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이런 식이다. 돈 얘기를 먼저 할까 말까, 돈을 밝히는 사람처럼 보이긴 싫은데. 그래도 앞서 인용했던 김남주 번역가의 인터뷰에서 내게 힘을 실어주는 내용이 있어 소개하며 마무리하겠다. "그럼번역료, 인세 얘기가 나올 것이고 이 돈을 받고도 행복하겠다 싶으면 번역을 하세요. 나를 행복하게 한 번역으로 독자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돈 얘기를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경력을 쌓아야 하니까 번역료를 따지지 않는 이들도 있는데, 경제 관념을 염두에 둬야 번역가의 지위도 높아져요. 내가 하는 행동이 나비효과처럼 전체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움직였으면 해요."
- P1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번역하다 보면 번역이라는 행위에 의미를 부여할 때가 많은데(가끔 힘들 때는 그런 의미 부여가 위안이 된다), 책의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모두 번역하노라면 한 문장 한 문장 옮기는 것이 나무심기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번역가의 목표는 나무만 다옮겨 심는 게 아니고, 전체 숲을 옮기는 것일 테다. 원저자의 토양에서 국내 독자의 토양으로 한 그루 한 그루 옮겨 심은 나무들이 모여숲이 탄생하니까 말이다.  - P105

나 역시 많은 역서를 낸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번역하면 할수록, AI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 더욱 강한 확신이 생긴다. 그래서 앞의 번역 대결‘ 주최자들처럼 번역하다말고 자진해서 번역기에 대결을 신청해 본 적이 몇 번 있었다.


특히 미술과 수영의 역사를 다룬 인문학 서적을 번역하면서, 그리고 문장마다 저자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에세이를 번역하면서, 언젠가는 AI한테 밥그릇을 뺏기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보다는
‘이건 AI가 절대 못 해. 너희가 해선 안 돼‘라는 자신감 비슷한 것이 자리잡았다.  - P113

특히 책을 번역하는 번역가라면 맥락과 상황 이해를 바탕으로 글을 읽고 이해한 다음 우리 글로, 그것도 맛깔스러운 표현을 써 가며 옮겨야 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AI를 크게 경계할 필요는 없다고 (아직은) 주장하는 바다!
- P122

번역은 번역가의 글쓰기 스타일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직역이든 의역이든 일부러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좋다는 쪽이 있고, 있는 그대로 옮기는 게 좋다는쪽도 있다. 나는 원문 본연의 맛을 가장 잘 드러내 주는 것이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한국어일 때도 분명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 P124

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가이자 번역가이기도 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한 인터뷰 에서 "좋은 번역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꼭 필요할까요?"라는 질문에 아주 신선한 대답을 내놓았다. "귀. 음감이 나쁘면번역을 못 합니다"라고,  - P1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동안은 번역 시험을 보듯 원문의 한 문장에 해당하는 우리글한 문장을 옮겨내는 데 집중해서 정확하고 꼼꼼하게 번역했는데, 합격한 번역가들의 결과물은 마치 처음부터 우리말로 쓴 것처럼 원문과는 조금 달랐다는 점이다. 여기서 원문과 달랐다는 말은 어떻게들으면 굉장히 심각한 상황으로 비칠 수도 있겠다. 
- P76

한 단어, 한 구문을 모두 꼼꼼하게 옮겨내야만 출판사에서 점수를 매기듯 비교하고 채점해서 역자를 선택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출판사에서 샘플을 볼 때는 원문과 일대일로 비교하며 채점을 하는 게 아니라, 한국어로 번역된 글만 읽었을 때도 글이 아주자연스럽게 읽히면서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이 명확하게 드러나는지를 중점으로 본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 P77

하루에 여섯 페이지를 번역하기로 계획을 세웠는데, 실컷 하고 나니까 겨우 한 장이 끝났을 때의 기분이란… 아마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막막함에다 계약이라는 약속이 주는 책임감의 무게가 더해졌던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포기할까?‘, ‘여기서 관둔다고 연락할까?‘ 고백하건대, 처음 2주동안 날마다 이런 고민에 빠져서 이도 저도 아닌 시간만 낭비했다.
- P95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10-16 0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루에 여섯 페이지!
보통 전문 번역가들은 하루에 🖐🖐 채우 신다고 ㅎㅎㅎ

모나리자님의 이 책 발 췌문 읽기 넘 ㅎ넘 ㅎ 좋습니다!!

모나리자 2021-10-19 13:1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 책에도 그렇게 나와요.
규칙적인 일처리가 결과를 내는 거겠죠.^^
 

단기완성‘, 며칠 만에 끝내기‘ 같은 제목의 영어책들이 잘 팔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것이다. 잘하고픈 영어를 빨리 완성해 주고 끝내준다고 유혹하니까.
언어 공부에 완성이나 끝이라는 게 있기나 할까? 그런 책들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보고 공부한다면 당연히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디딤돌이 되어줄 것이다. 하지만 단언컨대 어느 정도 실력에 이르기까지는 꾸준한 관심과 노력 말고는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너무 뻔한 의견이라 미안하지만, 어쩔 수없다.
- P44

고작 일기나 쓰고 말이다. 이런 내 실력은 통번역대학원번역 시험을 준비하자 바로 바닥을 드러냈다. 한 문장도 제대로 쓸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한영 번역 실력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서 나도 놀랐다. 대학원 졸업장도 없는 내가 대학원 이야기를 하는 게 조금 웃프긴 하지만, 8년에 걸친 대학원 입시 이야기(8수는 아님)는 다음 장에서 더 자세히 해 보려 한다.
- P45

영어를 읽고 해석하는 게 수동적이라면, 쓰는 것은 굉장히 능동적인 언어 활동이다. 읽을 때는 대충 알아도 이해할 수 있지만, 쓸 때는 정확히 아는 것만 쓸 수 있다. 그때 직접 한영 번역을 해 보면서,
내가 읽을 수 있는 단어와 쓸 수 있는 단어의 수준 차이는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 P61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10-15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전 통독!🖐
사전 읽기 취미! 🖐

모나리자님 이책 흥미 롭네요
밑줄 마구 마구 올려 주세요 ^0^

모나리자 2021-10-15 13:59   좋아요 1 | URL
와~사전 통독, 사전 읽기가 취미시라는 거죠?

그럼 번역가 후보 찜이네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스콧님~^^
 

사람들은 통역사나 번역가를 두고 ‘영어로 먹고산다‘, ‘중국어로 밥벌이한다‘ 라고 표현한다. 나도 영어 원서를 읽고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는 영어 출판 번역가인데, 영어로 먹고살면 참 좋겠지만 그럴만한 돈을 벌지는 못하고 어쨌든 영어라는 언어를 읽고 해석할 줄아는 능력을 바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지내고 있다.
- P3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