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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플러스의 시간 - 제2중년의 시대, 빛나는 인생후반전 설계도
홍기빈 외 지음 / 서해문집 / 2016년 10월
평점 :
이 책은 서울50플러스재단에서 첫 번째 캠퍼스의 개관 특강으로 엮어졌다. 50세 이후의 삶을 제2중년이라 명명하고, 그 나름대로 반짝임을 갖고 살아가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의 강연을 더 많은 독자와 함께 하고자 단행본으로 만든 책이다. 그만큼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필요한 집을 ‘공유주택’이라고 하는, 아직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데 열린 소통의 장이 되는 주택의 개념으로 보여주었다.
또 보건학 박사 배정원은 남녀의 감정적인 특성의 차이를 보여주며 성과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고 거침없이 들려준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28년을 준비한 취업, 20년으로 끝나는 직장생활이 지금의 현실임을 알려주며, 자신의 가치를 창출해야 살아남는다고 한다. 가치를 창출하라니... 이 말 또한 쉽지 않고 두려운 말임에 틀림없다.
임원은 사실 2년짜리 비정규직이죠. 차 딸린, 기사 딸린 비정규직이라는 표현도 있지요. 2년 뒤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겁니다.(p26~27)
예전에 비해 직장생활의 근속연수가 현격하게 줄어들었으며 그에 비해 초고속 승진은 그만큼 직장의 안정이라는 면에 있어서 불안감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오십도 안 되어 조직에서 밀려나는 시대이다. 그만큼 중년이 길어졌다는 것이다. 의학과 과학의 발달이 인간의 수명을 늘렸으며, 늘어난 수명 또한 중년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이다. 공무원들을 제외하고는 정년퇴직이라는 개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다. 한편 금융계에서는 불안한 노후를 위해서는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며 불안감을 더욱 부추긴다.
‘닛부타의 숲 정신분석클리닉’ 원장인 이승욱은 ‘개저씨는 왜 혼자가 되었나?’는 주제로 이야기 한다. ‘개저씨’에 대한 단어 자체도 웃기는데, 그 체크리스트는 더욱 더 씁쓸한 웃음을 짓게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소통의 부재와 세대간 대화의 부족과, 이해가 결여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최광철, 안춘희 부부의 3개월 여정으로 유럽 5개국을 자전거로 여행한 스토리다. 그것도 부부가 처음 가본 해외여행이라 한다. 물론 언어도 안되는 상태로.(중학교 영어실력 정도만 되었어도 수월했을 거라고 한다.) 생각해 보면 무모한 여행이었다고 말한다. 손짓 발짓 몸의 언어로 겨우겨우 찾아가는 여정은 짧은 강연이지만 드라마틱하다. 잘못 드는 길이 있다거나 텐트를 칠 곳이 마땅치 않아 불안해하고 있을 때마다 도와주는 사람이 나타난다. 자신들의 집을 숙소로 내주는 프랑스인 신혼부부, 캠핑장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중에 자신의 외딴집 조그만 정원에 텐트를 칠 자리를 내 준 독일 아주머니. 생각지 못한 이런 도움은 럭셔리한 여행이 아닌 고생스런 모험의 여행길에서 만나는 가뭄 끝의 단비처럼 반가웠을 것이다.
그들의 여행의 계기가 참 산뜻하다. 초등학교 졸업의 학력으로 공무원 9급과 7급 공채를 거쳐 행정자치부 지방재정팀장, 화천군 부군수 등 원주시 부시장을 끝으로 공직생활 37년을 마감하였다. 조직에 몸을 담고 있다가 나오니 희망이 없고 도전할 타깃이 없어졌다는 것, 이른바 목표가 희미해졌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한다. 그래서 ‘나에게 맞는 은퇴 이후의 사회 적응 프로그램이 뭘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참 뒤에 잊혀질 무렵에 번개같이 짠! 하고 멋지게 나타나야겠다고. 참으로 기발한 착상에 무릎을 치게 된다. 이미 10년 전부터 부부가 건강을 위해 자전거로 단련시키는 중이었으니 자전거여행을 결심한 동기도 되었을 것이다. 역시 사람은 목표가 있어야 앞으로 나아가는 행동력이 나오는 것 같다. 목표가 확고하면 준비과정을 진행하면서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더라도 견뎌낼 수 있다.
그 외에 내가 <통섭의 식탁>으로 처음 접했던 최재천 교수. 과학자이면서 국립생태원장이기도 하다. 인간이 자식을 키워내고 난 뒤의 삶을 ‘번식후기’라고 지칭한 점이 흥미롭고 생물학을 전공한 그답다. 그는 우리 사회의 변화를 기후변화, 도시화, 다문화, 고령화 이렇게 4개의 키워드로 압축한다. 국가차원의 산아정책이 성공한 예는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고 이것은 고령화의 문제와도 연결되는 것을 보여준다. 이대로 손을 쓰지 않으면 OECD에서 계산하기로 350년이 지나면 대한민국이 없어진다고 한다. 무서운 일이다. 할머니가 있는 집단이 없는 집단보다 자손이 번성한단다. 어차피 인간은 고령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고 한다. 그러니 ‘번식후기’의 삶을 잉여의 삶으로 치부하며 위축되지 말고 즐기라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즐길 것인가. 평생 배움을 놓지 말라고 한다.
마지막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지금까지 1700명 이상을 인터뷰한 베테랑 인터뷰어이자 <경향신문> 역사상 최초의 여성 정년퇴직기자인 유인경의 이야기로 맺는다. 일본 다이칸야마에 있는 츠타야 서점의 모토인 프리미엄 에이지를 들어 말한다. 이제 우리의 삶은 과거의 이력과 석사, 박사의 학벌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나 자신을 좋아하고 세상에 관심이 많은지’에 달려 있다고 얘기해 준다. 강연 형식이어서 더 쉽게 쏙쏙 들어와 공감하기 좋았다.
어렸을적 수수께끼 놀이가 생각난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안 부른 것은?’ 정답은 ‘나이’다. 누구나 공평하게 먹어서 좋다. 나이는 드는 것이 무슨 벼슬도 아니고, 외모와 건강상태가 변화되는 것을 좋아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보다 공평한 일이 또 어디 있는가. 숫자의 나이만 의식하여 의기소침하지 말고 자신의 가치를 창출하는 일, 늦었다고 생각되더라도 자신이 해 보고 싶었던 일,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도전해 보는 게 어떨까. 중년을 눈앞에 두고 있거나 이미 중년인 사람 누구라도 현재의 자신의 삶을 점검해보고 앞으로의 삶에 좀 더 나은 발걸음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해 본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