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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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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김정선은 20년 넘게 남의 문장을 다듬는 교정 교열 일을 하면서도 동사의 맛, 소설의 첫 문장등 여러 권의 책을 썼다. 교정 교열 일을 20년도 넘게 했다니 그 분야의 전문가라 할 만하겠다. 책을 읽다가 전에 재미있게 보았던 일드 <수수하지만 굉장해!> 가 떠올랐다. 패션 잡지 편집장이 꿈이었던 코노 에츠코가 7년이나 도전하여 취업에 성공했는데 처음 맡은 일이 교정 교열이었다. 양질의 교정 교열을 위해 작가를 직접 만나거나 현지답사까지 하는 등 열정을 쏟는 교정자의 일상을 보면서 재미는 물론 뭉클한 감동까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책을 통해 알게 된 교정자의 일상은 조금 달랐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문장과 씨름 해야 하는 고뇌의 과정도 엿보였다. 다루고 있는 내용은 저자가 많은 문장을 다듬으면서 얻어낸 좋은 문장 표현과 한 저자와 나눈 메일 내용을 사이사이 소개하고 있다. 교정 교열에 대한 규칙만 알려주었다면 지루한 느낌도 있었을 텐데 그러한 에피소드도 곁들여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맨 처음 다루고 있는 내용은 적ㆍ의를 보이는 것ㆍ들’ 5가지와 굳이 있다고 쓰지 않아도 어차피 있는표현 3가지 등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자기도 모르게 중독(?)이 된 채 쓰고 있는 익숙한 문장 표현이 많다. 아마도 평소에 글쓰기를 자주 하는 사람이라면 책을 읽다가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서 놀랄 것이다. 이 중 몇 가지를 소개해 보겠다.

 


<예시>


사회 현상, 경제 문제, 정치세력, 국제 관계, 혁명 사상, 자유주의 경향


<교정의 예>

사회 현상, 경제 문제, 정치 세력, 국제 관계, 혁명 사상, 자유주의 경향(p19)

 



접미사 ‘-과 조사 ‘-그리고 의존 명사 과 접미사 ‘-도 무의식적으로 자주 쓴다는 사실을 번역 수업을 통해 깨달았다. 그저 무심코 쓰다 보니 습관으로 굳어지지 않았나 싶다.하지만 좀 더 나은 표현을 쓰려고 궁리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단어에서 ‘-을 빼니 훨씬 깔끔해졌다. 늦게라도 간결하고 좋은 문장 표현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싶다.

 


조사 ‘-의 예도 들어보자.


1. 문제 해결

2. 음악 취향 형성 시기

3. 이제는 모든 걸 혼자 힘으로 해내야만 한다.

4. 부모와 화해가 우선이다.


나열한 문장은 ‘-를 빼고 아래와 같이 다듬을 수 있다.



1. 문제 해결

2. 음악 취향이 형성되는 시기

3. 이제는 모든 걸 혼자 힘으로 해내야만 한다.

4. 부모와 화해하는 일이 우선이다.(p22~23)

 

특히 2번과 4번은 ‘-를 빼고 문장 일부를 다듬어 좀 더 다양한 표현으로 교정할 수 있다.

  


이번에는 것ㆍ들을 무심코 쓰게 되는 문장의 예를 들어보겠다.


<예시>


1. 사과나무들에 사과들이 주렁주렁 열렸다.

2. 수많은 무리들이 열을 지어 행진해 갔다.

3. 내가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증거

4. 인생이라는 것을 딱 부러지게 정의하기 어렵다면



<교정의 예>


1. 사과나무에 사과가 주렁주렁 열렸다.

2. 수많은 무리가 열을 지어 행진해 갔다.

3.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

4. 인생을 딱 부러지게 정의하기 어렵다면(P28)

  



이 예시에서 우리가 ‘-이나 ‘-을 얼마나 남발하는지 알 수 있었다. 특히 무리는 단어 자체에 이미 복수의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에 ‘-을 붙일 필요가 없다. ‘적ㆍ의를 보이는 것ㆍ들습관적으로 적ㆍ의ㆍ것ㆍ들을 무심코 붙이면 문장을 읽는 독자들이 적의를 보인다라는 재치있는 언어 유희로 기억하고 글쓰기에 실천해 보면 어떨까.

 



지적으로 게을러 보이게 만드는 표현에 대한 내용도 무척 공감한 부분이다. 글쓰기를 하다 보면 ‘-에 대한(대해)’, ‘-들 중 한 사람, ’-들 중(가운데) 하나, ‘-들 중 어떤’, ‘-같은 경우’, ‘-에 의한’, ‘-으로 인한등의 표현을 얼마나 자주 쓰는지. 이 중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같은 경우


같은 경우에는, 중국 같은 경우, 같은 경우

 


이 문장을 살펴보면 경우’, ‘중국경우’, ‘경우가 동격이 된단다. 무심코 쓴 표현이 비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고 보니 나 또한 ‘-같다‘-같은등의 표현을 자주 쓴다는 걸 떠올렸다. 이 표현을 습관적으로 쓰다 보면 확신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는 대상에까지 쓰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제가 합격했다니 정말 꿈만 같아요라고 할 때는 형용사 같다가 어울리지만 어제 친구랑 밥 먹고 영화를 봤던 것 같아요라고 쓰면 어색한 표현이 된다.

 



마지막으로 얘기하는 내용은 문장 다듬기이다. 문장을 쓸 때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주어와 술어가 호응하도록 배치해야 하고 관형사나 부사처럼 꾸미는 말은 각각 체언과 용언 앞에 제대로 놓아야 하며 수와 격을 일치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기본 원칙 외에도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있는데, 누구나 문장을 쓸 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써 나간다고 했다. 이 말은 다시 말하면 누구나 문장을 읽을 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읽어 나간다는 얘기다. 실제로 문장을 읽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으며 문장을 쓰는 방법도 그와 다를 수 없다고 했다. 과연 그렇구나. 너무 당연한 말이라 이런 원칙이 있다고는 상상도 못 했다. 더구나 한국어 문장은 영어와 달리 되감는 구조가 아니라 펼쳐 내는 구조라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계속 풀어내야 한단다.

 


<예시>


계속 걸어간 나는 마침내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나는 계속 걸어서 마침내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p196)

 



언뜻 보면 비슷한 의미 같은데 저자의 분석을 보니 차이가 느껴졌다. 위의 문장 계속 걸어간 나는이 만드는 거리와 그 뒤로 이어진 마침내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가 만드는 거리가 다르다는 것이다. 앞의 거리가 상대적으로 밭은 느낌이고, 이렇게 거리가 일정하지 않으면 뭔가 펼쳐지지 않았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고 했다. 반면 두 번째 문장은 거리가 일정하게 펼쳐 낸 문장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문장의 주인이 문장을 쓰는 내가 아니라 문장 안의 주어와 술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문장의 주인이 나라고 생각하고 글을 쓰면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넘어가거나, 문장의 기준점을 문장 안에 두지 않고 내가 위치한 지점에 두게 되면 자연스러운 문장을 쓰기가 어렵다고 했다. 나는 이미 알고 있으므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 부분은 평소에 생각지 못한 거라서 신선하고 유익한 공부가 되었다.

 



글쓰기에 깊은 관심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을 것이다. 오랜 시간 교정 교열의 현장에서 길러낸 유익한 팁이 가득 들어있다. 글의 행간에서 저자의 감성도 엿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전문 교정자로서 단호함이 느껴져서 더욱 진정성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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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 - 공감과 연대의 글쓰기 수업
메리 파이퍼 지음, 김정희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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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도 번역 수업에서 알게 된 책이다. 그동안 읽었던 글쓰기 관련 책과 결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 제목에도 잘 나타나 있고 부제도 공감과 연대의 글쓰기 수업이라고 되어있다. 저자 메리 파이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임상심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오자크에서 태어나 네브래스카에서 자랐고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인류학을 전공, 네브래스카대학교에서 임상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 세계 의료 전문가, 학생, 공동체를 대상으로 강연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나는 심리치료사입니다, 나는 내 나이가 참 좋다등 열한 권의 책을 집필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1부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2부 헤엄치듯 글쓰기 3부 행동으로 옮기기 세 부분으로 되어있다. 작가는 자신의 세계관을 바꿔준 책, 안네의 일기를 처음 접한 열두 살 시절 이야기부터 쉰다섯 살 워싱턴 D.C.에 있는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박물관을 방문해 안네 프랑크 전시를 관람했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세상을 잇는 글쓰기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다. 나 또한 고1 안네의 일기를 읽고 안네 프랑크를 따라 상상의 친구(?)에게 일기를 썼던 경험이 있었기에 친근한 교감이 일어났다.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너무도 잘 알지만, 문학이 이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기에, 당신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글을 쓴다. () 세상은 사람들의 관점에 따라 변한다. 그러므로 단 1밀리미터라도 사람들이 현실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면, 당신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제임스 볼드윈(James Baldwin) (p42)

 



나는 당신이 과거라는 숲으로 들어가 당신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 걸어보기를 바란다. 태어난 순간의 이야기에서 출발해서 의미있는 여러 경험으로 이정표를 더해가면서 연대표를 구성할 수도 있고, 특별한 장소, 뜻깊은 추억, 아니면 삶의 커다란 주제나 질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꾸려갈 수도 있다. 살면서 맺었던 관계, , 종교, 음식, 놀이 등을 주제로 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p65)

 



작가는 마흔넷의 나이에 약간의 시간이 생겼을 때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의 소리를 듣고 지역 대학 글쓰기 수업에 등록했다 한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늦은 글쓰기 입문 에피소드를 접하고 보면 왠지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생길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처음 글쓰기에 입문하는 독자라면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할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저자가 권하는 방식을 소개해 보겠다.

 



나의 유래는 ( )입니다.’라는 문장 형식으로 시를 써 보라고 한다. 저자가 쓴 예를 몇 가지 들어보겠다.

 


나의 유래는 에이비스와 프랭크, 아그네스와 프레드, 글래시 매이와 마크입니다.

나의 유래는 오자크 산맥과 콜로라도 동부 고원, 눈 녹은 산과 물뱀이 사는 남쪽 개울입니다.

나의 유래는 열광, 어둠, 관능 그리고 유머입니다.(p53)

 



이 시에는 반드시 음식, 장소, 종교에 관한 언급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 현재부터 먼 과거까지 시간을 거슬러서 갖가지 자취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는 지금 자신의 핵심가치를 형성한 결정적인 사건, 중요한 사람, 잊지 못할 경험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저마다 각자의 재능이 있고,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 있다고 했다. 간단한 방법이지만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를 돌아보는 이 과정에서 잘 몰랐던 자신을 알 수 있지 않을까. 나를 알아가는 작업이야말로 어떤 글쓰기를 할까, 무엇을 쓸까를 정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선결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가 쓰는 글은 우리 자신으로부터 나온다. 자신의 영혼을 더 깊이 탐구할수록 글도 더 깊고 풍성해진다. 불교 스승 페마 초드론(Pema Chodron)은 불교에서 말하는 평정이라는 개념을 모두가 초대되는 만찬에 비유했다. 우리의 내적 경험과 외적 경험을 열린 마음으로 모두 받아들이라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우리 작가들은 독자에게 자신의 감수성과 도덕적 세계관, 관점을 제공해야 한다.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제대로 알아야만 이런 선물을 온전히 건넬 수 있다. 잊지 마라. 모호한 생각은 모호한 글로 이어진다. 내적으로 명료해야 독자에게 사려 깊고 정직한 글을 보여줄 수 있다.(p55~56)

 



2부에서는 글쓰기를 수영에 비유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수영을 못하는 나이지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특히 추운 겨울에는 수영장이 있는 곳으로 가서 물에 뛰어들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하지 않으려고 궁리하지만 결국 그냥 물속으로 뛰어든단다. 빨리 헤엄을 쳐야 몸이 빨리 데워진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빈 페이지는 수영장의 차가운 물과 같다고도 했다. 글쓰기도 이와 같다. 일단 시작하라는 얘기다. 일단 시작했더라도 채워지지 않는 하얀 화면을 보며 끙끙 앓기도 할 것이다. 작가는 변화를 꿈꾸는 작가를 위한 글쓰기 규칙을 언급하며 작가와 심리치료사의 공통점과 차이를 보여준다. ‘공감하는 훈련이 둘의 공통점이라면, 차이점은 심리치료사와 내담자는 같은 공간에서 둘이서 모든 과정을 함께 이끌어가지만, 작가는 독자를 직접 마주하지 않는다는 것. 쓰고 있는 페이지에 집중하고 자신의 생각과 대면하는 시간이 많은데 그러다 보면 독자를 지나치게 의식할 수도 있다고 한다. 바로 자기검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글쓰기와 심리치료는 둘 다 사람들을 산 정상까지 데리고 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정상에 올라 호흡이 바뀌고 눈이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면, 이제 그들은 기적을 행할 준비를 마치고 그 산에서 내려올 것이다.’(p145)

 



이 장에서는 글쓰기의 시작부터 고쳐쓰기 과정까지 자세하게 안내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관점과 프레임에 대한 언급은 글쓰는 이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되었다. 관점은 철자법이나 문법 같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반영한다고 했다. 우리가 쓰는 모든 글에서 우리의 가장 내밀한 동기와 도덕적 진실성을 망라한다고 했다. 우리가 쓰는 글에는 아무래도 자신의 사고와 철학이 고스란히 담기기 마련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관점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이다.’(p188)(중략) 최고의 작가는 독자의 관점을 넓혀준다. 독자가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것을 아우르는 은유와 더 큰 프레임을 만들어 낸다.’(p188)

 



또 세상을 잇는 글을 쓰는 우리 작가는 이분법을 피해야 한다고 했다. 흑백논리로는 다른 사람의 흑백논리를 깰 수 없다는 말도 했다. 글쓰기를 통해 나를 알아가고 그다음 단계는 독자를 변화시키고 독자의 관점을 넓힐 수 있는 작가가 최고의 작가라는 얘기다. 평범한 일상도 글이 되는 시대에 나의 글로 세상과 연결하고 나아가 더 나은 작가를 지향하는 글쓰기를 알려주는 것 같아 격려와 응원을 받은 기분이 들었다.

 



3부는 글쓰기의 실천편으로 편지 쓰기, 연설문 쓰기, 에세이 쓰기, 블로그 쓰기, 음악과 시 쓰기에 대해 얘기한다. , 음악과 시 쓰기는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고 좋아하는 음악과 시를 소개하는 정도다. 저자는 강연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만큼 연설문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자신감 있는 연설을 위해서는 그 비결이 준비에서 나온다고 했다. 이야기에 힘을 싣는 방법,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무대공포증 이겨내는 방법까지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3부 내용에서는 에세이 쓰기가 새롭게 다가왔다. 보통 에세이라면 작가의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경험담을 담은 가벼운 이야기쯤으로 인식했는데, 작가는 자신의 삶을 타인이 깨달음을 얻는 순간으로 치환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독자를 위해 이야기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에세이는 우리가 얻은 깨달음을 세상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보내는 초대장’(p265)이며 우리가 공유하고자 하는 것은 삶의 아주 작은 단편과 경험이지만 거기에는 우리 자신의 영혼으로 엮어낸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말에 다시 한번 공감했다. 이렇게 세상 사람들과 공유하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관찰하고 반문하는 것을 멈추지 말라고 한다. 그러니 글감이 없다고 걱정할 일이 아니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주변의 풍경, 거리를 걷는 사람들, 이 모든 것들을 그냥 넘기지 말고 묘사하라는 말이다. 그럴 수 있다면 우리의 시선과 관점은 많은 것을 포착하고 사색의 과정을 거쳐 많은 이야기로 탄생하지 않을까.

 



살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영혼을 성장시키고, 그 성장시킨 영혼을 인류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작가는 독자의 영혼이 성장하도록 촉진한다. 성장을 위한 가장 좋은 토양은 사랑이다. 글쓰기는 눈에 보이는 사랑이 될 수 있다. 결국 우리가 독자를 진정으로 변화시킬 방법은 그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우리가 글을 쓰면서 의도했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사는 건 아니지만, 독자는 우리가 심은 나무 그늘을 즐길 것이다.’(p305)

 



정말 멋진 문장이 아닌가. 작가는 어떤 유형의 글이든, 글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평범한 사람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작가의 말에 용기를 얻어 글쓰기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나 확장하는 글쓰기로 나아가고 싶은 독자가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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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힐 2024-08-12 17: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님 글을 읽으며 글쓰기는 상구보리하화중생(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 한다)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을 쓰는 자신을 구원하는 동시에 세상을 이롭게 바꾸는 구도의 과정과 너무도 닮은 것 같습니다. 글쓰기에 도움되는 글 올려 주셔서 감사 합니다.

모나리자 2024-08-13 19:33   좋아요 3 | URL
마힐님, 반갑고.. 감사합니다.^^
저자는 글쓰기는 집짓기와도 같다는 말도 했습니다.
또 글쓰기는 명상을 활용하면 더욱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했는데
저도 그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네요. 아무쪼록 건강한 여름 나시길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호시우행 2024-09-26 09: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쓰기는 부지런해야 가능한 고상한 작업이지요.ㅎㅎ

모나리자 2024-09-26 16:15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ㅎㅎ
주변의 사물을 그저 지나치지 않고 기록해보는 습관도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호시우행님.^^
며칠 안 남은 9월 좋은 마무리 하시길 바랄게요.^^
 
작가수업 천양희 : 첫 물음 작가수업 1
천양희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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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산책방 작가수업시리즈 중 하나인 천양희 시인의 산문집이다. 우리 문학사에 족적을 남긴 한국 대표 작가들의 문학적 체험과 삶을 담은 산문선 이라고 한다. 도시락 편지의 작가인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천양희 시인은 이 책으로 처음 만난 셈이다. 세상에나. 나의 친정엄마와 비슷한 연배의 시인이었다. 1965년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정원 한때등을 발표하며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마음의 수수밭, 오래된 골목, 너무 많은 입,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등이 있고 산문집 직소포에 들다, 시의 숲을 거닐다등이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1부 첫 물음이 내 문학의 이었다 2부 계속 써라! 뭔가 멋진 것을 찾을 때까지 3부 시는 나의 생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 수업이라는 테마로 짜여진 소제목에도 문학을 향한 열정과 절실함이 느껴진다. 천생 시인이었다. 등단 50년이 넘은 것에 비하면 그다지 많은 작품을 낸 건 아니었다. 어쩌면 시인의 완벽주의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시를 사랑하는지 시인이라는 직업에 얼마나 자부심이 큰지 시는 나의 생업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 말에 큰 울림과 공감대가 생겼다. 나야말로 책 읽고 글을 쓰고 공부하는 일은 나의 본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인도 이렇게나 독서를 열심히 하는구나 놀랐다. 뭉클한 감동을 주는 문장에 포스트잇을 다닥다닥 붙이고 언급해준 책을 메모하며 읽었다.

 

천양희 시인이 문학의 첫 길이 생긴 것은 초등학교 때 작문대회에서 뽑힌 동시를 보고 너는 앞으로 시인이 될 거야라고 했던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 덕분이었다. 그와 더불어 책을 좋아하고 상상력과 호기심이 많은 문학소녀의 꿈을 고이 간직하며 오직 한 길만을 걸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를 쓰는 것이 내 운명일까? 생각하다 보면 운명을 걸지 않았다면 시가 재미없었을 것이라던 박용하 시인의 말이 생각날 때가 있다. 그 말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말을 가지고 작업해야 하는 것이 시인의 운명이며 팔자는 끌로 파도 파지지 않는다고 하니, 시 쓰는 일을 내 운명이라 생각하기로 한다. 문학이 성격의 힘으로 밖에 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 성격의 힘이 바로 운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문학은 결국 자기 구원을 위한 글쓰기다.’(p84)

 



시인정신은 평면에 굴복하지 않는 나무의 수직성과 같다. 어떤 훌륭한 시인이 있다면 그 시인의 시를 본받을 것이 아니라 그 정신을 본받아야 한다는 말을 오랫동안 옷처럼 입고 살았다. 속에서는 불꽃을 피우나 겉으론 한 줌 연기로 날려 보내는 굴뚝의 정신. 세찬 물살에도 굽히지 않고 거슬러 오르는 연어의 정신, 속을 텅 비우고도 마디가 굵어져도 굽어지지 않고 꼿꼿하게 푸른 잎을 피우는 대나무의 정신, 폭풍이 몰아쳐도 눈비를 맞아도 독야청청하는 소나무의 정신이 시인의 정신이라 믿으면서, 시마(詩魔)에 끄달리면서 궁하게 견뎌온 것이다.(p103)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평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어느 인생이 평탄한 꽃길만 펼쳐지겠는가. 시인의 삶도 마찬가지였다. 평생을 좋아하는 시를 지으며 살았지만, 사람으로 인해 깊은 고통을 겪었다는 얘기가 행간 곳곳에 들어있었다. 시의 정신으로 똘똘 무장한 시인이었지만 죽을 결심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산으로 들어가고 작은 새싹이 움트는 생명을 보며 마음을 돌리기도 했다. 시인은 요즘 시인들의 안일함을 비판하며 쓴소리도 한다. 쉽게 쓴 시는 독자와 소통이 될지는 몰라도 시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므로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고 했다. 소통보다는 공감할 수 있는 시여야 한다고 했다. 좋은 시를 쓰지 않고도 살아남아있고 정신이 빠져도살아남아 있음을 안타까워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은 시를 쓸 수 있을까. 어느 분야의 글쓰기든 읽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천양희 시인은 천 개의 시를 쓴 후에야 명시를 알게 된다고 했다. 젊어야 젊은 시를 쓰는 것은 아니라는 말도 했다. 시인에게는 나이가 있지만 시인이 쓴 훌륭한 작품에는 나이가 없는데도 원고 청탁이나 문학상마저도 자꾸 젊은 쪽으로 기울어가는 현실을 꼬집는다. 시를 쓸 때는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미지가 선명해지려면 소리를 듣는 것보다 사물을 눈으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인식이 달라지고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시는 설명이 아니라 표현의 대화이기 때문이다. 소설 작법에서도 본 내용인 것 같다.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 그려지듯이 묘사를 해야 한다고.

 



시를 쓸 때 우선 본다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이든 보아야만 느낄 수 있고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다는 것은 읽는 것과 같은 것이다. 책을 볼 때 읽는다고도 하고 본다고도 한다. 책을 읽고 느낄 수 있어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p191)

 



왜 시를 쓰느냐고 물으면 주저하지 않고 잘 살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단다. 시가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편안하게 해주는 것도 아니지만 오로지 시를 쓰는 동안에만 행복했다. 가장 힘들었을 때는 아파서 시를 쓰지 못할 때라고 했다. 시와 소통할 때가 가장 덜 외롭고 시 외의 어떤 삶도 시인에게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천양희 시인의 작가수업을 읽으며 요즘 시와 문학에 뜻을 둔 사람들은 얼마만큼 그것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노시인만큼 운명처럼 여기며 절실하게 이 길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진심인 사람은 얼마나 될까. 오늘날은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이고 글이 아니라도 미디어 영상 등 즐길 거리가 넘친다. 작가나 작가 지망생이 읽는다면 자신의 상황을 돌아보며 문학의 정신과 태도를 배울 수 있고 동기부여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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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소민아 2024-07-06 0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당선, 축하드립니다~

모나리자 2024-07-06 22:57   좋아요 0 | URL
축하의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젤소민아님.^^!!
장마철 건강에 유의하시고 7월에도 좋은 시간 보내세요.^^
 
위반하는 글쓰기
강창래 지음 / 북바이북 / 2020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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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원칙이라는 게 있을까? 흔히 글을 잘 쓰려면 좋은 문장을 필사하거나 오랫동안 글쓰기 훈련을 해야 한다는 것 등이 우리에게 익숙한 얘기다. 또 하나의 예를 들자면 최근에 읽었던 책에서 말하듯이쓴다는 방법을 새로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에서 짐작하듯이 고정관념으로 알고 있었던 글쓰기 방법에서 벗어나 글쓰기 원칙을 업그레이드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 책을 쓴 저자 강창래는 20년이 넘는 출판 편집기획자 생활을 거쳐 다방면의 글을 쓰며 강연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요리 에세이 오늘은 좀 매울지 몰라, 한국출판평론상 대상을 수상한 책의 정신등이 있다.

 



이 책 내용의 구성은 1부 바로잡기 2부 쓰기 3부 고치기로 세 가지 주제로 서른네 가지 방법을 담고 있다. 번역 수업에서 들었던 내용과 반대되는 내용도 있어서 흥미로웠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번역 수업에서는 한자어보다는 고유어로 쓰라고 했는데, 저자는 이 세상에 고유어(겨레말)로만 이루어진 언어는 없다면서 반박한다. 글쓰기에 완고한 원칙을 갖고 있었던 저자는 이오덕의 우리말 바로쓰기(5)를 읽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 세상은 지구촌으로 연결되어 각국의 다양한 문화와 새로운 언어는 물론 그들의 사고방식까지도 주고받는 세상이니 당연히 언어도 뒤섞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세 가지 큰 주제의 내용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을 몇 가지 소개하는 방식으로 리뷰를 하려고 한다. 각 글마다 예문을 제시, 비교하며 설명하고 있어서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고 읽는 재미도 있다. 다양한 장르의 예문을 소개하고 있어서 나중에 읽어보려고 열심히 목록을 추가하며 읽었다. 이렇게 책 읽기를 통해 다른 책을 만나가는 과정이 참 즐겁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 다독해야 한다는 말은 글쓰기에서 마치 진리처럼 여겨왔다. 하지만 저자는 노력할 일은 아니라면서 독서가 즐겁고 행복한 일이어서 그만둘 수 없어서 많이 읽다 보니 쓰게 되고 작가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독서가 즐겁고 행복한 일이 되어야 한다는 거다. ‘노력하기보다는 그것을 기꺼이 즐길 때자연스럽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며, 독서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말도 했다. 또 필사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우리는 책을 읽다가 좋은 문장을 만나면 기록해 두거나 필사하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무작정 따라 쓰는 것은 효과가 아주 적다고 한다. 앵무새처럼 따라 하지 말고 문장에 담긴 의미와 생각,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 자신의 언어가 되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식 한자어는 쓰지 말자? 라고 하는 글에서 우리말에 대한 오해도 흥미로웠다. 퀴즈를 내 보겠다. ‘토시’, ‘에누리’, ‘구라’, ‘애매하다에서 애매는 일본식 한자어일까? ! 아니다. 한국 고유어라고 한다. 이 단어들은 모두 조선왕조실록<태조실록>에 나오는 단어라고 한다. 한중일 다 같이 사용했던 단어이며 한자어에는 그런 예가 많다고 한다. 이밖에도 식사(食事), 순번(順番), 구입(購入), 월요일(月曜日), 인간적(人間的), 지불(支佛), 모금(募金), 기증(寄贈), 이유(理由), 건강(健康), 자유(自由), 장소(場所), 영화(映畫), 문화(文化) 등의 단어가 일본식 한자말이라고 한다.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말이 일본식 한자어라니 놀라웠다. 그러니 순수한 우리 고유어란 없다는 저자의 말에 매우 공감할 수 있었다. 한국어가 일본어의 영향으로 오염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쯤 되면 무조건 비판하기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알아보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 같다.

 



더 나아가 저자는 일본식 한자어는 일본의 것이냐고 묻는다.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한자어인 교육, 학교, 교실, 국어, 과학, 사회, 헌법, 민주주의, 시민, 신문, 방송이라는 단어의 원저작자는 유럽이지만 일본이 번역을 한 단어라고 한다. 수용된 언어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언어와 문화에 깊이 스며들어 있음을 알게 된다. 이렇게 실용적인 관점에서 이미 번역되어 유포된 한자어를 굳이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순수한 문화 같은 건 없다면서 뒤섞이면 풍부해지는 것이라고 매듭을 짓는다.

 



2부 내용에서는 글쓰기의 순서와 이유부터 플롯 구성하는 방법까지 다양한 예문을 제시하며 알려준다. 특히 글쓰기에 있어 자료 조사의 중요성을 저자가 쓴 서평을 예로 들어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한 편의 서평을 쓰는데 관련 책과 영화까지 두루 챙겨 보면서 깊이 있는 서평을 쓰기 위해 노력을 했다는 점에 감탄했다.

 



특히 작품이라고 할 만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료 조사가 절대적이다. 조정래는 장편소설을 쓰기 위해 언제나 깊고 넓게 자료를 조사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태백산맥(10)을 쓰기 위해서는 4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은 자료 조사의 결과이다.’(p145~146)

 



흔히 글쓰기에 있어서 잘 아는 것을 쓰라는 말도 있지만 잘 모르는 분야라도 쓰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철저한 자료 조사와 공부하려는 열정적인 태도만 있다면 말이다.

 



3부는 고치기다. 좋은 글은 여러 번 읽고 고치는 과정을 통해서 탄생한다. 좋은 편집자가 책을 만드는 과정은 수없이 읽으면서 교정하고 교열한다고 한다. 내 이름은 빨강의 오르한 파묵, 농담을 쓴 밀란 쿤데라, 세계적인 천재 중 한 사람이라는 움베르토 에코 역시 열 번이나 스무 번 고쳐 썼다는 에피소드를 얘기한다. 글쓰기 초보 저자들은 어떨까. 아마도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몰라서 고치지 못할지도 모른다. 스스로 고치기 어려운 초보자들에게는 같은 주제의 글을 세 번쯤 써 보라고 말한다. 이야기의 순서와 스타일, 초점을 조금씩 바꾸어 써보는 변화를 경험해 보라는 거다. 그러다 막히면 독서를 하라고 한다. 그럴 때는 자료 조사, 독서가 최고라고 한다. 다양한 글의 예시를 통해서 읽고 싶은 책도 늘었다. 새로운 보물을 발견한 듯이 관심 목록에 적어두었다. 수많은 글쓰기 관련 책을 읽어왔다. 이 책은 글쓰기 할 때 원칙은 이래야 한다고 알고 있었던 고정관념을 깨주는 책이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어떤 규칙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나만의 개성이 담긴 글쓰기를 할 때 좋은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글쓰기를 한층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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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는 무의식을 취한다. 시는 체험이라는 자양분을 빨아들여꽃을 피우는 무의식이다. 그것은 빵이기도 하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가시지 않는 꿈의 빵이다. 시는 이 세계를 드러내면서 다른 세계를 창조한다. 시는 선택받은 자들의 빵이자 저주받은 양식이다." 옥타비오 파스가 활과 리라」에서 한 말이다. - P119

암 수술 후, 오른팔을 못 쓰면 왼손만이라도 연주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라벨의 <왼손을 위한 협주곡>을 눈물을 흘리며 들었다는 피아•니스트 서혜경씨는 퇴원한 뒤에 맨 먼저 <호프만의 뱃노래>를 쳤는데, 오른쪽 손가락이 움직일 때의 그 감사와 환희는 기쁨의 눈물로대신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 고백을 들으며, 나도 다시 시를 쓰는 기쁨을 눈물로 대신했던 생각이 났다. 그녀는 재활 훈련을 하며 연주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항암치료를 받은 지사 개월만에 건강한 사람들도 치기 어렵다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쳤던 것이다. 이 곡은 영화 <샤인>에서 데이비드 헬프캇이 연주하다가 미쳐버린 곡이다. 서혜경의 연주가 끝났을 때 객석은 온통 눈물바다가 되었다. 그 연주는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병마로 인해 좌•절하고 고통 받는 환우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고한다.  - P120

사람이 내는 소리의 가장 깨끗하고 묘한 것이 말이라면, 악기가 내는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사람의 영혼이 내는 소리다. 시를 쓸 때 손으로 쓰지 않고 영혼으로 쓰고, 피아노를 칠 때도 손으로 치지 않고영혼으로 친다면, 그 시와 피아노 연주는 누구에게라도 감동을 줄 것이다. 어떤 일에 자기를 다 바친다면 그것만으로도 그의 삶은 광채를얻는다. - P121

시를 쓰는 것과 연주를 하는 것은 영혼과 마주한다는 의미에서 서로 통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시는 읽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동시에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듯이, 훌륭한 연주도 사람을 감동시키는 동시에 깊은 생각에 잠기게하기 때문이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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