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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망상 ㅣ 달달북다 11
권혜영 지음 / 북다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그게 말이죠, 제 남자친구는 고막 속에서만 존재했는데 요즘은 집 안 여기저기에서 출몰해요. 고막 남자친구의 목소리가 우리 집 모든 사물에 깃들어버렸어요. (-11-)
회식을 마치고 밤늦게 귀가한 어느 날이었다. 마지막 남은 기운을 짜내어 겨우 신발을 벗는데 주방 후드 쪽에서 왔어? 하고 웬 남자가 반기는 투로 말했다. (-12-)
"아이돌이라는 남자를 만나러 갔다고 합니다." 애시는 사랑의 도피를 감행했다. 그 격정적인 감정을 다즐링 왕자와 함께 나누고 싶은 게 아니었을 뿐이다. 한국의 아이돌 왕자님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32-)
"가방 두 개를 함께 든 저 다부진 팔뚝 좀 봐. 참 믿음직스럽지 않니?"
가람은 등교 시간보다 두 시간 일찍 나와 새벽 댓바람부터 이 앞에서 기다렸다고 했다. 수학 선생은 출근하기 전 때때로 딸아이를 자기 차에 태우고 어린이집에 등원시켰다. (-45-)
가람은 삶 전체를 담보로 하는, 위험을 무릅쓴 연애를 할 때마다 살아있음을 느끼는 지도 몰랐다. 치부를 닦아줄 수 있는 자신이 자랑스러우므로 오물 묻은 남자들에게만 끌리는 걸지도.
그래도 5천만 원은 진짜 아닌 것 같았다. (-62-)
가람은 우후죽순 나동그라진 신체 조각들을 소중히 주워 와서 사람의 형체대로 맞춰나갔다. 마치 전 연인들과 재회의 시간을 가지기라도 하는 듯 했다. 귓볼을 더듬더니, 곧 그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가 속삭였다. (-78-)
달달북다 시리즈 11번째 소설 『애정망상』은 인간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 판타지 소설의 매력 뿐만 아니라,.우리가 로맨스와 판타지 소설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느끼게 해주고 있다. 인간의 뇌가 만든 과학 기술은 한계를 뛰어넘었다.의식과 무의식 뿐만 아니라, 망상과 환청까지 감지할 수 있다.그 과정에서, 현실과 비현실을 착각하게 되고, 인간이 머무는 지구 너머의 세계가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건 아닌지,착각할 수 있다.
소설 속 주인공은 남친에게 차였고,'고막 남친'이 주인공 앞에 나타났다. 형체는 없지만, 목소리가 들리는 남친, 이상한 일은 연이어 주인공 앞에 나타났으며,의사선생님 앞에 찾아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하지만, 원인도 모르고 ,귓가 뿐만 아니라, 주변 모든 사물에 고막 남친 목소리가 들리게 된다.그 고막 남친을 대신하여,다즐링 왕자가 주인공 앞에 나타나는데, 외계에서 온 왕자는 입자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으며, 온전한 육신을 가지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몸을 빌려야 한다.여자 주인공에게 도움을 주는 이가 가람이라는 친구였다. 가람은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치는 사랑을 감행하고 있었다. 가람은 특이한 습관을 가지고 잇는데,남자친구의 신체 일부를 하나하나 모아두는 습관이다.그 습관 덕분에 다즐링 왕자는 온전한 육신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소설은 사랑,애정에 대해서, 인간이 어디까지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지 느낄 수 있다. 사랑한다 해서, 공간적인 한계 ,시간적인 한계, 장소의 한계를 극복하긴 힘들다.그럼에도 불구하고,우리는 상상 속에서,그 한계를 극복하는 심리를 가지고 살아왔다.이 소설 속에서, 소설가 권해영의 이야기 안에서, 인간이 지구 너머의 공간에서,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면서,미스터리한 것들을 접목하려는 특별함이 느껴지고 있다.