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로서는 선 하나도 못 긋고 있어. 하지만 난 지금처럼 내가 위대한 화가라고 느낀 적이 없네. 내 주변을 둘러싼 아름다운 계곡에서 안개가 피어오르고, 높이 솟은 해가 울창한 숲 위를 맴도는데, 몇 가닥 빛줄기만이 그 안의 성스러운땅에 새어 들어. 그러면 난 졸졸 흐르는 시냇가의 무성한 풀밭에 몸을 던져 파묻히지. 그렇게 땅에 누우면 이름 모를 온갖풀들이 보여, 그 풀숲에서 무수히 많은 곤충과 날벌레들이 움직이고 윙윙대는 작은 세계를 보고 들을 때, 나는 우리 인간을 당신과 닮은 모습으로 창조하신 신의 존재를 느끼네.  - P13

내가 있는 곳으로 내 책들을 보내준다고 했던가? 이보게 제발 그것들로 날 괴롭히지 말아 주게. 난 더 이상 그 누구의 안내도, 그 어떤 격려나 자극도 원하지 않네. 나의 가슴은 이미충분히 스스로 요동치고 있어. 오히려 내게 필요한 건 자장가인데 마침 지금 읽고 있는 호메로스의 시에 아주 만족한다네.
끓어오르는 혈기를 잠재우려고 나는 얼마나 자주 자장가를 불러야 했던가.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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惱む力 (集英社新書 444C) (新書)
姜 尙中 / 集英社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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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 강상중




몇 해 전 일본여행을 갔다가 사온 이 책을 이제야 읽었다. 강상중 저자는 영원한 디아스포라를 자처하는 일본에서 비판적 지식인이자 나쓰메 소세키의 광팬이기도 하다. 나의 최애 작가 나쓰메 소세키를 좋아한다는 공통점 하나로 관심작가가 되었다. 재일 한국인이라는 자신의 처지에서 청춘 시절 항상 정체성의 고민을 해왔다고 한다. 그 번민의 청춘시절 옆에서 속삭이듯 말을 걸어 주었던 이들이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였다고 한다. 그런 만큼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을 언급하는 내용이 아주 많이 나와서 반가웠다. 여기서 다루고 있는 고민들은 누구나 한번쯤 고민했을 법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나는 누구인가?, 돈이 세계의 전부인가?,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청춘은 아름운가?, 믿는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등 죽음, 늙음에 대한 이야기까지 9가지 이야기가 들어있다.

 



서문에서 어머니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80평생 고민의 바다처럼 많은 고민을 안고 사셨던 어머니. 그래도 전통과 신앙심이 있어서 어쩌면 행복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고민하고 고뇌하는 것은 그저 행복하지 못하고 불운한 것이냐고 물으며 문호 나쓰메 소세키와 사회학자 막스 베버에서 실마리를 찾아보자고 말한다. ‘고민하는 것사는것이며, ‘고민하는 힘살아가는 힘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현대의 특징인 글로벌리제이션에 대해서 언급한다. 인터넷을 시작으로 디지털 기술 발달로 인해 경제, 정치, 사상, 문화, 오락까지도 경계가 사라졌다. 다음으로는 자유의 확대를 언급한다. 인터넷으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지만 행복감을 느낀다는 사람은 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 것 같다. 세상은 그 어느때보다 풍요로워졌지만 아직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불안의 요소는 더욱 늘어난 세상이다.

 



나쓰메 소세키를 흔히 국민작가라거나 메이지의 문호라고 하지만, 국민작가라는 형용은 그다지 맞지 않다고 했다. 아이 때부터 소세키를 아주 좋아했지만 그러한 눈을 가지게 된 건 대학에 들어가 정치학을 공부하고 나서부터란다. 막스 베버가 서양근대문명의 원리를 [합리화]에 두었다면 소세키가 그리고 있는 세계와 같이 문명이 진행되는 만큼, 인간은 구제하기 어려워지고 고립되어 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이 두 사람이 살던 19세기 말부터 20세기에 걸쳐 있으며 우리는 21세기를 살고 있는데, 그 백 년이 끼워진 2개의 세기말은 여러 의미에서 닮았다고 한다. 막스 베버가 언급한 유뇌론적 세계를 말하면서 그가 예상한 일이 현실이 되었다고 한다. 오만하고 인간중심적이며 맥락이 없는 정보의 홍수, 자연의 영위와 관계없는 제멋대로인 인간의 뇌가 자의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컴퓨터로 세상 일을 듣고, 쇼핑하고, 때를 구분할 수는 현실을 산다. 여기에 생명유지장치로 죽지 않게 만든다면, 이것이 바로 유뇌론적 세계라는 것이다. 결국, 인간은 무엇을 알아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어떤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인가 하는 물음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저자는 20세 때부터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이어졌다고 한다.

한국인이면서 타국에서 살아가면서 자아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저자의 청년시절의 고뇌를 고스란히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자아자기중심적인 것은 엄밀히 다르다고 했다. ‘자아가 비대화되면 칭칭 얽어매어져 거기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한다. 또 우울이나 히키코모리와 같은 마음의 병을 얻을수도 있다. 이럴 때는 소세키의 소설을 읽어보라고 한다. 소세키는 자아의 문제를 철저하게 심혈을 기울여 생애에 걸쳐 그것만을 계속 썼다고.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말했던 데카르트를 언급하며 자아와 타자의 관계를 말한다. [자기와 타자와의 연결회로를 어떻게 만들어야, 공통의 세계상을 형성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 철학자들에게 근본 테마가 되었고 이것이 많은 사람들을 고민하게 된 것은 19세기 무렵부터였고, 일본에서는 메이지유신 이후부터라고 했다.

 



개인의 자유를 베이스로 개인주의가 발달하고 분리된 자아는 스스로를 확립하려고 하고 지켜려는 과정에서 점점 비대화 될 수 있다. 그래서 [사회 해체]를 초래하고 [사회 해체]라는 위기는 자아의 비대화를 초래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말한다. 개인의 마음속을 꿰뚫고 있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그후][마음]을 언급하며 풀어놓는다. 자이니치로서 아이덴티티에 대한 문제에 사로잡혀있던 저자의 고민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구할 수 있을까, 무엇을 위해 태어났을까, 나에게 있어 세계는 어떤 것일까 등 끊임없이 이어지늠 마음속의 질문에 고민하던 시기 [마음]은 깊은 생각을 하게 한 각별한 작품이라고 말한다. 자아에 너무 빠지게 되면 인간관계가 어려워지고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는 지경이 될수도 있다고. 백 년 전의 흔히 [지식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신경 쇠약]을 앓고 있었고, 나쓰메 소세키 소설의 키워드였다. 지금은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병이라고 한다. 베버도 신경병원 입원한 적이 있다고 한다. 또 철학자 야스퍼스의 말도 인용하고 있다. [자신의 성]을 구축하려고 하는 사람은 반드시 파멸한다고. 왜냐하면, 자아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성립되기 때문이다. 사람이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도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세키의 [마음]을 언급하면서 착실함’(성실함)으로 고민하고 착실하게 타자와 마주 대하는 자세야말로 어떤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

 

 

 

돈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표면적으로 돈 이야기를 하는 것을 품위가 없다고 여기는 풍조를 언급한다. 그래서 보통의 문학에는 돈을 소재로 한 문학이 그다지 없는데 소세키의 작품에는 자주 등장하는 점을 예로 든다. 마음』『그후』『명암등에서 돈 때문에 마음졸이거나 부모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고등유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백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의 삶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아닌가. 모든 것이 변하지만 만은 불변의 가치를 가진 일종의 기호로서 존재한다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왜 일을 하는 걸까. 돈이 많다면 누구나 일하지 않은 삶을 꿈꾸지 않을까. 그후의 다이스케가 빵을 먹기 위해일하는 것을 경멸했지만 친구의 아내인 미치요를 좋아하다가 결국 노동의 현장으로 나가게 된다. 그저 흔히 볼 수 있는 삼각관계의 연애소설이 아니라 우리는 현실을 벗어나서는 살 수 없다는 깨달음을 주는 이야기라고 한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이야기가 소세키가 자기에게 내리는 복수극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한다. 지성인으로써 학문의 세계에서 놀고 싶었을 테지만 현실이 따라주지 않아서 교사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는 흥미로운 해석까지. 결국 우리가 일을 하게 된 것은 교육제도의 목적에서 생긴 산물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사회속에서 타자에게 배려를 받기를 원하고,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일을 한다고 말한다.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새 출발을 시작하는 봄은 저자에게 아주 힘든 계절이지만, 나쓰메 소세키의 산시로는 언제나 그리운 소설이라고 한다. 청년 시절 자신의 판박이처럼 여겼다고 한다. 지금 청춘들은 나와 세상에 대한 질문보다는 성공을 위한 스팩을 쌓느라고 열을 올리는 모습이 너무 삭막하다고 한다. 서툴고 미숙하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뭔가를 찾아 방황하는 산시로의 모습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은 더 크게 고민하고 계속 고민해서 뻔뻔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새로운 파괴력이 세상을 바뀌게 한다고. 광팬답게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을 다른 시선으로 분석하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다시읽기를 하면 어떻게 다가올지 기대된다. 그리고 막스 베버의 책을 만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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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8-02 1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강상중 이분 소세키 찐팬이군요~!! 저도 소세키 작품을 읽으면서나는 누구인가? 라는 생각을 했던거 같아요 ㅋ 역시 일본어 원서 읽기는 모나리자님~!!

모나리자 2022-08-02 19:23   좋아요 1 | URL
네, 정말 찐팬이시지요. 나쓰메 소세키가 구마모토에서 교사 생활을 한 적도 있고
강상중 저자는 구마모토에서 태어났고 이런저런 공통점이 있어서 더욱
애착을 느끼는 듯합니다.
감사합니다~새파랑님. 8월에도 화이팅입니다.^^

그레이스 2022-08-02 11: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원서로 읽으셨군요! 강상중님의 나쓰메 소세키 작품에 대한 감상은 공감하는 부분도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네요^^ 한번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 이런 자세한 설명 너무 감사합니다.

모나리자 2022-08-02 19:24   좋아요 1 | URL
네, 책을 읽는 독자마다 상황이나 경험 등이 모두 다르니까 공감하는 정도도
달라지리라는 건 분명하겠지요. 번역본이 나온지도 상당히 오래되었어요.
한국에서도 많은 팬을 지닌 작가분입니다.
감사해요. 그레이스님, 편안한 저녁 시간 보내세요.^^

scott 2022-08-03 0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마모토!
하루키옹도 직접 찾아 갔을 만큼
소세키 작품을 좋아 하죠!
강상중 교수님
최근 에세이(아내와 시골로 낙향 한후 텃밭 가꾸며)도
좋았습니다 ^^

모나리자 2022-08-08 11:29   좋아요 1 | URL
그치요~
대작가들 한 자리에 모여 토론하는 모습 보면 얼마나 황홀할까요!
아쉽네요.ㅎ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스콧님~^^
 

시는 모든 작가들의 욕망이다. 시가 언어의 제왕인 이유는 은유메타포(metaphor)이기 때문이다. 해석과 상징을 거느린 그 자체로사전이다. 그러나 종종 메타포는 비윤리적이다.  - P171

<오감도>에 대한 해석들, 초현실, 절망, 환상, 난해, 공포, 아방가르드, 심지어 민족 독립을 위한 병법까지…………. 나는 공포 외에는동의하지 않는다. <오감도>는 현실적이며 직설적이다 - P172

이상에게 피사체와 인식 주체의 관계를 달리 설정하는 탈식민주의적 상상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누구도 전경을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오감도>는 가능했다. 비정상사회에서의 정신 분열과 예술가의 윤리가 낳은 걸작이다.
이상은 조감의 주체도 민초도 될 수 없었던 자기 한계에 솔직했다. 다만 건강이 좋지 않아 동경하던 도쿄에서 멜론과 레몬을 찾으며 27살에 죽었고, 신화화되었다. 1972년에 나온 <문학사상> 창간호 표지는 친구 구본웅이 그린 이상의 초상화다. 내 책상 앞에 있다. 나는 이 그림을 좋아한다. 예술가의 평범한 얼굴이다. - P173

이 사건에는 간첩과 조작의 모든 요소가 등장한다. 자국이 파견한 간첩을 의심하는 국가, 범인이 유대인인 것이 아니라 유대인이어서 범인이 되는 현실, 그를 반역자로 몰기 위한 대화에서 "120밀리미터 포의 수압식 제동기라는 단어가 등장하자 드레퓌스가 갑자기 손을 멈춘 것은 뭔가 켕기는 것이 있어서다."라는 식의 유죄 추정, 사건의 또 다른 주인공인 에밀 졸라로 대표되는 지식인의 사명(그가 쓴 ‘나는 고발한다!‘가 실린 신문은 하루에 30만 부가 팔렸다. 드레퓌스의 억울함에 재심을 요구하는 세력과 재심 반대파의 10년에걸친 갈등과 투쟁.‥……….

한편 나는 이 사건이 역사의 모범으로서 지나치게 상기되는 것이 다소 불편하다. 드레퓌스의 12년, 아니 평생에 걸친 고통과 양심세력의 투쟁 덕분에 ‘공화국 프랑스‘는 한국 같은 ‘제3세계‘가 본받아야 할 민주주의의 모델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그들의 자부심이대외 정책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프랑스가 알제리를 어떻게 다루었는지 보라. 그들의 정의는 국내용이지 다른 나라, 다른 인종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 P190

"사람은 누구나 두 나라를 갖고 있다. 자기의 모국과 프랑스다." 이 문구는 "프랑스가 이 나라 자체의 원칙(인권)에 의해 붕괴될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인 사회주의자들과 르낭(Joseph ErnestRenan) 같은 유명 사상가를 포함한 은폐 세력에 맞서, 재심 요구파의 선두에 섰던 조르주 클레망소(Georges Clemenceou)가 쓴 감동적인 글의 일부다. 국가는 영토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한데 묶을 수 있는 정신으로 구성된다는 의미에서,
클레망소는 후자의 문제, 즉 어떤 가치를 지닌 프랑스가 진정한 프랑스냐고 호소했다. 누구나 두 나라를 갖고 있다. 국가는 실체가아니라 이질적인 이념들이 경합하는 제도다. 국론 통일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지만, 페어플레이는 중요하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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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모나리자 > [오늘의 한문장]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

벌써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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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7-29 2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 드디어 민음이 잃시찾 완간 한다고 합니다!
모나리자님 열쉼히 열독!^^

모나리자 2022-08-02 19:21   좋아요 1 | URL
정말 반가운 소식이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스콧님~^^
 

책 읽기는 물을 건너는 것과 비슷하다. 강을 건널 때는 온몸이젖을 수밖에 없지만 작은 개천을 건널 때는 물방울 튀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깊은 강을 건너다가 몹시 아프거나 죽을 수도 있고,
작은 개울이라도 물이 불었을 때는 사고가 나기도 한다. 비가 온다면 어느 물가를 건너더라도 온몸이 다 젖을 것이다.
- P18

독서는 내 몸 전체가 책을 통과하는 것이다. 몸이 슬픔에 잠긴다‘, 기쁨에 넘친다‘, 감동에 ‘넋을 잃는다‘……… 텍스트를 통과하기전의 내가 있고, 통과한 후의 내가 있다. 그래서 간단히 말해 독후의 감이다. 통과 전후 몸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경우도 있고, 다치고 아프고 기절하는 경우도 있다. 내게 가장 어려운 책은 나의 경험과 겹치면서 오래도록 쓰라린책이다. 면역력이 생기지 않는 책이 좋은 책이다. 그리고 그것이 ‘고전‘이다. - P19

독서는 저항, 불복종의 시작이다. 이 책에는 내가 그간 겪은 ‘책,
글쓰기, 공부와 여성/아줌마‘와 관련해 차별, 편견, 무시, 경멸, 혐오당한 일화는 쓰지 않았다. 남들이 봐도, 지금 내가 생각해도 재미있는 일화가 무궁하다. 20여년동안 거의 매일 하루에 한 건 이상겪었다. 너무 많아서, 너무 어이가 없어서, 누가 믿을까 싶어서 쓰지않았다. 새삼스런 이야기지만 가장 강력한 지배는 사람들에게 여행과 독서를 금지하거나 접근하기 어렵게 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독서 이전의 상태로는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서 ‘갑‘은원하는 것이 없는 사람, 잃을 것이 없는 사람, 덜 사랑하는 사람일지모르지만 권력이 두려워하는 인간은 분명하다. 세상이 넓다는 것,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이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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