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모두 이렇게까지 고독해져야만 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든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고독해져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세상에 살고 있고

각각 타인의 내부에서 무엇인가를 요구하고 있는데,

어째서 우리는 지금까지 고독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일까.

무엇 때문에?

이 혹성은 사람들의 적막감을 자양분으로 삼아

회전하고 있는 것일까?


무라카미 하루키 / 스푸트니크의 연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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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가 결혼을 한다.

어떤 이에게는 기쁜 소식일 것이고,

어떤 이에게는 특별할 것도 없는 무덤덤한 소식이겠고,

어떤 이에게는 돈 나갈 일이 걱정되는 소식일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 두 여자는,

남들이 눈치 채지 못하는 자기만의 감상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들에게 이 결혼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 여자가 결혼식장 맨 뒤에서 몇몇 사람들과 함께 서 있다.

어느 결혼식에서나 그 자리는 특정인들을 위한 지정석이다.

식을 지켜보다가 언제든 슬며시 빠져나갈 수 있는 자리니까.

그녀는 10년전, 9년 전, 그리고 죽 올라고 5년 전까지 그의 첫사랑이었다.

물론 그녀에게도 그것은 첫사랑이었고,

그들은 그 사랑이 일생에 단 한 번 오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말끔한 예복을 입고 행복하게 웃고 있는 새신랑을 보면서

그녀는 생각했다.

결국 결혼이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게 아니라

결혼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

그때 옆에 있는 사람과 하는 거구나...하고.

그러자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감정이 그녀의 표정에 올라 앉았다.

바로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다른 한 여자가 입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경황이 없어서 알아채지 못한 척했지만,

식장에 신랑의 옛 애인이 와 있다는 사실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

예전에 그 여자가 신경 쓰였던 것도 사실이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다.

그 여자가 그의 첫사랑인 것도 분명하고, 그들이 오래 만난 것도 사실이지만,

어쨌거나 그들은 결국 헤어졌고, 모든 게 과거로 남은 것이다.

'지금 그 남자와 결혼하는 건 나고, 미래를 나눌 사람도 나야'라고 생각하면서

그녀는 내심 뿌듯해 하고 있었다.

'지난 사랑이란 아무리 대단했어도 결국

큰 줄거리에 끼지 못하는 에피소드일 뿐이야.'

그리고 그녀는 입장하기 시작했다.


안현민 / 사랑에 관한 1000자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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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희망이 결국 실현되는 것은 미래에서다.
아무리 인간이 꿈을 꾸고 실현을 원한다고 해도,
그것을 손에 넣은 자에게 있어서는
꿈이 아니라 단순한 기정 사실일 뿐이다.
모든 사람은 언제나 승리자를 위한 희생이 될 수 밖에 없지만,
그것이 인간을 계속하여 전진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나아갈 길은 앞에만 존재하고,
인간은 과거에서 살아갈 수는 없는것이다.

- 키리마 세이이치의 <승리자의 초석, 희생자의 미래>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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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따라 가다보면 길은 부끄럼타는 색시같이
제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만 속내를 보인다.
길섶에 수더분히 놓인 생명
하나와도 인연을 맺는 사람에게는 더 많은 것을 보여 준다.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길은 그냥 길일 뿐이다.
순한 마음으로 길을 따라 가자.
터벅터벅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고
그러다 주저 앉기도 하면서
나의 모든 것을 길에 맡기면
마침내 길은 제 마음을 열어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 준다.
애써 알려고도 하지 말고 그렇다고 모른체 하지도 말자.
그냥 느끼는 대로, 보여지는 대로 가다보면
길은 큰 팔 벌려 나를 감싼다.
어차피 우리는 모두 나그네가 아니던가.
맺어지는 인연, 스쳐가는 인연 모두 소중한 것을.

- 운길산 수종사에서 옮겨온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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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4 11: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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