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의 품격 - 건강한 해양생태계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서종석 지음 / 지성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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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리 까다. 야부리를 까다."

난, 찰진 생활어를 몰라서인지 그런 말, 처음 들어봤다. 그것도 자그마치 Yale대학교 박사이자 귀공자풍 엄친아 이미지의 젊은 교수에게서. 반전 충격이었기에, 강력하게 뇌리에 박혀 잊히지도 않는다. "노가리 까다. 야부리 까다."


[어업의 품격]을 읽는데, "노가리 까다"가 등장했다. 1970년대 한국 정부가 [수산자원 보호령]까지 풀자 어린 명태(노가리)까지 싹쓸이하자 노가리가 심심풀이가 되니 "노가리 깐다"라는 표현이 나왔다고 한다(오호! 그랬군! '야부리'는 여전히 미지어이지만, '노가리'에 대한 궁금증은 풀렸다). 



저자 서종석 교수(부경대)는 충격 요법으로 [어업의 품격]을 시작한다. 사라져가는 물고기들을 나열한다. 그렇게 흔해 빠졌던 '노가리,' '명태'가 적어도 2008년부터 정부 공식 통계상 "0"라 한다. 쥐포는 어떠한가? 쥐치잡이 트롤어선들이 바닥을 싹 쓸어 고갈 시킨 이후, 쥐치는 자취를 감췄다. 양식장에서 사료, 영양제, 항생제 먹여 키우는 귀한 생선이 되었다. "설마" 사라진다고? 바다가 이렇게 넓은데? 해양수산 분야 국제비영리기구 MSC 한국대표이자 이 분야 전문가인 서종덕 교수는 단언한다. "설마"가 아니다. 실제로 그 많던 어류가 사라져간다고. "금"갈치, "금"징어, "금"조기. 더 이상, "국민" 생선이 아니다. 한국 상황만이 아니다. 유럽과 아메리카의 국민 생선이었던 대구 역시, 남획으로 완전히 고갈되어 어장 폐쇄 상황까지 갔다. 


물론, "품격 있는 어업"을 이야기하려면 이제는 비싸고 귀해진 어류를 나열하는 외에 더 중요한 지점을 짚어야 한다. 사실, [어업의 품격]에서는 다 짚어준다. 현 해양생태계의 위기상황을 보여주고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해 어떤 실천과 국제적 공조가 따라야 할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읽고 나면, '공유지의 비극 tragedy of the Commons'으로 가는 지름길인 줄 알면서, 왜 어민들이 이토록 거칠게 바다를 쓸어가는지 짐작된다. 어업 분쟁의 원인과 현황, 혼획 및 남획의 폐해, 기후변화가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MSC를 위시해 지속가능한 어업과 해양 관리를 위한 노력까지 [어업의 품격]에서 배워갈 수 있다. 


그럼에도, 사람(특히 소비자로서 우리 대다수)를 움직이는 것은 해양생태계나 수산 자원에 대한 통계수치보다도 갈치, 오징어, 명태가 어떤 상황인지를 인식하는 데서 시작하는 듯하다. 이점은 저자도 분명히 지적한다. "소비자 한 명 한 명이 자신이 좋아하는 수산물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인식만 해도 시장은 변화하게 된다....소비자들이 에코라벨이 표시된 수산물을 선택하면 자연스럽게 지속가능한 어업이 유지될 수 있다...소비자가 지속가능한 수산물을 인식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어업은 결코 이뤄질 수 없다 (178쪽)." 



이 라벨이다. MSC. https://www.msc.org/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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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1-01-02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이첼 카슨이 관심 가질만한 주제가 있는 책이군요. ^^

2021-01-02 2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1-01-02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바트로스 인간이 버린 해양 쓰레기들이 고스란히 몸속안에 ㅜ.ㅜ

얄라알라 2021-01-02 22:10   좋아요 0 | URL
어미새가 먹이라고 새끼에게 주는 모습이.....인간도 마찬가지겠죠. 자식에게 좋겠다고 주지만, 실은 오염물을 주기도 할 것 같아요^^:;;;;;;
 
나를 보라, 있는 그대로 - 화상경험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송효정 외 지음 / 온다프레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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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도 다중이용시설이지만, 여태 도서관發 코로나 감염 뉴스는 들어보지 못한 듯 하다. 도서관에서는 대화하는 사람이 거의 없고, 책 순환하기 전에 소독을 하는 사서분들의 노고 덕분이겠지. 오늘도 도서관. "새로 들어온 책"들이 한 줄 조르르 꽂혀 있는데, [나를 보라 있는 그대로] 우선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이번에도 "교만" "속단." 부제는 놓치고 '자기 긍정하라는 자기계발서인가?'할 뻔 했다. 부제가 "화상경험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구술집이다. 한림화상재단이 5명의 작가들에게 의뢰(? 제안?)하여, 일곱 분의 화상경험자들을 인터뷰했다. 


낮은 목소리, 낮은 자세. 


구술을 채록하는 작가분들도,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될까 경험을 나누는 분들도 낮고 투명하다. 일인칭의 이야기지만 일곱 편의 인터뷰가 모이니,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료복지 시스템이 가동되어야 유익할지 '화상경험자'를 보는 사회의 시선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등 사회고발 르포가 된다. 






"어떤 사람은 참 무심하게 이런 말을 툭 던져요. '야, TV 보니까 발로도 밥 잘 먹더라.' 내가 태어날 때부터 팔이 없었다면 발로 할 수도 있겠죠...전 세계에서 자기 발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얼마 없어요. 근데 말을 그렇게 ..."


"힘들어서 어떡하느냐 하는데 그 말이 전혀 공감이 안 됐어요. '그저 지나치듯 하는 말이구나. 차라리 말을 말지.' 그런 생각도 들죠. 그랬기에 더더욱 멘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얘기해주는 거랑은 다르겠죠. 사람들이 습관처럼, 어떤 말이라도 해야 할 거 같아 의무감으로 "힘들었지?"라고 말해주는 게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어요."


"어찌 보면 '네가 나만큼 다쳤어야 할지'라든지 심지어는 '너도 나만큼 다처라'는 말과 다를 바 없잖아요. 참..어느 순간 생각해보니 진짜 못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거더라고요...(중략)...그 때부터는 그 사람 상처의 경중을 떠나, '나만큼 아프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이제는 제가 만나러 간 사람들이 오히려 내 멘토가 되는 거예요. 내가 위로하러 갔는데, 나를 위로해주더라고요." 



사회학자 엄기호 선생이 강조하는 "곁의 곁"을 생각나게 하는 이야기들이었다. 곁의 곁. 아플수록, 절망적일수록 곁의 곁의 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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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12-31 23: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사랑인 올 한 해 많이 많이 감사했습니다 ^^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복도 많이 받으시구요 ^^

얄라알라 2021-01-01 23:35   좋아요 0 | URL
초딩님, 제 서재까지 와주셔서 새해 인사 남겨주시니 더욱 감사합니다. 2021년, 외부의 변화 흐름이 어떠할지라도 책을 읽고 나누며 단단하게 나아갈 수 있는 한 해 되시기를.(코로나 이야기였네요. 아무래도 2021년도 비슷하겠지요? 그래도, 함께 삶과 책 이야기를 나눌 분들이 여기 서재에 계시니 으쌰!)

2021-01-01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닥터 셰퍼드, 죽은 자들의 의사 - 헝거포드 대학살에서 다이애나 비 사망사건과 9.11까지, 영국 최고의 법의학자가 말하는 삶과 죽음
리처드 셰퍼드 지음, 한진영 옮김 / 갈라파고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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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9, 30, 31일. 단식 3일차. 

물 단식에서 슬그머니 쥬스 단식으로 바꾸었으니 엄밀한 의미로는 '음식을 끊지' 않았다. 사과당근 쥬스에 이어 독특한 색상의 액체도 마셨는데, 톳과 다시마 추출액에 시금치가 더해졌으니, 성분표를 보고 짐작했던 맛보다 더 다시마스럽다. 출시 전에 테스팅을 숱하게 거쳤을 텐데, 소수의 마니아를 겨냥했을까? 나는 그 소수가 분명 아니다.  


   

29, 30, 31일. 


의외로 배고픔을 느끼지 않는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위장이 얌전하다. 작년 생일 무렵 3일 단식은 심심해져서 그만두었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고 음식에 대한 욕구도 별로 없다. 심심함은 조바심의 다른 표출이었을텐데, 2020년 코로나 집콕 책수련을 통해서 차분해졌는가? 더 깊은 포기 상태로 내려가 초연해진 걸까? 2020년 내내 집 밖으로 책과 물건들을 몰아내며 딱 필요한 것들만 남겼듯, 음식과도 그런 관계를 맺고 싶었다. 거기서 출발했지만, 막상 대면해보니 더 복잡한 마음이다. 



 

도움 받을까 싶어, [음식을 끊다. 단식, 자신을 찾는 여행]을 읽었다. 단식 중에는 산책 이상의 격한 움직임이 좋지 않다는 저자 스티븐 헤로드 뷰너의 충고를 착실히 받아들여 아예 산책조차 안 했다. 책만 종일 읽었다. 늦은 오후부터 읽기 시작한 책은 [닥터 셰퍼드, 죽은 자들의 의사]인데, 예상 밖의 내용이라서 오래 기억할 듯 하다. 미드 Criminal Minds, CSI, 한니발 시리즈까지 샅샅이 훑고 국내외 법의학자들의 저서를 꽤나 탐독해왔기에 읽기 전부터 책 내용을 짐작했다. 35년도 넘는 경력의 전문가가 쓴 책을 두고 감히 "짐작"했으니, 교만이 하늘을 찔렀다. 


총 34장 구성의 [닥터 셰퍼드, 죽은 자들의 의사]는 좀 묘하게 시작된다. 경비행기 운전 취미가 있는 저자가 하늘을 날다가 비현실적 지각을 하는 장면으로. 9살 때 겪은 어머니의 죽음, 13살 때 법의학자 되기로 결심한 계기, 결혼 생활, 아버지로서의 노력과 아내와의 갈등, 커리어 상의 위기 등등 저자의 사적인 이야기가 마치 고백체 일기처럼 배치되다가 마지막 장에 와서야 그런 배치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Dr. 리처드 셰퍼드는 글을 쓰면서 치유하는 중이었다. 30년 동안 2만 3천여 구의 시신을 마주하면서 PTSD를 겪게 된 것이다. 프로페서널한 엄밀함으로 공정하게 검시를 하면서 꾹꾹 눌러두었던 감정적 정서적 파동이 그의 내면을 집어삼켰던 지라, 1장을 위험한 비행 경험으로 시작했던 것이다. 


Dr. 리처드 셰퍼드 (홈 페이지: https://drrichardshepherd.com/portfolio/books ) 는 여러 면에서 Criminal Minds의 애런 하치를 떠올리게 한다. 표정 없고, 거의 화내는 일 없이 감정적으로 요동하지 않으나 내면은 따스하고 고독한....영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전문가이지만, 안주하지 않고 사회를 위해 자신의 (법의학) 전문성을 어떻게 활용할지 어떤 제도가 필요할지를 고민한다. PTSD로 어쩌면 진작에 무너졌을 그가, 다시 재기할 수 있는 힘의 근원은 바로 그 소신이다.  법의학자로서 세상을 위해 선한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 육아서에 간혹 "감정의 쓰레받이, 쓰레기통"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 분이 대신 받아낸 고통은 그에 비할 바가 아니다. 닥터 셰퍼드의 표현을 그대로 빌어와 본다. 


"  어느 뜨거운 여름날 아침 나는 토막 나서 썩어가는 시신들의 영상에 쫓기고 있었다. 창자가 있었다. 스펀지 같은 간도 있었다. 뛰지 않는 심장도 있었다. 결혼반지가 끼워진 손도 있었다. 나는 그 반지를 빼야 했다...(중략)....독자들은 이미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라는 진단을 내렸으리라. 나만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그 증상은 내가 부검한 2만 3천 구의 시신 중 어느 특정 시신에 의해 발병한 것이 아니다. 그 모든 시신에 의해 발병한 것도 아니다. 내가 개입했던 특정 재난에 의해 발병한 것도 아니고 그 모든 재난에 의해 벌어진 것도 아니다. 그것은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행한 비인간성을 다른 구성원들(법원, 가족, 일반 대중, 사회) 대신 처음으로 목격한 평생의 경험에 의해 발병한 것이다

  이 진단을 받고 나는 2016년 여름 동안 휴직을 했다. 

  두 가지 치료법은 상담과 약물치료였다. 

  그리고 이 책을 쓰는 것. (4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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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0-12-31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제목부터 읽고 싶게 만드네요. ^^ 북사랑님 2020 남은 시간 잘 보내시고 새해에도 건강하세요. 여기서 또 만나요~~~^^

scott 2020-12-31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사랑님 이추위에 단식을 4일 넘기면 ,,,,,안되는데

2020-12-31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1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1 2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12월을 2020년 어느 달보다 느긋하게 지냅니다. 책 읽으며 쉽니다. 성스러운 종교적 공간에서 마음을 닦는 분도 있겠지만, 발이 게으른 저로서는 햇살을 등에 지고 책 읽어도 수행입니다. 본인이 건강해야 사랑하는 이들을 돌볼 수 있다고, 돌봄의 선배들은 이야기하시죠. 내 마음에 옹졸과 후회의 앙금을 비워 내야 다른 사람도 담을 자리가 생기겠죠. 책을 읽으며, "나"라는 허구의 경계를 넘어 사람들을 만나고 배웁니다. 읽다 보면, 교만한 생각이겠지만, 다른 이들도 함께 살리는 삶을 꿈꾸게 됩니다. 

12월 내내 과하게 읽어댔으니 자제해야겠지만, 벌써 오늘만 해도 두 권을 읽었습니다. 할 일도 미룬 채. 

최재붕 교수의 <포노 사피엔스 코드 Change 9>를 먼저 읽고, 화타 김영길의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3>을 바로 집었습니다. 의도한 선택은 아니었는데, 두 책에서 제시하는 인생관 세계관이 대척점에 놓고 대비시키기에 딱인지라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전자는 세계를 빠르고 (거스를 수 없는) 거센 흐름으로 인식하고, 개체들도 전략적 기능적으로 빠름을 자원화하라고 촉구합니다. 후자는 정중동의 수묵담채화처럼 세상을 인식하고, 매끈하게 윤활유 친 기계적 세계관을 멀리합니다.

 최재붕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포노 사피엔스"로서의 생존전략을 각인시키면서 독자에게 자신을 "이야기꾼"으로 자리매김합니다. 널려 있는 정보들을 꿰어서 맥락에 위치시켜주는 작업은 지적으로나 경험적으로 자원이 풍부한 이들에게 가능하죠. 그런 의미에서 최재붕 교수는 Change9을 대중에게 각성시키는 선구적 이야기꾼일 듯합니다. 아날로그 선호의 저 같은 독자조차 "포노 사피엔스"의 대세를 거스르기 어렵다는 자각을 시켜줄 정도로요.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의 김영길 선생님은 굉장히 겸손하십니다. 그래서 가장 최근 발행된 시리즈의 5권을 읽고 역순으로 이전 저작을 찾게 되었습니다. 2009년에 쓰셨군요. 걸어서 국토를 한 바퀴 도는 여행(?)을 하신 후에. 겸손하고 투명하시군요. 그런 코드에 주파수가 맞춰져 있는 독자로서, 귀한 여행기와 인생관을 글자를 통해서나마 얻어 듣게 되어 참으로 감사합니다. 


특히, 사람의 병을 고치는 직업을 가진 이로서 본인이 귀가 갑자기 안 들렸을 때의 당혹감과 무력감(당장 환자 진료하는 데, 듣는 과정이 중요한 데 귀가 안 들리다니...), 비제도권 한의사이지만 이비인후과를 찾아 귓속 귀지를 파내고 귀가 들렸을 때의 청량감 등을 묘사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천하의 명의를 딴 "화타"라는 선생님의 호가 실은 조금 불편했는데, 그런 불편감을 상쇄시켜주는 인간적 솔직함과 투명함이었습니다. 


오늘도 햇볕과 책과 사람의 온기로 하루를 채웁니다. 이렇게 채우면서 풀어낼, 좋게 풀어낼 날이 꼭 왔으면 싶습니다. 이 부분은 최재붕 교수도 어려운 학술 용어로(읽은지 반 나절 만에 잊었네요), 화타 김영길도 이야기했습니다. 마음에 그리고 추구하는 상像을 실현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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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 보면,  만나고 싶어지는 작가들이 있다. 내 경우, 올리버 색스, 이윤기(그리스로마 신화 번역과 집필하신) 작가. 안타깝게도 두 분 다 소천하셨다. 영국의 정치철학자 브래드 에반스Brad Evans나, 록산 게이Roxane Gay에게 매료 당했지만, 꿈에서라도 만날들 모국어 아닌 언어로 얼마나 대화를 이어가겠는가? 


그리고 이라영이 있다. [정치적인 식탁]을 읽는데, 이런 신선(+신랄)한 작가, 만나고 싶었다. 소심한 내 기준으로는 "쎈" 언어로 검술을 펼치는 이라영은, 현란한 전문용어로 철갑 두른 여느 지식인들과 사뭇 다르게 쓴다. 생각은 해봤어도 남 눈치 보느라 차마 꺼내지 않았던 이슈들을 이라영은 퍽퍽 직구로 날려준다. 급 호기심이 발동해서, 이라영을 검색해보니, 오호! 대단한 다작가였다. 활동 분야도 다양(예를 들어, 최근엔 [비거닝]의 필진으로, 이전엔 생협에서 낸 출판물에)하고 관심사도 문어발인 작가. 


실제 작가는 그 질문, "책을 참 빨리 쓰시나봐요?"를 많이 받아 봤다 한다. 아니라고 했다. 출간을 염두하고 쓴 것도 아니고, 계약하고 마감일 잡힌 후 쓴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 동안 꾸준히 계속 써온 글들을 손봐서 방출(?) 하고 있는 것이라 한다. 이라영 작가가 말하길,"들어오는 건 많은데, 내 마이크는 작고, 내 말 듣겠다는 사람도 없고, 혼자 (글 쓰며) 쏟아내온 시간이 길었다"고 한다. 이제 차곡차곡 폴더(글 곳간)을 열어, 방출 중이라 한다. 


이런 귀한 이야기는 12월 21일, 오늘 "알라디너 TV" 실시간 북토크를 통해 들었다. 이라영 작가님도 대단하지만, 진행한 이다혜 기자도 "크러쉬" 받을만 한 분이다. 유쾌한 두 분의 대화를 듣느라 70분이 훌쩍 지났다. 



이라영 작가, 이다혜 기자 모두 소형 산타 클로스 모자를 쓰고 연실 "맞아요. 맞아요." 맞장구 치고, 웃고, 테이블을 (살짝 내려) 치고, 부지런히 책을 뒤적이며 대화하는 모습, 보기만 해도 흥분되었다. 시소의 박자 타듯, 대화의 쿵짝 리듬이 참 잘 맞는다. 


이라영 작가는 오랜 타국 생활 덕분일까? 아니면 알라디너 TV 실시간 토크가 얼굴의 반 이상을 가리는 마스크(+산타 모자)를 쓰고 이뤄짐으로써 연기하는 분위기가 났던 탓일까? 눈치 따윈 없어! 하는 식으로 껄껄 깔깔 시원스럽게 웃어 제끼고 성격 마구 드러내며 대화하는 이라영에게서, 문체에 솟은 날카로움을 상쇄시키는 부드러운 매력을 느꼈다. 


대방출 할 글 목록, 글 곳간을 차곡 차곡 채워온 이라영 작가, 앞으로 더 기대한다. 그리고 나는 내 곳간을 채울 키워드부터 찾아야겠다는 자극 받는다. 그 동안 채우기야 많이 채웠지, 방향 안 잡고 키워드를 못 세웠던 게 문제다. 



알라딘 TV 생방 중에 (강원도 출신인) 이라영 작가가, "강원도 출신 여자, 이런 자리에서 처음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어떤 맥락의 대화였을까?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뱉어낸 말이겠지? '이런 자리'는 무얼 뜻할까? 이 말을 뱉은 이는 어떤 사람일까? 본인이라면 "이런 자리"에 마땅 속해 있어야 하는 일인이고, 특정 지역(서울 외 지방?)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이런 자리"에 어색하다고 여겼다면 왜 일까?


■ 미셸 푸코 책 번역도 하고, 강의도 하는 허경 박사가 강의 중 지나가며 전했던 말이 생각난다. 왜 명절 때, "강원도 언제 내려가냐? 서울 언제 올라오냐?"고 말하냐며 서울 중심주의(?)를 비난했다. 위도로 따지자면 강원도가 더 높기 때문에 "올라가고 내려가고"의 표현이 맞지 않다며, 왜 서울을 중심으로 생각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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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12-22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게 있었군요. 봤으면 좋았을텐데. 아까비.

2020-12-24 1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4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4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