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접촉


           우리가 접촉을 원하는 데는
           많은 이유가 있다. 가장 분명하고도
           심오한 이유는 접촉이 우리를 치유해주기 때문이다.
           손을 대면 한 방울의 물도 퍼져나가듯,
           우리가 안고 있던 고통도 가벼워진다.
           홀로 감당하다가 얻은 응어리도
           진실한 사랑의 접촉에 풀어진다.
           접촉은 모든 언어의 밑에 있는
           공통의 몸짓이자 에너지다.


           - 마크 네포의《고요함이 들려주는 것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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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1-16 11:34   좋아요 0 | URL
님, 굿모닝~~~ 아니 벌써 정오가 다 돼가긴 하네요.ㅎㅎ
오늘아침 저도 이 글 받고 뚱딴지 같게도 '일곱번째 파도'에서 레오가 말하는
'접촉점'이 떠올라 아하~ 그렇구나 그래 맞아 이랬어요.^^
말은 그것에 닿지 못한다는... '그것'은 '접촉'이었어요.
행복한 하루 보내요, 우리^^

appletreeje 2012-11-16 12:13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때때로 말이 그것에 닿지 못하는..
저는 며칠전에 갑자기 부군상을 당한 친구의 장례식장에 갔다가
그냥 그 친구를 가만히 껴안아줬을 뿐이지요.. 부부끼리도..오랜 여행에서 돌아 온 자녀나 친구와도 마찬가지로. 정말 간절한 시간에는..자신도 모르게 몸이 먼저' 사랑의 인사'를 하더군요.
프레이야님께서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비로그인 2012-11-16 23:28   좋아요 0 | URL
요즘 난독과 오독에 시달리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공통의 몸짓을 고통의 몸짓으로 읽었어요.ㅠㅠ 접촉이, 단순한 스킨십 이상의 정신적인 어떤 것까지 포괄하고 있겠구나, 싶지만 물리적 접촉이 사실 더 큰 기쁨과 치유가 될 수 있다는 쪽으로 급선회(?)를 합니다. 굿나잇, 트리제님^^

appletreeje 2012-11-17 15:12   좋아요 0 | URL
아~~역시 컨디션님은 천재신것 같아요~~^^ 그렇네요. '고통의 몸짓'도 있겠네요. 저는 오늘 대녀의 혼배미사를 다녀왔어요. 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가을길이 노란 은행잎들로 더욱 아름답더군요. 더 큰 기쁨과 치유를 오늘 막 태어난 신랑,신부에게~~^^
 

 

 

 

 

 "이런 귀한 소리를 왜 없애려는지 모르겠다. 이 집의 가족들이 한 걸음 한 걸음 오르내리며 30년에 걸쳐 만들어 낸 소린데 말야. 곽재구라는 시인은 [계단]이란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지. ... 밟으면 삐걱이는 나무 울음소리가 듣기 좋았습니다... . 그 계단은 오래된 이층집 계단이 아니라 작은 오막살이집까지 이르는 숲길의 나무 계단이었지만."  (P.252)

 

                        -박선희 장편소설,<도미노 구라파식 이층집>-

 

 

 

  나의 '도미노 구라파식 이층집'은 어느 시간에 머물러 있을까.

  내 인생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던 그 때의 나의 집은.

  그리고 또 다시,

  시간 속에 잠겨 내 이야기가 매일 소리없이 스며들고 있는 나의 집.

 

 

 

 마술은 기다림이다. 조심스런 기대와 달콤한 약속 같은 꿈, 간절한 바람이 만들어 내는 순전한 믿음이다....진정한 마술은 기적을 기다리는 바로 그 시간이 아닐까, 마음이 구름처럼 부풀어 오르는 그 시간... 마술에 걸리면 행복해진다. 마술은 즐거운 쇼다. (P.262~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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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꽃 피는 해우소

 

 

 

 

 

              나에게도 집이란 것이 있다면

              미황사 감로다실 옆의 단풍나무를 지나

              그 아래 감나무를 지나

              김장독 묻어둔 텃밭가를 돌아

              무명저고리에 행주치마 같은

              두 칸짜리 해우소

              꼭 고만한 집이었으면 좋겠다

 

 

              나의 방에도 창문이 있다면

              세상을 두 발로 버티듯 버티고 앉아

              그리울 것도 슬플 것도 없는 얼굴로

              버티고 앉아

              저 알 수 없는 바닥의 깊이를 헤아려보기도 하면서

              똥 누는 일, 그 삶의 즐거운 안간힘 다음에

              바라보는 해우소 나무쪽창 같은 

              꼭 고만한 나무쪽창이었으면 좋겠다

 

 

              나의 마당에 나무가 있다면

              미황사 감로다실 옆의 단풍나무를 지나 

              그 아래 감나무를 지나 나지막한 세계를 내려서듯

              김장독 묻어둔 텃밭가를 지나 두 칸짜리 해우소

              세상을 두 발로 버티듯 버티고 앉아

              슬픔도 기쁨도 다만

              두 발로 지그시 누르고 버티고 앉아

              똥 누는 일 그 안간힘 뒤에 바라보는 쪽창 너머

              환하게 안겨오는 애기동백꽃,

              꼭 고만한 나무 한 그루였으면 좋겠다

 

 

              삶의 안간힘 끝에 문득 찾아오는

              환하고 쓸쓸한 꽃바구니 같은

 

 

 

 

                                - 김태정 시집,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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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한 번쯤


          하루 한 번쯤
          처음 영화관에 가본 것처럼 어두워져라.
          곯아버린 연필심처럼 하루 한 번쯤 가벼워라.
          하루 한 번쯤, 보냈다는데 오지 않은
          그 사람의 편지처럼 울어라.
          다시 태어난다 해도 당신밖에는
          없을 것처럼 좋아해라.


          - 이병률의《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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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
정용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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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거나 보여지지 않는 것들의, 얇은 막마저 찢어져 나가는 `가나는 노래다`. 삶의 찰나에 어찌할 바를 몰랐을 때, 이 책을 읽어서 다행이다. `떠떠떠, 떠`는 마치 석류의 붉은 속 같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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