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평등을 가져다주는 위대한 존재라는 유토피아적 개념은

데이터 침해, 감시 자본주의, 편향된 알고리즘,

역정보의 만연과 같은 디스토피아적 스토리에 자리를 내줬다.

그렇다면 어떻게 여기까지 온 것일까?

초기의 개척자들이 꿈꿨던 탈중앙식의 자유로운 인터넷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지 않은가!


- 롭 라이히, 메흐란 사하미, 제러미 M. 와인스타인, 『시스템 에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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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수준이 높은 세련된 현대인이라도

철저하게 추상적이거나 과학적인 언어로 신 관념을 갖거나

신에 관해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성경의 신인동형론적 표현을 벗어나겠다고

왕이나 전사, 연인, 목자로서의 신을 거부할 때,

오히려 “어떤 확산된 가스나 액체 이미지”와 같은 모습으로 신을 상상하기 쉽다.

즉, 아무리 과학적 세계관에 충실한 현대인이라도

실재를 생각하거나 표현할 때는

이미지나 은유적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숙명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 김진혁, 『순전한 그리스도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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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티의 기적 - 코카콜라가 감동한
세스 골드먼 & 배리 네일버프 지음, 이유영 옮김, 최성윤 그림 / 부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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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음료회사 창업기를 그래픽 노블로 그려낸 책이다. “어니스트 티”는 공동 창업자들의 문제의식에서 시작된다. 너무 달지 않고, 진짜 차 맛이 나는 음료는 어디 없을까 하는. 그래서 예일대 경영학 교수인 배리 네일버프와 그 제자였던 세스 골드먼이 의기투합해 만든 회사가 바로 어니스트 티였다.


책은 스타트업을 시작하면서부터 거쳐 온 온갖 사소한 단계들부터 그려진다. 단순히 설탕을 적게 넣은 차를 만드는 게 끝이 아니다. 그걸 팔려면, 우선 담아낼 병을 준비하고, 제품을 드러낼 수 있는 라벨을 디자인하고,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공장 설비를 갖추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판로를 개척해야 했다.


가장 눈에 들어왔던 부분은, 단순히 차를 팔아줄 가게를 찾는 게 아니라, 안정적으로 제품을 배급할 유통망을 갖춘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는 과정이었다. 우리는 흔히 유통업이라는 걸 중간에서 물건 값을 떼어 먹는 사람들 정도로 평가절하 하는 경향이 있지만,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그걸 제대로 유통시키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제품을 만든 사람이 일일이 모든 지역에 그걸 납품하러 다니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니까. 코카콜라 같은 대형 업체라면 자체 유통망을 갖출 수도 있겠지만, 물류와 유통이라는 건 단기간에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아닌 이상, 그 또한 중요한 사업의 영역이라고 보는 게 맞다.


그리고 또 하나 마케팅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부분도 눈에 들어온다. 역시 아무리 좋은 제품이 있어도, 그걸 제대로 홍보할 수 없다면 당연히 많은 사람들에게 팔 수가 없고, 그건 사업의 지속성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어디 홍보비가 충분할 수 있을까. 이 점에서 어니스트 티는 뜻밖의 행운을 몇 차례 만난다. 오프라 윈프리나 버락 오바바(당시는 상원의원이었다)가 어니스트 티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퍼지게 된 것. 물론 여기에는 그만큼 언제나 (물이 들어오기만 하면 노를 저을) 준비가 되어 있었던 회사의 자세도 분명 영향을 끼쳤을 것이고.




공동 참업자인 두 사람의 성격도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 같다. 교수인 배리는 논리적이고 조직적인 사고가 특징이었고, 세스는 타고난 낙관성과 열정의 소유자였다. 이 두 사람이 서로 각자의 장점을 적용시켜 사업의 위기를 만날 때마다 극복해 과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사실 이런 식으로 일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사람들의 차이점은 너무나 자주 갈등으로 비화되곤 하니 말이다.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들이 생긴다. 그건 얼마나 오랫동안 준비했느냐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어니스트 티의 경우 제품을 담는 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큰 위기가 닥친다. 애초에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을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 인수한 공장이 도리어 온갖 불량 등으로 회사에 큰 어려움을 가져왔던 것. 또, 경쟁업체들의 방해나 음료 속 이물질 같은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재정적인 문제도 닥쳐왔다.


사실 어느 것 하나 스타트업으로서는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앞서도 언급한 공동 창업자들의 장점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이 모든 걸 개인적인 자질 덕분이라고만 치환할 수는 없다. 이들이 초지일관 견지해 왔던 경영학적 원칙들은 사업을 성공하는 데 중요한 요인들이었다. 무엇보다 뚜렷한 미션과 정직함이라는 회사의 가치를 끝까지 지켜내려 했던 점이 인상적이다.





하나의 회사를 일궈내고, 그 회사를 통해 좋은 가치를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가는 일은 은근 매력적인 작업이다. 어떻게든 사람을 쥐어짜서, 원가절감을 하는 게 목표인 B급 경영 대신, 기업의 구성원 모두를, 나아가 그 기업의 제품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유익한 가치를 전달하려는 노력은 기업이는 조직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공헌이다.


물론 경영이라는 게 여기 나온 에피소드들만으로 구성되는 건 아닐 것이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온갖 일상적인 일들, 눈에 띄지는 않지만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자질구레한 일들, 때로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거나 정신을 멍해지게 하는 일들로 가득 채워져 있으리라. 그 모든 것들을 헤쳐 나가면서도 끝까지 사업의 미션을 포기하지 않는 일이란 얼마나 힘들지.


최근 이런저런 경로로 스타트업 대표들, 기업을 운영하는 분들과 교제를 할 기회가 많아졌다. 이분들 모두가 사업에 성공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좋은 가치를 실현하는 좋은 회사들이 우리 사회에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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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는 적당한 경제 성장률 속에서는 이념으로 잘 작동하겠지만,

성장률이 내려가면서 한국 사회는 성과는 나지 않으면서

점점 경쟁만 많아지는 형태로 갈 것이다.

그래서 20대는 전 세대보다 가난하지만 더욱 보수적으로,

지금 10대는 그보다 더 가난하지만 더더욱 보수로 갈 확률이 높다.

그리고 수많은 보통의 남자들은 여자들만 욕하면서

젠더라는 창구가 열어낸 극우파의 길로 갈 것이다.

퇴행적이지만, 그걸 퇴행적이라고 말하면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시대가 앞으로 10년간 펼쳐질 것이다.


- 우석훈, 『슬기로운 좌파생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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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교회사 다시 읽기 - 민족과 인종의 경계를 초월한 공동체 믿음의 글들 353
최종원 지음 / 홍성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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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눈에 띄는 저자인 최종원 교수의 책이다. 나온 지는 좀 됐는데 이제야 손에 들렸다. 좀 더 최근에 나온 두 권의 책(“공의회, 역사를 걷다”, “수도회, 길을 묻다”)을 통해서, 교회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흥미롭다는 생각을 했던 저자인데, 이번에는 좀 더 “일반적인 주제”를 다룬다. 앞서 언급한 책들에서는 교회사 가운데서 공의회나 수도회 같은 특정한 주제를 정해서 접근을 했다면, 이 책은 하나의 시대를 다룬다는 점에서 좀 차이가 있다.


하지만 단순히 초대 교회사를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는 식은 아니다. 보통 이런 경우 교리의 발전 과정을 초반에는 성경 형성사와, 중반에는 이단대처사와, 그리고 종반에는 공의회사와 연결 지어서 설명하는 게 보통. 물론 책에도 그런 내용이 나오지 않는 건 아니지만, 집중하는 지점이 여느 책과는 좀 다르다. 이 책의 제목에 “다시 읽기”라는 어구가 붙어있는 이유다.





책에서 저자가 힘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 중 하나는 이 시대의 교회사를 읽는 독자의 시야를 확장시키는 것이다. 1장부터가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담고 있는데, 교회의 시작에 관한 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 그리고 세속 사회학자들의 서로 다른 기준점을 보여주면서, 이 문제가 지극히 당연한 개념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에서 비로소 저자의 전공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제대로 살피게 되었는데, 아, 저자는 신학을 공부한 게 아니라 역사학자였다. 저자의 책에서 느껴지는 신선한 관점의 이유는 아마도 그가 신학자들이 서술한 교회사보다는 기독교적 관점을 지닌 역사학자로서 서술하기 때문이었나 보다.


2장부터 4장까지는 초대 교회의 빠른 성장에 관한 분석을 담고 있다. 기독교는 유대교의 고립주의, 폐쇄주의를 넘어 보편주의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이민족의 침입으로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던 당시 로마제국에, 대안적이고 안정적인 세계관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이후 서방교회와 동방교회(정교회)의 역사와 특징에 대해 간략히 살펴본 후, 급진적 개혁을 추구하는 운동으로서 초기 이단들을 살핀다. 이 부분은 이단에 관한 기존의 설명보다 좀 더 “우호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이런 느낌은 저자의 책에서 계속 이어지는데, 초대 교회 시기 이단들이 모두 뭔가 악독한 집단이라기보다는 당시 상황에서 나름의 합리적 해결책을 내려고 했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비슷한 내용은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글에서도 본 적이 있다.


책의 후반부는 기독교가 공인된 이후에 나타난 변화에 할애되어 있다. 콘스탄티누스가 기독교를 공인한 이후, 교회는 급속도로 제국의 체제 안으로 편입되어 들어간다. 저자는 이 사건이 가진 공헌 못지않게 부작용도 심했다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교회와 권력이 밀착하면서 부패가 시작되었고, 이에 거부반응을 보이며 나온 것이 수도회 전통이라는 설명.





초대 교회사에 관한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연대기 순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아서(종종 주제를 따라 중세나 그 이후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전체적인 윤곽을 한 눈에 그려보기에는 어렵지만, 신대원이나 교회에서 전형적인 설명만 들어 알고 있었던 사람에게는 생각의 깊이를 깊게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확실히 조금은 다른 관점이 신선하게 느껴졌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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