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續·惱む力 (集英社新書) (新書)
姜 尙中 / 集英社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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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일본여행때 사온 책이다. 점원에게 강상중 저자의 이 책을 찾아달라고 물었더니 대만 작가냐고 묻는 것이었다. 이렇게 유명한 저자를 모르는 사람도 있구나, 의아했었다. 이 책을 8월에 읽기 시작했는데 이런저런 일에 치여 이제야 마쳤다. 소세키의 광팬답게 소세키의 여러 작품이나 유학시절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베버를 예로 드는 부분이 많이 나온다.

 



행복론은 끝났다

 

현대인들은 행복의 합격기준을 정하고 살아간다고 말한다. 행복은 개인마다 다르고 패전 이후의 삶을 살았던 사람들과 가치관이 달라졌다. 행복은 딱이래야 한다고 정의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돈은 얼마나 있어야 하고 등등 행복의 기준을 나름대로 정해놓는다. 게다가 일본사회는 1억 인구 모두가 자신은 [중류]라고 느끼며 도토리 키재기의 미묘한 차이를 서로 겨루며 살아가는 시대라고 한다. 그런 기준이 있기 때문에 여기에 미치지 못하면 더욱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세상의 사람 수 만큼 행복을 느끼는 사고방식이 있을 텐데 그것이 없어졌다. 그래서 세상에는 불행이 있는 것이다. 또한 그 합격기준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 애정 등 원하는 기준이 과연 만인이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인지 묻는다.

 

그렇게 사회적 잣대로 발명한‘ ’행복방정식때문에 우울증에 걸리고 자살자가 넘치는 현실을 꼬집는다. 우리 사회도 이런 사례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동일본 지진이 일어났고 이러한 행복방정식은 공허한 것이 되었다고 말한다.

 



1장 나쓰메 소세키와 베버에게 무엇을 배울까

 

지금까지와 다른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동과 서의 거인인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는 누구보다도 [행복 방정식]의 한계에 대해서 꿰뚫고 있었다. 이들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고체적 근대]를 살았다고 해도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유동화하는] 근대의 불안이나 갈등, 그 심연을 들여다보면서 근대 그 자체의 임계점을 내다보고 있었는지 모른다고 말한다. 우리가 행복방정식의 [끝의 끝]을 경험하고 있었다고 한다면, 이 두명의 거인은 [끝의 시작]을 꿰뚫어보며 문학이나 사회학이라는 표현방법을 통해 가르쳐주고 있다. 그들의 일언일구는 그들의 실존을 걸고 근대라는 시대와의 격투를 이야기하고 있다.

 



소세키의 [그 후]에 나오는 주인공 다스케가 고등유민으로서 부친을 경멸하면서도 신세를 지며 살아가는 내면의 심리를 말한다. 또 하나의 인물은 [명암]의 오노부다. 부족한 생활비가 부족함에도 줄이려는 생각은 하지 않고 다스케처럼 부모에게 의지하려고 한다. 이러한 그들의 태도는 이상할 정도로 지금의 우리들과 닮았다고 말한다. 또 한가지 소세키의 작품에는 주된 등장인물이 중류 이상만 나온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상류층의 특수한 이야기였을 수도 있지만 100년이 흐른 지금에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었다는 것은 이 두 거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해 준다. 주머니에 넉넉한 돈이 있다면 누구라도 회사의 부품같은 존재가 되고 싶지 않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마음과 똑같다.

 



또 소세키와 베버는 먼 이국의 하늘 아래 떨어져 있었지만 다스케의 독일어판과 같은 모습이 있다고 한다. 그의 부모는 이른바 신흥 부르주아지 정치가로 시민주의적 영웅의 가면을 쓰고 있던 사람이었다. 소세키가 [일등국] 영국에서 유학을 했고, 베버도 신대륙 미국에 근대 자본주의의 장래, []을 발견한 것이다. 그의 저서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의 정신]에서 이렇게 말했다. 영리를 추구하고, 무엇보다도 자유로운 아메리카합중국이 영리활동은 종교적 윤리적인 의미를 제거하고 지금은 순수한 경쟁의 감정으로 결부된 경향이 있고 스포츠 성격까지 띄고 있다고 말이다. 과연 지적대로 모럴이나 윤리는 어디가고 [카지노화]된 오늘날의 금융자본주의의 상황을 보면 놀랄 정도로 서견지명이 있었다고 말한다.

 



2

 

나쓰메 소세키가 가장 집착하며 고민했던 것은 [자의식]이었음을 언급하며 도련님』『산시로』『그후』『등 많은 작품들에 나오는 인물들을 상기시킨다. 어쩌면 그렇게 모두 즐거워보이지 않는 인생을 보내는 사람들이라니. 이렇게 소세키는 근대라는 시대가 선택하게 되는 불행한 정신을 집요하게 그려나갔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근대라는 시대에 자의식이 돌출한 것일까. 그것은 [자유]라는 것이 우리의 기본적인 원리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자의식에 대한 물음을 계속한 소세키가 참고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미국 심리학자로 프라그마티즘을 세상에 알린 윌리엄 제임스다. 소세키가 유학 직후에 강의를 기초로 한문학론에는 제임스의 영향을 분명하게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한다. 왜 제임스에게 주목하느냐 하면 소세키보다 먼저 세계와 개인의 단절감에서 기인하는 정신불안 문제에 몰두하여 개인주의의 시대에 있어 종교적 경험의 의미를 깊게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종교적 경험의 여러 모습종교란 간단히 말하면, 인간의 자기중심주의의 역사에 있어 기념해야 할 일장이다.’(p53)라고 했다. 또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인 빅터 프랭클을 언급하며[고민]의 현상학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이 현상학적 설명은 소세키와 베버에게도 공통점이 있다면서 소세키의 작품을 분석하며 언급하고 있다. 등장인물이 왜 그러한 행동을 취하고 그러한 발언을 하는지 정신분석학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이 네명은 문학, 사회학, 심리학, 정신의학과 같은 다른 영역임에도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테마를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3장 소세키가 그린 다섯 가지 [고민의 원인]이란

 

[]-고민의 원인


[행복의 합격기준]과 관계가 있고 [한눈 팔기][마음]에서 돈 문제로 고민하는 중인공 이야기를 분석하고 있다. 심지어 [산시로][행인]에서는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은데도 일부러 끼운 것은 소세키가 돈 문제를 의식주에 가까운 일상의 다반사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국을 유학한 소세키와 경험하면서 돈을 둘러싼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될까, 상상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을 거라고 추측한다. 그 무렵 베버도 독일에서 시민적 영웅시대가 끝나고 자본주의가 변모되어가는 것을 보게 되며 이 둘의 주목하는 점이 많이 닮았다고 피력한다.

 



2. [사랑]-고민의 원인

 

예를 들면 [그후]가 대표적이다. 다스케와 미치요의 불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돈 문제가 얽혀있는 이야기다. 결국[돈이 없으면 사랑도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면 그후명암도 돈과 사랑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가족]- 고민의 원인

소세키의 주인공들은 대개 독신이거나 아이가 없는 부부, 있는 경우에도 아이의 존재감은 거의 없다. [행인]의 이치로와 오나오, [마음]의 선생과 부인, [명암]의 쓰다와 오노부처럼 긴장하고 팽팽한 류와 같은 불신극이 두 사람 사이에 전개된다. 핵가족이라는 말도 없던 시절에 [사회에서 최소단위의 공동체]인 가정을 [사회에서 최소단위의 수라장]으로 포착한 소세키는 상당히 선구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4. [자아의 돌출]- 고민의 원인

자신을 어필하고 싶다고 강한 자기현시욕을 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그래서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쓰고 그 결과 신경과민에 빠지게 된다.

 



5. [세계에의 절망]- 고민의 원인

파스칼은 [이 무한의 공간의 영원한 침묵은 나를 전율케한다]는 명언을 언급한다. 이것은 우주 속에 자신 혼자 홀연히 남겨졌을 때의 마음의 초조함을 나타낸 말이지만 [실존적인 공허감]에 빠져 자신의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없고, 세계에서 그 정신적인 윤곽을 잃고 무()로 떨어지는 듯한 공포감으로 괴로움을 의미한다.

 



4. 소세키의 예언은 맞았는가

돈이 중시되면서 머니 경제학, 카지노 자본주의의 양상을 보이게 된 과정을 설명한다. 리먼쇼크 이후 금융불안은 악마적 악순환이 완전히 부정적인 측면으로 전환한 것을 나타낸다고 말하고 있다.

 



스페인의 철학자 오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대중의 반역>이라는 책을 언급하며 근대에 익명의 군중이 대두하게 된 배경을 알려준다. 여기서 말하는 군중은 공동체의 성원이 아니라 이름도 얼굴도 없는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익명의 개인의 무리를 말한다. 베버는 사회학자였으니 당연히 주목했고 소세키도 이런 현상에 관심있게 관찰했다. 도련님에서 러일전쟁 승리를 축하는 장면에도 나온다. 난투극이 일어나 도련님이 휘말리고 시코쿠를 떠나는 원인이 되는데 이것은 그 전년도 도쿄에서 일어나 [히비야 화공사건]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이라 한다. 이러한 상황은 [직접 접근형 사회]를 도래하게 하였고 포퓰리즘을 낳게 한 배경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익명의 불특정 다수의 개인의 의사란 [시장]과 동의어라고 했으며, 경제인류학자 칼 폴라니는 [시장이 사회를 핥는다]는 말도 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부드러운 전체주의를 언급하며 전원이 그렇다고 하면 정답이 되어버리고 이견을 말해도 묵살되는 사회가 되는 깊어지는 고민을 말하고 있다.

 



5장 진짜는 어디에 있는가

 

이 장에서는 진짜 나 찾기‘, ’자기다움에 대한 이야기다. 오늘의 나보다 나은 나를 꿈꾸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희망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현재 일본은 우울증이 늘었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참 나를 찾는 과정에서 사회적 문제가 되는 사건을 일으킨 안타까운 사례도 말하고 있다. 더구나 지금의 현실은 100만명이나 되는 우울증 환자와 연간 3만 명의 자살자가 있고 열에 하나는 일이 없는 상황에서 곧 닥칠 기초연금에만 의지해서 부들부들 떨면서 어떻게 살아갈까 궁지에 몰려 자아 탐구를 하는 것이다.

 



6장 우리는 다시 고칠 수 있을까

 

패전 때보다도 우울하다.


동일본 지진을 예로 들면서 믿었던 과학의 신뢰가 깨졌으며 그것이 가장 큰 상실감이었다고 한다. 패전때 보다 더 우울한 사람이 많은 현실을 이야기한다. 과학은 만능이 아니고, 세계의 의미를 해명하는 것도 아니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학문>은 어떤 의미에서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닮았으며, 당시 최고로 여겼던 서양 학문에 대한 생각을 말한 것이라고 할 수 있고 거의 같은 시기에, 과학이라는 것의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그에 따른 지구상의 인류가 매우 심각한 사태에 휘말리기 시작했다고 걱정했다. 과학과 기술이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실현하고 세상이 경악할 만큼 풍요로움을 가져왔지만, 과학을 맹신한 결과 그 믿음은 흔들리고 결국 보복을 당했다는 것이다. 원자력 연구를 통해 원폭이 만들어지고 유전자 연구를 통해 크론이 말들어졌기 때문이며 동일본 지진의 충격을 안겨주었다. 우리는 이제까지 만성적으로 안고 있던 보다 빨리, 보다 강하게, 보다 크게, 보다 높게와 같은 이른바 자본주의의 행복 변신론을 칭송하는 힘에의 신앙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새로운 것에 성공하면 다음에는 문제를 일으킨다는 말이 뇌뢰에 강하게 남는다.

 

 


7장 신은 망상일까


인생은 무의미한가?

덴마크 아동문학 작가 얀네 테라의 [인생이란 무의미다]라는 작품을 예로 들며 시작한다. 중학교 1학년생이 [의미가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무엇을 한다 해도 무익하다]며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두나무 위에 올라가 진을 치고 학급 친구들을 실컷 도발한다.

아직 어린 중학생이 이런 생각을 하다니 놀랍다. 그런데 이 아이의 친구들이 이에 공감하여 합세하고 [의미 있는 것]을 모으려고 하지만 결국 의미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고 소년에게 린치를 가해 살해하고 [의미의 산]과 함께 태워버린다는 충격적인 내용이다.



인간불신이 만연한 사회에서 종교는 사람들의 의지처가 되기도 하지만 동일본 지진의 커다란 충격은 어떻게 의미지을 수 있는지 종교에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각 종파에서 앞다투어 봉사활동 참여하며 복구작업을 힘을 쏟았지만 종교적 의미를 짓는 일은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너무 심대한 경제적, 인명피해를 낳았으니 무리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정신적으로 허탈 상태에 빠진 수만 수백 만의 사람들을 보고, 과학에만 맡겨둘 문제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고 한다. 유명한 무신론자 과학자 리처드 도킨슨과 이글턴이 펼쳤던 열띤 주장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신은 망상이다]라고 했던 주장에 대해서 말이다. 반면, 신의 자리를 대신하여 과학은 무엇을 실현시켰는지 묻는다. 물질적 풍요는 과거 어느때보다 나아졌지만 불행감은 예전보다 늘었다는 것이 보편적이다. 참으로 끝나지 않는 문답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제라도 개인들은 공명(共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소세키의 소설 [마음]에서 선생이 아무런 연고없이 단 하나 있던 친구를 죽음으로 몰고 아내와 마음을 나누어 가질 수 없었던 상황을 보면 우주로 튀겨진 이름없는 공 같은 존재라고 했다.

 



8장 살아갈 근거를 찾을 수 있을까

이 장에서는 3가지 이상한 상품이 [인간] [자연] [화폐]라는 얘기로 시작한다. 이것은 현실의 시장경제가 성립되는 요소이며 이런 시스템이 현재의 자본주의사회인 것이다. 여기서 [인간]은 노동력을 말한다. 원래 [인간]을 상품화한다는 것은 이상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국경을 넘어 자유자재로 조달할 수 있기에 [상품]으로 보는 것이다. [자연]도 마찬가지다 석탄, 석유를 채굴하다가 결국엔 원자력으로 눈을 돌리게 된 내력을 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화폐]에서는 리먼 쇼크 이야기를 언급한다. 이렇게 3가지 요소는 원래는 상품화 할 수 없었던 것인데 의제적인 상품화가 극한까지 나아갔고, 아슬아슬한 극한의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만들어지고 급기야는 원발사고로 이어져 참사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3가지 이상한 상품은 경제학자 E.F 슈마허가 한 말이며 원자력발전의 폐해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가장 큰 폐기물이라는 사용기간을 넘긴 원자로의 위험성에 대해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언급하며 인용하고 있다. (20, 25년 내지는 30년이 사용기간인가) 수백년 수천년 방치되면 토양으로 방사능이 새어 들어가 온갖 생물에게 위협을 준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 사활을 거는 일인데 아무도 논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나온다. 100, 1000년 해체할 수 없는 [추악한 기념비]라고 하는데, 미약한 개인으로써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종장에서는 인간의 가치 3가지를 말하며 맺는다. 인간의 진가는 [창조] [경험] [태도]이며 빅터 프랭클이 말하는 [태도]를 묘사하고 있는 톨스토이의 작품 [이반 일리이치의 죽음]에 나오는 주인공의 태도를 언급한다. 인생은 최후의 마지막까지 좋은 모습으로 바뀔가능성을 갖고 있으며, [그 사람만의 여벌이 없는 인생]이라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인간의 삶이란 고민이 끊이지 않는 삶이 아닐까 싶다. 수많은 선택이 눈앞에 놓여있고 비교와 경쟁속에서 살아야 하는 현실이 버거움으로 다가올 때도 있을 것이다. 2차세계대전 중에 나치의 박해를 받고 포로수용소의 삶을 살아야 했던 유대인은 [그래도 인생에 예스라고 말하다]라는 노래를 만들어 견뎌냈다고 한다. 이 문장만 보아도 우리가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 답을 알 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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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1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01 1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2-11-02 00: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강상중 교수가 기고문을 실었습니다.
아들을 잃었던 아픔과 슬픔을 이태원 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이들의 마음을 위로 해 주었네요.

사유하고 고민하는 시간 없이 항상 바삐 돌아가는 사회와 시스템에 갇혀 있는 우리 모두의 삶이 안타까울 뿐입니다.ㅜㅜ


모나리자 2022-11-02 13:14   좋아요 3 | URL
아, 그러셨군요!
그분의 아들 잃은 슬픔을 책으로 자주 접했는데 정말 안타까웠어요.. 역지사지의 마음과 높은 인품을 가진 분이기에 슬픔을 나누어 주신 것 같아요. 감사한 일이지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대책을 강구하길 바라게 됩니다.

그레이스 2022-11-02 18: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번역된 고민하는 힘과는 다른 내용인가요?

모나리자 2022-11-02 19:41   좋아요 4 | URL
네 이 책은 속편입니다. 번역본으로는 나와 있지 않네요.

고민하는 힘이 ‘나‘와 ‘일‘ 등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속편은 행복론, ‘진짜 나‘ 찾기 ‘신‘에 대한 생각 등을 고민하는 내용으로 좀 더 광범위하다고 할 수 있어요. 소세키와 베버의 생각과 작품을 많이 언급하고 있어요.
 
惱む力 (集英社新書 444C) (新書)
姜 尙中 / 集英社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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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 강상중




몇 해 전 일본여행을 갔다가 사온 이 책을 이제야 읽었다. 강상중 저자는 영원한 디아스포라를 자처하는 일본에서 비판적 지식인이자 나쓰메 소세키의 광팬이기도 하다. 나의 최애 작가 나쓰메 소세키를 좋아한다는 공통점 하나로 관심작가가 되었다. 재일 한국인이라는 자신의 처지에서 청춘 시절 항상 정체성의 고민을 해왔다고 한다. 그 번민의 청춘시절 옆에서 속삭이듯 말을 걸어 주었던 이들이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였다고 한다. 그런 만큼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을 언급하는 내용이 아주 많이 나와서 반가웠다. 여기서 다루고 있는 고민들은 누구나 한번쯤 고민했을 법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나는 누구인가?, 돈이 세계의 전부인가?,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청춘은 아름운가?, 믿는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등 죽음, 늙음에 대한 이야기까지 9가지 이야기가 들어있다.

 



서문에서 어머니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80평생 고민의 바다처럼 많은 고민을 안고 사셨던 어머니. 그래도 전통과 신앙심이 있어서 어쩌면 행복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고민하고 고뇌하는 것은 그저 행복하지 못하고 불운한 것이냐고 물으며 문호 나쓰메 소세키와 사회학자 막스 베버에서 실마리를 찾아보자고 말한다. ‘고민하는 것사는것이며, ‘고민하는 힘살아가는 힘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현대의 특징인 글로벌리제이션에 대해서 언급한다. 인터넷을 시작으로 디지털 기술 발달로 인해 경제, 정치, 사상, 문화, 오락까지도 경계가 사라졌다. 다음으로는 자유의 확대를 언급한다. 인터넷으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지만 행복감을 느낀다는 사람은 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 것 같다. 세상은 그 어느때보다 풍요로워졌지만 아직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불안의 요소는 더욱 늘어난 세상이다.

 



나쓰메 소세키를 흔히 국민작가라거나 메이지의 문호라고 하지만, 국민작가라는 형용은 그다지 맞지 않다고 했다. 아이 때부터 소세키를 아주 좋아했지만 그러한 눈을 가지게 된 건 대학에 들어가 정치학을 공부하고 나서부터란다. 막스 베버가 서양근대문명의 원리를 [합리화]에 두었다면 소세키가 그리고 있는 세계와 같이 문명이 진행되는 만큼, 인간은 구제하기 어려워지고 고립되어 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이 두 사람이 살던 19세기 말부터 20세기에 걸쳐 있으며 우리는 21세기를 살고 있는데, 그 백 년이 끼워진 2개의 세기말은 여러 의미에서 닮았다고 한다. 막스 베버가 언급한 유뇌론적 세계를 말하면서 그가 예상한 일이 현실이 되었다고 한다. 오만하고 인간중심적이며 맥락이 없는 정보의 홍수, 자연의 영위와 관계없는 제멋대로인 인간의 뇌가 자의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컴퓨터로 세상 일을 듣고, 쇼핑하고, 때를 구분할 수는 현실을 산다. 여기에 생명유지장치로 죽지 않게 만든다면, 이것이 바로 유뇌론적 세계라는 것이다. 결국, 인간은 무엇을 알아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어떤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인가 하는 물음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저자는 20세 때부터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이어졌다고 한다.

한국인이면서 타국에서 살아가면서 자아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저자의 청년시절의 고뇌를 고스란히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자아자기중심적인 것은 엄밀히 다르다고 했다. ‘자아가 비대화되면 칭칭 얽어매어져 거기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한다. 또 우울이나 히키코모리와 같은 마음의 병을 얻을수도 있다. 이럴 때는 소세키의 소설을 읽어보라고 한다. 소세키는 자아의 문제를 철저하게 심혈을 기울여 생애에 걸쳐 그것만을 계속 썼다고.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말했던 데카르트를 언급하며 자아와 타자의 관계를 말한다. [자기와 타자와의 연결회로를 어떻게 만들어야, 공통의 세계상을 형성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 철학자들에게 근본 테마가 되었고 이것이 많은 사람들을 고민하게 된 것은 19세기 무렵부터였고, 일본에서는 메이지유신 이후부터라고 했다.

 



개인의 자유를 베이스로 개인주의가 발달하고 분리된 자아는 스스로를 확립하려고 하고 지켜려는 과정에서 점점 비대화 될 수 있다. 그래서 [사회 해체]를 초래하고 [사회 해체]라는 위기는 자아의 비대화를 초래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말한다. 개인의 마음속을 꿰뚫고 있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그후][마음]을 언급하며 풀어놓는다. 자이니치로서 아이덴티티에 대한 문제에 사로잡혀있던 저자의 고민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구할 수 있을까, 무엇을 위해 태어났을까, 나에게 있어 세계는 어떤 것일까 등 끊임없이 이어지늠 마음속의 질문에 고민하던 시기 [마음]은 깊은 생각을 하게 한 각별한 작품이라고 말한다. 자아에 너무 빠지게 되면 인간관계가 어려워지고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는 지경이 될수도 있다고. 백 년 전의 흔히 [지식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신경 쇠약]을 앓고 있었고, 나쓰메 소세키 소설의 키워드였다. 지금은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병이라고 한다. 베버도 신경병원 입원한 적이 있다고 한다. 또 철학자 야스퍼스의 말도 인용하고 있다. [자신의 성]을 구축하려고 하는 사람은 반드시 파멸한다고. 왜냐하면, 자아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성립되기 때문이다. 사람이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도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세키의 [마음]을 언급하면서 착실함’(성실함)으로 고민하고 착실하게 타자와 마주 대하는 자세야말로 어떤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

 

 

 

돈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표면적으로 돈 이야기를 하는 것을 품위가 없다고 여기는 풍조를 언급한다. 그래서 보통의 문학에는 돈을 소재로 한 문학이 그다지 없는데 소세키의 작품에는 자주 등장하는 점을 예로 든다. 마음』『그후』『명암등에서 돈 때문에 마음졸이거나 부모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고등유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백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의 삶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아닌가. 모든 것이 변하지만 만은 불변의 가치를 가진 일종의 기호로서 존재한다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왜 일을 하는 걸까. 돈이 많다면 누구나 일하지 않은 삶을 꿈꾸지 않을까. 그후의 다이스케가 빵을 먹기 위해일하는 것을 경멸했지만 친구의 아내인 미치요를 좋아하다가 결국 노동의 현장으로 나가게 된다. 그저 흔히 볼 수 있는 삼각관계의 연애소설이 아니라 우리는 현실을 벗어나서는 살 수 없다는 깨달음을 주는 이야기라고 한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이야기가 소세키가 자기에게 내리는 복수극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한다. 지성인으로써 학문의 세계에서 놀고 싶었을 테지만 현실이 따라주지 않아서 교사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는 흥미로운 해석까지. 결국 우리가 일을 하게 된 것은 교육제도의 목적에서 생긴 산물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사회속에서 타자에게 배려를 받기를 원하고,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일을 한다고 말한다.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새 출발을 시작하는 봄은 저자에게 아주 힘든 계절이지만, 나쓰메 소세키의 산시로는 언제나 그리운 소설이라고 한다. 청년 시절 자신의 판박이처럼 여겼다고 한다. 지금 청춘들은 나와 세상에 대한 질문보다는 성공을 위한 스팩을 쌓느라고 열을 올리는 모습이 너무 삭막하다고 한다. 서툴고 미숙하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뭔가를 찾아 방황하는 산시로의 모습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은 더 크게 고민하고 계속 고민해서 뻔뻔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새로운 파괴력이 세상을 바뀌게 한다고. 광팬답게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을 다른 시선으로 분석하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다시읽기를 하면 어떻게 다가올지 기대된다. 그리고 막스 베버의 책을 만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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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8-02 1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강상중 이분 소세키 찐팬이군요~!! 저도 소세키 작품을 읽으면서나는 누구인가? 라는 생각을 했던거 같아요 ㅋ 역시 일본어 원서 읽기는 모나리자님~!!

모나리자 2022-08-02 19:23   좋아요 1 | URL
네, 정말 찐팬이시지요. 나쓰메 소세키가 구마모토에서 교사 생활을 한 적도 있고
강상중 저자는 구마모토에서 태어났고 이런저런 공통점이 있어서 더욱
애착을 느끼는 듯합니다.
감사합니다~새파랑님. 8월에도 화이팅입니다.^^

그레이스 2022-08-02 11: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원서로 읽으셨군요! 강상중님의 나쓰메 소세키 작품에 대한 감상은 공감하는 부분도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네요^^ 한번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 이런 자세한 설명 너무 감사합니다.

모나리자 2022-08-02 19:24   좋아요 1 | URL
네, 책을 읽는 독자마다 상황이나 경험 등이 모두 다르니까 공감하는 정도도
달라지리라는 건 분명하겠지요. 번역본이 나온지도 상당히 오래되었어요.
한국에서도 많은 팬을 지닌 작가분입니다.
감사해요. 그레이스님, 편안한 저녁 시간 보내세요.^^

scott 2022-08-03 0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마모토!
하루키옹도 직접 찾아 갔을 만큼
소세키 작품을 좋아 하죠!
강상중 교수님
최근 에세이(아내와 시골로 낙향 한후 텃밭 가꾸며)도
좋았습니다 ^^

모나리자 2022-08-08 11:29   좋아요 1 | URL
그치요~
대작가들 한 자리에 모여 토론하는 모습 보면 얼마나 황홀할까요!
아쉽네요.ㅎ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스콧님~^^
 
 전출처 : 모나리자 > 슌킨전

벌써 1년이라고...
참 좋았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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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7-01 1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책 저도 읽었습니다~!! 비록 국문이지만 ^^

모나리자 2022-07-01 15:03   좋아요 1 | URL
네~ 얼마전에 읽으시고 그 감동이 지금도 맴돌고 계실 거예요~
장대같이 퍼붓던 비가 멈추고 해가 쨍! 하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님.^^
 
昨夜のカレ-、明日のパン (單行本)
木皿 泉 지음 / 河出書房新社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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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기자라 이즈미(木皿泉)의 이 작품은 여덟 편의 단편이 들어있는 연작소설이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들은 데쓰코의 직장동료이자 애인 이와이, 가즈키의 소꿉친구였던 스튜어디스 다카라, 가즈키를 동경하던 사촌동생 도라오, 가즈키가 어릴 때 병으로 죽은 어머니 유코 등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점을 달리하며 결국엔 퍼즐이 맞춰지듯 완성된다.

 


무무무


 

무무무는 시아버지인 기후가 지어준 이름이었다. 비행기 승무원이었던 무무무는 어느 날 갑자기 웃을 수 없게 되어 회사를 그만두었다. 별명의 유래가 재미있다. 기분이 좋지 않으면 싫은 표정을 감추거나 화난 것 같이 눈썹이 찡그려졌는데 그것을 감추려고 하면 무무무같은 얼굴이 되었기 때문이다. 제목과 달리 데쓰코와 이와이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데쓰코의 남편이 죽은 지 7년이 지났는데, 시아버지와 데쓰코는 한 지붕 밑에서 살아간다.

주변 사람은 그것을 좀 희한하게 생각하는 눈치다. 이와이씨는 결혼을 해야 한다며 살짝 치근덕거린다. 데쓰코가 생각하기에 저게 무슨 프로포즈인가 싶은 말을 자꾸만 한다. 데쓰코는 남편이 없으니 자기가 좀 쉬운 여자로 보였나, 생각되어 화가 났다. 그래서 자신은 결혼할 생각이 없으니까, 하루를 비우라며 이와이씨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한다.

 


데쓰코는 태풍이 온다는 말을 듣고 장화를 신고 이와이 씨 집에 간다.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고 들어가기 전 마음이 복잡해진 걸까. 통로에 쓰러져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데쓰코는 일단 이와이 씨 집에 들어간다. 후다닥 청소를 하던 중이었는지 반은 깨끗하고 반은 엉망이다. 난데없이 등을 내밀더니 파스를 떼어달라고 한다. 데츠코는 이와이 씨가 싫은 건 아니지만 결혼할 생각은 없다고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데쓰코가 19살 때 결혼을 하게 된 건 집이 싫어서였다. 부모와 사이가 나쁜 건 아니지만, 음울하고 어두운 집이 싫었다. 엄마는 청결한 것을 좋아해서 그것에 꽤 집착했다. 테츠코는 자기가 생각하는 괜찮은 가정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테츠코는 이와이 씨에게 가족을 만드는 게 싫어서 결혼하는 것도 싫다고 한다.

 



파워 스폿

 


가즈키의 소꿉친구였던 스튜어디스 다카라는 튼실한 체격인데. 카즈는 몸이 약하고 잘 먹지 않아서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서로 거꾸로 됐으면 좋았겠다는 말을 주위 사람들에게 들었다. 문병을 갔던 다카라는 카즈가 병이 낫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죽지 마라고 마음속으로 되뇌인다. 다카라는 고향집에 들렀다가 카즈가 죽었다는 말을 듣는다. 놀라지도 울지도 못하고 멍해졌다. 눈사람이 스키를 타는 모양의 인형은 카즈가 없어도 잘 있을까 생각한다.

 



다카라는 최근 무얼 해도 즐겁지가 않았다. 그리고 돌연 웃을 수 없게 되었다. 신경클리닉에 간다. 돌아오는 길에 중학교때 동급생이었던 사카이를 만난다. 그는 산부인과 의사를 했었는데 웃음이 과다해서 그게 문제가 되어 그만두었다고 한다. 또 다른 친구는 절을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는데 정좌를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연을 듣는다. 자기 자신만 힘든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위안을 받는다. 좋다는 약을 먹었지만 낫지는 않고 갑자기 휴직을 한다. 휴직을 하다가 퇴직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함께 일하던 동료들은 예전같이 않았고 다카라도 이미 자신이 돌아올 곳은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다.

 



벌어놓은 돈이 바닥이 나고 본가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다카라는 밤에 밖에 나갔다가 카즈의 아버지를 만나고 별자리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정신이 든 다카라는 카즈의 아버지에게 혼자 살아있는 것에 대해 죄송하다며 말을 하다가 울음을 터뜨린다. 카즈와 함께 이끼를 떼어내며 놀던 추억을 떠올리며 울었다. 다카라는 카즈의 유물을 보고 싶다고 말한다. 수학여행 때 자기가 선물한 눈사람. 알고보니 카즈는 남겨두고 간 것이 많았다. 그후에도 다카라와 카즈의 아버지는 만나서 별자리를 보거나 카즈를 추억한다.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떴지만 카즈의 아버지는 엄청나게 슬퍼하지는 않는다. 죽어서 별이 되었다는 걸 믿지 않았는데 다카라와 함께 하늘을 바라보면서는 마음이 좀 바뀌었는지 별이 되었다는 것을 믿기로 한다.



가즈키

 


가즈키의 학창시절 모습과 엄마 유코에 대해 알게 되었다. 아침에 빵을 먹기 싫었는데 엄마는 빵을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엄마가 도시락을 싸주면 방심할 수 없었다. 가즈키의 도시락을 본 아이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엄마가 만든 도시락이 부끄럽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진심을 말해버리면 회복 불능이 될까봐 입을 다물고 참았다. 엄마가 만든 도시락은 볼품이 없고 유행에 뒤떨어졌다. 옷도 친척들이 입던 옷을 물려받아 입어서 친구들 사이에서 부각되었다. 그래서 쉬는 시간에도 가즈키는 책을 읽는 아이가 되었다.

 



빵 심부름을 시킨다고 마지못해 우산을 쓰고 나섰지만, 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좋아서 마음이 차분해졌다. 혼자 우산 속에 있으면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고 자신만의 장소가 확실하다는 느낌에 비오는 날을 좋아했다. 그런데 갑자기 여자 아이 하나가 들어가도 되느냐며 우산 속으로 뛰어들어왔다. 우산을 보고 여자분인 줄 알고 들어온 여자 아이와 가즈키는 서로 놀란다. 강아지를 안고 있던 여자아이는 강아지가 비에 젖지 않게 하려고 그랬던 것이다. 카레 냄새를 풍기던 여자아이와 얘기를 하며 걸어가다가 그 아이가 자신의 집 쪽으로 가자, 가즈키는 멍하게 바라보았다. 자신이 강아지를 안고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가즈키가 17세 때 엄마는 돌아가셨다. 좀더 상냥하게 대해주고 싶었는데 반항기여서 그러지도 못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뒤에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공통의 언어를 가지지 못한 아빠와 가즈키는 필요한 말 밖에 하지 않았다. 주인없는 물건들은 박물관에 가만히 앉아있늠 물건들 같았다. 먼지가 쌓여가고 어둡고 음침한 집이 싫어서 백화점 같은 밝은 곳으로 돌아다녔다. 그렇게 마음이 맞는 친구와 쏘다니다가 문득 돌아가신 엄마를 떠올리며 슬픔에 빠진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그 여자아이, 고등학생이 된 그녀와 마주치고...

강아지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묻자, ‘이라는 그 강아지는 아직 살아있다고.

언제나 가만히 있지 않고 늘 무언가 하면 움직이던 엄마를 생각한다. 엄마는 그랬다.



 

[움직이는 것은 살아있는 것. 살아있는 것은 움직이는 것] 이라며 무서운 얼굴로 화를 냈다.


 

[이 세상,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무섭지 않아. 괜찮아.]”

 

 



이 소설은 큰 사건이나 반전도 없는 어쩌면 단조로운 이야기다. 웃지 못하는 증세로 퇴직한 승무원, 오토바이 사고로 무릎을 꿇지 못하게 된 스님, 자기를 차버린 애인이 죽었다고 거짓말하는 여선생, 제각각 상실과 서투름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우습고도 귀여운 캐릭터들이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이어서 정겹게 느껴졌을까. 데쓰코는 남편이 없는 빈자리를 시아버지와 함께 어덯게 살아갈 수 있을까 궁금했다. 상실의 슬픔을 겪은 데쓰코가 슬픈데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은 빵 한 덩이 덕분이었다. 강아지를 품고 가즈키의 우산 속에 뛰어들었던 어린 데쓰코, 다시 우연히 재회하던 날도 비가 내렸고 그들은 어떤 운명을 느꼈을까. 하지만 너무 짧게 살다가 간 가즈키가, 남겨진 데쓰코가 가여운 마음도 들었다. 결혼하고 싶어서 채근대는 이와이를 거절하는 걸 보면 데쓰코의 마음속엔 가즈키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이 슬펐지만 차츰 안정을 되찾는다. 슬픈 일이 있어도 거기에 압도되지 않는다. 그들과 함께한 추억이 있고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고 그것이 삶이니까.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가 잔잔한 위로를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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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7-01 0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 작가 부부가 쓴 일드 수박도 좋았습니다 ☺

모나리자 2022-07-01 09:53   좋아요 1 | URL
이 작가의 일드를 보셨군요. 방송 드라마 쪽도 활발한 작가인 듯합니다.
감사해요~스콧님~
7월도 멋지게 화이팅 하세요~!!^^

새파랑 2022-07-01 1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일본어=모나리자님~!!
기자라 이즈미 작가님은 처음 들어본거 같아요 ㅋ 번역본을 찾아봐야겠습니다~!!

모나리자 2022-07-01 15:01   좋아요 1 | URL
네~ 번역본 나와 있더라구요~
더욱 분발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 새파랑님.^^
7월에도 건강하시고 행복한 일 많으시길 바랄게요~^^
 
コ-ヒ-が冷めないうちに (單行本(ソフトカバ-))
川口俊和 / サンマ-ク出版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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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어느 거리의 어느 찻집 어느 좌석에는 이상한 도시전설이 있었다.

그 자리에 앉으면 그 자리에 앉아있는 동안만은 원하는 시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다만, 귀찮은 룰이 있었다.


1. 과거에 돌아가도 이 찻집을 방문한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만날 수가 없다.

2. 과거에 돌아가 어떤 노력을 해도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3.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자리에는 먼저 온 손님이 있다.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것은 그 손님이 일어났을 때뿐.

4.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자리를 뜨면 이동할 수 없다

5. 과거에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커피를 컵에 따르고 나서, 그 커피가 식기 전 동안만.

이 찻집의 이름은 후니쿨리 후니쿨라

이렇게 찻집에 전해져오는 신기한 전설과 룰을 언급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연인, 부부, 자매, 임신부의 이야기. 4개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중 두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1. 연인


교제 3년째 되던 날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라며 불러낸 남자는 일 때문에 미국에 가게 되었다는 말을 듣는다. 노골적으로 헤어지자는 이별통보는 아니었지만 불과 몇 시간 후에 비행기를 타야 된다는 말을 들었으니 이별통보나 마찬가지였다. 찻집에 마주 앉은 두 남녀의 대화는 긴장되고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미안했는지 주눅이 든 채 얘기하던 남자는 시간이 지나자 담담해지고 마침내 떠나게 된다.

 


후미코는 고교때 독학으로 6개국어를 마스터하고 와세다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도내 의료계 대기업 IT회사에 입사. 2년째에는 치프로써 여러 프로젝트를 맡은 커리어 우먼이었다. 그뿐이 아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용모인지 누구든지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았다. 연애를 하긴 했지만 일과 연애를 할 만큼 몰두했기 때문에 남자들의 유혹을 먼지 털어내듯이 거절했다.

 


의료관계 회사의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을 하다가 3살 연하인 고타로를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2년 넘게 교제하다가 바로 1주일 전에 미국을 가게 되었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것이다. 평소 만나던 찻집은 임시휴업이라고 했고, 어릴 때 흥얼거리던 노래에 이끌려 지하에 있는 찻집에 들어갔는데 바로 그 가게가 앞에서 말한 도시전설이 있다는 장소이다. 남자보다는 일과 연애를 하는 것처럼 일에 몰두했던 후미코였지만 고타로와 그렇게 헤어진 것은 마음에 상처를 남긴 듯했다.

 


그리고 1주일이 지났을 때 그 찻집에 갔다가 점원과 얘기를 하다가 엉뚱하게 다시 1주일 전 과거로 돌아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고타로와 다시 잘 해보고 싶었던 것일까. 일하는 도중에도 어서 가서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에 실수 연발이었다. 고타로의 만남 재개가 중요했을까, 아니면 도시전설을 확인하고픈 호기심이 더 컸을까. 자꾸만 히라이에게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한다. 과연 돌아갈 수 있을까. 고타로와는 다시 좋은 관계가 될 수 있을까. , 이런 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과거의 어느 때를 돌아보면 아쉬운 부분이 누구나 있지 않던가. 현실이야 바꿀 수 없다지만 과거의 어느 시점을 원하는대로 다시 돌려놓을 수 있다면 한결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을까.

 


하지만 과거에 돌아갈 수는 있어도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돌아가더라도 현실에 영향을 주는 간섭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 등 규칙을 다시 강조한다. 고타로와 다시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후미코는 그러면 의미없는 일 아니냐고 항의하면서도 한조각 가능성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고심하는 눈치다. 그런데 한술 더 떠서 아무리 노력해도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 더욱 믿을 수 없었다. 왜 그런 룰이 존재하느냐고 물어도 모릅니다라는 대답 밖에 들을 수 없었다.

 


그래도 후미코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 고타로가 미국에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라도 했더라면 좋았을 걸 생각한다. 후미코는 그 자리가 어디냐고 묻자, 카즈는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는 여자가 앉은 곳을 가리킨다. 후미코는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자리를 바꾸어 달라고 부탁하지만 그 여자는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다. 카즈는 그런 후미코에게 소용없는 일이라고 한다. 그녀는 유령이었기 때문에. 그런데 유령이 저렇게 확실하게 보이는 사람이라니 이 또한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진짜인지 확인해보려고 말을 걸고 자리에서 끌어내기까지 한다. 그러자, 그때까지 어른답게 책을 읽던 여자가 갑자기 후미코에게 노려보면서 공포분위기가 된다. 카즈는 저주를 받은 거다. 억지로 끌어냈기 때문이라며 후미코를 나무란다. 유령은 한바탕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더니 커피를 리필해달라고 하더니 다시 점잖게 책을 읽는다.

 


어떻게든 그 자리에 앉아보고 싶었던 후미코는 이제나 저제나 초조해하는데...

카즈는 유령이 하루 중 딱 한번 화장실에 가는데 그 틈에 앉으면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밤낮을 구별은 못한다고 한다. 그 자리에 앉고 싶었던 사람은 후미코만이 아니었다.

기다리다 지쳐서 테이블에 엎드려 자다깨기를 여러 번. 책을 읽던 유령이 화장실에 간 것도 모르고 잠들었던 후미코가 잠이 깨어 몽롱해졌을 때 카즈는 기회가 왔다고 알려준다. 커피를 잔에 담겨진 순간부터 그 커피가 식기 전까지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고. 이런저런 룰이 많고 현실은 바꿀 수 없다는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특히 식기 전에 그 커피를 모두 마셔야만 한다. 아무튼 정해진 룰을 지켜야만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성공할 수 있다. 이 유령도 남편의 과거와 만나러 왔었는데 룰을 지키지 않아서 유령이 되었다고 했다.

 


정말 과거로 돌아가는 것처럼 후미코는 묘한 흔들림을 몸으로 느끼며 1주일 전의 고타로를 만나게 된다. 일과 연애를 하다시피 최우선으로 여기며 살아왔던 후미코는 미국으로 가겠다는 고타로를 말리지 못한 것 등, 2년 일 때문에 만나게 되어 교제했던 일, 중대한 미스를 발견하고 거래처에 납품을 망설이고 있을 때 무단결근을 한 고타로의 실수라고 의심하던 일 등을 떠올린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번도 듣지 못했던 고타로의 속마음을 듣게 된다... 여기서 후미코는 상대방의 입장은 생각해보지 못했던 자신을 깨닫는다. 그리고 반전 같은 마무리! 정말 여기서 말하는 룰처럼 현실은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 하지만 후미코는 어느때보다 행복한 기분이 되었다. 왜 그랬을까? 바로 미래는 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직접 알게 된 후미코는 앞으로의 일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묻자, 그건 손님이 하기 나름이죠... 라는 카즈의 대답이 돌아온다. 그거였다. 현실은 바꿀 수 없지만 앞으로는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 아무런 상의도 없이 미국으로 떠난다고 통보하던 고타로는 후미코에게 꼭 돌아올테니 3년을 기다려 달라고 했던 것이다.

 


2. 부부의 이야기

 


찻집의 내력이 나온다. 메이지7년에 오픈해서 140년이나 지나서 에어콘도 없고, 일본에 커피가 들어온 것은 에도시대 도쿠가와 츠나요시 시대였다는 등 오래된 이 찻집의 분위기들 자세하게 묘사하면서 시작된다.

이 이야기에서는 부모와 의절당하고 언니가 집을 나간 바람에 부모가 운영하던 고급 여관을 물려받게 된 여동생이 언니에게 편지를 전해달라는 사연이 나온다. 아마도 이 찻집 사람들도 그 언니를 아는 모양이다. 동생 히라이 쿠미가 이 찻집에 온종일 앉아 편지를 쓰고 점원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언니 히라이는 카운터 밑에 숨어서 다 듣고 있었다. 하지만 이 얘기보다는 후사키 부부의 사연이 중심이 되고 있다.

 


후사키는 앞 이야기에서도 손님으로 등장했었다. 하루 종일 여행 잡지를 보며 무언가 끄적이는 남자로 나왔다. 젊은 나이임에도 알츠하이머형 인지증을 앓게 되어 기억장애를 일으키고 있었다. 이 병은 뇌 신경세포가 급격하게 줄어서 뇌가 병적으로 위축되고 지능이 저하되는 병이었다. 그는 카즈에게 아내의 편지를 전해 달라고 한다.아내가 있었다는 건 아는데 이름도 기억할 수 없고 눈앞에 아내 코타케(간호사)가 있었는데 자신의 아내라는 걸 몰랐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코타케는 언제가는 후사키가 자신을 완전히 잊어버리게 되는 날이 올지라도 간호사로써 그를 지탱해 줄거라고 넌지시 말하곤 했다.

 


아내 코타케도 이 찻집에 와서 남편을 지켜보았지만 도무지 기억에 없는지 알아보는 법이 없었다. 후사키의 증상은 보통의 환자보다 더 빨리 진행되고 있었다. 후사키는 어떤 내용의 편지를 썼을까. 기억이 점점 나빠지고 있었는데 어떻게 편지를 썼을까 궁금했다. 앞에서 후미코가 1주일 전의 과거로 돌아간 것처럼 후사키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후미코의 경우처럼 소설을 읽고 있는 유령이 잠깐 화장실에 간 틈을 타서 후사키와 코타케는 그 자리에 앉는다. 코타케는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로 어떻게든 후사키를 안심시키려고 노력한다. 당신병은 나을테니까 안심하라고, 거짓말일지라도 일단은 남편의 불안을 없애주고 싶었다. 후사키는 마주 앉은 코타케를 바라보면서 말없이 편지를 건네준다. 편지는 카즈가 읽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기억을 잃기 전 후사키의 목소리가 들어있었다. 내가 기억을 점점 잃게 되어도, 당신을 잊게 되는 일이 있더라도, 냉정하게 간호사라는 자신을 희생할 수도 있겠지만, 아내로써 할 수 있는 일만 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부부니까, 힘들면 헤어지면 그만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계속 아내로 있었으면 좋겠다. 맨 마지막엔, 참으로 죄송합니다... 이런 내용이었다.

 


코타케는 남편의 병을 알게되었을 때 남편이 눈치채지 못하게 혼자서 끙끙 앓았었는데 남편은 먼저 알고 있었고 자신이 아내에게 민폐가 될까봐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점점 기억을 잃고 눈앞에 있는 아내도 알아보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 찻집의 특정한 자리에 앉아 과거로 돌아가 못다한 말을 전해준 것은 어쩌면 다행이었을까. 커피가 식기 전까지의 제한된 시간이 끝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현실.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던 코타케는 좀 가벼운 마음이 되어 찻집을 떠난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흥미로운 도시전설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을 소중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무언가 다시 수정하고 싶은 과거가 있는가? 우리가 만나고 관계를 짓고 살아가면서, 아니면 과거의 나 자신에게서 벗어나고 싶거나 후회되는 일이 누구나 있지 않을까. 나도 과거로 돌아가서 아쉬웠던 삶의 부분을 고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소설같은 이야기는 우리 현실에서는 꿈같은 이야기가 아닌가. ‘소확행이라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나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거울삼아 나답고 행복한 시간을 쌓아가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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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6-01 09: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현재가 바뀌지 않더라도 과거로 한번쯤은 돌아가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과거에 대한 꿈을 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역시 일본어 천재 모나리자님은 원서도 뚝딱~!!
재미있을거 같아요 ^^

모나리자 2022-06-01 22:05   좋아요 2 | URL
그쵸. ㅎ 저도 과거의 어느 한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제대로 수정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네요. 천재라니 무슨 말씀을요.ㅎ 천재였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이 일본에서 영화로도 만즐어졌나봐요. 소재가 참신하고 재미있었어요.
선거일 휴일 잘 보내셨지요~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새파랑님.^^

바람돌이 2022-06-01 1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런 카페의 좌석 진짜로 있으면 좋겠네요. 어쩌면 그리운 이를 볼수도 있지 않을까 뭐 그런생각에요. ^^

모나리자 2022-06-01 22:08   좋아요 1 | URL
네, 재미있을 것 같아요. 과거의 어느 시점에 아쉬웠던 일을 되돌리거나 전할 수
없었던 얘기를 들려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사해요. 바람돌이님~ 6월에도 건강하시고 화이팅 하세요.^^

서곡 2022-06-11 2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책이 있군요 영화를 봤어요 표지가 이쁘네요

모나리자 2022-06-11 2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영화를 보셨군요! 환타지 요소가 들어 있어서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 감사해요. 서곡님 굿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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