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옷이 나에게 왔을 때는 맨살에 입으면 거칠거칠한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옷이었는데 매일 입고 가끔은 입은 채로 잠들기도 하며 어느덧그 옷은 메리노울로 뜬 옷처럼 부드러워졌다. 이 계기로 러스틱하고 양양한 실로 뜬 옷이 더 좋아졌다. 세월과 함께 길들여 입는 옷이라니 너무 멋지지 않은가? - P95

다시 도전해도 못하겠으면 또 잠시 치워 두고 할 수 있는 다른 걸뜨면 된다. 꼬불꼬불 라면처럼 말린 실은 스팀을 주면 되니, 내가 잃을 건 시간 정도밖에 없다. 하지만 그 시간 역시 결코 낭비한건 아니다. 결국은 그런 경험들이 모여서 내공이 쌓이고 언젠가는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우리는 지금 점을 찍는 거라고 생각하고, 할 수 있을지 없을지 걱정할 시간에 일단 도전해보기를 바란다.

저스트 두 잇! - P141

함뜨를 운영하면서 정말 많은 니터들을 만날 수 있었고 감사하게도 다양한 직업, 연령대의 백그라운드를 가진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그들이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여성스러운 성격이든 그렇지 않든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만난니터들은 모두 뜨개로 인해 많은 위로를 받았고 누구보다 뜨개에 진심이었다. - P216

은퇴 후 한적한곳에 가서 조용한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하는 남편과 달리, 나는 뜨개를 하기 전까지는 단 한 번도 한적한 곳에서 조용히 노후를 보내고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면서 부러움을 넘어 나도 정말 저런 노후를 보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뜨개가 정말 나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깨닫는 순간이었다.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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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기호는 옛 작가들의 책으로 쏠린다. 동시대인들에게 가장 ‘낭만주의자‘로 보였던 작가들조차 거의 고전만 읽었다. 빅토르 위고가 대화에서 자기 독서에 대해 말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건 몰리에르,
호라티우스, 오비디우스, 레냐르의 이름이다. 작가들가운데 가장 덜 교과서적인 알퐁스 도데는 대단히현대적이고 활기 넘치는 작품을 보면 모든 고전 유산을 거부하는 듯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파스칼, 몽테뉴, 디드로, 타키투스를 읽고 인용하고 해설했다.  - P86

그러나 마지막으로, 고대 작품들을 좋아하는 대작가들의 기호‘를 설명해줄 다른 이유가 있는데, 나는이 이유를 선호한다. 고전 작품들은 현대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작품을 창조한 정신이 그 작품에 담아낸 아름다움만 우리를 위해 품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작품들은 훨씬 더 감동적인 다른 아름다움도 받아들이는데, 그것들의 재료며 그것들이 쓰인 언어가삶의 거울과 같다는 사실에서 오는 아름다움이다.
- P89

라신의 비극, 생시몽의 회고록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 아름다운 것들을 닮았다. 위대한 예술가들이 이 작품들을 조각하면서 사용한 언어, 자유를 발휘해 부드러움을 빛나게 만들고 본래적 힘을 부각한이 언어에 우리는 옛날 인부들이 사용했지만 오늘날엔 쓰이지 않는 어떤 대리석을 볼 때처럼 감동하게된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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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6-10 14: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책은 시간이 지나도 인기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계속 읽는 책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그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조금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겠지요.
모나리자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모나리자 2023-06-11 22:10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프루스트는 <독서에 관하여>에서 독서에 대한 성찰과 고전 작품의
아름다움을 예리한 감수성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어려워서 음미하듯 읽어야 하는 작가지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새 한주가 시작되네요.
편안한 밤 되세요. 서니데이님.^^
 
프루스트의 독서 (문고본) 마음산 문고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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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우정은, 개인을 상대로 한 우정은 변덕스러운 무엇인데, 독서는 하나의 우정이다. 그러나 적어도진지한 우정이다. 독서가 죽은 이를 부재한 이를 상대한다는 사실이 독서에 사심 없는 무언가를 거의감동적인 무언가를 부여한다. 게다가 독서는 다른 우정들을 추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벗어버린 우정이다. - P78

독서속에서 우정은 돌연 본래의 순수성을 되찾는다. 책과 나누는 우정에는 상냥한 말이 필요 없다. 이 친구들과 우리가 저녁 시간을 같이 보내는 건 정말 그러고 싶기 때문이다. 적어도 우리는 그들과 헤어지는걸 대개 아쉬워한다. 우리가 그들 곁을 떠나고 나서도 우정을 망가뜨릴 이런 생각들은 전혀 들지 않는다.  - P79

 내가 마음에 들었을까? 다른 사람을 만나느라 나를 잊으면 어떡하지? 우정의 이 모든흔들림은 독서라는 순수하고 고요한 우정의 문턱에서 소멸된다. 공손함도 필요 없다. 우리는 몰리에르가한 말에서 정확히 웃기다고 생각될 때만 웃는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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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다. 여기서 재미난 사실은, 돈만 노리면 돈을 절대 벌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것을 수많은 자수성가형 부자들은 "돈을벌려고 하면 돈을 못 번다"는 말로 표현한다. 보통 사람들은 이 말의 의미를 잘 모른다. 경험한 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말은 정말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통하는 진리이다. - P212

지금까지 나는 이른바 먹는장사를 예로 삼아 설명하였지만 다른 장사들에서도 그 원리는 그대로 통용된다. 무슨 장사를 하건 간에 우선은 월급

을 많이 안 줘도 되는 당신 자신의 몸을 24시간 굴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래야 주변의 경쟁자들을 따돌릴 수 있다. 경쟁자들은 자기 인건비, 종업원 인건비, 투자 비용 등등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므로 그들의 오버헤드 코스트overhead cost가 당신에게 있어서는 거의 최저 수준이 되고그 대신 고객이 원하는 것에만 집중한다면 소문은 반드시 나게 되어 있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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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우리는 러스킨이 펼치는 주장의 역사적 출처는 괘념치 않고 주장 자체에 대해서만 논의할 생각인데, 그 주장을 데카르트의 이런 말로 상당히 정확하게 요약할 수 있겠다. "모든 좋은 책의 독서는 책의저자인 지난 세기 최고의 교양인들과 나누는 대화나마찬가지다." 러스킨은 프랑스 철학자의 조금은 무뚝뚝한 이 생각을 어쩌면 알지 못했을 테지만 그의 강연 곳곳에서 이 생각을 만날 수 있다.  - P49

우리 눈에 그 풍경들이 나머지 세상과 다르고 더 아름다워 보이는 건 그 풍경들이 예술가의 재능에 안겨준 인상을 손에 잡히지 않는 그림자처럼 저희 안에품고 있기 때문이다.  - P59

그럼에도 몇몇 경우, 말하자면 우울증 같은 몇몇병적인 경우에는 독서가 일종의 치료법이 될 수 있고, 거듭되는 독려를 통해 게으른 정신을 정신의 삶속으로 끊임없이 끌어들이는 임무를 질 수 있다. 그럴 때 책은 정신과 의사가 일부 신경쇠약 환자에게하는 역할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 P61

따라서 필요한 것은 개입이다. 다른 사람에게서 와우리 내면 깊숙이 작용하는 개입, 다른 정신으로부터 오지만 고독 속에서 맞이하는 충동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미 보았듯이 바로 이것이 독서의 정의이고, 오직 독서에만 적용되는 개념이다. 그러니까 그런정신에 이로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수행

이 독서다. 기하학자들의 표현대로 "증명 끝"이다. 그러나 이때도 독서는 결코 우리의 사적인 활동을 대체하지 못하고 독려의 방식으로만 작용한다. 독서는우리가 조금 전에 암시한 신경 질환들의 경우에 정신과 의사가 환자에게 멀쩡한 위를, 다리를, 뇌를 쓸 의지를 복원해줄 뿐이듯이 우리에게 사용법을 일러줄뿐이다. 

독서가 마법의 열쇠로 우리가 들어갈 수 없었던 우리 내면의 문을 열어주는 독려자로 남는다면 우리삶에서 그것이 수행하는 역할은 건강하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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