201734421&mode=view

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A&nNewsNumb=201111100009


 

한국의 정치인과 관료들이 이렇게 미국에 ‘알아서 기었으니’ 미국이 한국에서 원하는 목적을 얻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을 것이다. 이런 사실이 드러난 이상 한국의 바깥에서 한국 정부를 ‘꼭두각시’라고 조롱해도 대꾸하기가 어렵게 되는 것이다.


 

미국은 자신들이 관철시킬 목표를 설정하고, 치밀하고 철저한 정보 수집과 관리를 바탕으로 개입 작업에 나섰다. 주한 미 대사관은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을 때부터 ‘한국 대통령 당선자에게 개입하는 위한 게임플랜 Game Plan for Engaging the ROK President’(50쪽)를 수립하며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 대사관이 선거가 끝난 직후 본국에 발송한 전문은, 이명박정권의 출범을 맞아 쇠고기 시장 개방과 이라크
파병 연장, 한미 FTA 비준을 한국 정부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몇 년 뒤 상황은 미국의 목표가 거의 대부분 달성되었음을 알려준다. 미국산 쇠고기는 2008년 4월 시장이 개방됐다. 이라크 자이툰 부대의 파병도 무리없이 연장됐다. 한미FTA는 미국에 더 유리해진 재협상을 거쳐 날치기 통과됐다.


 

미국의 계획대로 진행된 것은 이것들만이 아니다. 미국은 2008년 3월에 “훈련 및 장비 지원을 위한 한국군의 아프간 파병”을 한국 관련 우선순위 목록에 올려놓고, 9월에 5억 달러를 지원해줄 것을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 또한 2009년 4월에는 각 동맹국가에 아프간 지원금을 할당했는데 한국에는 5억 달러가 배정됐다. 일본에 이어 가장 많은 액수였다. 그리고 한국 정부는 2011년 4월에 아프간에 5억 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미국이 시키는 대로 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위키리크스 공개 문서에는 미국의 끈질긴 지원 압박과 그에 굴복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미국이 2008년 2월 설정한 목표 중 하나인 5년 동안 지속되는 방위비분담협정(그전까지는 2년 정도 기한이었음)도 2008년 말 호놀룰루에서 미국의 뜻대로 타결됐다.


 

MB정부가 미국에 끌려 다닌 것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사례는 쇠고기 시장 개방 문제다. 2008년 4월 이명박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시장 개방을 결정하자 한국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선물로 그런 결정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그런데 위키리크스에서 공개된 문서들은 정말로 그런 ‘빅딜’이 있었음을 확인시켜준다.

MB의 측근인 현인택 전 통일부장관은 1월 18일에 버시바우 대사와 만나 한미 정상회담 장소로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라고 말했으며, 버시바우 대사는 다음날인 1월 19일에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 위원장 등과 만나 “이 대통령의 성공적인 방미 등을 보장받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에 도착할 때에 맞춰서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 시장 개방에 반드시 동의해야 한다”고 못을 박으며 쇠고기 시장을 개방할 것을 종용했다. 그리고 MB측은 정말로 국민들의 눈을 피하면서 쇠고기 시장 개방을 약속한다.(2008년 2월 21일 전문, 124~125쪽)


 

미국의 요구에 따라 쇠고기 시장 개방을 약속했으면서도, 총선 전 여론을 의식하여 공식적인 사인은 하지 않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둔 뒤 곧바로 쇠고기 시장 개방에 나섰고, 이명박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로 초대돼 부시 대통령과 미국산 스테이크 만찬을 즐겼다.

한미 재협상 문제에서도 미국에 굴복하며 국민들을 속이기는 마찬가지였다. 2009년까지만 해도 이명박정부는 FTA 재협상은 절대 없다며 확언했고, 2009년 11월에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내 얼굴을 걸고서라도 재협상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때 이미 정부는 비공식적으로 미국측에 재협상 의사를 내보이고 있었다.(2009년 2월 21일 전문, 267쪽)


 

그리고 결국 한국 정부는 미국과 재협상에 들어가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줬다. 한미를 빨리 비준하기 위해 미국에 양보를 거듭한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 미국 역시 한국과의 체결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는 미국 비밀전문 기록이 있다.

“한미 FTA는 다음 세대에도 한국을 미국에 묶어둘 핵심 요소이며, 또한 미국이 동북아시아에 정착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 가운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상호 간의 본질적인 교역 이익에 더해서 동북아시아에 대한 우리의 헌신과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시기에 한국을 더욱 미국에 묶어놓는다는 측면에서 한미 FTA의 상징적 효과는 막대한 것이다.”(2009년 11월 5일 전문, 272~273쪽)


 

미국은 한미 FTA가 자신들에게 막대한 실질적, 상징적 이득을 준다고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내색하지 않고 재협상을 통해 더 많은 이득을 얻었다. 반면 한국측은 미국이 FTA를 원하고 있는 상황을 유리하게 이용하지 못하고, 조속한 비준에만 매달려 일방적으로 끌려 다닌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런 무대 뒤에서의 밀약이 여론에 공개되지 않도록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 특히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각종 포장을 했다.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그런 ‘포장술’ 내지 언론 회피 꼼수를 미국측에 설명하기까지 한다.(2008년 12월 18일 전문, 108~109쪽)


 

미국의 요구에 따라 아프간을 지원할 계획이지만, 그렇게 여론에 비춰지면 문제가 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미국 정부의 요구를 모른 척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프간 지원이 워싱턴의 정치적 압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가 아프간의 상황과 아프간 국민들을 염려하기 때문에 나왔다고 보이게” 해야 한다고 포장 기법을 조언해주기까지 했다. 이 전문을 보고받고 미 국무부는 한국 정부가 언론을 상대하는 방식에 대해 통찰력을 얻었다며 극찬했다.

정부는 이렇게 있었던 논의를 없던 것처럼 숨기는 것 말고도, 원전 수주나 자원외교 성과를 마구 부풀리면서 다른 식으로 국민들을 속이기도 했다. 원래부터 한국이 수주하기로 돼 있던 UAE 원전을 치적으로 치장했으며 별다른 실익도 없는 볼리비아 리튬 개발과 쿠르드 유전 개발 사업을 몇 억 달러짜리 자원외교 성과라며 포장해왔다. 하고도 안 한 척, 안 하고도 한 척, 끊임없이 국민을 기만해왔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기밀문서를 통해 본 한국 정부와 대통령의 모습은 보통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비굴하고, 부끄러우며, 한심하다. 미국의 요구와 압박에 속수무책으로 굴복하고서 굴복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갖은 꼼수를 쓴다. 정권의 부끄러운 치부는 어떻게든 감추려고 하고, 있지도 않은 성과를 치적이라며 크게 부풀린다. 국민들의 안전과 이익보다, 정권의 체면과 자신의 보신을 우선시하는 모습은
분노를 일으킨다. 한국인들이 5년여 동안 익히 짐작하고 있던 것들을 이 책은 확실하게, 있는 그대로의 증언으로 확인해준다.

하지만 이것을 단지 대통령 한 명, 한 정권의 문제로만 축소시켜도 안 될 것이다. 미국 영향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국민들 모르게 중대한 결정을 해온 것은 어느 정권, 어느 권력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책의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모든 권력은 기본적으로 기만·위선·은폐의 습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이 대중들에게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정파적 시각을 떠나서 권력이 감추려 하는 진실들을 주권자인 국민들에게 알리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그 점에서 이번에 공개된 위키리크스 문서와 그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의 발간은 정보의 민주화에서 큰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책으로 인해 그동안 ‘자신들만 알고 우리는 모르게’ 한국 사회를 움직여왔던 권력자들은 그 부끄러운 알몸을 까발리게 됐다.


[2017년 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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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비밀의 종말 - 가디언이 심층취재한 줄리언 어산지의 모든 것
데이비드 리.루크 하딩 지음, 이종훈.이은혜 옮김, 채인택 감수 / 북폴리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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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위키리크스 다룬 , 마르셀 로젠바흐와 홀거 슈타르크 공저 <위키리크스,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2011, 21세기북스)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의 <위키리크스, 마침내 드러나는 위험한 진실>(2011, 지식갤러리)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었지만, 권과 달리 5년이 지난 뒤에야 읽게 되었다. 

김용진의 <그들은 아는, 우리만 모르는 : 위키리크스가 발가벗긴대한민국의 알몸’>(2012 개마고원) 읽은 , 위키리크스와 관련된 책을 읽어보려고 찾다가 <가디언> 기자들이 출간한 <위키리크스, 비밀의 종말> 인터넷서점에서 찾았다.


앞서 마르셀 로젠바흐와 홀거 슈타르크 공저 <위키리크스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의 <위키리크스, 마침내 드러나는 위험한 진실> 읽은 , 개인적으로 줄리안 어산지와 <위키리크스> 대한 최종 평가를 내리지 못했다. 

어산지가 <위키리크스> 설립한 취지와 이념, 정보공개 원칙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지지했지만, 그가 <위키리크스> 운영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잘잘못을 따지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독일 <슈피겔>지의 기자인 마르셀 로젠바흐와 홀거 슈타르크는 어산지에 대해 높이 평가했고, <위키리크스> 설립시 어산지와 함께했던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는 권력의 비밀정보를 공개하는 것에는 적극 찬성했지만, 어산지가 <위키리크스> 운영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비판적이었다. 돔샤이트-베르크는 어산지와 결별한 독자적으로 폭로사이트(http://lsk.pe.kr/2847) 개설했지만 지금까지 <위키리크스> 만큼의 성과를 보여주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 위키리크스 설립부터 줄리안 어산지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배경을 바탕으로 <가디언> 기자 명은 세계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숱한 사건들의 뒷이야기들을 파헤치고정보 메시아혹은사이버 테러리스트 모순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줄리언 어산지의 모든 것을 책에 담으려 했다. 


호주 출신의 줄리안 어산지는 무명의 해커에서 이제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만든 줄리언 어산지는 무명의 해커로 출발했다. 위키리크스는 익명의 정보 제공자가 제공하거나, 자체적으로 수집한 사적 정보 또는 미공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웹사이트다. 주로 정부의 비밀을 폭로하는 일을 한다. 그래서 모토가우리는 정부들을 연다(We open governments)”이다. 

위키리크스가 지난 년간 공개한 기밀문서의 숫자가 세계의 언론들이 지금까지 통틀어 공개한 것보다 많다.


2006년에 위키리크스를 만든 어산지가 유명해진 것은 2010년이 되어서였다. 그가 이름을 널리 알린 계기는 연속으로 폭로한 일련의 전쟁 기밀문서 때문이다.

위키리크스는 2010 4부수적 살인(Collateral Murder)’이라는 제목의 38분짜리 비디오 파일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2007 이라크에서 로이터 통신 소속 현지 기자와 주민들이 미군 헬기의오인 공격으로 숨지는 장면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비디오는 당시 인터넷과 신문, 방송을 통해 세계에 공개됐다. 제대로 확인도 없이 인명을 살상하는 장면을 세계 사람들은 분노하지 않을 없었다. 

그리고 그해 6월에는아프가니스탄 전쟁 일지 폭로했다. 이것은 미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치르면서 기록해온 7 6900건의 미공개 문서들이다. 

10월에는이라크 전쟁 기록 공개했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치르면서 작성한 40 건의 문서들이다. 여기에는 이라크와 이란 국경에서 숨진 모든 사람에 대한 정보가 상세히 담겼다. 수감자 학대에 대한 보고서도 폭로됐다.


결정타는 11월에 공개한 미국 국무성의 외교전문이었다. 

미국의 외교관들이 현지에서 유력인사를 만나고 작성한 다양한 정보를 담은 기밀문서였다. 문서들은 25 건이 넘어 한꺼번에 공개하지 못하고 순차적으로 세계에 뿌렸다. 전문을 공개했다는 뜻에서 폭로는케이블(전문) 게이트라는 별명을 얻었다. 미국이 우방의 유력인사들과 나눈 이야기를 노골적일 정도로 상세하게 담은 이들 문서 때문에 미국은 외교적으로 곤란한 처지가 됐다. 하지만 튀니지 같은 경우엔 국민들이 오랫동안 염원하던 혁명을 이뤄낼 있었다. 튀니지 주재 미국 재외공관에서 전송된 외교 전문에 튀니지 지배층의 부패와 월권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케이블 게이트전문은 <위키리크스, 비밀의 종말> 수록됐다. 


<가디언>위키리크스 설립 초기부터위키리크스 독점정보계약을 맺었다.

위키리크스의 설립자는 줄리언 어산지는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을 폭로의 과정에서 아주 영리하게 행동했다. 그는 힘과 영향력, 신뢰도가 높은 영국의 전통적인 신문사 <가디언> 독리, 미국의 잡지사들과 손을 잡았다. 어산지는 자신이 폭로하는 내용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해 전통적인 매체에 위키리크스가 담고 있는 방대한 자료를 독점적으로 제공하여 기사화하게 것이다. 아울러 자신의 행동이 자유언론과 관련 있는 정의로운 행동이라는 이미지를 심는 데도 성공했으며 스타의 지위로까지 발돋움할 있었다. 


책의 감수자는 책이 어산지와 위키리크스가 어떻게 하나의 세포에서 하나의 개체로 성장했는지를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가장 객관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와 처음 접촉하고 세계에 비밀을 폭로할 계획을 함께 세웠던 영국 최고의 권위지 <가디언> 기자들이 썼기 때문이다. 

<가디언> 기자들이 엄청나게 많은 자료를 받고 가장 먼저 일은 방대한 디지털 자료를 이용할 있는 검색 엔진을 구축하는 작업이었다. 그리고 자료의 타당성을 검증할 아프간과 이라크 분쟁에 관해 상세한 지식을 가진 해외특파원들과 외교 분석가들 폭넓은 전문 인력을 은밀히 영입했다. 

모든 작업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 인력 지원과 끈기를 필요로 했다. 정보를 분류하고 파악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짧은 시간에 그렇게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다루었던 언론사는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였다. 자료 전체는 대략 3 단어에 달하는 분량이었다. 1971 <뉴욕타임스> 폭로한 국방성 관련 문서가 250 단어에 불과했음에 비추면, 방대함을 짐작할 있을 것이다.


저자들은 어산지와 그의 팀이 세계의 내부 고발자로부터 제보 받은 방대한 문서를 살펴보고 검증하고 분석하고 가치를 따져 보도할 있는 능력이 없었다고 평가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산지가 파트너로 잡은 <가디언> 전통의 인쇄 매체들이 방대한 내용을 살펴보고 확인까지 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대중에게 알릴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점을 간파한 어산지도 자신이 제보 받은 기밀문서를 통째로 언론에 보냈고 확인 작업, 중요도 결정, 그리고 보도 시기까지 모두 언론에 맡겼다. 결과 위키리크스는 엄청난 위력의 폭로를 세계를 상대로 효과적으로 하는 성공했다. 위키리크스와 <가디언> 상생관계가 시너지를 발휘한 것으로 평가한 셈이다. 


<위키리크스> 등장하여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권력의 비밀정보들을 폭로했지만, 세계는 아직도 온갖 비밀정보와 비밀권력, 비밀행위 등이 지속되고 있다. 오바마와 미국 정부, 미국의회  역시 집권 8 동안 <위키리크스> 폭로했던 비밀정보에 대해 진실을 밝히거나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 전쟁범죄에 대해 어느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고, 정치적으로 책임지지도 않았다. 미국 언론과 미국인들 역시 폭로된 범죄에 대해 눈을 감았다. <위키리크스> 노력이절반의 성공 거두었는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결국, 개인이나 일부 집단이 권력의 어두운 비밀을 폭로하는 것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미국인 개인, 전세계인 개개인이 뭉쳐 비밀권력과 비밀정보를 무너뜨리고 국가와 정부, 정치경제와 삶의 주인으로 자각하고 나설 때만이 어떤 변화도 가능할 있을 것이다. 


[ 2017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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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코드
브루스 커밍스 지음, 남성욱 옮김 / 따뜻한손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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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서평] 북핵과 북미 갈등사의 진실 <김정일 코드>

부르스 커밍스의 북한 <김정일 코드 : 부르스 커밍스의 북한, 또다른 나라 North Korea : Another Country> 2005. 3., 335, 따뜻한손

손석춘 <박헌영 트라우마>(2013 철수와영희) 읽고 북한 박헌영과 관련한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전문가인 부르스 커밍스의 의견이 궁금했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2001 창비) 이미 읽었지만 한국사 중심이고 남한 중심이기 때문에 손석춘의 입장과 비교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북한 현대사를 중점적으로 다룬 <김정일 코드> 선택했다.

책은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 출간 이후의 한반도 역사를 커밍스 교수가 연구한 결과물이라 있다. 그는 한반도 북단에 위치해 있으면서 한국인들에게 '북한'으로 불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어떤 나라인지, 지도자들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이명박, 박근혜 정부 출범 이래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실험이 강화되고 마침내 핵보유 선언에까지 이르렀으며, 이에 대한 미국의 싸드 배치와 한미일 전쟁연습훈련 강화가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로 이어지는 한반도의 긴장이 동북아시아까지 확대되는 현재 상황에서핵과 평화체제 대한 커밍스 교수의 10 분석과 혜안이 돋보인다.

커밍스 교수는 <김정일 코드>에서 북핵과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난항을 겪고 있는 시점에 북미 양자 갈등의 근원을 구조적·역사적 측면에서 분석했다.

북한은 북미평화체제와 핵실험(핵무기) 연계시켜 지난 10 동안(책의 출판년도가 2005년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20년으로 바꾸어도 무방할 ..) 미국과 갈등 관계를 지속하면서 미국인들이 가장 증오하는 나라의 하나가 되었다. 다수의 미국인들은 북한을 비정상적인 독재자가 통치하는 비밀경찰 국가이며, 핵과 생화학 무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고, 심지어는 가공할 무기들을 서부 연안으로 운반할 강력한 미사일 운반수단을 갖춘 위험한 국가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 조지 부시 대통령의악의 발언은 이러한 미국인들의 북한에 대한 선입견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커밍스교수는 책에서 북미 양자 갈등의 근원은 우리가 기억하는 보다 훨씬 오래된, 지금은 누구도 기억하려하지 않는 한국전쟁에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의 침략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정당했을 있으나 가혹했던 미군의 전쟁 수행방식은 일련의 범죄행위에 해당하며, 이는 이후 북한의 미국에 대한 끊임없는 분노와 불신의 근원이 되었다는 것이다

커밍스교수는 이러한 그의 논지를 설명하기 위해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북한지역에 1백만 갈론이 넘는 네이팜탄을 투하하고, 20 곳의 주요 도시를 초토화했으며, 한국군의 잔학한 행위를 방조하고, 심지어는 미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도 자행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나아가 미국은 전쟁이 종결된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3 7천여 명의 미군을 남한에 주둔시키면서 매년 북한을 대상으로 하는 한미전쟁훈련을 지속하며 북한과의 갈등을 공식적으로 매듭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커밍스 교수는 현재의 핵을 둘러싼 북미간의 대치상황은 반세기가 넘게 지속된 양자 간의 강한 적대감에 비롯된 것이며, 지난 10~20 년간의 핵문제로 인한 갈등은 단지 계속해서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에게 덤벼드는 소위 ‘cat-and mouse diplomacy’ 마지막 국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커밍스교수가 북한체제를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결코 아니다. 본문의 첫머리에 커밍스는 북한을 지구상의 어느 국가보다도 병영국가(garrison state), 폭력 전문가들이 사회의 가장 강력한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국가라는 개념에 가장 근접한 국가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의혁명영도체제(세습제)’ 비롯한 서구 관점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불투명한 정치적 전통과 인권침해에 관해서도 본문의 곳곳에서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다.  

결론에서 커밍스교수는, 미국이 진정으로 북미 간의 갈등구조를 해소하려면 무엇보다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버려야 하며, 나아가 북미관계의 근본적인 재정립을 위한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주목받을 만한 제안을 하고 있다.

한국의 정치권이나 주류 언론, 주류 학계에서 거의 주목하지 않는 역사적인 사실, 거의 제시하지 않는 실질적인 한반도 위기상황에 대한 해법이라 있다

<김정일 코드> 관통하는 커밍스 교수의 논리는 민족주의와 실존이라는 현실인식의 범주에서 이루어진다. 한마디로항일 게릴라 투쟁 당시 중국 공산당에 의해 구금되고 스탈린식 인종차별정책 때문에 체포된 김일성이 주체노선을 택한 것은 당연하며, 한국전쟁 당시 미국의 화력을 경험했고 지금도 미국의 선제공격 위협에 노출돼 있는 북한으로서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매달리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일본이 준동하고, 북핵으로 -미간의 이견이 갈등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중간에도 알력이 감지되는 한반도를 둘러싸고 나날이 국제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문제의 중심축인 북한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핵위기의 해법을 찾는 것은 2005 출간 당시 한국인들에게 미룰 없는 당면과제였다

어쩌면 책이 출간될 시점의 집권세력, 노무현 정부가 남북관계 북미관계를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하했고 결과 2005 9.19 공동성명과 2007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공존과 평화적 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커밍스 교수의 결론과 맥락이 적중했다는 점을 있다.

그리고 커밍스 교수의 결론에서 한참이나 벗어난 미국의 부시-오바마 행정부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무능하고 효과도 없는 대북정책들의 결과를 우리는 2016 목격하고 있는 셈이다. 그들이 취한 정략적인 대북 봉쇄/대립정책과 대화 회피정책으로 말미암아 오늘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고, --러와 --한의 정치군사적 대립이라는 동북아시아의 긴장이 높아지게 되었다. 또한 군작전권과 싸드 배치 그리고 한미일 군사동맹 한국의 대외주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는 상황이다.

책뿐 아니라 커밍스 교수의 한반도와 동북아 관련 저서는 독자들이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처음 <김정일 코드> 읽게 이유, 박헌영에 대한 사실관계와 손석춘과 다른 평가를 책에서는 찾아볼 없었다..)

[ 2016 9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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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본 북한현대사
정창현 지음 / 도서출판선인(선인문화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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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서평] 북한 정치체제의 형성과 변화 <인물로  북한현대사>

정창현 , 2011. 02., 375, 선인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북한은 벌써 3번째 핵실험을 진행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진정한 목적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들의 무기가 향하는 대상은어디일까. 과연 지상파와 종편, 그리고 조중동 신문이 앵무새처럼 떠드는 주장은사실일까. 북한은 그냥 단순한 불량국가이고, 테러지원국이고, ‘수령독재 국가이고 인권유린국인가.

이런 문제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사실에 기초한’, ‘객관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는가.

 

그뿐만이 아니다. 2016년의 북한체제를 구성한 지난 70~80년간의 북한 역사에 대해서도 우리 대부분은 무지하다. 다음 질문에 어느 누가 분명한 근거를 대면서 자신 있게 답할  있을까.

김일성은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한 진짜 인물인가 가짜인가.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인가 단체인가. 북한은 소련-러시아나 중국에 종속된 괴뢰국가인가 독립적인 국가인가. 북한의 다음 행보는 예측가능한가 불가능한가. 북한의 수령제 정치체제는 어떻게 확립되었나. 박헌영과 이승엽은 미제의 간첩인가.김정일이 후계자가 되는 과정은 누가 주도했나. 김정일은 괴물인가 천재인가. 김정은은 어떻게 후계자가 되었는가. 포스트 김정은은 어떻게 될까. 북한붕괴론은어디까지 신뢰할 만한가.

 

한국인 대다수는 언론을 통해 북한 정보에 접근한다. 북한연구자들은 북한에서 간행한 원자료를 접하기는 하지만 북한에 대한 언론보도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국내 언론이 보도한 지금까지의 북한 관련 기사는 오늘자 북한기사, 내일이면오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조롱받을 정도로 허술하다. 국가정보기관은 국내 정치적 목적으로 잘못된 대북 정보를 제공한다는 의심을 받고있다. 게다가 오보로 확인된 기사라고 해서 특별히 정정되지도 않는다. 신뢰도가떨어지는 탈북자들의 일방적 감정적인 발언이 여과없이 종편에 넘쳐난다.

 

저자 정창현은 북한전문가로서 그런 점이 안타까웠다. 오랫동안 북한을 연구한 저자는 2011 김정일 사망  김정은이 북한의 최고지도자로 등장한 때를 계기로북한의 현대사를 있는 그대로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인물로  북한현대사>출간했다.

저자는 1990년대에 러시아, 중국, 우즈베키스탄 등을 다니면서 북한현대사의 생생한 증언들과 자료들을 접할 기회를 얻었다. 그중 일부는 신문과 월간지에 보도했지만 모두 싣지는 못했다. 특히 일부 증언에서는 기존의 통설을 뒤집거나 첨예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만한 증언과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그동안 수집한증언과 자료들이 북한현대사 이해와 연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권의 책으로 펴내기로 했다.

 

저자는, 북한의 현대사가 수령 정점으로 하는 수령제 정치체제 형성과 발전의 역사이며,  과정은 후계체제의 형성과 계승의 역사와 중첩된다고 설명한다.따라서 북한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령제 정치체제의 기반을 마련한 김일성 주석과 수령제 정치체제를 이론화하고 체계화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행적과활동을 파악해야만 한다. 이를 통해 수령, 총비서, 주석, 후계자  낯선 북한의 용어와 개념을 파악한다면 북한사회를 파악하는데 한층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북한의 파워엘리트를 체계적으로 분석해야 북한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할 있다는 것이다.

 

<인물로  북한현대사> 북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탄생시켰고 지금까지 북한을 통치해 , 북한의 최고지도자 3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북한이 현대사의 기점으로 삼고 있는 1920년대 중반부터 새로운 후계자가 등장한 2010년까지의북한역사를 포괄한다

북한이라는 국가에서, 그리고 북한의 현대사에서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이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은 막중하다. 그들은 북한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 조선노동당의 최고 직책,  중앙위원회 총비서, 1비서, 위원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김일성 시대의 수령제 정치체제로 시작하여 김정일 시대와 김정은 시대의 유일지도체제로 이어져왔기 때문에 북한의 현대사는  최고지도자 3인의 변화와 후계체제 그리고 미래의 북한을 예측하기 위해 피할  없는 과제라   있다

출판사는 다양한 증언과 자료를 활용했기 때문에 북한현대사와 북한의 정치지도자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과 관점에서 평가하는데 도움을  것이다"라고 소개한다.  속에는 북한에서 ,정의 고위직에 근무하다 소련으로 망명한 조선인 2,3세들이 말하는 해방  조만식의 행적에 대한 증언, 남로당 2인자 이승엽의 친일활동과 간첩활동에 대한 증언과 자료,  조선노동당 조직부장의 허가이 부수상 자살사건의 전모, 소련 외무부 극동국에서 일했던 파메노프의 ‘8 종파사건 대한증언 등이 부록으로 담겨 있다.

 

"특히 북한은 625전쟁 이후 김일성 중심의 유일사상체계가 형성됐고, 1974김정일이 후계자로 등장한  20 년간 후계체제가 형성·운영돼 권력승계가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결과 수령제 사회주의라는 독특한 정치체제를 형성하였다.정권 수립 이후 여러 차례의 권력갈등을 거치면서 단일한 혁명전통과 정치세력이형성된 것이다. 또한 소련이나 동구사회주의가 당의 권위가 약화되고 당과 군의분리 현상이 나타났지만 북한은 조선노동당의 영도가 확고해 체제유지의 핵심인군부가 수령과 당의 통제를 벗어나지 않았다.”

북한 이해에서 특수성을 과도하게 강조하다 보면 자칫 북한 사회주의의 보편성을망각할  있다. 그러나 북한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수령제를 단순히 개인숭배라는 차원에서 접근하거나, 북한이 1950년대 이후 소련이나 동구사회주의와는 다른독특한 사회주의의 길을 걸어왔다는 점을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북한이 소련과동구사회주의가 붕괴한 후에도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할  있었던 주요한 요인이바로 북한체제의 특수성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후계체제는 다른 사회주의국가들과 비교해   북한사회가 갖고있는 가장 두드러진 특수성을 보여 준다. 우선 북한의 후계체제는 권력의 1인자와2인자가 30 가까이 분점 혹은 영도와 지도라는 이중 체계를 통한 병립으로 유지돼 왔다. 권력 속성상 이렇게 오랜 기간의 권력 분점은 사회주의국가뿐만 아니라자본주의국가의 권력 교체와도 상당한 차이점을 보여준다. 북한현대사 이해는 이러한 북한의 독특한 경험에 대해 포괄적으로 접근해야만 가능할 것이다.”(22)

 

북한은 한편으로는 1953 한국전쟁 휴전  63년째 휴전선을 마주하며 군대를대치시키고 있는 국가이자, 다른 한편으로는 ‘5천년 유구한 한반도의 역사 공유하고 있는 한민족이다. 언제든지 권력자의 음모나 작은 실수로 인해 전쟁 참사가발생할  있는 휴전협정 체제 분단국이다. 북한도 남한도, 그리고 미국과 일본도 매년 대형 전쟁연습을 실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을 제대로 아는 것은 한국인들에게 아주 중요하다

그럼에도 한국인들은 북한에 대해 거의 아는 것도 없을 뿐더러 관심조차 없다. 오히려 북한에 대해 생각하는 것조차 꺼린다. , 한국인에게는 북한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조차도 금기   있다. 물론 이런 상황은 동족상잔의 비극이라는 한국전쟁의 끔찍한 기억과 이승만부터 노태우까지 이어지는 수구(군사)독재정권의반공,반북 이데올로기, 왜곡된 정보  각종 제도에 의해 대다수 한국인들이 억압되고 세뇌된 과정이 지속되기 때문이다.하지만 한국인 개개인은 아무 주체적인 의식이 없는 개돼지 아니다. 현대사회는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어렵지않게 알아볼  있는 책과 인터넷과 동영상이 존재한다. 박정희나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때처럼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알려고 한다는 이유만으로 처벌되는 사회 수준도 아니다

 

북한에 대해 색인경을 쓰거나 왜곡된 정보를 갖게 되면 북한을 붕괴시키고 싶은극우보수세력도, 북한을 한민족으로서 존중하며 화해와 통일을 염원하는 개혁보수세력도,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고 함께 한반도의 미래를 개척하고자 하는 진보세력도 헛발질을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책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야할 가치가 있다.

 

손석춘  <박헌영 트라우마> 시작한 북한의 역사(현대사) 대한 공부는 자연스럽게 해외의 한반도 전문가인 부르스 커밍스 교수의 <김정일 코드> 이어 국내에서 손꼽히는 북한전문가로 정평이  정창현 교수의 <인물로  북한현대사> 이어진 것이다. 손석춘은 <박헌영 트라우마>에서 북한 정권의 박헌영에 대한 재판이 정치적이며 부당한 재판이었다고 주장한  있다.

정창현은 <인물로  북한현대사>에서 이승엽의 종파활동과 간첩행위에 대한 여러 증거와 증언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친일파에 대한 미청산이 이승엽의 간첩행위와 반국가행위를 불러왔으며, 해방 전부터 이승엽과 행보를 같이하면서 이승엽을 지도하고 관리한 박헌영 역시 이승엽의 각종 범죄와 책임에 연관되어 자유로울  없음을 간접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저자가  책에서 박헌영의 활동에 대해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아 필자 역시 박헌영 재판 평가 다시 미룰 수밖에 없게 되었다.

 

[ 2016 10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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