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로드 - 라이더들을 설레게 하는 80일간의 일본 기행
차백성 지음 / 엘빅미디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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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여느 사람들처럼 인생의 제1막을 마친 후, 자전거 한 대를 벗 삼아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중년의 한 라이더가 쓴 일본 기행기다. 규슈, 시코쿠, 혼슈, 훗카이도로 이어지는 일본의 4대 섬을 몇 차례에 걸쳐서 자전거로 여행한 저자는, 각각의 지역에서 들려볼 만한 곳을 방문하고, 그곳의 사람들을 만나고, 축제에 참석하기도 하는 등 말 그대로 ‘관광’이 아닌 ‘여행’의 기록을 남겼다.

 

 

 

2. 감상평 。。。。。。。                  

 

      어려서부터 여행 같은 건 좋아하지 않았던 나다. 절대안정지향인 내 성격 탓일 텐데, 자연히 ‘집 떠나면 고생이다’와 같은 경구를 금과옥조로(?) 여겨왔다. 명절이라고 시골에 가는 것도 딱히 내키지 않았고, 수학여행이니 MT니 하는 것도 달갑지 않았다. 뭐 그렇다고 집 안에 틀어박혀서 도무지 밖에 나가지 않는 생활을 한 건 아니지만(오해 마시라, 툴툴대긴 했지만 나가야 할 자리엔 다 나갔다), 예측할 수 있고 그래서 준비할 수 있는 일이라야 마음이 놓이는 나로서는 아무튼 그랬다. 그런 내가 이 책을 굳이 고른 이유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듯이, 뭔가 좀 바꾸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고 할까.

 

     시간에 쫓기듯 하루에도 몇 군데의 관광지들을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는 우리 식의 관광에서도 나름 느낄 수 있는 것이 있겠지만, 역시나 여행이란 많이 돌아다니기 보다는 많이 생각하는 데 그 의의가 있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기술이 이렇게 발달된 세상에서 꼭 직접 가봐야만 뭔가를 생각할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론을 제기할 지도 모르지만, 가보았기 때문에 생각도 나는 것은 아닐까. 최근 한 소설을 통해 유명해진 덕혜옹주가 왜 늘 보온병을 들고 다녔는지와 같은 물음은, 그녀의 흔적이 남아 있는 반쇼인을 방문했기 때문에 잠시 시간을 내 가져볼 수 있는 질문이었다.(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책을 보시라) 여유가 여행을 가능케 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이 여유를 갖게 해주는 것이다.

 

     이번 책에서 저자가 여행을 한 일본은 역시 일찍부터 우리와 밀접한 영향을 주고 받았던 나라답게, 그 전역에서 우리 조상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임진왜란과 일제의 강제병합이라는 역사적 과오에 대해서 여전히 공식적인 반성과 회개의 표시 없이 그저 얼버무리려고만 하는 그들이지만, 자기들이 일으킨 태평양 전쟁과 그에 따른 범죄행위들을 원폭의 피해자라는 가면으로 교묘하게 가리려는 교활한 그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게 관심을 끊고 적대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도 (단지 경제적인 이유만이 아니라) 여기에 있을 것이다. 어찌됐건 그들을 무시하는 건 그들 속으로 일찍부터 들어갔던 우리의 조상들까지도 묻혀버린다는 것을 의미하니 말이다. 책 속에서도 이런 이중적인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서 쉽게 풀리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책 전체에 실린 여행 중 찍은 사진은 이 책을 대하는 또 하나의 재미다.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만으로도, 이 책의 저자가 정말로 재미있게 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만든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멋진 안내서로, 나처럼 딱히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부담 없이 일본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어주는 책으로 괜찮을 듯 하다.(아무리 그래도 난 자전거 여행 같은 것엔 매력을 못 느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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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점이 온다 -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
레이 커즈와일 지음, 김명남.장시형 옮김, 진대제 감수 / 김영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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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이 책에서 말하는 ‘특이점’이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기술이 어느 순간 더 이상 인간이 그것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지점을 통과하게 될 것이라는 저자의 예측에 등장하는 지점, 즉 기술이 인간을 추월하는 시점을 가리킨다. 저자에 따르면 유전공학과 나노기술, 로봇공학의 빠른 발전이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며, 이 지점의 어간에는 새로운 인간(로봇과 융합된)이 출현해, 물리적 능력만이 아니라 지적인 차원에 있어서도 엄청난 발전을 이룬, 이전의 인류와는 전혀 다른 일종의 초인이 나타난다는 것.

     저자가 그리는 특이점 이후의 세상은 인류가 이제까지 안고 있는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심지어 수명까지도),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는(가상현실을 통해) 유토피아의 모습 그 자체다. 그는 자신의 미래상에 비판적인 의견들을 조목조목 역반박하며 기술의 발전으로 문제가 생길 가능성보다는 인간이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더 높으며, 설사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발전된 기술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옹호한다.




2. 감상평 。。。。。。。

 

     ‘앞으로 천 권의 SF를 탄생시킬 책’이라는 책 뒷표지의 홍보문구가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저절로 책의 내용에 관심이 가 잔인한 두께에도 불구하고(150페이지의 후주를 빼더라도 700페이지에 가깝다) 펴 들었다. 하지만 물리학과 화학, 기계공학 등의 전문적인 내용들이 잔뜩 등장해 교양 수준의 나 같은 독자들에게 책의 내용은 생각보다는 쉽지 않았다. 저자가 뭘 말하려는 지 정도는 알아듣겠지만, 왜 그렇게 되는지는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저자는 기술의 발전으로 현재의 인류의 한계를 초월한 일종의 초인의 탄생을 예견하고, 기술의 발전 중에 생기는 문제들은 기술의 발전 그 자체에 의해 해결될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물론 저자 역시 이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많은 문제들을 예상하고는 있지만 - 예를 들어 나노 크기의 작은 로봇들이 인간의 몸속을 돌아다니며 신체 기능을 돕거나 향상시킨다 치자, 그러면 어느 순간 원래의 인간의 신체 비율보다 로봇의 비율이 높아지기도 할 텐데, 그 때도 그는 여전히 인간이라고 생각해야 하는가 하는 윤리적 질문 등 - 딱히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듯한 느낌이다. 저자는 어디까지나 전체 인류로 보면 발전은 계속될 것이라는 식의 결론을 짓지만, 사고가 막상 터져 피해를 입게 된 사람들에게 인류의 발전의 과정일 뿐이라는 설명이 제대로 먹혀들까.
 


    이 책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저자가 말하는 놀라운 발전은 흔히 말하는 것처럼, 백년, 이백년 후에 일어날 일이 아니라 2000년대 초중반이면 새로운 기술의 발전양상을 직접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2020년대가 되면 완전몰입형 가상현실이 등장할 것이고(471), 2029년이면 경험파 기술이 가능해져 다른 사람의 감각적 체험을 겪게 될 것이며527), 2020년대면 혈관을 타고 다니는 수억 개의 나노봇들이 현실화될 것(221)이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저자의 희망찬 예측은 절로 기대감을 갖게 하지만, 사실 오늘날에도 인류 전체가 먹고 남을 만큼의 식량이 이미 생산되고 있지만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이유로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지 않은가. 기술이 없어 굶어 죽는 게 아니라, 탐욕과 공동체 의식의 부재로 사람들이 굶고 있다면, 문제의 해결을 단지 기술의 진보로만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책은 생물학적 진화와 기술의 진화를 동일선상에 놓고 이야기를 풀어나는데, 뭐 인간과 기계의 융합을 발전이요 마땅히 나아갈 길로 보는 저자니 딱히 이 둘 사이의 구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겠으나, 결국 이 점은 이 책에서 윤리적 문제나 도덕, 정의와 같은 가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못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 것 같다.

 

     저자의 예측에 얼마만큼 동의를 하던지 아무튼 기술의 발전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으며, 곧 이전에는 상상 속에서나 등장하던 기술도 실제 생활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는 부분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정말로 인류가 ‘특이점’을 맞이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빠른 기술의 진보는 필연적으로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인간적 문제들’을 발생시킬 것이고, 이런 문제를 미리 고민하지 않으면 필히 어느 순간 ‘인간성의 상실’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이 책이 천 권의 SF 소설과 함께 열 권의 좋은 윤리학 서적도 탄생시킬 수 있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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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수학자인가? - 수학이 밝혀내는 자연의 위대한 미스테리
마리오 리비오 지음, 김정은 옮김 / 열린과학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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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우주는 너무나도 수학적으로 정밀한 균형과 규칙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학체계가, 미처 그들이 경험하지 못한 부분까지도 예상해 내고 또 놀랍게 들어맞는 현실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우주 차체가 수학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그래서 사람은 그 체계를 발견하는 것 뿐)일까, 아니면 수학이란 철저하게 인간의 정신이 창조해 낸 무엇일까? 저자는 수학의 역사적 발전상을 소개하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으려고 시도한다.
 

 

2. 감상평 。。。。。。。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저자는 자신의 야심찬 계획에 실패했다. 책 전체를 통해 수차례에 걸쳐 수학은 만들어진 것인가 원래부터 있었던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졌지만, 결론부터에 가서는 유명한 회의주의자 러셀의 말을 인용하며 해답이 있기 때문에 수학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이 있기 때문에 그 자체의 즐거움 때문에 연구하는 것이라는 식상한 말로 맺고 있다.

     사실 애초부터 합리적인 논증으로 답을 찾기 어려운 세계관적 질문을 던져 놓고서 논리적으로 이를 풀어내려는 시도를 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답이 예상된 것이기도 하다. 게다가 저자는 인간과 인간 사회란 우연히 발생되어 우연한 변이와 적자생존에 의해 오늘의 발전상을 이룬 것이라고 전제하고 있는 마당에, 결국 저자가 원하는 답은 정해진 셈.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의 내용 자체가 형편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책은 세계를 합리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많은 수학자와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매우 정갈하게 설명하고 있다. 수학의 각 분야별로 주요한 인물들과 그들의 주장을 체계적으로 언급 해 놓아 나 같은 비전공자들에게도 대략적인 개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와 비슷한 내용으로 전에 『신의 베틀』이라는 책을 읽을 적이 있는데, 어설픈 수비학과 신비주의를 운운했던 그 책보다는 훨씬 나았다.

     저자가 의도했던 결론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통해서 확실하게 두드러진 사실이 있다면, 이 세상은 수학자들이 신(그러니까 인류와는 구별되는 외부의 어떤 것)을 떠올려야 할 만큼 정교한 규칙과 예술적이라고 할 만큼 아름다운 균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이 아직 왜 그렇게 되는 지 감히 추측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이과(理科) 쪽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라면 한 번 읽어볼만한 책. 오랜만에 수학 공식들로 머리를 굴려보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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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무드 - 세계를 움직이는 지혜의 보고 유대인 탈무드 시리즈 1
마빈 토카이어 지음, 현용수 엮음 / 동아일보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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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하루를 공부하지 않으면 그것을 되찾는 데 이틀이 걸리고,

이틀을 공부하지 않으면 그것을 되찾는 데 나흘이 걸린다.

또, 1년을 공부하지 않으면 그것을 회복하는 데는 자그마치 2년이나 필요하다.

 

1. 요약 。。。。。。。

 

     유대인들의 고전인 탈무드의 한국어 역본이다. 물론 방대한(트럭 한 대 분량이라는) 탈무드 전체를 번역한 것은 아니고, 그 중 일부만을 번역한 책이다. 흥미로운 것은 정식 랍비 교육을 받은 저자가 한국인 독자를 위해 직접 뽑은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 여기에 유대인들의 문화에 정통함을 자부하는 편역자의 역주가 더해져 이해를 돕는다.

 

 

2. 감상평 。。。。。。。

 

     고전 중의 고전인 탈무드를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책이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사실은 탈무드에서 유래된 것임을 깨닫는 것은 꽤나 재미있는 작업이다. 탈무드는 수많은 작가들의 영감의 원천이었다!! 다만 ‘쉬움’에 방점을 찍은 결과 좀 더 깊은 내용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지나치게 가벼운 책이 된 느낌이다. 소개된 이야기들은 너무 적었고, 도무지 탈무드를 가지고 어떻게 그토록 깊은 토론들이 가능한 지를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단편적이고 단선적인 이야기들로만 채워져 있었다.  

 

     한편 편역자의 지나친 자기인용은 책 전체의 내용을 한결 더 가볍게 만든다. 거의 매 페이지 하단마다 적혀 있는 저자의 자기 책 홍보는 그냥 자기자랑으로 보일 뿐이었다. 게다가 편역자의 유대인들에 대한 과도한 애정은 ‘유대인이 하는 것이면 뭐든지 좋은 것’이라는 식의 결론으로 끝나기 일쑤다. 탈무드가 분명 고전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해서 그 고전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정답이라는 뜻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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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일시정지 - 과학 선생들의 현대 과학 다시 보기 양철북 청소년 교양 7
가치를꿈꾸는과학교사모임 지음 / 양철북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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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가고 있는 현대의 과학기술은 과연 제대로 방향을 잡고 나아가는 걸까? 과학이란 누구도 건드리지 않아도 알아서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가는 걸까? 쉼 없이 달리기만 하는 과학이 과연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지, 그것이 인간과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 잠시 멈춰 살펴보자는 것이 이 책의 기획 목적이다.

     과학문명이 가져 온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들, 과학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린 동물들과 인간이라는 현실, 첨단의 과학 기술이 인체에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나노 기술과 유전자 조작 식품들에 관한 이야기 등 우리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재미있는 주제들이 담겨 있다. 현직 중고등학교 교사들을 중심으로 한 공동저자들은 어려운 주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 써 주고 있다.

 

2. 감상평 。。。。。。。

     내가 어렸을 때는 학교에서 과학 독후감을 쓰라고 하면 과학 기술이 바꾸어 놓을 미래에 관한 유토피아적 모습만을 잔뜩 써 놓은 책들을 읽어야 했다. 하지만 막상 그 책들이 예상했던 시기가 가까이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그다지 낙원으로 변해가는 것 같지가 않다. 오히려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더 광범위하고 심각한 문제들이 늘어나고, 그 주요한 역할을 과학이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비단 로봇들이 인간을 공격한다는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담긴 식의 방식이 아니라도, 적절한 방향을 제시하고 잡아 주지 않는다면 과학은 언제라도 파괴적인 모습으로 우리에게 역습을 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서양에 비해 뒤늦게 산업화를 이룬 우리나라는 산업화의 한 가지 중요한 축이었던 서양의 과학기술에 관한 신화를 가지고 있다. ‘과학적인 것은 사실’이라는 명제를 일종의 공리로 삼고, 여기에 ‘사실이란 가치중립적인 것’이라는 공식을 더해 온전한 과학 중심의(좀 더 정확히는 과학연구의 주체로 생각되는 인간 이성중심의) 세계관을 건설해 낸 것이다. 그리고 이 과학중심의 세계관은 거침없이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애초에 그 영역이었던 자연의 질서 혹은 법칙을 넘어 인간 사회의 운영에까지도 직접적인 영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물론 과학이 인류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큰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과학 자체가 가진 힘이라기보다는 그것을 선량한 방식으로 이용하고자 노력했던 선진들의 노력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현대의 문제는 과학에 담겨야 하는 그런 가치들이 사라지고 대신 눈앞의 이득과 이권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가치를 꿈꾸는 과학교사 모임’이라는 모임 명은 이 책이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한 작은 노력들의 집합임을 알려준다. 온 나라 전체가 미친 듯이 효율과 성장이라는 가치만을 따라 달리고, 여기에 ‘가치중립적인 과학’이라는 가상적 개념이 더해지면서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균열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는 이 때,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고 생명이라는 ‘가치가 담긴 과학’을 가르치려는 시도는 매우 시의적절해 보인다.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교 정도에 이르는 학생들에게 딱 맞도록 쉽게 쓴 저자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대개 이 정도면 일반 성인들에게도 무난히 읽힐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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