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슬픔을 감춘 채 그녀를진정시키기 위해 농담조로 말하려 애썼다. "내게 준 것이 없다고요? 내가 당신에게 요구하지 않을수록 당신은내게 더 많이 주었어요. 우리의 우정에 감성이 작지 않은 자리를 차지하는 만큼 당신이 내게 준 것은 실제로더 많습니다. 성모 마리아처럼 초자연적이며, 보모처럼온화한 당신을 저는 사모했고, 당신은 저를 얼러주었지요. 당신을 향한 육체적 쾌락에 대한 기대로부터 자유로웠기에 저는 더욱더 당신을 사모했습니다.  - P39

그녀의 말이 내게 가져올 고통을, 그것을말하는 방식으로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 그녀는자신의 임박한 죽음에 대해 말할 때부터 띤 온유함을유지하며 이어갔다. "그것은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매우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그런 절망의 순간들 중 하나에 놓여 있었을 때 나 자신이 쏘았던 거예요."
- P44

나는 다가가 그녀를 안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쪽으로 몸을 향한 순간 저항할 수 없는 힘이 내 목을 짓눌렀고 눈물이 터져 나와 나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녀는 내 눈물을 닦아주었고 조금 웃었으며 예전처럼온갖 부드러운 말로 나를 위로했다. 그녀의 눈에서 자신, 그리고 나를 향한 거대한 연민이 뜨거운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우리는 함께 울었다. 슬프면서 무한한조화의 일치. 우리의 합체된 연민은 이제 우리 자신보다 거대한 대상을 향했고, 우리는 그것을 위해 마음껏자유롭게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 P44

나는 가여운 눈물로
흥건히 젖은 그녀의 두 손을 닦아주었다. 하지만 금방다시 새로운 눈물로 젖어들었고 그녀는 한기를 느꼈다.
그녀의 손은 분수대에 떨어지는 창백한 나뭇잎처럼 차가워졌다. 우리는 그 순간만큼 그렇게 아파했던 적이,
또 좋았던 적이 없다.
- P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밤이 오기 전에 - 프루스트 단편선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유예진 옮김 / 현암사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날 아침, 마들렌은 튈르리 정원의 물가 옆 야외테라스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괴로움이 드넓은지평선 위를 더욱 자유롭게 떠돌아다니고, 확장되고,
휴식을 취하고, 꽃을 따러 가고, 접시꽃과 분수와 기둥들과 함께 놀고, 오르세 구역을 떠나는 기병대 소속 군인들의 뒤를 쫓고, 센강의 물결을 따라가고, 창백한 하늘을 제비들과 함께 날아오르도록 내버려두었다.  - P25

개는 그녀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닷새 전부터 그를 보고 싶었던, 억눌렀던 마음이 단숨에그녀를 사로잡았다. 이 동물을 안으며 그녀는 울음을터뜨렸다. 온 힘을 다해 길게 입맞춤한 후 그녀는 가슴에 있던 제비꽃 다발을 빼서 개의 목줄에 꽂은 후 가도록 놔주었다.
- P26

그날 저녁 따라 그는 특히 더 멋졌고 매력적이었으며 며 여태까지 그녀에게 보이지 않았던 특별한 다정함까다지 갖췄다. 두 사람은 진지한 대화를 나눴고, 그녀는 처음으로 그에게 높은 수준의 지성미가 있음을 발견했다.
사교계에서 그가 인기가 없는 이유는 그가 추구하는 진리가 재기발랄한 사람들의 한정된 시각적 지평선보다위에 머물고, 고귀한 영혼들의 진리는 지상에서는 우스꽝스러운 오류로 치부되기 때문이었다.  - P30

그와 순전히 우정에 바탕을 둔 친밀감을 나눌 수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갑자기 생겼다. 그렇게 되면매일 그와 만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녀는 기대에 부풀어 자신의 계획을 그에게 알렸다. 하지만 그는 다른 일정으로 정말 바쁘고, 보름에 하루 이상을 비우기가 어렵다고 반복할 뿐이었다. 그녀가 그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그가 알기만 원했다면 그녀는 이미 그가 충분히 알수 있도록 말했다. 그토록 수줍음 많은 그일지라도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었다면 아주 적게나마 호의적인 말을 했을 것이다.  - P31

그녀는 계속해서 바쁜 일정이나 밀린 일들에 대해 말하는 르프레를 막으려 했다가 하늘 아래 펼쳐진 드넓은 지평선보다도 더 먼 곳에 있는 듯한 상대의 가슴 깊은 곳으로 갑자기 시선을 옮겼고, 이내 자신이 하는 말이 헛됨을 깨달았다. 그녀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네, 당신이 매우 바쁘다는 사실을 잘 알겠어요."
- P31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2-04-22 10: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모나리자님도 프루스트 ㅋ 이 책 너무 좋더라구요. 저 리뷰써야 하는데 ^^

모나리자 2022-04-24 0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천천히 읽고 있어요. 젊은 날의 감수성이 너무 자연스럽게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추억>도 좋았어요.^^
 

당신은 정말 꽃을 사랑하는군요!" 그녀의 드레스 윗부분을 보며 로랑스 부인이 감탄했다.
그녀는 정말 꽃을 사랑했다. 속된 의미에서 꽃들이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그녀를 얼마나 아름답게 만드는지 알기에 사랑했다. 꽃의 아름다움과 경쾌함, 그리고 슬픔까지 사랑했고, 특히 아름다운 것만이 풍길수 있는 고유의 분위기를 사랑했다. 싱싱함을 잃으면그녀는 마치 낡은 드레스처럼 그것들을 버렸다.  - P13

태어난 순간부터 의식하지 않은 채 숨을 쉬어왔던 아이는 자신의 가슴을 부드럽게 채워주는 공기가, 사실느끼지도 못하는 것이지만 삶에 얼마나 소중한지 알지못한다.  - P15


그런데 그는 아직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그녀와 사랑에 빠지기 전에 그는 떠날 것이다. 슬픔에 잠겨 그녀는 고개를 떨궜다. 그녀의 시선이 드레스에 장식된 시든 꽃들의 한층 더 생기 없는 시선과 마주켰다. 그 꽃들의 시선은 힘없는 눈꺼풀 아래에서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했다.  - P1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현대의 윤리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떠안아야할 두 번째 과제는 창조적 인간이 되어 소비와 수용의 태도를 극복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창조적이란 그림을그리고 시를 짓고 작곡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태도,
하나의 성격, 인간과 세계를 대하는 하나의 자세로서 창조성이다.  - P65

 그러면 나는 그 책을 실제로 읽는 것이고,
책을 읽고 난 나는 달라진 인간이다. 책을 읽고서도 내가똑같은 사람이라면 그 책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거나 내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나는 그 책을 그저 소비한 것이다.
- P66

대부분 우리는 산을 보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사람들을 만난다. 사람들을 지성적이고 추상적으로 분류하지만 진실로 그들을 보지 않는다.  - P67

자신을, 자신의 호불호를 타인에게 투영하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의 훈련과 감수성, 매우 높은 객관성이 필요하다. 그에 더해 높은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에겐 바로 그 집중력이 부족하다. 바쁘기 때문에, 동시에 모든 것을 하려고 들기 때문에 우리는 지구 역사상 가장 집중하지 못하는 인간들이 되었다. 라디오를 들으며 신문을읽는 동시에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또 다른 일을 한다. 실제로는 그 어떤 것에도 집중할 수 없다.
- P70

진심을 다하지 못하겠다면 적어도 그 전통에 찬동은 해야 한다. 지금은 사물이 인간을 지배하고 있다. 다시 인간에게 윗자리를 돌려주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 P7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고혈을 빠는야만적인 형태의 물질적 착취가 아직 완전히 사라진 것은아니라 해도 급격한 감소 추세로 미루어 볼 때 다음 세대에는 완전히 사라질 듯하다. 하지만 대신 다른 일이 일어났다. 오늘날에는 모두가 자기 자신을 착취한다. 모두가자기 바깥의 목적을 위해 자신을 이용한다. 사물의 생산이라는 한 가지 전능한 목표만 존재할 뿐, 우리가 입으로만신봉한다고 고백한 목표, 즉 완전한 인성 발달, 완전한 인간 탄생과 성장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 P55

결국 목적이 되어버린 수단, 사물의 생산만이 중요한과정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물로 바꾼다. 우리는 인간처럼 행동하는 기계를 제작하고, 점점 더 기계처럼 행동하는 인간을 생산한다. 19세기에는 노예가 될지 모를위험이 있었다면 20세기에는 로봇이나 자동인형이 될 위험이 있다. 분명 시간은 절약된다. 하지만 막상 시간을 절약해놓고는 그 시간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워하며, 잘해봤자 시간을 죽이려 애쓸 뿐이다.  - P55

우리는 영원히 소비자다. 담배와 술, 강연과 책, 영화와인간을 소비한다. 우리는 아이가 부모에게 요구하는 사랑을 이야기할 때조차 아이에게 필요한 신제품을 말하듯 한다. 우리는 엄청난 풍요 속에서 살아가는 수동적 소비자이며, 젖병과 사과를 기다리는 영원한 신생아다. 우리는소비하며 고대하지만 우리가 생산적이지 않기 때문에 계속 실망한다. 우리는 사물을 생산하지만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사물과의 관계에서는) 극도로 비생산적이다.
- P6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