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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실패 없는 일본어 번역
윤지나 지음 / 소란(케이앤피북스)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작년 12월 번역 수업 특강 때 추천받은 책이다. 구판 『초보 번역가들이 알아야 할 7가지』의 개정판이라 한다. 저자는 전문 통번역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통번역 입시학원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번역했다는데 그중 내가 재미있게 본 「닥터 고토의 진료소」, 「호타루의 빛」도 있어서 반가웠다. 역서로 『사랑의 메신저 컨시어지』, 『단박에 통하는 전달의 힘』, 『존경받고 유능한 리더를 만드는 말버릇 수업』 등 다수 있다.
이 책의 내용은 1. 번역가에게 필요한 건 무엇? 2. 번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 3. 프로 번역가로의 입문, 실무 번역 4. 분쟁을 부르는 사례들 5. 번역수주에 대해 6. 통번역대학원에 대해서
이렇게 여섯 가지를 담고 있다. 그동안 읽었던 번역 관련 책은 주로 출판번역가의 에세이와 출판번역에 대한 스킬을 알려주는 책이었는데 이 책은 회사 자료 번역부터 논문 번역 등 영상 자막 번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1장에서는 번역가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과 자세에 대해 알려준다. 날카로운 판단력, 밤을 새도 끄떡없는 체력과 지구력은 기본이고 책임감과 성의는 번역가의 기본 예의라고 한다. 그리고 지나친 자신감보다는 ‘소심한 번역가’가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내용이 있어서 흥미로웠다. 소심한 사람은 실수를 줄이기 위해 한 번 더 검색하고 고민하고 검토하기 때문이란다. 자동차 운전의 경우도 자신감 있을 때 사고 확률이 높다는 말이 있으니 공감할 수 있는 얘기였다. 또 초보 번역가에게 필요한 자세로 가장 염두에 둘 것은 분야를 가리지 말라는 것이었다. 보통 현역 번역가들을 떠올리면 누구나 전문 분야가 있다. 경제, 문학, 실용 등. 하지만 이들도 처음부터 그랬을까. 경력이 쌓이면서 차차 자신의 전문 분야로 자리매김했을 것이다. 자신 없는 분야나 익숙하지 않은 형식의 문서도 무조건 받아들여 경험 쌓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할 때 의뢰인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진정한 프로 번역가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2장에서는 번역의 우선순위에 대해 알려준다. 오역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번역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등 맞춤법과 띄어쓰기 실수를 하지 않고 마감일을 목숨처럼 지킨다, 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중 일관성을 지켜야 하는 사항의 예를 들어보겠다. ‘유럽연합’을 일본어로 번역할 때 ‘歐州連合’이라고 했다가 ‘EU’라고 하는 등 아무런 기준 없이 마구잡이로 쓰면 일관성이 크게 훼손된다. 이럴 때는 유럽연합을 ‘歐州連合(EU)’으로 번역한 후 두 번째부터는 ‘EU’로 표기하는 것을 권장한다.
3장에서는 번역가가 실제로 마주하는 실무 번역의 다양한 예를 소개하고 있다. 회사 자료 번역, 논문 번역, 백서ㆍ법률 번역, 신문기사 번역, 비즈니스 레터 번역, 리플릿이나 팸플릿 등 인쇄물 번역, 출판 번역, 영상 자막 번역, 영상 더빙 번역, 녹취 자료 정리 및 번역 등이다. 참으로 다양한 번역이 있구나 생각했다. 실전 번역의 분야가 다양한 만큼 자신이 선호하거나 전문 영역으로 삼고 싶은 부분을 선택해서 공부하고 경력을 쌓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장과 5장은 실제 번역일을 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일어나는 사례와 번역 일감을 받을 때 어떤 경로로 시작하고 번역료를 협상하는 방법과 계약서 쓰기에 대해 알려준다. 일한 대가를 제때 받지 못해서 심적 고통을 겪거나 분쟁까지 가는 사례는 많은 번역가가 경험했다는 얘기를 자주 접했는데 제도적으로 보호장치는 없는 건가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어느 직업이든지 그렇겠지만 번역가로서 무리 없이 성장해가려면 무엇보다(자신의 실력을 키워야 할 것이고) 자신의 실력에 맞는 번역료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 장에서는 통번역대학원에 대해서 알려준다. 저자가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입시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만큼 입시요강이나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다양한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공부방법으로는 일본 신문 공부하기, 한자 쓰기 연습, 쉐도잉 등 노트테이킹, 작문하기, 면접 준비까지 다루고 있다. 작문이나 면접 등 몇 가지를 제외하면 꼭 통번역대학원 진학이 아니더라도 일본어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유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해 전 나는 매일 1년 동안 일본어 뉴스 기사 번역을 한 적이 있는데, 저자가 알려주는 방법이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예를 들면, 사설을 읽더라도 소리내어 읽을 것, 열 장을 묶어 돌려가며 읽을 것, 한자 쓰기 연습을 매일 할 것, 한국 사설 읽기는 일주일에 한두 장을 골라 반복해서 읽을 것 등이었다. 생각해 보니 과연 유익한 방법이라고 생각되었다. 영어공부를 수십 년을 하고도 입이 안 떨어지는 우리의 현실을 떠올릴 때 읽고, 듣기만을 반복했기 때문이란다. 직접 소리내어 말할 때 회화실력은 월등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또 하나는 매일 드라마 한 편씩 보라는 조언이었다. 일드를 너무 좋아해서 “공부는 하지 않고 이래도 되나?” 하는 자책을 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즐거운 마음으로 보아야겠다. 드라마 보기로 회화 실력을 키우려면 한두 가지 프로그램을 정해놓고 질릴 때까지 보라고 했다. 역시 베테랑다운 조언이다. 일본어 공부에 게으름을 피우고 있던 요즘 내게 동기부여가 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