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내가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세요. 저도 온갖 상념이엄습할 때마다 나에게 책을 써볼 기회가 생겼다면 두려워도도망치지 말고 해보는 게 지금의 최선이라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일단 막 쓰자, 대충 쓰자‘라며 스스로 달래고 긴장을 풀어주면서 썼어요. 완벽한 사람이 쓰는 게 아니라 쓰는 사람이완벽해지려는 노력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건네봅니다. - P50

또 한 가지, 글쓰기는 해방입니다. 나를 풀어줘야 합니다.
스무 명이 배우는 글쓰기 수업에 와서눈치보고, 자기 검열하고, 자기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나중에 불특정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책을 어떻게 낼 수 있을까요?  - P55

나보다 잘 쓴 사람에게 기가 죽는 마음, 편의상 질투심이나경쟁심으로 표현할 수 있을 텐데요. 저는 이런 감정의 발생을무척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질투심, 경쟁심 그 자체는 나쁘지도 좋지도 않다고 생각해요. 그런 감정으로 나에게 혹은남에게 해를 끼치면 그땐 문제겠죠. 자신의 글보다 잘 쓴 글을보고 기가 죽어도, 좋은 자극이자 분발의 계기가 된다면 문제될 것이 없겠고요. 쓰는 존재로 살아가며 느끼는 어떤 감정도절필의 이유가 아니라 건필의 계기로 만드는 게 우리 글 쓰는사람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 P58

나이 든 작가는 젊은 작가에게 어떤 충고를 해야 할까? 그는 자기가 몇 년 전 들었더라면 좋았겠다고 생각할 만한 것들만 이야기해줄 수 있을 뿐이다. 기죽지 마라! 곁눈질을 하거나 당신을 다른 동

료들과 비교하지 마라! 글쓰기는 경주가 아니다. 아무도 진짜로 이기지 못한다. 만족은 노력에서 나오고, 그 결과 보상이 따른다 해도 그런 보상은 아주 드물게 오는 법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당신 가슴 속에 있는 것을 써라 - P62

 한 명 없어도 포기하지 않고 다음 날 문을 여는 옷 가게 주인처럼 글이 안 써져도 또 책상 앞에 앉는 거죠. 특히 개점 초기 1년은 매일 문을 열 듯이, 글쓰기를 시작했다면 적어도 1년은 산책하며 사유하고 앉아서 쓰는 습관을 들이길 권해드리고싶습니다.
오늘의 질문, "글은 엉덩이로 쓰는 거라는데, 맞나요?"에 대해 저는 니체의 명언으로 답변해보겠습니다.


모든 생각은 걷는 자의 발끝에서 나온다. - P72

《글쓰기의 최전선》에도 썼지만 제게 글쓰기란 ‘고통의글쓰기예요. 글쓰기로 고통을 씻겨내고 극복하는 게 아니라,
내 고통을 글로 공유함으로써 타인의 고통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성장과 치유가 됩니다. 고통을 글로 풀어내는 일이 간단치않지만 시간을 낭비할 용기를 갖고 책상 앞에 앉아보시길 바랍니다. - P82

마음속에는 누구나 글감을 품고 있으며 고상한 글감, 시시한 글감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뭐라도 좋아요. 글감에 위계를 두지 않고 내가 경험하고 느낀 것을 쓰면 그것이 좋은 글감입니다. 내가 내 삶을 풀어가는데 도움을 준 글이라면 다른 사람의 삶의 문제를 풀어가는 데도 도움이 되겠지요. 사소한 것은 사소하지 않습니다.
- P94

이렇게 말해볼까요. "첫 문장은 신의 선물인 게 아니라, 나의선택이다." 내가 쓴 첫 문장을 나중에 수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부담을 좀 덜 수 있죠. 실제로 저도 글을 다 쓴 뒤 어색하거나빈약하게 느껴지는 첫 문장을 바꿉니다. 그러니 빈 문서 앞에서겁먹지 마시고요. 인용하기, 상황을 묘사하기, 주제를 함축하기등 첫 문장 쓰는 방법을 하나씩 적용해보세요. 그렇게 어서 첫문장을 타고 글쓰기의 세계로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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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1 0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03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3-08-03 1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 쓰는 작가들의 공통점 하나가 산책을 즐겼다는 점이에요. 산책은 저도 즐기는데 글은 안 써진다는...

모나리자 2023-08-03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맞아요. 저도 산책하다가 글감이나 쓰고 있던 원고 내용이 떠올라서 도움을 받았던 적이
있어서 많이 공감했습니다. 글이 항상 잘 써지는 건 아니니까요.ㅎ
페크님의 글쓰기 응원합니다.^^
 

금감원 출신자를 고액보수의 임원으로 앉히고 각종 서류 작성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었다. 특히 리딩방 따위에 속지 마라, 이 바보들아.
상장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믿음을 가져서도 안 된다. 한국경제 신문에서2022년 11월에 연재된 ‘코스닥, 탐욕의 머니게임‘ 시리즈를 반드시 읽어보아라. 합법을 가장하여 어떤 식으로 주가를 조작해 일반 주주들의 호주머니를 탈탈 터는지 알게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법인이 무엇인가를 법적으로 보증한다는 것은 아무것도 보증하지 않는다는 말과 거의 동일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 글을 쓰던 중에 대구에서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이 일어났다. 방화범은 주상복합아파트 시행회사에 6억 8000여만 원을 투자했으나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했고 시행사와법인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하였으나 시행사 법인만 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법인에서는 돈을 되돌려주지 않았고, 피해자가 또다시 법적 절차를 밟아 법인 자산을 압류할 수는 있으나 대부분의 시행사들은 빈껍데기에 불과하므로 헛수고에 불과하다. 법인대표? 법인대표 개인은 명백한 횡령이나 사기 행위가 아닌 이상 법인대표로 도장 찍는 것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전혀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여야 한다.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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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8-03 1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있는 중인데 많이 읽으셨네요.
저는 올 여름을 스토너와 레 미제라블 1, 을 읽으며 폭염을 견딘 셈이에요. 좋은 책을 만나 여름이 덜 지루하게 느껴졌어요.
저도 레 미제라블은 밑줄긋기를 작성한 것이 있는데 못 올렸고 오늘 100자평만 올렸어요.
날씨가 더우니 진 빠지는 게 싫어서 리뷰는 못 쓰겠어요. 확실히 쓰기보단 읽기가 수월해요.ㅋㅋ

모나리자 2023-08-03 22:42   좋아요 0 | URL
그런데 띄엄띄엄 읽다보니 오래 걸리네요.
이달 안에 마칠 수 있도록 노력해 보려구요. 정말 날씨가 더워도 너무 더워서 힘드네요. 밖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정말 힘드실 것 같아요. 그래도 8월 가고 나면 좀 나아지겠지요. 건강 관리 잘 하시고 좋은 시간 보내세요. 페크님.^^
 

혼자 글쓰기를 다르게 말하면 세속적인 성공의 뒤안길에서쓴다는 말이기도 하잖아요. 그 시간을 소외의 시간이 아니라내면을 다지는 풍요의 시기로 생각할 수 있어야 오래 쓰는 사람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빠른 성공이 아니라 건강한 성장이니까요. 혼자 쓰는 시간 동안 자기 탐색의 자유를 누리시길 바랍니다. - P31

생각해보면 어떤 형태의 글이든 매일 쓰는 행위가 참 중요한 것같아요. 그때 글을 꾸준히 쓰며 필력을 키웠는지는 장담할 수없지만, 계속 쓰게 하는 근력은 확실히 기른 것 같거든요. ‘쓰면 되는구나‘ ‘내가 뭐라도 매일 써냈구나‘ 하는 뿌듯함이 훗날직업적 글쓰기를 시작할 때 도움이 됐어요. 글 쓰는 일로 돈을벌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어서 겁은 나지만 그래도 해보자고용기를 내는 데 힘이 되었습니다. 저력이라고 부르죠. 작가로서 살아가는 데 근간이 된 힘을 노조 활동기에 글을 꾸준히 쓰면서 얻었습니다.
- P32

절실함은 생존 본능에서 나옵니다. 인간의 가장 강력한 절실함은 두 가지에서 비롯하죠.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힘, 배고픔에서 벗어나려는 힘. 고통스럽고 배고픈 거 너무 싫잖아요.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되죠. 이것들로부터 제 글쓰기도 시작됐고요. 마음이 너무 괴롭고 생각이 엉켰을 때 글로 정리하지 않으면 잠들지 못해서 매일 썼습니다. 자유기고가로 일할땐 기한 안에 글을 납품하지 않으면 원고료를 못 받으니까, 원고료가 없으면 쌀독에 쌀을 채울 수 없으니까 글을 썼어요. 글쓰기의 기한, 즉 마감이라는 사회적 약속 그리고 그것을 지켰을 때 주어지는 원고료라는 보상이 글을 쓰게 했습니다. - P35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이고 생각한다는 것은 늘보던 것을 낯설게 본다는 뜻입니다. 제가 출산 전엔 유아차를끌고 가는 엄마의 모습을 봐도 아무 느낌이 없었어요. "아기가너무 귀엽네." 하고 말았는데 육아를 해보니까 전과 같은 풍경이라도 아기만 보이는 게 아니라 저 아기랑 씨름하는 엄마의하루가 얼마나 길고 답답하고 힘겨울까 싶은 거죠.  - P37

고백하자면, 스스로 재능을 의심해보진 않았던 것 같아요.
표현하고 나니 쑥스럽네요. 글쓰기 천재라서 그랬다는 건 아니고요. 저에게 글쓰기는 재능을 발견하고 그 재능을 낭비하기 아까워서 시작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글 쓰는 게 그냥 재밌었고, 취미처럼 쓰다가 직업이 돼서 꾸준히 썼고, 생의 어떤 시기에 쓰고 싶은 말이 차올랐고, 그래서 또 썼고. 이런 과정을거쳤단 말이죠. 그러니까 제 글쓰기 생애에 ‘재능‘이란 단어가개입할 여지가 없었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네요. - P43

그래서 "재능이 없으면 글쓰기를 그만두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고 싶어요.


왜 글을 쓰려고 하는가?
내가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무엇을 위한 재능인가? - P43

김중미 작가가 강연에서 청소년을 만날 때마다 늘
"어떻게 작가가 되셨나요?"라는 질문을 받는데 그때 이렇게 대답한다고 합니다. "저는 어떻게 작가가 되는지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보다는 사람의 삶에 대해 잘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해요." 2 정말 공감했습니다. 사람의 삶을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김중미 작가의 말을 저는 이렇게이해했어요. 사람의 삶을 잘 이해하려는 노력이 글을 쓰게 한다, 즉 그 노력이 우리를 작가로 만들고 작가로 살게 한다고요.
- P44

글쓰기의 출발은 소박하죠. 기억 작업이고 자기 구원입니다. 저도 저 살자고 썼던 게 크고요. ‘아, 사는 게 참 힘들구나.
사람은 고통스러우면 안 되는 존재인데 이렇게 고통을 받으며사는구나. 고통 속에서도 살아가는 법, 고통이 조금씩 견딜 만해지는 과정을 기록하면 이걸 읽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겠지.‘ 이 정도의 생각으로 글쓰기를 시작해본 겁니다.

글 쓰는 일은 지겹고 괴로운 반복 노동입니다.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묻기보다 찬란한 계절에 내가 꽃놀이나 단풍놀이를 안 가고 하루에 대여섯 시간 책상 앞에 앉아서 단어 하나,
문장 하나와 씨름할 수 있는지, 그 고통을 감내할 만한 동력이있는지, 나는 왜 쓰고자 하는지를 물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쓰기의 말들》에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쓰는 고통이 크면안 쓴다. 안 쓰는 고통이 더 큰 사람은 쓴다." 3 글 쓸 때 그림자처럼 따라오는 자기 의심은 오직 쓰는 행위에 몰입할 때만 자취를 감춥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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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신뢰 - 인생의 모든 답은 내 안에 있다 현대지성 클래식 36
랄프 왈도 에머슨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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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공부 관련 책을 읽다가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버락 오바마, 니체, 간디, 마이클 잭슨에게 영감을 준 책이라 한다. <자기 신뢰>, <운명>, <개혁하는 인간> 세 편의 에세이가 들어있다. 이 에세이에 원래는 소제목이 없었으나 가독성과 독자의 편의를 위해 옮긴이가 임의로 제목을 붙였다고 한다. 목사 시절에 에머슨은 형식적인 종교의식을 아주 못마땅하게 여겼고 새로운 생활방식을 찾아야 했는데 그 결과로 나온 에세이가 바로 <자기 신뢰>였다. 에머슨의 고뇌와 사유가 들어있는 이 글은 여러 에세이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기 신뢰>는 내가 그동안 읽어온 마음 관련 책에서 접한 내용이 많이 들어있어 비교적 수월하게 읽었는데 나머지 두 편은 번역체 문장들이 매끄럽지 않아서 자꾸만 겉돌았다. 에머슨이 활동하던 시기는 마차를 타던 시절이라 시대적 배경을 모르면 읽어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주석이나 뒷부분에 역자가 쓴 해제에 자세히 나와 있으므로 해제 부분을 먼저 읽고 나서 본문 내용을 읽는 것이 오히려 이해에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자기 신뢰>에서는 공감할 만한 문장이 많았다.

 


사회는 자기 신뢰를 혐오한다

 



사회는 일종의 주식회사다. 구성원들은 주주에게 빵을 더 확보해주려고 빵 먹는 사람의 자유와 문화를 포기하기로 합의한다. 거기서 가장 요구되는 미덕은 순응이다. 그러므로 주식회사는 자기 신뢰를 혐오한다. 사회는 실제나 창조성보다 명목과 관습을 더 좋아한다.’(p(19)

 



현대의 조직화된 사회는 서열이 정해져 있다. 당연히 순종하기를 원한다. 자기주장을 내세우면 눈밖에 나기 쉽다. 순응하고 안주하며 살다 보면 주어진 일밖에 모르는 사람이 된다. 다행히 요즘은 워라벨을 반기는 분위기라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 마음은 끊임없는 경쟁과 비교 속에서 허탈해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내면에서 들려오는 자신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나 싶다.

 



장미에게는 시간이 없다. 단지 장미가 있을 뿐이다. 그것은 존재하는 매 순간 완벽하다. 잎눈이 트기 전에 그 온 생명이 약동한다. 꽃이 활짝 피었다고 해서 그 활동이 더 많아지는 것도 아니고, 잎 없는 뿌리 상태라고 해서 활동이 더 적어지는 것도 아니다. 장미의 자연(본성)은 충족되어 있고, 동시에 모든 순간마다 자연을 충족시킨다.

 


이에 비해 인간은 뒤로 미루거나 기억한다. 그는 현재에 살지 않는다. 뒤로 눈을 돌려 과거를 한탄하거나 그를 둘러싸고 있는 풍요로움을 의식하지 못한 채 발끝으로 서서 미래를 내다보려 한다. 장미처럼 시간을 초월하여 자연(본성)과 함께 현재에 살지 않는다면, 그는 결코 행복하거나 강인해질 수 없다.’(P38~39)

 



장미꽃을 관찰하면서 인간의 삶에 대조시킨 것이 절묘한 통찰이라 생각되었다. 꽃은 자연은 그저 그 모습으로 드러낼 뿐이다. 과거나 미래 같은 시간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마음속 과거나 미래 속에서 헤매기 일쑤다. 이름 없는 풀들, 꽃들, 나무들을 바라보며 현재를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겠다.

 



<운명>



온 자연을 관통하여 흐르는 이 원소를 우리는 흔히 운명이라고 부르는데, 우리에게는 제약(制約)으로 알려져 있다. 그 제약이 어떤 것이든 간에 우리는 운명이라고 부른다. 만약 우리가 짐승 같고 야만적이라면, 운명 또한 짐승 같고 무시무시한 형태를 취한다. 우리가 세련될수록 운명의 제약은 한결 부드러워진다. 만약 우리가 정신적 문화로 상승한다면, 우리 적(운명)도 정신적 형태를 취한다.’(P83)

 


에세이 <운명>에서는 에머슨은 힌두 우화 등 그리스 신화를 언급하며 운명의 고리에 대해 얘기한다. 물질, 마음, 도덕 속에 들어있는 운명을 살펴보고 인종, 지층의 더딘 퇴적, 생각과 특성 등에 나타난 운명을 검토한다. 그러면서 운명이 부과하는 제약은 인간의 통찰력으로는 꿰뚫어 볼 수 없으며, 운명이 최종적으로 가장 높이 상승할 때 인간의 통찰과 의지의 자유는 운명의 온순한 구성원이 될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본능적이고 영웅적인 종족이란 운명을 선선히 받아들이는 사람들이고, 운명과 공모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허약하고 게으른 자들은 운명에 모든 책임을 돌린다면서 운명이 아닌 다른 길을 보는 것이 인간에게는 더 유익하고 실용적이라고 했다. 운명을 적절히 활용하려면 우리 행동을 자연의 고상함 쪽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자기 주권을 보여주고 목적의식을 단단하게 만드는 일이다. 궁극적으로 운명의 힘이 압도적이고 인간 또한 운명의 한 부분이라고 할지라도 인간은 운명을 운명으로 맞설 수 있다고 설파한다.

 



<개혁하는 인간>기계공 도제들의 도서관 모임에서 행한 연설내용을 싣고 있다. 연설 내용으로써는 상당히 긴 내용인데 하나의 연설 내용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옮긴이가 붙였다는 소제목이 있는 글이 여러 개로 구성되어 있다. 구제도의 오랜 악습인 노예폐지론을 언급하기도 하고, 이 시대의 모든 구성원이 신체 노동 사상을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체 노동의 신성한 혜택을 통해서 더 높은 성취감을 느끼고 시와 철학을 세심하게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다양한 정신적 능력을 개발하여 이 거친 세상을 맞상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마무리에서는 사랑에 대해 언급한다. ‘사랑은 모든 해악에 대한 치료제이며, 자연의 만병통치약이라면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인간의 역사는 이기심의 역사였고 우리의 불신은 값비싼 대가를 치렀고 그 결과 도둑, 강도, 방화범을 만들어내고 법정과 감옥으로 그런 상태로 묶어 두었다고 말한다. 또 기독교 세계에서도 사랑의 감정을 널리 퍼뜨리지 못한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결국, 이 세 편의 에세이는 다른 것 같지만 일관된 주제를 담고 있다. 영혼과 자연의 조화로운 관계를 통해 운명의 이치를 깨닫고 나아가서 물질주의에 갇혀 있는 정신을 회복시키자는 것이다. 에머슨의 사상이나 활동하던 시대를 짐작할 수 있는 이신론, 유니테리언, 초월주의 등 제자인 소로의 에피소드가 들어있는 자세한 <해제>가 들어있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시대는 달라지고 더욱 복잡해졌다. 조직 속에서 내 목소리를 내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더욱 자신의 신념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 되지 않았나 싶다. 다양한 명사들이 곁에 두고 읽는다는 이 책이 아직도 스테디셀러인 이유가 되겠다.

 

 



자기 영혼으로 우뚝 서려면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왜 자기 신뢰를 언급하는가? 자기 영혼이 여기 우뚝 서 있는 한, 말로 하는 힘이 아니라 실제로 활동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신뢰에 대하여 말만 하는 것은 신뢰를 피상적으로 이해한 것이다. 그보다는 실제로 존재하고 지금 여기서 활동하며 작용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것을 말하도록 하라. 이 힘에 나보다 더 많이 복종하는 이가 나를 지배한다. 비록 그분은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더라도 말이다.’(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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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무의식을 일깨운다. 그대는 이미 나. 이것의 결핍 혹은 추구가 나를 쓰게 한 동력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버지니아울프의 말대로 산다는 것은 힘든 사업이다. 고통과 상실은 우리를 피해가지 않고 혼자 남은 밤은 길다. 내 슬픔을 그대가 알

아주기를 바라다가 제풀에 지치고, 그걸 말 안 하면 모르나 하고 서러워하다가, 말해도 모르는데 말 안 하면 더 모른다는 깨우침을 얻고서, 남이 알아주길 바라지 말고 내 마음 나부터 알아주자는 데 이른 어른스러운 해결책이 내겐 글쓰기다. 나는진격의 독학자처럼 책을 쌓아놓고 줄기차게 읽고 썼다.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들, 형태는 없고 압력만 있는 슬픔을 나의 언어로 번역하여 실체화하는 작업이 없었다면 크고작은 생의 파고를 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 P8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간 정신의 성장을 낙타, 사자, 어린아이 세 단계로 구분했다. 낙타는 의심없이 주어진 짐을 지고 가는 수동의 정신을 사자는 ‘너는 마땅히 해야 한다‘는 명령을 거부하고 ‘나는 하고자 한다‘라고 선언하는 부정의 정신을, 어린아이는 스스로 굴러가는 수레바퀴,
기쁨, 긍정의 정신을 상징한다. 이 부분을 처음 읽었을 때 충격에 빠져 혼잣말을 했다. "낙타, 나네・・・・・…." 모성이데올로기를내면화한 채 온갖 역할의 짐을 떠안고 일상의 사막을 거니는한 여자가 보였다. 이때의 각성으로 글쓰기가 봇물 터졌다. 낙타에서 사자로 어서 변신하고픈 몸부림이 글을 낳았으니, 엄마가 된 사람도 자신을 위해 행동할 권리가 있는 자주적인 존재라는 외침이 나의 첫 산문집에 고스란히 담겼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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