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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자
배수아 지음 / 열림원 / 2004년 8월
품절


주정뱅이는 알지 못하는 방법으로 주정뱅이는 기억하지 못하는 방법으로...주정뱅이들은 기억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팸플릿 앵무새가 되고, 단지 스무 가지의 단어만 가지고도 스무 시간에 걸친 토론에서 너끈히 승리를 거두어 내며, 술기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참가한 모든 전투마다 영광스럽게도 매번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는 혁명의 돌격대가 되었다.

대학은 그런 주정뱅이 돌격대로 가득 차 있었으며 그 세력은 나날이 커지고 있었다. -118쪽

나는 생계를 위한 노동에 삶의 이미를 부여하는 짓은 하지 않겠지만 노동의 삶의 수단을 제공해 준다는 사실은 분명히 잊지 않을 것이다.-171쪽

노동은 삶과 함께 지속될 것이고 삶과 동시에 종말을 맞을 것이다.
나의 독서가 어떤 가시적인 성취를 목표로 한 것이 아닌 오직 그 자체로 목적인 것처럼 노동 또한 생계라는 원래 이외의 목적을 갖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무슨 일을 하느냐에 대해서 신경 쓰지도 않을 것이고 무슨 일을 하지 못하느냐에 대해서 증오나 질투를 품지도 않을 것이다.
최대한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오직 공부에 쏟는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소박하고 낮은 수준의 경제와 단순 육체 노동을 선택할 것이다.
-171~172쪽

마흔 살까지는 생계를 위해서 필요한 돈을 버는 이외의 시간은 오직 혼자서 책을 읽으며 공부할 것이다. 마흔살까지는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한눈팔지 않고 공부할 것이다. 마흔 살까지 나는 오직 공부에만 미칠 것이다. 마흔 살까지의 내 삶은 언제나 내가 꿈꾸던 교통수단이 없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것과 같으리라. 구술언어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과 같으리라. 스무 살, 이제 그곳으로 나는 배를 타고 떠난다. 저녁의 광장에 희미한 불이 켜지는 시간이면 나는 내 방으로 돌아와 책을 펼칠 것이다. 신문이나 방송도 멀리할 것이다. 사람을 만나거나 직접 대화하는 것도 피할 것이다. 한국에서 살 수 없는 읽고 싶은 책들은 외국의 출판사에서 직접 주문하고 그렇게 읽은 모든 책들에 대해서 독후감을 쓸 것이다. 그것들은 마흔 살까지 내 사적인 일지를 대신하게 되리라. 나는 술도 마시지 않고 영화관에 가거나 바닷가에 놀러가지도 않을 것이다. 결혼이나 사랑도 필요하지 않으며 어느순간에 타인들을 상대로 뭔가 아는 척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 해지더라도 자신을 엄하게 꾸짓을 것이다. 내가 형편없이 미숙하고 내 목소리를 내기에는 아직도 한참 부족한 존재임을 잊지 않기 위해서, 언제나 내 교만을 압도해버리는, 내가 쉽게 소화할 수 있는 이상의 것들을 찾아서 읽으리라. 그리하여 마흔 살까지는 어떤 영감을 받더라도, 독후감 이상의 것은 쓰지 않겠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미래가 어떤 모습인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두려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은 더디게 흐르겠지만 초초해하지도 않으리라. 분명히 고독하고 틀림없이 두렵기도 하겠지만 흔들리지 않을리라. 그러다 이윽고 마흔 살이 되면, 그때 나는 스스로 만든 대학을 졸업할 것이다. 그때 나는 지금보다 휠씬 더 자유롭고 선명한 존재가 되어 있을 것임을, 나는 의심하지 않겠다-172~173쪽

이 세상에 착한 일에 대한 상으로 선물을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될지라도 나는 선하게 되려고 스스로 노력할 것이다.
선하게 되려는 의지 자체, 선과 악을 구별하려는 의지 자체는 바로 선의 시작이 될 것이다.-186쪽

'인생은 내가 상상할 수 없는 방법으로 그 스스로를 표현할 것'이므로 이 산책이 끝날 때까지는 인간이 무엇을 말하더라도 너무 이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209쪽

책은 읽고 밑줄도 그었는데 리뷰를 달지 못하고 있다... 글솜씨 실력이 모자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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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 - Philosophy + Film
이왕주 지음 / 효형출판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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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를 찾아오기전에 꼬마는 바깥을 거의 알지 못한 채 지내왔다. 그가 알고 있는 것은 손가락으로 조작하는 게임기, 컴퓨터, 텔레비전 등의 모니터에서 열리는 가상의 바깥뿐이다. 그 꼬마가 산골 마을 외딴집 외할머니 댁으로 간다. 엄마의 손에 끌려서 탄 시골행 버스. 그 안의 왁자한 시골 사람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아직 꼬마에게 바깥이 아니었다. 그저 서울의 바깥일 뿐이고, 멍하게 스치는 낯선 것들일뿐이었다.-43쪽

첫재는 복수-기계로 작동하는 것이고, 둘째는 화해-기계에 접속되는 것이고, 셋재는 해원-기계로 운전하는 것이다. 물론 금자씨의 삶에서 가장 압도적인 배치는 첫째 배치, 즉 복수-기계로 배치되는 것이다.-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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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을 죽이지 마라 이가서 Biz 1
케빈 왕 지음, 권남희 옮김 / 이가서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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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들어가려고 문 앞에 서자 벽보가 붙어 있었다. 거기에는 굵은 글씨로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닭을 죽이지 마라
Don't Kill a Cock...-36쪽

우리는 사람을 상대로 상품을 팔고 있는 사람들이니 역시 인간 연구가 제일 중요하겠지. 그런데 지금까지 기술자라는 사람들의 시야는 자신의 연구대상으로만 향하고 있어서 인간을 이해하기위한 관찰을 게ㅡㄹ리 해 온 편이라고 말할수 있지.
그러나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희로애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불만과 희망을 모른다면, 진정으로 소비자가 받아들여 줄수 있는 상품을 창조하고 생산하는 것이 불가능할 거라네 -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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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여행가방 - 박완서 기행산문집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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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후졌다는 시골이 보석처럼 빛나 보였던 것도 인간과 자연의 그러한 그지없이 아름다운 조화 때문이 아니었을까-26쪽

평야가 아니라 산간을 흐르는 강이건만 흐름이 급하지 않고 은빛 모래사장이 넓고, 그리고 사람 사는 아기자기한 마을을 겁주지 않고 가까이 끌어당겨 동무해서 흐른다. 마치 얕은 시내나 개울물처럼 겸손하게-36쪽

내가 정말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이 육신이란 여행가방 안에 깃들었던 내 영혼을, 절대로 기만할수 없는 엄정한 시선, 숨을 곳 없는 밝음 앞에 드러내는 순간이 아닐까-63쪽

네팔에서 어쩌다 우리나라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그는 걸으러 온 사람이다. 그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타는 사람보다도, 나는 사람보다도, 뛰는 사라보다도, 달리는 사람보다도, 기는 사람보다도, 걷는 사람이 난 제일 좋다.-2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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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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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머니가 좋았지만 그것을 무어라 표현해야할지 몰라 자꾸만 인상을 썼다. 나는 내가 얼굴주름을 구길수록 어머니가 자주 웃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나는, 사랑이란 어쩌면 함께 웃는 것이 아니라 한쪽이 우스워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9쪽

아버지가 비록 세상에서 가장 시시하고 초라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 그런 사람도 다른 사람들이 아픈 것은 같이 아프고,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같이 좋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니 아버지는 내가 아버지를 상상했던 십수년 내내, 쉬지 않고 달리는 동안 늘 눈이 아프고 부셨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밤 아버지의 얼굴에 썬글라스를 씌워드리기로 결심했다.-28쪽

그러나 무엇보다도 급한 것은 잠이었다. 자야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그녀는 잠 못 들던 수만 가지 이유는 다 잊어버렸다. 그녀는 오직 텔레비전만 없어진다면 아주 아주 달고 깊은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그날, 집에 돌아가 아버지가 화장실에 간 사이 가위로 텔레비전 유선을 싹둑 잘라버렸다. 그것은 과거, 아버지가 그들 가족과의 관계를 끊었던 것처럼 잘 잘라졌다.
-102쪽

나는 이해받고 싶은 사람, 그러나 당신의 맨얼굴을 보고는 뒷걸음치는 사람이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 그러나 그 사랑이 '나는'으로 시작되는 사람이 하고 있는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그래도 나는'이라고 말한 뒤 주저앉는 사람, 나는 한번 더 '나는'이라고 말한 뒤 주저앉는 사람, 그러나 나는 멈출수 없는 사람, 그리하여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자주 생각하는 사람이다'라고 처음부터 다시 말하는 사람이다. -138쪽

바람이 들고 날 때마다 모든 벽면은 바깥을 향해 천천히 부풀어 오르다 다시 원상태로 천천히 가라앉았다. 그럴 때면 다섯 개의 벽면에 붙은 포스트잇들은 일제히 파르르 몸을 떨었다. 그러자 그것은 더욱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그 방 전체가 하나의 종이 비늘이 달린 물고기가 되어 부드럽게 세상을 헤엄쳐다니는 상상을 했다. 반대로 자신이 물고기의 뱃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느꼈다.-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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