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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 - 개정2판
모티머 J.애들러 외 지음 / 멘토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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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터파크 블로그 친구로부터 소개받은 책...  이 책이 처음 출판된 때가 지금으로부터 70년 전인 1940년 초이고 내가 읽은 책은 1972년 3월에 재판으로 발간한 책을 번역한 것이다. 한반도가 일제의 강점에서 시름하면서 한글마저 말살되고 있던 때에 유럽인들은 ’독서법’에 관련된 책을 출판했다는 이야기다.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동양이나 한국보다 앞선 그들의 문화와 기술이 가끔 부럽다...
 
나는 2008년 겨울부터 지금까지 300권이 넘는 책을 ’미친듯이(?)’ 읽었다. 대부분 내가 처음 읽은 책들이고(두 번째나 세 번째로 읽은 것은 5%도 채 안된다) 그 300권 중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두 세번 읽은 책 역시 10%가 채 되지 않는다.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다른 이유에서였지만, 아무튼 작년부터 책을 읽는 것과 관련하여 두 가지가 늘 고민이었다. 첫 번째는 ’셀 수 없이 많은 책 중에서 어떤 것을 읽을 것인가’였고 두 번째는 ’어떻게 효과적이고 성과적으로 책을 읽은 것인가’였다. 법정스님의 추천도서를 읽기 시작한 것과 공부모임에 참여한 이유 중 한 가지가 첫 번째를 해결하기 위함이었고 이 책을 읽은 것이 두 번째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빠른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책을 선택하는 방법, 이해력을 높여주는 독서법,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여러 권의 책을 비교하며 읽는 방법 등 적절한 독서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또 독서의 성공여부는 ’저자가 전하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독서의 수준을 4단계(기초적인 읽기 - 살펴보기 - 분석하며 읽기 - 통합적인 읽기)로 나누어 올바른 독서법에 대해 설명하고 실용서적, 문학서적, 역사서적, 철학서적 등 각 분야에 맞는 독서법을 제시한다. 
 
저자의 ’독서법’을 읽고나서 생각해보니 내가 지금까지 대부분 책을 읽는 과정이나 책을 읽은 후 정리하는 습관, 서평을 남기는 전 과정이 아무래도 ’주먹구구’에 가까워 보인다. 특히 책을 읽는 과정에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질문을 미리 준비하여 유지하는 것과 ’살펴보기’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책을 집어든 후 두서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버리는 내 독서 습관을 돌아보게 했다. 저자는 책 읽기를 위한 4가지 질문을 제시한다. "1. 전반적으로 무엇에 관한 글인가? 2. 무엇을, 어떻게 자세하게 다루고 있는가? 3. 전반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볼 때 그 글은 맞는 이야기인가? 4. 의의는 무엇인가?"  

책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 저자가 개념으로 정리한 ’책 분류하기’, ’꿰뚫어 보기’, ’저자와의 협약’, ’메시지 찾기’, 그리고 ’공정하게 비평하기’ 역시 앞으로 책을 읽을 때 내가 취해야 할 관점과 방법론에 도움이 되었다. "1. 주요 단어를 저자가 어떤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지 파악하라. 2. 중요한 문장들을 통해 저자가 이야기하는 주요 명제를 파악하라. 3. 연결된 문장들 속에서 명제를 찾거나 연결시켜 저자가 주장하는 논증을 파악하라. 4. 저자가 해답한 문제와 해답하지 못한 문제를 검토하고, 해답하지 못한 문제를 저자 자신이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파악하라."
’분야별 책 읽기’에서는 평소에 소설책을 읽는데 있어 그다지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도움을 받았다. "소설을 읽을 때는 빨리 그리고 완전히 몰두한 채 읽으라. 이것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충고이다. 한 권을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어 내려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p.234)"
’통합적인 읽기’ 역시 비슷한 주제나 문제에 대한 책을 함께 읽을 때 비교하여 분석할 수 있는 특을 제시해 주었다.
저자의 독서기술이 생각보다 쉽게 익숙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늘 ’독서법’을 염두에 두고 수 십 차례에 걸쳐 시도하고 검증하고 되풀이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책을 가장 효과적으로 읽기 위한 ’독서법’을 다루고 있지만, 그와 함께 책을 읽는 이유와 목적, 어떤 책을 읽어야 할 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과 기준을 제시한다. 저자는 진정한 독서란 단순히 정보와 지식을 취득하기 위함이 아니라 ’깨달음’을 얻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깨달음’은 교육기관에 들어가 수동적으로 배우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스스로 읽으면서 연구, 조사, 깊은 사고를 통해 생각을 넓히고 지헤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혜와 ’깨달음’을 위한 책 선택 기준은 "능력 밖에 있는 책, 자신의 머리를 넘어서는 책을 읽어야만 생각을 넓히고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자신이 고전이라고 분류한 137권을 책의 말미에 추천했다.
 
책은 읽는 내내 제법 흥미를 주었다. 생각해 볼만 한 점도 많이 제시되어 있고 여러가지 관점이나 기술적도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저자의 ’독서법’을 비평할 수준은 못되는 것 같다. 아마 이 책을 비평할 수준이 되려면 1,000권 이상을 정독하여 읽어야 할 것이고 읽는 것 뿐 아니라 내가 직접 책을 집필하여 출간해보아야 ’비평’ 수준이 될 것이다. 그 전까지는 ’서평’도 아닌 ’독후감’ 정도의 수준일 것이고...^^ 
 
저자가 책의 서문에서 지적했듯이 서구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학생들이나 성인들에게 ’독서법’이 제대로 알려지거나 가르쳐지지 않는 것 같다. 오래전 일이기는 하지만, 대학에서도 1학년 교양과정에서 아주 짧게 작문을 가르치는 정도(아마도 리포트나 논문 때문이겠지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논술세대들은 좀 다르기를 기대해본다.
 
* 추천 서양고전(古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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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1-06-29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기'에 관한 책 가운데 이만한 책도 드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책의 말미에 붙여둔 '137명의 저자들과 저서들'도 참 좋더군요.
붉은구름님께서 이미지로 덧붙여 주셔서 새삼 고전들의 목록을 되짚어 보게 되는군요.

좋은 글 잘 있었습니다.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 우리 시에 비친 현대 철학의 풍경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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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경험한 두 가지 상반된 삶의 현장이 있다.
하나. 며칠 전 내가 회원으로 가입해있는 [나눔문화]라는 단체의 총회에 참석했다. 회원으로 가입한 지 얼마되지 않았고 오프라인 모임에도 처음 참석한 것이기에 조용히 사무실에 찾아가서 저녁식사(그 단체에서 진행하는 텃밭의 채소로 만든 반찬이 나왔다)를 대접받고 총회가 진행되었다. 단체가 설립된지 10년이나 되었지만,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지 않고 언론 홍보도 시도하지 않은채 회원들의 회비만으로 운영되는 신선한(?) 시민단체였다. 내가 특별하게 경험한 것은 총회와 총회 후 강연(우희종교수) 후 단체의 연구원 25명(대다수가 20~30대)이 회원들에게 인사하는 자리였다. 단체 사무차장의 소개로 "연구원들의 평균 월급이 104만원"이라고 들었지만, 그 연구원들은 모두가 자연스럽게 웃는 얼굴과 활기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적은 월급에도 불구하고 발랄함과 희망을 가지고 움직이는 모습에서 직업과 노동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읽어낼 수 있었다.
 
둘. 최근 어떤 중소기업에서 그 단체와 비슷한 숫자의 직원들을 상대로 고용재계약을 체결하는 사람에게 전해들은 이야기였다. 최근의 경제위기를 반영하듯이 그 회사는 재작년에 비해 작년에 매출이 급감(손익은 손실상태)하였고 지난 달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대신에 전체 직원에 대한 '연봉동결'을 결정한 상태였다. 직원들은 월급은 최저가 1백몇십만원이고 최고는 3백만원이 넘는다. 평균 월급은 200만원이 조금 넘는다. 면담을 하다보니 직원들 대부분은 자신들의 급여가 작다고 생각했고 경제상황이 어려워서 이직을 못하고 참고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결국 한 두명은 연봉인상이 좌절된데 항의하여 퇴사하였고 한 명은 고용재계약 체결을 보류) 처음 회사에서 '연봉동결'을 결정하면서 한 두 명에 대한 연봉인상 가능성을 제시하였으나 직원들의 대표자격을 가지고 있던 직원들은 그것을 거부하고 '전원 동결'을 선택했다. '사다리 걷어차기'란 말이 언듯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두 가지 모습에서 나는 상반되는 세계관과 행복감을 느꼈다. 그것은, 최저 생계비에 턱없이 모자라는 월급임에도 인간이란 무엇이고 사회란 무엇이고 노동과 직업이 무엇이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꾸준히 고민하고 논의하고 그것을 개선시키기 위해 실천하는 젊은이들과 어느 정도의 급여에서도 자신이 듣고 배운 한정된 지식을 이용하여 하루, 한 달 앞만 보고 달려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이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 중소기업의 직원들은 세상을 배우려고 노력하지 않고 휴식과 여유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고된 노동을 감수하고 있다.(다행인 것은, 그래도 그들 중 일부는 자신만의 작고 소박한 목표를 세워놓고 긍정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물론, 직업과 노동의 차이나 조직의 성격의 차이로 말미암아 직원들의 가치관과 행복감이 달라질 수도 있다. 한쪽은 자본의 논리가 적용되는 주식회사이고 한쪽은 자본의 논리를 거부하는 시민단체다. 그럼에도 그런 설명은 그것이 차이를 설명해줄 수는 있지만 삶과 행복과 희망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그 단체와 회사의 직원들의 현재 차이는 목표와 목적, 사람과 방식의 차이일 것이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고 생각하는 만큼 느끼는 것이고 움직이는 것 만큼 얻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은 나에게 새롭게 다가왔다. 사람을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 중 하나가 철학이고 사람이 느끼도록 만드는 것 중 하나가 시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다음 주 공부모임 교재다. 
 
저자는 제1편 [기쁨의 연대], 네그리와 박노해를 시작으로 21명의 한국 시인들의 시구를 통해 21명의 현대 철학자들(그중 20명이 해외 학자)이 21세기에 고민하는 철학의 소재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이전의 저서 <철학, 삶을 만나다>에서 "철학은 삶을 낯설게 만드는 기술"이라고 정의한 바 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시와 철학이 인간에서 있어서 동일한 주제, 즉 인문학적 성찰이 일상적 세계를 동요시키고 낯선 세계를 도래시키는 힘을 가지도록 하기 위하여 글을 쓴 것이라고 말한다. 시와 같은 예술이나 철학과 같은 인문학의 궁극적인 목적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인생과 세상의 '희노애락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얼핏 보기에 전혀 다르다고 생각해 온 시와 철학을 책 한 권에 묶어내는 저자와 출판사의 저작 & 편집 솜씨가 일품이다. 
 
저자는 [네그리와 박노해]를 통해 민중이 아닌 다중의 논리가 필요함을, [비트겐슈타인과 기형도]를 통해 언어에는 뼈가 있음을, [아렌트와 김남주]를 통해 인간의 사유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임을, [알튀세르와 강은교]를 통해 삶의 우발성과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바타이유와 박정대]를 통해 인간적인 에로티즘의 비밀을, [벤야민과 유하]를 통해 자본주의의 소비 논리와 유혹을, [레비나스와 원재훈]을 통해 무한으로서의 타자와 기다림의 신비를, [니체와 황동규]를 통해 망각의 지혜를, [푸코와 김수영]을 통해 미시정치학의 경향과 자발적 복종의 무서움을, [고진과 도종환]을 통해 대화의 재발견과 타자로서의 비약이 지닌 신비를, [하이데거와 김춘수]를 통해 존재와 인간 사이의 관계를, [들뢰즈와 최두석]을 통해 마주침과 주름의 논리를, [샤르트르와 최영미]를 통해 애무와 섹스의 비밀을, [아도르노와 최명란]을 통해 작고 상처받기 쉬운 것들과 교환 불가능성에 대한 통찰을, [데리다와 오규원]을 통해 죽음과 삶의 관계, 해탈을 위한 해체론을, [아감벰과 한하운]을 통해 미래 정치철학의 화두와 생명정치의 무서움을, [메를로-퐁티와 정현종]을 통해 육화된 마음과 사랑과 고독의 진실을, [리오타르와 이상]을 통해 포스트모더니즘의 논리를, [바디우와 황지우]를 통해 사랑의 내적 구조를, [호네트와 박찬일]을 통해 인정에 목마른 인간과 인정투쟁의 심리학을, [박동환과 김준태]를 통해 한국인의 사유의 가능성을 펼쳐 보인다.
 
덕분에 전혀 몰랐던 한국 시인들의 시와 느낌으로 다가오는 몇몇 시구를 만났고 현대의 철학자들이 고민하고 탐구하는 주제와 철학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기형도시인의 [소리의 뼈]와 유하 시인의 [오징어], 김수영시인의 [하... 그림자가 없다] 등을 통해 새롭게 알고 싶은 시인, 읽고 싶은 시집을 소개받은 셈이고 오랜만에 박노해시인의 <사람만이 희망이다>와 김남주시인의 <사랑의 무기>도 다시 읽고 싶어졌다. 비트겐슈타인, 알튀세르, 푸코, 니체, 샤르트르, 하이데거의 작품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된 현대 철학자인 네그리, 아렌트, 벤야민 등의 철학세계도 기회가 되면 접하고 싶다.
 
이름있는 많은 시인들의 시 구절과 더불어 책 속에는 인문학적 고찰을 위해 다양한 에피소드와 비유, 음악과 노래까지 나타나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하지도 않았다. 책을 덮고 난 후, 저자의 발간 의도대로 현대 철학이 다루고 있는 소재들과 논의하는 주제를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의 부제처럼 '한국 시인의 시를 통해 현대 철학의 풍경을 바라본' 셈이다. 500쪽도 되지 않는 책 속에 42명의 철학자와 시인이 등장하니 책을 읽는 중간 중간에 책 속에 나타나 있는 몇 명의 철학자나 시인의 작품을 읽고 싶다는 욕심이 나기도 했다. 그리고 시구에서 주제를 뽑아내는 과정과 각 철학자들의 사상을 규정하고 설명하는 저자의 글에 따라갈 수 밖에 없었음에도 저자가 적절한 비유와 사례를 적용하면서 쉬운 용어와 개념을 사용하였기에 읽기가 어렵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저자가 훌률한 철학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자가 독자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저술가로 발전할 가능성은 높아보인다.
 
독자들이 시인의 문학 세계를 한 구절의 시구를 통해, 그리고 철학자의 세계관을 그의 저작 중의 몇 개의 문단으로 파악할 수는 없다. 따라서 저자가 많은 시집을 읽어보고 비교,연구해본 후에 21개의 시구를 선정한 것에 대해, 그리고 현대철학을 전공하는 저자가 소개하는 현대 철학자들의 세계관을 소개, 설명한 것에 대해서 내가 이렇다 저렇다 할 수는 없다. 내가 저자만큼 그 시인들의 시집을 읽어본 적도, 비교하거나 연구한 적도 없고 철학자들의 저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몇 가지 시인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 구체적으로 동의하기 어렵기 때문에 책 전체의 설명에 대해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저자는 박노해시인의 시집 <사람만이 희망이다>에 들어 있는 시구 [인다라의 구슬] 한 편으로 박노해시인이 민중을 벗어던지고 '다중'을 중심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단정짓는데 이것은 박노해시인의 시 세계와 세계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람만이 희망이다>를 다시 읽어보고 최신 시집인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를 읽어보면, 박노해시인이 시집의 제목을 <사람만이 희망이다>라고 정한 이유가 1990년대까지 한국의 지성계를 휩쓴 이념이나 노선이 아니라 오로지 '사람', 즉 '민중'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판단하고 실천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디라의 구슬]은 시인이 바라보는 사람과 삶에 대한 관심이 매우 폭넓어졌음을 말해주는 것이고 사람(민중)을 중심으로 여러 종교와 철학을 재해석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시와 철학이 독자들에게 어렵게 다가오는 것이 비슈켄스타인의 표현을 빌려 사실은 "이해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단언한다. 나도 최근 몇 십년 만에 시집을 몇 권 읽기 시작했고 철학적인 서적들도 읽어왔지만, 저자의 말에 선뜻 동의하기는 어렵다. 내 생각으로는 시와 철학이 어렵게 다가오는 것은 이해와 의지의 문제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우리의 생활과 문화에서 나타나는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어려서부터도 그렇고 학교를 다닐 때에도 가정, 학교, 사회생활에서 우리 모두가 문학이나 문화와는 거리가 멀고 입시교육, 정치경제, 경쟁, 영상음악 등을 주로 접해 왔지 않은가...  
 
[ 2011년 2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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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내일을 묻다 - 중국 최고 지성들과의 격정토론
문정인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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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지난 3월 24일부터 시작된 [평화나눔 아카데미] 10회 강연 중 첫 번째 강연의 강사인 문정인 교수가 저서다. 첫 번째 강연의 제목은 "G2 시대. 새로운 패권인가, 힘의 균형인가?"... 문교수는 언론에서 접한 것과는 달리 인상도 수더분하고 강연 내용도 알찼다. 이 책을 읽어보니 최근에 본인이 발간했기 때문에 강연하기에 특별하게 준비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강연 중에 중국측 인사들에 대한 폭 넓은 교류와 중국 전반에 대한 깊은 안목을 느낄 수 있었다. 문교수의 90분 강연 만으로는 부족하여 강연이 끝난 후 이 책을 구입하여 읽게 되었다.
 
문교수의 지적처럼 한국인들에게 중국과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다. 일본과는 지리적으로 바다가 가로막고 있는 데다가 조선시대 임진왜란과 20세기 전반의 강제점령이 있기 때문일 것이고 중국의 경우 마찬가지로 지리적으로 북한과 바다에 막혀 있다. 중국이 채택한 이념이 사회주의이기는 하지만, 시장경제와 국제무역을 도입한 이후 1992년 한국과 수교를 체결하였고 한국은 2010년 기준 전체 수출액에서 중국이 25%, 수입액에서 17%를 차지하여 가장 크다. 상호간의 관광객 숫자와 유학생 숫자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고 한국 대중문화가 '한류'라는 이름으로 중국 시청자들에게 친근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와 문화만큼 정치와 외교는 밀접하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MB정부 들어서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가 꾸준히 추진해오던 '균형외교'와 '자주외교'가 밀려나고 미국과 일본에 대한 '동맹외교'에 치우쳐 온 관계로 한-중 정치외교 관계는 냉랭한 것이 현실이다.
 
문교수는 2004년 '동북공정 사태' 이후 일반 국민들 사이에 한-중 관계가 악하되어 한국에서는 '반중 감정'이, 중국에서는 '반한감정'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고 MB정부 집권 이후 미-일에 치우친 외교, 북한 핵 문제, 천안함 사태 등으로 호전될 가능성이 점점 멀어져만 가는 상황에서 그동안 중국의 모습을 서구와 일본 학자들의 시각에서만 바라보던 한계에서 벗어나 직접 접근하고자 했다. 그 밖에 저자는 미국, 유럽, 일본, 그리고 한국에서마저 중국의 부상(=굴기崛起)을 우려하기 때문에 중국을 보다 객관적이고 균형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글로벌 금융위기가 조금 안정국면에 접어든 이후 중국으로부터 나와 세계적으로 회자되는 말이 있다.
“1949년에는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었고 1979년에는 자본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었으나, 1989년에는 중국만이 사회주의를 구할 수 있었고 2009년에는 중국만이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다!”

그야말로 중국의 부상,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로 더욱 확고해진 중국의 위상을 웅변해준다. 이 책은 이러한 중국굴기(中國崛起)의 시대를 어떻게 건너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모색으로서, 저자가 베이징대학의 초빙교수로 머무는 동안 중국 외교안보의 흐름을 주도해왔고 또 앞으로 이끌어갈 중국 국제정치학계의 주요 인사들과 나눈 진솔한 대담을 싣고 있다. 당대 중국 최고 지성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대국의 길’을 걷고 있는 중국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구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은 “중국의 시각에서 중국을 봄(以中國 觀中國)”으로써 중국에 대한 편견을 뒤집고 새로운 시각으로 중국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준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었는데, 제1부에서는 [대국의 길]이라는 주제를 놓고 현재 중국의 최고의 논객들, 곧 '화평굴기론 和平屈起論'을 제창한 정비젠 전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상무부교장, 중국 내 현실주의의 대표주자로 평가받는 옌쉐퉁 칭화대학 국제문제연구소 소장, ‘천하세계론’으로 새롭게 뜨고 있는 자오팅양 중국사회과학원 교수, 그리고 점차 대세가 되고 있는 ‘책임대국론’의 왕이저우 베이징대학 교수와 대담한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이들과의 대담은 내외부적으로 중국굴기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실에서 중국공산당이 표방해온 '도광양회(韜光養晦, 실력이 있으되 드러내지 않는다 - 등소평이 제시한 외교 원칙)'로부터 탈피해 춘추전국시대 백가쟁명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는 듯한 중국 지식인 사회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중국의 주요 학자들은 향후 10~20년 이상 평화적으로 중국이 계속 경제적인 부분에 집중하여 성장해 나가고 그 사이에 중국 내부의 문제들, 즉 빈부격차, 지속가능한 발전, 도농격차, 사회안전망 등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듯 하다. 이는 "성장이냐 분배냐"와 같은 단순논리로 정부의 정책을 가르는 한국 내 정부, 정치권, 여론 주도층과 학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그런 면에서 1970년 이후 중국이 급격하게 성장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데 이의가 없다.(물론 외형적인 경제의 크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게는 우리가 배워야할 부분이 많다.
 
“경쟁력 상승에 기초한 화평굴기를 대국굴기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화평굴기를 위협적 행보로 받아들인다면 필경 거기에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본다.”는 정비젠의 말이나 “굴기라는 측면에는 동의하지만 화평이라는 용어는 동의하기 어렵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민족 또는 국족(國族) 부흥이다. 평화라고 하는 대목에 지나치게 방점을 둘 필요는 없다.”는 옌쉐퉁의 말은 일견 상반되어 보이나 중국의 겉과 속을 고루 살피기 위해서 모두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일 것이다. 그리고 '화평굴기론'을 제창하는 학자들은 대부분 중국 공산당 관료를 거친 인물이라는 점에서 주의해야 할 모습이다.
 
제2부는 중국의 대외 전략을 다루고 있다. 왕지쓰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원장과는 대미 정책을, 양보장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일본연구소 소장과는 대일 정책을, 장샤오밍 베이징대학 교수와는 대 주변국 정책을, 그리고 장윈링 중국사회과학원 국제학부 주임과는 동아시아 지역주의 정책을 논하고 있다. 또 중국의 국가안보 전략과 관련해서는 베이징대학의 3인방인 주펑, 왕융, 자다오중 교수로부터 각각 군사, 경제, 자원안보론을 듣고 있다.
 
제2부의 대담을 통해 찾을 수 있는 핵심은 중국이 외교안보의 초점을 미국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가장 큰 위협도 미국이고, 가장 중요한 협력 대상도 미국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에 따라 미국 없는 동아시아 지역주의를 환영하지만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며 오히려 현상 유지를 선호하고 있다. 현상유지에는 동아시아, 특히 한반도의 커다란 정치적 격변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중국은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일각의 의혹이 어느 정도 중국 내에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제3부에서는 한반도 문제를 다룬다. 북ㆍ중 관계에 대해선 중국 내에서 가장 강경파로 알려진 장롄구이 중앙당교 교수와 온건파인 김경일 베이징대학 교수 간 ‘강온 대담’을 통해 규명하고자 하였고, 한ㆍ중 관계에 대해서는 치바오량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교수와, 또 북한 핵 문제에 관한 중국의 입장에 대해서는 리빈 칭화대학 교수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제3부의 대담을 통해서는 북한의 비핵화를 주장하면서도 대북 제재에는 소극적이며 북한의 체제 붕괴를 부정적으로 보는 중국, 또 한국이 아무리 미국과의 양자 동맹을 강조해도 주요한 전략적 사안에는 중ㆍ미 간 협의와 합의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고 보는 중국 등 한반도를 바라보는 중국의 기본시각을 엿볼 수 있다. 여기에는 한ㆍ중 관계를 더 이상 대등한 관계로 보지 않는, “중국은 대국, 한국은 소국”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런 중국 관료와 학자들의 인식은 미국이나 일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지나친 대미, 대일 종속주의 뿐 아니라 대중 편중론 역시 경계해야 함을 의미한다. 어느 나라 국가든지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모든 외교관계와 의사결정의 중심이라는 것을 재삼 확인하는 대목이다.
 
중국의 대외 전략 및 한반도 전략과 관련해 “중국이 북핵 문제에서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북한에 대해 정책적 레버리지를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책적 지렛대는 무엇인가? 바로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 중국, 미국, 일본, 한국 중 북한과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뿐이다. 만약 중국이 한국과 마찬가지로 북한과의 관계를 악화시킨다면 중국의 우세가 어디에 있겠는가? 전혀 없다. … 한국은 북한이 자신의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더욱 많은 대북 원조를 제공해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동포애 때문이 아니라 한국 자신의 이익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은 희생이 아니라 한국 자체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라는 왕지쓰의 말은 중국의 속내를 솔직히 내비치고 있다. 한국의 올바른 대북 정책과 외교 정책에 대해 중국 학자들에게 조언, 충고받았을 때 문교수가 어떤 느낌이었을지 보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 & 공감할 수 있다.
 
이 밖에 '동북공정'에 대해 중국 학자들은 조심스럽게 중국 측의 실수를 인정했다. 그럼에도 '동북공정'은 순전히 국경지역의 역사, 지리 등에 대한 연구 차원에서 성 차원의 일개 연구소가 진행한 것이지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님을 강하게 설명한다. 그럼에도 한국의 일부 언론과 학자들이 '동북공정'을 정치적인 이슈로 확대하여 여론화시켜 '반중감정'을 조성하는 것은 역으로 중국 내에 '반한감정'을 불러 일으키고 미풍에 그치고 말 '동북공정'을 논의를 중국 전역에 확대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제4부는 거대 중국의 미래 구상과 안팎의 도전을 다루고 있다. 국제 안보질서 구상에 대해서는 친야칭 외교학원 상무부원장, 국제 경제질서 구상에 대해서는 장위옌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 및 정치연구소 소장, 안팎의 도전에 대해서는 진찬룽 중국 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그리고 21세기 한ㆍ중 관계의 미래 전망과 관련해서는 자칭궈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원장과의 대담을 싣고 있다.
 
여기서는 G2 체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 외에도 지역, 계층, 세대 간 양극화나 민주화의 내적 압력, 민족주의 분출 등 내외부적으로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많은 심각한 문제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중국의 향후 국제사회에 대한 태도는 다음 두 가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하나는 중국 내부 문제의 개선이며, 다른 하나는 외부 세계가 중국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이다. 만약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중국은 비교적 온화한 모습을 보일 것이고, 아니라면 매우 분노하는 중국이 될 것이다.”라는 진창룽의 말은 그야말로 의미심장하다.
 
책을 모두 읽은 후 느낀 소감은 중국에게 배워야 할 것이 상당히 많다는 것과 당분간 중국이 대외관계에서 현재의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중국의 정책을 고려하여 이명박정부 뿐 아니라 진보개혁세력 역시 그에 합당한 대중 외교정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중국 학계가 바라보고 고민하는 중국의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어느정도 알 수 있었다. 비록 그들이 중국인 전체 생각이나 입장을 대변할 수 없다 하더라도 중국 주요 대학과 연구소의 지성인들이니 만큼 중국 공산당과 정부, 학계의 입장과 논의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토대는 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대담이 중국 대학 및 연구소 등 학계 인사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중견간부나 정부 관료와 일부 대담을 진행했다면 현재 중국의 정책을 주도하는 인사들의 생각과 계획을 알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관료와 학계의 시각차가 있을지 여부도 포함하여...
 
중국의 향후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그러면서도 두려움을 감출 수 없는 것은 한반도에 사는 사람으로서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한국이, 그리고 한반도가 향후 10~20년 안에 올바른 지도자를 선출하고 적절한 국민통합, 남북통합을 이루고 조화로운 사회,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이룩하지 못할 경우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그리고 일제시대의 경험을 다시 반복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어 보인다.
 
* 책 속의 문장
- 미국은 중국을 라이벌로 인식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이 중국이나 러시아를 하나의 도전국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유권자들이 어떻게 현재와 같은 대규모 국방비 지출을 용인할 수 있겠는가. ... 따라서 중국위협론은 미국의 대중 인식에 기인한다기 보다는 미국의 국내정치 그리고 국제적 위상의 유지와 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p.56)
 
- 미국은 군사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있지만 문화와 이데올로기 면에서 세계 모델을 창조한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또한 IMF, IBRD, WTO 등 국제기구도 미국 주도 하에 탄생했다. 따라서 중국은 여전히 미국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많다. 결국 미래를 슬기롭게 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중국 내 정치, 사회의 변화, 즉 대내적 진보와 발전과 함께 국제적으로 미국과의 복잡한 협력 관계를 잘 풀어나가는데 있다고 생각한다.(p.102)
 
- 미국은 중국의 완전 붕괴를 원치 않지만, 중국이 걱정거리가 많으면 많을수록 기뻐할 것이다. 이는 당연한 것 아닌가. ...  인권 문제 등 중국 내에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들 중 80~90 퍼센트는 중국이 자초한 것들이고, 한 10~20 퍼센트의 문제는 미국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간섭이 중국 내부에 혼란을 가져오고 중ㆍ미 관계를 크게 저해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p.127)
 
-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중국에도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미국이 북한을 침공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제2의 한국전쟁이 발발할 수 있고 중국도 전쟁에 다시 휘말릴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가 중국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에서 중국은 여전히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할 수 있다.(p.192)
 
* 대담 참여자
정비젠鄭必堅 중국 전략 및 관리연구회 회장(전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상무부교장)
옌쉐퉁閻學通 칭화대학 국제문제연구소 소장
자오팅양趙汀陽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연구원
왕이저우王逸舟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왕지쓰王緝思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원장
양보장楊伯江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일본연구소 소장
장샤오밍張小明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교수
장윈링張蘊嶺 중국사회과학원 국제학부 주임
주펑朱鋒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교수
왕융王勇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교수
자다오중査道炯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교수
장롄구이張璉?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교수
김경일金景一 베이징대학 한반도연구센터 부주임
치바오량戚保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한반도연구실 주임
리빈李彬 칭화대학 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
위메이화于美華 개혁개방포럼 연구원
친야칭秦亞靑 외교학원 상무부원장
장위옌張宇燕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 및 정치연구소 소장
진찬룽金燦榮 중국 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김병호金炳? 중앙민족대학 마르크스-레닌주의학원 원장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 2011년 4월 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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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다 - Pamphlet 1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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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1일 일본 북동부 해안지역 밀어닥친 쓰나미로 해당지역 뿐 아니라 일본 전역이 심하게 고통받고 있다. 지나온 역사와 현실의 정치경제 상황은 일본을 부정적으로 바라본 나이지만, 자연재해로 고통받고 있는 일본의 일반 민중들에게는 진심으로 위로를 전하고 싶다.  벌써 10일이 지났음에도 일본 정부와 국민들은 제대로 된 복구는 커녕 원자력발전소 문제로 현장에서 더욱 멀어지고 있다. 예로부터 지진이 잦았기에 어느 나라보다 대비가 철저했던 일본이 이 정도라면 다른 나라는 어땠을까...
 

쓰나미와 관련하여 ’아체’ 또는 ’반다아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지...? 
2004년 12월 26일 오전 8시에 발생한 동남아 쓰나미 재해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이 아체주로서 인도네시아 전체적으로 250,000명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되었는데, 그중 85%가량이 되는 200,000명의 희생자가 아체지역에서 생겼다. 수마트라 섬의 제일 위쪽에 위치하고 있다.(이 책에서는 40만명이 죽은 것으로 조사되어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고의적으로 아체지역에 쓰나미 발령 정보를 알렸으며 그로 인해 인명의 피해가 더욱 컸다고 한다. 주민들의 말.. "우리는 울고 싶어도 울 자유가 없습니다. 쓰나미로 초토화된 아체를 보며 인도네시아 정부가 팔짱끼고 웃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정부패한 정부 관리들이 구호금마저 착복하고 있습니다. 계엄군은 구호품을 나른다며 구호자금으로 새 트럭이나 사고 있습니다. 우린 구호품 하나 지원받지 못했습니다."
이 책의 곳곳에 실려있는 아체지역의 피해 현장사진과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그들의 이야기는 책 표지를 덮을 때까지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시울이 불거지도록 만들었다.  

 

사실 아체는 우리가 언론이나 인터넷을 통해 아는 것보다 더 역사적인 지역이다. 위키백과 사전에서 아체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이슬람이 퍼진 지역이며 17세기에 이미 믈라카 해엽 일대에서 가장 강력하고 부유한 지역이었다. 하지만 네덜란드와 일본, 인도네시아 등의 지배를 차례로 받으며 긴 독립을 향한 저항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되고 있다.

 
실제로 아체는 포루투칼, 네덜란드에 이어 일본의 식민지 지배 기간 동안 인도네시아 제도의 어떤 지방보다 장렬히 싸웠고 인도네시아 제도가 일본의 압제에서 벗어난 이후 1953년 이슬람 공화국을 선포하기도 했으나 군사독재자인 수하르토에 의해 다시 강제 점령되었다. 아체는 인도네시아 내에서도 그 역사와 특성을 인정받아 1945년 이후에 계속 특별주로 존재해왔다. 최근까지도 산과 밀림 속에는 아체의 독립투쟁을 진행하는 무장 게릴라 자유아체운동(GAM)이 정부군과 투쟁을 진행했다. 아체지역의 무시무시한 정치상황은 시인이 석유기업을 구경하기 위해 찾아간 록스마웨라는 곳에서 무장경비에게 총구로 목숨을 위협당하는 사례에서 보여진다. 다행히도 인도네시아 정부군과 반군인 자유아체운동(GAM)이 쓰나미가 발생한 후 8개월여만인 2005년 8월15일 1만5천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유혈분쟁을 종식시키는 헬싱키 평화협정에 합의했다.
 
이 책은 박노해시인이 쓰나미가 할퀴고 난 4개월, 그리고 6개월 후에 아체주를 직접 방문하여 그 처참한 현장을 사진에 담고 절망에 몸부림치는 아체지역 곳곳을 다니면서 그들의 아픔을 함께하고 그 지난한 몸부림과 아픔의 이야기를 담아온 것이다. 서방 언론이나 한국의 인터넷에서 수박 겉핧기 식으로 인도네시아 정부의 이야기를 베겨쓴 것과 달리 시인은 직접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한 것이다. 그 이야기는 언론 보도와는 달리 절망과 비통함 그 자체였으며, 아체지역이 쓰나미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인 이유로 인도네시아 대부분 지역에서 차별로 고통받고 있으며 박정희보다 더한 군사정권의 폭력 아래 무수한 인명과 재산이 무참하게 피해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체주가 그렇게 처참하게 고통받는 이유 중의 하나는 아체지역이 천연자원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인구 400만. 석유와 천연가스, 금과 석탄, 참치와 은빛 물고기... 아체주는 인도네시아 영토의 30분의 1도 되지 않지만 인도네시아 석유의 20%, 천연가스의 30%를 생산하고 수출의 11%를 담당하고 있다. 이것이 그동안 세계의 제국들이 너나없이 이곳을 차지하려고 했던 이유이고 인도네시아 군사정권이 아체지역 사람들의 씨를 말려서라도 내놓지 않으려고 한 이유이며, 미국이 군사정권의 폭력을 눈감아 주는 이유다. 아체지역의 석유는 처음부터 미국의 석유기업 엑손 모빌이 시추,유통하고 있다.(엑손모빌은 아체주에서 정부군의 원주민 탄압을 도와오다가 2006년 아체주민들에 의해 제소되었다.)
 
시인이 찾아가 아체지역은 말 그대로 ’초토화’된 모습이었다. 마을마다, 거리마다 온전한 가옥이나 농경지를 찾아볼 수 없었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건물은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였다. 그나마도 천정이나 벽 곳곳이 무너진 채로...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아체 주민들은 천막을 치고 생활하고 있었고 물과 식량이 부족하여 고통받고 있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마련한 난민피난소는 열악하기 짝이 없고 뜻 있는 아체인들은 정부의 아체에 대한 음모와 탐욕을 경계하여 피난소에 들어가지 않고 지옥같은 현장에서 하루하루 희망의 싹을 만들어 간다. 시인은 자신이 함께하고 있는 모임인 [나눔문화]에서 모금한 적지만 소중한 지원금을 전달하고 현지에서 부모형제를 잃은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나눔문화] 차원에서 학교 건축과 운영비를 매년 지원하고 있다.

 
주민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쓰나미가 닥친 직후 일부 국제 구호단체들이 아체지역을 방문해 활동하기도 했지만 한 두달이 지난 후 모두 떠나갔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에서 그들의 고통을 직접 확인하고 위로해주고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주기위해 찾아간 시인은 그들에게 사람에 대한, 인류에 대한 애정과 신뢰의 싹을 틔워냈다.(코리아에 대한 좋은 인상도 주었겠지만 한국 정부가 제3세계에 취하는 외교정책들을 보면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진심으로 아체지역 주민들에게 평화와 희망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2005년 평화협상 이후 소식은 아직 찾지 못했다. [나눔문화]의 작은 도움을 계기로 한국 뿐 아니라 아체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세계적인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나도 다음 번 모임에 가서 나눔학교 지원용 통장을 받아와야겠다...^^

- 박노해시인의 시 [ 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어요 ]
하늘이여 저에게 화를 내고 계신가요.
여기가 세상의 심판대인가요.
인도네시아의 검은 머리라 할 수 있는,
아체를 이렇게 날려 버렸어요.
아무 경고도 없이.
아무 자비도 없이.

제가 당신은 아프게 했나요.
그래서 온 지구를 흔들었나요.
왜 하필 아체였나요.
아체는 이미 울고 있는데.
밤마다 사라져 간 별들이 발 밑에서 우는데,
총살당한 부모 품에서 살아나온,
저 아이가 또 무얼 잘못했나요.
밀림의 스무 살 이농발女戰士이 무얼 잘못했나요.
쓰나미로 몰려든 외국인이 떠나면,
여긴 다시 계엄의 공포인데,
저는 언제까지 울어야 하나요.

푸른바다 물결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부드러운데,
사람들은 이젠 잊어비린 채 웃고 마시고 분주한데,
하늘이여 눈물 많은 사람들이 필요했나요.
착하고 가난한 사람의 희생이 필요했나요.
이미 당신께 속해 있는 자의 희생이 더 필요했나요.

오 하늘이여.
오래된 제 눈물은 흘러도 좋아요.
그러나 피지도 못한 아체의 아이들은 받아주세요.
울 힘마저 없는 사람들은 받아주세요.
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어요.
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어요.
 
[ 3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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