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농성 진압중 6명 사망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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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20일 새벽 서울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농성중인 한강대로변 재개발지역의 한 건물 옥상에서 경찰의 강제진압이 진행된 가운데 옥상에 설치한 망루에 불이 나 쓰러지고 있다. 이들은 정부에 이주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며 지난 19일부터 시위를 벌여왔다. 2009.1.20. scoop@yna.co.kr |
강제진압 과정서 화염 치솟아 20여명 사상자 발생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경찰이 용산 재개발 지역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던 사람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농성자 5명과 경찰 1명 등 6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부상하는 비극적인 참사가 발생했다.
농성자들이 시너 통을 쌓아두고 화염병을 던지는 극한 상황에서 경찰이 특공대를 동원해 강제진압에 나서면서 인명피해가 발생, 과잉진압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한승수 국무총리가 즉각 유감을 표명하며 진화에 나섰으나 야당은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공세에 나섰다.
◇ 참사 순간 =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한강대로변 재개발지역 4층짜리 건물에서 전날부터 점거농성 중이던 철거민들을 경찰이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농성자 5명과 경찰관 1명이 숨지고 23명이 부상했다.
병원에 이송된 부상자 중에는 심한 화상을 입은 중상자도 포함돼 있어 추가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오전 6시42분 10t짜리 기중기를 이용, 경찰 특공대원들이 타고 있는 컨테이너 박스를 철거민들이 농성중인 건물 옥상으로 끌어올려 본격적인 진압 작전에 돌입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진압이 시작된지 40여 분만인 7시24분께 철거민들이 옥상에 설치한 5m 높이의 망루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으면서 옥상 전체로 번졌고, 망루는 1분도 안돼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농성자들은 화염병을 만들기 위해 시너병 70여통을 쌓아놓았는데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불이 시너통에 한꺼번에 옮겨붙으면서 폭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6명의 사망자 대부분이 이 과정에서 숨진 것으로 추정되며, 경찰은 이들의 신원을 파악 중이다.
경찰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농성자들이 진압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시너를 뿌리고 화염병을 던져 화재가 발생했다고 참사 원인을 밝혔다.
◇과잉진압 `논란' =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6명의 인명 피해가 난 것에 대해 경찰이 지나치게 무리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철거민들이 인화물질인 70여 개의 시너 통을 쌓아두고 연방 화염병을 던져대는 극한 상황인데 서둘러 특공대원을 투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경찰이 기중기를 이용해 특공대가 탄 컨테이너를 들어 올려 건물 옥상에 내려놓는 과정에서 철거민들이 컨테이너를 향해 던진 화염병이 컨테이너 벽을 맞고 다시 옥상 안으로 떨어져 옥상 곳곳에서 작은 불길이 일기도 했다.
경찰은 진압 작전을 시작하기 전 건물 주변에 농성자와 특공대의 추락에 대비한 매트리스도 설치하지 않는 등 안이하게 대처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진압이 거의 마무리됐을 때 농성자 3명이 건물 밖으로 상반신을 기울이고 구호를 외치는 것이 목격돼서야 부랴부랴 건물 주변에 매트리스를 깔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비록 철거민들이 극렬하게 저항하긴 했지만 점거한 시간이 25시간밖에 되지 않았고 대테러 임무를 수행하는 경찰특공대를 투입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었느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철거민들이 경찰과 행인에게 새총으로 유리구슬과 골프공을 쏘고 화염병을 던져 주변 상가와 건물에 불이 났으며 증거수집을 위해 나선 경찰을 폭행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 검찰 수사 =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검사장급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구성,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3시 브리핑에서 "이번 진압 작전은 19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김 서울청장이 주재한 대책회의에서 결정됐다"고 밝혀 검찰 수사가 향후 김 청장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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