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결국 그 안에 사는 사람을 위해서 짓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사람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독서입니다. 물론 건축주를 직접만나고 대화하면서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많은 독서를 통해 사람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두고 지식을 넓혀가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또한 그런 의미에서 건축 실무서에서부터 건축을 기반으로 한인문 교양서까지 최대한 스펙트럼을 넓혀 다양하게 독서하려고 합니다. - P68

지금까지 제가 영감 받았던 장소와 공간, 예술 작품들, 전시회 등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당연한 얘기 같지만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는 곳을 계속 찾고 자주 방문하는 것은 무슨 일에서든 중요한 습관입니다. 그리고 직접적인 방문이 아니더라도 SNS나 유튜브 등에서 새로운 감각과 감성을 배울수 있는 크리에이터들을 만나는 것도 중요합니다. 새로운 부덧힘에 주저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건축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 적용됩니다. 여러분 일에 영감을 줄 수 있는 물건이나장소 등을 한 번 꼽아보고 지속적인 영감 쌓기를 이어가면좋겠습니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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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즈니코프는 본질적으로 이름 붙이기의 시인이다. 그는시를 언어에 담긴 것이라기보다 언어 이전에 발생하여 언어가발견되는 순간에 결실을 맺는 무언가라고 여긴다. 그리고 말하려는 바를 정확하게 말하고자 애쓰다 보니 자연 그대로의, 깐깐한, 거의 뻣뻣하기까지 한 스타일이 탄생한다. 레즈니코프의작품을 한 단어로 설명한다면 바로 겸허함 - 언어에 대한, 그리고 자신에 대한-일 것이다.


내가 말해 온
어리석음 때문에
두렵다.
나는 침묵의
다이어트를 하고,
조용함으로 - P145

스스로를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레즈니코프에게 삶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시를 쓰는데 바친 오랜 세월 동안(스물네 살인 1918년 첫 시집을 출간한후 1976년 초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시집을 냈다)충격적일 만큼 철저히 외면받았다. 대부분의 책이 한정된 부수로 출판되었고(그중 다수를 자비로 냈다) 생계 문제로 압박감과 싸워야 했다.


먹고살 돈을 버는 일을 온종일했더니
피곤했다. 나의 일은 또 하루를 잃었구나,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천천히 시작했더니,
천천히 힘이 생겨났다.
당연히 밀물은 하루 두 번 들어온다. - P146

레즈니코프는 무명작가의 삶을 살았을지언정 작품에 분노의 작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다. 분노하기엔 너무도 긍지가높았고, 자신의 작품이 세상에서 어떤 운명을 맞이하는지 신경쓰기엔 창작하기에 바빴다. 사람들은 조용히 말하는 이에겐 늦게 귀 기울인다. 하지만 레즈니코프는 사람들이 결국 자신의말을 듣게 될 것임을 알았다.


찬미의 노래Te Deum


나 승리 때문에
노래하지 않네.
가진 거라곤
흔한 햇살
산들바람
봄의 아낌없는 선물뿐, - P147

승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최선을 다해 해낸
하루의 일 때문에,
연단 위의 자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평범한 식탁을 위해.


1974년, 1976년, 1978년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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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2-12-18 2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감동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모나리자 2022-12-20 1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정말 대단한 시인이입니다.^^
오늘도 화이팅 하세요. 서곡님.^^
 

시인의 주된 의무가 보는 일이라면 그것과 비슷하면서도덜 분명한 명령도 내려지는데, 바로 보이지 않아야 할 의무이다. 보기와 보이지 않음이 결합된 레즈니코프의 등식은 포기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다. 시인은 보기 위해 자신은 보이지 않아야 한다. 사라져야 한다. 익명성 속에서 자신을 지워야한다. - P129

희부연 겨울 아침 -나뭇가지들 사이에 박힌 초록 보석
그것이 신호등이라고 멸시하지 마라.

*
이 차가운 황혼에
다리를 건너는 당신
이 빛의 벌집들을,
맨해튼의 건물들을 즐겨라.

지하철 레일들,
너 땅속에 묻힌 광석이었을 때
행복이 뭔지 알았을까,
이제 전등 불빛이 너를 비춘다.

-레즈니코프의 시-
- P132

세상을 끊임없이 바라보고 시로 이어질 작업을(그 작업에서시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계속해야 한다. 레즈니코프는 다른 대부분의 시인처럼 <공상에 잠긴 상태가 아니라, 눈을 똑바로 뜨고, 마음을 활짝 열고, 주위의 삶으로 들어가는 데 에너지를 집중한 채 도시를 걸어 다닌다. 주위의 삶으로 들어가는건 그가 거기서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다음의 역설이 시의 핵심에 자리하게 된다. 모든 문이 닫혀 있음을 알면서도 세계의 실재를 받아들이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 시인은고독한방랑자, 군중속의 인간, 얼굴 없는 필경사이다. 시는 고독의 예술이다.
- P134

다른 사람들이야
골짜기에 넘쳐흐르는 물이 되어
시체들, 뿌리 뽑힌 나무들, 모래밭
남기라지,
우리 유대인들은
풀잎마다 맺힌 이슬,
오늘 짓밟힌다 해도
내일 아침 다시 찾아오지.


레즈니코프는 이렇듯 유대인의 과거에 깊은 유대감을 느끼면서도, 자신이 유대인임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본질적 고독을극복할 수 있으리란 망상은 결코 품지 않는다. 그는 이중으로유배되었기 때문이다. 유대인으로서 유배되었고 유대교로부터도 유배되었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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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2-12-15 2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침이슬 노래도 생각나고 그러네요...잘 읽었습니다~

모나리자 2022-12-18 23:14   좋아요 1 | URL
네.. 그쵸 서곡님.^^
강추위속에 건강 잘 챙기시고 새 한 주도 따뜻한 시간 보내세요.^^
댓글이 늦었습니다.^^

서곡 2022-12-18 2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ㅎ 일욜밤 안녕히주무세요 ~

모나리자 2022-12-20 10:5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오늘도 따뜻한 시간 보내세요. 서곡님.^^
 

나는 당신에게 유대인의 어려움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그것은 글쓰기의 어려움과 같은 것입니다. 유대교와 글쓰기는똑같은 기다림, 똑같은 희망, 똑같은 소모이기 때문이지요.


에드몽 자베스는 1912년 부유한 이집트 유대인의 아들로태어나 프랑스어를 쓰는 카이로 동네에서 성장했다. 젊은 시절막스 자코브, 폴 엘뤼아르, 르네 샤르와 교류했고 1940년대와1950년대에 자그마한 시집을 여러권발간했는데, 거기 실린시들은 나중에 나는 나의 집을 짓는다Je bâtis ma demeure』에다시 수록되었다. 그 시점에 이르러 시인으로서의 명성은 확고해졌지만 프랑스에 살지 않았기 때문에 아주 널리 알려지지는않았다. - P109

 자베스가 볼 때, 먼저 글쓰기 자체를 문제 삼지 않고서는 대학살에 관해 아무것도 쓸 수가 없다. 언어를 극한까지 밀어붙이려면 작가는 자신을 의심의 유배지, 불확실성의 사막으로 추방해야 한다. 사실상 그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부재의 시학을 창조하는것이다. 죽은 사람들을 다시 살려 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의말을 들을 수는 있고 그들의 목소리는 <책> 속에 살아 있는 것이다. - P117

나는 나의 멋진 책상에 앉았어. 넌 그걸 모를 거야. 네가어떻게 알겠니? 사람을 교육한다는 멋진 목적을 가진 책상이지. 작가의 무릎이 들어가는 곳에 두 개의 무시무시한 나무 대못이 있어. 자, 잘 들어봐. 만약 조심하면서 조용히 앉아서 멋진 글을 쓴다면 아무 문제도 없어. 하지만 흥분을 하게 되면 - 가령 몸이 약간만이라도 흔들리면 어김없이 대못이 무릎을 찔러. 아, 정말 아프지. 퍼렇게 멍든 자국을 너에게 보여 줄 수 있다면,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해. <흥분시키는 것은 쓰지 마라. 글을 쓰는 동안 몸을 떨지마라> - P121

우리를 상처 주고 찌르는 책들만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
만약 우리가 읽는 책이 정수리를 내려치는 타격으로 우리를깨우지 않는다면, 무엇 때문에 그걸 읽어야 하겠어? (…………)우리는 이런 책을 필요로 해. 재앙처럼 영향을 미치는 책, 우리를 깊이 슬프게 만드는 책, 자기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같은 책, 모든 사람에게서 떨어져 혼자 숲속으로 - P121

추방된 느낌을 주는 책, 자살 같은 책. 우리 내부의 얼어붙은바다를 깨트리는 도끼 같은 책. 이게 나의 믿음이야. - P122

이 짧은 쪽지들은 카프카가 쓴 모든 글 중에서 가장 슬픈내용을 담고 있다. 카프카는 꽃으로 둘러싸인 병상에 누워서두 친구의 시중을 받는다. 단편소설 「단식 예술가의 교정을보면서 죽음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저 물을 한 사발 크게 마실 수 있다면. (.……) 작약은 너무 약하기 때문에 직접 보살펴 주고 싶어. (....……) 라일락을양지로 옮겨 놔 줘. (.…………) 어쩌면 앞으로 일주일은 더 버틸수 있을 거야. (...……) 뉘앙스란 묘한 거야. (………) 내가 당신들 얼굴에 기침을 할지 모르니 조심해. (……) 내가 당신들 - P123

을 너무 힘들게 하는 것 같아. 이건 미친 짓이야. (・・・・・・) 공포,
공포, 공포, (.……) 주된 이야깃거리가 없다면 대화의 주제는없는 거야. (……) 문제는 말이야, 내가 물을 단 한 컵도 마시지 못한다는 거야. 물론 물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좋은 일이지만. (………) 저거 멋지지 않아? 저 라일락 죽어 가면서도 물을 마시고 계속 들이켜네. (・・・・・…) 잠시 당신들 손을내 이마에 얹어 나를 격려해줘.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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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5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5 1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당신은 나를 삶으로부터 추방했습니다.
그러면 나를 이제 죽음으로부터 추방하시겠습니까?
어쩌면 인간은 그런 희망을 가질 자격조차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회한의 샘 또한 말라붙었습니까? - P104

만약 죄악이 더는 정화를 불러오지 못한다면죄악이 무슨 소용입니까?
육체는 한때 자신이 아주 강력했다는 것을거의 기억하지 못합니다.
영혼 또한 지치고 황폐해졌습니다.
하느님, 우리의 허약함을 살펴보소서.
우리는 확신을 원합니다. - P105

보통의 시인 같았더라면 개인적 슬픔과 공포를 늘어놓은 시가 되었을 경계를 웅가레티는 명상의 힘과 통찰을 통하여 홀쩍 뛰어넘는다. 웅가레티 시는 자아를 뛰어넘는 사물로서 우뚝 선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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