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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가 사라진다]월 수입 39만원… 무료 급식소서 끼니 때워

 김주현기자 amicus@kyunghyang.com



ㆍ(2) 한계상황에 내몰린 쪽방촌 일용직 근로자 윤창식씨

동이 트기에는 한참 이른 시간인 지난달 28일 새벽 3시30분. 서울 영등포역 광장을 둘러보는 일용직 근로자 윤창식씨(39)에게 어둠 속에서 불쑥 “어이, 순찰 도냐”라며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새벽 인력시장을 찾아가는 이웃 형이다. 윤씨는 “일 나가세요”라고 반갑게 맞았지만 이웃 형이 조금 있다 힘없이 발길을 되돌릴 것을 알고 있다.




서울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에서 생활하고 있는 일용직 근로자 윤창식씨(39)가 지난달 28일 방범 근무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서고 있다. <김기남 기자>

지난해 말부터 막노동 일자리가 끊겨 새벽 인력시장에 15명이 나가면 11~12명은 그냥 돌아온다. 영등포역 광장에도 술기운을 빌려 추위를 버티는 일용직 노동자가 수두룩하다.

수도권 지역의 일자리가 줄어 요즘에는 수원이나 경기도 인근에서 막차를 타고 영등포역으로 와 새벽 인력시장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날품’을 파는 일용직 근로자가 이동시간까지 합쳐 15시간가량 일하고 받는 일당은 6만5000원이다.

일당에서 10%를 알선료로 떼고, 차비로 5000원을 건네면 남는 돈은 5만원 정도다. 쪽방에서 하룻밤을 자는 데는 1만원이 든다. 돈을 조금이라도 아끼려 목욕탕에 8000원 내고, 하룻밤을 잔 뒤 아침을 해결할라치면 1만2000원을 써야 한다. 남은 3만8000원을 갖고 며칠을 살아야 한다. 방값 아까운 일용직 노동자들은 영등포역 앞을 떠돌다 노숙하기 일쑤다.

윤씨가 아는 선배는 새벽에 일용직 노동자들을 실어 나르는 일을 했는데 경기 불황으로 일자리가 줄자 결국 차를 팔았다. 일용직 노동자들이 교통비 5000원을 내지 못할 정도로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윤씨는 현재 실직한 상태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그는 직원이 15명인 이삿짐센터에서 일했다. 그러나 경제위기 여파로 일감이 줄어들더니 지난해 추석 이후부터는 아예 일거리가 없어졌다.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윤씨는 지난해 11월부터 노숙자쉼터에서 소개한 야간 방범순찰을 하고 있다. 윤씨는 밤 11시부터 아침 7시까지 영등포역 주위를 돌며 취객들의 동사(凍死)를 예방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서울 종로구 쪽방촌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 남성이 자신의 방에 들어가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윤씨가 받는 월급은 39만원이다. 월세 21만원을 내고, 남는 18만원으로 한 달을 버텨야 한다. 끼니는 무료급식소에서 해결하고, 휴대전화는 요금 미납으로 사용정지된 지 오래다. 이삿짐센터에서 한 달에 60만~70만원을 벌던 일은 옛일이 돼 버렸다. 윤씨가 일을 마치는 오전 7시가 되면 사람들은 광야교회 앞으로 모여든다. 영등포구 쪽방상담소에서 무료급식을 하기 때문이다.

쪽방상담소의 무료급식이라도 마음이 편한 게 아니다. 아침 7시20분 급식시간이 되면 밤새 소주로 언 몸을 녹이던 노숙자나 좁은 방에서 밤을 새운 쪽방 사람들이 비좁은 골목길을 빼곡하게 메우며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인근 다른 무료급식소가 쉬는 날이면 한꺼번에 400명이 넘게 몰릴 때도 있다. 이따금 순찰을 도는 경찰이 급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을 불심검문하기도 한다. 범죄자들이 노숙자 사이에 숨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김형옥 쪽방상담소장은 “평소 무료급식 인원이 하루 1000명 정도였는데 요즘은 1200명가량 찾는다”고 말했다. 숙식을 제공하는 상담소에 들어갈 수 없느냐고 문의하는 사람들도 예년에 비해 3~4배 늘어났다. 일거리가 없어 쪽방에서도 밀려난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윤씨가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을 처음 찾은 것은 1998년 외환위기 때였다. 방산업체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쳐 그만둔 윤씨는 쪽방촌에 정착했다. 노숙자들은 쪽방촌을 ‘절망촌’으로 부르기도 한다. 3.3㎡(1평)도 안되는 쪽방 800여개가 붙어 있는 이곳에는 실직가장, 독거노인, 장애인 등 600여명이 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침체 여파로 일용직 일자리마저 사라지면서 쪽방촌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일거리는 서울시가 제공하는 공공근로 사업이 유일하다. 김형옥 쪽방상담소장은 “서울시가 제공하는 공공근로 사업은 대부분 단기간에 그쳐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보장하는 데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연간 1000여명에게 제공했던 공공근로 일자리를 최근에는 1500명으로 늘리기 위해 추경예산을 편성한 상태다. 시의회 의결을 거쳐 시행되지만 노숙자나 일용직 근로자를 만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시 공공근로 사업 관계자는 “새벽 인력시장에 나가면 1주일에 2~3일은 일자리를 구했던 사람들이 지난해 10월부터는 1주일에 하루 일거리를 찾으면 다행일 정도”라며 “노숙하다 자활했던 사람들이 최근에는 다시 노숙자가 돼 공공근로 일거리를 찾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노숙자나 일용직 근로자에게 취업을 알선하는 공무원들도 경기 침체를 실감하고 있다. 구인업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영등포구청 취업정보팀 관계자는 “보통 하루 12~15개 업체가 구인신청을 해와 노숙자 등에게 일거리를 알선했는데 지난해 10월 이후에는 한 곳도 신청하지 않는 날이 많다”며 “예전에는 구직상담을 하루 20~30건씩 했는데 요즘에는 50~100건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김주현기자 amic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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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3-05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사인에 쪽방족, 고시원족을 넘어서 햄버거족이 생겼다는 얘기를 듣고 절로 한숨이 나왔습니다. (햄버거족 : 24시간 운영하는 햄버거가게에서 밤을 보내는 족)

소금연못 2009-03-05 23:53   좋아요 0 | URL
예^^ 점점 세상이 지옥 비슷한 곳으로 진화하는 가봅니다 ....

바이런 2009-03-05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씁쓸해지네요..

소금연못 2009-03-05 23:54   좋아요 0 | URL
그렇죠 ? 그러나 이걸 그냥 받아들이면 안 될듯 ^^
 



[反論] 金炯國 지속가능발전위원장의 <물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苦言>을 읽고
 

대운하 찬반 양측 모두 과학적 근거 부족
 

이왕 필자의 강연내용을 김 위원장이 인용한다면, “대운하사업을 추진하는 측도 확고한 과학적 근거나 자료 없이 ‘찬성을 위한 찬성’만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면, 필자의 취지가 조금이라도 더 공정하게 전달됐을 것이다.

李正典 서울대 명예교수
⊙ 1943년 만주 선양 출생.
⊙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美 아이오와대 경제학 박사.
⊙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한국자원경제학회장, 한국공공선택학회장,
    지속가능발전委 수자원분과위원장, 서울시 도시계획위원 역임.
⊙ 現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환경정의 공동대표.





2008년 1월, 시민단체 회원들이 대통령직인수委 앞에서 대운하반대 집회를 갖고 있다. 대운하에 찬성하는 측이나 반대하는 측의 주장 모두 과학적 근거는 충분치 못하다.

 2009년 1월호 月刊朝鮮에 실린 金炯國(김형국) 지속가능발전위원장의 <물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苦言(고언)>을 읽었다. 이 글은 크게 5 꼭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대운하에 관한 부분을 빼고는 나머지 대부분은 귀에 익은 원칙론적인 내용을 위원장 특유의 설득력 있는 필치로 일반인들도 알아듣기 쉽게 정리한 것들이다.
 
  김 위원장의 글은 한국의 大(대)가뭄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부터 시작된다. 사실 한반도 대가뭄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건설교통부(지금의 국토해양부)가 틈만 나면 강조했다. 그리고 그 대책으로 제시된 댐 건설 역시 건교부의 단골 메뉴였다. “물 가뭄에 대하여 그것밖에 할 얘기가 없느냐”는 여론의 질타를 집중적으로 받아 지난 수년간 댐 건설 얘기가 잠잠해지는 듯하더니 최근에 다시 불거지고 있다.
 
  물론, 댐 건설을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물 가뭄 정책기조의 균형과 정책의 다양화다. 오늘날과 같이 복잡한 사회에서는 한 가지 정책수단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정책을 쓸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책을 동원해야 한다.
 
  댐 건설은 소위 공급위주의 사고방식 즉, 무엇이든 부족하면 더 많이 공급해서 그 부족을 메운다는 사고방식에서 나온 대책이다. 1990년대 文民(문민)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우리나라의 모든 정책은 이런 공급위주 사고방식의 지배를 받았다. 물 정책이 그랬고 에너지 정책이 그랬고 토지 정책이 그랬다.
 
  물 문제의 경우 공급위주의 정책은 성공적이었다. 그 결과 물 가뭄이 상당한 정도로 해소되었고, 1인당 물 이용량이 미국·일본을 제외한 유럽 선진국을 훨씬 상회할 정도로 물을 풍족하게 쓰는 나라가 되었으며, 단위 면적당 댐의 숫자가 세계적으로 매우 많은 나라가 되었다.
 
 
  물정책, 댐 건설 일변도에서 탈피해야
 
  그러나 너무 많은 댐이 건설되면서 1990년대 이후 댐 건설의 부작용(환경파괴, 수질오염, 안전, 지역갈등 등)이 표면화됐다. 종래 공급위주의 정책을 반성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되면서 수요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공급을 늘리는 것과 수요를 적절히 통제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물 문제 해결에 효과적이냐”가 1990년대 내내 영월댐(동강댐) 건설 논쟁의 핵심이었다.
 
  공급위주의 정책이 너무(?) 성공한 결과 우리 국민은 물을 무척 낭비하는 국민이 되었다. 우리 국민의 1인당 국민소득은 프랑스에 비해서 훨씬 낮으면서도 1인당 물 소비는 프랑스 국민의 1인당 소비량의 거의 2배에 달했다. 우리 국민이 서구 선진국 국민에 비해서 물을 너무 헤프게 쓴다는 얘기는 외국 여행을 갔다 온 사람들이나, 외국에 오래 살던 사람들로부터 자주 듣는다.
 
  단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자. 일상생활에서 물을 가장 많이 쓰는 용도는 변기세척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변기를 물 절약형으로 개조하여 변기 한 번 쓸 때마다 내려가는 물의 양을 일본에서 보통 쓰이는 변기의 물 사용량 수준으로 줄이면, 1년에 절약되는 물의 양은 영월댐의 1년 공급량과 맞먹는다. 변기 개조에 들어가는 비용은 댐 건설 비용의 10분의1도 안 된다. 그렇다면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이뿐이 아니다. 샤워꼭지나 수도꼭지 개선과 같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中水道(중수도) 이용, 빗물 이용, 폐수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책을 잘 배합해서 효과적으로 추진한다면 댐 건설의 필요성은 크게 줄어든다. 돈도 절약하고 물 이용 관련 산업도 육성된다. 이것이야말로 녹색성장의 진수다.
 
  수요관리 정책은 1992년 지구정상회담에서 ‘지속가능발전의 원칙’이 천명되고, 이 원칙의 행동지침서인 <의제 21>이 채택되면서 부쩍 힘을 받기 시작했다. 수요관리는 지속가능발전 원칙의 핵심이며, <의제 21>이 초점으로 삼은 주제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도 아닌 지속가능발전위원장의 글에서 ‘수요관리’라는 말이 한마디도 없었던 것은 아쉽기 짝이 없다.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진정 세계의 흐름에 따라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한다면 수요관리가 그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한다. 요컨대, 물 가뭄 문제에 관해서는 댐 건설 일변도에서 탈피하여 다양한 수요관리 대책을 포함하는, 보다 더 발전된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4대강 支流의 수질에도 관심을
 
  하천관리는 최소한의 국가과제임은 굳이 老子(노자)의 말을 인용할 필요도 없이 지당한 것이다. 다만, 지속가능발전위원장은 4大江(대강)의 水質(수질)만 언급했을 뿐, 그 4대강에 유입되는 支流(지류)의 수질이 4대강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럽다는 사실은 언급하고 있지 않다. 아마 정부가 화급하게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정비사업에 힘을 실어주려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수질에 관해 우리나라 최고 권위자의 한 사람인 金丁勖(김정욱) 서울대 교수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4대강의 물이 더럽다면 그 주된 이유는 더 더러운 지류의 물이 유입되기 때문이요, 4대강 下流(하류)의 물이 더러운 이유는 댐에 막혀 물이 잘 흐르지 못하고 썩기 때문이다. 治水(치수)와 관련해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할 사항은 4대강 지류의 홍수와 지류의 수질이다.
 
  끝으로, 김 위원장은 물 관련 행정기구의 정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 문제는 일선 부처들 사이의 영역다툼에 관한 민감한 사항이라서 지속가능발전위원장이 구체적인 언급을 하기에는 버거운 문제라고 본다.
 
  그러다 보니 김 위원장은 “관련 부처 간 협조 절실”이라는 정도의 원칙적인 얘기만 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세상에 ‘관련 부처 간 협조’처럼 어려운 것은 없는 것 같다.
 
 
  金炯國 위원장의 잘못된 해석
 
댐 건설 등 공급위주의 물 정책에서 벗어나 수요관리 등 다양한 물 정책이 필요하다. 사진은 양양 양수발전소 건설을 위해 축조된 하부댐.

  김 위원장은 글의 冒頭(모두)에서 한국의 물 가뭄을 경고하고 나서 곧장 대운하 사업으로 말머리를 돌리면서 이 사업이 “하천 내지 수자원관리의 획기적 이정표가 될 만했다”고 평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김 위원장은 대운하 사업의 주목적이 물 가뭄 해소라고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는 측은 타당성 공격을 받을 때마다 이 사업의 목적을 애당초 物動量(물동량) 운반에서부터 관광진흥, 지역개발 등에 이르기까지 수 차례 바꿔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대운하 사업의 주목적이 가뭄해소라면 또 한번 더 어리둥절해진다.
 
  김 위원장은 대운하 사업이 추진되지 못했음을 못내 아쉬워하며, 반대론자들의 집요한 반발로 촉발된 民心(민심)의 離反(이반)이 그 원인이었다고 보았다. 이어서 그는 마치 필자가 “대운하 반대론자의 주장이 ‘반대를 위한 반대’논리였다”고 주장했던 것처럼 필자의 退任(퇴임) 강연 내용을 다음과 같이 인용했다.
 
  <李正典(이정전) 전 서울대 교수는 대운하 반대론자의 논거에 과학적 신빙성이 없었다고 지적한다.… 강연 가운데 대운하 관련 요지는 “… 반대론자들이 심각할 것이라 주장하는 수질 오염, 생태계 파괴도 축적 자료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나온 희떠운 말이고 보면, 결과적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논리”라는 것이었다.…
 
  “엄밀한 과학적 입장에서 본다면, 저번 대운하 사건은 애당초부터 논쟁거리도 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필자는 강연에서 한번도 대운하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반대를 위한 반대’ 논리라고 말한 적이 없다(정확한 내용은 필자의 홈페이지 jjrhee.net에 실린 정년퇴임 강연원고 참조바람).
 
  잘 알려져 있듯이 대운하를 둘러싼 찬반 양측의 논쟁이 과열되어 노골적으로 상대방을 묵살하는 언사가 난무했다. 필자는 강연에서 “그렇게 상대방을 묵살할 수 있을 정도로 대운하에 대한 양쪽의 주장이 과학적 사실에 확고하게 定礎(정초)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과연 어느 쪽이 옳은지’를 판단할 수 있는 아주 기초적인 자료조차 축적되어 있지 못한 우리의 슬픈 현실을 고발했다.
 
  아마도 김 위원장은 “상대방을 묵살할 만한 과학적 근거와 자료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한 말을 “‘반대를 위한 반대논리’를 펴고 있다”고 해석한 것 같다.
 
 
  척박한 현실
 
  그런 해석은 지나친 비약이다. 확고한 과학적 근거 없이 얘기한다고 해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고 해석한다면, 이 세상에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필자는 대운하에 관한 전문가들의 연구회에 10여 차례 참관했는데, 과학적 근거와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참여자들의 노력이 돋보였다.
 
  물론, “강연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듣는 사람의 자유”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이 지속가능발전위원장과 같은 고위직 공직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공정한 해석과 판단이다.
 
  이왕 필자의 강연내용을 김 위원장이 인용한다면,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는 측도 확고한 과학적 근거나 자료 없이 ‘찬성을 위한 찬성’만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면, 필자의 취지가 조금이라도 더 공정하게 전달됐을 것이다. “대운하를 추진하는 측의 공사비 산정은 서울에서 부산에 이르기까지 물길의 강바닥 6m 이하가 마치 모두 모래나 자갈로 차 있는 것처럼 假定(가정)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과학적 근거가 박약하다”고 김 위원장이 언급했다면, 필자의 강연취지가 훨씬 더 공정하게 전달되었을 것이다.
 
  地質學(지질학) 전문가에 의하면, 우리나라 강바닥 밑을 2~3m만 파고 내려가면 온통 암반뿐이라고 한다. 그 암반을 모두 깨내야 하는데 그렇다면 대운하를 추진하는 측이 산정한 것보다 공사비가 훨씬 커진다.
 
  다만 공사비가 정확하게 얼마나 더 불어날 것인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강바닥 밑에 대한 세밀한 조사가 없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우리나라에는 기초자료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바로 이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자료부족 현상은 대운하 토론회에서 단골 메뉴로 등장했던 수질오염, 홍수, 생태계 파괴 문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쪽에서는 “대운하를 건설하더라도 수질오염 문제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반대 측에서는 “수질오염 문제가 대단히 심각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양쪽의 주장을 잘 파악하고 있는 중립적 전문가에 의하면, 솔직히 말해서 대운하 건설이 어느 정도의 수질오염을 초래할지에 대해 과학적으로 엄밀한 대답을 하기에는 현 시점에서 축적된 자료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는 “수질오염을 예측하는 모형은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지만, 그 모형에 집어넣을 기초적 자료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적대적 공동연구’ 필요
 
  찬성하는 쪽이든 반대하는 쪽이든 대부분 자기 분야에서 일가견을 가진 과학자들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과학적 근거와 자료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상대방을 압도할 정도로 충분치 못할 뿐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글에 썼듯이 “대운하 반대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거나, “대운하 사업이 애당초부터 논쟁거리도 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
 
  대운하에 대한 찬반 양측의 열띤 논쟁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어떤 견해의 차이가 발생했는가를 양측뿐만 아니라 제3자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런 점에서 큰 성과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더 이상 상대방을 묵살하는 소모적 논쟁을 거두고 이제부터는 대운하 사업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떠나 정말 객관적인 입장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과학적 근거와 자료를 축적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필자가 정년퇴임 강연에서 간절히 호소하고 싶었다.
 
  과학적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적대적 논쟁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 채 상처만 남길 뿐이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다니엘 카네만 교수는 “‘적대적 공동연구(adversarial collaboration)’를 시도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적대적 공동연구’란 ‘信義誠實(신의성실)의 원칙’ 아래 말 그대로 적대자들이 공동연구 사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카네만 교수는 “제3의 중립적 인사가 자료수집과 연구수행을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대운하 건설처럼 견해가 크게 엇갈리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우리 학계에서도 카네만 교수가 말하는 적대적 공동연구를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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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아무도 철거용역을 말릴수 없다

2009 02/17   위클리경향 812호

주거침입·협박·방화 등 ‘거침없는 폭력’… 불법 근절 정부 관리 감독 강화해야



철거용역 회사 직원들이 새총을 이용해 구슬을 철거민에게 쏘고 있다. <김경만 감독 제공>

용산 참사 이전부터 철거용역 회사는 존재했다. ‘상상 이상의 것을 보여준다’는 말처럼 철거용역의 폭력은 당해본 사람만이 실감하는 무서움 그 자체다. 철거용역은 폭력, 주거침입, 방화, 위협·협박, 성추행 등 철거민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행동을 거침없이 해왔다. 철거민들의 입에서 ‘깡패’라는 말이 술술 나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철거용역 회사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이다. 1980년대 들어 서울시가 소위 합동재개발사업(재개발사업의 일반적인 방법으로 재개발구역 안 주택 및 토지 소유자들이 결성한 조합이 시행하고, 주택건설업체가 재원을 조달해 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전환하면서다. 상업적인 재개발사업이 시작된 것.

세종대 김수현 교수(도시부동산대학원)가 쓴 <서울시 철거민운동사 연구>에 따르면 1987년 6월 민주화항쟁 이후 정부는 재개발사업에 따른 분쟁은 민간끼리 해결해야 된다는 식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재개발사업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으로 넘어가면서 철거 용역회사가 생겼다. 철거민운동은 ‘서울시철거민협의회’(서철협)가 설립되면서 본격화됐고, 재개발조합은 정부의 개입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철거 시한을 지키기 위해 조합은 용역회사에 의뢰했고 용역회사는 폭력을 동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전문 용역 등장
김 교수는 “1970년대 초반에도 인부를 써 철거했지만, 1980년대처럼 철거반대 운동이 강경하지는 않았다”면서 “1980년대 후반부터 전문적인 철거용역 회사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989년 7월 서울시가 “택지개발사업 지구 내 불법 무허가 시설물의 신규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단속반을 편성함과 함께 용역회사에 의뢰해 경비업무를 맡기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은 용역회사의 본격적인 활동을 알리는 계기였다.


2003년 5월 안양시 동안구청에서 민간 위탁한 용업업체 직원 4명 중 한 명이 단속 과정에서 성기를 노출해 노점상을 위협하는 일이 발생했다. <노점상총연합 제공>
철거용역 회사의 시초는 1986년 12월 설립된 (주)입산개발로 알려져 있다. (주)입산은 태옥건설, 신한환경 등 3개 용역사를 보유했다. 입산개발은 사당동, 돈암동, 동소문동의 철거권을 따내면서 대표적인 철거용역 회사로 성장했다. 입산의 등기부등본에 등재된 이사와 별도로 실질적 사주는 당시 여당의 유명 정치인이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돌았다. 또한 서초구 우면지구를 담당한 무창인력과 범양용역, 따이한용역도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성업’했던 철거용역 회사다.

이후 입산에서 일했던 이들이 나와 1990년 (주)적준개발용역을 만들면서 철거용역 회사로 이름을 날렸다. 이후 적준개발용역은 적준토건, 적준환경, 적준산업 등의 철거 관련 회사를 설립했다. 적준은 거산, 인덕 등과 각축을 벌이다 1994년부터 재개발 현장을 거의 독점했다고 전해진다. 적준의 성공으로 이후 협승주택, 동무건설, 일진공영 등의 철거용역 회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당시 적준의 실세는 조직폭력배라는 얘기가 파다했다. 적준이 얼마나 악명을 떨쳤는지 알 수 있는 자료는 ‘다원건설(구 적준용역) 사법처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서 펴낸 <다원건설(구 적준용역) 철거범죄 보고서>(1998년 11월)다. 이 보고서는 도시빈민여성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인권운동사랑방 등 12개 업체가 참여해 작성했고, 철거용역 회사의 폭력을 정리한 최초의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시민사회단체가 하나로 뭉쳐서 철거용역 회사의 보고서를 만들 정도로 적준이 철거현장에서 보여준 폭력은 충격적이었다.

‘실행조’ 몰려다니며 철거민 위협
적준의 사원은 10여 명 안팎이지만, 상시 동원 능력은 100여 명이다. 그리고 300여 명 정도 서로 인맥을 통해 일당으로 고용했다. 철거현장에 배치될 때는 50~60명을 선봉대와 기습조로 편성했다. 철거민이 가장 두려워했던 존재는 ‘실행조’로 불린 전문 철거깡패였다. 세입자들의 저항이 거셀 때 투입되는데, 30~50명씩 몰려다니며 폭행했다고 전해진다. 적준은 1991년부터 1998년까지 폭력 47건, 주거침입 55건, 성폭행·성추행 16건, 재산손괴 5건, 위협·협박 10건, 어린이 인권유린 9건, 살인 2건 등을 저질렀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심지어 1995년 4월 봉천6동 철거현장에서는 당시 철거대책위 위원장이었던 주부 전모씨를 집단 폭행 후 팬티를 벗기는 등 성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1997년 9월부터 2000년까지 적준이 철거수주를 한 지역은 서울 철거지역 34개 중에서 17개로 50%를 차지했다.


위_용산 철거민 농성 현장 옆 건물 옥상에서 물대포를 쏘는 철거용역 회사 직원으로 보이는 남성. 경찰의 진압 작전에 용역이 동원된 것이 확인되면서 경찰 관계자들의 형사처벌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문석 기자> 아래_2003년 11월 서울시에서 노점 단속을 명분으로 용역업체 직원 2000여 명을 고용했는데, 이중 4분의 1 정도가 노숙인이어서 많은 논란을 빚었다. <전국노점상총연합 제공>
입산부터 적준까지 대표적인 철거용역회사의 특징은 계열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의 이름은 다르지만, 실제로는 똑같은 철거용역 회사였다. 문어발식으로 회사를 만드는 이유에 대해 전국노점상총연합의 최인기 사무처장은 “철거용역이 민간회사나 공공기관의 공개입찰에 참여할 때 회사를 여러 개 내세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비슷한 이름의 회사를 몇 개씩 만든다”면서 “그리고 철거용역 회사는 폭력을 쓰기 때문에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비난을 피하기 위해 회사 이름을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회사를 등록할 때 내세운 사장들은 흔히 이름만 사장인 경우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쉽게 말해 철거현장에서 철거용역 회사가 폭력이나 인권유린 등의 문제가 생기면 실질적인 사주는 처벌을 받지 않는 셈이다.

용산 참사를 계기로 철거용역 회사의 존재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요즘 철거민 사이에서 오르내리는 유명한 철거용역 회사는 10개 안팎이다. 대표적으로 ▲참마루건설 ▲삼오진건설 ▲다원환경 ▲다원이앤씨 ▲다원이앤아이 ▲호람건설 ▲비조이엔지 등을 꼽는다. 전국빈민연합 심호섭 의장은 “철거용역 회사들이 많지만, 현장에서는 자기들 용어로 부르기 때문에 자세하게 알기 힘들다”면서 “회사 이름이 자주 바뀌는 것도 현황 파악을 하기 어렵게 한다”고 설명했다. 심 의장은 또 “이중 한 업체는 삼성건을 대부분 수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들은 왕십리, 용산 등 대규모 재개발현장에 나타나기 때문에 철거민에게도 익숙하다. 이들은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해 ‘비계구조물 해체공사업’으로 뷴류되는 업체로 철거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유명 철거회사는 10개 안팎
참마루건설은 2004년 4월 설립됐고, 자본금 10억 원 규모의 회사다. 비계구조물 해체공사업, 토공, 부동산 컨설팅업 및 시설경비 및 신변보호 등 업무를 맡고 있다. 박모씨와 정모씨가 대표이사로 등록되어 있다. 삼오진건설은 2005년 7월 설립됐고, 자본금 10억 원 규모의 회사다. 이곳 역시 비계구조물 해체공사업과 시설경비와 신변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대표이사는 김모씨고, 조모씨, 정모씨, 제모씨, 김모씨 등이 이사로 등재되어 있다. 이번 용산4구역의 조합과 계약한 호람건설은 1996년 설립된 곳으로 자본금 10억 원 규모의 회사다. 이곳 역시 비계구조물 해체 공사업을 위주로 하고 있다. 대표이사에는 마모씨가 등재되어 있다. 비조이엔지는 2003년 설립된 곳으로 대표이사 김모씨와 신모 이사, 이모 이사 등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곳 역시 비계구조물 해체 공사업을 위주로 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곳이 다원환경, 다원이앤씨, 다원이앤아이다. 회사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듯 과거 적준으로 이름을 날렸던 다원건설과 관계가 있는 곳으로 보인다. ‘다원건설(구 적준용역) 사법처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다원건설의 이사 4명을 고발했는데, 4명의 이사 중 박모 이사의 이름을 세 업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한 회사의 이사가 다른 회사의 이사로 등재되어 있는 것도 세 업체가 모두 같은 줄기의 회사로 볼 수 있는 증거다. 다원건설의 박모 이사는 2006년 3월 설립된 다원이앤아이의 대표이사로 등재되어 있다. 또한 이사로 등재되어 있는 최모씨는 2001년 설립된 다원이앤씨의 대표이사다. 또한 1997년 7월 설립된 다원환경의 대표이사는 정모씨지만, 다원이앤아이의 대표이사인 박모씨, 다원이앤씨의 대표이사 최모씨가 다원환경의 이사로 등재되어 있는 것.



결국 1990년대 적준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원환경의 경우 철거용역이 아닌 돈이 된다는 폐기물처리용역을 맡고 있다. 다원환경은 다원이앤씨, 삼오진건설, 삼성물산 등 회사의 수주를 받아 폐기물처리 용역을 하고 있다. 철거현장에서 나온 폐기물 처리도 큰돈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참마루건설부터 비조이엔지까지, 이 회사들이 대표적인 철거용역 회사라는 증거는 대한전문건설협회의 ‘시공능력평가 조회’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시공능력평가액를 통해서 2007년 공사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일반적인 철거용역 회사는 2007년 공사실적액이 수억 원에 그친 반면 이들 업체의 경우 수십 억 원에서 수백 억 원이나 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재건축, 재개발현장에서 이들 업체의 수주가 많다는 증거다.

인권운동사랑방의 미류씨는 “폭력을 쓰는 대표적인 철거용역 회사는 20여개 정도로 과거부터 일했던 사람들이 계보를 만들어 활동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과거나 지금이나 철거용역 회사의 외양은 바뀌었지만, 폭력은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일부 업체 공사실적 수백억 원
전노련의 최인기 사무처장은 “이번 용산 참사를 통해서 확인했지만, 철거용역 회사도 문제지만 경비업법도 문제가 많다”면서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력, 상해, 협박 등의 행위에 대한 관리 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처벌 규정도 대단히 약해서 경비업체의 불법행위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 처장은 또 “어찌보면 조직폭력배의 활약이 경비업법으로 포장되어 사회적 폭력을 용인하는 상황으로 나가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철거용역 회사는 대체로 시한을 정해놓고 철거를 진행한다. 철거 시한이 늦어지면 계약에 의해 늦어진 만큼 받을 돈이 깍이기 때문에, 폭력을 써서라도 시한을 맞추는 무리수를 두게 되는 것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얼마 전 <재개발, 재건축 탈법 실태 대책 보고서>를 내면서 “주민의 시각에 맞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책으로 ▲추진위원과 조합 임원의 자격요건에 거주 및 1가구 1주택 소유자 요건 추가 ▲추진위원을 공무원으로 간주해 뇌물범죄 및 몰수특례법 적용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의 중앙관리 및 감독체제 구축 등을 제안했다. 철거용역 회사의 불법과 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감독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철거현장을 직접 본 다큐감독의 목소리


위_H빔을 장착한 굴착기가 철거민이 있는 망루를 때리고 있다. 아래_철거용역 회사 직원들이 망루에 있는 철거민을 조롱하고 있다. <김경만 감독 제공>
2000년 이후에도 철거현장에는 폭력이 난무한다. 철거민들은 여전히 철거용역 회사의 폭력에 치를 떨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철거현장의 폭력은 여러 언론매체의 기사와 함께 2편의 다큐멘터리로 기록됐다. 1999년 9월부터 2000년 3월까지 상암동 철거현장을 담은 다큐멘터리 <사람은 철거되지 않는다>(박홍렬 감독, 2002),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철거용역 회사와 철거민들의 싸움이 진행됐던 고양시 풍동택지개발지구의 싸움을 담은 다큐멘터리 <골리앗의 구조>(김경만 감독, 2005)이다.

박홍렬 감독은 촬영 중 철거용역과 싸움을 벌이다 돌에 맞아서 6바늘을 꿰매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박 감독은 “촬영을 6개월 정도 했는데, 풍동 현장을 촬영하러 들어간 날 철거용역이 들이닥쳤다”면서 “당시 철거민들 대부분이 끌려나갔고, 대학생과 몇명의 철거민이 철거용역과 싸웠다”고 전했다. 또한 “상황이 상황인만큼 나도 싸움에 참여할 수 밖에 없었는데, 과거의 폭력이 현재도 계속된다는 것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골리앗의 구조>에는 강제철거 현장의 난리가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김 감독과 함께 작업을 했던 다른 감독이 풍동 철대위의 망루에서 생활을 했는데, 철거용역 회사의 강제철거 장면을 촬영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새벽 H빔이 설치된 굴착기가 망루를 때리고, 새총으로 쇠구슬을 쏘아대는 철거용역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망루에서 이에 맞서 화염병 등을 던지며 맞서는 철거민의 모습도 담겨 있다.

김경만 감독은 필자에게 다큐멘터리에는 들어가지 않은 장면을 공개했다. 철거민의 가족이 망루에서 생활하는 이들에게 음식을 전해주고 돌아가다 철거용역에게 붙잡힌 것. 철거용역은 그 사람을 집단 폭행하면서 망루에 있는 철거민들에게 내려오라고 비아냥 대는 충격적인 상황을 증언하는 내용이다. 망루에 있는 철거민들은 눈 앞에서 자신의 가족이 집단 폭행 당하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했던 것.

당시 풍동 철대위 채모 위원장은 “철거용역들은 화염병, 새총, 개조된 포크레인, 최루가스 등을 사용하면서 철거민을 괴롭혔다”면서 “강제 철거가 있을 때 소방차가 들어와도 철거민들에게 물대포를 쏘는 것이지, 불이 난 곳을 끄는 것이 아니었다”고 울분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한 “철거용역을 경찰에 신고해도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모두 풀려난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요즘 경찰의 진압과정에 용역업체가 개입된 것이 문제가 된다는데, 과거부터 그랬다는 여러 증거들이 많이 나와 있다”면서 “그런데 왜 이제야 그게 이슈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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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성취도 발표에 전국 희비 엇갈려

연합뉴스





전국 초.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치른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16일 공개되자 각급 학교의 지도를 맡고 있는 일선 교육청들은 일단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그동안 `공공연한 비밀'로 여겨져 왔던 지역 간 학력 격차가 엄존한다는 사실이 여과없이 드러나면서 자신들의 기대치와 실제 성적표를 비교.분석하면서 향후 교육 정책의 방향을 모색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다른 지방에 비해 학력 수준이 높을 것으로 기대했던 경기도교육청은 평가결과 초.중.고 모두 하위권에 속한 것으로 정반대의 결과가 발표되자 적잖게 당황한 모습이었다.

일각에서는 `평과 결과가 객관성을 잃어버린 것 아니냐'는 의심 섞인 반응까지 나왔지만 긴급회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한규숙 경기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은 "이번 결과는 기초학력 미달자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교육정책의 무게를 둬야 하는 시점에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올해부터 기초학력 미달자 관리에 예산을 확대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초.중.고교 모두 중하위권에 머물러 수도권 도시로서의 `체면'을 구긴 인천시교육청 역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국제도시를 지향하면서 인천을 `영어도시'로 만들겠다던 인천시교육청은 지역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전국 13~14위로 바닥권이라는 사실에 학부모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전년성 인천시교육위 의장은 "교육지도자들이 교육 현장엔 없고 각종 행사장에 쫓아다닌 결과로, 매우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라며 "학교 간 경쟁, 교장 평가, 강력한 교육력 제고 방안 등을 통해 학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몰락' 속에 다른 지역들은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하는 방안을 찾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초등은 전국 하위권인 데 반해 고등은 상위권에 분포된 것으로 나타난 광주시교육청은 "중.고교로 진학할수록 대입 등을 목표로 한 교육이 강화된 덕분"이라고 분석하면서 "다른 지역보다 성취도가 높거나 낮은 이유를 분석해 뒤처진 곳에는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와는 반대로 초.중등은 다소 높은 반면 고등학생의 성취도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난 대전시교육청도 "우수한 초등학생들이 갈수록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원인을 분석해 이에 맞는 대책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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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받기로 하고 ‘영아거래’ 20대엄마 검거



대전 둔산경찰서는 16일 돈을 받기로 하고 자신의 생후 29일된 아기를 넘긴 혐의(아동복지법 위반 등)로 생모 고 모(21.여.사회복지시설 기거) 씨와 이 아기를 건네받은 박 모(21.여.대전 산성동) 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 씨는 지난 8일 충남 천안시 대흥동 천안역 대합실 안에서 자신의 생후 29일된 남자 아이를 200만원을 받기로 하고 박 씨에게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가출 후 서울의 한 사회복지시설에서 기거하는 고 씨는 지난달 초순 남편 없이 아이를 낳게 되자 인터넷에 "경제적 능력이 어려워 돈을 받고 아이를 넘기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고 씨로부터 아이를 건네받은 박 씨는 정신지체 3급의 장애인으로 실제 돈은 주지 않았으며 아이를 하루 동안 데리고 있다가 박 씨 엄마에 의해 경찰에 신고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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