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물음에 과학이 답하다 - 슈피겔 온라인에 절찬리 연재된 지구의 미스터리 32
악셀 보야노프스키 지음, 송명희 옮김 / 이랑 / 201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줄거리    

 

     누구도 직접 그 움직임을 관찰하지도, 따라서 그 정확한 메커니즘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막을 여행하는 돌들,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거대한 얼음 덩어리들, 사하라 사막의 먼지가 실은 아마존의 열대우림에 거름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 등 과학(이 책에서는 주로 지질학이나 생물학 등을 주로 가리킨다)자들이 연구하고 있는 흥미로운 자연현상들을 책으로 엮었다.

 

 

 

2. 감상평    

 

     책 제목이나 소개만 보면 꽤나 흥미로울 것 같은 내용이다. 일반인들을 상대로 한 교양과학서적으로, 당장 실생활에 뭔가 기여를 하거나 그런 건 아니라도 일단은 재미로, 또 기회가 되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건 이런 이유야~’ 하면서 폼 잡을 때 도움도 될 수 있을 거고. 하지만 의외로 책은 과학자의 위치에 충실하고자 했던 저자(지질학을 전공한 과학기자다)로 인해 싱겁게 전개된다.

 

     귀납적 연구 방식을 취하고 있는 대부분의 과학은 필연적으로 모든 사례를 전부 확인할 수 없다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오랜 시간에 걸친 광범위한 조사와 연구가 이런 부정확함을 일부 상쇄시켜줄 수 있을지는 모르나, 기껏해야 수십 년을 살 뿐인 인간이 지구와 자연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니까. 덕분에 많은 과학 이론들은 나올 당시에는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을지 모르나, 시간이 지나면서 반증이 발견되고 하면서 점차 그 확실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식이다.

 

     때문에 자신의 연구에 솔직한 과학자라면 ‘절대’라는 말 같은 건 붙이지 않는 게 상례다. 그런데 이 진지한 태도는 결국 이 책에서 처음 의도했던, 신기한 자연현상에 대한 과학자들의 연구성과를 쉽게 풀어 설명하겠다는 목표에 이르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쉽게 말해 책에 실린 서른두 개의 주제들 대부분이 그 정확한 원리는 아직도 연구 중이라거나, 논쟁의 여지가 있다거나, 솔직히 모르겠다는 식으로 끝나버리고 있으니까..

 

 

     결국 책은 ‘지구의 물음에 과학은 아직 답하지 못하고 있다’로 끝나버린다. 물론 그래도 몇몇 주제들에 대한 단편적인 이해를 교정시켜주는 데에는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다. 예를 들면 화석연료가 끼치는 폐해에 대한 강력한 공격은 원자력 발전을 옹호하는 쪽에서 나오고 있다든지, 그 주장에 실린 근거들이 생각보다 불분명하다든지 하는 것들.

 

     교양과학서적이긴 한데, 생각만큼 시원하게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마다 저자 자신은 그 사실이 자신의 주장에 주는 여파의 크기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점에서 좀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통령을 위한 수학 - 민주주의를 애태운 수학의 정치적 패러독스!
조지 슈피로 지음, 차백만 옮김 / 살림 / 201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요약    

 

     민주주의란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정체를 가리킨다. 하지만 이건 원칙적으로 그렇다는 거고, 실제적으로 한 국가나 조직의 운영을 위해서는 대표자를 선출해 그로 하여금 일정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고 일하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책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한다. 그러면 어떤 자격을 가진 사람을 어떤 방식으로 선출해 낼 것인가.

 

     물론 선거를 통해서 가장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는 사람을 뽑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쉽게 대답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후보자가 3인 이상이 된다면 사람들의 지지도를 정확하게 계산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뿐더러(예를 들면 A가 40%, B가 36% C가 24%의 표를 얻었다고 하자. 당연히 A가 당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C를 뽑은 24%의 사람들은 A보다 B가 더 낫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A가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것일까?), 완전히 공평하게 국회의원들의 의석수를 분배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저자는 선거에 관한 이론들의 역사를 살펴본 뒤, 미국의 예를 들어 공평한 의석배분에 관한 수학자들의 치열한 고민들과 다툼을 재미있게 설명해주고 있다.

 

 

 

2. 감상평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비슷한 제목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이라는. 통치자로서 알아야 할 물리학과 관련된 주제들을 흥미롭게 제시해 놓은 책이어서, 이번 책도 기대를 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그리고 뭐 내용도 나쁘진 않았지만, 제목과의 연관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대통령이 알아야 할 수학적 원리나 내용들이라기보다는 그저 선거방식과 관련된 여러 논의들을 정리해 놓았을 뿐, 이 내용을 대통령이 알아야 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앞의 책이 ‘대통령’에 강조점이 찍혀 있으면서 물리학을 잘 안고 갔다면, 이 책은 ‘수학’에 방점이 찍히면서 ‘대통령’은 희미해져버린 느낌이랄까.

 

 

     참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입에 올린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다들 잘 알고 있고, 이야기만 나오면 한 마디씩 거들곤 한다. 하지만 실제 기술적인 차원으로 들어가면, 생각만큼 쉽지 않은 부분들이 잔뜩 있다. 플라톤의 말처럼 어리석은 대중의 선택이 국가를 망칠 수도 있는 거고, 단순히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는 것만이 민주적인 방식이라거나 시민들의 의사를 가장 정확히 반영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은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결국 사람이 생각해 낼 수 있는 방식으로는 완벽한 선거제도를 만들 수 없다는 결론은, 치열한 정치의 현장에서 자신만이 민의를 알고 대변하고 있다는 양 착각하는 일부 직업 정치인들의 정신을 좀 차리게 해야 할 텐데 그게 쉬워보이진 않는다.

 

 

     교양으로 읽어볼 만한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림을 본다는 것
케네스 클라크 지음, 엄미정 옮김 / 엑스오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요약 。。。。。。。     

 

     티치아노, 라파엘로, 고야, 보티첼리 같은 서양 미술사에서 유명한 열여섯 명의 화가들의 작품을 저자가 읽어내는 과정을 책으로 엮었다. 저자는 각 화가들의 삶과 그 시대의 역사와 문화 등을 그림에 투영해 읽어내는 방식으로 각 화가들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작품들을 읽어내고 있다.

 

 

2. 감상평 。。。。。。。   

 

     자주 가는 도서관의 신착도서 코너에 소개되어 있는 책을 골라왔다. 딱히 그림에 조예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유명한 화가들의 유명한 작품들만 겨우 가늠할까 말까 싶은 수준에 이런 책을 볼 수 있을까 싶었지만, 역사적 맥락에서 화가들의 작품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서인지 (내가 또 역사는 좋아하니까)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떠오른다. 화가에 대해, 그 시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될수록 그림이 더 잘, 그리고 더 즐겁게 볼 수 있게 되는가보다. 이성과 감성은 서로 배치되는 게 아니라 보완하는 관계라는 걸 보여주는 작은 증거랄까.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볼 수 있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변화면역 - 우리가 변화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
로버트 케건 & 리사 라스코우 라헤이 지음, 오지연 옮김 / 정혜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 요약 。。。。。。。     

 

     모두가 변화를 원한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이 책의 저자들은 일련의 임상실험과 연구를 통해서 사람들이 진짜 변화를 경험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을 어떤 과제를 수행하는 기술적인 차원의 무엇으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실 변화란 어떤 것을 수용하는 일이며, 새로운 것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면역체계가 작용하기 때문에 변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사람들이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숨겨진 요구들을 드러내고, 그 저항적 요소들을 뒷받침 하는 대전제들을 교정한다면 진정한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책의 내용이다.

 

2. 감상평 。。。。。。。   

 

     변화를 막는 것은 결국 ‘마음의 문제’라는 분석이 흥미롭다. 어떤 사람의 능력을 재고시키고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무슨 자격증을 취득하고, 어떤 시험에서 몇 점 이상을 얻어내고 하는 것 따위가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 속 변화와 발전을 가로막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찾아내 교정하고 훈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말인데,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나올 수 있는 해답이다.

 

     역시 앞서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에 비해 스펙 따위에 목매는 우리나라는 얼마나 뒤떨어져 있는 건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서울대 나온 사람들이 잔뜩 포진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치계와 법조계가 얼마나 변화에 무감각하고 시대를 읽지 못하며, 심지어 윤리적으로도 형편없는지만 봐도 정말 중요한 건 과업 달성에 성공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가 아니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는 건데, 여전히 전근대적인 교육이념과 목표를 제시하는 사람들이 교육정책을 결정하고 있으니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

 

     한편으로는 책으로 쓰기 위해 이론적인 정리가 필요했겠다 싶으면서도, 이런 ‘정리’가 또 일종의 기술적인 솔루션으로 전락되는 건 아닌가 하는 작은 우려도 든다. 변화라는 건 이 책에 나온 네 가지 항목(면역지도)을 작성하고 그에 따른 기술적인 조치들을 하는 것으로 모두 해결될 수 있다는 식으로 말이다.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저자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변할 수 있는 존재’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자연주의자들의 결정론과는 좀 다른 관점을 보여준다. 인간 유전자 안에 모든 것이 다 기록되어 있고, 인간은 그저 그 명령과 지배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일 뿐이라고 설명하는 것보다는 인간에 대해 좀 더 바르고 적절한 이해가 아닐까 싶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변화의 근본적인 동인을 인간 개인 내부에서 이끌어내려는 시도 자체가 분명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 책의 내용이 변화와 자기계발에 대한 공허한 외침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별히 변화가 필요한 조직을 이끌고 있거나 그런 곳에 몸담고 있다면 한 번쯤 읽어봐도 후회하지 않을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폭스 팩터 - 무의식을 조종하는 매혹의 기술
앤디 하버마커 지음, 곽윤정.이현응 옮김 / 진성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요약 。。。。。。。     

 

     직제목과는 달리 여우(fox)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책이다. 그래도 동음이의어라는 포인트를 톡톡히 살리고 싶었는지, 책 표지에는 흰여우의 눈과 귀가, 그리고 책 속의 장을 구별하는 페이지에는 작은 보라색 여우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이야기는 1972년 한 학술대회에서 폭스라는 이름의 박사가 강연자로 나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박사의 강연은 매우 인상적이었고, 참석자들은 높은 호응도와 평가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있었으니, 사실 폭스 박사는 그냥 연기자일 뿐이었고, 그가 강의한 내용들은 상호모순되는 것들이 많았다는 점.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밝힌 후에도 여전히 참석자 중 일부는 그 말을 믿지 않고, 폭스 박사의 강의에 신뢰를 표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여기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외적인 부분들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지를 이끌어 낸다. 1부의 나머지 내용들은 소위 ‘폭스 팩터(factor)’가 어떤 식으로 긍정/부정의 평가를 내리는 데 영향을 주는지에 관해 살피고, 2부에서는 이를 뇌 연구와 관련된 자료 등을 통해 학술적(혹은 과학적)으로 증명해내려고 시도한다. 마지막 3부에서는 긍정적인 폭스 팩터를 연마함으로써 타인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다.

 

 

2. 감상평 。。。。。。。   

 

     굳이 분류를 하자면 행동주의에 기반한 이미지 트레이닝에 관한 대중적인 수준의 책이다. 저자는 특정한 몸짓이 실제로도 한 사람에게 어떤 변화/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자신감 있게 서 있으면 자신감이 생기고(190), 청중 앞에서 손바닥을 위로 올리고 양옆으로 펼친 강사는 84퍼센트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193)는 식이다. 때문에 저자는 청중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한 일종의 트레이닝이 필요하다고(사실 저자가 직업적으로 하고 있는 일도 이런 종류의 것이다) 말한다.

 

     책의 내용은 대단히 쉽다. 사실 이런 종류의 책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논문을 읽으려고 하는 건 아닐 테니까.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정말로 실제 효과가 있다는 것을 뒷받침 해 줄 만한 몇 가지 증거들과, 그럼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간단한 지침들이 포함되어 있으면 될 텐데, 이 책이 딱 그 수준이다. 물론 저자 역시 단순히 이미지만 번지르르 하게 갖추는 것이 능사가 아니고, 좀 더 본질적인 부분의 계발은 전제하는 것임을 인정한다. 어느 정도 균형감은 잃지 않고 있는 것.

 

 

     책을 통해 확실히 강조되고 있는 건, 사람들이 얼마나 외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는 지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제시하는 사람의 성별과 인종, 학위와 배경 같은 것들이 선입관으로 작용되어 적절한 평가를 내리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 결국 명문대학을 나오고 대기업에서 일하거나 교수 자리 하나 가지고 있어야 사람들한테 초청도 받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고 하는 게 사실. 결국 딱히 윤리적이지도 않은 전문 정치꾼들이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되고 해서 우리의 윤리적 기준을 결정하는 일을 수행하기도 하는 것도 이런 현실의 결과다.

 

     아쉬운 건 이 책은 이런 상황을 그냥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을 찾아 나서라는 대답만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원래 그런 거라고, 그냥 순응하며 살라는 건데, 나 같이 좀 삐딱하고 쓸 데 없는 고민을 자주 하는 사람에겐 바로 그 부분이 좀 아쉽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