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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 팩터 - 무의식을 조종하는 매혹의 기술
앤디 하버마커 지음, 곽윤정.이현응 옮김 / 진성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1. 요약 。。。。。。。
직제목과는 달리 여우(fox)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책이다. 그래도 동음이의어라는 포인트를 톡톡히 살리고 싶었는지, 책 표지에는 흰여우의 눈과 귀가, 그리고 책 속의 장을 구별하는 페이지에는 작은 보라색 여우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이야기는 1972년 한 학술대회에서 폭스라는 이름의 박사가 강연자로 나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박사의 강연은 매우 인상적이었고, 참석자들은 높은 호응도와 평가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있었으니, 사실 폭스 박사는 그냥 연기자일 뿐이었고, 그가 강의한 내용들은 상호모순되는 것들이 많았다는 점.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밝힌 후에도 여전히 참석자 중 일부는 그 말을 믿지 않고, 폭스 박사의 강의에 신뢰를 표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여기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외적인 부분들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지를 이끌어 낸다. 1부의 나머지 내용들은 소위 ‘폭스 팩터(factor)’가 어떤 식으로 긍정/부정의 평가를 내리는 데 영향을 주는지에 관해 살피고, 2부에서는 이를 뇌 연구와 관련된 자료 등을 통해 학술적(혹은 과학적)으로 증명해내려고 시도한다. 마지막 3부에서는 긍정적인 폭스 팩터를 연마함으로써 타인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다.
2. 감상평 。。。。。。。
굳이 분류를 하자면 행동주의에 기반한 이미지 트레이닝에 관한 대중적인 수준의 책이다. 저자는 특정한 몸짓이 실제로도 한 사람에게 어떤 변화/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자신감 있게 서 있으면 자신감이 생기고(190), 청중 앞에서 손바닥을 위로 올리고 양옆으로 펼친 강사는 84퍼센트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193)는 식이다. 때문에 저자는 청중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한 일종의 트레이닝이 필요하다고(사실 저자가 직업적으로 하고 있는 일도 이런 종류의 것이다) 말한다.
책의 내용은 대단히 쉽다. 사실 이런 종류의 책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논문을 읽으려고 하는 건 아닐 테니까.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정말로 실제 효과가 있다는 것을 뒷받침 해 줄 만한 몇 가지 증거들과, 그럼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간단한 지침들이 포함되어 있으면 될 텐데, 이 책이 딱 그 수준이다. 물론 저자 역시 단순히 이미지만 번지르르 하게 갖추는 것이 능사가 아니고, 좀 더 본질적인 부분의 계발은 전제하는 것임을 인정한다. 어느 정도 균형감은 잃지 않고 있는 것.
책을 통해 확실히 강조되고 있는 건, 사람들이 얼마나 외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는 지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제시하는 사람의 성별과 인종, 학위와 배경 같은 것들이 선입관으로 작용되어 적절한 평가를 내리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 결국 명문대학을 나오고 대기업에서 일하거나 교수 자리 하나 가지고 있어야 사람들한테 초청도 받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고 하는 게 사실. 결국 딱히 윤리적이지도 않은 전문 정치꾼들이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되고 해서 우리의 윤리적 기준을 결정하는 일을 수행하기도 하는 것도 이런 현실의 결과다.
아쉬운 건 이 책은 이런 상황을 그냥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을 찾아 나서라는 대답만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원래 그런 거라고, 그냥 순응하며 살라는 건데, 나 같이 좀 삐딱하고 쓸 데 없는 고민을 자주 하는 사람에겐 바로 그 부분이 좀 아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