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글쓰기
니콜 굴로타 지음, 김후 옮김 / 안타레스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은 느낌을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담백한 수채화를 감상한 느낌이라고 할까글쓰기를 하는 과정에서 맞이할 수 있는 상황을 열 개의 계절로 표현하다니그 참신한 비유에 공감하면서도 어떻게 그런 표현을 이끌어 냈을까 궁금했다이 책의 제목이 나오게 된 것은 메리 올리버(Mary Oliver)의 시 <아침 Morning>에 나오는 시 구절의 일부를 활용했고 각 장의 ‘~의 계절은 함께 일하던 옛 동료의 여자의 삶은 계절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에 무척 공감한 나머지 이야기의 주제로 끌어낸 듯하다어쩌면 너무 사소해서 지나칠 것 같은 말을 흘려듣지 않는 시인의 촉각이 느껴졌다.(니콜 굴로타는 일곱 살 때부터 나만의 이야기를 상상했고 운율이 있는 노랫말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시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아침에 고양이가 깨어나 기지개를 펴고 그릇에 담긴 우유를 마시고 정원으로 나가 잔디밭을 거닐다가 풀 위에 앉는 장면이다그 모습을 보고 시인은 있는 그대로의 말로써 무엇을 더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데니콜 굴로타는 감탄하며 예찬하는 것이다삶에 주목하고 있는 시인 자신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며 이것이야말로 작가의 일이라고관찰하며 주목하고 기록하는 일이 작가가 하는 특별한 작업이라고.

 

 여기서 말하는 열 가지 계절은 시작의 계절의심의 계절기억의 계절불만의 계절돌봄의 계절양육의 계절문턱의 계절눈뜸의 계절피정의 계절완성의 계절이다3시간 단위로 아이에게 젖을 먹여야 하고 기저귀를 갈아주며 배변 기록을 하는 등 어린 아이를 양육하면서 글쓰기를 했다는 게 놀라웠다생각해 보라잘 자다가도 무엇을 할라치면 귀신같이 일어나 울음을 터뜨리는 어린아이를 키우던 때를하지만 작가가 되기를 염원했기에 하루에 한번한 번에 한 단어씩이라도 쓰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주변 환경의 변화는 불편했지만 오히려 글쓰기라는 행위 자체가 큰 위안이 되었다고 한다그래서 이 에세이는 아름다우며 치유의 책이라는 스테프 페라리의 추천 평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열 가지 계절 중 특히 공감할 수 있었던 몇 가지를 소개해 보겠다각 장의 이야기는 작가가 경험한 하나의 에피소드마다 의식과 루틴’ 코너를 곁들여 마치 처방전처럼 독자들이 적용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그것을 따라하다 보면 글쓰기 과정에서 부딪히는 상황의 문제를 해결하게 되고 복잡한 마음이 슬슬 풀릴 것 같다.(읽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되는 듯 마음이 편안해진다신기하다.) 

(P118~119 불만의 계절)


 

1.시작의 계절(The Season of Beginniings)


 한계 상황에서의 글쓰기

 

꽃을 잘 피우기 위해서는 매일 또 매주 단위로 잘 돌봐야 한다.

(중략)

글쓰기 또한 이런 식으로 해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려고 애쓰며, 한 번에 단 한 문장이라도 쓰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어떤 경우에는 그 정도가 내가 하루 내내 쓴 전부일 때도 있지만이런 식으로라도 결국 책 한 권을 완성할 수 있다.(P27)

 

 무슨 일이든지 시작이란 마음에 부담을 주기도 하지만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굴로타는 작가로서 삶을 시작했거나 아직 작가로서 이름을 얻지 못했더라도 꽃에 물을 주고 돌보듯이 글쓰를 해나가야 한다고 말한다한 번에 한 문장 밖에 쓰지 못했더라도 그것으로 충분하고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다고하루 10분의 글쓰기일지라도 결국은 책 한 권을 완성할 수 있다고 용기를 준다.

 

 글쓰기의 시작은 언제나 당신 혼자만 겪는 일이다당신의 글이 수많은 사람에게 연결되고 전달될 잠재력 또한 당신에게 달려 있다어두운 숲속을 천천히 통과해가까이 가기 전까지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아름다운 그곳으로 들어가야 한다. 첫걸음을 내디뎌 첫 문장을 썼다면이제 숲에서 나오는 유일한 방법은 그곳을 통과하는 것뿐이다.(P41)

 

 글쓰기를 오랫동안 해왔지만 시작은 언제나 어렵다글쓰기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숲속을 통과하는 일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숲길을 들어왔다면 거기를 빠져나와야만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글쓰기의 과정이 아무리 어려울지라도 끝까지 마무리를 해야만 수많은 독자와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3장 기억의 계절(The Season of Going Back in Time)

 

<의식과 루틴>- 나만의 호수를 찾아서

 

당신 자신의 이야기가 담겼던 글쓰기 기억과 경험을 기억하는 일은 모든 작가로서의 삶에 매우 유용한 연습이다이 짧은 시각화 작업은 당신의 잠재의식이 자신을 도와주기 위한 방법이다.(P77)

 

 내가 호수 앞에 서 있다고 상상하면서 만나고 싶은 기억을 떠올려보고 그것을 자유롭게 적어볼 것을 권하고 있다이 계절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의식적으로 찾아 들어가는 계절이라고 했다또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며꾸준히 작가의 길에 머물 수 있도록 해주는 계절이며 자신의 기원을 밝히는 연습이란다긴 시간 동안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자신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노력을 통해서 스스로에게 용기를 북돋아줄 수 있다고 했다. 기억을 되살려내는 나만의 호수를 떠올리는 연습을 종종 활용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글을 쓰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좀 더 편안하지 않았을까 하고 고민해본 적 없는가아니면 모든 세세한 거들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가능한 한 질문도 하지 않으며미완성된 상태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기록하지 않으면서 산다는 게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은나는 그런 적 있다그러나 우리는 글쓰기를 떨쳐낼 수 없다. 당신의 열망은 흐릿해질지언정 사라지지 않는다우리는 최선을 다해 글을 써야 하고 그럴 수밖에 없다글쓰기 욕망이란 그런 것이다.(P87)

 

흑인 여성 문학가(마야 안젤루(Maya Angelou)

당신의 이야기를 내면에 간직한 채 참고 있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은 없다.”(P88)

 

 글쓰기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글쓰기에 대한 욕망은 떨쳐낼 수 없다고 하는 말에 무척 공감이 간다그러면서 자신의 창작 역사를 존중하는 것은 글쓰기 작업에 연료를 공급하는 일 중 한 가지 방법이라고 덧붙인다.

 

5장 돌봄의 계절(The Season of Listerning to Your Body)

 

몸이 먼저다자신을 돌보지 않으면 최고의 작품을 만들 수 없다글쓰기는 평생의 추구이기 때문에 항상 스스로를 챙기고 가꾸어야 한다. (본문 도입부)

 

특히 글쓰기는 작가의 삶과 동행하는 것이기에 서둘러 앞서지 말아야 하며어떤 계절이 오든지 포용함으로써 설사 5분이라는 짧은 한계 상황 속에서라도 묵묵히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면 된다이것이 글을 잘 쓰는 기술이다이것이 느린 글쓰기다.(P141)

 

<의식과 루틴>-느린 글쓰기 연습

 

 느린 글쓰기는 적게 쓰는 것이 많이 쓰는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을 두고 있다또한 글쓰기의 삶은 길게 보고 가는 것이기에 서두르거나 경쟁할 필요가 없으며스스로를 탈진 상태까지 몰아넣을 까닭도 없다는 생각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P143~144) 


 여기에 덧붙여직관에 따라 계획을 세울 것자신의 몸을 최우선으로 할 것과욕을 부리지 말고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면 쓸 것다른 사람의 글쓰기와 비교하지 말아야(매우 중요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느린 글쓰기 사고방식을 글쓰기 삶과 통합하기 위한 지침을 이야기한다몸을 먼저 돌보라는 것느린 글쓰기를 지향하는 것이 최고의 작품을 쓸 수 있다는 말을 명심해야겠다.

 

(P168. 6장 양육의 계절)


 여성이 작가의 삶을 살면서 출산과 양육의 시간을 보낸다는 건 어떤 것일까나는 이런 시기를 다 보내고 나서 글쓰기를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니콜 굴로타는 양육을 하는 과정의 시간을 내 것이 아닌 시간이라고 표현했다돌이켜보면 너무 공감할 수 있는 말 아닌가. 2주 동안 빨지도 않은 헐렁한 운동복 바지만 걸친 채 냉동실에 얼려두었던 머핀을 데워 먹으며 무슨 요일인지도 모르고 살았단다이 책을 쓰기로 계약을 하고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쓸 수 없다면 절대로 끝낼 수 없다고 선언을 했다고 한다하지만 양육을 하는 엄마가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 있을 턱이 없다꾸준히 쓰는 것이 힘들다면 하루에 딱 한 줄이라도 쓰기를 권하고 있다. 작가는 노트를 침대 곁에 두고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 한 줄을 적었단다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이 떠오르는 부분이다.

 

7장 문턱의 계절(The Season of Liminal Space)


니콜 굴로타는 이 계절의 비밀은 이 시기에 우리의 영혼은 변화한다는 것이고 이러한 불확실성을 환영해야 한다고 한다그러면서 그 처방전을 아래와 같이 제시한다.

 

나는 불확실함에 만족함을 받아들인다.

나는 평화롭게 기다린다.

나는 듣고호흡하고반복한다.

나는 미래가 희망적이다

나는 내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다.(P186)

 

글쓰기가 잘 나아가지지 않더라도 그것을 인정하고 기다리고 미래를 희망적으로 생각하라는 것이다참으로 위로가 되는 조언이 아닌가읽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문턱의 계절에서는 창조적 측면이 침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당신이 어떤 일을 마치고 다른 일을 시작하기 전이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있는 때라면 글쓰기 능력이 빛을 잃었다는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다그러나 그 어둠 속에 기회가 있다콩을 씻는다든지 감자 껍질을 벗기는 일을 떠올려보자단조롭고 예측 가능한 루틴은 당신이 손을 분주하게 움직이는 동안 마음을 자유롭게 풀어줄 수 있다.(P192)

 

내 글의 절반은 채소를 써는 동안 나온다내가 콜리플라워 대가리를 잘라낼 때 내 머릿속에는 문장들이 휘젓고 다닌다.”(P192)- 에린 보일(Erin Boyle)(단순한 문제들(Simple Matters) 

 

 니콜 굴로타는 작가이자 칼럼니스트강연가블로거콘텐츠 개발자요리 레시피 연구가 등 다양한 역할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첫 번째 책으로 음식과 글쓰기를 융합한 이 시를 먹어라시에서 영감을 얻은 레시피로 차린 문학의 향연Eat This Poem: A Literary Feast of Recipes Inspired by Poetry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 책의 바탕이 된 글쓰기 커뮤니티 와일드워즈(Wild Words)'를 만들어 예비작가들의 내적외적 성장을 돕고 있다 한다생각해 보니 이 책의 제목 있는 그대로의 글쓰기는 니콜 굴로타가 글쓰기에 완벽한 상황이 아닌출산과 양육의 상황이라는 힘들 수도 있는- ‘있는 그대로의 삶에서 쓴 이야기라는 중의적인 의미로도 생각되었다그래서 더욱 대단하게 생각되었고 감동적이었다나도 글쓰기를 하면서 종종 막막한 상황을 맞기도 했는데 많은 위로와 힘을 얻었다그리고 틈새 시간을 활용할 정도로 한계 상황의 글쓰기를 해야 했던 저자의 열정적인 글쓰기 자세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글을 쓰고 있다면 모두 작가라는 말이 있다자신의 글쓰기가 항상 마음에 드는 건 아닐 것이다좀 더 성장하는 글쓰기를 원하는 독자에게 권하고 싶다위로와 치유와 반성의 시간을 통째로 선물해 줄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동일의 공부법 - 한국인 최초 바티칸 변호사의 공부 철학 EBS CLASS ⓔ
한동일 지음 / EBS BOOKS / 202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독서의 계절에 딱 어울리는 가을 리뷰 이벤트가 공지되면서 대상이 된 책들의 목록이 눈에 들어왔다. 3년 전에 라틴어 수업으로 한동일 교수를 만난 적이 있기에 망설이지 않고 이 책을 선택했다한국인 최초동아시아 최초 로타 로마나 700년 역사상 930번째 변호사가 되었다는공부에 있어서 타의추종을 불허할 만한 저자가 아닌가공부를 좋아하지만 어쩐지 나의 공부는 끝이 없고 질질 끌려 다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저자의 공부법이 궁금했다몰입하다시피 하며 다 읽었는데 리뷰를 어떻게 써야 할지 오랫동안 고민했다공부법에 대한 책을 꽤 읽었지만 다른 책에서 느끼지 못했던 울림이 한동안 이어졌기 때문이다공부를 대하는 자세와 철학에서 장인정신이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언어의 벽에 부딪히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결국 이루어낸마치 웅장한 서사시의 영웅을 떠올리게 했다가슴에 콕 박히는 라틴어 문장이며 고풍스러운 사진 속 풍경과 어우러져 더욱 그런 분위기를 자아냈다참으로 진지하고 한시도 낭비 없는 삶을 살았을 것 같은삶에 대한 경건한 예의가 느껴졌다가히 공부의 달인공부의 신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그런 내공을 쌓기까지 지난한 시간을 어떻게 견디어냈을까 존경심이 마구 일었다좀 더 일찍 이 책을 만났다면 다른 인생을 살고 있지 않았을까하지만 지금 만났어도 충분하다나의 공부하는 과정을 돌아보면서 힘을 얻었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안내받은 느낌이다.


 


 

 먼저 띠지에 적힌 나는 공부하는 노동자입니다라는 말부터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그런데 이토록 밝은 표정을 한 모습의 노동자라니그 단어가 주는 무거움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오히려 승자가 맛볼 수 있는 여유와 온화한 웃음이 미소를 짓게 했다공부란 자기와의 약속자기와의 싸움이나 마찬가지다여기서 저자는 공부를 한다는 건 자신을 가두는’ 일이라고 했다이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힘들었던 가정 형편 때문에 일찌감치 철이 들었고 이렇게 치열하게 공부하며 살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녹록치 않은 여정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유학을 시작하면서 스스로 공부하는 노동자로 규정지었다 한다아프고 상처투성이인 자신의 과거를 펼쳐 보이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그래서 이 책은 저자 개인적으로는 치유의 시간이며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함께 생각할 게 한 가지라도 남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썼다고 한다공부법에 대한 책이 넘치는 가운데 다른 책과 달리 공부 방법을 기술했다기보다는 저자 스스로 공부의 최전선에서 경험한 어려움이나 그 과정을 극복했던 생생한 에피소드가 들어 있어서 더 몰입하며 읽을 수 읽었다무엇보다도 공부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힘든 상황에 마음을 다스리고 정신적으로 무장할 수 있는 이야기와 정곡을 찌르는 라틴어 문장이 곁들여져 있어서 더욱 좋았다오직 결과만으로 인정받는 공부라는 직업에서는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자세는 선택이 아니라 힘겨운 과정을 버텨내기 위한 필수 요소라고 했다공부를 직업으로 여겼던 것이다. 여기서 보통의 우리와 다른 공부에 대한 철학이 느껴졌다일시적으로 성과를 내고 마는 일이 아니라 평생 하는 일로 여겼던 것이다마치 성실한 가장이 가족을 위해 평생을 바치는 것처럼 공부에도 직업정신으로 임했던 것이다여러 이야기 모두 깊은 울림을 주었지만 특히 감동적이고 강한 인상을 남긴 부분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몸을 가두고 그냥 하는 힘

 

 사람들은 왜 공부를 하는 것일까또 나는 왜 공부를 하는 것일까누구나 좀 더 나은 인생을 위해서 또는 조금 더 성장하고 싶은 마음에 공부를 할 것이다좋아서 하는 공부지만 힘들 때가 종종 있다왜냐하면 언제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고얼마만큼 해야 하는지 그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오래 전 공부하다 중단했던 일본어 공부를 다시 붙잡고 있는 나를 돌아보며 이 책에서 무엇을 배워서 어떻게 활용할까 생각하면서 읽었다한재우의 혼자하는 공부의 정석에서 여러 연구에 의하면 공부가 꿀처럼 달기만 하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얘기를 보았다그러므로 공부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동력을 끌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해야 할 이유를 찾음으로써 나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공부하는 사람들은 더 재미있는 외부의 유혹을 뿌리치고 공부를 선택한 것이다그래서 공부는 몸을 가두는 것이라는 말에 깊은 공감을 하게 된다몸을 가두는 건 운동도 마찬가지라고 했다국가대표 선수들도 선수촌에 들어가 집중적으로 훈련하며 필요한 기술을 익히는 공부를 하는 거라고 했다운동 전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고 있는 김연아 선수에게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하는 거죠” 라고 했단다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또 발레리나 강수진도 자신이 받는 찬사와 성공의 결과는 그저 일상적 반복으로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이다공부를 하는데도 중요한 것은 많은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하는’ 것을 정해진 루틴으로 만들라고 했다몸이 공부를 기억하도록 생각은 단순화 시키고 그냥 규칙적으로 해나가라는 것이다.

 

 공부를 하려고 책상 앞에 앉아도 바로 집중하기가 힘들다마음속에서는 온갖 생각이 부유하고 손에서 스마트폰을 떼어놓기가 힘들다쓸데없이 책상을 정리하고 청소를 하다가 시간이 훌쩍 지나기도 한다이런 경험은 누구나 해 보았을 것이다이제 그냥 하는습관으로 몸이 공부를 기억하도록 훈련을 해야겠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얼마만큼 흘러넘치게 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이 문장을 접하고 나는 깜짝 놀랐다책읽기를 마치고 나서도 마음속에서 계속 맴돌았다다른 공부법 책에서 공부의 양을 언급할 때 이렇게 시적인 비유로 말하는 문장을 본 적이 없다한동일 교수는 공부한다는 것은 마치 하늘에서 내리는 비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좋은 성적을 내거나 스스로 실력이 향상됐음을 느낄 정도가 되려면 땅속까지 충분히 적시고 밖으로 흘러넘치는 빗물과 같아야 한다고.


 예를 들면시험 준비는 100%를 준비해서 20%를 발휘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거나 합격하는 것이라 했다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60%정도만 공부하고 100% 실력을 바란다고 했다이게 바로 도둑놈 심보라는 것이다돌아보니 내가 그랬다빗물이 땅을 흠뻑 적실 정도는커녕 가랑비가 내리는 양 정도의 공부만 흉내 냈다는 생각이 들었다마른 땅에 내린 가랑비가 금세 말라버리는 것처럼 그런 공부를 했으니 돌아서면 잊어버렸던 것이다대충 공부하면서도 좋은 성과를 기대하곤 했던 나를 반성하게 했다.

 

자신을 신성시 하라

 

 공부를 선택하고 그 길을 가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아마도 자신에 대한 믿음이 아닐까이 책에서 한동일 교수는 공부라는 자체가 이미 도박의 과정과 비슷하다는 말도 했결과가 나오기 전 까지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참 재미있고 위트 있는 비유라고 생각했다생각해 보니 보통 사람들이 공부하다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믿음을 가지고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힘든 순간엔 남을 탓하기 쉽지만 아무리 남을 원망하고 화내도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해결을 위한 열쇠는 오로지 자신만이 가지고 있습니다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위로하고 존중해야 합니다자신이 해낼 수 있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 사람이 결국 끝까지 갑니다. 저는 좌절할 때마다 이렇게 자신을 위로했습니다.


Qui se ipsum norit(noverit), aliquid se habere sentiet divinum.

퀴 세 입숨 노리트(노베리트), 알리퀴트 세 하베레 센티에트 디비눔.

스스로를 아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신성한 무엇을 간직하고 있음을 느끼리라.(P131) 

 


 가족이나 친구세상 사람들이 나의 꿈을 응원해 주지 않고부정적인 평가에 시달릴 때도 내 안에 신성한 무엇이 있다는 믿음으로 자신을 끊임없이 위로하고 다독였다고 한다나도 공부를 하다가 지칠 때 마다 이 문장을 되새기며 힘을 얻어야겠다.

 

행운을 부르는 가장 좋은 방법이 공부

 

저는 행운이 찾아오도록 준비하는 사람입니다저는 공부라는 노동을 통해 운을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타인의 성공을 시샘하지 않고 행운이 찾아올 때를 기다리는 공부하는 노동자입니다운은 찾아가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준비한 자에게 찾아오는 겁니다.

(중략)

여러분은 어떤 운이 찾아오도록 준비하고 있습니까그리고 준비를 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여러분이 생각하는 운은 무엇입니까?

 

Faber est suae quisque fortunae

파베르 에스트 수에 퀴스퀘 포르투내

운명을 만드는 사람은 바로 자신. (P153~154)

 

 저자는 공부라는 노동을 통해 운을 준비하는 사람이라고 했다행운이 찾아오도록 준비하는 사람이란다세상에나는 공부를 하면서도 행운이라는 단어와 연결시켜 생각한 적이 없는 것 같다그저 얼른 해치우고 성과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급한 마음과 달리 성과를 앞당기지도 못했으면서행운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공부를 했으니 그 기나긴 과정을 견디고 공부와의 대결에서 승자가 되었던 것이다역시 공부의 대가는 생각하는 것도 남달랐다그래도 내가 공부를 좋아해서 다행이라고 생각되었다내가 하는 공부가 언젠가 맞이할 행운을 부를 수 있는 일에 동참하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공부를 하다가 힘들 때마다 이 문장들을 소리 내어 읽어보며 마음을 다스려야겠다.

 

중간태로 살아도 좋다

 

 수동태와 능동태는 들어봤지만 중간태라는 말은 처음 들어보았다공부하는 과정을 라틴어 문법의 동사 중간태에 비유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수동태와 능동태처럼 딱 떨어지는 주체가 아니라 이쪽과 저쪽’ ‘그 사이를 의미한다고 했다. ‘중간태를 오늘의 맥락으로 말하면 무엇 같은 상태’, ‘무엇이 되어가는 과정’, ‘무엇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상태라고 한다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을 보더라도 중간태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어떤 일이든지 시작이 있고 결실을 보기까지의 과정이 있다는 것을 떠올릴 때 금세 이해가 된다무언가를 시작했지만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고 중단한다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 것이다그래서 힘들더라도 일단 시작한 건 어떻게든 끝을 맺어야 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잘하든 못하든 끝까지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근성과 내공이 생기고그것은 생활양식까지 바꾸게 된다고 했다이 비유를 통해서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중간태라는 무엇이 되어가는 과정을 즐기며 상상하고 끝내 해내겠다는 신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리고 나도 기꺼이 중간태의 과정을 살아가면서 매듭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일본어공부를 열심히 해서 번역가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하지만 사실은 겁난다그런데 이 책을 읽고 마음이 바뀌었다황당한 꿈으로 생각하며 한계를 짓기 보다는 일단 실험해 보자고나는 그 꿈을 위해 먼저 30권의 원서를 읽으며 실력을 키우겠다는 목표를 정하고 실천하는 중이다그 목표를 완수하고 나서 가부(可否)를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어차피 늦은 건 사실이니까꿈조차 꿀 수 없다면 그 자체로 가혹한 일이 아닐까지난 8월에 읽은 클래식 클라우드 헤세에서 정여울 작가도 우리가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은 외로울 용기와 가난할 용기라고 했다누가 인정해 주지 않더라도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해보지도 않고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것은 어떻게든 빠져나가려는 핑계를 찾는 것인지도 모른다.

 

 평생 공부의 시대라고 한다많은 사람들이 이 말에 공감하면서 공부를 시작하지만 매듭을 짓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저자는 30년을 공부하고도 자신의 진짜 공부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한다지금 보이지 않는 형틀로 몸을 가두고 공부를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저자의 공부를 대하는 태도와 철학을 알고 나면 공부는 더 이상 참아야 할 고통이 아니라 행운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될 것이다공부하는 모든 이들의 건투를 빈다.

 



******

한동일 교수님 감사합니다.

진솔하게 풀어주신 공부와 삶 이야기가

공부하는 이들에게 열렬한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좋은 책을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의 마음을 흔드는 건 다 카피다 - 좋은 카피를 쓰는 습관 좋은 습관 시리즈 5
이원흥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좋은습관연구소의 습관시리즈 중 다섯 번째 책이고 나는 세 번째로 읽게 된 책이다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던 이유는 카피라이터의 직업의 세계가 궁금했고 『책은 도끼다』로 유명한 박웅현님의 단독 추천에 무엇보다 깔끔하고 멋진 표지 디자인에 반했기 때문이다.

  



 


  역시 실물을 받아보니 마음에 꼭 들었다짧은 문장에 전하려는 메시지를 농축시켜 명문장을 뽑아내는 카피라이터의 책답게 시집처럼 얇은 두께감과 표지디자인이 손에 착 달라붙는다저자 이원흥은 광고 카피만 카피랴남의 마음을 흔드는 건 다 카피다.” 라고 주장하는 28년차 카피라이터다고려대 불문학과를 나와 제일기획 카피라이터로 광고에 입문하여 컴온한컴, TBWA에서 크리에이티브 담당 임원을 거쳐 현재 농심기획 대표이사를 지내고 있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삼성), 장애라는 말이 장애가 되지 않는 사회(삼성), 오징어 없는 짬뽕이 짬뽕이니?(오징어짬뽕등의 카피를 다수 썼다.

 

 이 책을 단독추천 했다는 박웅현 님에 대해 먼저 알아보려고 다시책은 도끼다(책은 도끼다가 없어서 꿩 대신 닭으로.)를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미리 읽어보았다책을 읽을 때는 천천히 읽을 것을 권한다는 말과  김사인 선생의 시를 어루만지다』에서 시를 읽는 방법을 언급한, '사랑이 투입되지 않으면 시는 읽힐 수 없다.'는 대목을 만났다. 이 책은 시인의 감성을 가진 카피라이터의 이야기니까 시를 대하는 마음으로 읽기로 했다장황하지도 길지도 않은 이야기에 과연 독서가다운 독서의 흔적들, 세상과 일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긍정적인 마음시적인 감성이 느껴져서 좋았다게다가 재미까지 있다금세 읽을 정도로 이야기는 짧지만 우리가 평소 모르고 지나치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먼저 톨스토이의 작품 안나카레니나의 첫 문장을 언급하며 그것을 뒤집은 회의실의 분위기를 얘기하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행복한 제작회의는 제각각 다르고 불행한 제작 회의는 모두가 비슷하다.”


 역시 즐거운 분위기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샘솟듯 떠오른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쥐어짠다고 해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리 없을 것이다대부분의 회사가 경직된 회의실 분위기인 것을 생각할 때 행복한 직장의 이미지가 상상되었다또 좋은 카피를 뽑아내기 위해 모인 회의실을 목욕탕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재치가 느껴졌다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식구 같은 동료의식으로 힘을 모아야 하는 일이니 그럴 만도 하겠다.

 

 

 

실행되지 못한 아이디어는 아이디어가 아니며실행은 결코 저절로 되는 법 없이 집요한 노력과 영리한 계산이 이뤄져야 개시된다실행을 잘하기 위해선 집중력이 필요하다그리고 카피를 쓰는 일에서도 순발력보다는 집중력을 더 필요로 한다잘 쓴다는 건 설득에 유능하다는 말과 동의어이다설득력이 높은 카피는 톡톡 튀는 순발력이 아니라 놀라운 집중력즉 몰입에서 나온다.’(p23)-몰입에 대하여 


 순발력이 아니라 집중력이 더 중요하단다톡톡 튀는 신선한 발상에서 좋은 카피가 나올 것 같은데 몰입에서 나온다고 했다이에 대한 인용으로 성석제 작가의 <몰두>를 언급하며 개의 몸에 기생하는 진드기를 예로 들고 있는데 음.. 좀 끔찍하다개의 몸 속살에 파고드는 진드기 같은 정신으로 카피를 써야 한단다공부에도 저렇게 몰입할 수 있다면 대단할 텐데.

 


경의선의 종착역은 신의주가 아닙니다.

압록강을 건너 모스크바를 지나

파리와 런던까지 이어집니다.

 

경의선은 이산가족만을 실어 나르지 않습니다.

대륙과 대양을 오가는 세계의 물자들까지

실어 나릅니다.

 

경의선은 남북을 잇는 길만이 아닙니다.

한반도가 다시 대륙으로 이어지고,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는 지름길입니다.

 

경의선은 기찻길이 아닙니다.

경의선은 경제입니다.(P25)


 

 DJ정부 시절지금의 TBWA의 박웅현 크리에이티브 대표와 저자가 같은 팀 카피라이터 시절에 쓴 카피라고 한다.

 

좋은 카피를 쓰고 싶은가우선사실과 상황을 냉정하게 이해하자그러려면 잘 들어야 한다클라이언트의 말을소비자의 목소리를회의실 동료들의 견해를그래서 하게 이해했을 때그때써라.‘(p31)-경청에 대하여 


 잘 들어야 하는 일이 어디 카피에만 해당할까가족과 친구를 비롯한 모든 인간관계에도 적용되는 말일 것이다내 말만 주장하다가는 관계가 틀어지기 쉽다광고주를 비롯하여 소비자 등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공통분모로 설득해야 하니 잘 듣고 공감할 수 있는 데서 좋은 카피가 탄생한다는 것은 당연하지 싶다.


놀라움은 그 자체로 하나의 능력이며아무것도 아닌 것에서도 놀라움을 찾아낼 줄 아는 사람과 놀랄 만한 대상에게조차도 심드렁한 사람의 성장그래프는 시간이 갈수록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난다고.’(p34)-경탄에 대하여  


 감탄하는 능력도 능력이다웃긴 코미디를 보고 웃을 줄 아는 것도 공감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웃긴데도 뭐가 웃기냐며 썰렁하게 구는 사람이 간혹 있다그런 사람은 별로 친하고 싶지 않다시인들이야말로 감탄하는 능력의 대가가 아닐까 싶다우리는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사물을 보고서도 시로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그들의 탁월한 관찰력과 직업정신(?)에 놀라게 된다점점 삭막하게 변해가는 우리의 감정을 되돌아보고 배워야 할 것이 감탄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카피라이터를 위한 독서라면 남들이 다 알고 있는 카뮈가 아닌 새로운’ 카뮈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그러니 무턱대고 남들이 좋다는 책을 펼쳐보기에 앞서 나를 들여다보는 일에 더욱 시간을 쏟을 일이다.

 

 나를 들여다보는 데에는 산책만한 이 없다. 산책은 굳이 멀리 제주 올레길이나 산티아고 순례길일 필요는 없다내가 사는 동네의 익숙한 골목길이면 어떻고차로만 다녀 오히려 눈에 닿는 풍경이 낯선 출퇴근길이면 또 어떠하랴.'(P46)-산책에 대하여-


 뭔가 달라도 달라야 할 것 같다카피라이터의 독서방법이란책보다 낫다는 산책을 권하고 있다책을 읽고 글을 쓰다가도 생각이 정체될 때가 있다그럴 때는 다 털고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곤 한다바람 소리새 소리를 들으며 걷는 동안에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가 딱 떠오르는 신기함이란독특하고 신선한 발상과 함께 공감을 주는 카피를 얻기 위해서는 당연할 것 같다카피라이터에게 제일 좋은 책이란 산책이라는 것을, 나를 들여다보는데도 가장 좋은 것은 산책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오늘의 일정에 집중해서 오늘을 산다이렇게 살다보면 인생을 멀리 계획하지 못해 생기는 필연적인 약점이 있을 수 있다하지만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대충 미루거나갑자기 술이나 한잔하자는 동료의 제안에 우물쭈물 고민하거나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전전긍긍하게 될 일은 없게 된다오늘 해야 할 일을 오늘 다하기에도 오늘은 늘 짧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발밑만 보면서 오늘을 산다오늘이 쌓여 인생이 된다.’

(P97)-일정에 대하여  


 우리는 앞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운다무계획이 계획이라는 얘기도 어디서 본 것 같다. ‘오늘의 일정에 집중해서 오늘을 산다.’는 문장을 만나고 나는 오늘을 대충 두루뭉술하게 보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계획이란 건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정도로 급한 일은 아니니까오늘 하루쯤은 좀 느슨하게 보내도 되지 않을까 그런 태도로 살고 있는 건 아닌지오늘이 쌓여 인생이 된다는 말을 명심하고이제부터 오늘에 집중하는 태도를 내 일정에 포함시켜야겠다.

 

삶은 언제나 글에 우선한다쓴다는 것 이전에 삶이 있다어떤 태도로 삶을 대하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부정적인 뉴스의 주인고이 되고또 다른 누군가는 감동적인 에세이의 필자가 되기도 한다타인과 세상에 대해서 또 자기 자신의 현재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갖느냐의 문제는내가 어떤 삶을 사느냐 일 뿐만 아니라 내 동료들과 어떻게 일을 도모해 가느냐와도 반드시 연결된다.’(P126)-집요한 긍정에 대하여 


 이 이야기는 뉴욕타임스가 소개한 10대들의 명문대 지원 에세이 일부를 소개한 후 감회를 쓴 부분이다. 어린 나이임에도 아버지를 따라 배관을 청소하고, 쓰레기통을 비우는 일을 하면서도 초 긍정적인 마음과 열정을 가진 10대들을 보고 정말 놀라웠다세상은 그렇게 집요한 긍정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에 의해서 조금씩 변화해 가리라 생각되었다변화무쌍한 날씨에도 잘 적응하는 사람이 카피라이터의 일이라고 했다그들 날씨의 인간처럼 유연한 삶의 태도와 몰입할 수 있는 집중력을 나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읽었던 김고명 번역가의 책과 바쇼의 하이쿠가 나와서 반가웠다.

SNS가 카피의 연습장이 될 수 있다니 활용해 봐야겠다.

 

 1,2분 정도의 짧은 광고 한 편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아내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여러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담긴 광고를 우리는 참 쉽고 간단하게 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영화의 한 장면 같은 멋진 아우라를 느끼게 하는 광고가 탄생하기까지 과정과 광고인들이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점도 좋았다이제 광고 방송을 보게 되면 그 과정을 조금은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이 책에는 카피를 잘 쓰는 비결은 나오지 않는다좋은 카피를 쓰기 위한 스물세 가지의 태도와 습관을 배울 수 있는 이야기다. 이 습관은 우리네 보통 사람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 싶었고, 세상만사가 프레젠테이션 아닌 게 없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남의 마음을 흔드는 건 다 카피다’, 라는 제목에서 보듯이 이 책은 카피를 잘 쓰고 싶은 카피라이터만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따뜻하고도 공감어린 한 마디를 건네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도 좋겠다.

 

 

오른쪽 책은 『바쇼 하이쿠 선집』과 『남의 마음을 흔드는 건 다 카피다』임.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부자 2021-08-27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박웅현 저자의 책을 읽고 짜릿한(?)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저는 <여덟단어>를 먼저 읽고 <책은 도끼다>를 읽으며 카피라이터의 시선이 참 흥미로웠던 기억도 나는데 이 책 역시 카피라이터의 시선은 일반인들과 다르게 예리하면서 깊다는 느낌이 드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아주 옛날이지만 우수리뷰 축하드려요 ㅎ

모나리자 2021-08-28 08:50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바람개비님.^^
정말로 카피라이터의 시선이나 말들은 시적인 느낌이 들더라구요. 남들이 못보고 놓치는 것을 찾아내는 능력에 감탄했어요. 1년 전 기쁨이 새록새록 살아나는 것 같아요. ㅎ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덥던 여름도 이제 서늘함이 느껴지네요. 환절기 건강 조심하시고 8월 마무리도 잘 하세요. 바람개비님.^_^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 번역가 권남희 에세이집
권남희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일본문학 번역에 대한 관심으로 읽었다. 번역 관련 이야기와 가족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감동이었고, 번역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단연 으뜸! 나도 꼭 일본어 번역가가 되고 싶다고 다짐한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 잘 읽는 방법 - 폼나게 재미나게 티나게 읽기
김봉진 지음 / 북스톤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성이 다른 다양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책읽기의 방법도 다양한 것 같다보통은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고 나서 다음 책을 보는 경우가 가장 흔할 것이다하지만 독서의 고수들을 보면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경우가 많아서 관심이 생긴다나도 전자의 경우인데 요즘 일본어 원서와 다른 책 한 권을 아침저녁으로 교대하거나 하루걸러 읽는 방식을 활용해 봤는데 나름 만족스러웠다생각해 봤더니 아침저녁 독서캠페인 이벤트가 있어서 짧은 시간을 이용하여 읽고 정리하는 습관이 좋은 효과를 본 것 같다아마도 좀 어려운 책이나 소설의 경우는 그 흐름을 방해할 우려도 있기 때문에 자기계발 분야나 실용서독서법과 글쓰기 관련 책이 이 방법에 적합할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김봉진은 스스로를 과시적 독서가로 칭하며 서점에서 과소비를 즐기고 읽은 책이나 감명 깊게 읽은 문장을 페이스북에 올려 자랑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한다또 배달의민족에서 한나체주아체도현체연성체기랑해랑체 같은 폰트를 디자이너들과 함께 만들어 배포하는 등 부업으로 우아한형제들을 창업하여 배달의민족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1장은 책 잘 아는 법, 2장 책 잘 읽는 법, 3장 책 잘 써먹는 법부록으로 저자의 도끼 같은 책 31권을 소개하고 있다.

 

 다양한 독서법을 알려준다발췌해서 읽기속독의 방법으로 읽기, 3~5권씩 동시에 읽기 등이다책을 여기저기 눈에 띄게 놓고 손에 걸리는 대로 들춰보는 방법도 있다책을 다 못 읽고 쌓아 두었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낄 필요 없단다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겠다책을 깨끗이만 보는 것보다는 접거나 낙서도 하고 그래야 책에 대한 애정이 생기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나는 최소한의 밑줄을 치거나 거의 깨끗하게 보는 편인데 변화를 주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언젠가 꼭 읽어야 한다는 부채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고전을 읽는 가장 쉬운 방법은 만화책으로 고전 읽기라고 한다또 중학생들이 즐겨 읽는 중학생을 위한 시리즈등을 먼저 읽고 본서를 읽으면서 이해를 높이는 방법도 소개한다실용서적은 직장의 선배에게 물어보는 것보다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찾을 수 있으며 시대정신에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베스트셀러의 목록도 눈여겨 볼 것을 권하고 있다또 6개월 간격으로 어려운 책 읽기 도전해 보기를 권한다쉽게 읽히는 책만 읽다보면 독서 편식에 빠질 수 있다는 이유다순서대로 안 읽고대충 읽고두껍고 어려운 책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넘기면서 그렇게 2~3년 반복하다보면 언젠가 눈에 들어오게 되는 데 이것을 지식의 거름망이라고 한다이제까지 고수해왔던 독서방식을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의도적으로 노력한다면 독서로 인해 사고의 확장과 함께 글쓰기 능력도 성장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도끼 같은 책 31권은 책 소개와 더불어 저자가 감명 받은 바를 간략하게 얘기하고 있어서 책을 선택할 때 도움이 될 것 같다책읽기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책과 친숙해지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또한 정통적인 책읽기 방식을 고수해 온 독자라면 변화를 모색하여 입체적인 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