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밥상
박중곤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 번째 만에 제대로 된 제목으로 사서님께 부탁드렸는데, 

먼저 [희망의 밥상]이라 했다. 곧 [생명의 밥상]으로 정정했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은 [종말의 밥상]이다. 인간 삶 근간인 "밥상"을 "종말"과 연결짓기 싫었던 마음이 작동했던 걸까?



 [종말의 밥상]은 이 분야 전문가인 박중곤이 썼다. 사실, 연중 읽는 책의 1/2은 건강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며 서가에도 온통 건강 책들인지라 웬만한 신간은 그다지 참신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 [종말의 밥상]에 설득당하며 읽은 이유는 저자가 반 평생을 이 분야에 헌신해온 현장의 활동가이기 때문이다. 저자 박중곤은  "바른건강연구소http://www.cosmoshealth.co.kr/?act=main"를 공동운영하기 전에는 농민신문에서 축산전문기자로, [전원생활] 편집장으로  활동 해왔다. 30여년간의 기자생활동안 전국의 농축수산물 생산현장을 탐사한 횟수가 무려 1200여회라니 존경스럽다. 직접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현장을 탐사하면서 발전시킨 문제의식은 몇 박스 분량의 참고문헌으로는 흉내낼 수 없는 힘을 글에 실어준다.


[종말의 밥상]이 2020년에 출간된 만큼,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의 확산, 대유행의 주기가 짧아지는 것을 인간의 식습관과 연관지어 설명한다. 다만 코로나의 주적으로 "박쥐" 니 "천갑산"을 타겟삼는 근시안이 아니라, 환경오염, 인간의 교만, 바벨탑, 사탄이 된 설탕, 중성화된 '내시 소'와 중성화되어가는 인간들 총체적인 면에서 접근한다. 그 외에도 이 분의 세계관을 짐하게 해주는 강렬한 문구들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저자는 상당한 경지에 이른 자연주의자로 보인다. 육식의 가혹함에 대비시켜 채식의 생명공존 가능성을 높이 산다. (아마 저자는 분명 강연장에서 "Vegetarian"인지 질문 많이 받을 듯 하다. 이토록 혹독하게 공장식 축산의 가혹함을 비판하는 것을 보면 분명 육류에 입을 대기 어려울 것 같다). 대부분의 건강지침서에서 유기농 채소와 현미를 언급하는데 이 책의 차별점이라면 시종일관 "제철음식"을 강조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연스러운 '제철음식'이라는 것은 단지 철마다 나는 음식만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거세 당하지 않아 야생의 성 호르몬 넘쳐나고 자연교배하게 되는 소, 돼지, 닭을 의미하기도 한다. 인위적으로 당도만 극도로 끌어올리지 않은 과일 본연의 신맛 등 오미를 이야기한다. 또한, 껍질째 먹는 양파, 뿌리째 먹는 시금치를 이야기한다. 


사실 나는 현미 좋은 건 알아도 하루 전에 현미 불려놓는 그 작은 수고조차 귀찮아서 백미를 주로 구매한다. 저자 박중곤의 음식관으로 보자면 "먹고도 손해보는 느낌 나는 밥"을 매일 먹는 셈이다. 게다가 여름이면 내가 최애 간식삼는 "오이맛고추"를 저자는 "매운 맛이 본분인 고추의 특성을 저버리고 허우대 멀쩡한 마마보이같은 수상한 농산물"(21쪽)라고 길게 설명한다. 청양고추보다는 오이맛고추에 절로 뻗어지는 내 손을 머쓱하게 만드는 표현이다. 그 외 음식을 두고 "마마보이"라 하는 표현은 본문에서 두 번이나 등장한다. 가공식품과 계절성을 파기한 음식 먹는 데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는 다소 "라떼는 말이야"식 권고로 들릴 수도 있겠다. 


저자 박중곤을 형사에 비유하자면 강력계 형사쯤 될 것 같다. 먹는 데 있어서 양보나 타협 없고 확고한 대의와 신념이 있다. 그런데 이런 신념을 주장만 하면 듣는 사람 버거울 텐데 박중곤은 여기에 더해 굉장히 실질적이고 구체적 대책도 제안한다. 요약해서 옮겨본다. 


1. 동물복지와 식물복지를 실천하고 제도화한다. 

2. 인구수를 줄인다. 

3. 동물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는다. 

4. "얼굴 있는 농수산물"(213쪽)을 확보한다.

5. 식품안전지수(FSI)를 개발, 실용화한다. 

6. 통곡식을 권고만 하는 차원이 아니라, 정부, NGO, UN, WFP, WHO까지 모두 나서서 총력적으로 통곡식을 확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좋은 책으로 8월 첫날을 시작하게 해준 박중곤 저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트렌디하지 못했던 건지, 어린이 독자를 타겟으로 "아름다운 부자 이야기" 시리즈가 출간되었다기에 잠시 혼란스러웠다. "위인전"이라는 단어 자체가 낡은 용어인양 밀려나고 "인물전"이 대세가 되어가는 21세기. 요즘 꼬마들은 베토벤, 황희, 심사임당보다는 동시대의 인물 봉준호, 손흥민, 아이유 이야기를 읽는다. 한 번 비딱한 마음 먹고 찾아볼까? 성공하고도 가난한 사람 이야기를 다룬 어린이용 책은 드물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성취를 이뤘고 물질적으로도 성취를 이룬 이들 이야기가 대세이다. 그래서 시리즈 제목만 보고 잠시 혼란스러웠다. 콕 집어, "아름다운 부자들"라니, 출판사는 아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 이 시리즈를 기획했을까? 궁금해서 집었다. 


[스웨덴의 자랑, 발렌베리 사람들]만 우선 읽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시리즈를 출간된 권은 모두 읽어야 겠다. 



André Oscar Wallenberg (1816-86) / CC0


[스웨덴의 자랑, 발렌베리 사람들]에서는 발렌베리 1세대인 앙드레부터 21세기에 활약중인 5세대에 이르기까지 인물을 가풍과 시대적 상황 속에서 조명한다. 특히, 나치의 검은 손길로부터 수만명 유대인의 생명을 구한 라울 발렌베리 이야기에 꽤 긴 페이지를 할애한다. 오늘 읽은 스티븐 스필버그 전기에도 유대인 박해의 이야기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는데, 한 번 제대로 공부해보자고 숙제로 남겨둔다. 


이 만화책에서는 소위 암투나 권력투쟁 없이 형제애와 인류애 아래서 소신있게 사회적 정의까지 실천하려는 발렌베리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아시아권 독자로서 먼 유럽인들의 무대 뒤 이야기를 알 길 없으니 일단 그렇게 접수하기로 한다. 가풍이라는 게 불과 2세대만 지나도 희석되거나 끊길 수 있을텐데, 만약 앙드레 발렌베리의 정신이 2020년의 발렌베리 후손들에게 정말 전해지는 거라면(이 책에서처럼), 존경의 박수를 보내드려야겠다. 특히, 교육과정에서 반드시 해양 경험을 통해 정신력과 체력을 기르게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따르기는 어렵겠지만....


출판사에서 친절하게 북 트레일러를 공유해주었다. 

이 시리즈의 다른 내용도 일단 훑어보기/

http://naver.me/x3g6eDFQ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네이딘 버크 해리스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제목을 보자마자, '읽어야 해' 신호로 받아들였다. 꼭 '트라우마'라 할만한 강력하게 지속되는 "불행"이 아니더라도, 언어적 폭력이나 우울한 감정에 몸으로 바로 반응해본 누구라도 궁금해봤을 질문이다. 400쪽이 넘는 이 책을 읽으면,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신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부제의 답을 얻으리라 기대했다. 물론, 저자 Dr. 네이딘 버크 헤리스Nadine Burke Harris가 이끌어준 덕분에 그 답 근처에 가보았다. 저자가, 얼핏 뻔해 보이는 위 질문을 뽑아내기 까지 얼마나 집요하게 탐색하고 애썼는지도 알게 되었다. 동시에 나는 캘리포니아 공중보건국장(Surgeon General)이자 소아과의사인 저자에게 반했다.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의 참고문헌 마지막장까지 꼼꼼히 다 읽고 난 후, 그녀의 인터뷰 동영상을 샅샅이 훑어냈을 정도로 반했다. (이 분, 한마디로 강골 엄친아! 어려서부터 오로지 의사를 꿈꿔왔다던 소신파. TED강연에서의 카리스마틱한 몸짓 언어, 그리고 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억양과 톤을 달리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면 동물적 예민함도 대단한 듯 하다.)


https://www.ted.com/talks/nadine_burke_harris_how_childhood_trauma_affects_health_across_a_lifetime?utm_campaign=tedspread&utm_medium=referral&utm_source=tedcomshare).



Christopher Michel / CC BY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2.0)



나딘 버크 해리스 박사는 UC버클리에서는 생물학, UC Davis에서는 의학, 다시 하버드에서 공중보건학을 공부했다. 이런 학문적 이력은 책 제목에도 반영되었다.원제 [The Deepest Well]은 공중보건 분야에서는 유명한 "우물"에서 따왔다. 하지만, 독자 시선 끌기에 능숙한 한국의 출판사는 제목을 보다 직설적([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으로 옮겨놨다.

원제 [The Deepest Well]에서 "well"이 1854년 영국 런던에서 John Snow가 콜레라 차단을 위해 손잡이를 제거하자고 제안했던 그 우물인지 예측할 독자가 얼마나 될까?(궁금한 분께는 [감염 도시]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저자 네이딘 버크 해리스 박사는 존 스노가 공동 우물의 펌프 손잡이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한 조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같은 우물물을 마신 100명 중 98명이 설사를 한다면, 계속 항생제 처방을 하는 대신 잠시 멈추고 '이 우물에 대체 뭐가 있는거지?'를 질문해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44쪽) 좀 풀어 말하자면 이런 내용이다. 아동기에 부정적 경험을 하면 몸과 마음 모두 상처를 입는 데다가, 그 경험이 세대에서 세대로 대물림되는데도 왜 이를 적극적으로 예방, 치료하지 않는 걸까? 박사가 소아과 전문의로 있었던 베이뷰 헌터스 포인트에는 유독 ADHD 아이가 많았는데, 이를 단순히 레탈린 등 약물 처방만 하고 방관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었다. 그래서 박사는 거진 10년의 세월을 투자하여 '부정적 아동기 경험'을 검사하는 프로토콜을 만들었고 건강 격차를 줄이기 위해 동분서주해왔다. 이제 치열하게 쏟아부은 거진 10년의 세월을 보상이라도 받듯, '부정적 아동기 경험 Adverse Childhood Experiences study)'를 토대로 한 그녀의 주장을 지지를 크게 받고 있다.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는 네 아들의 엄마이자 캘리포니아 주를 위해 일하는 고위공무원 그리고 자메이카 출신 이민자 2세대로인 저자의 삶이 녹아 있는데다가 적절한 시점마다 공중보건, 심리학, 의학, 뇌과학, 사회복지 등 여러 분야의 연구 성과들을 독자에게 쉬운 말로 설명해준다. 400페이지의 글을 단문 몇개로 요약해본다.


18세 이전에 불행(단순히 물질적 빈곤으로 인한 불행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 등 포괄적 의미에서)을 겪은 이들의 기대수명이 짧고 더 건강하지 못한 것은 그저 사회불평등 개선으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의학적 개입만으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대중이 오해하는 것처럼, 피부색이 검거나 갈색이면서 가난한 그 누군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쉬쉬하며 외면할 뿐, 많은 어른들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다. 어린시절 부정적 경험이 성인기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데이터로, 즉 과학적으로 확인된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떻게 이를 바로 잡을 것인가?인데..... 저자는 그 중 하나로서 ACE선별검사를 통한 '빠른 진단'을 제안한다. 혹자는 이런 접근법을 사회 주변인들을 두 번 낙인찍는 것이라거나, 고통의 의료화라며 맹비난하지만 저자는 이미 이 문제는 생물/문화(사회), 문제있는 그들/괜찮은 나라는 이분법을 넘어선 문제라고 확신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가 안고(있을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하면서도 저자는 정작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문제를 조망하고 있지 않나 싶었다. 한 마디로, 저자 자신의 경험이나 왜 이 분야에 헌신하게 되었는지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내겐 도움이 필요했다"라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397쪽부터가 반전이다. 저자의 강렬한 개인사가 등장한다. 저자 스스로 자신이 "타인과 내면에 주파수를 잘 맞추는 자신만의 작은 초능력(404쪽)"을 가지고 있다 했는데, 나도 저자와 내면의 주파수를 맞췄는지 책 읽다 울었다. '이분은 그런 이유로 이토록 헌신할 수 있는 거였구나. 공중보건에서의 문헌들을 읽다가 종종 마주치는 극도의 소명의식 가진 의사들, 그 공통점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문장을 소개하며 리뷰를 마친다.

"나는 모든 동네의 모든 우물들을 조사하고, 그 우물들이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다는 사실뿐 아니라 더욱 중요한 사실, 바로 그 우물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32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코로나 사피엔스 - 문명의 대전환, 대한민국 대표 석학 6인이 신인류의 미래를 말한다 코로나 사피엔스
최재천 외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이 적었다면, 힘들어졌겠다. 통화량도, 카톡량도, 대화량도, 활동 반경과 에너지소모량도 꾸준히 줄고 있지만 책 덕분에 평정심을 유지한다. 오늘도 친구 여럿, 데려왔다.





그 중에서 6월부터 리딩리스트에 올렸던 [코로나 사피엔스]부터 대뜸 집었다. "Q&A 인터뷰 모음집" 인지 몰랐다. 유발 하라리 명성 덕에 많이 팔렸을 [초예측]을 읽던 때의 당혹감도 올라왔다. 그보다 훨씬 충실한 짜임이다. CBC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의 진행자가 대중에게도 많이 알려진 여섯 분과 대화했다. 대화는 ㄱ, ㄴ 순서가 아니라 최재천, 장하준, 최재붕, 홍기빈, 김누리, 김경일 순서로 수록했다. 실은, 여섯 분의 좋은 말씀 중에 나 역시 최재천 교수의 말씀이 가장 뚜렷이 머릿 속에 남았다. 대담자 모두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진 못할테고, 어쨌거나 이전과 다른 삶이 예정된 것이라는 전제 하에 "어떻게 살아야할지, HOW"를 이야기한다.




최재천 교수는, 인간 때문에 감염병의 창궐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질 것이기에 당장 화학백신(코로나19백신 등)을 내놓아도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 한다. 바이러스는 인간과 공존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기에 퇴치나 박멸이 아닌, 질서를 잡아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바로 "생태백신"과 "행동백신"을 통해서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현재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행동백신에 해당하고, "자연을 건드리지 않는" 삶은 생태백신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학명 그대로 현명한 호모 사피엔스로 미래를 이어나갈 수 있다.


켐브리지 대학교 장하준 교수는 코로나로 인해 1929년 대공황,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도 예측한다. 따라서 과감히 돈을 풀어야 하는데, 금융이 아닌 사람(생명, 공공, 복지)에 쏟아부어야 한다고 제시한다. 구체적으로는 "자영업자 보호," "노동의 가치에 대한 재인식(예를 들어, key worker=essential employee의 경제기여도에 대한 재고)," "돌봄 경제care economy를 통한 연대 강화,"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살리는 경제"로의 근본적 개혁을 주장한다.


칼폴라니사회경제 연구소장으로 잘 알려진 홍기빈은 코로나 19가 "생활의 도시화, 가치의 금융화, 환경의 시장화(생태위기), 산업의 지구화"라는 자본주의 문명의 네 기둥을 모두 흔들어 놓았다고 진단한다.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인류에게는 "만들어 나가고 싶은 미래를 향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 결단을 위해 홍기빈 소장이 제안하는 세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사회적 방역 시스템 갖추기

2. 고용보장제 (최저임금)

3, 소비주의 반성. 삶의 자세에 대한 근본적 성찰.

이 원칙을 기반으로 "인간과 이웃과 자연이 함꼐 지복을 누리는 좋은 삶,"(125쪽)을 상상해볼 수 있다. 상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결단할 수 있다.


정관용은 최재붕 교수를 "진화 인류학자"로 소개하던데...(???) "서비스융합디자인학과" 교수이다. 기계공학을 전공했지만, 진화론이나 심리학을 접합하여 [포노 사피엔스]라는 책을 내었다( 나, '포노 사피엔스' 아니라 '꼰대 사피엔스'인가 조바심을 느끼게 했던 책이다) E-sport 등을 규제하자는 이들을 최재붕 교수가 달갑지 않게 본다.). 최재붕 교수는 "디지털 문명"은 이미 정해진 미래이기 때문에 뉴 노멀을 만들고 기성세대도 새로운 디지털 문명에 적응해나가야한다고 제언한다. "새로운 일자리는 애써 만들지 않으면 없어지기만 할 뿐 저절로 만들어질 수는 없습니다. 지금이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93쪽)


독일에서 유학했고, 독일유럽연구센터의 소장인 김누리 교수는 좀 색다른 이야기를 했다. 코로나 19가, 특히 "전세계에서 미국화가 가장 심한 한국"(136쪽)이 미국을 무조건 추종하는 게 아니라 비판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었다고 말한다. 상대적으로 그 동안 낮춰보던 "우리"를 재발견했다고 한다. 또한 "야수자본주의(독일의 헬무트 슈미트 총리가 즐겨 사용하는 말로서 자본주의를 자유롭게 놓아두면 인간을 잡아먹는 야수가 된다는 뜻)"의 치명적 결함에 눈뜨고 프레임을 전환해야한다고 본다. 한마디로 현재의 자본주의를 폐기 혹은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 홍기빈 소장, 장하준 교수의 주장과 큰 맥을 같이 한다.


심리학자 김경일은 코로나19가 행복의 척도를 바꿀 것이라고 예견한다. 인용해본다.

"want에서 like로 행복의 척도가 바꾸니다. 코로나 19 사태를 낳은 지금의 문명은 사회가 주입한 경쟁, 비교의 원트를 기반으로 한다. 원트에는 만족감이 없고 무한 욕망만이 있을 뿐이다. 이런 원트를 정당화하고 제도화한 문명은 원트를 더 갖기 위해 찌르고 파괴했다..."

나르시시즘적 도취에 빠져있던 호모 사피엔스가 아이러니하게도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19를 통해 자신들을 열일 제껴놓고 성찰하게 된다. 그래야 코로나 사피엔스로 끝나지 않고, 최재천 교수의 말처럼 학명답게 지혜로운 사피엔스로 생존할 수 있을 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 읽는 고양이 라임 그림 동화 24
크리스토스 지음, 릴리 슈맹 그림, 이세진 옮김 / 라임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속독을 하는 편이라, 장르에 따라서는 1권 읽는 데 60분도 넉넉하다. 그런데 일단 휴식모드 조명 해놓고 스마트폰 손에 쥐면, 어플 옮겨 다니는 사이 120분이 훌쩍 사라진다. 배터리 잔량 보고 뜨악해서 폰을 내렿놓지만 이미 책 책 1권 읽을 시간은 스스르 증발해버렸다. 꺼이꺼이. 


mohamed mahmoud hassan/CC0


1일3식 챙기듯 책 읽어온 어른이 이 지경인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스크린에 터치만 하면 새로운 영상과 소리를 뻥뻥 터뜨려주는 스마트 기기가 있는데 책은 무슨! 게다가 코로나 19로 공공도서관 출입이 사실상 불가(Driving Through제외)해진 상황에서 수천, 수만권 책들이 주는 장엄한 신비감은 무슨 얼어죽을! 책과 친해지기 어려운 세상이다. 



[책 읽는 고양이]의 주인공 블라디미르가 "책 읽는 재미 앍기 어려운 세상"에 사는 어린이들의 모습이다. 

블라디미르는 엄마를 따라 도서관을 처음 찾았다. 별거 없어 보이는데 엄마는 책이 "마법과 같다"고 말했다. 기대감에 들뜬 꼬마 고양이는 책을 공중에 던져 보았지만 날아오르지 않고 툭 떨어졌다. 책에 큰 소리로 말을 걸어보았지만 책은 조용했다. 책을 건드려보았지만 아빠의 테블릿 PC처럼 현란한 영상으로 화답해주지 않았다. 

별 거 없었다. 그냥 책으로 집짓기 놀이, 괴물 만들기 놀이나 하련다.



도서관에서 간혹 커피 흘린 책, 찢어진 책 발견할 때마다 조용히 분노하는 나로서는 솔직히 이 그림책을 읽으며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꼬마 고양이들이 대범해서.... 거리낌 없이 도서관 책들을 던지고, 쌓고, 구부리고, 진열순서와 상관없이 헤집어 놓는다. 더욱 놀라운 건, 엄마 고양이가 이를 보고도 전혀 제재하지 않는다... 물론 그림책이기에 어떤 상상도 가능하지만, 꼬마들이 읽고 흉내낼까 조마조마. 



다행히 꼬마 고양이 블라디미르는, 더 이상 책을 던지고 쌓고 구기며 놀 필요 없어졌다. 엄마가 서가에서 찾아와 읽어준 그림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다른 세계로 유영하는 마법의 양탄자를 타게 되었으니. 꼬마는 책이야 말로, 한 공간에 머물면서도 시공을 초월하게 해주는 마법임을 깨닫는다. 


[양들의 침묵]을 꽤 어렸을 때 보았다.  청불이었을 영화에서 잔혹한 장면보다도 이상하게 내 머릿 속에 강렬하게 각인된 것은 주인공 한니발 렉터 박사가 TV나 신문 등 잔재미거리가 없어도 상상만으로도 유희를 즐길 수 있는 캐릭터였다는 점이다. 손에 쥔 게 아무 것도 없는데, 볼 거리 하나 없는데 생각만으로 지루할 틈이 없는 게 뭔지 굉장히 궁금해했던 기억이 난다. 


책이야 말로 그렇다는 걸 [책 읽는 고양이]라는 꼬마용 그림책이 알려준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20-07-18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기에 빠지기엔 너무 유혹적인 것들이 세상에 많죠. 특히 아이들이 그래요.
그래도 알라디너들은 꿋꿋이 책을 읽죠. 리뷰를 올리는 블로그가 있어서 그런 것도 이유가 될 듯해요.

2020-07-21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