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고 슬픈 팩트 라임 그림 동화 23
조너 윈터 지음, 피트 오즈월드 그림, 양병헌 옮김 / 라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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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d Alatman / CC0



"팩트," "팩트 체커," "팩폭(팩트폭력)"

이 단어가 영어사전에서 내려와 일상용어가 된지 한참인 듯 싶다. 특히 JTBC의 "팩트체크"를 비롯, 각종 미디어 채널에서 팩트 검증을 일상화하다보니, 어린이들도 "팩트"란 단어를 많이 쓴다. 그래도 그림책 제목까지 꿰찰 위상인줄은 몰랐다. 제목이 [아주 작고 슬픈 FACT]이다. 이 "FACT" 앞에 붙은 형용사가 의아하다. 팩트는 언제라도 힘이 지니지 않는가? 거짓, 가짜 뉴스 따위를 압도해버리는 진실의 힘이라고 배웠는데, 왜 팩트가 작고 슬플다고 할까?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사람들이 FACT를 FACT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덮어버리기까지 한다. [아주 작고 슬픈 FACT]에서는 사람들이 FACT를 땅 속 깊숙히 묻어 버리는 설정을 제시했다.


팩트는 슬펐고, 모든 것이 끝났다고 느꼈다. 그러나 비록 땅 속에 묻혀 세상에 얼굴 내밀 기회를 차단당했더라도, 땅 속에서 연대할 팩트들을 만났다. 진실을 이렇게 묻어버릴 수는 없어! 힘을 합하여 소리를 크게 내자 갇혔던 상자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FACT를 꽁꽁 묻어버렸듯, 또 다른 누군가는 꽁꼼 숨긴 FACT만을 찾아다닌다. 그림책에서는 "팩트 수색대"라고 이름붙여 주었다.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 팩트 수색대의 노력 덕분에 팩트들은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물론, 먼저 가짜 팩트들을 몰아내야 한다는 것도 배웠겠지만.




팩트들을 존중하고 관심 가져줄 때, 거짓뉴스들에 전염병처럼 퍼지며 주인행사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팩트인지를 알고 구별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사실 팩트를 팩트로 구성하는 이면의 힘에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어린이 수준에서는 일단 거짓말에 휘둘리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기!

진실은폐와 진실추구라는 다소 어려운 주제를 [아주 작고 슬픈 FACT]는 귀여운 '팩트' 아이콘들과 경쾌한 컬러감으로 쉽게 풀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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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해 보이지만 만만하지 않은 푸른숲 새싹 도서관 26
줄리아 사그라몰라 지음, 이세진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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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떻게들 지내시나요? 코로나 19 팬데믹의 이렇게 오래 갈 줄 몰랐던 건 저뿐 아닐 테죠? 의료 지식과 기술이 없으니 아픈 이들을 도울 엄두는 못 내겠고, '사회적 거리' 지키기라도 철저히 준수함으로써 코로나 방역에 작은 힘을 보태왔어요. 이런 힘들이 모이면 인류가 코로나 숙주로 도장찍히기를 거부하며, 바다로 휴가도 가고 아이들은 다시 학교로 돌아갈 줄 알았죠. 아니었네요. 코로나는 여전히 진행현인데다가 엎친 데 덮쳐서 중국에서는 돼지독감에 흑사병 사례가 보고되잖아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니 많이들 힘드시죠? Corona Blues에 더해, 심지어 "심리 방역"이라는 용어가 공중파 뉴스에서 인용되더라고요. 인구의 상당비율이 코로나로 인한 사회관계의 변화로 우울감을 느끼며, 앞으로 이것이 사회문제화될 거라는 경고였죠.


[만만해 보이지만 만만하지 않은]을 소개하려다가 이야기가 코로나 샛길로 한참 갔네요. 이 귀여운 그림책 어느 페이지에서도 '우울,' 'Blues,' '근심, 걱정' 등의 단어가 등장하진 않아요. 대신 작가 줄리아 사그라몰라(Giulia Sagramola)는 어른들이 그렇게 부르는 것들을 "만만해 보이지만 만만하지 않은" 무언가로 형상화했지요. 그림책에서는 시커먼 선 뭉치로 표현했어요.




질기게 계속 따라다니는 만만하지 않은 요 녀석은 집에서 숙제할 때도, 병원에서 접수하며 대기할 때도, 심지어 학교 수업받을 때도 계속 따라다녀요. 떼어 낼 수가 없나봐요. 게다가 나만 따라다니는 게 아니라, 단짝 친구도 낯선 어른들도 따라다니네요.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만만해 보이지만 성가스럽고 만만하지 않은 것을 못본 채 할까요? 무서워서 그냥 은둔할까요?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대범한 해법을 제시합니다. 바로 공생이지요. 마치 인류가 바이러스 박멸이 불가능한 상황(사실 바이러스는 인류 생존에 큰 기여를 합니다)이라면 어떻게해서 전략적으로 현명하게 공존할까를 고민하듯이요.



내내 질기게 따라다니던 그 성가스러운 존재를 잘 어르고 달래서 깜찍한 헤어밴드로 변형시켜낸 소녀의 유연한 대응이 놀라워요. 기특하고요. 배우고 싶습니다. 마음이 무겁게 하는 문제에 짓눌려 있는 어른들에게 특히 필요한 지혜가 아닌가 합니다. [만만해보이지만 만만하지 않은]은 어려운 심리치료 용어 하나 쓰지 않고도, 마음을 부드럽게 달래주는 고마운 그림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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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바이러스의 습격 -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 우리는 새로운 감염병과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 이슈 리포트 1
김우주 지음 / 반니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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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코로나19 이전, 메르스 사태 때부터 대중에게 친숙해진 이름이다. 김우주. 그는 2015년 메르스 대응 국무총리 특별보좌관으로 활동했다. [바이러스의 습격]은 2020년 코로나 사태를 맞아 일반 대중에게 내놓은 가벼운 문고판 안내서이다. 프롤로그에서 김우주 교수는 왜 감염외과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터닝포인트로서의 군대생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한마디로 바이러스의 위험성, 무서움을 목격했기 때문이란다.

[바이러스의 습격]은 앞서 말했듯, 감염병에 무지한 대중을 주 타겟 삼은 만큼 얇고, 전달하는 정보도 간결하다. 1장에서는 공중보건 분야에서 등장하는 용어들- 사례정의(감염병이 유행할 때 감시, 대응, 관리 대상을 규정하는 것), 슈퍼 전파사건, 의사환자, 지역사회 전파-을 설명한다. 김우주 교수가 실로 메르스 사태 때 전염병 관리를 중앙에 선 위치였기에 내부자니까 알 수 있는 정보도 이 책에 담고 있다. 바로 2014년 메르스 사태 때, 대응지침에서 사례정의가 잘못되어 방역망에 큰 구멍이 난 사례이다.


"감염자와 2m이내 또는(or) 같은 방에 머무른 경우"로 WHO와 CDC가 분류하고 있으나, 대한민국 방역당국은 이를 크게 오독했다. "밀접 접촉자는 환자와 증상이 있는 동안 2m 이내의 공간에 1시간 이상 머문 사람"으로. 이런 어이없는 실수 때문에 밀접접촉자를 놓쳐 메르스 초기 방역망에 큰 구멍이 숭숭 뚫렸다. or를 and로 해석한 사례정의를 전국에 배포하고 따르게했다니? 도대체 누가 이런 기초적이면서 중대한 실수를 할 수 있을까? 아무도 바로 잡지 않았을까? 누가 책임졌을까? 



2장에서는 아마도 [바이러스의 습격]을 읽는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내용, '코로나로부터 날 지키는 법'을 집중 설명한다. 개개인의 면역 증강법뿐 아니라, 진답 면역으로서의 '군집 면역(herd community)'까지 개념을 설명한다.




3장에서는 21세기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 원인과 그 특징 등을 설명한다. 흥미로운 점은 김우주 교수는 화난수상시장처럼 wet market을 바이러스의 온상으로 지목하지만, 실제 화난수산시상이 발원지인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다.


코로나 Q&A는 잘못된 상식을 바로 잡아주는 정보에 할애하는데, 나도 '코호트 격리 cohort isolation'의 의미를 덕분에 제대로 배웠으니 옮겨본다. "2~3명 이상의 같은 전염병 환자를 함께 격리하는 것(151)"이 사전적 정의이기에, 광주 21세기 병원에서의 격리를 '코호트 격리'로 표현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대응에 대한 날이 서다 못해 서슬이 퍼런 비판의 목소리는 [코로나 19: 자본주의의 모순이 낳은 재난]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코로나 19 사태에서도 문제는 계급이다"라는 글에서는 대구시 소재 신천지 교회 신자 집단 거주 아파트를 집단 격리 시킨 조치를 맹 비난한다. 140명 중 46명이 확진을 받았다고 아파트 전체를 집단 격리 시킨 것은 대구시가 저소득 노동자로서 이 아파트 청년들을 홀대하는 증거라고 울분을 터뜨린다. (노동자 연대의 기자인 장호종이 쓴 글이다)

사실, '코호트 격리'의 의미조차 잘 모를 정도로 공중보건, 방역에 대한 지식이 없기에 장호종의 주장이 타당한지 잘 모르겠지만 귀기울여 본다.



[바이러스의 습격] 덕분에 확실하게 배운 두 가지 용어가 있다. 아래에 인용한다.

WHO는 슈퍼전파자라는 용어 대신 '슈퍼전파 사건 super spreading events'라는 용어를 권장한다. 환자 개인에게 슈퍼 전파의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표현인데다가, 슈퍼전파가 발생한 외부적인 환경과 상황을 살피지 못하게 하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메르스 사태 때 슈퍼 전파자로 낙인찍힌 분들 중에는 지금도 여전히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는 분도 있다. 환자가 의도적으로 전파를 한 것이 아니라면 슈퍼감염자(전파자)라는 명칭은 피해야 한다.

[바이러스의 습격] 34쪽



스페인 독감은 1918년 미국의 군병영에서 시작되었다. 1차 대전 때 미국 군인이 대서양을 건너 프랑스에 상륙했다. 이와 동시에 유럽 전역에서 독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당시 스페인은...전시 상황이 아닌 까닭에 언론 통제도 없었다. 정작 독감이 유행한 미국과 프랑스 등은 언론통제 떄문에 보도가 되지 않아 자국민은 내막을 몰랐다. 스페인만 독감 보도가 여과없이 흘러나간 덕분에, 1918년의 패ㅔㄴ데믹 인플루엔자에 스페인 독감이라는 마뜩찮은 이름이 붙어 버렸다.

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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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해석 -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말콤 글래드웰 지음, 유강은 옮김, 김경일 감수 / 김영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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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 American Center / CC BY 2.0



말콤 글레드웰 (Malcome Gladwell 1963~). 유명 작가란 건 알았어도, 그의 책 두 권은 몇 년간 서가에 꽂힌 그대로였다. 결국 최신간인 [타인의 해석(원제: Talking to Strangers]으로 그 유명한 말콤 글레드웰의 글 스타일을 처음 접했다.



두꺼워서 부담스러웠는데, 워낙 편집이 넉넉하고(김영사 출판사는 여백 많이두는 편집으로 두껍게 찍어내는 걸 선호하는 듯...유발 하라리의 3부작도 그렇고...) 각주 페이지도 길어서, 실제 읽다보면 200여쪽 분량이다. 가뿐히 꿀꺽. 아! '꿀꺽할' 가벼운 책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말콤 글래드웰은 [타인의 해석]을 무려 3년 동안 준비하면서 많은 인터뷰를 수행하고 엄청난 관련 자료를 소화했다고 한다.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떄"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차에서 내리시오"라는 실화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2015년 산드라 블랜드 사건(The Sandra Bland Case) 말이다. 요즘처럼 "Black Lives Matter"의 구호가 미전역에서 울려퍼지는 시기에 다시 들으면 자칫 'bad cop'대 '흑인 여성'이 대립각 세운 이야기로 소비되기 쉽겠다. 말콤 글래드웰은 집요하리 만치 그 이면을 파고 든다. 어쩌자고 경찰인 앤니시아는 깜빡이등 켜지 않고 차선 변경을 했다고 산드라 블랜드의 차를 멈춰 세웠으며, 어쩌자고 산드라 블랜드는 그 억울함과 분통터짐에 대한 반응으로써 구치소 안에서의 극단적 선택을 취하게 된 것인지.... 말콤 글래드웰은 앤니시아가 블랜드를 체포하는 동영상을 수십번이나 반복해 보았다고 한다. 굉장한 안타까움을 느끼며. 결국 작은 삐걱거림이 극단적 결과로 커진 이 사건의 기저에는, 모르는 타인에 대한 신호 포착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로 인해 잘못된 판단에 빠지기가 얼마나 쉬운지를 보여준다.


결국 [타인의 해석]은 우리의 속단, 편견이 실은 타인을 오판하게 할 위험을 키우기에, 타인을 해석할 전략을 다시 짜자는 주장으로 이해했다.

1부, 2부에서는 미국에서 활약했던 피델 카스트로가 파견한 쿠바의 이중간첩들, 그리고 히틀러와 대면하면서도 오판한 외교관들 이야기를 통해, 진실기본값 이론을 이야기한다.

3부에서는 의외로 폴 에크먼의 권위에 도전하며, 투명성 가정의 실패가능성을 이야기한다. 폴 에크먼, 그는 FBI니 CIS에서도 높이 모시는 표정연구의 대가이다. 하지만 말콤 글레드웰은 표정은 내면을 감출 수 없다는 투명성이 신화라는 증거를 여럿 제시한다.

4부에서는 911이후 무려 4년간의 심문 끝에 자백을 한 테러리스트 KSM이 선진신문기법으로 자백은 했으나, 과연 그 이야기가 진실인가하는 날카로운 의심을 던지다.

결국 5부에서는 샌드라 블랜드 사례로 돌아온다. 마치 나쁜 일은 하나로 오는 게 아니라 몰려온다는 뉘앙스로 이해했는데,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데는 조건(상황)의 결합이 필요하다. 샌드라 블랜드 역시 당사자들의 성격적 특징이나 화법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보다 구조적 차원의 조건에서부터 여러 상황들의 결합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타인의 해석]만 읽어봐서는 아직 내가 말콤 글레드웰의 팬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작은 하나의 사건을 꼬투리 삼아 큰 이야기로 발전시켜내는 그의 생각의 흐름, 자료 전개하는 법 등에서 배운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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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ús Gorriti, CC BY-SA 2.0 



스티븐 존슨. 코로나 19시대, 전염병 대처를 위해 세계 곳곳에서 소환되어 바쁘지 않을까 싶다. 그는 코로나 창궐 훨씬 이전인 2006년에 대중 강연으로 19세기 런던을 휩쓸었던 콜레라 사태를 분석했다. 사실 저자에 대해 깜깜한 상태로 그가 2006년에 쓴 [감염도시(원제: The Ghost Map)]을 읽으며 내공 면에서 그보다 윗 연배의 작가를 상상했는데, 놀랐다. 38세에 썼다. 그는 불혹 전에 이미 필력 하나로 온라인 오프라인의 유명인사이자 어마한 팬을 거느리고 있었다. 52세인 현재에도 여전히 정열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역학자도, 사학자도 아닌 그가 19세기 중반 런던에 창궐했던 콜레라에 대해 이처럼 밀도 높고도 적확한 정보를 담아낼 힘은 무엇인가? 읽으면서 내내 궁금했는데, 책 말미 "감사의 글"에서 친절히 알려준다.

이 책을 쓰던 중에 나는 거의 20년간의 내 발자취가 바로 이 책을 쓰기 위한 준비였음을 깨달았다. 계기는 전염병에 대한 문화적 대응을 주제로 대학 논문을 쓰기로 한 것이었다. 대학원에 다닐 때는 빅토리아 시대 도시 소설에 관심을 가졌다.

[감염도시] 300쪽

덕분에 [감염도시]의 독자는 단순히 콜레라라는 감염병이 런던 사람들을 어떻게 숙주 삼았는가 뿐 아니라, 19세기 중반 런던이라는 도시의 환경과 삶에 대해 구체적 상상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1854년 런던에는 "분뇨수거," "개똥 수거," "(동물 사체에서) 뼈 수거"를 전문으로 하는 고소득 3D직업이 있었음을 [감염도시]를 통해 배웠다. 또한 이 시기 런던에서도 역시, 빈민과 부유층을 공간적으로 격리, 접촉 통로를 최소화하려는 거리설계가 작동했음을 배웠다.저자는, 소위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불결한 거리와 상류층이 사는 방역거리가 구별되는 사회적 지형이 1854년 콜레라 발발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역병은 타락하고 누추한 자들에게만 옮고 고작 몇 블록 거리라도 점잖은 사람들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보였"(36쪽)기에 전염병에 대해 가난한 자를 비난할 근거가 되어 주었다.

John Snow/ CC0



이를 뒤엎은 것이 바로 존 스노의 유령의 지도(ghost map)이다. 저자 스티븐 존슨은 존 소 스노 박사가 이룬 "진정한 혁신은 다이아그램을 낳은 데이터와 그 데이터를 수집한 조사 그 자체"(232쪽)이라고 극찬한다. 스노는 명망 있던 의사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와중에도 콜레라가 창궐한 브로드 가를 가가호호 방문하며 수백 명과 인터뷰를 수행한다. 콜레라가 수인성 질환임을 입증하기 위해, 브로드 가의 펌프와 다른 수원의 펌프를 쓰는 공장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한다. 그렇게해서 탄생한 지도가 바로 그 유명한 "유령지도"이며, 이는 19세기 중반 유행했던 독기이론에서 수인성 이론으로 우세의 손바닥을 뒤집게 해주었다.





"Map of a late Colera outbreak in London" (1866) / UNESCO/ CC0



즉 존 스노 박사 덕분에 전염병이 숙주가 되는 사람들(주로 가난한 사람들)의 불결한 위생상태나 관리부실 때문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19세기 런던 콜레라의 경우, 공공식수 관리 문제) 때문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생기게 된다.

코로나 19 사태에서, 존 스노의 혁신적 방법과 헌신을 따라서 틈새를 고민해보고 싶다. 방역의 틈새를 만들어내는 문화적 관습이나 신념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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