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올레드는 이미 1974년부터 보위를 그렸고 추앙했다. "나(올레드)는 완전히 보위에게 빠져 버렸다! 그 결과 나온 것이 바로 이 책이다. [Bowie]!" 작가의 팬심은 독자에게는 양날의 검. '보위 팬이라면 이 정도는 다 알지?'하며 생략된 기본 정보나 설명이 많다고 느꼈다. 정의하기 어려운 파격의 예술가, 현란하시구나. Bowie여! 현란하구나! 그래픽 노블 [ Bowi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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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사람은 살지 - 교유서가 소설
김종광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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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3일. 단 하루 만에 나는 소설가 김종광을 좋아하게 되었다. [산 사람은 살지]를 읽고. 심지어 작가가 "갚을 수 없는 덕분"이라며 감사를 올린 출판사 "교유서가"까지 좋아졌다. 덩달아, 김종광 소설가더러 "꾸준히 쓰기는 했는데, 한 방이 없었다"라고 평했다는 '그 누구'에게 욱했다. '뭐야! 김종광 소설가의 꾸준함을 폄하하는 당신은 한 방 날렸어?'하고.

*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활자로 세상 접해온 나는 어쭙잖게 "시골 쥐와 도시 쥐" 우화를 들먹이며 농촌 낭만화를 경계하라는 설교도 해봤다. 정작 나는 참깨와 들깨를 구별할 줄도 모른다. 농촌 체험한답시고, 8월 불볕 더위 땡볕에 논에 놀러 갔다가 동네 분들 그림자도 보지 못하고 올라왔던 경험도 고백할 수 있다. "고대로의 시골 이야기"인 [산 사람은 살지]를 읽으며 '무식해서 용감했음'을 부끄러워한다. 이 작품은 뭐랄까, 로빈슨 크로소의 이야기를 비틀어 쓴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처럼 TV 드라마 [전원일기]를 안방 아랫목으로 오그라진 할머니의 시점에서 다시 조명한 작품이라 할까? 22살에 가난한 시골 농가로 시집와서 땔감 모으러 산을 타고, 시집살이 하고, 농사 지으며 평생 살아오신 할머니의 일기를 토대로 시골에서의 삶과 가족 이야기를 한다. 아마도, 김종광 작가의 어머님 일기장이 [산 사람은 살지]의 기초 뼈대 세우는 데 기여했을 것이다. "작가의 말"에서 보았던 똑같은 문장을 [산 사람은 살지] 주인공 할머니의 일기장에서 만났으니까. 다복한 할머니는 자나 깨나 자식들의 행복과 안녕을 기원하시는데, 특히 글 쓰는 큰 아드님의 책이 잘 팔리기를 손이 닳도록 기원하신다.

* *

경험주의는 만능 열쇠가 아니겠지만, [산 사람은 살지]를 읽으며 '김종광 작가의 시골 삶이 작품의 진실성을 더해주는구나, 이건 흉내 낼 수 없겠다' 싶다. 어떤 대상이든 글로 재현하는 과정에서 취사선택된 스펙트럼 안에 갇히겠지만, 이왕이면 가까이 다가가본 대상을 재현하는 게 더 진솔한 작업이겠다.

* * *

좋았던 문장이 너무도 많다. 이 작품, [산 사람은 살지]



범골 노인네들 태반이 시경리 육묘씨에게 못자리를 맡긴다. 허나 움직일 힘이 남은 농부에겐 못자리는 마지막 줏대나 다름없었다.

"기계꾼이 다 농사짓는 세상에 못자리까지 남에게 맡기면 그게 농사인가. 농사꾼 체면에 못자리만큼은 직접 해야지. 꼭 돈이 문제가 아니라 농민의 자존심이라는 게 있잖아." 남편이 하던 말이었다. (49)




못자리들 하는 걸 보니, 눈물이 난다. 박사조카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한다. 못자리 철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구경이나 하다니... 은퇴한 건가, 은퇴당한 건가. 밭농사가 무슨 농사인가. 논농사를 지어야 진짜 농민이지. 나는 더이상 농민이 아니다. 남편이 없으니 농민의 아내도 아니다. (305)



면 차원으로 유명한 노씨넥 심청댁이었다...아들만 여섯이었다...그 중에 5남이 중풍, 치매 쌍으로 걸린 지 엄마를 15년 동안 지극정성으로 모셨다. 이 동네가 없어져도 그 효자 얘기는 남을 거다 (269).



큰 아들은 몸이 야위었다. 작은아들은 병원에서 비만이라고 했단다. 큰며느리는 몸이 아픈 곳이 많단다. 걱정 안되는 자식이 없다. 딸은 손마디가 아픈 게 장모 닮았다고 사위가 말한다. 키가 작은 것도 내 탓, 아픈 것도 내 탓, 부족한 엄마는 원망투성이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은 게 아닌데, 나도 하고 싶은 일, 꿈이 있던 젊음이 있었다. 늙고 병들고 망가진 모습, 나 자신도 싫다. (281)




고3 손자는 집에서 공부하느라 힘들고, 중학교 입학식도 못 치른 외손자, 학교 개학 연기된 초5 외손녀, 초2손자는 종일 게임하느라 바쁘고, 유치원 손녀는 유치원 가고 싶다고 난리란다.

절로 한숨이 나왔다. 아이구, 손자손녀들이 학교에 가야 내 자식들이 덜 힘든데 (301)




큰 아들 걱정을 해서인지 다시 배가 아프다. 신경성인가보다. 정신을 차리기로 했다. 내가 아파서 입원하면 작은 아들이 고생하고 돈이 들어간다. 큰 아들 걱정한다고 작은 아들 고생시키면 안 되지. 마음을 독하게 먹고 밥을 했다. 아무 탈 없이 검사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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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2-04 0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꾸준함이 얼마나 큰 힘인데 말이죠. ~ 마지막 문장 할머니의 자식걱정에 울컥하네요. 왜 그리 아파도 참으시는지 ㅠㅠ

얄라알라 2022-02-04 08:23   좋아요 2 | URL
mini74님. 할머니의 큰 아드님이 대학 시간 강사인지라 자식들 중 가장 빈곤하게 살거든요. 그래서 맞벌이하는 둘째네가 할머니 편찮으시면 돈을 많이 쓰게 될 텐데, 그것까지 염려해서 몸 챙기시는 할머니 마음에 저도 맘으로 울면서 읽었네요...

아프셔서 우울한 마음이 할머니 일기 종종 드러나는데,
조금이라도 덜 아플 때 더 많이 읽고 써요. 우리.^^

psyche 2022-02-04 02: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밑줄 친 문자에 울컥했어요. 예전에는 엄마들이 왜 그러는지 몰랐는데 저도 이제 점점 그렇게 되어 가네요. ㅜㅜ

2022-02-04 0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04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04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2-02-04 16: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뽑으신 글만 봐도 체험적 글로 느낄 수 있네요. 살아 있는 글이랄까요.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만 산 저는 농촌의 얘기를 낯설게 느낄 수도 있겠으나
독서를 통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검색해 보겠습니다.^^

얄라알라 2022-02-05 06:49   좋아요 1 | URL
페크님, 도시에서만 살아오셨군요?^^
이 책 읽으며 농촌 마을 단위의 삶에서 ‘숟가락 갯수‘까지 서로 세는 삶의 장단점을 생각했어요. 코로나 때문에 한국 사회도 가족친족 관계의 끈끈함과 여러 의무들이 많이 약화되었지요. 이 또한 장단점이 있을터인데, 전 홀가분해진 게 더 좋더라고요.

제가 올린 사진말고 실제 표지가 더 예뻐요^^ 혹 기회되신다면 즐독하시리라 믿습니다!

Meta4 2022-02-06 0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장바구니에 키핑합니다. 농촌 배경 소설에 관심이 많아, 찾아 읽는 편인데.. 그리고 쓰고 싶은 리뷰를 만지작 거리던 중인데.. 읽고 함께 얘기해볼게요.

얄라알라 2022-02-06 03:45   좋아요 0 | URL
Meta4님 반갑습니다.
저는 농촌 배경 소설을 따로 찾아 읽거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 소설, 푹 빠져 읽었기에 리뷰를 올렸네요. 작성 중이신 리뷰가 어떤 작품에 대한 걸까, 서재 찾아뵙도록 할게요.

저는 [산 사람을 살지]읽으며, 주인공 할머니 ˝기분˝의 둘째 아드님, 극진한 효성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저만 ‘평균치‘를 다르게 보는가, 제 야박한 시선을 반성하기도 했고요. 동시에 ˝기분˝ 할머니를 비롯, 이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할머니들은 특히나 자녀의 효/불효에 따라 삶의 질(?)이 크게 갈리는 것을 보고, 농촌적 삶의 특징일까? 김종광 작가의 세계관인걸까? 얕은 호기심도 품어보았습니다. Meta4님께서도 관심 두신 부분이면 함께 이야기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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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추천 받으며 장바구니에 담아놨어도, 직접 읽고 나서야 먼저 읽은 분들의 추천이 절실하게 와닿는 경험을 자주 합니다. [일곱 해의 마지막] 읽을 때도 그랬습니다. 알라딘 서재에서 플친님들의 리뷰를 여러 편 읽어왔으나 저는 소설의 주인공 '기행'이 백석 시인의 본명인 것도 기억하지 못했었더군요. 김연수 작가가 이 소설로 2020년에 문학상과 유명세를 탔다는 정도만 기억했고요. 김연수 작가를 게스트로 모시려면 상당한 강연비가 필요하다고 친구가 알려줬거든요, 정작 저는 김연수 작가의 문학세계는 커녕 연배도, 성별도 몰랐어요. 현실에서 백석이 험난한 삼수의 협동조합으로 떠나려던 즈음의 나이에 김연수 작가도 백석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하는 군요. 평생 언어를 지켜온 시인 백석의 삶이 하강 스파이럴을 타는 암울한 시기, 김연수는 "그런 그에게 동갑의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곱 해의 마지막]을 읽으면서, 작가 자신이 인생의 침잠기를 지나며 문학을 고민했던 경험을 투영해서 김연수 작가가 '동갑내기' 백석에게 얼마나 뜨겁고 찬사와 훈훈한 응원을 보내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재 친구분께서 [일곱 해의 마지막] 읽으며 생경한 단어들의 갑툭튀를 경험하셨다는 리뷰를 남기셨죠. [일곱 해의 마지막]에는 발음해 본 적도 없던 아름다운 시어들과 이미지들이 등장합니다. 쓰고 태우고 쓰고 태우고 하면서도 항상 가슴에 뜨거운 언어를 품고 살았던 백석과 김연수. 비록 동갑내기는 아니지만, 저도 그 분들께 질책도 응원도 받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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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2-03 11: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생경한 단어 갑툭튀!!!
맞아요.저도 그랬었던 기억이 이제 서서히 떠오릅니다^^
아뉘...그런데 김연수 작가의 성별도 모르셨다니?????
북사랑님 너무 하십니다ㅜㅜ😭😭

얄라알라 2022-02-03 13:45   좋아요 2 | URL
네^^;;;;; 인터뷰 기사 찾아 읽느랴고 사진으로 뵈니까, 굉장히 건강하시고 의지력이 강해보이는 인상이셔서 [일곱 해의 마지막]과 맞아 떨어지는 이미지이셨어요.

저, 너무 했죠?;;;;;; 반성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2-03 18:24   좋아요 0 | URL
반성하시기까지야!!
김연수 작가 팬이어서 제가 넘 흥분했어요ㅋㅋㅋ
근데 의지력이 강해 보이는 인상이시던가요??
저는 작가님 약해빠져 보이는 인상이다!!! 근데 글이랑은 분위기가 좀 다르시다?? 맨날 그런 생각하곤 하는데..ㅋㅋㅋ
집에 있을 때는 피곤해서 쇼파에 맨날 누워 계신다고 하시거든요..유머도 넘치셔요!!
여튼 알수록 반전 매력이 넘치시는 분이십니다^^

2022-02-03 1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2-02-03 18:43   좋아요 1 | URL
아니에요~북사랑님 말씀이 맞아요.
저도 처음 작가님 글을 읽고 사진 봤을 때 그런 인상 받았어요.
근데 자꾸 찾아서 읽고, 다른 곳에서 인터뷰하는 걸 듣고 하다 보니까 약간 동네 아저씨처럼 친근해져서..요즘은 작가님 보면 그저 웃겨서요!! 아...이러면 안되는데 그죠??
근데 작가님 너무 잘 나가시나 봅니다????ㅜㅜ
하긴...알라디너분들 중에서도 팬들이 넘 많으시더라구요^^
근데 피부에 광채가 나시다니???
자꾸 젊어지시나 봅니다ㅋㅋㅋ
직접 뵙고 싶네요.
작가님은 에세이집도 참 좋더라구요..책 읽고 나면 아~~고마 싸인 받으러 한 번 만나뵙고 싶어지긴 합니다^^

얄라알라 2022-02-03 18:45   좋아요 0 | URL
반 년 동안 읽을 소설을 제가 이번 1~2월에 읽나봐요
설 연휴 전후로 읽은 소설만 5권인데, 계시처럼 김연수 작가님을 만났으니 앞으로 책읽는 나무님께서 말씀하신 에세이도 찾아보고 차츰차츰 소설과 다시 가까워져보겠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02-03 18:54   좋아요 0 | URL
우와~~화이팅입니다♡
저도 아직 김작가님 소설 다 못읽었거든요. 같이 천천히 읽어 나갑시다^^
제가 읽은 소설 중엔 ‘사월의 미 칠월의 솔‘ ,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가 좋았어요.

미미 2022-02-03 1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시어들과 이미지들이라 하시니 다시 찜해놓습니다. 저도 이 책 리뷰 참 많이 봤는데 아직까지 못읽어봤네요. 올해는 꼭 뜨거운 감동을 느껴보고 싶어요^^*

얄라알라 2022-02-03 13:48   좋아요 1 | URL
중간 중간 만담가의 문장이 이어지고
러시아어 통역관으로서 기행이 적절한 번역어를 찾으려고 고민하는 부분들이 등장하는데,

저도 모르게 ‘히야! 이 말을 어떻게 통역해? 번역할까? 우리말 기똥차게 아름답구나!‘ 몇 번이나 생각했었네요^^
문학에도 조예가 깊으신 미미님께서 읽으시면 껍데기만 보았을지 모르는 저보다 더 깊은 뜻, 찾아내실 것 같아요^^ 나중에 리뷰 올려주시면 찾아 읽겠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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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읽고 싶어했는지" 기억이 가물거릴 즈음 [아메리칸 파이어]가 손에 들어왔다. 책표지가 새빨갛다!  엉킨 곡선들로 채워진 표지와 부제-"쇠락하는 소도시에서 일어난 연쇄 방화 이야기"-로 미루어 추리 소설이겠거니 짐작했다.




그렇다. [아메리칸 파이어]는 범죄의 실타래를 푸는 책이었다. 미국 내 쇠락하는 소도시에서 벌어진 연쇄 방화사건의 전모와 범인들을 집중 조명한다. 꾸며낸 사건인 줄 알았는 데 읽다보니, 논픽션이다. 버지니아주 아코맥 카운티에서 발생했던 연쇄 방화사건 실화를 모티브 삼았다.  



Slowking4, GFDL 1.2 <http://www.gnu.org/licenses/old-licenses/fdl-1.2.html>,  CC BY-NC 3.0





저자 모니커 해시는 집필 전, 실제 아코맥 카운티에서 여러 달 머물면서 치밀한 사전조사를 했다. 2010년대 초반 있었던 방화사건을 기억하는 주민, 방화범, 방화범의 지인과 가족, 변호사와 법원 공무원들, 의용소방대원들, 수사관들, 순찰대, 아코맥 카운티 지역 특화의 사학자 등 100여 명을 직접 만나서 자료 수집하는 데에 저자는 상당한 공을 들였다. 아코맥 카운티 토박이들의 시선에서는 철저한 외부인이었지만 모니커 해시는 작가로서 환대받았다. 방화 사건들 당시 진압에 나섰던 소방대원들은 기꺼이 사건 보고서를 공유했고, 지역 역사학자와 수사관들도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심지어 방화범인 찰리조차 인터뷰에 협조했다. 모니커 해시는 아코맥 카운티 소방서에서 잠도 잤고, 출동하는 소방차에 타보기도 했다. 이런 다각도의 노력이 <아메리칸 파이어>의 생동감 넘치는 묘사와 전개에 녹아 나온다. 


입체적인 현장조사 자료를 토대로 집필된 [아메리칸 파이어]는 단순히 '연쇄 방화범 꼬리 잡기'의 차원을 넘어서는 작품이다.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는 사회적 이슈들을 시발점들을 묻어두고 있다. 장강명 작가가 [아메리칸 파이어]는 "읽는 이에게 저마다 깊고 강력한 체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추천한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프로파일링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아메리칸 파이어]에서 "보니와 클라이드"에 비견할 커플 범죄자들의 심리분석에 관심이 갈 터이다(모니카 헤시는 'murdurpedia.org'사이트 자료를 활용해 여러 커플 범죄자의 실화를 병렬 배치한다). 유년기 가정폭력의 경험과 성인기 범죄의 상관관계에 관심이 있었다면, 독자는 방화범들의 과거를 타고 올라가 범죄의 불씨 시발점을 찾고 싶을 것이다. 나는 아코맥 카운티, 한 때 번영했던 지방소도시의 몰락과 그 황량함에 관심이 갔다. (100여 년 전, 이스턴 쇼어는 특산물 감자로 유명했고 번영했다. 하지만, 감자 재배지가 전국단위로 확산되면서 가격이 떨어졌고, 감자를 가공한 과자들이 미국인의 입맛을 길들이면서 점점 이 지역 농민들은 곤궁해졌다.) 




"A Potato Harvest" W. H. Martin / CC0


* * *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A Potato Harvest 



[아메리칸 파이어]는 신문 기사, 법정 기록, 역사 논문, 소설 등 장르의 얇은 막을 가볍게 벗겨내고 새로운 형식으로 사건을 전한다. 배우고 싶은 글 쓰기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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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2-02-03 0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풍토인지 삶인지 여긴 진짜 연쇄방화가 꽤 종종 일어나는 범죄입니다. 인종에 따른 것이란 말도 있고 한데 작은 규모지만 숨어서 불을 지르는 것으로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하네요. 토파민상승도 갖은 방법으로 가능하네요.ㅎ

얄라알라 2022-02-03 06:26   좋아요 1 | URL
조밀한 한국에 살다보니, 소설에서 묘사하는 소도시는 잘 상상도 안 되었어요. 밤화가능성 높은 폐가, 잠복근무를 수개월해도, 범인을 잡을 수 없을 만큼 폐가도 많고 넓다는 묘사가...


transient님 말씀을 듣고 보니, 저자가 본문 중간에 연쇄 방화범에 대한 정교한 분류법이라든지 범죄심리에 대한 파트를 넣을 수 있을만큼 관련 정보도, 사례도 누적된 게 많다는 생각이 이제서야 드네요^^;;;

이 책에서도 방화범은 불 보고 희열 느낀다고 묘사됩니다.
 



2020 베스트셀러, 넷플릭스 인기드라마였던지라 '안은영'은 왠지 아는 이름 같다. 사실, 김은영, 최은영, 강은영.....심지어 김원영...기억의 타래를 더 길게풀면, '꽃부리 英' 친구들이 더 생각날 것 같다.  [재인, 재욱, 재훈](2021)으로 정세랑 작가를 미리 만났기에 다행이지, [보건교사 안은영](2020)의 톡특한 소재는 참신함을 넘어 당혹감을 주었을 테다. 보건교사의 '보건증진'업무(?), 일상적 내용이겠거니 생각했다 퇴마 망치 얻어 맞은 기분. 하긴 안은영이 휘두르는 퇴마 몽둥이는 영혼과 요괴들로부터 학생들을 크게 보호하고 돕는 셈이다. 


캐릭터의 이름 짓기(주로 작가의 지인들 실명)에서부터 정세랑표 스타일이라면, 명랑하고 따스한 관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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