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 내 귀, 내 정신을 아무리 라 베르마 쪽으로 기울여 나를 감탄하게 만들 만한 이유를 단 한 조각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고 난 단 하나의 이유도 거둘 수 없었다. 그녀의 동료 배우들과 달리 나는 그녀의 발성법과 연기에서 지적인 억양이나 아름다운 몸짓을 구별할 수조차 없었다. 마치 나자신이 페드르』를 읽는 것처럼, 또는 페드로 자신이 그 순간에 내가 듣는 것을 말하는 것처럼 난 그녀의 낭송을 들었으며, 라 베르마의 재능도 이런 말들에 아무것도 덧붙이는 것같지 않았다. 나는 이 예술가의 입에서 흘러나온 억양 하나하나, 얼굴 표정 하나하나를 ― 그녀의 재능을 깊이 연구하고그 안에 담긴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위해 —— 멈추고 오랫동안고정하고 싶었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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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는 예술적 변화가 정치적·사회적 변화보다 조금늦었지만 현대에서는 예술이 시대를 한 박자 앞서간다. 그래서현대 예술을 외면하면 우리는 현재와 미래를 놓치는 셈이다.
그러니 일부러라도 현대미술이나 현대음악을 적극적으로 찾아누려야 한다. 그런 데에서 콘텐츠의 힘이 길러진다.
- P56

감상과 해석의 주체는 전적으로 나 자신‘이다. 세상의 중심이고 미래 공감의 핵심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건 엄청난 일이다. 이것이 미래 콘텐츠를 길어낼 넓은 호수며 깊은 샘이다. 스티브 잡스와 마크 로스코의 사례에서 우리가 진정 읽어내야 하는 핵심은 바로 그런 것이다.
- P57

이런 사례가 허다하게 많다는 건 여전히 왜곡된 남성중심주의적 사고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례를 하나 더 들어보자. 흔히 여성이 대부분인 간호사를 백의의 천사‘라 부르게 만든 나이팅게일 Florence Nightingale의 실제 별명은 ‘망치를 든여인‘이었다. 보급품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자 망치를 들고 보급창고 자물쇠를 깨부수고 부상병을 치료했던 데서 연유한다.

그 별명이 자극적(도대체 누구에게 ‘자극적‘이란 말인가?)이라 여긴
‘남성‘ 종군기자가 ‘등불을 든 여인‘으로 표현했고 여러 과정을거쳐 ‘백의의 천사‘ 라고 굳어졌다. 거기에는 ‘천사여야 한다‘는강요가 함축됐다. 나이팅게일의 진취적이고 당당한 태도, 직업의 전문성, 용기와 끈기는 그 이름 뒤로 감춰버렸다.  - P59

앞에서 ICBM과 스티브 잡스의 20세기, 21세기 상징을 도식적으로 서술한 것처럼 이제는 비가시적이고 비형태적이며 비질료적인, 즉 콘텐츠가 핵심인 시대로 전이했다. 그 본질이 불명확하고 애매하기는 하지만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은 기계적혁명이 아니라 비기계적 혁명, 즉 사고의 혁명으로 성큼 들어섰다. 따라서 ‘창조혁신 · 융합‘을 어떻게 수행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운명이 달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가 선언적으로는 창조·혁신·융합을 외치고 있지만 교육 과정에서 배운 적도 없고 일상에서 이를 경험한 적이 별로 없다.
- P70

우리로서는 사고의 혁신을 통해 다양한 융합을 이끌어냄으로써 여러 부가적 가치를 강화시키는 방안이 현실적일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기존에 있던 것, 그리고 지금까지 이루어온 것을최대한 여러 가지로 엮어서 융합해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을주장한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이 강조한 ‘초연결성‘ 처럼 영역(카테고리)도 파괴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씨줄과 날줄을 최대한 연결해야 한다. 이미 말했듯이 초연결성이 극대화되려면 먼저 사회와 조직이 최대한 수평화되어야 한다. 수평적일 때 연결할 수 있는 접점이 많아지고 더 많은 고리를 통해 융합될 여지가 훨씬 더 커진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혁신적 결과를 얻을수 있다. 애플의 결과만 바라볼 게 아니라 왜 애플이 성공했는지, 그 성공의 핵심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식하고, 우리는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부터따져야 한다.
- P71

집단지성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집단 구성원이 서로 협력하거나경쟁하여 쌓은 지적 능력의 결과로 얻은 지성 또는 그러한 집단적 능력‘을 의미한다. 이것은 소수의 우수한 개체나 전문가의능력보다 다양성과 독립성을 가진 집단의 지성이 올바른 결론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대중의 지혜에 바탕을 둔 ‘공생적 지능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개념이기도 하다.
- P72

 이러한 집단지성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은 전자미디어의 보편화 덕분이다. 이것을 더 확장하면 ‘전 지구적인 두뇌 Global Brain‘의 구축을 가능하게 할 것이고 컴퓨터가 두뇌의확장이라면 컴퓨터 네트워크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두뇌들이결합한 집합적 지성의 탄생을 의미한다. 결국 컴퓨터 네트워크의 결합은 데이터베이스의 전 지구적인 결합이다. 자연스럽게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지성의 실시간 연결이 되는것이다. 이것은 분명 새로운 혁명이다.
- P74

‘융합‘조차 익숙하지 않은 듯하다. 융합은 녹아서(혹은 녹여서)하나로 합친다는 물리학 ·화학적 개념이다. 이제는 일반 개념으로 확장되어 융합 현상을 방송과 통신의 통합에서 많이 사용하며 망의 융합, 서비스의 융합, 기업의 융합 등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사실 융합이 무조건 능사는 아니다. 심리학에서는 어설픈융합을 경계한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경험을 자신도 똑같이 경험할 수 있다고 믿음으로써 자신과 타인을 혼동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 P75

심리학적으로 좀 더 심화해서 나아가 보면 융합은 인간의
원초적 공포, 즉 실존적 고독, 죽음, 공백을 두려워하는 심리에대한 방어기제의 일종이다. 새로운 것 또는 서로 다른 것을 경험할 때 직면하는 당혹감을 완충하기 위해 서로의 차이를 줄이고 싶은 사람이 시도하는 환상과 같은 것이다. 우리가 추구해야하는 융합은 소극적 방어기제의 영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므로 올바른 융합을위해서는 자신의 정체성과 더불어 온전한 타자성을 인식하고서로 심오한 연합을 경험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콘텐츠와 융합의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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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부각되고 있는 집단지성과 팀제의 관계는 매우 긴밀하고 함축적이다. 집단지성이 부각되는 건 기업을 비롯한 조직이 내부 역량의 한계를 인식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집단지성이 가능해진 이유는 현안이 복잡해지고 개방적 문화가 확대되며 수평적 조직으로 진화했으며, 공유의 가치가 높아지고 그것을 가능하게 해줄 IT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강조되는 집단지성은 내부 구성원을 비롯해 외부 인사까지 포함하여 참여자로부터 3c, 즉 취합 collection, 경연 contest,
협업 collaboration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생산의 창출에 필요한아이디어와 대안을 수집하고, 투표 voting, 합의 consensus, 평균화averaging, 예측시장 prediction market 등을 통해 참여자의 직관과지혜를 동원해 평가하고 선택하는 과정을 두루 담고 있다. 이러한 구체적인 목적과 기능을 염두에 두었을 때 팀제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다.
드지 - P42

우리나라에서 인문학 열풍이 일어난 데에 스티브 잡스가 한몫했다는 걸 부인하기 어렵다. 그의 사업에서 인문학적 사유와영감이 큰 역할을 했다며 기업마다 인문학을 알아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내가 여기에서 호들갑‘이라고 말한 건 세 가지때문이다. 하나는 인문학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성찰이 있느냐하는 것과, 다른 하나는 스티브 잡스가 말하는 인문학적 사유와영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정작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 열풍의 중요한 계기와 이유에 대한이해는 거의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 P43

하지만 인문학은 단순히 문文 · 사史·철哲이 아니다. 인문학은 나와 세상의 관계를 읽어내며 내가 세상에 묻고 물었던 나로 귀결하며 존재와 사유 그리고 실천을 성찰하는 것이다. 어떤 분야, 어떤 과목이든 궁극적 목적과 대상, 그리고 주제와 주체가 인간으로 귀결되는 모든 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더 나아가 - P45

인문학은 시대정신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미래 의제를 이끌어내며 그것에 대한 로드맵을 마련하면서 주제의 실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문제로 확장하며 그 사회적 실천을 위한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이 인식을 놓친 상태에서의 인문학 소비는 늘 그랬듯 하나의 유행처럼 혹은 붐처럼 지나고 말 뿐이다. 인문학 열풍에 편승해서 인문학으로 둔갑한 변종 자기계발 서적이 줄지어쏟아졌지만 세상을, 우리의 사고와 삶을 바꾼 건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노골적으로 말해서, 인문학 공부해서 살림살이가 더나아진 적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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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는사업적 수완과 마케팅 감각이 뛰어났다. 특히 그의 직관은 동물적 감각에 버금갈 만큼 놀랍도록 탁월했다. 우리는 그의 직관에주목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가 창립한 애플의 성공 요인 가운데하나가 바로 직관이기 때문이다.
- P21

 그러나 이후 픽사를 통해 새로운 통찰력을 얻게 됐고 애플에 복귀하면서 ‘예전의 스티브 잡스‘가 아닌 새로운 잡스‘로 거듭났다. 그것은 바로
‘창조 혁신 · 융합의 대변신으로 가능했던 부활이었다. 그게 바로 21세기의 가치이자 21세기 콘텐츠의 핵심이다. 20세기 성공과 실패의 스티브 잡스와 21세기 새로운 성공으로 극적으로 재기한 스티브 잡스를 균형 있게 읽어내지 않으면 핵심을 놓친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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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바뀌면 삶이 바뀌고 미래가 바뀐다. 21세기 ICBM의 실체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콘텐츠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바꾸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 기계나 도구, 네트워크를 갖추기 전에, 생각을 바꾸고발상의 전환을 꾸준히 시도하다 보면 어느 순간 비등점처럼 끓어오를 순간이 온다. 이 순간은 한순간에 오지 않는다. 길게 품고 생각을 바꾸고 기르며 꾸준히 사고의 온도를 높이면 어느순간 벼락처럼 온다. 하지만 이것은 벼락이 아니라 긴 시간 숙성된 혁명이다. 지금이 바로 그런 콘텐츠의 혁명에 눈을 돌려야할 때다.
- P13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말 타는 법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희망과 기대에서 비롯된미래 설계는 불안과 체념을 완전히 벗어날 때 가능하다. 지금우리 앞에 서 있는 경주마는 절망과 불안 그리고 체념을 받아들이며 도태와 소외를 어쩔 수 없이 수용하게 만드는 유령이 아니라 희망과 기대의 경주마여야 한다. 콘텐츠는 바로 그 말 타는법을 배워 말을 몰고 더 멀리 달려갈 수 있는 힘을 만들어내는매력적인 요소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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