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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들 - 모마 미술관 도슨트북
SUN 도슨트 지음 / 나무의마음 / 2022년 3월
평점 :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은 20세기 초 뉴욕을 대표하던 현대 미술 수집가 릴리 블리스가 소장하고 있던 것을 그녀의 사후인 1941년 모마에서 기증 받았다. 릴리 블리스는 애비 록펠러, 메리 설리번과 함께 모마를 세우는 데 기여한 여성 수집가 중 함 명으로, 그녀가 기증한 작품 150여 점은 모마의 소중한 기반이 되었다.<별이 빛나는 밤> 은 반 고흐의 마스터피스이자, 세계 각국 사람들의 발길을 모마로 이끄는 대표 작품이다. (-16-)
"나는 종종 낮보다 밤이 더 살아 있고 색채가 풍부하다다고 생각해."
놀랍고 새로운 시각이다.'빛'이라는 주제를 낮보다 밤에 더 잘 표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밤의 풍경을 작품에 담아낸 것이다. (-21-)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수련> 시리즈는 점점 변모되어 간다.처음에 모네는 일본풍 다리까지 담으며 누가 봐도 정원이라고 할 수 있는 형태로 그림을 그린다. 그러다 범위가 점점 물 위로 좁혀진다. 군더더기가 하나둘 씩 떨어져 나가고 물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수련의 형태 또한 점점 더 단순해진다. (-55-)
2021년 4월, 2만 3,000여점의 이건희 컬렉션 작품 리스트가 공개되었을 때,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던 작품 중 하나가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이다.
모네의 <수련> 시리즈가 국내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운데, 심지어 아직까지 한 번도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는 작품이라니 우리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62-)
<아비뇽의 처녀들>이라는 작품명은 피카소가 아니라, 이 작품의 전시회를 주관했던 프랑스 시인이자 비평가 앙드레 살몽이 지었다. 피카소는 원래 이 그림의 작품명을 <아비뇽의 창녀들>이라고 지었는데, 살몽이 대중의 반응을 고려하여 조금 순화한 것이었다.어쨌거나 피카소는 자신의 작품을 이후에도 계속 '아비뇽의 창녀들'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80-)
한국을 와 본 적이 없는 피카소가 한국 관련 그림을 그렸다는 것은 꽤 놀라운 일이다.전쟁의 잔혹함을 표현한 <한국에서의 학살>이 바로 그 작품이다. 피카소는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 나치와 반대편에 서기 위해 1944년에 프랑스 공산당에 입당해 자기 목소리를 낸다. (-100-)
마티스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05년 작품 <모자를 쓴 여인>부터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이 작품은 훗날 그의 부인이 된 연인 아멜리에의 모습을 담고 있다. 사물 고유의 색을 존중하던 전통적 회화 방식을 따르지 않은, 대단히 파격적인 작품이다. (-114-)
샤갈은 자서전에 "그녀의 침묵도 나의 것이었고, 그녀의 눈동자도 나의 것이었다"라고 표현할 만큼 벨라를 사랑했다.<생일> 이란 작품명도 이 그림을 본 벨라가 무척이나 좋아하면서 직접 지었다고 한다. (-130-)
이에 대해 마그리트는 "우리는 항상 눈에 보이는 것과 그와 동시에 가려진 것을 보기 위해 부단히 관심을 기울인다"라고 표현한 바 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한 갈등의 연속이라고나 할까. 문득 사과와 함께 사과 뒤쪽의 얼굴이 누구일까 보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나의 모습에 흠칫 놀라게 된다.
그러고 보면 마그리트는 자신의 철학적인 생각을 시각적으로 절묘하게 표현해 낸다. (-146-)
본디 기억이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희미해지다가 완전히 소멸한다. 끝내는 사라지는 것이다. 기억의 속성은 시간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그러나 어떤 기억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축 늘어지고 사라지는 반면, 어떤 기억은 죽지 않고 계속 지속된다.
나뭇가지에 걸린 시계가 암시하듯 생명체의 죽음 이후에도 죽지 않고 지속되는 기억,부패할 만큼 시간이 지나도 썩지 않고 유지되는 기억, 나를 평생 짓누르는 기억들의 지속. 달리는 끈질기게 지속되는 기억의 속성을 놀라운 시각으로 표현해 냈다. (-163-)
교통사고 이후 장기간 치료를 받느라 혼자 있는 시간이 많기도 했고, 뜻하지 않은 사고와 끔찍한 고통, 꼼작할 수 없는 처지로 인해 프리다는 다른 누구보다 자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183-)
모마 미술관에 있는 호포의 또 다른 작품 <밤의 창문>이다. 어두운 밖과 환하게 불을 밝힌 방안이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고 있다. 환기를 위해 열어 놓은 듯한 창문 사이로 커튼이 바람에 펄럭이고 , 바쁜 일과를 마치고 돌아와 옷을 챙기고 있는 누군가의 뒷모습이 낯설지 않다. 마치 우리 현대인의 일상을보여 주는 것 같다. 얼굴이 가려져 있는 저 여성은 어쩌면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206-)
<넘버 5/ 넘버 22>는 1949~1950년에 그린 작품이다. 제작 연도를 살펴 보면 깜짝 놀라게 된다.생각보다는 오래전에 그려진 작품이다.우리나라 상황으로 보면 6.25 전쟁이 발발해 국토가 폐허로 변하던 시절이다. 같은 시기 저 멀리 미국에서 로스코는 이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로부터 70여 년이 지난 오늘날 그렸다고 해도 믿을 만한 세련된 작품이다. (-245-)
그림 속에서 여인은 '행복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보통 눈물은 기쁨이나 슬픔이 최고조에 달할 때 나오는 자연스러운 감정의 표출이라 할 수 있다.미소를 띤 채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이 여인은,<행복한 눈물>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힘들고 괴로운 일 때문이 아니라 너무나도 기쁘고 벅차서, 그 행복감에 도취되어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인다. (-274-)
1962년 마릴린 먼로는 자살로 추정되는 죽음을 맞아 우리 곁을 떠났다. 하지만 1967년에 발표된 앤디 워홀의 작품으로 인해 그녀는 죽은지 몇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곁에 구체적인 이미지로 살아 있게 되었다. 동시대인이 아님에도 이렇게 친근하게 느껴지는 셀럽이 또 있을까 싶다. (-294-)
최근 대구 미술관에 다녀왔다. 내 인생 처음으로 미술관에 다녀왔고, 그림은 무엇이며,도슨트,전시해설사의 역할은 무엇인지, 인지하였고, 눈과 귀와 느낌과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전시해설사의 자격에 대해서, 어떻게 하면 전시해설사의 기본을 갖출 수 있는가에 대해서,생각하게 된다.
나는 미알못이다.학창 시절, 미술에 대해 교양이나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못했다.최근 지역의 미술관에 가면서, 초등학생 아이들의 그림을 보면서,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 학원에서 배운 그림이지만,나보다도 훨씬 잘 그렸고, 그림의 구도 뿐만 아니라, 느낌과 주제를 잘 살리고 있었다. 그림,미술에 대해 깊이 알아야 겠다는 강력한 동기를 얻었고, 내가 할 수 잇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히 빠져들었다.
퇴직 미술 교사가 하는 도슨트보다, 나처럼 미알못인 이들이 도슨트를 한다면 그것 또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시해설을 통해서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미술의 역사 뿐만 아니라,작품에 대한 이해, 인물과 그림, 미학적인 효과까지 더해지고, 각각의 그림의 속성을 이해하고,전달하기 위해서,내가 갖추어야 하는 미술의 기본을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SUN 도슨트에서 나온 『그림들』을 선택한 이유다. 빈센트 반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에서부터 장 미셸 바스키아의 「글렌」 까지, 한국인에게 익숙한 화가와 그림 작품 16점으로 ,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사람들에게 공감이 가는 해설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미술에 대한 지식과 역사 뿐만 아니라, 편집할 수 있는 능력,서사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남다른 방법까지 , 실제 도슨트의 경험을 통해서,그린 안에 숨어있는 화가의 철학과 시각을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