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쓰는 전문 직종에 종사하다가, 노력해서 180도 다른 제 2의 직업 세계에 들어간 지인이 있습니다. 저도 중고등학교 시절, 잠시지만 부러워했던 사서librarian라는 직업이었는데요. 지인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들 아실 커다란 도서관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일을 그만 둔 계기가 절 안타깝게 했는데요.
도서관 이용객은 다양하지 않습니까? 한 번은 젊은 남녀 커플이 도서관에서 까페이용객인양 굉장히 큰 소리도 계속 대화하고 소음을 내기에, 지인이 사서로서 주의를 주었다 합니다. 퇴근 길 깜깜한 밤, 갑자기 등 뒤에서 그 커플 중 한 사람이 튀어나와서 신체적 위협을 가했답니다. "너, 내 여자친구 앞에서 감히 날 창피 줬어?"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공포스러운 경험을 했던 지인이 이후, 도서관에서 제 멋대로 예의 무시하는 사람에게 주의를 줄 수 있었을까요? 비슷한 경험을 몇 번 겪은 후, 그 지인은 어렵게 얻은 큰 도서관 사서 자리를 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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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한 도서관 이용객이 큰 소리로 쉴 틈 없이 이야기를 합니다. 누군가랑 통화하는 데, "죽여버리겠다든지, ...." 조폭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단어들을 찰지게 구사하며 건물 안인지 밖인지 신경도 안 씁니다. 흥미롭게도 저를 포함한 이용객 모두가, 그를 애써 그림자 취급하며 이 엄청난 분노파장의 소음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또 현재 이 쪽 서가에는 무려 3분의 사서님들이 배치 되어 있으나, 아무도 무뢰한을 저지 하지 않고 "추이를 지켜보는" 인상을 줍니다. 그 이용객 근처에서 어슬렁 거리는 무언의 압박을 주는 게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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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조절에 실패한,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의 구별 자체에 개의치 않는 무뢰한을 두고 다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고 있는 거죠. 그 만큼 세상이 험해진 건가요? 아, 씁쓸합니다. 책 읽다 말고, 이런 글을 쓰는 제 콩알만한 간도 부끄럽고요. 마음 같아서야, "여기는 도서관 입니다. 대화는 나가서 해주시지요."라고, 제가 3명의 사서님들을 대신해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